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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식물학 잡학사전

다나카 오사무 지음 | 사람과나무사이


똑똑한 식물학 잡학사전

다나카 오사무 지음

사람과나무사이 / 2024년 6월 / 218쪽 / 18,000원





제1장_ 뼈가 없는 식물이 위로 곧게 자라는 이유



Section 1. 새싹의 모습에서 배운다


식물은 뼈가 없는데, 어떻게 위로 곧게 자랄까?:
인간이 똑바로 설 수 있는 것은 단단한 뼈가 지탱하기 때문이다. 반면 식물에게는 이러한 뼈가 없다. 그런데도 식물은 서 있다. 지탱해주는 뼈도 없는데 어떻게 곧게 위로 자랄 수 있을까?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뿌리가 땅 밑에서 식물이 쓰러지지 않도록 지지하며 받치고 있을까? 뿌리가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뿌리를 잘라낸 후 식물 줄기를 땅에 꽂아도 식물은 꼿꼿이 서 있다. 이는 줄기 자체에 서 있을 수 있는 구조가 갖춰져 있음을 알려준다.

세포설이 밝힌 것처럼, 식물의 몸을 구성하는 잎, 줄기, 뿌리 등은 모두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한데 식물의 세포는 인간을 비롯한 동물의 세포와 구조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동물의 세포는 ‘세포막’이라는 얇은 막이 둘러싸고 있다. 그에 비해 식물의 세포는 ‘세포벽’이라는 두껍고 튼튼한 칸막이 같은 벽이 둘러싸고 있고 그 안쪽에 세포막이 있다. 즉, 식물의 세포는 동물의 세포에는 없는 단단한 세포벽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세포벽은 세포 속 핵이나 엽록체 등을 보호하는 역할과 동시에 식물의 몸을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세포벽의 주성분은 셀룰로오스(cellulose)라는 물질이다. 그리고 세포벽에 포함된 리그닌이라는 물질의 양이 증가하면 세포벽이 더 강해진다. 식물은 단단한 세포벽을 가진 세포를 겹쳐 쌓아 올려서 몸을 지탱한다. 이 덕분에 식물은 뼈가 없어도 똑바로 설 수 있고 키를 키우며 자랄 수 있는 것이다.

식물이 흙을 떠밀고 나올 수 있게 하는 물질, ‘에틸렌’:
콩나물은 싹을 틔운 후 줄기가 가늘고 길게 자란다. ‘왜 콩나물 줄기는 가늘고 길게 자랄까’라고 물으면 ‘빛을 차단한 컴컴한 환경에서 키웠기 때문’이라고 흔히 답한다. 이 답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씨앗이 묻힌 흙 속도 무척 어둡다. 그렇다면 흙 속에서 발아한 싹도 가늘고 길게 자랄까?

흙 속에서 자라난 새싹을 지표면으로 나오기 직전에 파내면 그 줄기가 짧고 통통하고 튼실하게 성장한 것을 볼 수 있다. ‘어둠 속에서 줄기는 가늘고 길게 자란다’라는 특징도 흙 속 어둠이라면 예외가 되는 것이다. 콩나물 재배상자에서 발아한 싹은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없는 공간으로 줄기가 뻗어간다. 반면 흙 속 어둠에서 발아한 싹은 흙과 ‘접촉’하는 자극을 느끼며 자라난다. 싹이 흙과 ‘접촉’하는 자극을 느낄 때 줄기는 짧고 통통하고 튼실해진다. 흙 속에서 발아한 새싹은 빛이 직접 닿는 지상으로 나오기 위해 위에 덮인 흙을 밀어젖혀야 한다. 싹이 흙을 떠밀고 올라오려 할 때 싹을 덮고 있는 흙이 많으면 많을수록 줄기는 강한 ‘접촉’을 느끼며 점점 더 강해진다. 흙을 밀어젖히고 나올 수 있을 만큼 튼튼하게 자라는 것이다.

식물이 ‘접촉’ 자극을 느끼면 몸에서 ‘에틸렌(ethylene)’이라는 기체가 발생한다. 에틸렌은 줄기가 길게 자라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대신 몸을 통통하게 만든다. 흙 속에서 자라난 싹의 줄기가 짧고 튼실하게 성장해 흙을 떠밀고 올라올 수 있는 것은 바로 에틸렌의 작용 덕분이다. 한편 바람 또한 식물의 줄기를 짧고 통통하게 만든다. 식물은 바람이 불면 ‘흔들림’이라는 자극을 느낀다. 흔들리는 자극도 에틸렌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바람에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줄기가 짧고 통통해진다. 바람뿐 아니라 접촉에 의해 흔들리면 식물에게는 ‘흔들림’과 더불어 ‘닿는’ 자극까지 더해져 줄기가 키는 크지 않지만 통통하게 자란다.

Section 2. 성장에 잠재된 성질


식물이 동물에게 뜯어먹혀도 끄떡없게 하는 힘, 정아우세:
모든 동물은 식물을 먹는다. 초식동물에게는 초지의 풀과 나뭇잎 등이 모두 훌륭한 먹이다. 육식동물의 먹잇감은 동물이다. 그런데 육식동물이 잡아먹은 동물은 무엇을 먹고 자랐을까? 잡아먹힌 동물은 대부분 식물을 먹는 초식동물이다. 그렇기에 ‘모든 동물은 식물을 먹는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식물이 동물에 먹히는 것은 식물의 ‘숙명’이다. 이러한 숙명을 가진 식물이 동물에게 먹히기만 한다면 식물은 이 세상에서 곧 사라지고 말아야 하는 게 아닐까? 식물은 동물에게 먹혀도 그 피해가 치명적이지 않게 하는 교묘한 성질을 갖추었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의 성장 방법에 그 성질이 숨겨져 있다. 싹을 틔운 후 계속 성장하는 식물은 줄기 끝에 있는 싹이 키를 늘려가면서 하나둘 잎을 피워간다. 줄기 끝에 생겨난 싹을 ‘정아(頂芽, 끝눈)’라고 하는데, 가지가 나뉘지 않는 해바라기나 나팔꽃에서는 위로 쑥쑥 자라는 정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싹은 줄기 끝뿐 아니라 모든 잎의 연결 부위에 생겨난다. 이러한 싹을 줄기 옆쪽에 생겨난다고 해서 ‘측아(側芽, 곁눈)’라고 한다. 측아는 정아가 왕성하게 자랄 때는 자라지 않는다. 정아만 쑥쑥 자라고 측아는 자라지 못하는 현상을 ‘정아우세’라고 한다.

‘정아우세’는 식물이 동물에게 먹혔을 때 위력을 발휘한다. 만일 동물이 정아를 포함한 식물의 부드러운 윗부분을 먹었다고 해보자. 그러면 밑에 있던 많은 측아가 정아가 되면서 ‘정아우세’ 성질을 따라 우선적으로 자라기 시작한다. 먹힌 싹 아래에 측아가 있는 한, 측아가 줄기 끝에 위치하는 정아로 바뀌면서 식물은 계속 자라난다. 그래서 식물은 동물에게 먹혔다고 하더라도 얼마 후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먹히기 전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제2장_ 광합성은 잎 속 어디에서 이루어질까?



Section 2. 광합성으로 식물을 분류한다


빛이 충분해도 이산화탄소가 부족하면 광합성이 안 된다?:
식물은 뿌리가 빨아들인 물과 잎이 공기 중에서 흡수한 이산화탄소를 재료로 태양빛을 사용해 광합성을 한다. 이산화탄소는 공기 중에 포함되어 있으며, 공기는 주변에 충분히 있다. 하물며 최근에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점점 상승하고 있다’라는 것이 문제 될 정도가 아닌가. 이러한 뉴스를 들으면 ‘식물에게 광합성 재료인 이산화탄소가 부족할 리 없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사실 식물에게는 이산화탄소가 부족하다.

한낮의 눈부신 태양빛 아래 나뭇잎들이 분주하게 광합성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빛이 풍부하다고 마냥 광합성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광합성 재료인 이산화탄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무슨 의미일까?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다는 것이다.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상승했다고 해도 겨우 0.04퍼센트 정도일 뿐이다.

‘농도가 다른 두 기체가 접하면 서로 같은 농도가 되려는 성질’이 있다. 서로 다른 농도의 기체가 만나면 농도가 높은 쪽 기체가 농도가 낮은 쪽으로 이동한다. 그런데 만일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1퍼센트 정도로 높다고 가정하면, 이산화탄소 농도가 0.04퍼센트일 때에 비해 잎 내부와 외부의 이산화탄소 농도 차이가 더 커진다. 그러면 잎 안으로 훨씬 많은 이산화탄소가 흘러 들어올 것이다. 따라서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으면 잎 안으로 들어오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적어 광합성을 충분히 할 수 없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공기 중 이산화탄소가 부족하다’라기보다 ‘잎 내부로 이산화탄소가 충분히 들어오지 못해 광합성 재료로 부족하다’라는 것이다. 식물의 광합성 속도를 제한하는 요인은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다.

옥수수는 이산화탄소 부족을 고민하지 않는다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식물의 90퍼센트 이상은 C3 식물이다. C3는 이들 식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최초로 만들어지는 물질의 탄소(C)수가 3개라는 의미다. 바로 앞에서 다룬, 이산화탄소 농도가 광합성 속도를 한정짓는 것도 C3 식물 이야기다. 대부분의 식물에게는 이산화탄소가 부족하다. 그렇다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은 환영해야 할 일이 아닐까? 그렇지 않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상승하면 지구 온난화가 일어나 지구의 기후가 변한다. 우선 비의 양이 달라지는데, 어떤 지역에서는 평소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리고 어떤 지역에서는 평소보다 훨씬 적은 비가 내릴 것이다. 그러면 오랜 기간 그 기후에 순응해 살아오던 식물의 생육이 나빠질 수 있다.

벼, 채소, 과일 등 인간이 재배하는 식물은 더욱 심각한 상황을 맞이한다. 이들은 재배 지역의 기후에 맞춰서 품종개량이 이루어지고 재배 노하우가 확립되었으나 강수량이 변화함에 따라 품종의 특성도, 재배 노하우도 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식물의 생육이 나빠짐으로써 수확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상승은 식물과 인간 모두에게 상당한 곤란을 초래할 것이다. 한편 이산화탄소 부족을 고민하지 않는 식물이 있다. C4 식물이다. 식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최초로 만드는 물질의 탄소 수가 4개인 식물로, 옥수수와 사탕수수가 대표적이다. C4 식물은 PEP 카르복실라아제라는 효소를 가지고 있다. 이 효소 덕에 이산화탄소를 효율 좋게 체내로 끌어들인다. 그래서 이산화탄소 부족이 발생하지 않고 빛을 헛되이 하는 일도 없다. 한낮의 강한 태양광을 모두 사용해도 여전히 빛이 부족할 정도다.



제3장_ 꽃봉오리는 어떤 원리로 열리고 닫힐까?



Section 1. 꽃봉오리의 형성


5월에 싹 틔운 줄기도 8월에 싹 틔운 줄기도 9월에 꽃피는 이유:
식물은 낮과 밤의 길이를 계산해 꽃봉오리를 만들고 꽃을 피운다. 식물이 낮과 밤의 길이에 반응하는 성질을 ‘광주기성(光周期性)’이라 한다. 식물의 이러한 성질을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1918년 미국 식물학자 W. 가너와 H. 알라드는 몇몇 종류의 대두 씨앗을 5월부터 8월에 걸쳐 다양한 날에 심었다. 그 후 언제 심은 씨앗이든 모두 제각각 싹을 틔우고 성장했다. 9월이 되었을 때, 5월에 싹을 틔운 줄기와 8월에 싹을 틔운 줄기가 성장 기간 차이로 인해 줄기 길이와 잎의 수가 달랐다. 당시에는 ‘식물은 자라며 혼자 알아서 꽃봉오리를 만들고 꽃을 피운다’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 실험에서 식물의 성장 정도가 제각각이니 꽃봉오리가 만들어지는 것 역시 제각각이어야 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5월에 싹을 틔워 자란 줄기도, 8월에 싹을 틔워 자란 줄기도, 모두 9월이 되자 꽃봉오리를 만들고 꽃을 피웠다.

식물이 꽃봉오리를 만드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줄기의 키가 어느 정도 자랐는가’ 또는 ‘얼마큼의 기간 동안 성장했는가’ 등이 아니었다. 9월이라는 시기가 중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시기에 따라 변화하는 환경요인으로는 온도, 빛의 세기, 낮과 밤의 길이 등을 생각할 수 있다. 가너와 알라드는 이들 환경을 신중하게 고려해 실험을 계속했다. 그 결과 식물은 온도와 빛의 세기를 변화시켰을 때는 꽃봉오리를 만들지 않다가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니 꽃봉오리를 만들었다. 가너와 알라드는 다른 식물을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반복했다. 그렇게 알아낸 것이 ‘광주기성’이다. 즉, 많은 식물이 낮과 밤의 길이에 반응해 꽃봉오리를 만든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주목하면 대부분의 식물을 단일식물, 장일식물, 중성식물 이렇게 3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Section 2. 개화


꽃봉오리는 어떤 원리로 열리고 닫힐까?:
꽃봉오리가 성장하면 드디어 개화, 즉 꽃이 피는 시기를 맞이한다. 많은 식물은 꽃봉오리 개화 시각이 정해져 있다. ‘꽃시계’를 본 적이 있는가?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시계는 예쁘게 꾸며진 화단 위쪽에 시계 바늘이 돌아가는 형태일 것이다. 하지만 본래 꽃시계는 그런 시시한 것이 아니다.

화단 시계판 각각의 시각 위치에 그 시각에 꽃이 피는 식물을 심는 것으로, 어느 꽃이 피었는가를 보고 시각을 알 수 있도록 한 것이 바로 꽃시계다. 즉, 꽃시계는 식물이 정해진 시각에 꽃을 피우는 성질을 상징하는 것이다. 한편 꽃이 열리거나 닫히는 식물도 많다. 예를 들어, 튤립꽃은 ‘아침에는 열리고 저녁에는 닫히는’ 개폐운동(수면운동)을 10일 정도 반복한다. 꽃을 잘라 실내에 둘 경우, 인위적으로 방의 온도를 높이면 꽃이 열리고 온도를 낮추면 꽃이 닫힌다.

1953년 영국의 W. M. L. 우드는 이러한 꽃의 개폐운동 구조를 알아내고자 두툼한 꽃잎을 외측과 내측 두 층으로 분리해 물에 띄웠다. 그런 후 물의 온도를 높이자 꽃잎 내측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급속도로 늘어났다. 반면 꽃잎 외측은 천천히 늘어났다. 이 실험 결과는, ‘기온이 오르면 꽃잎 내측이 외측보다 빨리 자라기 때문에 외측으로 벌어진다. 그것이 개화현상이다’라는 것을 알려준다.

한편 꽃잎을 띄운 물의 온도를 낮추자 꽃잎 내측은 거의 자라지 않은 반면 외측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이는 ‘기온이 내려가면 꽃잎 외측이 급속도로 자라지만 내측은 거의 자라지 않기 때문에 외측으로 벌어지지 않는다. 이것이 폐화현상이다’라는 것을 알려준다. 이로써 꽃의 개폐 구조를 명확히 알게 되었다. 이 구조는 온도 변화에 따라 꽃잎의 신장이 좌우된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다. 꽃이 열릴 때는 꽃잎 내측이 더 자라고 꽃이 닫힐 때는 꽃잎 외측이 더 자라는 이 개폐 구조는 꽃이 열렸다 닫혔다 하는 모든 꽃에 공통된 특징이다.

꽃봉오리가 정해진 시각에 일제히 꽃피우는 비밀:
꽃이 피는 시각이 정해진 꽃봉오리는 어떤 자극을 느껴서 정해진 시각에 일제히 꽃을 피울까? 엄밀하게 구별하기는 힘들지만 크게 세 가지 자극을 들 수 있다. 첫째는 기온 변화로, 튤립꽃이 대표적이다. 둘째는 아침에 밝아지는 것에 자극 받는 경우로 민들레꽃을 예로 들 수 있다. 밤 기온이 섭씨 13도 이상이었던 날 아침에 서양민들레꽃은 날이 밝으면 꽃잎이 열린다. 밤 기온이 그보다 낮은 날에는 아침에 날이 밝아도 기온이 오르지 않으면 꽃이 열리지 않는다.

셋째는 저녁에 어두워지는 것에 자극 받는 경우로 나팔꽃, 달맞이꽃, 월하미인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의 꽃봉오리는 어두워진 후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꽃이 열린다. 예를 들어 나팔꽃은 저녁 어둠이 내린 뒤 10시간쯤 후에 꽃이 열리는 것이 정해져 있다. 한여름 나팔꽃이 아침에 꽃을 피우는 듯한 인상을 주지만, 알고 보면 이는 전날 저녁 어두워지기 시작한 뒤 10시간쯤 지난 후가 아침이 밝아오는 시간과 일치한 것이다. 만일 인위적으로 아침에 어두운 환경을 조성하더라도 전날 어둠이 시작된 뒤 10시간 정도 지나면 나팔꽃 꽃봉오리는 활짝 열린다.

이런 유형의 식물은 어둠이 내린 후부터 시간을 측정하기 때문에 어두워지는 시간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면 개화 시각이 바뀐다. 다시 말해, 저녁에 피어나는 월하미인을 낮에 개화하게 하고 싶다면 개화 3일 정도 전에 꽃봉오리가 부풀기 시작할 때 낮에 어두운 방에 넣어두든지 두꺼운 종이 상자를 덮어 빛을 차단해준다. 그리고 밤에 전등을 비추어준다. 이렇게 3일 정도 반복하면 이후 월하미인 꽃봉오리가 낮에 열린다.

이들 식물은 시간을 측정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구조를 ‘생체시계’, ‘체내시계’, ‘생물시계’, ‘내생리듬(주기성)’ 등으로 부른다. 또 ‘서캐디안리듬’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약 1일(24시간)의 주기성’을 의미한다. ‘서캐디안리듬’은 ‘개일(槪日)리듬’, ‘일주현상’이라고도 한다.



제4장_ 바나나는 어쩌다 ‘씨 없는 과일’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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