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역 채근담
홍자성 지음 | 부키
초역 채근담
홍자성 지음
부키 / 2025년 4월 / 264쪽 / 18,000원
1부 삶의 태도에 대하여
사람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산다부끄럽지 않게 정직한 태도로 살아가는 사람은
일시적으로 출세의 길에서 벗어나기도 하고
불우한 처지에 놓이기도 한다.
반면, 권력자의 비위를 맞추고 아첨하는 자는
당장은 대접받으며 득의양양한 생활을 할지 몰라도
그것이 결코 오래 이어지지 않는다.
차라리 한때 불우하고 고독할지언정
영원히 불쌍하고 처량해질 일은 피해야 한다.
곧은 의지는 담백한 생활에서 나온다소박한 음식을 먹고 검소하게 사는 사람은
대개 청아한 마음을 지닌다.
반면, 호화롭고 사치스럽게 지내는 사람은
힘 있는 자에게 아첨하며 따르다가
어느새 자신의 의지나 신념을 잃는 일이 많다.
의지는 욕심 없는 담백한 생활로 더욱 빛나고,
절개와 지조는 달콤한 맛과 아름다운 옷을 좇다가
점차 잃어버리는 법이다.
결국 평범한 것에 답이 있다남을 함정에 빠뜨리는 책략이나 기묘한 습관,
이상한 행동이나 평범하지 않은 능력은
세상을 살면서 화를 불러오는 씨앗이 된다.
본래 인간이 갖추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인간성과 평범한 행동만으로도
충분히 평온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다.
인생의 참된 맛길고 오래가는 맛은
진하고 좋은 술을 마시는 유복한 생활이 아니라
콩죽을 할짝거리는 소박한 생활에서 얻어진다.
쓸쓸하고 울적한 마음은
적막한 가운데 생기지 않으며
피리를 불고 거문고를 타는 데서 나온다.
결국 화려한 맛은 오래 지속되지 않으며
담백함 속에 진정한 풍미가 있다.
아무 일 없이 평범한 하루가 곧 행복이다즐거운 일이 있다고 기뻐하자마자 곧 문제가 생기고,
일이 잘 풀린다고 생각하자마자 금세 불운이 닥치니
인생이란 결국 이런 것이다.
그저 평범한 한 끼 식사와 흔해 빠진 일상 가운데
평온하고 안락한 인생의 정수가 담겨 있다.
지금 내 삶에서 덜어내야 할 것인생에서 무언가를 덜어 내면
그만큼 불필요한 근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인간관계를 줄이면 성가신 일에 덜 휘말리고,
말수를 줄이면 실수할 일이 줄어든다.
생각을 줄이면 정신적으로 소모되지 않고,
똑똑한 척하는 것을 줄이면
타고난 본성을 회복할 수 있다.
줄일 생각은 하지 않고 늘리려고만 하는 사람은
온갖 것에 자신을 옭아매 옴짝달싹하지 못한다.
2부 마음가짐에 대하여
마음이 즐거워야 만사가 순조롭다폭풍우가 몰아치는 날에는
새들도 두려움에 떨지만
맑고 온화한 날씨에는
풀과 나무도 기뻐한다.
자연에 따스한 기운이 필요하듯이
사람의 마음에도 즐거움이 없어서는 안 된다.
즐김은 과하지 않게, 노력은 모자람 없이이익을 보고 남보다 앞서 달려들지 않으며,
세상을 위하고 사람을 돕는 일에는
남보다 뒤처지지 않게 하라.
남에게 받아서 누리는 것은
분수를 지켜 선을 넘지 않아야 하며,
자신을 다스리고 단련하는 것은
모자람이 없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인격을 높이기 위한 조건인격은 다른 사람을 포용할 줄 아는 도량에 달려 있고,
도량의 크기는 세상을 바라보는 식견에 달려 있다.
따라서 인격을 높이고자 한다면 도량을 키워야 하고,
도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식견을 넓혀야 한다.
사람이 죽고 시대가 바뀌어도 사라지지 않는 것사업이나 학문으로 제아무리 큰 업적을 남겨도
사람이 죽으면 그걸로 끝이다.
그러나 그가 쌓아 올린 정신은
세월이 흘러도 면면히 이어지는 법이다.
명예나 재산은 시대에 따라 옮겨 가지만,
인간의 신념과 뜻은 후세에까지 길이 칭송된다.
그러니 지위나 명예, 재산이나 업적에 마음을 빼앗겨
자신의 신념과 뜻을 굽히는 어리석은 짓을 해서는 안 된다.
인격이 높은 사람의 네 가지 태도첫째, 곤경에 처해도 아무 일 아니라는 듯 태연함을 잃지 않는다.
둘째, 술자리에서도 흥에 취하지 않고 말과 행동을 조심한다.
셋째, 권력자 앞에서도 굽신거리지 않고 의연한 태도를 유지한다.
넷째, 어렵고 의지할 데 없는 사람을 만나면 연민과 위로의 마음으로 대한다.
3부 자기 통제에 대하여
잘나갈 때일수록 자신을 돌아보라타인이 친절을 베풀거나 후한 대우를 해 줄 때
생각지 못한 해로운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따라서 무슨 일이든 생각대로 되어 가는 때일수록
자신을 되돌아보고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때로는 실패나 좌절을 맛본 뒤에
그것을 계기로 삼아 성공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라도
곧바로 포기하듯 내던져서는 안 된다.
오만함은 객기일 뿐이다자신을 뽐내며 타인을 얕잡아 보고 으스대는 것은
전부 객기에 지나지 않는다.
자만심을 버리고 겸허하게 자신을 직시할 때
비로소 진정한 실력에서 나오는 자신감이 생긴다.
욕망에 사로잡히고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은
다 헛된 마음에 속한다.
이 헛된 마음을 지운 뒤에야
비로소 그 사람의 본래 마음이 나타난다.
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먼저다자신을 괴롭히는 온갖 유혹을 없애려면
먼
저 자기 마음과 싸워 이겨야 한다.
자신의 앞길을 간섭하고 가로막는 사람이 있다면
먼
저 자기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마음이 평온해지면 가히 방해자를 물리칠 수 있다.
남에게 베푼 것은 잊고 받은 것은 기억하라남에게 베푼 은혜는 잊어라.
그러나 남에게 잘못한 일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남에게 받은 은혜는 잊지 마라.
그러나 남에게 품은 원망은 잊어야 한다.
극단으로 치닫지 말라뜻은 높아야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져선 안 되고,
사고는 주의 깊고 치밀해야 하나
자잘한 것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
취향은 맑고 담백해야 하지만
무미건조해서는 안 되고,
신념은 엄격하게 지켜야 하지만
너무 완고해서도 안 된다.
생각은 깊게 하되 의심이 깊어서는 안 된다남을 해쳐서는 안 되지만 남에게 해코지당하지는 않도록 경계하라.
이는 사려 깊지 못한 사람을 깨우치는 말이다.
차라리 남에게 속을지언정 남이 나를 속일 거라고 넘겨짚지 말라.
이는 지나치게 앞을 내다보려는 사람을 훈계하는 말이다.
이 두 가지를 함께 가슴에 깊이 새기면
명쾌한 판단력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할 수 있다.
내 뜻을 지키며 세상을 이롭게 하는 세 가지내 마음을 어둡게 하지 않고,
남을 야박하게 대하지 않으며,
재물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
이 세 가지를 유념하면
자기 뜻을 확고하게 세우고
사람들의 생활을 안정시키며
자손을 위해 복을 지을 수 있다.
부와 지혜를 어떻게 쓸 것인가현명한 사람은 하늘이 내려 준 지혜로
어리석은 사람들을 깨우칠 책임이 있다.
그러나 그들 대다수는 자신의 지식과 재능을 과시하고
타인의 단점을 비판할 뿐이다.
유복한 사람은 하늘이 내려 준 부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책임이 있다.
그러나 그들 대다수는 자신의 재산을 등에 업고
가난한 사람을 업신여기며 괴롭힌다.
천벌을 받을 일이 아닐 수 없다.
4부 인간관계에 대하여
물러서고 내어 주는 지혜좁은 샛길에서는 한 걸음 물러서
다른 사람에게 길을 양보한다.
서로 앞서가려고 다투면 길은 더욱더 좁아질 뿐이다.
또한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는
먼저 다른 사람이 맛볼 수 있게 나누어 준다.
이것이 세상을 편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하나의 비결이다.
계산하지 말고 베풀어라남에게 무언가를 베풀 때,
속으로 자신이 한 일을 의식하지 않고
밖으로 감사나 대가를 바라지 않으면
작은 베풂도 막대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남에게 무언가를 베풂으로써
자신의 이익을 꾀하거나 보답을 기대한다면
큰돈을 쓰고도 한 푼의 가치조차 낳지 못한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 유념할 세 가지첫째, 남의 사소한 잘못을 나무라지 않는다.
둘째, 남의 숨기고 싶은 비밀을 들추어내지 않는다.
셋째, 남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마음에 담아 두지 않는다.
이 세 가지를 염두에 두고 관계를 맺으면
자신의 인격을 갈고닦게 될 뿐 아니라
남에게 원망을 들을 일도 없다.
일과 관계에서 놓치기 쉬운 세 가지첫째, 옛 친구를 만날 때는 마음가짐을 더욱 새롭게 한다.
둘째, 은밀한 일을 다룰 때는 더욱 분명한 태도를 취한다.
셋째, 약자에게는 더욱 예의와 배려를 다해 따뜻하게 대한다.
지위가 높을수록 신경 써야 할 네 가지힘 있고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일수록
아래 네 가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첫째, 몸가짐과 태도를 공정하고 분명하게 한다.
둘째, 온화한 마음을 유지하고 웃는 얼굴로 사람을 대한다.
셋째, 권력과 이익에만 집착하는 사람을 가까이 두지 않는다.
넷째, 과격한 행동으로 시답지 않은 자들의 원망을 사지 않는다.
관직과 가정생활에 필요한 덕목관직에 있는 사람이 명심할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 공평하면 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
둘째, 청렴하면 위엄이 선다.
가정생활에 필요한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 배려심으로 대하면 모두의 마음이 평온해진다.
둘째, 검소하게 살면 살림에 여유가 생긴다.
5부 세상을 보는 관점에 대하여
고요한 가운데 자신의 마음과 마주하라깊은 밤, 모두가 잠자리에 들어 고요한 때
자신의 마음과 마주하라.
그러면 수많은 번뇌가 사라지고
깨끗한 진짜 마음이 보인다.
참된 마음은 느긋하고 자유롭다.
하지만 참된 마음이 나타나도
번뇌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그때 비로소 진정으로 자신을 반성할 수 있다.
주관을 갖고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라많은 사람이 의심한다고 하여
자신의 의견을 쉽게 굽혀서는 안 되고,
자신의 주장만이 옳다며
타인의 의견을 배척해서도 안 된다.
편파적으로 행동하여 원칙을 손상시키지 말고,
여론을 이용하여 개인적인 감정을 풀지 말라.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이다물고기를 잡으려고 그물을 던졌는데
뜻밖에 큰 기러기가 걸릴 때가 있다.
또한 먹잇감을 노리는 사마귀를
그 뒤에서 참새가 노릴 때도 있다.
이처럼 계략 속에 계략이 숨어 있고,
뜻하지 않은 일로 가득한 것이 세상이다.
그러니 사람의 얕은 지혜나 계략 따위를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티끌과 거품처럼 덧없는 것이 인생산천과 대지도 언젠가 티끌로 부서지는데
하물며 티끌 속의 티끌에 불과한 인간은 어떻겠는가.
피와 살로 된 인간의 육체조차 물거품처럼 사라지는데
거품의 거품과도 같은 명예나 지위, 재산은 어떻겠는가.
그러나 이는 상당한 지혜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깨닫기 어렵다.
변화를 겪어야만 참모습이 나온다광석을 정련해서 황금을 얻고
원석을 가공해서 보석을 만드는 것처럼,
변화를 거치지 않으면 진리를 구할 수 없다.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하는 가운데 깨닫는 것이 있듯이
고매한 경지도 속된 세상 가운데서 얻어진다.
6부 일상생활에 대하여
매사에 약간의 여유를 둔다매사에 완벽하기보다
약간의 여유를 남겨 두어야 한다.
능력을 발휘할 때도, 이익을 추구할 때도
‘다소 부족한’ 정도가 안성맞춤이다.
그러면 안팎으로 근심을 불러들일 일이 없다.
한번 유혹에 빠지면 돌이키기 어렵다욕망에 관계된 일은
비록 가벼이 즐길 수 있는 것일지라도
안이하게 손대서는 안 된다.
일단 한번 맛을 알아버리면
그것에 빠져서 도저히 멈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으로서 올바른 행동을 할 때는
제아무리 어려운 일이라고 해도
결코 꽁무니를 빼서는 안 된다.
한번 거기서 도망치면
점차 도리에서 벗어난 방식으로 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껍데기가 아닌 본질을 생각하라책을 읽어도 그 뜻을 가슴으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문자의 노예가 될 따름이다.
관직에 올라 민중을 아끼고 그들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면
그저 월급도둑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