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59가지 심리실험: 위로와 공감편
이케가야 유지 지음 | 사람과나무사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59가지 심리실험: 위로와 공감편
이케가야 유지 지음
사람과나무사이 / 2025년 3월 / 326쪽 / 19,000원
Chapter 1. 뇌는 어떻게 공감을 불러일으킬까?
■ 동물은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몸에 이익이 되는 음식을 맛있다고 느낀다는데?! - 미시간대 로사티 교수팀의 ‘맛있는 음식을 선호하는 현상 연구’요리는 역산(逆算)의 미학이다. 완성된 요리의 이미지가 먼저 존재하고, 거기서부터 역산해서 용의주도한 계획을 세워 한 단계 한 단계 서서히 완성품에 다가간다. 최고로 ‘맛있는 순간’에 음식을 먹으려면 요리의 모든 과정을 신중하게 밟아야만 최적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갓 지은 따끈따끈한 밥에 된장국, 생선구이, 나물 반찬처럼 소박한 상차림조차 한 끼를 차리려면 골치가 지끈지끈한 수의 순서를 동시 병행으로 솜씨 있게 척척 진행해야 한다. 요리란 고도로 복잡한 작업을 거의 반사적으로 처리하는 곡예와 같다.
도대체 왜 사람은 그렇게까지 많은 수고를 들여 요리할까? 사실 요리하는 동물은 사람뿐이다. 자연계에는 신선한 날고기와 생채소가 널려 있다. 자연 식재료에서 영양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은 야생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동물들이 몸소 증명해 보인다. 이렇게 생각하면 요리는 참으로 기묘한 습관이다.
이 습관에는 식탁을 다채롭게 꾸미는 요리를 바라보기만 해서는 지나치기 쉬운 중요한 이점이 숨어 있다. 미시간대학교 알렉산드라 로사티 교수 연구팀은 침팬지에게 생감자와 삶은 감자를 주고 어느 쪽을 선택하는지 관찰했다. 그러자 원숭이의 89퍼센트가 삶은 감자를 선택했다. 삶은 감자가 좀 더 맛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맛’이란 혀에 음식 등이 닿을 때 느끼는 감각으로, 아미노산과 당을 감지하는 반응이다. 아미노산과 당은 영양소다. 불을 사용해서 재료를 익히면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가열 분해되어 작은 분자로 변화한다. 이렇게 되면 음식의 소화가 촉진되고 위장에서 흡수율이 높아진다. 즉, 음식을 익히면 사용할 수 있는 영양의 양이 증가한다. 익히지 않은 식재료밖에 구할 수 없는 야생 침팬지는 소화가 힘들어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가량을 먹이를 씹는 데 소비한다.
요컨대 ‘영양 만점’이라는 화학 신호는 혀에서 느끼는 ‘맛있다’는 미각 신호가 뇌에 전달된다는 합목적성이 있는 셈이다. 동물들이 ‘맛있는 음식을 선호하는 현상’은 생물학적 이점을 기준으로 그렇게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맛있어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몸에 이익이 되는 음식을 맛있다고 느낀다”라고 표현해야 옳다.
이것을 고도로 발달시킨 과정이 ‘요리’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피터 루카스 교수는 “사람은 가열된 요리를 먹기에 적합한 구강과 소화기관을 발달시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현대인은 불에 익히는 정도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요리 기술을 한껏 발휘해 공을 들인 요리와 디저트를 만들었다.
로사티 교수 연구팀은 침팬지에게 오븐처럼 간단한 조리도구를 주었더니 바로 감자를 익혀서 먹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부러 먼 곳에서 생감자를 낑낑대며 가져다 익혀서 먹는 침팬지도 있었다.
요리에는 식재료와 요리의 인과관계를 이해하는 능력, 눈앞의 식재료를 먹지 않고 참는 자제심 등 고도의 인지능력이 필요하다. 침팬지가 이 정도로 요리에 대한 이해력과 기호를 갖추고 있다면, 그리고 가열을 위한 불을 제어하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다면 충분히 요리할 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는 프로메테우스가 사람에게 불을 전해줬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실제로 사람이 언제 불을 손에 넣었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발굴 조사에서 100만 년 전 지층에서 탄화한 식물과 그을린 뼈가 발견되었다. 이는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하기 전부터 고대 인류가 불을 사용했다는 증거다.
불은 요리뿐 아니라 추위로 언 몸을 녹이고, 어두운 밤을 밝히는 등 용도가 다양하다. 불을 손에 넣은 순간 인류의 생활이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오늘날에는 불을 엄숙한 성화, 장식용 양초, 불꽃놀이, 탄약 등 더욱 다채로운 목적으로 활용한다. 사람은 식재료뿐 아니라 불마저 ‘요리’하는 생물이다.
■ 자연은 어떻게 3,000개의 연어알 중 99.9퍼센트인 2,998개를 정확히 솎아낼까? - 빅토리아대 데어리몬트 교수팀의 ‘먹이사슬 관점에서 본 사람의 특수성 연구’연어는 알을 몇 개나 낳을까? 연어 덮밥이나 연어알 덮밥을 먹다 보면 문득 이런 궁금증이 떠오르곤 한다. 연어 알주머니 전체 무게를 한 알 무게로 나누면 어림 짐작할 수 있다. 연어 한 마리는 약 3,000개의 알을 낳는다. 참고로, 청어는 약 3만 개, 명태는 약 30만 개의 알을 낳는다.
사람이 먹는 생선알은 정확히 ‘미수정란’이다. 어류와 양서류의 알은 물속에 방출되어 수컷의 정자와 섞여 체외 수정된다. 말하자면, 사람은 태어나기 전 미숙한 알을, 물고기 배를 가르고 끄집어내 간을 해서 먹는 셈이다. 미수정란은 사람의 혀에 닿으면 톡톡 터지면서 탱글탱글한 식감과 특별한 쾌감을 일으킨다.
연어가 약 3,000개의 알을 낳는다면, 그중에서 무사히 수정되어 알이 부화하고 다시 포식자를 피해 성어가 되어 자손을 남기는 데 성공하는 개체는 몇 마리나 될까? 일반적인 단순 계산으로 동물이 다음 세대에 남기는 자손은 ‘두 마리’ 정도라고 해도 무방하다. 암수가 두 마리의 새끼를 남기면 종의 전체 개체 수가 유지된다. 평균 두 마리 이하이면 그 종은 언젠가 멸종하고, 두 마리 이상이면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서식지와 먹이가 부족해져 결국 멸종한다. 만약 연어알 3,000개 중에서 세 마리가 성어가 된다면, 다음 세대의 개체 수는 1.5배로 늘어난다. 즉, 세대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바다는 삽시간에 연어 천지가 된다.
3,000개에서 2,998마리를 솎아내는 일은 확률적으로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그러나 자연계는 멋지게 이 기적을 이뤄낸다. 불필요한 개체를 솎아내는 주요 원리는 강자의 포식, 그리고 질병과 부상이다. 야생의 먹이사슬은 경이로운 균형 위에서 성립한다. 연어 치어의 99퍼센트 이상이 포식자의 먹이가 된다. 결국 생물이 새끼를 대량으로 낳는 이유는 자손을 남겨 종을 유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포식자를 영양 면에서 부양하기 위해서다. 즉, 생물은 다른 종을 번영시키기 위해 새끼를 낳는 것이다.
포유류에도 마찬가지 계산을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린은 평생 5~6마리의 새끼를 낳는데, 그중 절반은 포식자에게 잡아먹힌다. 과거 사람의 출생률은 5~10명이었다. 그런데 근대화가 진행되고, 위생관리와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생존율이 상승해 인구 폭발이 일어났다. 그러자 불가사의한 현상이 나타났다. 자연스럽게 출생률이 떨어졌다. 현재 선진국에서는 출생률이 1~3명이다. 출생률을 스스로 조절하는 현상은 사람만이 가능한 특수성이다.
먹이사슬의 관점에서도 사람은 정말 특수하다. 캐나다 빅토리아대학교 크리스토퍼 데어리몬트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먹이사슬 데이터가 이 사실을 잘 보여준다.
야생에서 대부분 포식자는 어리고 약한 동물을 잡아먹는다. 어리고 미숙한 동물은 경계심이 약하고 신체적으로도 취약해 잡아먹기 쉽다. 그런데 사람은 어린 동물뿐 아니라 다 큰 동물도 먹는다. 생식 적령기에 있는 성체를 죽이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이것이 사람이라는 생물의 특이성이다. 참고로, 사람은 장식품과 가구, 전통 악기 등 포식 이외의 목적으로도 동물을 죽인다. 실험을 마친 연구팀은 “사람은 포식자다”라고 결론 내렸다.
Chapter 2. 뇌와 뇌를 결합하면 어떤 놀라운 일이 일어날까?
■ 사진을 한 장만 보여줄 때보다 한꺼번에 여러 장 보여줄 때 매력도가 높아지는 경향의 뇌과학적 근거는? - 캘리포니아대 판 오스 교수팀의 ‘치어리더 효과 실험’멋지게 활약한 프로야구 선수의 단독 인터뷰를 봤는데 기대만큼 훈남이 아니었다. 인기 아이돌 그룹의 센터가 솔로 활동에 나섰는데 그룹으로 활동할 때만큼 대박을 터뜨리지 못했다. 미팅 자리에서 마음에 들어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은 뒤 둘이 따로 만났는데 뭔가 실망스러웠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이는 기분 탓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잘 알려진 현상이다. 사람은 개인으로 있을 때보다 집단으로 있을 때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이 현상은 2008년 방영된 미국 인기 TV 코미디 프로그램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How I Met Your Mother)> 시즌 1에서 이름을 따와 ‘치어리더 효과’라 부르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 이름으로 정착되었다. 치어리더 효과가 의미하는 바는 단순하다. 치어리더의 군무는 시선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한데, 치어리더 한 명 한 명을 떼어놓고 보면 평범한 여학생 같다는 내용이다.
치어리더 효과는 왜 생길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은 여럿이 상호 작용하는 집단에 적합하게 설계되어 같이 있을 때 더 활발하고 생기 넘쳐 보인다. ‘집단으로 있을 때 매력적으로 말하고 행동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자동 프로그래밍되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이베트 판 오스 교수 연구팀은 이런 주장에 부정적이다. 사진에서도 치어리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진을 한 장만 볼 때보다 여러 장 늘어놓고 볼 때 매력이 더 부풀려진다. 2015년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네 장의 사진만 제시해도 충분한 치어리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보는 시간’ 가설도 떠올릴 수 있다. 인원수가 많으면 당연히 한 사람 한 사람 음미하는 시간이 짧아진다. 일반적으로 사진 제시 시간이 0.5초보다 짧으면 구석구석 뜯어보며 흠잡을 시간이 없어 결과적으로 그 인물에 대한 평가가 후해진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판 오스 교수 연구팀은 평균 응시 시간이 동일하도록 환경을 조정해 실험을 진행했는데 그래도 치어리더 효과는 사라지지 않았다.
‘은폐’도 사람의 매력을 높이는 효과로 알려진 요소다. 가령 여성이 아름다워 보이는 조건으로 ‘밤, 원거리, 우산’이라는 말이 있다. 어둡고 먼 곳에서 우산을 썼을 때 봐야 가장 아름답다는 것이다. 밤, 원거리, 우산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뇌는 은폐된 부분을 이상형으로 보충해서 상상한다. 그래서 연구팀은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으로 실험했다. 초점이 흐려지기만 해도 얼굴의 매력 점수가 편차치로 10점이나 상승했다. 그러나 집단이 되면 평가 점수가 더 올라가 치어리더 효과는 초점을 흐리는 방법으로도 효과를 발휘했다.
결국 치어리더 효과는 집단을 바라볼 때 우리 뇌가 자동으로 그 평균적인 경향을 산출한다고 설명할 수 있다. 우리 뇌는 사진을 볼 때도 자연스럽게 단체 사진을 보는 경향으로 ‘평균 얼굴’을 산출한다.
평균적인 얼굴은 개인 취향과 무관하게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해 얼굴 사진을 합성할 때도 더 많은 얼굴을 합성할수록 매력도가 높아진다. 즉, ‘집단의 평균 얼굴 점수가 개인의 실제 점수 평균치보다 높아진다.’ 치어리더 효과는 단순한 것 같지만 의외로 심오한 뇌의 고차원적 계산 결과다.
Chapter 3.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가 뇌과학적으로 위험한 까닭
■ 어린 시절 독서를 열심히 하면 두뇌 계발에 도움이 된다고?
-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 페가도 박사팀의 ‘독서 뇌 반응 효과 연구’“독서가 중요하다”라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듣는다. 이 주장은 사실일까? 중국에는 “책을 읽지 않으면 어리석은 사람이 된다”라는 옛말이 전해진다. 고대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도 “책이 없는 방은 영혼이 없는 육체와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책을 읽지 않고도 텔레비전이나 강연회,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오히려 독서보다 효율적이다.
옛날 사람들도 이런 점에 관해 알고 있었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독서란 “자기 생각을 남에게 대신 떠맡기는 것”이라며 독서의 가치를 평가 절하하기도 했다. 영국의 정치인 에드먼드 버크는 “사색하지 않고 독서만 하면 먹기만 하고 소화하지 않는 것과 같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작가 윌리엄 서머싯 모옴도 “책을 읽는다고 사람이 현명해지지는 않는다”라고 단언했다. 결국, 독서 자체가 아니라 독서로 얻은 지식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최근 뇌과학은 전혀 다른 관점에서 독서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글자를 읽는 도중의 뇌를 검사하면, VWFA가 활동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VWFA는 왼쪽 두정엽과 왼쪽 측두엽 사이에 자리 잡은 자그마한 뇌 영역이다. 우리 뇌에는 글자를 처리하는 전문 회로가 갖춰져 있다.
평소에는 의식하지 않지만, 글자 인식은 경이로운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 뇌 활동이다. 1초 동안 평균 10글자를 읽는 빠른 속도로 비슷한 형태의 글자 ‘ㄱ’, ‘ㅋ’, ‘ㄲ’의 차이를 구분한다. 또 ‘앉’과 ‘않’처럼 복잡한 이중 받침이 들어간 단어도 순식간에 식별하고, 글자를 읽을 수 있다. 곰곰이 따져보면 엄청나게 소화하기 어려운 임무다. 이런 식자 훈련을 어린 시절부터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가 뇌 회로에 큰 차이를 일으킨다.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의 필리프 페가도 박사 연구팀이 2014년 11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한 데이터를 보면 알 수 있다. 연구팀은 글자를 보았을 때의 뇌파를 측정해 글자 읽기가 능숙한 사람일수록 글자에 대한 뇌 응답이 강하고 반응 정확도도 높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조사에서는 어린 시절에 읽고 쓰기를 배울 기회가 없어 글자를 거의 읽지 못하는 사람의 뇌도 측정했다. 어려서 글자에 노출될 기회가 적었던 사람의 뇌에서는 최소한의 반응밖에 관찰할 수 없었다. 성인이 된 후 글을 배워 문맹에서 탈출해도 뇌 반응이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어린 시절 독서를 권장하는 이유를 이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다.
연구팀은 더욱 중요한 발견도 했다. 글자 인식이 능숙한 사람은 글자뿐 아니라 얼굴과 일상 도구와 건축물 시각 반응 정확도도 높았다. 그리고 자신이 본 대상이 좌우 대칭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테스트 성적도 우수했다. 글자에는 형상이 비슷한 조합뿐 아니라 ‘本’과 ‘文’처럼 좌우대칭인 글자와 ‘아’와 ‘야’처럼 점 하나 차이로 의미가 달라지는 조합도 있다.
이처럼 미묘한 차이를 깨닫는 능력은 무의식적으로 글자 이외 광범위한 대상 전반에 범용화된다. 글자를 읽는 능력은 ‘독서’라는 틀을 넘어 풍부한 시각 경험의 양식이 된다.
Chapter 4. ‘부모에게 학대받은 아이가 부모를 더 사랑한다’는 뇌과학의 역설
■ ‘부모에게 학대받은 아이가 부모를 더 사랑한다’는 소름 끼치는 뇌과학의 역설은?
- 뉴욕대 설리번 교수팀의 ‘쥐를 이용한 공포 조건화 실험’교무실에서 선생님한테 눈물 쏙 빠지게 꾸지람을 들으면 교무실에 가는 것 자체가 싫어진다. 카레를 먹고 배탈 나서 고생하면 그다음에는 카레 냄새만 맡아도 속이 울렁거린다. 이처럼 불편한 경험을 꺼리는 학습을 ‘공포 조건화(fear conditioning)’라고 부른다.
공포 조건화는 포유류뿐 아니라 물고기와 벌레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범위의 생물에게서 관찰된다. 생명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위기 신호를 피하는 행동은 혹독한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한 중요한 행동 원리다. 종을 초월한 보편적 행동 양식으로 보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기피 현상은 언제부터 생길까? 2015년 1월 미국 뉴욕대학교 레지나 설리번 교수 연구팀은 젖먹이 새끼 쥐에게 공포 조건화 실험을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새끼 쥐에게 생후 2주 동안 페퍼민트향을 맡게 했다. 쥐에게 페퍼민트는 중립적 향기여서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새끼 쥐에게 페퍼민트 냄새를 맡게 하고 전기충격을 주었더니 충격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성체 쥐는 다시는 페퍼민트에 다가가지 않았지만, 새끼 쥐는 다가갔다. 동시에 어미 쥐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경향도 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