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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하루: 공감의 뇌과학

에벨리너 크로너 지음 | 에코리브르


뇌의 하루: 공감의 뇌과학

에벨리너 크로너 지음

에코리브르 / 2025년 9월 / 344쪽 / 21,000원





운동과 휴식: 뇌도 운동이 필요하다 _ 6시 - 부트캠프




톡, 톡, 톡, 상큼한 봄 아침. 자동차 지붕과 정원 벤치 그리고 인도에 놓인 어린이용 스쿠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뿐, 볼스트라트는 고요하기만 하다. 이 거리에 사는 이들은 아직 꿈나라에 있을까? 아니다. 9번지 2층 창문 너머 흰 블라인드 틈새로 은은한 불빛이 새어 나온다. 이곳에 사는 애시윈은 벌써 하루를 시작했다. 50세가 눈앞으로 다가오자 그는 결심했다. 매일 아침 부트캠프(단체로 하는 고강도 야외 운동)를 하겠다고. 1년 뒤 건강하고 탄탄한 몸으로 ‘오십’을 맞이하기 위해서. 비 내리는 날엔 몸을 일으키는 게 쉽지 않지만, 운동을 마친 뒤 느끼는 상쾌함은 그 수고로움을 보상해준다.

한편 아내 소피는 팔을 머리 위로 길게 뻗으며 숨을 들이쉰다. 남편과 아이들이 깨어나기 전,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일부러 알람을 맞춰뒀다. 그녀는 보통 해가 뜨기 전 요가로 하루를 시작한다. 같은 시간 남편 애시윈은 공원에서 비를 맞으며 부트캠프 중이다. 요가도 결코 만만한 운동은 아니지만, 비 오는 아침의 부트캠프는 그야말로 정신력 싸움이라고, 자신은 남편처럼 못한다고 소피는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피는 오늘도 해 뜨기 전 태양 경배 자세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제 그에게 필요한 것은 진짜 태양이 떠올라주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운동은 뇌에도 좋다


운동이 체력에 좋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운동이 뇌 건강에도 좋다는 사실을 아는가? 어떤 운동이든 뇌로 가는 혈류를 증가시키고 산소 공급을 원활하게 해준다. 동시에 뇌를 자극하는 여러 물질이 분비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라는 단백질로 뇌세포의 건강을 유지한다. 다시 말해 운동을 하면 BDNF가 활성화해 뇌세포의 유연성과 회복력이 높아진다(신경 가소성). 그뿐만 아니라 BDNF는 노폐물 제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몸부터 움직여야 한다.

뇌 안의 작은 사람:
뇌는 모든 움직임을 생각보다 훨씬 깊이 통제한다. 이런 통제는 대뇌 피질 윗부분에 넓게 자리 잡은 운동 피질이라는 영역을 통해 이뤄진다. 운동 피질과 인접한 체성 감각 피질은 근육의 위치에 따라 몸의 감각정보를 받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운동 피질은 움직임을 통제하기 위해 척수에 있는 신경 세포로 정보를 전달한다.

이 두 영역의 특별한 점은 매우 정교하게 전문화돼 있다는 것이다. 이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뇌 속의 작은 사람, ‘호문쿨루스(homunculus)’다. 실제로 사람 모양이 있는 건 아니고, 운동 피질에서 ‘표현하는’ 몸의 모든 부위를 지칭한다. 말하자면 팔, 다리, 손, 머리 등 우리 몸의 각 부위가 뇌 안에서 차지하는 각자의 공간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지도라고 할 수 있다.

이 특수한 영역에는 뇌세포가 밀집해 있고, 이 세포들은 척수를 통해 근육으로 신호를 보냄으로써 움직임을 유도한다. 이 신호로 인해 실제 동작이 일어난다. 그리고 이 모든 움직임의 계획과 조절에 핵심 역할을 하는 영역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전전두피질로 뇌에서 행동을 계획하고 조절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곳이다. 우리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영역이다. 예를 들어 ‘팔을 들어야지’라고 결정하는 것은 전전두피질의 역할이고, 그 명령을 뇌세포로 전달해 실제로 팔을 들게 하는 것은 운동 피질의 역할이다.

뇌는 바뀔 수 있다:
손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발가락을 담당하는 영역보다 훨씬 넓다. 왜 그럴까? 손은 글을 쓰고 세탁물을 개는 등 매우 정교한 동작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이런 활동을 제대로 해내려면 그만큼 더 많은 뇌의 자원이 손에 집중돼야 한다. 이처럼 정밀한 운동 능력을 요구하는 동작을 자주 하면 운동 피질에서 손을 담당하는 영역의 활동이 점점 더 전문화된다. 실제로 한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이 하루 30분씩 6주 동안 저글링 연습을 했다. 그 결과 운동 피질 중 손을 담당하는 영역에 회색질이 더 많이 생겨나고, 활동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뇌는 회색질과 백색질이라는 두 주요 조직으로 구성된다. 회색질은 대부분 신경 세포로 이뤄지며 뇌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작업실 역할을 한다. 회색질이라는 이름은 뉴런과 혈관이 모인 조직이 회갈색을 띠기 때문에 붙었다. 반면 백색질은 신경세포 간의 연결로 구성되며 정보가 빠르게 전달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백색질이 흰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정보의 전도에 핵심 역할을 하는 지방질의 절연층인 수초(말이집) 때문이다. 저글링 실험 결과 참가자들의 운동 피질에서 손과 관련된 영역의 회색질과 활동량이 모두 증가했다. 이런 결과는 우리의 뇌가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 즉 뇌의 가소성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피아니스트의 뇌는 마라토너의 뇌와 다를 것이다.

참고로 우리 뇌는 좌우가 교차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왼쪽 대뇌 피질은 오른쪽 신체를, 오른쪽 대뇌 피질은 왼쪽 신체를 조절한다. 이걸 교차 신경 지배라고 한다. 그래서 오른쪽 뇌에 손상이 생기면 왼쪽 몸에 마비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운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운동을 하면 정신 건강과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화학 물질이 분비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물질이 바로 엔도르핀이다. 엔도르핀은 격렬한 유산소 운동을 할 때 분비되며,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물질이다. 몸속에서 쾌감을 유발해 이른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는 효과로도 유명하다. 이는 마라톤 같은 장거리 달리기를 할 때 느끼는 황홀한 고양감으로, 이 느낌에 중독되는 사람들도 있다. 엔도르핀은 뇌 속, 그중에서도 특히 뇌하수체에서 나오는 물질이다. 이 물질은 자연스럽게 기분을 끌어올리고 통증을 억제하며 정신적 안녕감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애시윈이 비 오는 날 고된 부트캠프 후 상쾌한 기분을 느끼는 건 운동으로 그의 뇌에서 분비된 엔도르핀이 좋은 기분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런 물질은 어떻게 작용할까? 우리의 신경 세포(뉴런)들은 신경 전달 물질로 소통한다. 신경 전달 물질은 뇌 속에서 세포들을 소통하게 해주는 중개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나의 세포는 세포핵, 정보를 전달하는 축삭, 축삭 끝에 달린 수상 돌기(가지 돌기)로 구성된다. 작은 나뭇가지처럼 뻗은 수상 돌기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역할을 하고, 반대로 축삭은 정보를 보내는 통로로 작용한다. 세포 간의 소통은 이런 구조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즉 수상돌기를 통해 전해진 전기 신호가 다음 세포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신경 전달 물질이 오가는 것이다.

여기엔 중요한 점이 있다. 신경전달 물질은 아무 세포에나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인데, 각 세포에 있는 수용체라는 구조가 특정한 물질에만 반응하는 작은 자물쇠처럼 작동한다. 그래서 아무리 많은 신경 전달 물질이 뇌 안을 떠다닌다 해도, 모든 뇌 영역이 동시에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어떤 영역은 특정 물질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다른 영역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신경 전달 물질은 뇌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작용한다. 참 경이롭지 않은가?

엔도르핀도 마찬가지다. 맞는 자물쇠가 있는 세포에서만 반응이 일어난다. 엔도르핀은 쾌감을 담당하는 뇌 영역에 작용해 긍정적인 기분을 만들어낸다. 운동하는 중에는 엔도르핀 외에도 다양한 물질이 함께 분비되는데, 반대로 분비가 억제되는 물질도 있다. 예를 들어 운동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수치를 낮춰 스트레스 완충재 역할을 한다. 요가나 태극권 같은 운동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억제해 몸과 마음을 이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런 즉각적 효과 외에도 운동은 장기적으로 우리 뇌에 긍정적 변화를 일으킨다. 대표적으로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신경 전달 물질의 분비가 증가한다. 이런 물질은 인지 능력, 즉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는 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운동이 끝난 후에도 기분을 긍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신 건강에 대한 운동의 효과: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은 우울증 같은 정신 건강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더 낮다. 운동이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이유는 신체활동으로 뇌에서 일어나는 두 가지 변화와 관련이 있다. 첫째, 운동은 전전두피질과 해마의 구조 자체를 변화시킨다. 해마는 기억을 관장하는 핵심 영역으로, 해양 동물인 해마 모양의 뇌 구조이고 전전두피질과 함께 사고와 기억을 조절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운동은 이런 영역의 기능을 강화해 부정적 생각이나 두려움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둘째, 운동은 뇌 안의 신경 전달 경로를 강화해주는 물질의 생성을 촉진한다. 과학자들은 이런 변화가 뇌를 ‘더 유연하고 적응력 있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즉 스트레스같이 변화하는 상황에 보다 쉽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금액이 큰 청구서를 갑자기 받고 해결책을 신속하게 떠올려 행동에 옮겨야 하는 때를 생각해보자. 뇌가 이런 상황에 잘 적응할수록 정신적 안녕감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이렇게 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변화 외에, 운동은 간접적으로도 우리의 정신 건강을 개선한다. 예를 들어 뭔가를 해냈다는 성취감, 내 몸이 건강해지고 있다는 만족감은 자신에 대한 긍정적 감정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자신감이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긴 노년층의 정신 건강에도 운동은 긍정적 영향을 준다. 게다가 팀 단위로 운동하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 지지나 소속감을 느끼게 해준다. 이런 요소는 외로워하거나 대인관계에 두려움이 있는 사람에게 특히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운동은 숙면을 돕는다. 질 좋은 수면은 정신 건강의 핵심 요소다.

■ 연구와 실험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들이 정신 건강 문제를 덜 겪는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았을까? 이는 49편 이상의 연구 결과를 종합한 대규모 메타 분석을 통해 밝혀졌다. 다만 운동과 정신 건강이 정확히 어떤 메커니즘으로 연결돼 있는지는 복잡한 문제다. 왜냐하면 둘 사이에서 수많은 요인이 서로 얽혀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동에 기적 같은 효과가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말되, 치료나 건강한 생활 습관과 함께한다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자극이 될 수 있다.

- 운동은 뇌 건강에도 좋다: 운동은 신체 건강에만 좋은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사고와 판단을 담당하는 뇌에도 유익하다. 실제로 매일 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비교한 여러 연구에서 운동이 인지 능력 예를 들어 행동을 조절하거나 학업을 수행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팀워크와 같은 심리사회적 기술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영향이 아주 크지는 않더라도 꾸준하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시 말해 운동을 하면 일상생활에서 더 유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한 가지 이유는 운동할 때 뇌로 가는 혈류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한 운동 자체가 우리에게 행동을 훈련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인터벌 트레이닝처럼 짧은 시간 동안 격렬하게 움직이다가 천천히 회복하는 운동을 반복하다 보면, 숨이 차거나 근육이 아픈 불편함을 감내하면서 ‘건강해지고 싶다’는 목표를 이루는 과정을 몸으로 익히게 된다. 이런 경험을 계속하면 순간적 불편함이나 충동을 억제하고 장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힘을 기를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일상에서 즉각적 만족을 참고 더 나은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순간에서 매우 유용한 심리적 기술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유산소 운동은 단지 몸을 단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뇌에서 목표 지향적 사고와 자기 조절을 담당하는 전전두피질 역시 강화해준다. 결국 운동은 몸과 마음을 동시에 단련하며 우리의 ‘뇌력’ 자체를 높여주는 효과적 수단인 셈이다.



신뢰: 당신 뇌 속의 친구 혹은 적 _ 11시 - 비밀번호




케네스는 완다의 닭고기 가게 앞에 늘어선 줄에 조용히 합류한다. 북적이는 가게 안을 보면서도 그는 전혀 서두르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더 이상 급하게 움직일 필요가 없다. 뭐든 자기만의 속도로 하면 되는 법이다. 게다가 기다리는 동안 오늘 저녁에 안스에게 무슨 말을 할지 고민해볼 수도 있다. 그는 자기 전매특허인 닭다리 구이만으로는 이웃집 그녀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 부족하다고 느낀다. 자기 차례가 오길 집중하며 기다리진 않지만, 케네스는 사람을 믿는다. 그리고 설령 누가 새치기를 한다 해도 완다는 절대 못 본 척하지 않을 것이다. 케네스는 이 가게 단골이고, 완다가 매의 눈인 걸 잘 알고 있다.

“케네스, 오늘은 뭘 드릴까요?” 거 봐, 벌써 내 차례다. 케네스는 동네 사람 전부가 먹을 수 있을 만큼 푸짐하게 닭다리를 주문한다. 카드 결제를 하려는데, 삐익 하는 소리와 함께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케네스는 안경을 찾아 더듬거리지만, 아뿔싸…. 현관 서랍 위에 두고 왔다. “완다, 내 비번 좀 대신 눌러줄래요? 0706이에요.” 가게 안 손님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케네스는 그걸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칠십 평생 인간에 대한 신뢰를 버린 적이 없다. 그가 자란 아루바의 작은 마을에선 서로 도우며 사는 게 당연했다.

장바구니 두 개를 들고 나와 가게 앞 벤치에서 잠깐 숨을 돌리는 케네스. 그는 생각한다. 아들 애시윈이라면 아버지가 비밀번호를 아무렇지 않게 알려주는 걸 보고 혀를 찼겠지. 하지만 그것도 애시윈의 사랑이다. 예전엔 자기가 사자처럼 애시윈을 보호했는데 이제는 아들이 아버지를 지켜주는 것이다. 그렇지만 회상에 잠기는 시간은 끝났다. 이제 집으로 가야 한다. 닭다리를 마리네이드해야 하니까.

신뢰의 힘


신뢰는 모든 사회적 관계를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토대다. 이는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낯선 사람이나 정부 같은 기관과의 관계에서도 핵심 역할을 한다. 신뢰란 정확히 뭘까? 상대방과 그의 행동에 자신을 맡길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자신을 취약한 상태로 내보일 의지다. 서로를 믿을 수 있게 되면 모두에게 이점이 많아진다. 예를 들어 우리는 서로 곁에 있을 거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우정을 쌓을 수 있다. 좀 더 추상적인 차원에서는 모르는 사람도 신뢰할 수 있다. 예컨대 우리는 은행에 돈을 맡기며 나중에 다시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는다. 이처럼 신뢰는 관계를 형성하는 기반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위험 요소이기도 하다. 신뢰가 배신당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동체 놀이터 조성을 위한 기금에 기꺼이 투자했는데 대표자가 그 돈을 들고 도망친다면 신뢰는 무참히 깨진다.

현대 사회에서의 신뢰:
일반적으로 우리는 가까운 사람(친구나 가족)을 모르는 사람보다 더 신뢰한다.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자신의 직접적 관계망 밖에 있는 타인에 대한 신뢰 없이 버텨낼 수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늘 낯선 사람이나 새로운 조직과 마주하고 소통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들과 가까워지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기본적 신뢰감이 필수다. 즉 신뢰 없이는 누구와도 가까워질 수 없고, 어떤 관계도 형성할 수 없다. 그 대상이 친구든 새로 만난 주택 담보 대출 상담사든 동네마트 주인이든 마찬가지다.

사회적 뇌 _ 뇌 속의 신뢰 회로:
신뢰는 뇌에서 어떻게 작동할까? 과학자들은 타인의 감정과 의도를 생각할 때 특정한 뇌 회로가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사회적 뇌(social brain)’라 부른다. 이름 그대로 사회적 상호 작용에 핵심인 뇌의 네트워크다. 사회적 뇌는 사실 우연히 발견됐다. 먼저 이 회로를 이루는 네 가지 주요 뇌 영역을 소개하면 내측 전전두피질, 측두엽 - 두정엽 접합부, 후방 상측두구(위관자고랑), 전방측두피질이다. 이 네 영역은 원래 휴식 상태에서 활성화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MRI 기계 속에서 계산 문제를 수행하게 한 후, 중간에 짧은 휴식 시간을 줬다. 그 결과 계산하거나 검사받는 동안이 아닌 쉬는 시간에 네 영역이 강하게 활성화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이 뇌 영역이 ‘휴식 네트워크’라고 오랫동안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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