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의학이 발전해도 우리는 계속 아플까?
이규황 지음 | 메디치미디어
왜 의학이 발전해도 우리는 계속 아플까?
이규황 지음
메디치미디어 / 2022년 11월 / 296쪽 / 18,000원
의학은 정말 우리를 질병으로부터 해방시켜줄 수 있는가
의학의 발전만 기다리는 사람들오늘날 우리 사회는 ‘4차 산업 혁명’이라 불리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빠르게 맞이하고 있다. 의료 분야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유전자 가위 기술, 정밀의학, 맞춤의학, 생체칩, 의료 로봇, AI, 빅데이터 의학과 같은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미래의 의학은 유전자를 교정하거나 노화를 멈추거나 망가진 장기를 새것으로 교체한다는 등 지금까지는 상상도 못한 의료 기술의 진보를 약속하며 발전하고 있다. 그럼 앞으로 언젠가는 이러한 의료가 세상의 모든 질병을 정복하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참고로 지금부터 100여 년 전인, 19세기 중후반부터 20세기 초로 넘어가는 2차 산업 혁명 시기에도 비슷한 일들이 있었다. 이 시기도 급속한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지금만큼이나 사회에 많은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던 때였는데, 당시 대중들은 ‘새로운 과학 기술’의 엄청난 성과와 파괴력을 동시에 경험하며, 한 국가의 흥망성쇠와 역사마저 바뀌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러다 보니 당시 사람들도 ‘과학’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현대 의학이 세상의 모든 질병을 곧 정복해줄 거라고 믿고 있었다.
환상과 현실 사이 - 증가하는 만성질환: 하지만 그로부터 100년 후의 미래를 실제로 살고 있는 우리들의 의료 현실은 정작 어떠한가. 당장 우리의 현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새로운 전염병의 확산조차 막지 못하여 전 세계가 고통을 받았으며,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돌파 감염, 신종 변이 사례 등 의학은 모두를 안심시킬 만한 대안을 제공하지 못하였다.
사실 멀리 이야기할 것도 없이 당장 우리들의 주변, 지인, 식구들의 크고 작은 건강 문제는 늘 우리 일상 속에 여전히 익숙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지 않은가. 아토피로 고생하는 늦둥이 막내, 위염과 만성피로, 생리통으로 고생하는 수험생 딸, 과민성 장 증후군과 알레르기 비염을 가지고 있는 대학생 아들, 아침마다 혈압약과 당뇨약을 챙기느라 바쁜 아버지, 유방암 수술을 하고 호르몬제를 복용 중인 어머니, 관절통과 불면, 우울감 등으로 약 없이는 잠을 못 주무시는 할머니, 치매로 요양원에서 투병 중인 할아버지 등등. 현대인들의 일상은 100년 전의 낭만적인 예측들과는 정반대로 여전히 질병의 문제로 가득하기만 하다. 아니, 심지어 대부분의 만성질환들은 오히려 훨씬 더 증가하고 있다.
참고로 오늘날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는 단연 ‘만성질환’이다. 전 세계 사망자 5명 중 3명은 암, 심혈관 질환, 만성 폐질환,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으로 사망한다. 그리고 2001년 WHO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사망 원인의 약 60%가 만성질환이며, 전 세계 질병 부담(GBD)의 46%가 만성질환이라고 한다. 그리고 보고서에서는 이미 우리가 살고 있는 2020년대에 전 세계 질병 부담의 57%, 사망 원인의 75%가 만성질환이 될 것이라고 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비용 부담 문제도 심각하다. 2011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만성질환으로 인한 세계의 경제적 부담’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 사회의 대표적인 만성질환 5가지(심혈관 질환, 암, 만성 호흡기 질환, 당뇨, 정신 질환)를 치료하는 데 소모되는 직접적인 비용과 간접적인 비용(질병으로 인한 생산성 감소와 환자와 가족들이 겪는 고통 등)은 총 47조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게다가 심지어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전 세계 주요 국가별 GDP를 기준으로 지출되는 의료비 비중은 이미 국가별로 보통 2배에서 많게는 3배까지 상승하였는데, 그중 가장 심각한 국가는 바로 미국이다. 미국은 1970년대 GDP의 5% 정도를 의료비로 지출하였는데, 현재는 15% 이상으로 3배가 넘게 부담이 상승하였으며, 이러한 미국의 의료비 지출의 80%는 만성질환에 기인한다.
의학 발전의 이면 - 질병과 의료 산업은 동반 성장한다: 이렇게 질병의 문제가 심화될수록 오히려 표정 관리를 하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곳들도 있는데, 병원, 제약회사, 의료 기기 업체와 같은 의료 관련 산업들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현실은 과거의 기대처럼 의학의 발전으로 질병이 정복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질병의 발달로 의료 산업만 발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들이 마주한 진짜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자. 이미 100년 전부터 현대적인 의학 기술은 연일 눈부신 발전을 자랑하며 장밋빛 미래를 약속해왔지만, 오히려 질병의 문제는 점점 더 커져만 가고 있다. 즉, 의료 산업이나 의료 기술의 발달이 반드시 질병의 절대적인 양의 감소나 정복과 연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애초부터 의학은 단독으로 우리를 질병의 문제로부터 해방시켜줄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우리의 의료가 무언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거나 말이다. 이는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전반적인 의료 시스템의 방향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분명 지금 이대로 계속해서 같은 방식으로 질병의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결과가 희망적이지 않을 것이고, 우리에게는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올바른 변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현재 우리의 현실을 정확하게 직시하는 작업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질병의 역사 - 전염병과 싸우며 발달한 초기 현대 의학
천연두의 정복, 현대 의과학 신화의 시작: 1980년 전 세계적인 백신 보급에 힘입어 수 세기에 걸쳐 인류를 괴롭히던 천연두가 정복되었을 때는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의학의 승리’를 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참고로 천연두의 감염성을 나타내는 감염재생산지수(R)는 3.5~6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와 유사하거나 더 높았으며, 치사율은 30%로 코로나의 15~30배에 해당했다.
한편 인간에게 감염성 질환을 야기하는 병원체는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1,400여 가지가 넘고, 천연두는 그중 유일하게 의학의 힘으로 정복된 전염성 질환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연두는 워낙 오랜 시간 인류를 괴롭힌 무서운 질환이었기에 그 퇴치 소식의 파급력이 매우 컸고, 그 결과 이러한 신화를 만들어낸 20세기의 의학과 ‘질병관’은 단순히 의학계에만 영향을 준 것이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널리 각인되게 된다. 이후 사람들은 어떤 질병이든 의학이 발달하면 ‘천연두’처럼 의학의 힘으로 완전히 정복될 수 있다고 믿게 되었고, 이렇듯 전염병에 적극적으로 대항하며 발달한 20세기 의학이 결국 현대의 의료 시스템의 형성과 질병관 형성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환원론과 마법의 탄환
환원론(특정 질병-특정 원인-특정 치료법): 당시 감염성 질환은 대부분 명확한 한 가지 병인이 있고, 의학적으로는 원인이 되는 미생물을 제거함으로써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개념이 발달했기 때문에, 이를 모든 질병에 적용시켜서 특정 질병은 특정한 원인이 있으며, 이에 대한 특효 요법이 존재한다는 환원론적 관점의 질병관이 이 시기에 대표적으로 대두하게 된다. 참고로 ‘환원론’이란, 복잡한 현상을 쪼개고 쪼개서 세분하여 이해하려는 시도인데, 또 반대로 이렇게 쪼개 놓은 부분의 합을 전체와 동일하다고 이해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즉, 이러한 환원론에 따르면 우리는 인체와 질병이라는 복잡한 현상을 기관, 세포, 바이러스, 세균과 같이 작게 쪼개서 관찰함으로써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다시 이렇게 개별적으로 이해한 부분들을 합치면 전체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의료는 어쩌면 오늘날까지도 ‘천연두’를 정복할 때 가졌던 이러한 환원론적 관점으로 모든 질병에 대한 특효 요법을 찾아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환원론’의 개념이 너무 어렵게만 들린다면 새로운 치료제가 개발되어 어떤 질병이 정복될 것이라는 의학 뉴스를 접한 우리들의 모습을 한번 상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TV에서 특정 질병의 정복이 멀지 않았다는 뉴스를 볼 때 우리는 큰 감동과 부푼 기대감을 가지고 미래를 그리게 된다. 이때 많은 경우 우리는 스스로나 사회적인 어떠한 변화나 노력은 배제하고 오직 ‘의학의 발전’에 힘입어 질병이 정복되는 과정을 상상한다. 예를 들어, 암이라는 특정 질병에 대한 특효약이 개발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우리는 암이 곧 정복되겠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일련의 사고 과정 어디에도 환자의 주체적인 노력이나 생활 습관의 변화, 사회 환경적인 변화와 같은 다양한 요소들은 배제된다. 마치 백신이라는 특효 요법의 보급으로 ‘천연두’가 종식되는 것을 꿈꾸듯이 말이다. 하지만 하물며 과거 전염성 질환의 감소에 있어서도 사실은 영양이나 위생 개선 같은 사회 환경의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주요하게 작용했는데, 우리는 종종 모든 질환에 대해 이렇듯 전지전능한 ‘의학’ 중심의 관점을 적용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만큼 20세기의 전염성 질환을 상대하며 발달한 기본적인 의학의 ‘질병관’이 현대의 우리에게, 전문가건 일반인이건 할 것 없이 모두 뿌리 깊게 박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질병만 공격하는 마법의 탄환: ‘의학’의 힘만으로 질병이 정복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가장 이상적인 의료의 모습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복잡한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꿈의 의학의 개념을 잘 설명한 용어가 의학계에 이미 있는데, 바로 ‘Magic Bullet’(마법의 탄환)이라는 개념이다. 이는 독일의 파울 에를리히가 처음 주창한 용어로 ‘인체에는 해를 입히지 않고, 병원균만 죽이는 마법의 치료제’란 뜻이다. 한마디로 정확히 원하는 목표물만 맞추는 탄환처럼 ‘질병만 타깃으로 치료하고 몸에는 해롭지 않은 마법의 약’을 의미한다. 이러한 ‘마법의 탄환’이 주는 희망의 메시지는 우리가 의학뉴스를 보면서 오로지 의학 기술의 발전만으로 질병이 정복되기를 기다리는 것과도 비슷하다.
마법의 탄환 개념은 100년도 안 된 개념이고, 장·노년층 대다수는 이러한 개념으로 실제 특정 질병이 정복되거나 크게 치료율이 상승하는 것을 목격한 세대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마법의 탄환’으로 대표되는 질병관은 의료계뿐만 아니라 대중들 사이에도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우리는 흔히 질병에 걸리면 ‘감기약’, ‘당뇨약’, ‘혈압약’, ‘항암제’ 등등 해당 질병명을 붙여 약 이름으로 부른다. 이것이 바로 해당 약이 해당 질환을 치료한다는 타깃화된 개념이다. 물론 마법의 탄환처럼 부작용이 없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특정 질환에는 특정 약을 쓰면 낫는다는 개념이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각이 바로 질병을 각각의 개별적이고 선형화된 과정으로 인식하는 환원론에 해당한다. 즉, 우리 몸에서 ‘질병’이란 것을 벌레를 튕겨 내듯이 분리해낼 수 있다는 믿음인 것이다.
급성질환처럼 다루어지는 만성질환: 하지만 현대의 만성질환에 대해서까지 이런 시각을 적용하게 되면 여러 문제점이 나타난다. 만성질환은 오랜 세월 누적된 생활 습관의 문제나 환경적인 요소, 유전적인 소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다. 물론 이런 만성질환들 중에도 때로는 한 가지 원인이 주요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도 만성질환에서는 대부분 단일한 원인만으로 질병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추가적인 다른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질병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예로 대표적인 만성질환인 암의 경우, 기본적으로 전체 암의 80~90%는 후천적인 생활환경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는 우리가 생활하면서 먹는 음식이나 수면, 스트레스, 생활 습관, 발암 물질이나 환경 독소의 노출, 운동 등 다양한 요소가 암의 발병에 관여한다는 이야기이다. 이는 심지어 자궁경부암과 같이 특정 바이러스가 주요 원인으로 밝혀진 암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정리하면, 대부분의 만성질환은 다양한 원인이 오랜 시간 복잡한 과정을 통해 관여하면서 발생하는 것이지, 급성질환처럼 단일한 원인으로 인해 어떤 하나의 과정을 거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만성질환은 특정 미생물과 같이 병의 원인이 인체 외부에 있거나 단일하지 않으며, 오랜 기간 다양한 원인의 상호 작용을 통해 발생하고 지속되기에 단일한 요소 몇 가지를 타깃으로 접근하기가 어렵다.
의학의 현실 - 현대의 의료 체계는 완전하지 않다
현대 의료에 대한 평가
20세기 후반의 현대 의학에 대한 평가: 20세기 인류는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데 성공하였고, 인체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으며, 질병에 대한 몇몇 효과적인 통제 방법들을 알게 되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1970년대에 이르러서는 점점 의학의 권위가 예전만 못해졌다. 20세기 후반 사람들은 이미 더 이상 과학의 진전이 유토피아적인 세상을 만들어줄 것이라 기대하지 않고 있었고, 이에 따라 과학적인 의학이 건강을 증진시켜줄 것이라는 약속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많아졌다.
여기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우선 평화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의학은 예전처럼 급박한 응급 상황에서의 역할로만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 컸다. 사회에서는 만성질환이 가장 큰 질병의 이슈가 된 상태였고, 이로 인한 의료부담의 가중과 개인과 사회의 지속적인 의료비 상승은 의료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갖게 만들었다. 또 사람들은 병원에 가도 건강이 증진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으며, 만성 질환에 있어서는 현대 의학이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빈민가의 의료 불평등은 점점 심화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의료 산업과 의사들의 지위만 계급적인 상승을 하게 되니 이에 대한 반감과 회의감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의식은 맥쿠언의 연구처럼 20세기 평균 수명의 연장과 질병의 격퇴에 있어서 의학이 실제로 공헌한 바를 평가한 연구자들의 연구가 공개되면서 심화되었다. 의료는 결국 많은 요소들이 관여하고 있는 문제로, 과학화된 의학 역시 단독으로 유토피아적인 의료를 건설하는 데 실패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결국 1970년대 중반에는 의료 비평의 수위가 점점 올라갔는데, 아론 윌더브스키는 그의 저서에서 “1달러 혹은 10억 달러를 의료에 투자했을 때 건강증진에 대한 한계효용은 제로에 가깝다”라고 이야기했다. 같은 맥락으로 보건 경제학자 푸크스도 “의료가 20세기 초까지는 건강에 기여해왔으나 더 이상 사망률이나 질병을 감소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심지어 《메디컬 네메시스》의 저자 일리히는 “현대 의학이 치료하는 이상으로 많은 질병을 만들어내고 있다”라고까지 이야기한다. 그리고 실제로 이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문제로, 전 세계 최고의 근거중심의학 연구기관인 코크란 연합의 창립자인 피터 괴체는 2017년 그의 저서 《위험한 제약회사》를 통해 유럽과 미국의 주요 사망 원인 3위가 ‘의약품’임을 거론하며, 제약업에 지배당한 현대 의료 시스템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비평에도 불구하고, 20세기 현대의 과학적인 의학은 상당한 성과를 냈다는 것 또한 인정해야 한다. 20세기에만 3~5억 명을 사망하게 한 ‘천연두’는 1958년부터 1977년까지 전 세계적인 백신의 보급으로 종식되었고, 소아마비는 1988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35만 건의 환자가 있었으나, 백신의 보급으로 2017년에는 단 22건만 보고되었다. 임산부가 감염될 경우 유산이나 아이에게 심각한 결함을 일으키는 풍진도 백신을 통해 95% 이상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밖에도 항생제의 발견은 결핵, 매독과 같은 많은 전염성 질환의 치료율을 높였는데, 1930년대 설폰아마이드를 시작으로, 1940년대 페니실린, 1950년대에 이르러서는 나바호족의 결핵 치료를 이야기하며 등장했던 ‘이소니아지드’와 같은 다양한 항생제들이 개발되어 전염성 질환의 치료율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