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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문답법

리베카 롤런드 지음 | 윌북


부모의 문답법

리베카 롤런드 지음

윌북 / 2023년 4월 / 376쪽 / 18,800원





눈높이를 맞추고 다가가는 기회 대화



풍부한 대화를 위한 ABC


부모들과 인터뷰하고 언어학, 아동심리학, 심지어 인공지능 연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좋은 대화를 이끌어내는 주요 수단 몇 가지가 되풀이된다는 걸 알아챘다. 풍부한 대화는 세 가지를 갖추고 있었다. 나는 각 요소의 앞 글자를 따 이를 풍부한 대화를 위한 ABC라 이름 지어보았다.

A. 적응성(Adaptive):
적응력이 있으면 언제 어떤 도움을 어떻게 주면 좋을지 비교적 쉽게 판단할 수 있다. 아이를 통해 보고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단어나 말투를 바꾸는 것이다. 대화하는 순간순간 판단할 수도 있고 대화를 마친 다음 곰곰이 생각하면서 장기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를 조정해나가는 방법도 있다. 각자의 특성에 맞춰 대화할 때 비로소 부모는 아이의 정확한 필요를 채워줄 준비를 갖추게 된다.

아이가 종이에 베여 작은 상처가 났을 때 누군가는 “그냥 종이에 살짝 베인 것뿐이야.”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작은 일이라고 해서 아이 마음이 상하지 않은 건 아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적응의 힘이다. 아이의 연령과 발달단계마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면 상황에 맞춰 대응을 달리할 수 있다. 적응력이 있다면 강박적으로 집착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응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파악할 수 있다. 아이가 칭찬받기를 원한다면 머리를 쓰다듬어줄 수도 있고 혼자 있고 싶어 하는 느낌이 들면 그러도록 물러나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행동을 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주의를 기울이는지다. 즉 아이가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고 호응하는 방식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B. 주고받기(Back-and-forth):
대화 자리에 있는 모두가 이야기에 참여하고 몰두하며 차례로 말을 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대화에서는 아주 작은 신호도 큰 기회가 되니 이 특징을 잘 이용하면 좋다. “응.”이나 “아, 정말?” 같은 맞장구는 아이 입장에서 부모가 자신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있다는 느낌을 주며, 계속 말을 이어가도 좋다는 신호다.

주고받기는 상호적이다. 부모의 반응은 아이의 반응에, 아이의 반응은 부모의 반응에 달려 있다. 대화에서 상호적 반응은 정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대화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더라도 배려하고 호응하는 게 포인트다. 아이가 말한다. “달콤한 시리얼이 없네.”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다 먹었어.” “내일 사러 갈 거야.” “단 시리얼은 사지 않을 거야.”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반응을 주고받지 않으면 부모는 아이가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놓치고 아이는 혼란스러워지고 만다. 아이가 어떤 질문을 했는데 부모가 자기만의 언어로 길게 설명한 다음 “자,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들었을 거야.” 하는 경우가 있다. 설령 그 대답이 아주 완벽했다 하더라도 아이는 더 명확하게 받아들이거나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할 기회를 잃은 셈이다. 그러므로 그저 반응하거나 대답을 하기 전에 아이의 생각을 먼저 물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C. 아이 주도(Child-driven):
그렇다면 정확히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이 주도’라는 말 자체에 들어 있다. 아이 주도 원칙은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지점에서 시작한다는 뜻이다. 아이디어나 질문일 수도 있고, 흥미를 느끼거나 걱정하는 대상일 수도 있고, 새롭게 배우는 기술일 수도 있다.

아이 주도 원칙을 바탕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은 아이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마냥 괜찮을 거라고만 생각지 말고 직접 기분을 물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아이의 생각을 알아가며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보면 거기에 따라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일찍부터 주도권을 가질 수 있게 하려면 부모가 때맞춰 적절한 반응을 보여주어야 한다. 아직 말을 못하는 시기더라도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며 대상을 가리키거나 묘사하면서 반응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이처럼 아이가 어떻게 행동하고 느끼는지 알아차린 뒤 반응하는 양육법을 마음 인식(mind-minded)이라고 한다.

생후 초기 몇 달 동안 부모가 보여주는 반응은 이후 아이의 행복감, 사회성, 언어능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한 연구에서 양육자가 마음 인식을 더 많이 보여준 생후 6개월 유아들은 4년 뒤에도 또래에 비해 높은 수준의 행복감, 사회성, 뛰어난 언어능력을 보였고 문제 행동을 덜 일으켰다.

풍부한 대화의 ABC, 이 세 요소는 부모와 아이가 한 팀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한다. 서로가 동의하지 않는 지점이 있다고 해도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말과 감정에 귀 기울이고, 솔직하게 터놓을 수 있도록 격려하고, 비난받는다는 기분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믿음과 신념에 의문을 품어보게끔 다정하게 이의를 제기하면 괜찮다.

<풍부한 대화를 위한 ABC>

적응성 → 욕구와 필요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기

주고받기 → 부모와 아이 모두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아이 주도 → 아이의 목표, 관심사, 필요에 주목하기





쏟아지는 궁금증을 해결하는 학습 대화



원만한 대화를 위한 3E 전략


일상생활에서 학습 이야기를 할 때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나는 어른과 아이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며 얻은 3E 아이디어를 임상 실무에 활용해보았다. 모두가 대화에 참여하도록 이끌고 이야기가 원만하게 흘러가도록 하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3E의 구성 요소를 살펴보자.

<풍부한 대화를 이끄는 3E>

아이의 사고 확장, 다양한 가능성 탐색, 발전을 위한 평가



확장(Expand):
아이가 한 말을 받아서 늘리는 기법이다. 단어나 문장을 더하거나 뜻을 보다 명확히 설명한다. 처음에는 아이가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는 질문을 하는 것이 좋다. “더 자세히 얘기해 볼래?”라고 말하면 아이는 상대가 이야기를 들을 의향이 있고 다음 이야기를 기다린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탐색(Explore):
아이가 당면한 환경을 넘어 과거와 미래를 이야기하고, 머나먼 곳의 풍경과 낯선 사람들을 상상하고, 새로운 발상을 궁리해 해결책을 고민하도록 탐색을 유도하는 말도 좋다. 예로 “너는 트럭이 어디로 갔으면 좋겠어?” 같은 질문 말이다. 책을 읽을 때 세상의 경계가 확장되는 것처럼 상상하고 예측하고 가설을 세우는 것도 같은 역할을 한다.

평가(Evaluate):
아이에게는 자신의 사고, 아이디어, 전략, 계획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생각해보는 평가 과정이 필요하다. “트럭이 부딪혔을 때 왜 바퀴가 망가졌을까?”와 같은 질문은 옳은 정답을 찾자는 게 아니다. 오히려 “내 생각에 부족한 부분이 어디지?” 등을 다방면으로 생각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방면으로 질문하기


대화로 쌓이는 습관은 아이가 세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같은 질문을 골백번씩 하면 당연히 성가시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그럴 때 아이들은 질문 욕구를 해소하는 중이기에 만족스러운 설명을 얻지 못하면 같은 질문을 다시 할 가능성이 두 배로 높아진다.

부모는 어른인 자신은 당연히 답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정작 본인에 관한 질문은 거의 없는데도 정확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으면 걱정부터 하고 본다. 실은 “잘 모르겠지만 내 생각은 이런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말하는 편이 훨씬 간단하면서도 관심을 끌 수 있는 대답인데 말이다. 아이는 부모가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들으며 사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고, 모른다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모습을 보며 모르는 게 있어도 괜찮다는 위안을 얻는다. 사물이 작동하는 방식과 어떤 일이 왜 일어나는지 생각해보는 과정은 아이가 세상을 탐색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일상 대화에서도 사소하게 시작된 질문 하나를 더 깊이 파고들어 가보자. 나이별로 두 가지 사례를 들어보겠다. 먼저 어린아이의 경우다.

<네 살 아이가 “구름이 많이 낀 것 같아. 비가 올까?”라고 말한다.>

흔한 대답 - “잘 모르겠네. 그럴 것 같기도 하고.”

신선한 대답 - “올 것 같긴 한데 미리 확인 못 했네. 네가 볼 때는 어떨 것 같아?”

“아마 눈구름일 거야. 어떻게 알았게?”

“분명히 올 거야. 비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래도 안 올 거 같은데, 넌 오면 좋겠어? 왜?”



다음은 조금 더 나이가 많은 아이의 경우다.



<열두 살 아이가 “왜 중국은 우리나라랑 법이 달라요?”라고 묻는다.>

흔한 대답 - “글쎄, 우린 서로 다르니까.”

신선한 대답 - “어떤 법이 다른지 잘 모르겠는데, 혹시 아는 게 있니?”

“그 질문을 들으니까 왜 나라마다 각각 다른 법을 제정하게 된 건지 궁금하네.”

“지도자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달라서 그런 거 아닐까? 네 생각은 어때?”

“서로 조사해본 다음에 각자 어떤 법을 지키면서 살고 싶은지 얘기해보자!”



두 사례의 대답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부모의 입장이 아니다. 이런 답변은 완벽한 답을 내놓지 않는 대신 질문을 탐색의 기회로 삼아 아이가 새로운 방식으로 뻗어나갈 길을 만들어준다. 질문은 누구나 할 수 있으며, 모르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새로운 사실을 알 기회다. 아이의 나이와 상관없이 비슷한 질문을 던져도 괜찮다. 다만 개념이 얼마나 추상적인지, 어떤 어휘를 사용하는지 정도만 다를 뿐이다.



감정을 다채롭게 표현하는 공감 대화



갈등 해결의 열쇠, 공감과 경청


사립학교에서 근무할 당시 열세 살인 알렉스를 평가하고 일주일에 두 차례 상담한 적이 있었는데, 언어 학습 장애 진단을 받은 알렉스는 단어를 떠올리고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중이었다. 아는 단어가 많지만 간단한 단어와 짧은 문장으로만 말하는 탓에 대화에 빈틈이 생겼고 상대방은 알렉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상담 시간이면 나는 알렉스가 말과 글로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원하는 단어를 정확히 떠올리지 못할 때마다 함께 유의어를 열심히 찾았다. 사물과 사람을 묘사하는 법도 가르쳤다.

그러던 어느 날 알렉스는 같은 반 여학생인 나오미에게 데이트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오미는 예의 바르게 거절했다. 알렉스는 친구 잭슨에게 거절당한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상관없어. 어차피 걔 속물이잖아.”라는 말을 덧붙였다. 핸드폰을 보고 있던 잭슨은 고개를 들더니 “그래? 난 걔가 착하다고 생각했는데.”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알렉스는 상처받은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고 내게 다시는 잭슨과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나는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 알렉스와 그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에 3E를 활용했다.

먼저 알렉스의 감정을 확장했다. 그 상황에서 나오미 편을 든 잭슨의 행동은 칭찬할 만했고 알렉스도 감정이 북받쳐 그런 거지 사실은 나오미가 착하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잭슨의 말이 야박하게 느껴졌다고 하지만 사실 알렉스가 화난 진짜 이유는 잭슨이 알렉스의 자격 의식(특별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인식-옮긴이)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렉스는 잭슨이 한 말 때문이라기보다 자신이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잭슨이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고 했다.

그다음 우리는 잭슨이 그간 어떻게 행동해왔는지를 탐색했다. 잭슨은 평소에 어떤 친구였을까? 알렉스는 엄마가 암 진단을 받았을 때처럼 자기가 힘들 때마다 잭슨이 많이 배려해주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오미 얘기를 할 때는 그런 섬세함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두 사람의 우정은 소중했고 균열을 봉합할 가치가 충분했다.

우리는 거절당해 화가 난 감정을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역할극을 연습했다. 그런 뒤 알렉스는 농구 연습을 마친 잭슨에게 가 그때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설명하고 넘어가기로 결심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어떻게 얘기를 꺼낼지, 괜찮은 부분과 고쳐 말하면 좋을 부분이 무엇인지 평가했다. 모든 연습을 마친 알렉스는 잭슨에게 나오미에 대해 무례하게 말한 점을 사과했고 실은 거절당했을 때 얼마나 화가 났었는지 설명했다. 잭슨은 상처받은 마음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언제 있었던 일을 말하는 거냐고 물었다. 이 말을 들은 알렉스는 다음에 다시 이런 일이 생긴다면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바로 이야기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공감 능력을 키우는 대화는 현실 경험과 결부되어 있을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여기서 신경 써야 할 점은 아이들의 각기 다른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이 스스로가 문제를 쉽게 말할 수 있거나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정확히 알고 있다면 순조롭겠지만 만일 도움이 필요한 것 같은데도 말하려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럴 때는 반영적 경청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반영적 경청은 아이가 말하는 내용을 그냥 듣는 데 그치지 않고 말과 신체 언어를 비롯한 모든 것을 살펴 아이의 진짜 생각과 느낌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지금 이 순간 들리는 내용 그대로에 집중한 뒤 아이에게 들은 바를 들려주고 맞는지 확인해보자.

4P를 활용한 반영적 경청


반영적 경청은 네 부분으로 나뉘며 각각의 앞 글자인 ‘P’를 따 4P라고 부른다.



알아맞히기(Puzzle):
먼저 탐정이 되자. 생각과 느낌이 드러나는 몸짓언어에 주목하는 것이다. 가까이 앉는지 멀리 떨어져 앉는지, 표정은 어떤지, 본 적 있는 표정이라면 언제였는지를 고민해보자.

분해(Piece Apart):
단서들을 꼼꼼하게 분석해서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해야 할지 파악하자.

추리기(Pare Down):
아이의 감정은 어떤 상태일까? 전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중요한 단서만 추려 한두 가지로 정리해보자.

처리(Process):
단서를 정했다면 아이에게 이야기한 뒤 맞았는지 직접 들어보자.

4P를 활용해 연구자 닐 카츠와 케빈 맥널티가 ‘도어 오프너(door opener)’라고 부른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다. 아이의 행동을 “기분이 나빠 보여.” “신난 것 같네.”처럼 말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말을 이어 하거나 대답을 기다리면서 아이를 대화로 초대하자. “아, 그래?” “그렇구나.”처럼 자유롭게 맞장구를 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이의 말이 끝난 뒤에는 들은 대로 다시 들려주고 맞게 이해했는지를 확인하자.



자존감과 독립심을 키워주는 자기 대화



자신감을 키우는 대화법


몇 년 전 소피와 함께 동네 놀이터에 앉아 있던 날, 우리는 자리에 앉아 구름사다리에 오르는 아이들을 구경했다.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전체가 두 그룹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첫 번째 그룹은 한 칸씩 건너뛰며 더 높이 올라갔고 두 번째 그룹은 훨씬 낮은 곳에 매달려 있었다. 심지어 땅에서 30센티미터도 채 떨어져 있지 않았는데 겁에 질린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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