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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면 죽는다

조나 레러 지음 | 윌북


지루하면 죽는다

조나 레러 지음

윌북 / 2023년 12월 / 320쪽 / 19,800원





프롤로그 - 우리는 알 수 없는 것에 끌린다



굴뚝의 시체


추리소설은 누가 창시한 걸까? 1841년 봄. 당시 32살이던 에드거 앨런 포는 새로운 유형의 단편소설을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포는 어느 잡지에 글을 연재하고 있었는데, 독자들이 보내온 도저히 풀 수 없을 것 같은 복잡한 암호를 해독하는 코너였다. 전국 각지에서 그에게 100개에 육박하는 비밀 메시지를 보내왔고, 포는 하나만 빼고 모두 풀었다. 그런데 그 코너는 고료가 한 페이지당 몇 달러밖에 되지 않았다. 포는 경제적으로 절박했고 방값과 술값을 해결할 수 있을 만한 소설을 써야 했다.

그는 첫 작품에 『모르그가의 살인』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붙이고, C. 오귀스트 뒤팽이라는 흥미로운 주인공을 등장시켰다. 뒤팽은 파리에 사는 젊은 독신남이었고 역시 아주 난해한 암호를 풀 줄 알았다. 이야기는 어느 여름날, 석간신문에 실린 기이한 이중 살인 사건 기사로 시작된다. 정원에서 ‘목이 완전히 절단돼 시신을 들어 올리려고 하자 머리가 떨어져 저만큼 굴러가는’ 한 어머니의 시신이 발견됐고, 딸은 처참하게 살해당해 굴뚝에 쑤셔 넣어져 있었다. 처음에 경찰은 강도의 소행으로 추정하지만 사라진 귀중품이 없었다. 경찰은 길고 소득 없는 수사를 벌인 끝에 ‘모든 면에서 너무나 기이하고 당혹스러운, 파리에서 지금까지 자행된 바 없는 살인 사건’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그런데 뒤팽이 이 사건에 흥미를 느낀다. 그는 소설의 화자인 ‘나’에게 범죄 현장을 찾아가 보자고 제안한다. 그런데 아파트를 한참 동안 살피고 동네 주민들과 면담을 하고 나자 ‘나’는 전보다 더 혼란스러워지고 ‘해결할 수 없는’ 사건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뒤팽은 탄식을 터뜨리며 이 특이한 사건의 해답을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뒤팽은 먼저 사건의 가장 당혹스러운 측면을 요약한다. 불필요하게 피해자의 목을 벤 것, 딸을 굴뚝에 쑤셔 넣은 것, 뚜렷한 동기가 없는 것이 그것이다. 경찰에서는 미친 사람의 소행으로 간주하지만, 뒤팽은 범인이 인간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가 지목한 것은 오랑우탄이었다. 이미 뒤팽은 도망친 유인원을 보호하고 있다는 광고를 신문에 실어놓은 뒤였다. 몇 페이지를 더 넘기면, 한 선원이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자신이 기르는 동물을 찾기 위해 나타난다.

아무튼 포의 작품은 출간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고, 잡지사에서 고료로 56달러를 보내줬다. 하지만 포는 이런 성과를 별거 아닌 것으로 취급했다. 그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탐정소설이 실제보다 더 기발하다고 생각해. (중략) 예를 들어 『모르그가의 살인』만 해도 그래. 실타래를 풀어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일이 뭐가 그리 기발하단 말인가?” 포는 만약 자신이 이 대중소설에 자부심을 느낀다면, 드디어 ‘새로운 스타일의 무언가’를 창조해냈기 때문이라고 썼다. 그렇다. 포는 탐정소설을 창조했다. 포의 공식은 다음과 같았다. 먼저 난감한 사건이 벌어지고 경찰은 우왕좌왕한다. 사건은 해결될 가망이 없어 보인다. 그때 우리의 걸출한 탐정이 등장한다. 그는 등한시됐던 몇 가지 단서를 심사숙고하고 이리저리 흩어져 있던 점들을 연결해 놀라운 해답을 제시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고 처벌을 받으면서 도덕적 질서가 회복된다.

이후 이 공식은 현대 문화사상 가장 성공적인 장르로 이어졌다. 애거사 크리스티부터 레이먼드 챈들러까지, 마이클 코넬리(『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의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로 유명함)부터 <로 앤 오더>(미국 NBC에서 20년 동안 방영된 범죄 수사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요즘도 이 장르는 에드거 앨런 포가 젊은 시절에 창안한 수사와 전통을 따르고 있고, 아서 코넌 도일은 뒤팽이 셜록의 원조라고 인정했다. 포는 ‘후대의 범죄·추리 소설가를 무수히 양산한’ 공로자로 인정받을 자격이 있었다.

1948년, 포가 요절하고 거의 1세기가 지났을 때, 시인 W. H. 오든은 《하퍼스 바자》에 기고한 글에서 탐정소설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많은 사람에게 그러하듯 내게도 탐정소설은 담배나 술처럼 중독성이 있는 무엇인데, 중독 증상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강렬한 욕구. 해야 할 일이 있을 때는 탐정소설을 집어 들지 말아야 한다. 일단 시작하면 다 읽을 때까지 일을 하지도 잠을 자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오든은 ‘대부분의 탐정소설은 싸구려 통속소설’이라고 폄하하면서도, “탐정소설을 면밀히 연구하면 예술의 작동법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든은 논리를 전개하기에 앞서 비극의 역사를 짧게 소개했다. “그리스 비극에서 관객은 진실을 알고 있다.” 즉, 결말이 밝혀진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예컨대 『오이디푸스 왕』은 왕을 살해한 범인을 추적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난해한 범죄극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누구나 이야기의 결말을 안다. 오이디푸스가 찾는 범인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말이다. 포는 천재적인 면모를 발휘해 이 고전적인 공식을 뒤집고 이야기의 결말을 비밀에 부쳤다(‘미스터리’라는 영어 단어의 어원은 그리스어 ‘뮈오(muo)’로, ‘눈을 감다’ 또는 ‘숨기다’라는 뜻이다). 전통적으로 소설은 예측 가능한 흐름으로 전개됐던 반면 포는 허를 찌르는 요소를 중심으로 작품을 구축했다. 오이디푸스 이래 서사의 특징이 된 ‘단서 찾기’의 즐거움을 추구하되 예측할 수 없는 결말을 첨가한 것이다. 이로써 독자는 단서를 찾아다니는 책 속의 또 한 명의 형사가 된다. 포는 사람들이 살인 자체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범행은 사건을 유발하는 장치에 불과했다. 사람들의 진정한 관심사는 미스터리였다.

미스터리라는 지루함의 해독제


에드거 앨런 포는 탐정소설을 발명하며 인간의 마음을 낚는 새로운 방식을 발견했다.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포의 공식은 궁금증을 자아낸다. 사람들은 왜 이토록 이 공식을 좋아할까? 그리고 우리가 실종된 작가와 해결할 수 없는 범죄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미스터리는 왜 심리적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걸까? 우선 동물의 뇌 연구에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도파민의 특징부터 살펴보자. 도파민은 ‘섹스, 약물, 로큰롤의 화학물질’이라는 별명답게 쾌락주의와 한데 뭉뚱그려 이야기될 때가 많은데, 도파민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우리의 관심을 관장하는 것이다. 요컨대 도파민은 우리가 세상을 살피고 가장 재밌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때 통용되는 신경 물질이다. 참고로 즐겁다는 느낌은 뇌가 우리에게 저길 보라고, 이걸 눈에 담으라고, 저기에 집중하라고 지시를 전달하는 도구다.

그렇다면 도파민을 가장 크게 자극하는 것은 무엇일까? 예상이 가능한 뻔한 정보는 결코 아니다. 그보다는 미스터리한 느낌을 주는 재미, 혹은 신경과학자들이 ‘예측 오류’라고 이름 붙인 재미다. 연구실의 과학자들은 보상 패턴(레버를 눌러 간식을 받는)을 구축한 뒤, 그것과 상관없이 불쑥 달콤한 초콜릿을 내미는 식으로 예측 오류를 유발하곤 한다(시끄러운 소리나 번쩍이는 불빛처럼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자극으로도 엄청난 도파민을 유발할 수 있다). 뇌세포가 뜻밖의 사건에 민감한 이유는 그것이 뭔가를 배울 수 있는 아주 어마어마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영장류, 쥐, 심지어는 초파리의 내부 기관에도 이와 똑같은 기발한 프로그래밍이 존재한다. 이와 같은 정신적인 소프트웨어의 역사는 수백만 년보다 더 오래된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두뇌는 이 해묵은 코드를 새롭게 활용할 방편을 찾아냈다. 열량 높은 음식과 섹스뿐 아니라 발상과 서사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불가사의한 실종 사건을 다룬 신문 기사가 됐건 에드거 앨런 포의 탐정소설이 됐건 간에 이런 글은 도파민계를 계속 흥분시키고, 따라서 우리는 원시적인 보상 없이도 계속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도파민계에는 묘한 특징이 있다. 인간의 뇌는 항상 문제 해결과 향후 예측을 시도하며 패턴을 만드는 기계지만, 우리의 관심을 사로잡는 것은 정확한 예측이 아니라 예측 오류, 즉 예상하지 못했던 보상과 뜻밖의 사실이다. 훌륭한 예술작품은 전제를 설정한 뒤 미묘하게 우리의 기대를 깨뜨린다. 또 해답 공개를 최대한 늦추며 몰입하게 한다. 우리의 호기심을 계속 자극하는 것은 궁금증이기 때문이다.

스티븐 손드하임은 자신의 미학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예술작품에는 뜻밖의 놀라움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관객의 시선을 붙잡아놓을 수 없다.” 그러나 관객의 눈을 붙드는 예측 오류는 미스터리가 선사하는 신경 작용의 일부일 뿐이다. 이야기가 잘 전달된다면, 미스터리는 관객에게 놀라움보다 더 거대한,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경이로움, 경외감, 경탄, 무엇이라 불러도 좋은)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관객은 답을 찾는 걸 멈추고, 결코 이해하지 못할 무언가에 몰입하며 미스터리의 파도를 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수수께끼를 향한 즐거움이 있다. 거의 모든 동물은 어둠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인간은 그 안에서 가장 위대한 의미를 찾아낸다. 시대와 취향을 초월해 사랑받는 작품에는 가장 매혹적인 미스터리가 숨겨져 있다. 이 책에서 우리는 그 미스터리들을 해체할 것이다.

첫 번째 전략은 단순한 형태의 미스터리, 즉 ‘미스터리 박스’다. 미스터리 박스는 살인범의 정체나 슬롯머신의 결과 등 결정적인 정보를 감추며 관심을 유발한다. 예측 오류의 짜릿함을 선사하는 것이다. 그 이면의 전략을 터득하면 눈을 뗄 수 없는 흡인력을 지닌 플롯 설계의 비밀을, 야구 경기가 지닌 매력의 비결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전략을 활용한 대표적인 인물은 스티브 잡스와 조지 루카스다. 미스터리 박스는 우리의 관심을 끝없이 자극한다.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미스터리 전략은 ‘상상력 증폭시키기’다. 때로 우리는 창작 과정 자체가 너무도 궁금해지는 작품을 만난다. 마술을 생각해보자. 눈앞에서 물체가 사라지고, 여자가 톱에 썰려 반으로 나뉜다. 그러면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하는 생각을 절로 끌어낸다. 이는 마술사는 물론, 건축가, 화가, 영화감독들의 전략이기도 하다. 이들은 제작 방식을 설명할 수 없는 작품을 만드는 걸 좋아한다.

세 번째 미스터리 전략은 ‘규칙 깨부수기’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사용자의 입맛을 맞추는 데 급급한 문화 콘텐츠로 포화 상태다. 하지만 많은 이에게 선택받고 사랑받으며 오래도록 살아남는 건 살짝 어려운 콘텐츠, 낯설지만 매력적인 형식과 감각으로 우리를 자극하는 콘텐츠다. 카니예 웨스트의 힙합부터 위트있는 스타일로 한 기업을 위기에서 구해낸 광고까지. 이들이 여전히 우리를 매혹한다. 네 번째 미스터리 전략은 ‘마성의 캐릭터’ 전략이다. 셰익스피어의 햄릿,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심지어는 성서 속 하느님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미묘하고 모순으로 똘똘 뭉친 주인공에게 매료된다. 이들은 파악하기 어려우며, 복잡하고 흥미롭다. 게다가 이러한 마성의 캐릭터는 우리의 삶에 뜻밖의 쓸모를 선사한다. 연구에 따르면 입체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훌륭한 문학작품을 읽는 일은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맞닥뜨리는 미스터리(저 사람은 대체 왜 저럴까?)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다섯 번째 미스터리 전략은 ‘의도적인 모호함’이다. 밀란 쿤데라는 이렇게 썼다. “더 모호할수록, 더 흥미로워진다.” 모든 선명한 것들은 유용하며, 때로 지루하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과학자들과 역사학자들은 물론 수많은 사람을 매혹한 중세시대 고문서부터 비틀스의 노래 가사, J. D. 샐린저의 미학이 가장 빛나는 단편소설까지, 절묘한 모호함으로 우리를 사로잡은 작품들이 여기저기에 있다.

앞에 언급한 5가지 전략은 미스터리의 각기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전략은 수없이 많은 형태로 변주될 수 있지만, 목표는 하나다. 예측 오류를 몰입감 넘치는 오락으로 바꾸고, 미지의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것이다. 참고로 탁월한 콘텐츠는 이 전략들을 한데 모아 다양한 매력으로 커다란 경외감을 선사한다. 예로 미스터리 박스로 출발해 입체적인 캐릭터와 모호한 설정을 활용하고, 상상력을 증폭시키는 동시에 매력적인 난해함을 동원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그 콘텐츠는 금세 이해하고 소비할 수 있는 무언가를 넘어서 무한한 게임이 되고, 몇 번이고 다시 찾게 되는 작품이 된다. 호기심을 갖는 것, 나아가 미스터리와 씨름하는 능력은 인간의 필수 능력이다. 빼어난 창작자들은 거의 모두 탁월한 추리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 책에서 우리는 그들처럼 열렬한 호기심을 기르는 방법과 창의력을 발휘할 방법을 알아볼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5가지 미스터리 전략 중 예측 오류의 짜릿함을 선사하는 미스터리 박스에 대해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미스터리 전략 - 예측 오류의 짜릿함 선사하기



어디든 통하는 미스터리 박스


라이언은 3살 때부터 장난감을 소개하는 유튜버였는데, 영상은 예상의 범주를 조금도 비껴가지 않는다. 장난감 가게에 간 라이언은 레고 듀플로 기차를 고른다. 상자를 열고 플라스틱 블록을 맞춘다. 기차를 카펫 위에 놓고 앞뒤로 움직인다. 그러다 쓰러뜨린다. 4분 정도 뒤 라이언이 지루해하기 시작하면 영상은 끝이 난다. <라이언 토이스리뷰>의 초창기 영상은 어린아이들의 변덕스러움을 잘 보여주는 콘텐츠다. 토마스 기관차가 등장하기도 하고, 라이언이 플레이도우를 가지고 지저분하게 놀기도 하고, 픽사의 여러 캐릭터가 욕조에 둥둥 떠다니기도 한다. 화면은 흔들리고, 편집도 거의 없고, 라이언이 열어보기 직전까지 무척 열광했던 새로운 장난감의 비극적인 몰락 말고는 아무런 서사도 없다.

여기서 멈추었다면 라이언은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장난감을 개봉하는 또 한 명의 어린이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라이언의 부모님이 아이의 노는 모습을 촬영하기 시작한 지 4개월이 지났을 무렵 탄생한 32번째 영상에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 영상에서 라이언의 어머니는 조금 색다른 시도를 감행했다. 영상은 침대에서 자는 라이언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엄마는 라이언을 깨워 디즈니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인 거대한 종이 반죽 달걀을 보여준다. 라이언은 달걀 포장을 뜯고 그 안에 든 이런저런 장난감을 닥치는 대로 끄집어낸다. 피셔 프라이스 주차장도 나오고, 조그만 자동차는 수십 개나 나온다. 큼지막한 노란색 덤프트럭도 한 대 있다. 라이언은 거의 7분에 걸쳐 달걀 안에 든 장난감을 모두 꺼내 공개하고 방바닥에서 자동차를 잠깐 가지고 논다. 가히 과소비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짧은 영상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2015년 7월 1일에 올라온 이 유튜브 영상은 조회 수가 10억이 넘었는데, 라이언의 부모님은 그들의 채널이 이렇게까지 성공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게 바로 이 영상이었다고 했다. <라이언 토이스리뷰>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유튜브 채널로 구독자는 거의 3550만 명에 달하고 조회 수는 550억 뷰가 넘는다. 2017년에 이 채널이 거둔 수익은 2600만 달러로 추정된다. 이들은 나아가 ‘라이언스 월드’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서프라이스 에그 장난감을 기획했고, 현재 미국의 대표적인 대형마트인 월마트와 타깃에서 판매 중이다.

그런데 성공은 모방을 낳는다. 장난감이 든 서프라이즈 에그는 유튜브 키즈계의 선도적인 카테고리가 되었다. 이제는 <디즈니 토이스리뷰>의 ‘초대형 프린세스 서프라이즈 에그’도 있고(2억 9700만 뷰), <토이푸딩> 채널의 ‘트럭 장난감 자동차 서프라이즈 에그’(9900만 뷰)와 ‘초대형 마이 리틀 포니 서프라이즈 에그 컴필레이션 플레이 도우’도 있다(1억 2100만 뷰). 각 영상에는 가장 최근에 출시된 장난감이 등장한다는 것 외에도, 허술한 장치를 바탕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선물이 달걀 안에 감추어져 있다는 것. 어떤 장난감이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아이들 사이에서 이 영상들이 이토록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역시 미스터리의 매력으로 설명할 수 있다. 서프라이즈 에그는 예측 오류를 유도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라이언이 다음에는 라이트닝 맥퀸을 꺼낼까? 왜 자동차 장난감 핫휠 사이에 비행기가 끼어있지? 참고로 할리우드에서는 이걸 ‘미스터리 박스’ 기법이라고 부른다. 작가 겸 감독 J. J. 에이브럼스의 정의에 따르면, 미스터리 박스란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작품 속 비밀을 말한다. 영화 <시민 케인>에서는 로즈버드의 의미이고, <죠스>에서는 대형 백상어의 모습이고, <유주얼 서스펙트>에서는 카이저 소제의 정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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