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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 삶을 사랑할 것인가

마이클 노턴 지음 | 부키


어떻게 이 삶을 사랑할 것인가

마이클 노턴 지음

부키 / 2025년 4월 / 348쪽 / 19,800원





1부 리추얼로 삶을 채우다



인생의 의미를 찾아서


나는 어렸을 때 일요일만 되면 가톨릭 신자였던 부모님과 목청 대결을 벌이며, 성 테레사 성당에 미사를 보러 가지 않겠다고 박박 우겼음에도 매번 뜻을 이루지 못했다. 내가 특히 싫었던 것은 설교가 아니라, 대본처럼 짜인 순서였다. 걸어 들어가서, 앉고, 일어서고, 성호를 긋고, 촛불을 켜고, 먹고, 마시고, 악수하고, 노래하고, 걸어 나오는 식이었다. 그 자리에 모인 신도들은 누구나 그 순서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나는 마치 기계적으로 시늉만 하는 기분이었다.

그 특정한 리추얼은 내게 맞지 않았지만, 나도 좋아하는 리추얼이 있었다. 특히 할로윈부터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를 거쳐 새해 전야에 이르는 연말 연휴가 좋았다. 이유는 아마 짐작할 것이다. 촛불, 달콤한 사탕, 다정한 친척들, 느슨한 취침 시간, 선물…. 여덟 살 아이가 그런 리추얼을 더 좋아한 건 어쩌면 당연했다. 사탕과 장난감의 강렬한 매력은 물론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가장 사랑했고 지금까지 마음속에 남아 있는 것은, 우리 가족만의 방식으로 명절을 보냈던 기억이다. 일 년에 한 번 트는 아버지의 턴테이블에서는 조니 마티스의 《메리 크리스마스》 앨범에 담긴 노래가 지직거리며 흘러나왔고, 추수감사절이면 칠면조 속을 3가지 재료로 준비하곤 했다. 오랜 세월에 걸쳐 리추얼로 자리 잡은 그 행동들이 있었기에 우리 가족은 우리 가족일 수 있었다. 그 리추얼이 곧 우리 가족이었다.

리추얼은 습관이 아니다:
그렇다면 리추얼은 무엇일까? 알고 보니 리추얼을 정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리추얼은 무엇이 아닌가’를 살펴보는 것이었다. 내가 리추얼과 습관의 차이에 관한 실마리를 처음 잡은 것은 치과에서였다. 내가 평소에 어떻게 칫솔질하는지 떠올려 보았다. 왼쪽부터 시작하던가, 오른쪽부터 시작하던가? 앞니부터 닦나, 어금니부터 닦나? 그 밖에 옷 입기, 설거지, 컴퓨터 작업 등 내가 일상적으로 하는 수많은 행동도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았다.“당신은 아침에 일어나서 양치를 하고 샤워를 하는가? 샤워를 하고 양치를 하는가?”



나는 청중 앞에서 강연할 때마다 이 질문을 던진다. 놀랍게도 사람들의 대답은 거의 항상 반반으로 갈렸다. 이 두 활동을 어떤 순서로 하는 것이 ‘올바르다’는 정설은 없는 듯하다. 그런 다음 순서를 바꿔서 하는 상상을 해보라고 주문한다. 샤워를 먼저 하는 사람은 양치를 먼저 하는 상상을, 양치를 먼저 하는 사람은 샤워를 먼저 하는 상상을 해보는 것이다.질문: 순서를 바꿔서 한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어떤가?

A: 상관없다.

B: 기분이 이상한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A라고 답했다면, 당신에게 2가지 일은 아침 루틴에 가깝다. 샤워도 하고 양치도 해야 하지만, 그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 해치워야 할 일이므로 하는 것뿐이다. 반면 B라고 답했다면, 즉 이유는 설명하지 못하겠지만 바뀐 순서가 왠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조금이라도 든다면, 두 행위의 연속은 당신에게 리추얼에 가깝다. 그 아침 루틴은 당신에게 청결과 건강이라는 보상을 주는 자동화된 습관 이상의 어떤 것이다. 실제적 보상 이외에도 감정적, 심리적 영향이 있는 리추얼이다. 당신에게는 그 일을 하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는지(이 경우는 그 순서)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리추얼을 습관과 구분 짓는 요인은 무엇일까?

습관의 본질은 ‘무엇을’ 하는가에 있다:
습관은 ‘무엇’에 해당한다. 양치질을 하고, 헬스장에 가고, 녹색 채소를 먹는 행위 자체다. 우리는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바꾸려 하고, 좋은 습관이 자동화되기를 바란다. 그러면 별다른 노력이나 생각 없이도 일정한 루틴을 수행함으로써 A라는 지점에서 B라는 지점으로 나아갈 수 있다.

리추얼의 본질은 ‘어떻게’ 하는가에 있다:
리추얼은 단순히 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수행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저 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방식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리추얼은 본질적으로 감정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에,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습관과 다르다. 예를 들어, 아침 리추얼을 정확히 수행하면 ‘아침을 제대로 시작한’ 느낌이고 ‘하루를 부딪쳐나갈 준비가 된 기분’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반면, 평소에는 별로 의식하지 않았던 아침 리추얼이 어그러지면(예를 들어 좋아하는 치약이 다 떨어져서 가족의 것을 대신 이용하는 경우) 하루 종일 ‘뭔가가 어긋난 기분’이라고 한다.

리추얼에 해당하는 행동이 따로 있고 습관에 해당하는 행동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행동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행동에 부여하는 감정과 의미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똑같이 커피를 내린다고 하자. 한 사람은 커피를 최대한 빨리 내려 카페인을 섭취하는 것이 목표다. 즉, ‘무엇’이 중요하다. 반면, 다른 한 사람은 ‘어떻게’가 중요하다. 굵게 간 커피 원두만 사용하고, 프렌치 프레스 외에는 쓰지 않는다. 같은 행동이라도 첫 번째 사람에게는 자동화된 습관일 뿐이지만, 두 번째 사람에게는 의미 있는 리추얼이다.

습관은 우리 삶의 일정 측면을 최적화하는 데 유용하지만, 신호, 반복 행동, 보상이라는 기계적 영역에 우리를 가둔다는 한계가 있다. 우리는 최적화와 효율화에 집착한 나머지 수많은 리추얼을 이루는 독특한 행동이야말로 삶을 가치 있고 더욱 사랑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일 수 있음을 간과한다. 그 차이는 흑백 영화와 컬러 영화의 차이에 비견할 만하다. 좋은 습관은 삶을 자동화하여 일을 척척 해치울 수 있게 해준다. 반면 리추얼은 삶을 생동하게 하여 한층 더 풍요롭게 마법처럼 변모시킨다.

리추얼은 감정 유발제다:
삶을 생동하게 하는 리추얼의 힘은 본질적으로 감정적인 리추얼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감정이란 인간이 특정한 필요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라고 한다. 우리는 슬퍼지면 평소 좋아하던 시트콤을 시청하여 행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외로워지면 누군가에게 안아달라고 하여 허전함을 달랠 수 있다. 그러나 감정을 도구로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감정을 마음대로 불러일으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슬프거나 우울할 때 행복해지기로 다짐한다고 해서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기분을 바꾸거나 북돋으려면 영화를 보든 좋아하는 음악을 틀든 무언가를 해야 한다. 이때 리추얼이 요긴한 역할을 한다. 리추얼의 역할이 ‘감정 유발제(emotion generator)’라고 생각해도 좋다. 특정한 일련의 행위가 특정한 감정과 연관되면, 그 일련의 행위로 이루어진 리추얼을 통해 그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마치 빵을 구울 때 이스트가 촉매 역할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리추얼은 실컷 울어도 좋다는 허락일 수도 있고, 분노를 발산할 기회일 수도, 경외감과 신비감을 느끼는 계기일 수도 있다. 나는 리추얼이 인간이 가진 폭넓은 감정 레퍼토리를 소환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도구 중 하나라고 본다. 우리는 리추얼을 통해 즐거움과 신비감과 평온함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집안일, 매일 하는 운동 같은 평범한 활동을 자동화된 경험에서 생동하는 경험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

DIY 리추얼 _ 내 손으로 만드는 관행:
나는 수년간 동료들과 함께 미국 전역에 거주하는 다양한 연령의 종교 신자와 비신자 수천 명을 대상으로 특정한 영역이나 특정 시기에 리추얼에 의존하는지 물어보았다. 응답자들이 말하는 리추얼 중 상당수는 문화, 가족, 종교의 전통에서 유래한 유산 리추얼이다. 이렇게 대대로 내려오는 리추얼은 역사적, 종교적인 무게감이 있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개인과 집단을 맺어주는 역할을 한다.

유대교의 유월절 만찬에서 무교병을 먹는 것처럼 특별한 의상, 음악, 춤, 음식 등 풍부한 감각적 경험을 통해 사회적 결속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전통적인 유산 리추얼만을 실천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리추얼을 통째로 또는 부분적으로 만들어내고 있었다. 나는 그와 같은 독특하고 참신한 관행을 ‘DIY 리추얼’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면, 우리 부부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시켜주는 리추얼이 있었다. “우리는 키스를 할 때 꼭 세 번씩 한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22년 동안 그렇게 했으니 이제 세 번을 하지 않으면 너무 이상하다.”

미국인의 일상 속 리추얼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리추얼이 얼마나 생활화되어 있으며 얼마나 독특하고 감정적으로 풍부한 양상을 보이는지 알 수 있었다. 리추얼은 우리가 각자의 문화 도구함에서 다양한 재료를 취사선택하여 스스로 개조하거나 창조해내는 관행이다.

나는 누구인가 _ 나만의 리추얼 시그니처:
DIY 리추얼은 감정 유발제의 역할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과학 용어로 ‘정체성 작업’이라고 하는 능동적 과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개인적인 리추얼을 만드는 과정에서 리추얼이 고유한 자아정체감을 부여하고 표현하는 수단이 됨에 따라, 리추얼에 대한 소유감이 생겨난다. 지극히 사소하고 평범한 행위를 포함해 개인의 행위가 구체적으로 이루어지는 방식, 즉 ‘어떻게’에 해당하는 부분을 나는 그 사람의 ‘리추얼 시그니처(ritual signature)’라고 부른다.

내가 매일 달리기를 하는 것은 습관일지라도, 달리기 애호가라는 나의 정체성을 확인해주는 것은 신발끈을 묶는 나만의 방식이다. 우리 가족이 매년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는 것이 습관이라면, 우리를 가족으로 묶어주는 것은 조니 마티스의 앨범을 턴테이블로 듣는 리추얼이다. 요컨대 개인의 고유한 리추얼 시그니처, 즉 리추얼의 방식(‘어떻게’)은 삶의 목적(‘왜’)과 깊이 맞닿아 있다.

애쓴 만큼 풍요로워진다


이케아 효과 _ 직접 만들면 더 소중해진다:
나와 동료 연구자들은 평범한 물건으로 실험해보았다. 검은색의 이케아 보관상자였는데, 원래는 CD 보관용으로 나온 제품이었다. 연구를 진행할 당시에 이미 CD는 거의 쓰이지 않는 물건이었다.

우리는 미국 남동부의 한 대학교에서 실험 참가자 52명을 모집했다. 각 참가자에게 5달러의 참가비를 주고, 두 그룹 중 하나에 배정했다. 첫 번째 그룹에는 조립이 완료된 상자를 주고 살펴보게 했다. 두 번째 그룹에는 조립되지 않은 상자와 조립 설명서를 주고 직접 조립하도록 했다. 그런 다음 그 상자를 얼마에 살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이미 조립된 상자를 살펴보기만 한 사람들은 평균 0.48달러에 사겠다고 답한 반면, 직접 상자를 조립한 사람들은 평균 0.78달러에 사겠다고 답했다. 63% 더 높은 금액이었다. 우리는 이케아 상자뿐만 아니라 DIY 종이학과 레고 세트를 사용한 실험에서도 참가자들이 자신이 만든 물건에 한결같이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많은 사람들이 옛날 옛적 도예 수업에서 만든 이 빠진 머그잔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이 ‘이케아 효과(IKEA effect)’로 설명할 수 있다. 그 물건들은 우리의 소유물일 뿐 아니라, 우리가 나름의 정성을 들인 대상이기에 교감을 느끼고 더 소중히 여기게 된다.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수행하는 리추얼을 조사해보니, DIY 리추얼을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유산 리추얼은 말 그대로 기성품이다. 미리 조립된 이케아 상자처럼, 우리의 관여 없이 미리 조립된 리추얼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우리만의 독특한 개인적 리추얼은 맞춤 제작인 셈이다. 케이크든, 별것 아닌 CD 보관함이든 공을 들일수록 애정이 더 많이 간다. 누구나 일상 속의 지극히 평범한 장면을 치르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다. 그렇게 세월에 걸쳐 나만의 것이 된 행위가 바로 우리의 리추얼 시그니처다. 우리는 자신만의 리추얼을 통해 주변 환경에 나름의 정성을 들이고, 동시에 더욱 풍요롭고 깊이 있는 삶을 경험하게 된다.



2부 새로운 나를 만나다



수행: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기


공연 시작 5분 전. 당신은 무대 뒤의 어둑한 공간에 서 있다. 곧 커튼이 열리고 스포트라이트가 비출 것이다. 객석에서 웅성이는 소리가 파도처럼 넘실거리며 들려온다. 사람들은 오늘 저녁 이곳에 당신을, 오직 당신만을 보러 왔다. 무대 중앙에는 찬란한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다. 4분 후, 당신은 무대로 걸어 나갈 것이고 청중들은 환호를 터뜨릴 것이다. 그리고 고요한 정적이 깔릴 것이다. 당신은 의자에 앉아 손을 건반 위에 올릴 것이다. 청중들은 세 곡의 소나타를 당신의 연주로 들으려고 모였고, 당신이 최상의 모습을 보여주길 원한다.

3분 전, 등줄기로 식은땀이 흐른다. 당신은 오직 이 순간을 위해 연습했다. 하지만 주로 혼자서, 자신만의 공간에서, 자기 스타일로 연습했다. 불안감이 엄습한다. 2분 전, 객석의 불이 꺼진다. 청중들이 자세를 고쳐 앉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1분 후면 커튼이 열리고, 수많은 얼굴을 마주해야 한다. 60초 안에 쿵쾅거리는 가슴을 잠재우고,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공포를 삼켜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어떻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스뱌토슬라프 리흐테르에게는 간단한 방법이 있었다. 바닷가재를 생각하는 것. 리흐테르는 공연이 있을 때마다 분홍색 플라스틱 바닷가재를 공단으로 안감을 댄 상자에 넣고,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 가지고 다녔다. 연주할 때도 꼭 가까운 거리에 두었다. 에롤 모리스는 리흐테르의 생애를 조명한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에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바닷가재 없이는 연주할 수 없다는 것.” 리흐테르는 엄청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분홍색 플라스틱 바닷가재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스스로 느꼈다. 공연을 할 때면 절대 자신의 리추얼을 어기지 않았다. 바닷가재는 그에게 잘 조율된 피아노 못지않게 중요했다.

‘그 이상의 무엇’을 얻기 위한 리추얼:
중요한 활동을 앞두고 벌이는 ‘수행 리추얼(performance ritual)’은 리추얼적 행동 중에서도 가장 다채롭고 이목을 끄는 예로 꼽힌다. 기량의 절정에 이른 많은 스타가 수행 리추얼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니스 챔피언 세리나 윌리엄스는 첫 서브 전에 공을 바닥에 다섯 번 튕기고, 두 번째 서브 전에는 두 번 튕긴다.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항상 오른발로만 필드에 첫발을 내디딘다. 발레리나 수전 패럴은 작은 장난감 쥐를 레오타드 안쪽에 핀으로 고정하고, 무대에 오르기 전에 성호를 긋고 자기 몸을 두 번 꼬집었다. 에세이 《상실 The Year of Magical Thinking》로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작가 조앤 디디온은 글이 막힐 때마다 작업 중인 원고를 비닐 봉투에 넣어 냉동실에 보관했다.

이미 자기 분야에서 정점에 오른 사람들이, 왜들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 걸까? 에롤 모리스는 리흐테르를 조명한 글에서 그 이유를 정확히 짚어냈다. “할 수 있다는 것은 할 수 있다는 생각과 믿음을 의미한다. 피아노 연주 실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이상의 무엇’이 필요하다.” 실력은 기본이고, 실력을 적시 적소에서 제대로 발휘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리추얼은 어디에나 있다:
중요한 활동을 앞두고 벌이는 수행 리추얼의 목적은 잡힐듯 잡히지 않는 그 이상의 무엇을 갖춤으로써 불안감을 이겨내고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상급 기량의 보유자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도 회의를 주관하거나, 취업 면접을 치르거나, 그 밖에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일을 해야 할 때와 같이 일상의 수많은 영역에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준비하기 위해 수행 리추얼에 의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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