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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아신경외과 의사입니다

제이 웰론스 지음 | 흐름출판


나는 소아신경외과 의사입니다

제이 웰론스 지음

흐름출판 / 2024년 4월 / 416쪽 / 22,000원





리마인더




2020년 봄 내내, 우리 병원도 다른 병원들과 마찬가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비하느라 정신없었다. 병원은 전반적으로 암울한 분위기였다. 내게도 수술 말고 다른 업무가 생겼다. 수술기주위(perioperative) 앞으로 급증할 환자에 대비하던 관리위원회의 일원으로서 나는 쏟아져 들어오는 데이터를 선별하는 임무를 맡았다. 병원에서는 필수 인원만을 남겨두고 빠르게 인력을 줄였다. 응급수술을 제외한 수술들이 줄줄이 취소되었고, 임상직을 제외한 직원들은 병원이 아닌 각자 집에 머물렀다.

이런 상황에서 12살 여자아이가 혼수상태로 병원에 실려 왔다. 뇌동정맥 기형(AVM) 파열이었다. 몇 시간 전, 이 아이의 가족은 집 안에 머물라는 정부 방침에 따라 모여 앉아 영화 〈해리포터〉를 정주행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아이가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기 시작했고, 몇 분 만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런 변이가 소아신경외과 의사로서 가장 힘든데, 퇴근하고 집에 와 있어도 재앙이 발끝까지 따라와 있는 듯한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이런 예기치 못한 응급 상황이 오랜 세월 반복되고 거기에 익숙해지다 보니, 사고를 예측하는 것보다 그냥 무작위에 의존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갑자기 쓰러진 12살 아이는 집 근처 응급실로 옮겨졌고, 응급실에서는 아이에게 호흡관을 삽관하고 인공호흡기를 달아 시간을 벌었다. CT 촬영 결과, 좌측 전두엽 안에서 큰 혈전이 발견되었고, 편평해야 할 표면 아래 혈관이 미세하게 엉켜 있는 듯한 흔적이 보였다. 뇌동정맥 기형이었다. 우리 병원에서 두 시간 반 거리인 그 병원의 응급실 의사는 파열된 뇌동정맥 기형이라고 정확하게 진단을 내렸고, 두개골에 작은 구멍을 뚫어 배액관을 삽입했다. 배액관이 하는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뇌출혈, 외상, 뇌종양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에서 뇌 안에 축적된 뇌척수액(CSF)을 물리적으로 배출해내면, 두개골 내부에 빠르게 쌓이는 압력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배액관을 침대 옆 압력 모니터에 연결하면 두개 내압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인데, 두개 내압을 알면 의료진은 압력을 낮출 수 있는 특수 약물을 주입해 결정적인 치료를 할 때까지 시간을 조금 더 벌 수 있다. 참고로 뇌동정맥 기형은 신경외과에서도 어렵기로 손꼽히는 고난도 수술이다.

배액관을 삽입하기 전 그쪽 병원에서 내게 전화했을 때 시곗바늘은 자정을 막 넘어가고 있었다. 절차를 밟고 환자를 이송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려서 그 환자는 새벽 여섯 시 무렵에야 우리 병원에 도착했다. 우리는 곧 환자를 수술실로 옮겼다. 첫 번째 마취에 들어갔고, 수술실 간호사들이 재빨리 환자 주위로 모여들었다. 수술에 들어가기 직전에, 환아의 어머니와 매우 짧은 대화를 나눴다. 보호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제야 나는 아이의 이름이 소피아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의 이름을 알게 되자마자 나는 소피아가 뇌동정맥 기형 파열로 인해 영구적인 장애를 입었을 수도 있다고, 또 뇌동정맥 기형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는 중에 사망하거나 영구적인 장애를 얻게 될 수도 있다고 전해야 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영구 장애란 몸의 한쪽이 마비되거나 말을 못하게 되거나 기계에 의존한 채 살게 되거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당면한 수술에 집중해야 하는 동시에 이런 대화를 나눠야 하는 상황을 견뎌야 할 때면, 나는 ‘매우 아파하는 아이를 수술해야 하는 나’와 ‘자식을 둔 부모로서의 나’를 적극적으로 분리하려고 애쓴다. 머릿속에서 클러치 같은 걸 밟는 순간, 내 안을 맴돌던 부모로서의 정체성이 쑥 빠져나가고 외과 의사로서의 나만 남는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소피아의 어머니를 비롯해 다른 부모님들에게 이런 말을 전해야 하는 순간을 도무지 감당하기 힘들다.

소피아는 밑에 있는 혈전 때문에 뇌압이 높아져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어서 혈전을 제거해 곧장 뇌압을 낮추고 싶었다. 그러나 출혈이 멈춘 건 그 혈전이 파열된 혈관의 구멍을 막고 있는 덕분이었다. 그래서 파열된 혈관에서 혈전을 없앴다가는 다시 출혈이 일어날 수 있었고, 나는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뇌동정맥 기형에 영양을 공급하는 문제의 동맥을 신속하게 찾아서 마이크로 포셉을 이용해 몇 밀리미터를 노출시켰고, 옆에 있던 레지던트가 동맥을 가로질러 자그마한 클립 하나를 결찰(結紮)했다. 그 순간 충혈된 채 맥동하던 유출 정맥이 분노로 소용돌이치던 보라색에서 잔잔한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혈류가 정상화되었다는 신호였다. 우리는 뇌동정맥 기형에서 바로 나오는 정맥을 가로질러 클립을 하나 더 배치한 뒤 마이크로 시저로 몇 번 잘라내서 뇌동정맥 기형을 제거했다. 그다음 깊숙한 부분으로 들어가 조심스럽게 혈전을 제거하고 그 부위를 살살 물로 씻어냈다. 다음, 작은 석션 팁을 표면 가까이에 댄 채 석션을 타고 물이 우리 쪽으로 올라오도록 기다렸다. 몇 초 후, 혈전이 더는 내부에서 압력을 가하지 않자 뇌가 이완되었다. 이제 뇌 밖으로 나갈 시간이었다.

마무리 봉합을 하는 중에, 우리 팀원들의 에너지가 수술실 문을 넘어 복도까지 뻗쳐나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복도를 지나가던 동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우리를 보고 있었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얼굴들이 수술실 문에 난 창문 너머에서 우리를 보고 있었다. 무자비하게 퍼지는 팬데믹 상황에서 맥을 못 추는 세상을 수 주간 그저 지켜보기만 하며 답답했던 마음이 떠올랐다. 우리가 서 있던 그곳, 수술이 이루어진 바로 그 공간은 우리의 원래 삶이 어땠는지 알려주고, 명확한 목적을 짚어주고, 우리가 급변하는 세상을 바라보며 느꼈던 무력감으로부터 잠시 벗어나게 해주는 리마인더였다. 원래 우리는 이 수술실에서 환자를 치료하던 사람들이고, 이제 다시 사람들을 치료하게 될 것이다.

이후 몇 주 동안 소피아가 회복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수술을 받고 며칠 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소피아는 매시간 단위로 호전되었다. 소피아는 가족의 이름을 기억해 말했고, 손을 뻗어 물건을 집는 등 점점 더 주변 환경에 반응하며 상호작용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얼마 뒤, 소피아는 두 발로 일어서는 데 집중하기 위해 맞은편 재활 병원으로 이전했다. 십수 년 전 소피아가 걸음마를 처음 배울 때 작동했던 뇌 경로는 여전히 소피아 안에 존재했다. 소피아는 그걸 다시 되찾기만 하면 됐다. 며칠 뒤, 진료실에서 퇴근한 나는 차를 세워둔 주차장 대신 길 건너 재활 병원으로 병문안을 하러 갔다.

그 무렵은 팬데믹이 이미 세상에 자리를 잡은 뒤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방문 제한 방침 때문에 부모 외에 다른 방문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소피아의 부모는 교대로 딸의 병간호를 하고 있었다. 열려 있는 병실 문 앞으로 걸어간 나는, 문틀에 노크하며 인기척을 내기 전에 병실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죽음의 문턱에 서 있었던 소피아가 자리에 앉아서 어머니와 카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카드 게임이라니! 수술 직전 소피아의 어머니에게 건넸던 말이 떠올랐다. 정말 놀라웠다. 우리가 배운 일, 삶의 벼랑에 서 있는 아이들을 한가운데로 다시 데려오는 이 일을 지금껏 해오고 있으면서도 이런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여전히 어마어마한 경이로움에 휩싸인다.

그런데 소피아는 단순히 말 몇 마디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게 아니었다.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었다. 이윽고 두 사람이 카드에서 눈을 떼고 나를 올려다보고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 내가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피아의 물리치료사가 병실로 들어갔고, 나는 소피아가 침대 가장자리를 짚고 일어나 다시 걸으려고 시도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여러 면에서 호전이 있었지만, 다시 걷는 건 여전히 어려운 도전이었다. 옆에서 소피아를 격려하던 어머니가 내 곁으로 다가와 섰다. 소피아는 힘을 들이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병실을 가로질러 걷는 어머니를 바라보고는 다시 바닥을 내려다봤다. 집중하는 소피아의 얼굴에 결연한 표정이 번졌다. 반드시 낫겠다는 결심, 무엇을 감수해야 하든 간에 반드시 회복하는 데 필요한 자신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결심이 보였다. 그때 나는 새로운 팬데믹이 일상으로 자리 잡은 이 시점에, 소피아의 회복과 그걸 만든 소피아의 의지력을 목격하는 것이 내게 얼마나 필요한 일이었는지를 깨달았다. 이 한 아이가 온 힘을 다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의료계의 모든 사람이 꼭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꾸준히, 소피아는 한 발을 내밀었고, 어머니와 나는 병실 문에 나란히 서서 그런 소피아를 지켜보고 있었다. 소피아는 점점 더 균형을 잡아나갔다.

소피아는 물리치료사가 잡은 손을 일부러 떨쳐냈다. 그런 다음, 조금 더 빠른 속도로 반대쪽 발을 내디뎠다. 그런 다음, 또 반대 발을 앞으로, 또 반대쪽 발을 앞으로, 그렇게 소피아는 걷고 있었다. 소피아의 어머니는 무의식적으로 내 팔을 꼭 쥐었다. 마치 눈앞에서 뉴런들이 스스로 깨어나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곧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소피아는 우리 둘을 지나 복도로 걸어 나갔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갈 때마다 소피아는 우리 모두에게 삶을 불어넣고 있었다.



분노




“다시, 300줄! 클리어!” 제세동기 패드를 통해 온몸으로 전기가 들어가자 환자가 경련을 일으킨다. 변화가 없다. 여전히 심실세동 상태다. 살 수 있는 심장박동이 아니다. 모니터의 경고음이 다시 울린다. “당장 360줄로 올려!” 필요 이상으로 크게 외쳤다. “클리어!” 환자는 또다시 경련을 일으켰다. 여전히 변화가 없다. “다시! 클리어!” 이번에는, 전기 충격이 환자의 몸을 통과하자 모니터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환자의 심장박동이 돌아왔다. “동리듬(sinus rhythm)입니다!” 수술대 머리맡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오, 다행이다.” 내 맞은편에 서 있던 스크럽 테크가 말했다. 둘 다 여전히 수술 가운과 글러브를 착용한 상태다. 벽에 붙어 있는 그의 도구 세트 아래 바닥이 어수선했다. 환자의 심장이 멈추자마자 우리가 처음에 이것저것 해보다가 일부 기구를 떨어뜨린 탓이었다.

수술대를 내려다보니, 환자의 가슴에 패드 모양으로 불그스름하게 화상 자국이 나 있었다. 첫 번째 전기 충격을 줄 때 수술용 멸균포를 찢어버릴 정도로 흥분한 탓에 제세동기 패드에 전도성 젤을 도포하는 걸 깜빡했다. 경험이 많은 4년 차 전공의가 풋내기 실수를 저지르자 금세 무슨 상황인지 파악한 서큘레이팅 간호사가 전도성 젤을 가져다주었다. 나는 수술실 모니터에서 이제 안정적으로 흘러나오는 심장박동을 확인했다. 수술실 안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나를 쳐다보며 내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말했다. “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더듬거리며 말했다. “엠제이, 젤 고마워요.”

내 눈 아래 수술대에는 방금 막 전기 충격을 받고 되살아난 50대 여성이 누워 있었다. 목에 난 상처를 다급하게 클램프로 잡아둔 채 그 위에 얹어놓았던 수건에 핏자국이 번지기 시작했다. 이제 혈액순환이 회복되면서 응급 상황에 우리가 봉합하지 않았던 모든 곳에서 출혈이 시작되었다. 몇 분 전, 경동맥을 분리하기 위해 측면부에 가죽 띠처럼 연결된 흉쇄유돌근을 절개하면서 경동맥초를 잘 지나가고 있었다. 경동맥을 분리해 준비를 마치고 나면, 전문의 선생님이 돌아와 나와 함께 경동맥 내막 절제술을 시행할 예정이었고, 이건 이전에도 스무 번쯤 호흡을 맞췄던 수술이었다. 수술 과정이 빠르고 깔끔하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환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수술이라고 생각했다. 참고로 30년 이상 행해진 이 수술은 뇌로 가는 적절한 혈류를 회복시키고, 혈액 희석제와 함께 뇌졸중, 특히 첫 번째 뇌졸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경동맥 내막 절제술은 그동안 손에 꼽힐 정도로 많이 연구된 수술법이다. 수술을 언제 해야 하는지, 누가 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제는 어느 경우에 더 새로운 기술을 사용해 스텐트를 삽입하는 게 좋은지까지 알려주는 데이터가 존재한다.

수술 분야에 따라 수술 방법은 다양하다. 경동맥 벽 내부의 콜레스테롤과 석회화 플라크를 조심스럽게 제거한 뒤 동맥을 확장하기 위해 패치를 꿰매야 할지, 아니면 션트를 배치해서 수술 중에 잡아놓은 혈관을 우회해 막힌 혈관을 우회하여 뇌로 피가 흐르게 해야 할지에 관한 연구 결과도 있다. 수술용 현미경을 사용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도 수술 후 뇌졸중의 가능성에 영향을 미친다. 혈관외과 의사, 신경외과 의사, 심혈관외과 의사, 심장 전문의들이 수년간 학회와 학술지를 통해 다투었고, 여전히 그 위세는 대단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어떤 것도 소용없었다. 눈앞에 누워 있는 이 환자. 목에 난 상처에 클램프가 집혀 있었고, 곳곳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환자. 환자는 경동맥 절제술을 받기도 전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전문의 선생님이 수술실로 돌아올 때까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지혈만 하고 있었다. 그때 “이게 지금 무슨 난리야?”라며 전문의 선생님이 숨을 헐떡이며 들어왔다.

우리는 모든 상황을, 적어도 우리가 이해한 것에 한해서는 모든 상황을 설명했다. 수술을 준비하고, 멸균포를 덮고, 목을 절개할 때까지는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흘러갔다. 환자의 심박수도 정상이었다. 그때 갑자기 T파(T wave)의 간격이 넓어지더니 이내 완전히 역위되었고, 심실 빈맥(V-tach)이 발생한 뒤, 극도의 심실세동이 일어났다. 선생님은 잠시 모니터를 쳐다보며 심박수가 정상화된 것을 확인한 뒤, 우리에게 환자를 봉합해 최대한 빨리 심장 전문의에게 데려가라고 말했다. “그럼 경동맥은 어쩌…….” 질문을 하려 했다. “그건 신경 쓰지 말고. 지금 전기 충격을 네 번이나 줘서 심장박동 돌려놨잖은가. 얼른 심장내과로 가서 환자 심장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부터 파악해.”

나는 적절히 봉합을 마친 뒤, 환자를 데리고 심혈관 조영 검사를 받는 ‘캐스랩(cath lab)’으로 데리고 갔다. 참고로 혈관 조영술은 거의 모든 장기에 시행할 수 있다. 심장에 시행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뇌에도 빈번하게 시행된다. 캐스랩에서 환자는 관상동맥의 여러 협착 부위에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수술 전 문진했을 때는 증상이 없었기 때문에 관상동맥 협착을 사전에 알 수가 없었다. 아무튼 지난하고 긴 하루를 보낸 뒤, 환자는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수술받을 준비가 될 때까지 중환자실에 있어야 했다. 간호사 스테이션에 심장 전문의가 앉아 있었다. 그는 옆에 있는 의자 다리에 카우보이 부츠를 신은 발을 기대고 앉아서 수술 후 노트를 작성하고 있었다. 그는 캐스랩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면서 환자의 가족을 이미 만나고 왔다고 얘기했다.

환자보다 열 살쯤 많아 보이는 남편과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두 아들은 당연히 이 소식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가족들은 분노하고 있었다. 우리 외과 의사들에게 화가 나 있었고, 마취과 의사들에게 화가 나 있었고, 모든 시스템에 화가 나 있었다. 그날 밤 보호자들을 진정시키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근처 호텔로 가서 눈을 붙이고 오라고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비용은 병원에서 부담할 거라고 일러주었다. 이후 며칠 동안 환자의 가족들은 마치 다음 행보를 모의하기라도 하듯 우리에게 거리를 두었다. 수술실에서 처음 전기 충격을 가했을 때 그을렸던 부위가 연해지고 있을 때 가족들이 환자의 가슴 사진을 찍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쨌든 저들의 어머니와 아내를 벼랑 끝에서 살려낸 입장에서는, 이 모든 일이 유감스럽고 특히 당황스러웠다. 전문의 선생님에게 물었다. “도대체 왜 고마워하질 않는 걸까요?” “음, 아직 환자가 회복하지 못했으니까. 잘 회복할 줄 알았는데, 상황이 그렇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상당한 법이지. 불확실한 상황에 대처하는 법은 사람마다 다르지 않은가. 의료 체계를 전혀 신뢰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네. 진료실에서 처음 만났을 때 이 가족이 그랬던 것처럼. 너무 기분 나쁘게 생각하진 말게. 여유를 주면서, 환자 가족들을 넓은 마음으로 대해줘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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