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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럴 링크

임창환 지음 | 동아시아


뉴럴 링크

임창환 지음

동아시아 / 2024년 1월 / 272쪽 / 17,000원





프롤로그 - 일론 머스크는 왜 뇌공학 기업을 설립했을까




일론 머스크가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2017년 3월, 머스크는 언론을 통해 뉴럴링크(Neuralink)라는 뇌공학 스타트업을 설립했다고 밝히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류는 인공지능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이 인공지능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인간의 뇌 위에 인공지능 층(layer)을 만들고 자연적인 두뇌와 인공두뇌를 연결하는 것뿐입니다.” 그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까지 제시했다. 뉴럴 레이스(Neural Lace)라는 액체 그물망 형태의 전극을 머릿속에 삽입해 뇌 활동을 매우 정밀하게 읽어 들이고, 궁극적으로는 지식과 정보를 뇌에 주입하는 장치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2017년 머스크의 발표 직후, 뉴럴링크의 홈페이지에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를 모집한다는 채용 공고가 올라왔다. 전기공학, 재료공학, 디지털공학, 광학, 소프트웨어공학 같은 기술 분야뿐만 아니라, 수의학, 신경과학, 생화학, 외과 수술에 이르는 온갖 분야의 전문가를 파격적인 조건으로 모집한다는 공고였다. 그런데 그 후 2년간 뉴럴링크의 홈페이지는 회사 주소나 연락처조차 적혀 있지 않은, 거의 버려진 사이트나 다름없는 상태로 남아 있었다. 그렇게 뉴럴링크는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히는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뉴럴링크 홈페이지에 작은 변화가 감지되었다. 2019년 7월 16일, 태평양 표준시 오후 8시에 뉴럴링크가 지난 2년간 연구한 결과를 소개하는 발표회를 개최한다는 공지가 홈페이지 메인에 올라왔고, 공지 아래에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 링크가 달려 있었다. 아주 희소식이었다. 대대적인 언론의 홍보가 없었음에도,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에는 20만 명이 넘는 시청자가 동시 접속해 일론 머스크의 새로운 도전을 숨죽이고 지켜보았다. 머스크의 20분짜리 기조 강연을 포함해 무려 100분 동안 진행된 이날 행사의 백미는 초고해상도의 신경신호 측정 시스템을 소개하는 부분이었다.

뉴럴링크의 아이디어를 요약하자면 ‘실과 바느질 기계’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뉴럴링크를 처음 설립할 때 발표한 뉴럴 레이스와 비슷한 듯 다른 개념이다. 뉴럴 레이스는 두개골에 작은 구멍을 뚫고 액체 그물망 형태의 전극을 주사기로 집어넣은 뒤, 대뇌피질을 덮은 전극 망으로부터 고해상도의 신경신호를 읽어내는 방식인데, 주사기로 전극 망을 집어넣는다고 이것이 저절로 펼쳐진 뒤에 대뇌피질에 부착될 리는 없기 때문에, 그 실행 방식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자들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뉴럴링크가 새롭게 선보인 ‘신경 실’은 머리카락 굵기의 20분의 1에 불과한, 4~6마이크로미터 굵기의 실에 32개의 전극을 코팅한 뒤, 이 실을 뇌 표면에 바느질하듯이 박아 넣겠다는 개념이다. 가로와 세로가 각각 5밀리미터 정도인 신호 측정 유닛 하나에는 총 96개의 실이 장착되는데, 이는 새끼손가락 손톱 크기의 5분의 1에 불과한 센서로 무려 3,072개의 전극에서 측정되는 신경신호를 동시에 읽어 들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 ‘신경 실’을 뇌의 표면을 따라 어떻게 ‘박음질’할 것인지였다. 뉴럴링크는 이를 위해 초정밀 ‘바느질 로봇’을 개발했는데, 이 로봇은 뇌혈관을 피해 출혈을 최소화하면서도 자동으로 분당 6개의 실, 그러니까 총 192개의 전극을 뇌 표면에 박음질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머스크는 자신이 단독 저자로 작성한 논문에서 쥐의 대뇌피질 표면을 따라 ‘박음질’이 된 실 전극의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는데, 이 전극들은 신호 증폭 기능이 있는 시스템 칩을 거쳐 USB-C 포트를 통해 외부 컴퓨터와 연결되었다. 하지만 뉴럴링크는 궁극적으로 이와 같은 유선 방식으로는 실제 활용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생체 내에 완전 삽입이 가능한 무선 마이크로 칩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고, 이후 2020년에 ‘링크 v0.9’라는 이름의 삽입형 인터페이스 시스템을 발표했다. 하지만 뉴럴링크의 신경 실도 결국 뇌의 표면에 부착되기 위해서는 두개골이라는 층을 뚫고 아래로 내려가야만 한다. 즉, 외과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머스크는 뇌 수술을 위해 기존처럼 드릴로 두개골에 구멍을 내는 방법을 사용하는 대신, 레이저로 미세한 천공을 뚫는 방법을 사용하려 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그는 이 수술 과정을 라식 수술에 비유하기도 했다. 전신마취도 필요 없는, 하루 만에 퇴원할 수 있는 간단한 시술 말이다. 실제로 뉴럴링크는 2023년에 인간 뇌에 링크(Link) 시스템을 이식하는 수술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처(FDA)의 임상시험 승인을 획득했다.

물론 이 기술을 인간에게 적용할 수 있다고 해서, 일론 머스크가 추구하는 ‘지식 업로드’나 ‘텔레파시’를 곧바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우리는 신경세포가 만들어 내는 암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뉴럴링크의 발표회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추측 내지 짐작을 뜻하는 ‘speculation’이었는데, 우리는 지금 이 기술의 끝이 어디일지조차 짐작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뉴럴링크의 연구를 통해 보다 정밀한 뇌 활동을 관찰하는 것이 가능해지면, 우리가 ‘뇌의 언어’를 이해하는 데도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리라는 점이다. 한편 많은 이들이 머스크의 무모해 보이는 도전과 일견 위험해 보이는 발언들에 비판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하지만 대중의 우려와는 달리, 뉴럴링크가 개발 중인 기술이 당장 일반인에게 적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아마 텔레파시나 인지 증강에 관한 머스크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결국 뉴럴링크가 개발한 기술은 장애로 인해 손과 발의 움직임을 잃은 이들에게 새로운 손과 발을, 의사소통 능력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을 제공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쓰일 것이다.

참고로 뉴럴링크는 2023년 미국 FDA의 임상 허가를 받으면서 세 부류의 환자군을 모집하겠다고 밝혔다.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 소리를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 팔다리를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사지 마비 장애인이 바로 그들이다. 아마 언젠가는 뉴럴링크의 기술을 통해 수많은 ‘헬렌 켈러’들이 잃어버린 빛과 소리를 되찾게 될 것이다. 아무튼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은 이처럼 뇌 질환과 장애로 고통을 받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불씨가 되고 있다. 대부분의 뇌공학자들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을 ‘인류의 미래를 바꿀 혁신’이라고 말하는 데 일말의 주저함도 없다. 왜냐하면 가깝게는 고령화 시대의 가장 큰 숙제인 치매를 비롯한 각종 뇌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멀게는 인류의 본능인 인위적인 진화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이 지닌 엄청난 잠재력을 알기 때문이다. 이제 인류 역사에서 스마트폰이나 인공지능의 등장만큼이나 엄청난 파급력을 끼칠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뇌, 세상과 통하다



뇌와 컴퓨터의 역사적인 만남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의 아버지:
뇌와 컴퓨터를 연결한다는 뜻을 지닌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 BCI)’는 ‘뇌-기계 인터페이스(brain-machine interface, BMI)’라고도 불리는데, BCI 개념은 미국 UCLA의 자크 비달 교수가 1973년에 처음으로 제안했다. 비달 교수의 초기 연구는 전자회로의 시뮬레이션이나 하이브리드 컴퓨터 시스템과 같이 인간의 뇌와는 전혀 관련 없는 것들이었는데, 그러던 그가 인간의 뇌에 갑작스레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연구년인 1970년에 UCLA 뇌연구소의 저명한 신경과학자 호세 세군도 교수가 이끄는 뇌 연구를 경험하면서부터였다.

사실 손을 먼저 내민 쪽은 세군도 교수였다. 세군도 교수는 비달 교수와 비슷한 시기에 UCLA에서 조교수로 임용되었는데, 그의 초기 연구는 동물 뇌의 신경세포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를 분석하는 것이었다. 참고로 세군도 교수는 수학과를 졸업하고 신경과 의사가 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였지만, 종이와 펜만으로 복잡한 신호를 분석하는 것은 버거운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세군도 교수는 교내 식당에서 가끔 마주치던 비달 교수가 공과대학에서 컴퓨터와 신호처리를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평소 뇌과학에 관심 있었던 비달 교수도 세군도 교수의 연구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이 둘의 만남은 곧 세계 최초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연구로 이어지게 되었다. 세군도 교수와 함께 1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비달 교수는 뇌 연구에 자신의 남은 생을 바치기로 결심하고, 본인의 소속을 아예 UCLA 뇌연구소로 옮겼다. 이후 비달 교수는 자신의 컴퓨터공학 지식과 세군도 교수에게서 얻은 뇌과학 지식을 접목해,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뇌파)를 컴퓨터로 분석하고 이를 이용해 다른 이들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제안했다.

1973년, 비달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정리한 24쪽짜리 논문을 《연례 생체물리 및 생체공학 리뷰》라는 학술지에 게재했다. 「뇌와 컴퓨터의 직접적인 소통을 위하여」라는 이 논문에서 그는 무려 10여 대에 달하는 당시 최고 사양의 컴퓨터들을 연결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구현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물론 현재는 저사양 노트북컴퓨터 1대만 있어도 그가 구상한 시스템을 구현하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비달 교수는 자신의 논문에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3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첫 번째 조건은 정신적인 의사결정이나 반응을 할 때 발생하는 뇌 활동을 전기적인 신호, 즉 뇌파 형태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조건은 측정된 뇌파 신호 안에서 서로 다른 정신적 활동이 지닌 고유한 패턴(전문용어로 ‘특징점’이라고 한다)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조건은 시행착오 과정을 통해 신호 패턴이 더욱 분명해짐에 따라 신뢰도와 안정성이 향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이 3가지 전제 조건은 현재까지도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당시의 조악한 컴퓨터 기술로는 비달 교수의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는 없었다.

비달 교수는 첫 논문을 발표하고 4년이 지난 1977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었다. 그는 미국의 《전기전자공학회 회보》에 발표한 논문에서 오늘날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에 견주어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 수준의 혁신적인 연구 결과를 보고했는데, 그의 아이디어는 대뇌 시각 영역의 시각위상(우리가 바라보는 대상이 시야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위치의 신경세포가 반응하는 현상)이라는 성질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참고로 우리 뇌의 시각피질은 뒤통수 아래의 후두엽에 자리하고 있는데, 우리 시야에서 오른쪽에 위치하는 사물을 볼 때는 시각피질의 왼쪽에 있는 신경세포가 반응하고, 반대로 왼쪽에 위치하는 사물을 볼 때는 시각피질의 오른쪽에 있는 신경세포가 반응한다. 위아래도 비슷하게 반응한다. 위쪽에 있는 사물을 볼 때는 시각피질의 아래쪽 세포가, 아래쪽에 있는 사물을 볼 때는 시각피질의 위쪽 세포가 반응한다.

그는 먼저 마름모꼴로 된 체스판 무늬의 시각 자극을 만들었다. 이 체스판 문양은 일정한 주파수로 검은색과 흰색 부분이 반복적으로 역전되도록 만들어졌는데, 이 같은 ‘패턴 역전’ 자극이 주어지면 시각피질의 신경세포는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며, 이런 뇌 활동은 후두엽 부근에 ‘시각유발전위’라고 불리는 특징적인 뇌파를 발생시킨다. 그런데 우리가 체스판 문양의 가운데를 쳐다보지 않고, 체스판 위쪽 끝의 동그라미를 바라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체스판 모양의 시각 자극은 우리 시야의 아래쪽에 위치하게 되므로, 시각피질의 위쪽 신경세포가 전기신호를 만들어 낼 것이다.

체스판 문양의 오른쪽 끝을 바라보면, 시각 자극은 시야의 왼쪽에 위치할 것이므로 시각피질의 오른쪽 신경세포가 신호를 만들어 낼 것이다. 따라서 어떤 사람의 시각 영역 중간점을 기준으로 위, 아래, 왼쪽, 오른쪽에서 뇌파를 측정하면, 그 사람이 체스판 문양의 어느 꼭짓점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거꾸로 유추하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네 지점에서 측정한 뇌파들 가운데 왼쪽에 있는 전극에서 특징적인 뇌파(시각유발전위)가 강하게 발생한다면, 이는 체스판 문양의 시각 자극이 오른쪽 시야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그 사람이 체스판 문양의 왼쪽 끝을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다.

비달 교수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화면상의 커서를 위, 아래, 왼쪽, 오른쪽으로 움직여서 가상의 캐릭터가 미로를 빠져나가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시스템을 구축했다. 물론 비달 교수의 방식은 여러 번의 반복 시행을 필요로 했기에, 속도가 아주 느리고 정확도도 현재 쓰이는 방식에 비해서는 현저하게 떨어졌다. 하지만 그의 연구는 실용적인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최초로 개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그런데 의아한 점은 비달 교수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놓고는 돌연 이 분야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으로 연구 주제를 바꾸어 버렸다는 것인데, 그는 1978년을 마지막으로 뇌과학 분야의 논문을 더 이상 발표하지 않았다.

어느 문제아의 모범적 연구: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의 선구자인 자크 비달 교수가 떠난 뒤 이 분야는 한동안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 비달 교수의 바통을 넘겨받은 차세대 주자는 미국이 아닌 독일에서 등장했는데, 노벨 생리의학상 후보에도 오르내리며 『뇌는 탄력적이다』라는 책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독일 튀빙겐대학교의 닐스 비르바우머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비르바우머는 평범하지 않은 이력의 소유자다. 한마디로 그는 ‘문제아’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그는 10대 때는 소년 갱단을 조직하고 범죄를 저지르고 다녔고, 한번은 동료 학생이 자신이 먹다 남긴 빵을 먹어치웠다는 이유로 친구의 발을 칼로 찔러서 소년원에 수감되기까지 했다. 소년원에서 풀려난 뒤 아버지가 가구 공장의 견습생으로 보내버리겠다고 위협하자, 그는 그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다행히 전학한 학교에는 훌륭한 역할 모델이 있었고, 주위로부터 지적 자극도 받을 수 있었다. 그의 어린 시절 이런 ‘개과천선’ 경험은 뇌과학 연구에서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고,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인간의 뇌는 태어날 때부터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충분히 바뀔 수 있다”라는 신념을 갖게 되었다.

그는 뇌에 대해 더 깊은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빈대학교의 심리 및 신경생리학과에 입학했다. 그리고 23세의 어린 나이에 박사학위를 받고 빈대학교에서 연구 조교 일을 시작했지만 곧 대학에서 쫓겨났는데, 동료들과 함께 학교의 구닥다리 교과과정을 개편하라는 시위를 주동했다는 것이 그의 퇴출 사유였다. 빈대학교에서 쫓겨난 뒤 영국 런던과 독일 뮌헨 등지를 떠돌아다니며 6년 넘게 자리를 잡지 못하다가, 그는 1975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독일 튀빙겐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로 자리 잡았다. 튀빙겐대학교에 자리 잡은 비르바우머는 자신의 10대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뇌가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고자 노력했다. 특히, 유전되는 것으로 알려진 사이코패스의 경우, 어린 시절에 그 성향을 알아내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하면, 성인이 되고 나서도 사이코패스로 발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는 사이코패스들 가운데 10대 때 집중력 장애를 가졌던 이들이 많다는 점을 알아내고는, 사이코패스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10대 아이들을 대상으로 뉴로피드백(neurofeedback) 치료를 진행하면 사이코패스로 발전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도 증명했다.

참고로 당시 뉴로피드백에 많이 사용되던 뇌파에는 느린피질전위(SCP)라는 것이 있었는데, SCP는 뇌파가 몇 초 동안 양극이나 음극을 띠며 천천히 변하는 현상을 나타내며, 발생 원리는 아직 정확히 모르지만 전체적인 대뇌의 신경망 조절 기능을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훈련을 통해 사람이 SCP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한편 1980년대 중반, 비르바우머는 뇌전증 환자를 연구하며 여러 신경과 의사들과 교류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그는 온몸의 운동 능력을 상실하고 결국 자가 호흡과 의사소통 능력까지 잃어버리는 루게릭병 환자들을 접하게 되었다. 그런데 매번 기존의 틀을 깨뜨리고자 노력하는 비르바우머의 기질은 여기서도 빛을 발했는데, 그는 “SCP를 이용한 뉴로피드백 기술을 응용하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루게릭병 환자를 도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획기적인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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