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공부
박광우 지음 | 흐름출판
죽음 공부
박광우 지음
흐름출판 / 2024년 12월 / 252쪽 / 18,000원
1부 _ 오직 죽은 이만이 죽음을 안다
내일 하루가 남았을지도 모릅니다죽음에 이르러 유언을 남기고 떠나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다. 환자가 침상에 누워 사랑하는 가족, 친구, 친지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다는 말을 남기고 눈을 감는 장면은 의사 생활 21년 동안 거의 보지 못했다. 드라마나 영화가 만들어낸 죽음에 대한 흔한 착각이다. 대부분은 중환자실에서 의식 없는 채로 인공호흡기에 생명을 의존하다가 보호자 앞에서 눈을 감는 것으로 생을 마무리한다. 그럼에도 흔치 않은 영화 속 장면이 펼쳐진 적이 있었는데, 58세의 췌장암 환자가 그랬다.
환자는 진단을 받고 휘플 수술(췌십이지장 절제술)을 통해 십이지장, 담관, 위 하단부, 주변 림프절 등을 제거했고, 수술 후 항암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6개월 뒤, 검사 결과 암이 재발했다. 악성 복수가 차기 시작했고, 암은 복강 내 신경을 침범하여 환자에게 극심한 통증을 일으켰다.
병원에서는 항암 치료를 권유했으나, 휘플 수술 후 발생한 소화불량으로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하면서 체력이 급격히 약해진 환자는 모든 치료를 거부했다. 힘들게 오래 사느니 건강하게 짧게 살고자 한 그의 평소 삶의 철학이 반영된 결정이었다. 오랜 투병 기간 동안 췌장암에 대해 공부하고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이해해서 그랬을 수도 있고, 혹은 그가 겪어온 통증이 삶을 지속하지 못할 정도로 견디기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이후 환자는 극심한 복부 통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마약성 진통제만을 투약받았다. 그러던 중 결국 모르핀 과용으로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숨을 거두었다.
모르핀은 강력한 진통제이지만, 과용할 경우 호흡 기능 상실, 혈압 저하와 의식 저하가 생긴다. 복강 내 신경에 암이 침범하면 통증이 생기는데, 이때 생기는 통증은 일반적인 진통제로는 조절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모르핀 같은 마약성 진통제가 필요하다. 암이 신경에 많이 침범할수록 통증이 심해지기 때문에, 이 경우 모르핀을 증량하게 된다. 증량된 모르핀으로 인해 환자는 가수면 상태로 지내게 된다.
이런 환자는 깨우면 대답도 곧잘 하고 대화가 되는 듯도 하지만, 곧이어 자는 듯 반응이 없기도 하다. 때로는 숨 쉬는 것을 잊어버렸다고 생각될 정도로 숨을 안 쉬다가 뒤이어 숨을 몰아쉬기도 한다. 일반적인 환자였다면 모르핀의 길항제인 날록손을 투여해 모르핀의 효과를 감쇄하거나, 모르핀 용량을 줄이거나, 혹은 기관삽관 후 필요하면 인공호흡기를 통해 안정적으로 숨을 쉴 수 있게 도와주었겠지만 이 환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치료까지 모르핀 용량은 유지되었다. 의사가 환자의 현재 상태에 대해 보호자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들여 설명했고, 환자가 ‘이렇게 힘들게 사느니 빨리 끝내고 싶다.’라며 평소 자신의 의견을 꾸준히 밝힌 것에 따라 내려진 결정이었다.
나는 이런 치료가 환자가 혼미한 의식 속에서도 ‘내가 나로 죽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죽음의 과정이 힘들지 않아야 했기에, 통증을 줄일 수 있는 모르핀 사용은 그에게 최선의 치료였다. 지속적인 모르핀 사용 때문에 환자의 혈압은 떨어지고 조금씩 숨을 잘 안 쉬기 시작했다. 나는 환자의 의식이 점차 희미해져갈 때 보호자들을 불러 모았다. 그렇게 10여 명이 넘는 가족 친지들이 환자를 중심으로 둘러앉아 그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았다. 마치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그는 아들에게 마지막 유언을 남겼다. “아들아, 네가 고생이 많았다. 네가 내 아들이어서 고맙고 자랑스러웠다. 내가 없으니, 어머니에게도 나에게 해준 것처럼 그렇게 훌륭한 아들로 있어주려무나.”
그런 다음 그는 찾아온 친지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준 뒤 자는 듯이 죽었다. 호흡이 멈추었으나, 아직 뛰고 있는 심장 때문에 가족 모두가 조용히 심전도 모니터만을 쳐다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니터의 그래프가 일자로 변하면서 심정지 상태를 나타냈고, 의사는 뒤이어 모두에게 환자가 사망했음을 선고했다.
대부분의 보호자가 사망 선고 이후에 보이는 행동은 비슷하다. 살아 있는 동안 잘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 미안함을 울부짖으며 격정적으로 토로한다. 그리고 사랑했노라고 덧붙인다. 하지만 이들은 달랐다. 가족의 얼굴 위로 흐르는 눈물을 보며, 나는 그들이 슬퍼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사망 선고 후에도 모든 보호자들이 차분하고 정돈된 침묵 가운데 환자의 죽음을 자신의 기억 속에 아로새기는 것이 느껴졌다.
예정된 죽음이었다. 이 죽음은 더 이상의 항암 치료를 거부하고 마약성 진통제만으로 치료를 유지하고자 했던 환자의 결정, 그러한 환자를 옆에서 돌보아주고 지지해준 보호자들, 그리고 치료 과정에서 적극적인 통증 조절을 시행했지만 무의미한 치료를 독려하지 않고 환자의 의견을 존중한 의료진이 만들어낸 웰다잉이었다. 잘 죽기, 존엄 있게 죽기라는 웰다잉에 대한 잘 알려진 의미에 더해, 나는 이런 해석을 덧붙이고 싶다. ‘안녕히 계세요.’ 같은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는 죽음이다.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는 죽음. 모두가 꿈꾸지만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내게도 사랑하는 이들에게 ‘안녕히 계세요, 고마웠어요.’라고 인사하고 죽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떨까 상상해본다. 그리고 모두의 죽음 준비는 이 상상에서 시작된다. 인사를 하고 떠나기 위해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삶의 준비들은 무엇이 있을까?
웰다잉을 꿈꾸는 내가, 웰다잉을 원하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제가 해드리는 치료는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드리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마지막 날이 왔을 때 못 했던 것을 두고 후회하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그날이 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저는 환자분이 하루하루 편히 지내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고, 환자분은 그런 시간 속에서 삶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주셨으면 합니다. 우리에게 남은 날이 내일일 수도, 바로 몇 분 뒤일 수도 있습니다. 죽음 이후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단지 나를 기억하는 사람만이 남을 뿐입니다. 그 사람에게 어떻게 기억될지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남은 그들을 위해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지, 어떠한 작별 인사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셨으면 합니다.”
우리는 모두 기억을 남긴다친하게 지내온 세 자매가 있었다. 대부분의 재산이 오빠에게 상속되었고 딸들에게는 조그만 땅이 공동 지분으로 상속되었는데, 문제는 이 땅의 가치가 급격히 오른 뒤에 벌어졌다. 집안의 대소사를 도맡아오던 장녀이자 큰언니에게 뇌종양이 생겼고, 그녀는 안타깝게도 악성 교종으로 진단을 받았다. 수술 후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를 받았지만, 암은 재발했고 그녀의 기억은 조금씩 지워져갔다.
큰언니의 상태가 조금씩 악화되자 둘째가 큰언니의 뇌종양을 문제삼았다. 큰언니 몫의 재산을 탈취하려는 목적으로 큰언니가 건강 이상으로 판단력이 흐려졌다고 주장하며 분쟁을 일으켰다. 이는 큰언니의 자녀와 이모들 사이 재산 싸움으로 번졌고, 평화롭던 친족 관계는 깨졌다.
악성 교종을 앓았지만 큰언니는 자식들의 정성 어린 간호로 컨디션을 조절하며 나름 잘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둘째 자매가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평소 건강을 자신했지만 최근 들어 소화가 잘 되지 않던 중 위 내시경으로 위암을 발견했고 정밀 검사 결과 이미 전신에 암이 퍼진 말기 위암이었다. 위암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환자는 장이 막히게 되며 식사를 하지 못하고, 전신 쇠약이 급격히 진행되어 오래 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항암제가 잘 듣는 경우 암의 크기가 줄어들며 얼마간 병을 관리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암이 그렇듯 내성이 생겨 재발과 악화가 반복되며 결국 1~2년을 넘기지 못한다.
말기 위암을 진단받기 전에 둘째는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분명 언니보다 오래 살 것이다. 그러니 이 기회에 언니의 상속분을 내 것으로 만들어 자식들에게 더 많은 재산을 물려주겠다.’ 그렇기에 그토록 친하게 지내왔던 자매 간의 정을 무시하며 재산 분쟁을 일으켰을 것이다. 그녀는 그 과정에서 큰언니를 판단력이 부족한 금치산자로 몰아가 친족들끼리의 싸움을 주도하고 조카들에게 악다구니를 써댔다.
이제 언니보다 먼저 죽을지 모르는 둘째에게는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몹쓸 짓을 했다는 손가락질까지 받으며 분란을 일으켰던 그녀는, 자신의 죽음 뒤에 무엇이 남을지 생각해 봤을까? 죽음이라는 삶의 끝에서 큰 재산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세상에서 좋다고 하는 그 어떤 것도 죽음 앞에서는 가치를 잃는다. 죽음을 앞두고 벌어지는 이런 분란의 사례를 숱하게 보는 의사의 관점에서, 죽음 이후에 남는 것은 나를 알고 기억해주는 사람들의 감정뿐이다. 죽어가는 나를 위로해주는 것은 내가 죽고 나서도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비교적 잘 시각화한 영화가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코코」다. 멕시코에는 1년에 한 번 죽은 자들이 산 자들을 만나러 온다고 하는 ‘죽은 자의 날(El Dia de Muertos, 디아 데 무에르토스)’이라는 최대 명절이 있다. 살아 있는 주인공이 죽은 자의 날에 사후 세계에서 벌이는 여러 가지 사건이 영화의 주된 줄거리이지만, 내가 주목한 것은 ‘기억’에 관한 이야기였다. 영화에는 살아 있는 사람이 죽은 사람을 기억하지 못하면 사후 세계에서 죽은 자가 영원히 사라진다는 설정이 있다. 주인공의 증조할아버지 또한 기억에서 잊혀 영원히 사라질 뻔하다가, 주인공의 할머니가 오래된 노래를 통해 극적으로 기억을 떠올리며 증조할아버지가 사라지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결말을 보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같은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죽음 이후에 남는 것은 결국 남은 사람들의 기억뿐이다.
수많은 죽음을 곁에서 보아왔다. 항상 죽음을 가까이 하다 보니 때로는 오늘의 햇살을 내일 다시 만끽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다른다. 그럴 때면 모든 일상적인 풍경들이 생경해 보인다. 그렇게 새롭게 마주한 일상의 풍경은 더 이상 나에게 그냥 당연한 것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매일 새로운 하루하루를 지내는 것이 나에게 ‘잘 죽는 법’이다.
어떻게 하면 잘 죽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 보면, 결국 죽음 이후의 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인지 인간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죽음 이후가 두려워서 일평생을 무신론자로 살아가다 결국 삶의 마지막에 종교에 귀의하려고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종교에 기대려는 마음은 일종의 보험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운 좋게도 예수님께서 부활하실 때 같이 살아날 수도 있고, 아니면 내세에 귀인으로 환생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죽음 이후에 원하는 것은 당장의 효능감 있는 결과물이다. 나는 가져갈 수 없는 재산이나 손에 잡히지 않는 뜬구름 같은 명예, 그리고 알 수 없는 사후 세계에 대한 맹신이 아닌, 그저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끼칠 수 있는 조그마한 영향력(?)을 원한다.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좋은 아빠, 훌륭한 친구, 그리고 따르고 싶은 멋진 선배로 기억되고 싶다.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선한 영향력이야말로 범부인 내가 꿈꿀 수 있는 최고의 영웅적인 삶이다.
영웅 혹은 위인의 삶이라는 것은 그들의 삶이 후세 사람들에 의해 기억되어, 사람들이 그들의 삶에서 영감을 받고 감화되어 그들처럼 되고자 노력하기 때문에 가치를 지닌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위인처럼 기억될 수는 없겠지만, 평범한 사람인 내가 꿈꿀 수 있는 최고의 바람은 최소한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었다는 내 삶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2부 _ 살아 있는 날의 죽음 준비
호스피스와 준비된 죽음삶이 얼마 남지 않은 말기 암 환자들이 받는 치료를 호스피스 치료라고 한다. 상태의 개선 혹은 증상의 완화만을 목적으로 한다. 환자의 통증을 비롯하여 소화 불량, 식욕 저하 같은 증상을 치료하는 한편 환자나 보호자의 심리적, 사회적, 또는 영적인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상담한다. 호스피스는 환자에게는 죽음을 준비하는 방법을, 보호자에게는 그러한 환자를 돌보는 방법을 알려주며, 환자가 죽고 난 뒤에는 남은 보호자들에게 정서적 지지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호스피스 치료는 이렇게 암 환자 치료의 또 다른 축이지만,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형 병원에서 기피하는 분야 중에 하나이다.
뇌로 전이가 된 60세 폐암 환자는 급격히 커진 뇌종양 때문에 머리 수술을 받았지만 더 이상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수술 후 발생한 뇌출혈로 인해 식물인간 상태가 되었던 것이다. 한 달간 중환자실 치료를 받으며 의식은 회복했지만 뇌종양이 다시 자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뇌부종이 심해졌고 다시 환자의 의식은 없어졌다. 뇌부종을 줄여주는 스테로이드 주사가 처방되었고, 이후 호전되며 그는 가족을 알아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더 이상의 치료는 어려운 상태였다. 보호자들에게 이를 설명하고, 병원 내의 호스피스 센터로 전과하여 남은 시간을 정리할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호스피스 센터에서 입원 치료를 받으려면 최소 3개월을 대기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병원 원무팀은 환자의 입원 기간이 3개월에 다다르자 퇴원을 종용하기 시작했다. 3차 병원이라 불리는 대학병원의 경우 환자의 입원 15일이 지나면 의료수가 기준상 입원료전액을 받지 못한다. 환자를 빨리 사회나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 보험공단이 병원에 일종의 페널티를 적용하는 것이다. 또한 병원 입장에서도 같은 기간에 한 병실에 여러 명의 환자를 받아서 치료하는 것이 수익 면에서 이득이기 때문에 병상 회전율을 철저하게 관리한다. 이미 입원일이 15일이 훌쩍 지나 3개월이다 되어가는 그를 계속 치료한다는 것은 병원 입장에서는 적자였다.
암 환자는 매해 25만 명씩 새롭게 발생한다. 이 중 약 3분의 1은 서울 소재 빅5 병원에서 치료받지만 그들 중 대다수가 다른 병원에서 삶을 마무리한다. 이들 빅5 병원이 말기 암 환자보다는 새로운 암환자를 받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대형 병원들이 호스피스 치료에 인색한 것은 호스피스 치료가 돈을 벌지 못하기 때문이다. 빅5 병원 중 호스피스 지정 기관으로 인증받은 병원은 한 곳뿐이다. 그나마 그곳은 특정 종교 재단에 의해 설립되어 호스피스 치료를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인적 자원, 즉 자원봉사자가 많은 곳이다. 호스피스 인증 기관에서 입원 치료를 할 경우 환자 한 명당 국가에서 지급하는 액수는 2022년 기준으로 하루에 45만 원 정도이다. 이 금액은 포괄수가제에 따라 책정되었다. 포괄수가제는 행위별수가제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환자가 병원에 입원해서 퇴원할 때까지 진료의 종류나 양과 상관없이 미리 정해진 일정액의 진료비를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하루 45만 원이 큰 금액처럼 보일 수 있지만 빅5 병원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들이 일반 환자를 입원시켜서 치료할 때 기대 수입은 하루 100만 원 정도이다. 따라서 포괄수가제로 묶인 의료비를 받기 위해 말기 암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병실을 만들거나 늘리는 것은 병원 입장에서는 ‘미친 짓’일 것이다.
수익과 관련 없는 국공립 병원은 호스피스 병동 설립과 치료에 적극적인 편이다. 그 외에 호스피스 병동을 적극적으로 늘리려는 병원 중에는 환자가 많지 않아 의료수가 45만 원을 확보하고자 하는 곳도 있다. 지역암센터를 건립하며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구색만 맞춰 호스피스 병동을 설치하는 병원도 있다. 포괄수가제로 금액이 정해져 있다 보니 병원 입장에서는 환자에게 아무것도 안 할수록 이득이기 때문에 약이나 수액, 주사 처방을 안 하려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국립암센터의 중앙호스피스센터가 이들 호스피스 인증 기관들의 의료 질 관리를 한다. 일정 기간 수액 사용량이나 인력 고용 현황 등을 조사해 호스피스 병동의 진료 행태를 감시한다. 또한 호스피스 환자 사후에는 남은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사별 가족 만족도를 조사하여 의료 서비스를 평가하기도 한다. 만약 해당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호스피스 인증 기관에서 제외시켜 수가를 받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