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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거실에서 우주까지, 먼지의 작은 역사

요제프 셰파흐 지음 | 에코리브르


먼지: 거실에서 우주까지, 먼지의 작은 역사

요제프 셰파흐 지음

에코리브르 / 2024년 7월 / 232쪽 / 17,000원





태초에 먼지가 있었다


우주에서 가장 중요한 그것의 몇십억 년 역사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영국 우주학자 프레드 호일의 조롱으로 그 역사의 문을 열어보자. 1929년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파월 허블은 하늘에선 모든 것이 흩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의 동료들은 이를 바탕으로 언젠가 과거에는 모든 것이 한 점이었다는 논리적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 점에서 만물이 생겨났다고 말이다. 호일은 그들의 주장을 조롱하며 폭죽에 빗대어 ‘빅뱅(대폭발)’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그러나 그 조롱 섞인 비유가 20세기 우주학을 결정하게 되리라고는 그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학자들은 약 138억 년 전에 일어난 그 현상을 ‘빅뱅’이라고 부른다. 원인은 여전히 수수께끼지만, 과정은 정확히 밝혀졌다. 우주학자들의 공식대로라면, 빅뱅이 일어나고 3분 후 우주의 구성 물질은 수소 75퍼센트, 헬륨 25퍼센트, 나머지는 경금속 리튬과 베릴륨이었다. 이러한 구성은 지금의 우주에서도 관찰되므로 빅뱅 이론이 옳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겠다.

처음에는 먼지가 없었다. 원시 가스뿐이었다. 그 가스가 뭉치면 뜨거워지는데, 그 열기에 중력이 가해져 서로 뭉쳐 무거운 덩어리가 되고 별이 될 수 있었다. “100개 이상의 태양 덩어리가 모이자 그제야 중력이 충분히 커져서 핵을 강하게 짓누르고 핵융합이 시작되었다. 별이 탄생한 것이다.”

텍사스 대학교의 볼커 브롬과 그의 동료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1세대의 별은 현재의 별과 근본적으로 달랐다. 우리의 태양보다 평균 질량이 몇백 배 더 많고, 밝기도 수백만 배 더 밝았다. 에너지가 풍부한 이 별들의 광선이 주변의 가스를 뚫고 지나가면서 가스를 가열시켰다. 이 거대한 별 하나가 주변으로 뿜어낼 수 있는 뜨거운 거품은 지름이 최대 1만 5,000광년에 달했다. 참고로 우리 은하계의 지름은 10만 광년이다.”

힘겨루기에서 처음엔 열기가 중력을 이겼다. 우리의 은하수 같은 2세대 은하계에 이르러서야 그 열기를 데려갈 수 있는 먼지가 생겼다. 이 먼지는 우리 몸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무거운 원소들로 구성되었다. 이러한 원소는 1세대 거대 가스 행성이 폭발하면서 생겨났는데, 그릴(grill) 점화기에 비유할 수 있다. 엄청나게 빨리, 격하게 타며 많은 에너지를 뿜어내지만 금방 사그라든다. 그러다 연료가 떨어지면 꺼진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폭발로 생을 마감한다. 이름하여 초신성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 아주 먼 곳에서 벌어진 일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 과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우리 은하계에서 한 은하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대마젤란 은하에서 몇십 년 전 별 하나가 죽었다. 천문학자들은 칠레 북부 아타카마사막에 있는 ALMA 망원경의 64개 안테나로 그 거대 초신성이 폭발한 후 발생한 먼지구름을 분석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들의 이론을 입증할 증거를 찾아냈다.

원소의 탄생:
이 우주 폭발을 목격한 때는 1987년이다. 요하네스 케플러가 1604년에 그런 사건을 관측한 이후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첫 초신성이었다. 천문학자들은 죽어가는 별을 향해 망원경을 조준했고, 초기의 섬광이 약해지며 구름 속에서 폭발의 충격파가 바깥을 향해 퍼져나가는 광경을 관찰했다. 그들은 이 구름이 천문학의 오랜 수수께끼를 풀어줄 해답이기를 바랐다. 정말로 초신성 폭발은 화학 원소로 이루어진 먼지를 만들어낼까? 우리 몸,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 우리가 밟는 돌에 스며 있는 원소 대부분이 정말로 별의 내부에서 생겨났을까?

과연 정말이었다. 천문학자들은 ALMA 망원경을 통해 그토록 고대하던 먼지를 발견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마츠우라 미카코는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초기 은하에는 먼지가 어마어마하고, 이 먼지는 은하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초기 우주의 먼지 대부분이 초신성에서 탄생한다는 것은 우리도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다. 그런데 마침내 그 이론을 뒷받침하는 직접적 증거를 우리가 찾아낸 것이다.”

그녀는 거대 별의 내부에서 수소와 헬륨이 융합해 탄소가 되고, 그렇게 최초의 먼지 알갱이가 탄생했다고 설명한다. 영국 킹 대학교의 나이 에번스는 또 이렇게 말한다. “지름이 머리카락의 지름보다도 작은 미세한 입자였다. 정말로 작지만, 이 먼지 알갱이 각각에는 몇백만 개의 탄소 입자가 들어 있다.” 빅뱅을 의심한 프레드 호일마저도 그 과정에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더 높은 지성이 탄소 원자의 성질을 설계한 것이 분명하다. 그냥 자연의 맹목적 힘이 그랬다면 그런 원자를 찾아낼 기회는 극미했을 테니 말이다.”

호일이 그토록 감탄한 이유는, 탄소가 만들어지려면 수소와 헬륨의 융합에다 생명이 짧은 원자 하나가 추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베릴륨-81이다. 이 원소는 태어나자마자 곧바로 사라진다. 따라서 탄생에서 소멸까지 걸리는 그 몇 밀리초(millisecond)의 타이밍이 정확히 맞아떨어져야 한다.

물리학적으로 표현하면, 참여한 모든 원자핵의 에너지 수준이 정확히 탄소의 그것과 맞아야 한다. 탄소는 모든 유기체에서 산소 다음으로 가장 흔한 원소다. 탄소가 없다면 신진대사도 없고, 당신도, 나도 여기에 없을 것이다. 미국의 4인조 밴드 ‘크로스비, 스틸스, 내시, 영’이 부르는 <우드스톡(Woodstock)>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우리는 별 먼지, 우리는 황금, 우리는 수백만 년 된 탄소다.”

별의 내부에서 융합 반응이 일어날 때마다 탄소는 계속해서 주기율표의 윗자리로 밀려 올라갔다. 밀가루가 빵이 되듯 점점 더 무거운 원소가 만들어진 것이다. 마그네슘, 황, 나트륨, 규소, 백금, 금, 티타늄, 우라늄이 형성되었다. 핵(核), 즉 핵을 이루는 양성자와 중성자의 전체 개수가 최대치인 56에 도달할 때까지 그 과정은 오래도록 계속되었다. 핵 안에 든 양성자와 중성자가 안정 상태인 56개가 되면 원소는 융합을 멈춘다. 그 원소가 철이다. 철은 죽어가는 별에서 대량으로 생산된다.

별 내부의 융합 반응이 그치면 별은 위축된다. 별이 진동하며 가스 껍질을 털어낸다. 이 마지막 지옥불 덕에 별은 수십억 개의 별을 합친 듯 환하게 만화경 같은 온갖 색깔을 뿜어낸다. 우주의 재활용 불꽃이다. 이제 별은 자신의 물질을 먼지 형태로 우주에 되돌려준다. 돌을 만드는 결정 물질인 규소 먼지, 대리석에 든 산화마그네슘 먼지, 지구에서 오염도에 따라 루비나 사파이어로 부르는 강옥(玉), 즉 산화알루미늄 먼지 등이 쏟아져 나온다.

몇십억 년 전 초신성이 폭발한 후 섭씨 5만 도의 뜨거운 구름 안에서 그런 먼지가 우주로 달려 나갔다. 1제곱미터당 원자 1만 개로, 밀도는 극히 낮았다. 보통의 우주 대기도 밀도가 그보다 몇천조 배 더 높다. 그러나 구름의 크기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그 안에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먼지 알갱이가 들어 있었다. 가장 큰 것은 담배 연기만큼이나 먼지가 많았다. 바로 그 작은 입자들이 어느 땐가 우리의 태양이 되고, 우리의 지구가 되었다.



먼지는 인간 문화의 원료


작은 먼지 알갱이 하나만 보아도 수천 년 전 인류가 어떤 일상을 살았는지 읽을 수 있다. 원시 시대 동굴 먼지를 일종의 타임머신으로 삼는 것이다. 공상과학 소설 같은 이야기지만 실제로 학자들이 그 일을 해냈다.

고인류학자들이 동굴 바닥에 깔린 작은 태곳적 먼지 자국에서 네안데르탈인과 다른 원시인들의 분자 유적을 발견했고, 다시 거기서 유전자의 유전질을 추출해낸 것이다. 여태는 뼈와 도구가 과거를 알려주는 유일한 길잡이였다. 그런데 이제는 땀과 피 그리고 오줌을 묻힌 광물 먼지가 그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다. ‘막스플랑크 라이프치히 진화인류학연구소’의 마티아스 마이어 국제 연구팀이 그런 먼지 혼합물에서 인간의 DNA를 추출했다. 이 연구소의 소장으로 함께 연구에 참여했던 노벨상 수상자 스반테 페보는 이렇게 말한다. “앞으로 이것이 고고학의 표준 도구가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퇴적물의 DNA 흔적을 원시인의 존재를 입증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먼지 한 숟가락에서 유전자 조각을 수조 개 찾을 수 있다. 그래서 가령 원시인의 가장 중요한 진화 중 하나인 불 사용 능력에 대해서도 더욱 정확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석기 시대 인간은 먼지를 이용할 줄 알면서 불을 피울 수 있게 되었다. 그냥 부싯돌 2개를 친다고 불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부싯돌에다 또 하나의 돌이 있어야 한다. 금운모라고도 부르는 황철석이다. 이 두 가지 돌을 맞부딪쳐야만 먼지 조각에서 눈에 보이는 불꽃이 튄다. 우리가 쓰는 라이터도 이런 기본 원리를 이용한다. 탄소를 함유한 강철바퀴가 작은 부싯돌을 때리는 것이다.

먼지가 없다면 동굴 벽화도, 의식용 화장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이미 5만 년 전부터 단순한 그림과 상징을 동굴 벽에 그리기 시작했다. 이는 에스파냐 북부에서 발견된 11개 동굴 벽화의 연도가 말해준다. 가장 오래된 벽화는 네안데르탈인이 그린 것으로, 적철석의 비율이 높은 돌가루를 사용했다. 이 유적은 네안데르탈인이 의식용 화장품을 제조했다는 사실도 입증한다. 철 광물의 노란 안료인데, 훗날 고대 이집트 사람들도 이것으로 화장을 했다.

문자의 세계 역시 먼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최초의 기호는 먼지로 쓰거나 먼지에 새겼다. 고대 연대기 저자들은 아르키메데스가 난로 먼지든 길가의 먼지든 먼지만 보면 무조건 끄적였다고 기록했다. 숫자의 역사 역시 먼지와 직접적 관련이 있다. 키케로는 ‘박식한 먼지’라는 말로 제자들을 훈계했다. “너는 박식한 먼지를 만진 적이 없다” 이 말은 제자가 수학 문제를 풀지 못했다는 뜻이다.

0과 먼지 숫자:
먼지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은 0의 발명이다. 이 숫자가 처음부터 존재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0의 기원은 가장 오래된 셈(계산) 도구에서 시작되었다. 그리스어로 아박스(abax)라고 부른 주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런데 이 단어는 셈어 아브크(abq)에서 나온 말로 ‘모래 혹은 먼지를 뿌린 판’이라는 뜻이다. 바빌로니아와 로마뿐 아니라 인도에서도 셈을 하는 판에 모래를 뿌렸다. 인도에서 고등 수학을 의미하는 ‘둘리 카르마(dhuli-kharma)’는 ‘모래 활동’이라는 뜻이다.

왜 먼지를 셈 판에 뿌렸을까?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수학과 교수 로버트 캐플런은 《영의 자연사(A Natural History of Zero)》에서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모래를 기억의 도우미로 썼다는 주장이 가장 신빙성 있어 보인다. 계산을 마친 숫자의 자국을 보고서 검산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모래 먼지가 없다면 실수를 했어도 나중에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 고의로 속였을 때도 입증할 수 없다.

0은 이런 ‘셈 먼지’에 둥근 ‘셈 돌’이 남긴 자국에서 탄생했다. 0을 채우던 돌을 제거하자 둥근 자국이 남았다. 인도 수학자들은 그 빈 원을 보고 0을 떠올렸다. 캐플런의 말을 더 들어보자. “예전에는 1에서 9까지의 숫자만 수로 보고 0은 일종의 마커(marker)로 생각했다. 5~6세기 혹은 7세기에 들어 인도 수학자들이 다른 모든 수와 마찬가지로 0으로도 계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0은 이슬람과 함께 인도를 떠나 북아프리카를 지나서 무슬림이 점령한 에스파냐로까지 진출했다. 950년에는 이곳에서도 ‘후루프 알구바리(huruf al-gubari)’, 즉 ‘먼지’라고 일컫는 이 숫자를 사용했다. 이 명칭은 먼지를 뿌린 인도의 셈 판에서 유래했고, 상인들의 짐에 실려 멀리멀리 퍼져나갔다. 그러니까 무(無)를 이용한 셈법은 무에 가까운 먼지에서 유래한 기술인 것이다.



먼지의 DNA


코펜하겐 동물원의 불곰이 살찐 연어를 맛나게 먹는다. 11헥타르 넓이의 곰 사육장 반대편에서 코펜하겐 대학교의 생물학자 크리스티아나 륑고르는 알레르기 환자가 집 청소를 할 때 쓰는 특수 청소기를 작동시켰다. 그 기계에는 먼지봉투 대신 물통이 들어 있다. 빨아들인 공기가 물을 통과하면서 먼지 입자가 그 물에 붙들린다. 륑고르는 이 특수 청소기를 이용해 그동안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일을 해내고 싶었다. 공기 중의 DNA를 빨아들인 다음, 그 샘플에서 얻은 유전자 정보가 어떤 동물종의 것인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륑고르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실험실에서 공기 샘플을 분석한 후, 내 입에서 나온 말은 딱 한 마디였다. “말도 안 돼!” 그녀가 찾아낸 것은 잘 밀폐된 건물과 사육장을 뚫고 나온 동물 49종의 DNA만이 아니었다. ‘바 코딩(bar-coding)’을 통해 특정 포유류와 조류 그리고 양서류와 갑각류의 DNA도 확인할 수 있었다. ‘바 코딩’은 유전자 정보를 배열한 후, DNA 참조 데이터베이스에 바코드로 저장해놓은 많은 동식물종의 배열과 비교하는 방법이다. 그런 바코드는 일종의 유전자 지문으로, 하나의 대상에게만 부여한다는 점에서 마트 상품의 바코드와 유사하다.

DNA 농도는 거리가 멀어도 유의미하게 줄어들지 않는다. 몇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DNA를 빨아들였어도 륑고르는 곰이 먹는 연어가 어떤 종인지 알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동물원 수족관의 물고기들이 정확히 어떤 물고기인지도 알아냈다. 굳이 수족관 물을 떠서 분석하지 않아도 공기 중 DNA만으로 물고기종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동물원 주변에 사는 동물들의 DNA도 찾아냈다. 산책하는 강아지 한 마리, 떠도는 고양이 한 마리, 쥐 한 마리와 다람쥐 한 마리. 그 녀석들도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처럼 똥이나 털, 침, 숨결을 통해 작은 DNA 입자를 남겼다. 륑고르는 말한다. “작고 가벼워서 공중에 뜨는 모든 것이 유전자일 수 있다.”

환경 DNA의 활용은 “사실상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륑고르는 ‘eDNA’를 이렇게 소개한다. 여기서 ‘e’는 영어 environmental에서 나왔다. “이제 우리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정보에 접근한다. 세상은 진정한 DNA의 바다다. DNA는 바다에도, 땅에도 있으며, 이제 우리가 알게 되었듯 공중에도 가득하다.”

물론 그 전에도 피, 침, 머리카락, 뼈, 똥, 바닥, 물에서 DNA를 채취했다. 한 숟가락의 양이면 큰 호수에서 사슴이 목욕을 했으며, 작은 칼새가 지나가다가 몇 초 동안 물을 마셨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껏 주목하지 않은 유전자 흔적이 있었다. 바로 어디서나 인간과 동물을 휘감는 구름, 즉 피부 입자, 머리카락 입자, 분비물, 입김으로 이루어진 눈에 보이지 않는 DNA 구름이다. 이것들이 먼지 입자와 결합해 우리를 둘러싼 공기로 배출된다. 이 ‘먼지 DNA’ 입증은 그동안 시간과 돈이 많이 들던 바이오 모니터링, 즉 지구 생물 다양성 감시에 혁신을 몰고 왔다.

“이제는 굳이 라이브로 보지 않아도 동물을 파악할 수 있다.” 륑고르는 말한다. 멸종 위기종인 살쾡이가 특정 숲을 배회하는가? 어떤 서식지에 나비가 몇 마리나 살고 있는가? 바람이 그것의 먼지 DNA를 샘플 채취장소로 데려올 수 있다. 가령 날개를 퍼덕이는 나비가 흘린 입자 같은 것들을 말이다. 앞으로는 공기 흡입기를 이용해 곤충을 즉각적으로 수동 감시하는 세상이 올 것이다. 밭에서도 농부는 침입 해충이 닥칠 기미만 보여도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곤충이 찾아와 가루받이를 해준 식물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벌이 꽃에 내려앉는다. 애벌레가 잎을 갉아먹는다. 진드기가 잎을 찌르고 거미가 거미줄을 남긴다. 식물의 세상은 수천 가지 휘발성 상호 작용을 경험한다. 하지만 식물과 동물의 대다수 관계는 지금껏 기록되지 못했다. 이 생태계의 복잡성이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살랑~ 꽃 먼지 한 톨만 날아와도 꽃의 가루받이를 해준 벌의 DNA를 찾아낼 수 있다. 코펜하겐 대학교의 필리프 프란시스 톰슨 교수는 파리, 딱정벌레, 나비, 벌, 진드기와 접촉한 식물의 먼지를 이용해 130종 이상의 동물 eDNA를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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