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목록
재생목록이 비어 있습니다.
-
-
0:00 0:00
화면 너비 (여백)
좁게
보통
넓게
최대
배경 테마
글꼴
바탕/명조
돋움/고딕
글자 크기
작게
100%
크게
줄 간격
좁게
보통
넓게

1밀리미터의 싸움

페터 바이코치 지음 | 흐름출판


1밀리미터의 싸움

페터 바이코치 지음

흐름출판 / 2024년 1월 / 496쪽 / 30,000원





프롤로그




인디애나 대학병원의 애런 코헨-가돌은 “신경외과는 가장 아름다운 것과 가장 추악한 것 사이의 협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앞으로 나는 이 문장을 몇 번 더 인용할 텐데, 그 까닭은 기대했던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던 수술들과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었던 환자들, 혹은 수술 후에 심각한 장애를 받아들여야만 했던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일부러 들려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따금씩은 단 몇 초 사이에 성공적인 수술에 대한 기쁨이 급작스럽게 발생한 사후 출혈로 인한 충격이나 경악과 교차된다. 이런 경우에는 가능한 한 신속하게 추가 수술을 실시하지만, 그럼에도 환자가 사망하거나 결국 장애를 입게 된다. 그처럼 불운한 사고들은 아무리 익숙해지려고 해도 쉽사리 떨쳐 내지지 않는다.

동시에 신경외과는 가장 아름다운 내용들이 담긴 협정이기도 하다. 암이나 위험한 혈관 변형, 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너무 복잡해서 수술이 불가능해 보였던 질병으로 고통을 받던 환자들에게 삶의 질을 되돌려 주는 데 성공한 수많은 사례는 신경외과 팀 전체에게 커다란 선물인 동시에 자극제이다. 사람들은 종종 신경외과 의사로서 여러 수술을 어떻게 경험하고 느끼는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도전과 패배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환자들의 운명을 개인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궁금해 한다. 나는 제각각 특별한 측면과 맞닿아있는 사례를 엄선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이 질문에 답변하고자 한다.

뇌는 그 자체로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유약함과 취약성에 반해 어이없을 정도로 놀라운 재생 능력은 그저 경이롭기만 하다. 살아있는 인간의 뇌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허락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처음으로 뇌를 마주하는 순간에 감탄해 마지않는다. 복잡한 해부 구조를 지닌 채 흰색, 담홍색, 회색빛을 어슴푸레 내뿜는 뇌는 극도로 미학적인 동시에 피 한 방울 보이지 않는 평화로운 모습이다.

인간의 뇌는 수백만 년에 걸친 진화의 결과물로, 아주 작은 천억 개의 세포가 힘을 합쳐 한 개인을 관리하는 헤드쿼터를 만들어낸다. 조직 구조와 극도로 섬세한 혈관들, 주요 혈관에서 뻗어나간 혈관 지류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조화로운 협력 방식이 하나의 의미를 만들어낸다. 사람들은 눈앞에서 고동치는 지극히 숭고한 창조의 산물 앞에서 매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존경심을 느낀다. 나는 한 가지 사실만큼은 확신할 수 있다. 신경외과 수술실 안에 있는 사람 중에 이런 경이로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이 일을 특권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 또한 단 한 사람도 없다.

개인적으로 나는 좋은 신경외과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미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타 의식 같은 것은 당연히 포함되지 않는다. 나는 겸손함과 책임 의식, 감사하는 마음과 확신, 신뢰와 성실함, 규율, 지구력과 학문에 대한 호기심이 우리가 하는 일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머릿속에서 잠자는 괴물 -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의 심리학




32세의 마리 길베르트는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독일어와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교사다. 3월 초의 어느 목요일 오전 10시 무렵, 마리는 조용한 집안에서 책상에 앉아 학생들의 숙제를 검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극심한 두통이 몰려왔다. 나중에 마리가 나에게 이 순간을 떠올리며 말하기를, 마치 오른쪽 귀 부근에서 무언가가 폭발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동안 그 어떤 전조 증상도 없었다. 마리는 소파에 몸을 누이고는 관자놀이에 몰아치는 고통의 토네이도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상태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자 마리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어머니는 진통제를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진통제를 복용한 후 오히려 먹은 것을 게워내기만 했다. 통증은 목과 어깨로 번져나갔다. 결국 마리는 자신의 주치의를 찾아갔고, 주치의는 마리를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했다. 그리고 같은 날, 의료진은 마리를 구급차에 태워 시설이 더 우수한 병원으로 보냈다.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난 시점에 마리는 나에게 그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해 주었다. 처음에 의사들은 뇌막염일 것이라고 추측했지만, CT 검사를 통해 두통의 원인이 뇌출혈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들은 뇌출혈의 원인을 탐색했다. 먼저 혈관조영술이 시행되었고, 그녀의 우뇌 측두엽 부근에서, 그러니까 통증이 시작된 지점인 귀 근처에서 동정맥 기형이 발견되었다. 동정맥 기형은 혈관 기형의 하나로 보통 뇌 발달 초기에 시작되어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커져 몇 센티미터 크기까지 도달할 수 있다.

동정맥 기형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다. 혈관 파열로 출혈이 발생하면 그 결과로 사망할 위험성이 약 20퍼센트에 이른다. 또한 그 같은 출혈을 견뎌내고 살아남은 나머지 80퍼센트도 영구적인 뇌 손상을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한 번 출혈이 발생하면 또 다른 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약 15퍼센트 정도 높아진다. 물론 이 숫자들은 그저 통계일 뿐이다. 하지만 통계는 마리처럼 위험한 상황을 한번이라도 경험한 사람이라면 평생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런 시한폭탄을 제거할 수 있는 (혹은 최소한 제거를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우리의 목표는 양모처럼 엉킨 혈관 뭉치를 완전히 제거하거나 봉쇄하는 것이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건 간에 중요한 것은 반드시 완벽하게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절반쯤만 하고 그치는 것은 결코 확실한 치료 방법이 될 수 없다. 심지어는 폭탄 제거에 90퍼센트를 성공한다 하더라도 피가 조금이라도 해당 영역을 통과하여 흘러가는 한 출혈 위험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심지어는 더 높아질 수도 있다.

그리고 방사선요법은 또 다른 치료 방법이 될 수 있다.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면 혈관 세포들이 변형되고, 그 결과 혈관벽이 두꺼워져 관의 내부 공간, 즉 내강이 언젠가는 막힌다. 하지만 그 과정이 더디게 진행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몇 년이 걸린다. 방사선 치료를 하는 동안에 출혈이 일어날 위험성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또 혈관이 완전히 막혔는지도 결코 확신할 수 없다. 만약 2차 방사선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온다면 치명적인 부작용들이 나타날 위험성도 현저히 높아진다.

그러므로 어떤 치료 방법을 선택할 것인지는 개인이 처한 상황과 당사자들이 어떤 종류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를 고려하여 신중하게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어떤 방법이든 각기 다른 기회와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이런 이유로 요즘은 각 분야를 포괄하는 전문가 팀, 이른바 전문가 위원회에서 결정을 내리는데, 위원회에는 신경방사선과 전문의, 방사선 종양학과 전문의, 신경외과 전문의가 참여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위원회에 소속된 의사들은 무엇보다도 학문적인 근거에 입각하여 그들의 결정을 설명하는 한편, 여러 연구를 근거로 제시하며 특정한 치료 전략의 탁월함을 강조한다.

마리의 케이스에는 이른바 색전술(embolization)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색전술을 시행할 때에는 신경방사선과 의사가 환자의 사타구니 혈관에 가느다란 카테터를 삽입한 다음 그것을 머리에 있는 엉킨 혈관 뭉치까지 곧장 밀어 올린다. 이와 함께 풀과 비슷한 끈적끈적한 덩어리를 기형 혈관 속으로 주입하여 혈관을 막는다. 그런데 색전술은 시술하는 동안 접착 물질이 피가 흘러나가는 혈관들 중 하나로 유입되어 혈관을 막아버릴 위험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피가 흘러나가지 못하고 정체되는 바람에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이 계속해서 높아지다가 혈관이 파열되어 뇌출혈이 발생할 수도 있다. 혹은 접착 물질이 미처 응고되기 전에 혈류를 타고 이동하여 인접한 뇌 부위에 영양을 공급하는 다른 혈관을 막아버릴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도 그 결과로 뇌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

뇌수술 전에 이루어지는 수술 전 토론은 수술에 참여하는 의사들에게 높은 공감 능력을 요구한다. 왜냐하면 다른 어떤 경우보다도 이런 수술에서는 수술에 따른 합병증이 환자의 인생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리의 경우 수술 후 부작용으로 왼쪽 편마비가 오거나 언어능력을 상실할 위험성이 있었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이런 일이 발생할 위험성은 어림잡아 각각 30퍼센트 정도로 추정되었다. 신경방사선과 의사는 그녀의 머릿속에 있는 기형 혈관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서 6주 간격으로 15회에 걸쳐 색전술을 시술할 계획이었다.

마리는 낙관적이며 강인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적어도 이 시점에는 그랬다. 첫 번째 색전술을 받은 후 사타구니 부근의 통증으로 걷기가 힘들었을 때도 마리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고통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마리는 병원을 빨리 떠날 수 있게 된 것에 기뻐하면서 주말에 찾아오겠다고 예고한 친구의 방문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리고 주말이 되어 목덜미에 또다시 갑작스러운 통증이 찾아왔을 때 마리는 근육이 경직되어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통증이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지자 그제야 마리는 또 다른 출혈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날 마리는 다시 병원으로 왔고, 의혹이 사실로 판명되었다. 며칠 후, 2차 색전술이 시행되었고, 뒤이어 짧은 간격을 두고 3차 색전술이 시행되었다. 한편 3차 색전술을 시행하기 전에 새 출혈이 발생했다. 이렇게 된 상황에서 더 이상 평화는 없었다. 마리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낙관적 기질의 소유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의심과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색전술을 선택한 것이 옳았을까? 치료 방법을 바꾸어야 하지 않았을까? 나중에 나는 마리의 아버지도 같은 질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리는 색전술을 시행한 신경방사선과 의사에게 자신이 품고 있는 의심과 불안을 털어놓았고, 어느 날 아침 회진 시간에 신경외과 과장에게 다른 대안은 없는지 물어보았다. 신경외과 과장은 기형 혈관을 제거하는 세 번째 방법을 제시했는데, 그것은 수술로 기형 혈관을 제거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만난 모든 의사가 그 방법을 반대했다. 복잡하게 엉킨 혈관 뭉치가 크기도 너무 큰 데다가 언어능력을 담당하는 영역과 지나치게 가까운 지점에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크기의 혈관 기형을 수술할 때는 반드시 많은 양의 출혈로 인해 발생하는 합병증을 염두에 두어야만 한다.

이후 마리는 우리를 찾아오기 전에 4차와 5차 색전술을 받았는데, 5차 색전술을 받던 도중에 또다시 출혈이 발생했다. 그로 인해 작게 뇌졸중을 앓았지만 다행히 경과가 좋아 후유증이 남지 않았다. 며칠 후 마리는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그때 마리의 주치의가 더 이상 치료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장점과 단점을 모두 고려하여 고심한 끝에 더 이상 어떤 시도도 하지 않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뒤이어 실시한 마지막 검사에서 그동안의 색전술로 해당 혈관의 고작 60퍼센트만이 차단된 사실을 확인했다. 의사는 최후의 수단인 수술의 위험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환자인 마리와 마리를 치료하는 의사 모두 매우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몇 달 후 마리는 우리 병원에 전화를 한 다음, 마지막 두부 CT 영상과 MRI 영상을 이메일로 보냈다. 나는 마리에게 우리 병원에서 추가 검사를 받을 것을 요청했다. 그녀가 보낸 영상에 담긴 엉킨 혈관 뭉치는 탄탄하고 치밀해 보였고, 주변 조직들과 선명하게 경계를 이루고 있었으며, 엉킨 혈관 뭉치 부위의 혈류는 사전 치료 덕분에 더 이상 그렇게까지 강력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아무튼 내가 당시 상황으로 판단을 했을 때, 수술을 완전히 배제해야 하는 상황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얼마 후 마리가 내 진료실을 찾아왔고, 대화를 나누는 동안 출구가 없어 보이는 막막한 상황에 처한 마리의 마음속이 얼마나 불안하고 절망적인 상태인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 처한 사람을 대할 때에는 극도의 존경심을 갖추어야 하며, 중요한 것은 환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궁극적으로 환자가 실제 마음속에 담고 있는 것을 알아내는 것이다. 왜냐하면 비록 뇌수술에 일말의 희망이 담겨 있기는 하지만, 결과는 어디까지나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예외는 없다. 마리의 사례를 둘러싸고 동료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이어졌고, 우리는 그 의견들 하나하나를 심사숙고해야만 했다.

이런 단계에서 환자와 이야기를 나눌 때 나는 다시 한 번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수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과 수술 과정에서 어긋날 수 있는 일, 그리고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하지만 나는 이것저것 따지다가 결국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는 것에 반대한다. 예측이 실제로 맞아떨어질지 아닐지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실제로 환자가 자신의 입장에서 위험성을 고려해 볼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남김없이 말해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결국 결정을 내리는 것도, 또 서류에 서명을 해야 하는 것도 환자 본인이기 때문이다.

처음 대화를 나누고 3주가 지난 시점에 마리는 병원에 입원했다. 나는 수술이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그녀는 완치라는 희망을 품고서 거듭되는 재출혈로 인한 영구적 위험성보다 수술에 따른 위험성을 선택했다. 그렇다면 마리의 사례에서 나를 움직인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이 젊은 여성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그것이 나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었다.

우리는 다음 날로 예정된 수술에 대비해 계획을 세웠다. 다음 날 아침, 병원으로 가기 위해서 차에 탔을 때 주변은 아직 어두컴컴했다. 나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수술 과정을 다시 한 번 면밀하게 점검하기 위해 시계 알람을 다섯 시에 맞추어 두었다. 나는 무용수들이 스텝 순서를 그려보듯이 각각의 단계를 눈앞에 그려보았다. 이 방법은 복잡한 수술에 앞서서 믿고 사용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다.

신경외과의 필수 루틴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다년간의 트레이닝과 많은 연습이 요구된다. 또한 신경외과 수술에서 결코 빠지지 않는 수많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창의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수많은 수술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일만큼은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바로 각각의 환자 케이스에 감정적이 되지 않는 것이다. 감정이 무뎌지기까지 그저 시간의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수술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하여 환자에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을 때, 그리하여 좌절감을 느끼게 되었을 때, 혹은 수술 결과가 완벽하지 못해서 만족하지 못할 때, 그럴 때 이따금씩 나는 제발 언젠가는 그런 일들에 영향을 덜 받게 되기를 소망한다. 하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적어도 정상적인 상태의 인간이라면 그렇다.

수술 당일 8시가 조금 지나서 나는 4층에 있는 수술 구역으로 들어갔다. 마리는 이미 1번 방 수술대 위에 누워있었다. 수술실에는 일곱 명의 스태프가 있었다. 우리는 서로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상태에서 일을 한다. 오직 그런 상태에서만 그처럼 위험한 수술을 감행할 수 있고, 또 수술에 따른 위험성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짧게 팀원들과 눈을 맞춘 후 수술을 시작했다.

수술실에서 내가 싸워야 하는 상대는 혈관 기형 부위로 흘러들어가는 혈관과 거기에서 빠져나오는 수많은 또 다른 혈관이다. 그 혈관들이 괴물의 생명을 지탱해주므로 그 혈관들을 모두 봉쇄해야 비로소 괴물을 제거할 수 있다. 대부분 혈관은 지름이 1밀리미터 이하이고 혈관벽이 매우 얇다. 그런데 그런 특징들이 상황을 예측 불가능하게 만든다. 아무튼 혈관들을 절단하기에 앞서서 출혈이 발생하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만 한다. 그것이 최선이자 가장 안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수술하는 동안 출혈과 지혈이 계속 되풀이되었는데, 이런 긴장감은 동정맥 기형 수술에서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이다. 그 사이에 몇 시간이 흘렀다. 아직 가장 어려운 부분이 남아 있었다. 혈관 뭉치 주변은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이제 드디어 혈관 기형 뿌리에 접근해야 했다. 참고로 혈관 기형은 대부분 곤봉 형태를 띤다. 윗부분이 좀 더 널찍하고 아래로 내려올수록 폭이 점점 좁아지는데, 어떤 것들은 거의 날카롭기까지 하다. 가장 깊숙한 영역에 이르면 혈관들이 다시 한 번 켜켜이 쌓여있다. 이제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한층 더 중요해진다. 우리는 목표물을 분명하게 알아볼 수 있었다.

전문 열람 제한

미가입 상태이므로 요약본의 일부만 제공됩니다.
더 깊이 있는 내일의 통찰력과 지식 에너지를
프리미엄 무제한 이용권으로 충전해 보세요!

멤버십 가입 / 결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