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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금속 이야기

다나카 가즈아키 지음 | 시그마북스


세계사를 바꾼 금속 이야기

다나카 가즈아키 지음

시그마북스 / 2025년 3월 / 312쪽 / 19,800원





금속, 어디에서 탄생했고 어떻게 인류와 만났을까



철광석과 구리 광석의 기원: 생명과 지구환경이 광석을 만들었다(19억 년 전부터 기원전 38년까지)
철광석의 생성: 철광석은 세계 곳곳에서 산출된다. 이것은 태고의 탄산 바다에 잔뜩 녹아들었던 철이 시아노박테리아가 토해 내는 산소와 달라붙어서 산화철이 되어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가라앉는 양은 계절 변동이나 기후 변동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래서 마치 나무의 나이테 같은 줄무늬의 광상이 만들어졌다.

현대에 사용되고 있는 철광석은 태고의 바다에서 시아노박테리아가 만들어냈던 산화철의 두꺼운 층이 융기해 육지가 된 장소에서 채굴된 것이다. 깊게 구멍을 팔 필요도 없이 지표면에 있는 광석을 긁어내기만 하면 된다. 흔히 ‘노천 채굴’이라고 부른다. 철광석은 세계의 어떤 장소에서나 발견되는 까닭에 세계의 수많은 지역에서 철기를 사용하는 문명이 발생했다.

‘철광석을 너무 많이 파내서 다 없어지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하는 사람을 가끔 보는데, 그럴 일은 절대 없다. 철분 농도가 높은 고품질의 철광석만 해도 최소 수백 년은 고갈되지 않으며, 철분의 농도가 조금 낮은 철광석도 사용한다면 자원량은 수십 배로 불어난다. 지구의 중량 3분의 1이 철이다.

구리 광석을 채굴할 수 있는 장소:
구리 광석을 채굴할 수 있는 장소는 철광석과 달리 한정되어 있다. 구리 광석은 생성되는 방식이 철광석과 다르기 때문이다.

구리 광석이 있는 장소는 먼 옛날의 해저 지각이 갈라진 곳(플레이트 경계)의 위쪽이다. 이곳에는 고온의 마그마가 지표 근처까지 올라와 있으며, 지각이 갈라진 곳으로 스며들었던 바닷물이 고온의 마그마와 접촉해서 증기가 되어 다시 지각의 갈라진 곳에서 상승한다. 이 과정에서 암석 속의 황화광물이 녹아들어 바닷물 속으로 밀려 나오고, 바닷물에 식어서 다시 입자가 되어 해저에 가라앉는다. 이런 장소가 구리 광상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윽고 해저가 융기해 해면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고대의 청동기 문명은 바로 이런 땅에서 번성했다. 이집트 문명, 미노스 문명, 그리스 문명, 메소포타미아 문명, 아시리아 문명, 인도 문명 등 청동기 문명이 번성한 장소를 지도에 표시해보면 플레이트 경계 위에 집중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중국 문명은 플레이트 위에서 번성했으나, 청동기를 사용한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다른 문명권보다 빠르게 철기 문명으로 이행했다.

인류 최초 정련 금속 구리 _ 동기와 청동기


동기와 청동기:
인류가 스스로 정련한 최초의 금속은 구리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구리 광석은 색이 선명한 녹색 또는 청색을 띠는 까닭에 발견하기가 쉽다. 또한 활활 태운 목탄 속에 광석을 집어넣기만 해도 광석으로부터 산소나 황을 빼앗는 환원 반응에 필요한 온도를 얻을 수 있기에 구리 광석으로부터 손쉽게 구리를 얻을 수 있었다.

구리를 도구로 사용할 때의 문제점은 무르다는 것이다. 돌로 두드려서 칼끝을 날카롭게 만든다 해도 금방 무뎌진다. 그러나 이 문제도 구리를 다른 금속과 섞음으로써 해결했다. 구리와 주석을 함께 가열하면 구리만 단독으로 가열할 때보다 200도나 낮은 875도 정도에서 액체가 된다. 게다가 이것을 식혀서 굳히면 구리만 단독으로 가열했을 때보다 훨씬 단단해진다. 이것을 청동이라고 부른다. 이 기술은 순식간에 세계 각지로 보급되어 갔다. 청동기의 이용이 시작된 것이다.

청동은 쉽게 녹일 수 있어 거푸집만 만들면 필요한 형태의 도구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을 주조(鑄造)라고 부른다. 도구가 닳거나 이가 빠지더라도 다시 녹여서 거푸집에 부으면 다시 예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그래서 제기(祭器)나 농기구, 무기 등에 적합한 재활용 소재가 되었다. 아마도 재생 이용이 불가능한 석기 시대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청동기 시대로 단번에 넘어갔을 것이다.

청동을 이용한 지역:
청동이 사용된 지역은 기원전 4000년의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중국, 인더스강 유역이다. 전부 구리 광석을 채취할 수 있었던 지역인데, 신기하게도 주석 광석의 경우는 채취가 안 되는 곳도 있었다. 청동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주석은 의외로 먼 곳에서 교역을 통해 조달했다. 로마 시대에 대(大) 플리니우스가 쓴 『박물지』에는 영국과 포르투갈, 스페인에 광대한 주석 채취 장소가 있었다는 내용이 있다.

주석 광석은 마그마로 뜨거워진 고온의 물이 주위의 암석으로부터 광물을 녹인 뒤 암석의 갈라진 틈으로 들어가 광맥을 만든 것이다. 그래서 채굴할 수 있는 장소가 한정적이었다. 귀중한 주석 광석을 채취할 수 있는 장소는 교역으로 융성했으며, 다른 나라의 침략 대상이 되기도 했다.

금속 역사에 등장하는 철의 종류 _ 수만 년 전부터 이용된 철
철의 이용: 사실 인류는 수만 년 전부터 철을 안료나 그림 도구로 이용해왔다. 산화철의 가루로 만든 새빨간 벵갈라(산화 제이철)나 갈색 또는 노란색 안료를 얼굴에 바르거나 무늬를 그리는 데 사용했다. 처음에는 지구 밖에서 낙하한 운철이나 삼림 화재 등으로 우연히 만들어진 자연 환원철을 사용했다.

인류가 철을 ‘금속’으로서 사용하기 시작한 때는 청동보다 이후다. 철광석에서 철을 추출하려면 청동을 만들 때보다 높은 온도가 필요한 까닭에 훨씬 어려운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었다.

광석에서 순철을 만들다:
그런데 먼 옛날 사람들은 목탄과 철광석만으로 철을 만들었다. 현대인의 생각보다 간단히 철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철광석을 목탄과 함께 노(盧) 속에서 태우면 목탄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가 철광석의 산소를 빼앗기 때문에 철을 얻을 수 있다. 이 방법은 광석에서 고체 철을 직접 만드는 까닭에 직접 제철이라고 부른다. 직접 제철로 만든 철은 불순물이 거의 들어 있지 않은 무른 철(순철)이다. 다만 목탄과 함께 태워 만든 순철은 마치 스펀지처럼 기포로 가득하다. 이런 스펀지철의 내부에는 이물질이 함유되어 있어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스펀지철을 가열해서 망치로 두드리는 번거로운 작업이 필요하다.

순철에서 강철을 만든다:
순철을 만드는 과정에서 대롱이나 풀무로 공기를 집어넣어 온도를 계속 높이면 목탄의 탄소가 순철에 스며드는 침탄 현상이 일어난다. 이렇게 해서 순철에 탄소가 들어가면 철이 강화되어 단단하고 강인해진다. 이것이 강철이다. 고대부터 유명한 강철로는 히타이트의 철, 인도의 우츠, 일본의 다타라강 등이 있다.

고로에서 선철을 만든다:
철광석에서 철을 많이 추출하기 위해서는 노에 강력한 바람을 불어 넣어서 목탄을 기세 좋게 태워야 한다. 노를 높게 만들면 노 전체가 굴뚝처럼 되어서 기세 좋게 공기를 빨아들인다(굴뚝 효과). 그래서 노의 높이는 점점 높아져 갔다.

제철을 위해서 건설된 키가 큰 노를 고로라고 부른다. 고로의 내부에서는 철이 장시간에 걸쳐 고온으로 유지된다. 그러면 철에 점점 탄소가 들어가며, 마지막에는 녹아 버린다. 이렇게 탄소가 많이 들어가서 녹아 버린 철을 용선이라고 부르며, 이것이 식어서 굳은 것을 선철이라고 한다. 용선은 녹은 상태라서 청동과 마찬가지로 불순물이 위로 떠오르며, 그 덕분에 품질이 좋아진다. 또한 용선은 유동성이 좋은 까닭에 거푸집에 붓는 주철이 된다.

고로는 BC 5세기경 중국에서 최초로 실용화되었다. ‘폭풍로’라는 이름의 고로에 수차를 동력원으로 사용해 바람을 불어 넣음으로써 철을 정련했는데, 이것이 주철 사용의 시작이다. 중국은 청동을 만들 재료가 부족했기 때문에 서양보다 일찍 철의 시대로 이행했다.

선철에서 탄소를 뽑아내 연철을 만든다:
액체 상태의 선철은 거푸집을 사용해서 주조해 제품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고체가 된 선철은 단단해서 가공할 수가 없다. 그래서 선철로부터 탄소를 뽑아내 가공성이 좋은 철로 만들었는데, 이것을 연철이라고 부른다.

강철의 매력:
선철은 단단하지만 가공할 수가 없다. 연철은 가공이 가능하지만 무르기 때문에 강도가 요구되는 부품에는 사용할 수가 없다. 반면에 탄소가 적당히 들어 있는 강철은 강도도 높고 가공도 가능해서 다양한 부품이나 구조재에 이용할 수 있다. 또한 가열한 뒤에 식히면 단단해져서 날붙이 등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영국에서는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나이프나 커틀러리(식사용 나이프, 포크, 스푼) 정도를 제외하면 강철에 대한 대량 수요가 없었다. 그러나 산업혁명이 본격화되어 증기기관을 비롯한 다양한 기계가 필요해지자 점차 강철의 수요가 높아졌다.

그리고 현재는 ‘강철의 시대’다. 선철이나 연철은 거의 사용되지 않고, 강철에 여러 가지 원소를 넣고 열처리를 병용해서 필요한 기능을 부가하는 ‘합금강’ 등이 만들어지고 있다.



금속, 인류의 문명을 만들다



청동기와 철기: 청동기 문명에서 철기 문명으로(기원전 5000년부터 기원전 1000년까지)
기원전 5000년부터 기원전 1000년은 고대 문명의 발흥기다.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서양 전 지역, 중국, 인도에 고대 문명이 등장했다. 금속의 사용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기원전 5000년에 메소포타미아에서 청동기의 사용이 시작되었고, 인접한 이집트와 서양으로 파급되어 갔다. 멀리 떨어진 인도나 중국에서 청동기가 사용된 시기는 각각 기원전 2300년과 기원전 1650년으로 훨씬 뒤다. 동양도 각지에서 청동기를 사용했던 흔적이 남아 있다.

메소포타미아에서 금속을 사용한 흔적으로는 기원전 5100년경의 것으로 보이는 말라카이트 광산의 구리 제련 유적이 있다. 기원전 3400년에는 수메르에서 운철을 가공해 철제품을 만들었다.

청동기는 이집트에서 살아남았다:
중국, 인도,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철기 문명이 번성했지만 이집트에서는 청동기 문화가 번성했다. 왜 이집트만이 청동기 문화였을까?

이집트에서는 기원전 5000년경의 고대 이집트 시대에 청동기 시대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구리와 황금, 운철 등의 소재 가공 기술을 발전시켜 문명을 만들어 냈다. 기원전 2700년에는 인력이나 자연의 풍력이 아니라 풀무를 사용한 정련을 시작했다.

초강대국 이집트는 주변의 국가들로부터 받은 조공을 통해서 발전했다. 조공품에는 금속도 포함되어 있어서, 주변 국가들로부터 청동을 조공 받고 그것을 녹여 청동기를 주조했다. 구리의 탄소 환원 온도는 155도이며,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주석을 넣은 청동의 녹는점은 800도 정도다. 따라서 청동기는 초고온을 만드는 정련 기술이 없어도 만들 수 있었다.

철의 이용과 문명의 발흥:
철이 발견된 것과 강철이 발견된 것은 그 의미가 크게 다르다. 철은 산불 등으로 지표의 철광석이 환원되어서 자연히 생길 가능성이 있다. 반면에 강철은 철에 탄소가 들어간 것으로, 인위적으로만 얻을 수 있다.

철광석을 녹여서 강철을 만드는 기술은 메소포타미아에 있었던 히타이트에서 시작되었다. 히타이트에서는 기원전 1800년경에 강철을 만들고 있었다. 이것이 가장 오래된 강철이다. 기원전 1400년경에는 칼리베스 출신의 야금술사가 제철 기술을 혁신해, 해면철에 침탄 처리를 함으로써 강철을 만들었다. 당시는 강철이 구리보다 8배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었다.

가장 오래된 강철이 발견된 곳은 튀르키예의 카만 카레휘위크 유적이다. 현재는 기원전 1800년의 지층에서 강철의 조각이 발견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파 내려가면 더 오래된 시대의 강철 조각이 출토될 가능성이 있다.

바다 민족:
제철 기술로 거대 제국을 건설했던 히타이트는 아나톨리아의 카스카족과 공방을 벌인 데다가, 기원전 13세기경 갑자기 발칸반도에 출현한 바다 민족의 침공을 받아 국력이 소모되었다. 그로 인해 그동안 독점하고 있었던 고도의 제철 기술도 주위로 퍼져 나갔다.

바다 민족은 서쪽 바다에서 찾아와 철기 문명을 자랑하던 히타이트 제국을 멸망시키고 세계의 맹주였던 이집트에 싸움을 건 무장 세력이다. 이들이 실존했다는 물적 증거는 거의 없지만, 이집트 신왕국 시대의 전승 기념비와 신전 비문에 ‘이집트가 바다 민족에게 승리했다’라는 기록이 남아 있다.

청동기에서 철기로 이행한 그리스:
세계사에서는 그리스 시대가 끝나고 로마 시대가 시작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매우 천천히 이행되었다. 또한 그리스 시대에서 로마 시대로의 이행은 청동기에서 철기로의 이행이기도 했다. 그리스 금속 문화의 주역은 청동기다. 여기에는 주변 국가인 히타이트와 이집트의 영향이 컸다. 그리스에 철기 문명이 들어온 시기는 국력이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들어선 뒤로, 실용적인 무기나 공구류에 철이 사용되면서 철기 시대로 이행되어 갔다.

로마의 확장:
그리스 시대에서 로마 시대로 이행한 뒤 로마는 국가 확장 전략으로서 타민족을 살육하는 대신 수용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로마 문명을 받아들이게 하고, 그 후 철을 만들게 해 군대를 무장·편성한 뒤 다시 침략하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북쪽으로는 스코틀랜드, 남쪽으로는 스페인까지 영토를 넓혔으며, 이 과정에서 유럽의 삼림은 벌거숭이가 되었다. 에트루리아로부터 빼앗은 철 제조 기술은 국토 확장 기술이기도 했다.

로마와 중국: 서쪽의 로마 문명과 동쪽의 중국 문명이 탄생하다(기원전 1000년부터 기원전 1년까지)
기원전 1000~기원전 1년은 동서 문명의 발흥기다. 그리스, 로마, 헬레니즘으로 이어지는 서양 고대사와 주, 춘추, 진으로 이어지는 중국 고대사 속에서 강철 제품이 활약했다. 또한 인도에서는 독자적인 제철 기술이 탄생했다.

메소포타미아는 이미 세력이 약해진 상태였다. 그리스에서는 철 정련이 시작되었지만, 과거의 영광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시대의 중심은 로마로 넘어갔다.

로마 시대의 시작은 로마에 종속되어 있었던 에트루리아의 야금 공예와 깊은 관계가 있다. 에트루리아로부터 제철 기술을 손에 넣은 로마는 철제 무기를 사용해 영토를 확장했다.

로마에 앞서서 번영을 누렸던 그리스는 기원전 356년에 마케도니아에서 태어난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그리스를 통일하고 인도까지 동방 원정을 떠나 광대한 영토를 손에 넣었다. 그 후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세상을 떠나자 영토가 넷으로 분열되었는데, 그와 함께 수학했던 프톨레마이오스가 그중 하나인 이집트를 차지해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를 세우고 알렉산드리아를 건설했다. 알렉산드리아에는 세계의 정보 발신원이 되는 무세이온이라는 기관이 있었으며, 금속 기술도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동양 철 문명의 발흥:
중국은 기원전 770년까지 계속된 은주 시대 이후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했다. 기원전 500년에는 남부의 오나라에서 폭풍로라고 부르는 고로를 사용해 선철을 만들기 시작했다. 또한 전국시대의 말기에는 단조 철검과 철과(鐵戈)가 표면침탄 경화법으로 만들어져 무기로 사용되었다.

기원전 1000~기원전 1년의 세계사에서는 그리스, 로마, 마케도니아로 이어지는 기나긴 전쟁의 역사를 뒷받침한 철제품이 눈에 띈다. 중국에서도 전란이 계속됨에 따라 무기로서 철제품이 등장했다. 인도의 아름다운 다마스쿠스 검 역시 전쟁을 뒷받침한 철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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