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사랑할수록 불안해질까
제시카 바움 지음 | 부키
나는 왜 사랑할수록 불안해질까
제시카 바움 지음
부키 / 2023년 4월 / 368쪽 / 18,000원
프롤로그열아홉에 나는 자기 회사를 운영하느라 일에 푹 파묻혀 사는 남자 친구를 사귀었습니다. 초반의 열렬한 시기가 지나고 흥분이 다소 사그라지자 그는 다시 일로 관심을 돌렸습니다. 하지만 그가 조금씩 뒤로 물러나자, 버려질지 모른다는 내 마음속 두려움이 자극되면서 불안이 찾아왔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감정적 동요가 감당하기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고, 결국 심각한 불안 증세로 입원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의사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물었을 때, 나는 그냥 이렇게 대답했죠. “남자 친구가 저를 사랑하지 않아서요.” 혼자가 된다는 두려움은 줄곧 수면 아래에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인간관계에 매달리는 상태를 가리키는 공의존(codependency)에 관한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습니다. 그게 꽤 도움이 되긴 했지만, 내 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답니다.
몇 년 뒤 나는 도통 곁을 내주지 않는 남자와 결혼했습니다. 처음 만나기 시작할 무렵에는 그가 문자 메시지에 답장하지 않아도 개의치 않았죠. 하지만 점차 사소한 어긋남까지 신경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멀어지고 나는 연락에 매달리는 패턴이 두어 달마다 반복되었거든요. 이제는 나도 알지만, 우리 사이가 가까워지면(그래서 내가 안정감을 느끼기 시작하면) 곧 남편이 뒤로 물러섰던 것은 친밀한 관계를 꺼리는 그의 두려움 탓이었습니다. 그럴 때 남편은 문자를 아예 끊었고, 대화는 알맹이 없이 건성으로 변했지요. 남편이 멀어질수록 그를 바라보아도 그 자리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고요. 그가 연결을 끊으려는 모습을 보이면 내 몸 전체가 반응했습니다. 순식간에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무언가가 내게서 뜯겨 나가는 것처럼 간이 철렁했죠. 시야는 흐려지고 금방이라도 공황 발작이 일어날 것 같았고요. 그와 다시 연결되지 못할 때면 나는 태아처럼 옹송그리고 누워서 아주 어릴 때와 똑같이 길을 잃고 버려진 듯한 느낌을 곱씹었습니다. 나를 차단하는 태도, 특히 그의 텅 빈 시선이 버려진다는 원초적 두려움을 자극했죠. 구명 밧줄이나 산소가 끊기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렇듯 내 20대 초반은 혼란스러웠습니다. 내 몸과 마음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하지 못했기에 불안정할 수밖에 없었죠. 그런 상황이 달라진 것은 애착 패턴과 신경계 반응, 핵심 상처에 관해 알게 되면서부터였습니다. 과거를 돌아보며 내가 평생 끊임없는 분리 불안에 시달렸음을 깨달았죠. 그제야 비로소 내 신체 반응을 이해하고 연민과 치유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쓰면서 전하고자 하는 핵심이 바로 여기 있습니다. 자기 몸에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왜 자신이 종종 자포자기 상태에 빠지는 어른으로 자랐는지를 깊이 이해하는 것.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는 만족스러운 관계를 맺는 데 필요한 내면의 안정감을 찾는 치유의 길로 함께 접어들 수 있습니다.
관계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맨다면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관계를 맺고자 하는 우리의 욕구가 지극히 자연스럽다는 점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도록 만들어졌으니까요. 우리는 유일한 생명의 원천이자 마법의 끈인 탯줄로 어머니와 몸이 연결된 채 태어납니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와 다른 가족에게 의지해야 살아남을 수 있고요. 자라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생존에 필요한 요소를 알아서 해결하게 될 때까지 자신을 챙기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한편 우리 사회는 자라서 어른이 되면 자주성과 독립심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불안형 애착을 가진 사람의 내면에서는 관계에 필사적으로 매달리지 않으면 버려지고 만다고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사실 이 둘 사이의 적절한 중간 지점인 ‘상호의존’의 청사진은 우리가 세상의 빛을 보기 전부터 마련되어 있지요. 인간은 태어나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항상 자신이 기댈 수 있는 동시에 자신에게 기대게 해도 될 만큼 안전한 사람을 찾아 손을 뻗는 사회적 존재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진정으로 연결될 때 마음 깊이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나가 가족 바깥에서 관계를 맺으려 할 때 내가 믿고 감정을 내보이려는 사람이 우리 관계에 진지한지, 내가 열어 보인 연약한 마음을 짓밟지는 않을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어른이 된 우리는 이런 불확실성을 마주하면, 과할 만큼 독립적으로 변해서 연결되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거나, 아니면 외로움으로 고통받는 마음을 달랠 임시방편으로 짧은 연애를 되풀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제 더는 나를 먹이고 입히고 재워 줄 사람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성인이 된 이후의 인간관계는 이와는 다른(하지만 똑같이 중요한) 두 가지 역할을 합니다. 하나는 타인의 눈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며 느끼는 든든함과 안정감, 다른 하나는 타인과 장기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는 데서 오는 만족감이죠.
가장 친밀한 관계, 즉 진정한 자신을 내보일 만큼 안전하고 편안하다고 느끼는 관계에서 우리는 더 깊이 있게 인생을 맛보며 진실한 자기 모습이 받아들여진다는 즐거움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자라면서 부모에게서, 혹은 문화에서 받은 영향 탓으로 이렇게 안정되고 건강한 애착을 형성하는 데 애를 먹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무관심 속에 어린 시절을 보내며 혼자 알아서 하는 데 익숙해진 사람도 있죠. 아니면 간헐적인 보살핌밖에 받지 못해 애정이 늘 충분히 주어지리라 믿지 못하고 한 조각의 관심에도 불안해하며 매달리는 사람도 있고요. 관계의 토대가 불안정한 지반 위에 세워졌다면 먼저 그런 핵심 상처를 치유해야 우리가 바라는 안정된 관계를 이룰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사랑하도록 태어났다
애착 이론이란?: 인간이 유아기에 관계를 맺는 방식에 관한 접근법인 ‘애착 이론’은 1950년대에 심리학자 존 볼비가 개척했는데, 그는 인간은 누구나 아기일 때 기본 욕구를 채우기 위해 보호자(부모, 조부모, 형제자매 등)에게 의존하며, 보호자가 아이의 욕구에 관심을 보이는 방식에 따라 ‘애착 유형’이 생겨나며, 이는 어린 시절은 물론 성인기까지 우리가 타인과 소통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죠. 볼비와 그의 동료 메리 에인스워스는 애착 유형을 불안, 회피, 안정 등 3가지로 분류했습니다. 이 3 가지 관계 패턴을 이해하는 것은 커플 상담사로서 내가 하는 일의 토대를 이루며, 첫 결혼이 이혼으로 끝난 이후 나 자신의 연애 성향을 파악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는데요, 불행의 핵심에 불안형 애착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내면의 안정감을 다질 필요가 있음을 깨달았던 겁니다.
부모가 일관성 없이 들쑥날쑥 관심을 보이는 것을 경험한 불안형은 늘 버려질까 봐 두려워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연애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 경향이 있죠. 연결을 유지하고자 하는 이런 욕구는 종종 사랑하는 사람을 감정적으로 숨 막히게 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상대가 자신에게 쏟는 관심의 수준에 끊임없이 집착하지 않고는 못 배기기 때문이죠. 그리고 상대가 거리를 두기 시작하면 자신은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는 감정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사람임을 증명해 줄 관계를 찾아 하염없이 헤매지만, 두려움과 불안 탓에 계속 확인받으려고 욕심을 부리다 결국 스스로 가장 두려워하던 대로 버려지는 결말을 맞고 말죠.
한편으로 회피형에 속하는 이들은 관계가 가까워지려는 낌새만 보여도 냅다 탈출 버튼을 누르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낍니다. 이 경우에도 ‘나는 내게 필요한 사랑을 받지 못할 거야’라는 핵심 신념은 똑같지만, 이 믿음의 원인은 아이의 감정적 욕구를 채워 주지 않는 태도를 ‘일관성 있게’ 유지한 부모입니다. 따라서 이들은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독립성과 자급자족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우죠. 어차피 자신의 감정적 욕구를 채워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반면 안정형은 친밀한 관계를 더 편안히 받아들이고, 자신의 감정적 욕구가 채워지리라 믿습니다. 어린 시절 이들의 부모는 일관성 있게 애정과 보살핌을 제공했고, 그럼으로써 ‘너는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야’라는 뜻을 전했죠. 덕분에 이들은 건강한 상호의존 관계를 기대하고 원하는 성인으로 성장합니다. 나다움을 잊지 않은 채 상대에게 사랑과 지지를 표현할 줄 알기에, 관계가 끝나 버릴까 두려워하지 않고도 긴밀히 연결된 상태와 좀 더 자신에게 집중하는 상태를 쉽게 넘나들 수 있습니다.
애착 유형 가운데 어느 하나가 다른 것보다 더 ‘낫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관계를 맺는 방식은 우리 자신을 자기답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죠. 불안이든 회피든 안정이든 우리가 타인과 연결되는 방식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족 등 주변 환경에 맞춰 최선을 다해 적응한 결과니까요. 진짜 필요한 것은 무언가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보살피면서 자신의 애착 유형 특유의 욕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데 있습니다. 그래야 ‘자기 모습 그대로’ 행복해지는 관계를 맺는 데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참고로 이 책에서는 불안형 애착을 주로 살펴볼 예정입니다.
불안 애착 스위치가 켜질 때: 이상적으로는 우리가 자기 모습 그대로 있어도 괜찮다고 느끼게 해 주는 것이 인간관계의 역할이지만, 불안형 애착이 활성화되면 몸 전체가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나의 경우 전남편이 멀어질 때마다 극단적 신체 반응을 느끼며 나는 내가 미쳐 간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야 내 신경 체계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연결이 끊기거나 거리감을 느낄 때 그런 식으로 반응하도록 만들어졌을 뿐임을 알았죠. ‘자율신경계’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면서 자신이 왜 그랬는지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다중미주신경 이론을 제시한 스티븐 포지스 박사는 이 상황을 명확하게 정리해 주는데, 그에 따르면 “관계 맺기는 생물학적 필연”입니다. 다시 말해, 인간은 심리적으로는 물론 신경생물학적으로도 관계를 원하도록 타고납니다. 이 점을 아는 것이 왜 그리 중요한지 살펴보기로 하죠.
[위험 신호에 반응하는 몸]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타인과 연결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자율신경계의 임무입니다. 살아남으려면 부족이나 집단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져야 했던 진화 과정을 거치며 자율신경계는 세 갈래로 나뉘어 발달했습니다. ‘미주신경’으로 불리는 이 신경계의 영향으로 인간은 내부와 외부 세계의 자극에 3가지 다른 방식으로 반응합니다. 포지스는 이 과정을 ‘신경지’라는 용어로 설명하는데, 우리가 안전하다고 느껴도 되는지 아닌지 자율신경계가 알아서 파악한다는 뜻이죠.
신경계는 마치 주변 환경을 끊임없이 탐지하는 레이더처럼 움직이며 무의식적으로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너는 내 편이니?” 여기에는 이런 의미가 숨어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너는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니? 나에게 집중하고 있니? 내 등 뒤를 맡겨도 될까? 우리가 싸우더라도 내게 등 돌리지 않을 거니?” 이 레이더가 상황이 안전함을 알리면, 자율신경계 가운데 우리가 타인에게 따스한 애착을 느끼도록 해 주는 몸 앞면, 즉 배 측 미주신경이 활성화됩니다. 이를 ‘배 측 상태(ventral vagal state)’라고 하죠. 이 상태에서는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고, 목소리가 부드러워지고, 눈가의 근육이 이완되고, 얼굴은 유연하고 표정이 풍부해져 감정을 더 잘 전달할 수 있게 됩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이런 신체적 변화는 다른 이들에게 가까이 와서 마음을 열고 상호작용해도 안전하다는 신호를 보내죠. 이런 상태는 거짓으로 꾸며낼 수 없습니다. 타인이 옆에 있어도 안전하다고 느낄 때만 이런 변화가 일어나니까요. 그 말은 반대 경우도 참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위협을 느끼면 배 측 상태가 중단되고, 소통할 수도 없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전남편이 멀어질 때마다 내가 겪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자신이 버려지고 있음을 감지하자 다른 갈래의 자율신경이 활성화되어 나는 ‘교감신경 흥분’이라 불리는 상태가 되었죠. 외부의 위협에서 나를 안전하게 지키도록 설계된 이 활성 상태는 흔히 ‘투쟁-도피 반응’이라고 불립니다. 우리 귀는 이제 위험을 감지하는 데 집중하느라 사람들의 말에서 미묘한 의미를 짚어내지 못합니다. 목소리는 위험을 알리는 특정한 어조를 띠게 되죠. 전남편과의 관계에서 내 이런 반응은 끊임없이 문자 보내기, 쫓아다니기 등 그의 관심을 끌기 위한 갖가지 행동으로 이어졌습니다. 더 나쁜 것은 우리가 교감신경 흥분 상태에 들어가면 주변 사람도 거기에 자극받아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인간의 신경계는 민감하며 주위 사람과 공명하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죠. 내가 전남편에게 위험 신호를 보내자 그도 맞춰 투쟁-도피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내 성향은 그를 붙잡아 두려고 애쓰며 행동에 나서서 ‘투쟁’하는 것인 반면, 그가 학습한 반응은 ‘도피’였습니다.
이제 우리가 생명을 위협받는다고 느껴 겁에 질리고 무기력해졌을 때만 활성화되는 자율신경계의 세 번째 갈래를 살펴볼 차례입니다. 요람 안에서 아기가 울고 또 우는데 아무도 오지 않는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아기는 교감신경 흥분 상태에서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조용해지죠. 도움의 손길이 오리라는 희망을 버린 아기의 자율신경계에서 몸 뒷면의 등 측 미주신경이 활성화된 겁니다. 심각한 위험이 예상될 때 우리 몸은 에너지 소비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호흡과 심장 박동을 포함해 모든 신진대사를 느리게 합니다. 얼굴은 창백해지고, 우리는 자신을 최대한 작고 ‘눈에 띄지 않게’ 만들면서 주변 세상과의 연결을 끊기 시작합니다.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에서 이런 ‘사라짐’은 환경이 더 나아질 때까지 자원을 아끼는 일종의 동면이라고 볼 수 있죠.
예를 들어 연애를 하면서 나는 감정적으로 구는 것이 너무 수치스러워 차라리 감정이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요람 안에서 울다 지쳐 무기력해지고 마는 아기처럼, 내가 상대의 반응을 끌어내기를 포기했기 때문에 등 측 신경이 활성화되었고, 그 결과 감정을 닫고 숨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죠. 흥미로운 것은 이 모든 자율신경 반응이 외부 세계와 내부 세계 양쪽의 상황에 맞춰 일어난다는 사실입니다. 외부적으로 보면 내 교감신경이 활성화된 것은 전남편의 행동으로 두려움이 자극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내 내면 상태, 즉 어린 시절의 경험을 기반으로 내가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항상 멀어진다고 믿는 잠재의식 속 핵심 신념에 따른 반응이기도 했습니다. 강력한 신체 반응 탓에 나는 그런 식으로 행동했고, 남편은 남편대로 어린 시절 경험 탓에 점점 더 멀어진 것이죠.
불안형의 내면에서 빠진 퍼즐: 그렇다면 이런 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자율신경계를 통제할 수 있을까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자율신경계는 나머지 신경망과 함께 자궁 안에서 발달하기 시작합니다. 수정된 지 3개월쯤 지나면 태아의 신경계는 엄마의 신경계를 따라가기 시작하죠. 임신 중에 엄마가 편안하면 발달 중인 태아의 신경계는 이를 알아차립니다.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세상은 안전하고 친절한 곳임을 배우기 시작하는 셈이죠. 하지만 엄마가 자주 불안해하면 태아의 신경계와 신경전달물질도 엄마와 비슷해져서, 아기는 두려워할 준비를 하며 세상에 나오게 됩니다. 태어나서 엄마와 실제로 만난 뒤에는, 뎁 데이나가 “소통을 위한 한 쌍의 춤”이라고 부른 상호작용이 시작되죠.
엄마가 임신 중에 어떤 감정을 느끼든, 우리는 모두 나라는 존재가 생겨날 때부터 품고 보살펴 준 이 사람이 나를 따스하게 맞아 줄 거라고 기대하며 태어납니다. 엄마(또는 주 양육자)는 우리가 소통을 시도하는 첫 번째 사람이기도 하죠. 이 소통은 ‘공동 조절(co-regulation)’이라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어 아기가 불쾌하거나 배가 고프면 아기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신경을 쓰고 있던 엄마는 대개 편안함이나 음식을 제공합니다. 그러면 아기는 의사를 표현하면 욕구가 채워진다는 사실을 배웁니다. 엄마가 돌봐 주면 아기의 기분이 좋아지므로 엄마 또한 따스한 느낌을 경험합니다. 이것이 바로 엄마와 아기의 춤이죠. 아울러 감정적인 면에서 아기는 엄마가 새로 태어난 작은 인간에게 보이는 호기심과 관심을 받으며 자기가 중요한 존재라고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