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행복해지는 인생의 태도에 관하여
글래디스 맥게리 지음 | 부키
나이 들수록 행복해지는 인생의 태도에 관하여
글래디스 맥게리 지음
부키 / 2025년 6월 / 432쪽 / 21,000원
Secret 1 당신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있다
나는 왜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우리는 대부분 자신이 진정 누구인지, 무엇이 자신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지 발견하지 못한다. 사실 해답은 바로 가까이 자기 안에 존재하는데, 때로는 영영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제임스가 그랬다.
제임스는 컴퓨터과학을 전공했는데 졸업하고 나서도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나는 제임스와 그의 부모를 오랫동안 치료했다. 제임스는 어머니의 설득에 못 이겨 나를 찾아왔는데 병력과 신체 상태로 봤을 때 적어도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청바지에 워크맨을 차고 목에 헤드폰을 두른 제임스는 두리번거리며 초조하게 진료실을 살폈다.“뭐가 고민인가요, 제임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대학을 졸업했고 학자금도 갚아야 하는데 관심 가는 직업이 하나도 없어요.”“컴퓨터를 좋아해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컴퓨터가 대세라는 건 알아요. 아버지는 기술자여서 이쪽 일이 안전한 직종이라고 생각하세요. 근데 세상이 돌아가는 걸 보면 어떤 자리도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무슨 일을 하고 싶어요?”
“모르겠어요.”
하지만 나는 제임스의 무의식 한편에서는 답을 알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답을 알면서도 스스로에게조차 인정하기가 불안했던 것뿐이다. “제임스, 기억나는 꿈이 있나요?”
제임스는 꿈에서 커다란 선인장 한 그루를 이따금 보지만 다른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나는 시각화를 해보자고 제안했고 제임스도 동의했다. “자, 눈을 감고 주변을 둘러봐요. 길이 보이나요? 흙길일 수도 있고 포장도로일 수도 있어요.”미간에 잔뜩 주름이 잡히는가 싶더니 곧 주름이 사라지며 제임스가 가만히 말했다.
“보여요.”
“그 길을 따라 걸어봐요. 한 걸음, 다시 한 걸음. 이제 주변을 둘러봐요. 길에서 무엇이 보이나요?”1분쯤 지나고 제임스가 나직이 말했다.
“고원에 올라와 있어요.”
“멀리 앞을 바라봐요. 뭐가 보이나요?”
제임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 선인장이 보여요. 북소리가 들리고요. 모르겠어요.”
제임스가 눈을 떴다. “글래디스 선생님, 진짜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할 게 너무 많아요. 내가 고원에 올라가 혼자 야영해도 되는지 부모님께 여쭤본 적이 있는데 두 분이 걱정하세요. 내가 약을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하시더군요. 난 그저 혼자서 자연과 하나가 되고 싶은 것뿐이에요.”“그럼 거기 가는 게 좋겠어요. 만약 부모님이랑 문제가 생기면 내게 연락해요.”
몇 주가 지난 어느 날 나는 슈퍼마켓에서 제임스를 만났다. 제임스는 혼자서 고원에 올라갔노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그 시간이 비전 퀘스트(vision quest)였다고 했다. 비전 퀘스트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풍습으로 일종의 성인식이다. 제임스는 홀로 그곳에 머무는 내내 머릿속에서 북소리를 들었고 마침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깨달았다고 했다. 제임스는 뮤지션이 되고 싶고 대학원에 들어가 음악을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제임스의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이때 제임스는 생기가 넘쳤다.“부모님은 뭐라고 하시나요?”
“학자금 대출도 갚아야 하는 내가 뮤지션으로 가난하게 살까 봐 걱정하시죠. 하지만 1년 동안 공부해보고 음악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 알아보라고 하셨어요.”
제임스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의 생기를 찾게 되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내가 진정 누구인지 발견한다. 나를 발견하고 나면 새로운 일에 도전하거나 오랫동안 해오던 일을 중단하고 변화를 단행해야 할지도 모른다.
제임스는 올해 102번째 내 생일 파티에 참석했다. 수십 년 전 자신의 꿈을 찾으려고 고원에 올랐던 제임스는 성공한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아메리카 원주민 사회에서 인정받고 있으며 비전 퀘스트 의식으로 다른 사람들이 꿈을 찾도록 돕고 있다.
제임스가 충만한 삶을 사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자신의 생기를 찾는 일이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찾는 과정과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생기는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무엇인지 말해준다. 생기란 우리가 삶(생명)을 향해 손을 뻗어 거기에 닿았을 때 우리에게 즉각 나타나는 결과다. 한 번 흐르기 시작한 생기는 계속해서 흐르게 된다. 그리하여 더 원대한 삶의 목적과 연결될 때까지 확장된다.
생기로 넘치는 삶은 목적의식이 충만한 인생으로 바뀐다. 목적의식은 정신 건강은 물론 신체 건강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 목적의식을 지닌 삶이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사는 데 실제로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목적의식이 우리 삶에 제공하는 기쁨은 우리를 둘러싼 세상으로 퍼져나간다. 전인의학에서는 건강한 몸이 건강한 영혼과 상호 연결되어 있으며, 나아가 건강한 영혼은 건강한 세상과 상호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영혼과 마음을 건강하게 돌볼 때 세상도 건강해진다. 우리 모두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 잘 통하고 서로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Secret 2 모든 생명은 움직여야 산다
생명은 언제나 움직인다이제 두 번째 비밀을 살펴보자.
“모든 생명은 움직여야 산다.” 이는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움직인다는 의미다. 우리가 인지하기 힘들 때도 생명은 분명히 움직인다. 이 원리를 나는 애리조나주 소노라사막에 비유하곤 한다. 나는 사막의 풍광을 사랑한다. 나는 이 지역에서 60년 넘게 살았다. 소노라사막에서 노을이 질 때 사구아로 선인장의 검은 실루엣 뒤로 분홍빛과 주홍빛으로 넘실거리는 석양을 수천 번도 넘게 보았다. 메추라기 떼가 덤불 속으로 돌아가는 광경, 선인장 꽃이 만개한 모습도 지켜봤다. 그런데 이 사막을 처음 방문한 사람은 이곳이 아무런 변화가 없고 생명이 멈춘 죽음의 장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틀렸다. 이 사막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비가 내린 뒤 사막이 어떤 모습인지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우기가 시작되면 시계처럼 어김없이 오후에 짙은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는다. 먹구름이 머리 위를 지나가면 하늘이 열리면서 생명이 쏟아진다. 비는 길어야 20~30분간 내리고 금세 그친다. 그 순간 온 사막이 기지개를 켜며 깨어난다. 늘 그곳에서 살아 숨 쉬던 모든 생명체는 그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선인장 줄기가 부풀어 오르고, 새들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도마뱀들은 환호하며 뛰어다닌다. 생명은 언제나 그곳에 있다. 다만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우리 안의 생명력도 이와 같다. 항상 우리 안에서 숨 쉬고 있으며 언제나 변화하고 움직인다. 내가 어떻게 이 사실을 확신할 수 있을까? 우리의 에너지가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가 죽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심장은 뛴다. 폐는 공기를 들이마시고 다시 내쉰다. 소화 기관은 역시 끊임없이 일한다. 움직이고, 처리하고, 발산하는 것은 우리의 본질이다. 움직임은 우리를 통해, 우리 안에서, 우리 주변에서 끝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 단순한 원리는 다양한 차원에서 작동한다. 우리는 감정과 영혼을 지닌 존재이므로 어딘가에 고착되면 발전하고 성장할 수 없다. 특정한 생각, 감정, 정체성, 판단, 견해, 나아가 사람까지 마찬가지다. 움직임이 멈춘 고착에는 생명이 없기 때문이다. 이 움직임의 원리를 이해할 때 우리는 몸이 하는 일을 자연스럽게 활용하게 된다. 우리의 신체 기관, 조직, 체액뿐 아니라 에너지 역시 움직이도록 설계되었다.
아이들은 이 원리를 이해한다. 그래서 한시도 몸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나도 그랬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였기도 했지만 나댄다고 잘못되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 계속 나대도 나는 제지한 적이 없다. 몸을 들썩거리는 것은 우리에게 유익하다. 이는 우리 안팎에서, 우리를 통해 생명이 일어나고 있음을 가리킨다. 우리가 몸을 들썩일 때 림프액의 순환을 촉진하고, 관절이 유연하게 움직이도록 돕고, 근육이 긴장하지 않도록 방지한다.
우리가 기쁨을 느낄 때 몸을 들썩대거나 걷거나 돌아다니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반대로 들썩대거나 주변을 돌아다니면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 가벼운 산책은 뇌에 매우 유익하다. 뇌는 우리가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동양에서는 수천 년 전부터 기(에너지)의 흐름이라는 개념을 훨씬 더 정교하게 연구해왔다. 중국 전통 의학에 따르면 우리 몸에 퍼져 있는 기의 통로인 경락을 통해 기가 여러 기관을 드나들며 흐른다고 한다. 그래서 경락에서 중요한 자리(경혈)에 침술, 지압, 뜸 같은 치료법을 적용해 막힌 곳을 뚫어주는 것이다.
남편 빌과 나는 1970년대에 일찌감치 서양의 대증요법에 침술을 도입했다. 침술은 수천 년 넘게 행해온 오래된 의술이지만 최근까지도 서양 의학계에서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서양 의사들은 사람들에게 침을 찔러 넣는 중국 의술을 비웃으며 한물간 대증요법으로 치부했다. 내가 침술을 조금이나마 깊이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빌과 내가 발행하던 소식지 《건강을 찾는 길 Pathways to Health》을 읽고 독자가 보내온 답장 덕분이었다. 그 남성은 목에 문제가 있어서 침을 맞았는데 전혀 다른 증상을 겪고 있던 발목에서 놀라운 효과를 보았다며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어 했다.
빌과 나는 그 남성이 목에 침을 맞았는데 발목이 좋아진 이유를 알지 못했다. 우리는 이 사연을 그대로 소개하면서 이 현상을 설명해줄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이탈리아에서 한 의사가 곧장 답장을 보내와 목과 발목이 같은 경락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나는 경락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문헌을 찾아 읽고 아는 사람에게 묻는 등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배우면 배울수록 이치에 눈을 뜨게 되었다. 1973년 빌과 나는 미국에서 최초로 침술 학술 대회를 주최했다. 우리는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세미나를 열기로 하고 침술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들을 초청했다. 빌과 나는 여러 의사와 함께 서양 의학계에 처음으로 침술 연구를 소개하면서 학술 대회를 개최하고 중국과 세계 각지에서 강연자를 초청했다. 이후 나는 직접 침술을 써서 사람들을 치료하기 시작했고 눈앞에서 바로 효과를 확인하고는 충격을 받았다.
침술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출산을 두려워하던 한 10대 소녀의 분만을 맡았다. 어린 소녀는 곁을 지키는 연인도 가족도 없이 내내 혼자였다. 진통을 느낄 때마다 눈물을 흘리던 소녀는 산통이 갈수록 심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앞으로 일어날 일을 너무나 두려워했다. 나는 산모가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출산이란 사랑이 가득한 환경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내 소신이다. 이 어린 산모와 아이도 긍정적인 감정이 생기는 환경에서 분만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소녀에게 침을 시술해도 될지 물었다. 소녀는 반신반의했지만 동의했다. 나는 소녀 곁에 앉아 출산에 좋다고 하는 경혈 자리들에 침을 놓았다. 소녀는 차츰 울음이 잦아들었고 긴장이 풀리며 호흡이 깊어졌다. 몇 분 뒤 소녀가 잠이 든 것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소녀는 진통이 찾아오면 잠에서 깨었다가 다시 잠들기를 반복하며 몇 시간을 보냈다. 경락에 침을 놓은 덕분에 소녀는 생명의 흐름이 막히지 않고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침을 맞자 긴장이 풀리고 편안해진 덕분이었다. 에너지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소녀는 고통과 두려움 너머에 있는 소중한 생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생명은 언제나 움직인다. 우리는 이것을 알아차리기만 하면 된다. 생명은 경락을 따라 움직인다. 심장박동에 따라 움직인다. 우리의 주의를 확장하기만 하면 이 원리를 알게 된다. 살아 있는 생명체는 언제나 생명을 향해 나아간다. 이 말은 신체, 감정, 환경 등 무엇에서든 심하게 막혀 있다고 느낄 때 여전히 움직이고 있는 곳을 찾기만 하면 된다는 의미다. 거기에 주의를 집중하고 에너지를 쏟으면 생명의 물줄기가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의 둑 주변으로 다시 흐를 것이다. 이 생명의 물줄기와 함께 발맞추어 나아가면 삶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얻는다. 이렇게 하면 우리는 다시 움직일 수 있다. 일단 움직이게 되면 우리가 할 일은 계속 나아가는 것, 그것뿐이다.
Secret 3 사랑은 가장 강력한 치료약이다
사랑하기로 선택하면 기적이 일어난다당신은 사랑의 힘을 깨닫고 진작부터 사랑을 주고받는 능력을 키워왔을지 모른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직장에서 해고당하거나 회사가 파산하거나 아니면 소중한 관계가 무너지거나 소중한 사람이 병에 걸린다. 사랑을 치료약으로 쓴다는 말은 이토록 암담한 시기에도 그렇기에 더더욱 사랑에 힘쓰는 것을 의미한다.
균형이 깨지고 건강이 나빠지면 환자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이때 환자는 자신의 몸이 전하는 메시지를 차단하거나 적대감을 느끼며 점점 몸을 외면하게 된다. 특히 자기 몸이 지금까지 자신의 간절한 바람을 저버렸다고 느끼거나 앞으로 자신이 그런 일을 당할 거라고 느끼는 환자는 더욱 그렇다. 나는 의사로서 이런 사례를 수없이 목격했다.
내 환자 중에 캐럴린은 난임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임신 자체가 어려웠고 임신이 되더라도 출산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아기를 갖도록 최선을 다해 도왔지만 캐럴린은 다섯 차례나 유산했고, 그것도 매번 임신 후 같은 시점에 아이를 잃었다. 여섯 번째 임신했을 때 캐럴린은 이번에는 아이를 만날 수 있으리라 조심스럽게 기대를 걸어보았다.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매번 유산했던 그 시점에 이르자 하혈을 시작했다. 당황하고 놀란 캐럴린이 내게 전화했다. 캐럴린이 흐느끼며 말했다.“아기를 또 잃을 게 틀림없어요. 아이를 지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니 어쩜 이렇게 무기력할까요.”나는 캐럴린이 당장 두려움을 줄일 수 없다면 사랑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캐럴린에게 말했다.“지금 아기에게 가장 필요한 건 엄마의 사랑이에요.”
그 상황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기에 나는 캐럴린에게 겁먹지 말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나는 캐럴린이 두려움이 아니라 사랑에 집중하도록 할 수는 있었다.나는 캐럴린에게 아기의 영혼과 대화를 나누라고 했다.
“엄마는 정말 간절히 네가 이 세상에 나와 엄마를 만나주길 원하니 제발 떠나지 말아줘.”
아기에게 이렇게 간청하라고 말했다.
“아기에게 엄마랑 함께 이 난관을 함께 이겨내자고 말해요.”
캐럴린은 저녁 내내 아기와 대화를 나누었다. 남편이랑 자신이 아기를 갖길 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또 배 안에서 자라고 있는 아기를 이미 얼마나 사랑하는지 설명했다. 그리고 어떤 일이 생겨도 아기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이튿날 아침 캐럴린은 출혈이 멈추었다. 캐럴린은 초음파검사를 받으러 왔고, 나는 아기의 심장 박동을 확인했다. 아기는 무사했다.
마침내 캐럴린의 아기는 열 달을 채우고 세상에 나올 때가 되었고 나는 분만을 돕는 축복을 받았다. 이번에도 나는 천사들의 노랫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아기를 손으로 받았을 때 나는 아기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기 얼굴에는 당시에 ‘언청이’라고 불리던 구순구개열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구순구개열을 치료하려면 여러 차례 수술해야 한다. 나는 구순구개열이 저절로 치유되는 사례를 본 적이 없었는데 캐럴린의 아기는 자연적으로 치유된 것 같았다. 나는 캐럴린이 아기와 대화를 나누던 날 밤을 떠올리며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위대한 외과의가 그때 이미 일을 끝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