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라는 세계
신용욱 지음 | 부키
배우라는 세계
신용욱 지음
부키 / 2024년 9월 / 216쪽 / 17,000원
1부 인내의 시간
어떻게 기다릴 것인가배우만큼 자신의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직업이 또 있을까? 수치화할 수 있는 전문 시험이 있다거나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자격증이 있는 게 아니니 내가 합격할 만한 상태인지 자격 요건을 따져 볼 수도 없다. 기다림의 끝이 언제일지 짐작하기 어렵다.
오디션이라는 굴레를 거쳐 배우가 되면 이 기다림은 끝이 날까? 한 작품을 한다고 해서 다음 작품이 계속 있으리란 보장이 없다. 원치 않는 공백기를 가지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누군가가 찾아 주어야만 지속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학원에서 따로 오디션을 열지 않지만, 몇 년 전에는 각 소속사의 매니저를 초청해 학원생들을 선보이는 오디션을 열기도 했었다. 대충의 원칙은 학원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미 수업이 끝나서 학원에 다니지 않는 한 친구가 자꾸 눈에 밟혔다.
2018년도 1월에 연기를 배우고 싶다며 찾아온 그 친구는 1년의 그룹 수업 동안 단 한 번도 빠짐 없이 수업 준비를 해 왔다. 당연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 수업에서는 손쉽게 인터넷 검색으로 연기할 장면을 찾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여러 작품을 보면서 자신이 연기할 장면을 직접 품을 들여 찾아야 하고 한 장면을 수없이 되돌려 봐 가며 연습해야 해서 수업 전에 배우 스스로 해야 할 일이 많은 편이다. 수업 준비만 해도 시간이 모자라서 처음엔 의욕적으로 참여하던 이들도 얼마 못 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가끔 자신이 어떤 독백을 연기해야 하는지 질문하는 제자들이 있는데, 나는 확실한 답을 내려 주지 않는다. 자기가 어떤 배우이고, 어떤 연기가 필요한지 스스로 깨닫길 바라서다. 이런 고민의 시간은 연기력을 향상하는 좋은 훈련이 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그 친구는 단순히 수업 준비만 해 온 게 아니라 자신에게 계속 질문을 던지며 답을 찾으려 애썼다. 여러 장르의 독백을 경험하려 했고 감정적으로 표현이 어려운, 이를테면 한 장면 안에 다양한 감정이 혼재된 독백을 선택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감각이 탁월했다. 나는 원칙을 깨서라도 기회를 주고 싶었고 그 친구는 당시 오디션에 참여한 사람 중 유일하게 소속사와 계약을 맺게 되었다. 연기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성실함으로 내 마음을 움직인 그는 배우 황인엽이다.
대부분 1년 정도 배움의 시간이 지나면 조급함으로 인해 연기가 정체기를 겪거나 퇴보하는 경우들이 종종 발생한다. 오디션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고 그나마 어렵게 지원한 오디션에서 연속 낙방하면 직업 자체에 회의를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황인엽은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묵묵히 자신의 날을 기다렸다. 기다림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배우의 인생이 바뀌기도 한다.
그가 처음 선택한 길은 모델이었다. 그러나 모델로서는 빛을 발하지 못했다. 3년여의 모델 생활이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과도 같은 시기였으리라. 모델이라는 직종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조건이 좋아야 선택받을 수 있다.
반면 배우는 외형적인 부분도 간과할 수는 없지만 연기력이 성공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어두운 시기의 끝자락에 황인엽은 어쩌면 모델보다 더 성공을 예측하기 힘든 배우의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간절함은 2년여의 세월을 거치며 조금씩 효력을 발휘했다.
<녹두전>에 캐스팅되면서 개인 수업으로 다시 만난 그는 선배 배우들을 보며 자신도 언젠가는 꼭 캐스팅된 대본을 가지고 개인 수업을 받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이제야 소원이 이루어졌다며 들떠서 이야기했다. 이후로도 <18 어게인> <여신강림> <왜 오수재인가> 등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여전히 성실히 나아가고 있다.
기다림의 형태는 다양하다. 밀어 두었던 영화와 드라마를 열심히 보거나 자신이 할 연기에 필요한 대사가 있다면 연기 노트에 부지런히 스크랩할 수도 있다. 설사 아무런 결실이 없더라도 목표한 오디션이 있다면 힘껏 문을 두드리며 그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기다림의 시간은 배우로서 정지된 시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살아야 할 시기다. 불안이나 조급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자리할 틈을 내주지 말아야 한다. 기다림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 그 시간이 단단한 배우로 성장하는 토대가 되어 줄 것이다.
누구나 배우가 될 순 있지만 아무나 배우가 될 순 없다나는 제자를 가려 받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누구나 배우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분명히 훌륭한 배우가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제자가 배우의 문턱에서 포기하는 경우도 보았고 특별히 눈에 띄지 않던 제자가 유명 배우가 되어 가는 걸 목격하기도 했다. 그래서 첫인상이나 몇 번의 연기만으로 그 배우의 전체를 결정지으려 하지 않는다.
이런 소신을 지켜 온 지는 꽤 오래됐는데, 소신을 확신으로 만들어 준 후배가 있다. 바로 배우 이정은이다. 한양대 연극영화과 1년 후배인 이정은은 대학 다닐 때 주로 나이 든 여자 역할을 맡았었다. 당시에 주인공을 꿰찰 만큼 눈에 띄는 독보적인 친구들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주목받는 배역은 그녀의 몫이 아니었다. 어쩌면 좁은 선택지들이 불만스러웠을 법도 한데, 그런 것들은 아무 상관 없다는 듯이 오로지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그녀의 집요한 성실함은 늘 감탄을 자아냈다.
한번은 수업 중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글을 쓸 때는 띄어쓰기와 문장 부호를 염두에 두고 맞춤법에 맞게 쓰지만, 말하거나 글을 읽을 때는 다르다. 그래서 연기할 때는 물음표, 쉼표, 느낌표, 말줄임표 등은 무시하고 말해야 한다.” 당시엔 그 말이 꽤 충격이었다. 평소 말할 땐 문장 부호를 떠올리며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되새기며 대사 연기를 할 때 늘 주의하려고‘만’ 했다.
그런데 이정은은 손으로 일일이 문장을 적어가며 띄어쓰기를 없애고, 문장 부호들을 넣지 않은 자기만의 대본을 만들었다. 글자들로만 빼곡히 차 있는 그녀의 대본을 보며 경탄과 자책이 스쳐 갔다. 나는 왜 그런 방법에 도달하지 못했을까?
그때 나는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만 휩싸여 있었지, 연기가 무엇이고 연기와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고민은 부족했다. 경쟁이라도 하듯 다른 사람들보다 연기를 잘하고 싶은 마음만 넘쳤던 것이다. 나름대로 소신을 지켜 오며 깨달은 것이라면 이 일을 좋아하는 사람, 힘들더라도 잘 버텨 내는 사람에게는 분명 ‘자기 차례’가 온다는 것이다.
이정은이 긴 무명 생활을 하며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사실은 이미 공개된 인터뷰들로 잘 알려져 있다. 오랜 시간 자신을 증명해 보이려 지독히도 외로운 싸움을 했을 거라는 짐작이 가지만, 어쩌면 그녀에게는 싸움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스틸러’, ‘주연보다 기억에 남는 조연’이라는 수식어를 얻게 된 바탕에는 주목받는 역할에 대한 욕심보다 그저 연기가 좋았고, 배우가 계속하고 싶었고 그래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꾸준한 진심이 어느 순간 관객의 가슴에 닿았을 것이다.
나도 누군가를 가르치는 입장이 되어 보니 이런 제자를 만나는 것은 참 즐겁고 복 받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선생이 의도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고 본인만의 방법으로 발전시켰으니 얼마나 기특한가.
그리고 다시 한번 깨닫는다. 누구나 배우가 될 순 있지만 아무나 배우가 될 순 없다고. 연기를 대하는 꾸준한 진심, 그 진심을 전달하기 위해 쌓아 온 성실한 시간이 밑바탕 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는 것을.
2부 발견의 시간
‘나’라는 악기 다루기많은 사람이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외향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경험상으로 보면 연기와 성격은 별 관련이 없다. 물론 외향적인 성격이 배우가 되는 데 유리한 출발점이 될 수는 있겠지만 외향적이어야 배우로 성공한다는 말은 아무래도 불편하게 들린다.
외향적인 배우들은 소통 능력이 좋고 분위기를 이끌어 갈 줄 안다. 다만 연기 관련된 지적을 받으면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 아무래도 평소 시선의 방향이 내면보다는 바깥을 향하는 편이라 내면의 탐구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내가 본 배우들은 대개 내성적인 편이었다. 평소 내면을 들여다보는 습관이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을 감지하는 탁월한 능력을 길러 주어서인지 그들은 자기 내면에 집중할 줄 안다. 보고 있으면 정서적인 감각이 탄탄하게 느껴진다.
어떤 성격이든 장점과 단점이 있고 연기할 때 특별히 유리한 성격 같은 건 없다. 중요한 건 연기를 처음 배우는 시기에 자신의 성격을 잘 파악하는 것이다. 성격이라는 중심점이 있어야 내가 연기할 배역의 성격이 내 성격과 얼마나 가까운지 또는 먼지 거리를 더 수월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런 측정을 기준으로 연습할 때 조금 더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을 결정할 수 있다.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매 순간 자기 상태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어떤 순간에 기분이 좋아지거나 혹은 나빠지는지 어떤 이야기에 불쾌함을 느끼는지 등 평소에 세심히 관찰하고 일기처럼 작성해 보는 것이 좋다. 마치 뛰어난 연주가가 항상 자기 악기 상태를 꼼꼼히 점검하고 소중하게 다루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연주가는 자신과 관객을 연결시키는 악기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그 성격에 어울리는 좋은 음악으로 관객에게 보답해야 한다. 배우도 ‘나’라는 악기를 잘 알아야만 악기를 잘 연주할 수 있다. ‘자기 객관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악기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성격이라는 벽에 부딪히고 말 것이다.
초반에 성격을 잘 파악했다면 점점 중립 상태에 자신을 놓아둘 필요가 있다. 아무리 내성적인 사람이라도 매 순간 내성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외향적인 사람들도 자신 안에 침잠해야 하는 순간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각자 그때 생겨나는 감정들을 잘 붙잡아 두어야 한다.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글 때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거나, 산책하면서 귓가의 소음에 집중해 보고 자기 내면과 연결 지어 보는 훈련도 도움이 된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때로는 외향적이고 때로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상황에 맞게 자신을 변화시킬 줄 알아야 한다.
약점은 어떻게 무기가 되는가대학생 때 롤랑 조페 감독의 영화 <미션>을 친구들과 단체 관람한 적이 있다. 로버트 드 니로와 제러미 아이언스 주연의 칸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이었다. 당시 나는 그런 사전 지식 없이 영화를 감상했다.
관람 후에 다 같이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한 친구가 얼마나 감동했는지 눈이 벌겋게 충혈돼 눈물까지 흘리면서 영화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다른 친구들도 저마다 한마디씩 보탰다. 영화가 지루하지 않은 정도라고 느꼈던 나는 이야기의 중심에서 멀어지는 것 같았고 이내 움츠러들었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는데 다들 좋다고 하는 와중에, 나는 그냥 그랬다고 잘 보긴 했지만 울 정도로 감동적이진 않았다고 솔직하게 말할 자신은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연극이나 영화를 많이 보고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해 온 친구들에 비해 내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어린 마음에 그게 엄청난 약점이라 생각했다.
이전에도 몇 번의 비슷한 상황이 있을 때면 나는 솔직한 의견을 말하기보다는 뒷줄에서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맞고 틀릴 게 없는데도 괜히 말을 꺼냈다가 웃음거리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집으로 돌아가면서 다짐했다. 다시 이런 상황이 온다면 그땐 자신 있게 내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겠다고. 그러려면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을 보완하는 것이 먼저였다.
그때부터 하루 한 편씩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연기에 관해 아무것도 몰랐으니 영어로 따지면 알파벳부터 공부한 케이스다. 남들보다 발전 속도도 더뎠고 뭐든지 늦게 깨우침을 얻었지만, 그만큼 더 집중해서 꾸준히 하려고 노력했다. 토끼를 따라잡으려는 거북이가 되어 한 걸음씩 전진하다 보니 어느새 하루 한 편 영화 보기는 습관이 되었다. 그 습관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렇게 쌓인 내 경험을 토대로 제자가 지금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 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눈을 얻었고 이 단계에서 무엇을 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지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개인 수업을 할 때 배우가 촬영할 작품이 어떤 장르든, 어떤 캐릭터를 맡았든 모든 대본을 수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설령 내가 관심 없는 장르라 하더라도 그 장르로 넘어가는 것이 수월하다. 내겐 긴 시간 축적해 온 ‘다양성’이라는 풍부한 자산이 있으니까.
인생이 그런 것 같다. 스스로 취약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극복하고자 한 행동이 생각지 못한 장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러니 자신의 약점을 마냥 미워하거나 숨길 필요가 없다.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조금씩 굳건히 나아간 그 시간이 지금의 내가 더 나은 연기 선생이 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선물해 줬다고 믿는다.
불안이라는 동행자여느 직업군과 달리 배우는 무명 시절과 유명 시절이 나뉜다. 무명의 시기가 길어지면 경제적인 어려움과 더불어 지독한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등 떠밀려 배우를 선택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고자 마음먹은 것은 자기 자신이고 선택의 책임 역시 오롯이 자기 몫이기에 힘든 상황을 다른 일을 하는 지인에게 털어놔 봐야 돌아오는 말은 비슷하다. “그래도 너는 하고 싶은 거 하잖아.”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면 상황이 좀 더 나을까. 동병상련이라고, 잠시 위로는 되겠지만 어느새 그저 하염없는 넋두리의 시간 혹은 ‘불행 배틀’로 흘러갈 뿐이다. 사실 답은 간단하다. 그냥 포기하면 된다. 그게 안 돼서 문제지만.
배우로서 유명해지면 경제적인 어려움은 줄어들겠지만 불안함은 부담감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어깨를 짓누르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재미있다”는 한마디로 뭉뚱그려 표현하지만 작품이 잘 안됐을 땐 구체적인 실패 원인을 찾는다. 작가의 필력, 연출의 한계, 배우의 연기력… 특히 주연 배우는 작품의 실패가 자기 탓 같아서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작품이 잘되면 이 부담감은 눈 녹듯 사라질까? 높아진 대중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할까 봐, 성공한 이전 작품보다 ‘더’ 성공한 작품을 보여 줘야 한다는 강박에,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감은 훨씬 더 커진다. 불면에 시달리는 날도 늘어 간다.
불안은 안전핀이 뽑힌 수류탄과 같아서 쓰임에 따라 성공할 수도 있고 자멸의 길로 빠질 수도 있다. 적당한 불안함은 뇌를 각성시켜 끊임없이 우리를 움직이게 만들고 좋은 아이디어나 창작의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 연기 발전의 동력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불안이 자기 자신을 잠식하여 삶이 매몰되는 경우 큰 문제가 생긴다.
과거에 인기를 얻으며 배우로서 점차 영역을 넓혀 나가던 제자가 있었다. 어느 날 마약 사건으로 논란이 생겼고 자숙 기간 이후에도 다른 문제가 불거지며 재기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불안감이 원인이었는지 단정할 수 없고 원인이었다고 해도 그 선택을 옹호할 마음은 없다.
다만, 평소 불안으로 힘들어 하는 제자들을 많이 봤기 때문에 한때 제자였던 그 친구가 혹여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건 아닌지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건 아닌지…. 그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시간이 꽤 지난 뒤 그의 사망 소식을 접했을 때의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한없이 사랑받다가도 한순간 외면당할 수 있는 직업적 특성상 불안은 늘 배우와 동행한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상황도 한몫한다. 일부 기자들은 배우의 실수를 호시탐탐 노리고 대중은 사실관계가 정확히 나오기도 전에 우선 비난부터 퍼붓고 보는 경우가 많다. 연기로 평가받는 건 당연하지만, 공격성 비난을 감수해야 할 이유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