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케이틀린 오코넬 지음 | 현대지성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케이틀린 오코넬 지음
현대지성 / 2023년 1월 / 360쪽 / 18,000원
집단이 발휘하는 힘-집단 의례
집단의 이름으로 삶을 겪어내다동물 무리가 협력해 작전을 수행하는 경우는 다양하다. 한밤중에 남편과 나는 어떤 동물이 빠른 속도로 무언가를 추격하는 소리를 들었다. 나미비아 잠베지 지방을 흐르는 강기슭의 숲에서 하이에나 무리가 사냥을 하고 있었다. 사냥에 참여한 하이에나는 마치 악마가 우는 듯한 소리를 냈는데, 달리는 동안 무리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려는 의도였다. 나미비아 해안 지역에서는 사막 사자들이 합동 작전을 펼치며 사냥한다. 사막 사자들의 작전은 축구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위치를 정하는 전술과 비슷하다.
사실 영장류 동물학자들은 인간 사회의 집단 의례가 사냥을 위해 협력하는 과정에서 발전했다고 믿는다. 진화가 진행 중이던 초기 인류 사회에서는 여러 명의 사람들이 협력해서 사냥해야 했다. 매머드나 마스토돈처럼 거대한 동물은 창으로만 잡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사냥은 고도의 조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사냥을 위해 힘을 합치는 행동은 처음에는 생존이 걸린 문제였지만,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의 다른 영역에서도 성공적으로 협력할 수 있었다. 지난 20세기에 세계 곳곳의 전통 사회는 경제적 타격을 입거나 지정학적 사건이 일어나는 바람에 무너져 갔다. 하지만 작은 규모의 수렵 채집 사회의 토착민들은 아직도 생존을 위해 집단 사냥을 한다.
인간 사회와 동물 사회에서는 사냥 외에도 여러 가지 목적으로 집단 의례를 활용한다. 예를 들면 우리는 집단 의례를 통해 서로의 영역을 구분해 경계를 정하고, 전쟁을 준비하고, 먼 거리에서 소통한다. 또한 구애하고, 짝짓기하고, 대의명분을 위해 단체로 행동하고, 집단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면서 신뢰를 쌓는다. 심리학자들은 집단 의례가 집단의 정체성을 구축하기 위해 발전했다고 설명한다. 인구가 늘면서 혈연관계가 없는 다양한 사람들이 집단을 이루었고, 그런 집단은 정체성을 가져야 했기 때문이다.
집단생활이 발달하면서 이는 영장류 동물에게 아주 유리한 기회가 되었다. 인간의 뇌가 커지고, 문화가 복잡해지고, 언어가 만들어졌다. 지난 몇백만 년 동안 인간의 뇌 크기는 세 배로 커졌다. 인간의 뇌가 급속하게 비대해진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집단의 규모가 커졌고, 생활에 혁신이 일어났고,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학습했고, 문화가 발달했다. 문화는 정교한 의사소통 수단인 언어를 갖추어 더 풍부해지고 복잡해졌기에 처리해야 할 정보는 더 많아졌다. 이론적으로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려면 뇌가 커져야 했다.
언어로 소통하기 시작하면서 인간의 진화는 유인원과는 다른 길로 들어섰다. 따로 떨어진 개체들은 집단 의례에 참여하면서 집단에 대한 충성심을 다질 수 있었다. 이런 의례는 공동체가 공유하는 가치에 헌신하겠다는 다짐을 보여주면서 집단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공격의 위험을 줄이기도 한다.
모든 사회적 동물은 집단생활 자체로 많은 도움을 받는다. 힘을 모아 자식을 함께 돌보고, 지식을 쌓으면서 생존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고, 삶을 사는 데 중요한 교훈을 전한다. 인간 사회에서는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 너무 흔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는 종종 이를 당연하게 여긴다. 다른 사회적 동물들도 놀라운 의례 광경을 보여준다.
1993년 탄자니아 타란기르 국립공원에 심각한 가뭄이 닥쳤을 때, 나이 많은 암컷이었던 대장 코끼리가 물을 찾아 무리를 안내했다. 그 암컷 코끼리는 35년 전에 이미 가뭄을 겪었고 무리를 안내한 곳은 가족 대대로 물을 찾아낸 장소였다. 나이 많은 암컷 코끼리 무리 속 새끼 코끼리 사망률은 가뭄을 겪어본 적이 없는 젊은 암컷 코끼리 대장의 무리보다 낮았다.
집단 의례에 참여할 때 얻는 것집단 의례에 참여할 때 우리의 뇌는 자극을 받는다. 행복과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고 부르는 황홀감까지 느낄 수 있다. 한참 달릴 때 느껴지는 ‘러너스 하이’는 카나비노이드(대마초에도 들어 있다)와 엔도르핀 등 신경전달물질이 복잡하게 뒤섞여 분비된 상태다. 특히 엔도르핀은 육체적 고통을 덜어준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조정 선수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혼자보다 팀이 함께 노를 저을 때 고통을 두 배 더 잘 견딜 수 있었다. 함께 웃으면 고통을 수월하게 견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반면, 신입생 환영회나 신병 훈련소 입소 같은 의례는 극심한 공포심과 불안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의례를 함께하며 느끼는 감정은 황홀감과는 반대되는 감정인 불쾌감이다. 집단의 구성원 각각은 불쾌감으로 인해 일체감을 느낀다. 심리학자들이 일명 ‘정체성 융합’이라고 부르는 경험이다. 이들이 함께하는 극단적인 경험은 너무 강렬해서 기꺼이 집단을 위해 싸우다가 죽겠다는 자기희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나는 나미비아 무샤라 웅덩이에서 코끼리들을 연구하면서 이와 비슷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는 역동적인 장면을 수차례 지켜보았다. 발정한 암컷과 미친 듯이 날뛰는 수컷이 짝짓기를 하고 나면 코끼리 가족 전체가 흥분해서 길고 깊은 소리를 괴성과 함께 내지른다. 중요한 결합 의례에서 코끼리들은 비정상적으로 흥분한 나머지 소리를 지르고, 함께 있는 코끼리들도 생리적으로 강렬한 영향을 받는다.
사회적 동물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이익이나 무리의 이익을 위해 집단행동에 가담한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갇혀 사는 늑대들도 놀라운 솜씨를 발휘하며 협력한다. 늑대들은 각각의 밧줄을 동시에 잡아당겨 맛있는 먹이를 얻을 수 있도록 훈련받았다. 이들은 소중한 먹이를 얻기 위해 이토록 복잡한 작전을 해내는 데 성공했다.
소리와 움직임으로 함께하다우리는 집단 의례를 하면서 소리를 반복해서 내거나 똑같은 몸동작을 되풀이한다. 특히 종교의식이나 지역 축제 같은 인간의 집단 의례에서는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구호를 외친다. 또 음악을 연주하거나 기도문과 시를 읊는 데 집중한다. 모두 의미 없이 ‘그냥’ 행하는 건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똑같은 동작을 취하면서 함께 움직이거나 노래를 부르면 유대감이 샘솟고 신뢰가 쌓인다. 또한 신체 동작을 되풀이하면 사랑과 행복을 불러일으키는 호르몬인 옥시토신의 분비가 촉진된다.
동물 역시 여러 가지 집단행동에 참여한다. 야생 코끼리들은 웅덩이를 떠나는 시간을 조정할 때 동시에 울음소리를 낸다. 대장 코끼리가 물웅덩이를 떠날 때 길고 낮은 울음소리를 내면 다른 코끼리들이 그 소리에 대답하듯 차례대로 울부짖는다. 한 마리가 우는 소리를 내고 뒤이어 다른 한 마리가 따라 우는데, 울음소리의 끝과 시작이 조금씩 겹친다. 연달아 내지른 울음소리로 길게 보낸 신호는 더 멀리 퍼진다. 이 소리는 다른 코끼리들에게 곧 떠난다는 소식을 알리는 신호다. 코끼리는 반복된 울음소리를 통해 무리를 모으는 동시에 계획과 행동을 조절한다.
보석, 꽃, 죽은 새 선물-선물 의례
동물이 관심을 표현하는 법갈라파고스제도 에스파뇰라섬에는 멸종 위기종 코끼리거북이 살고 있다. 이들의 절반 정도는 110세 코끼리거북 ‘디에고’의 자손이다. 디에고는 구애할 때 상대에게 야생 토마토라는 아주 중요한 선물을 주었다. 야생 토마토는 코끼리거북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매일 부지런하게 느린 속도로 짝짓기를 원하는 짝에게 다가간 뒤 작은 노란색 토마토를 발밑에 떨어뜨렸다. 디에고만 선물을 이용해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아니다. 수컷이 암컷에게 결혼 선물을 주는 의례는 오래되었고, 곤충, 새, 오징어, 돌고래, 원숭이, 유인원 등 동물의 왕국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다.
결혼 선물을 주는 일과 그 선물이 받아들여지는 일은 중요하다. 진화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동물들에게 이 일이 얼마나 절박할지 이해할 수 있다. 암컷이 수컷의 결혼 선물을 거절하면 수컷의 짝짓기 제안도 거부당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암컷들마저 받아주지 않으면 수컷은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주지 못하거나 다음 짝짓기 철까지 기다려야 한다.
상징적인 역할만 하는 결혼 선물도 많다. 푸른발부비새가 구애 의례를 행할 때 암컷에게 건네는 작은 나뭇가지나 돌은 그저 소품일 뿐이다. 푸른발부비새는 둥지를 짓지 않고 맨땅에 알을 낳기 때문이다. 둥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나뭇가지를 선물하는 의례는 조상의 흔적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것이다. 푸른발부비새의 먼 조상은 나뭇가지와 돌을 이용해 둥지를 지었다. 진화하는 동안 환경 변화를 겪었기 때문에 더는 둥지를 짓지 않는다.
선물을 주는 행위에 담긴 속사정인간 사회나 동물 사회나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는 하나의 의사소통 방식이 되었다. 선물 하나가 관계를 개선하거나 완전히 바꾸어놓을 수도 있다. 선물은 지금 이 순간의 관계를 확실하게 정의하는 가장 간단한 방식이다. 선물이 너무 과하거나 모자라는 경우 또는 선물을 주는 시점이 지나치게 늦은 경우 부정적인 결과를 빚는다. 그렇기 때문에 선물 의례를 할 때는 충분한 예의를 갖추고 이루어져야 한다.
인류 초기의 조상들은 선물을 이용해 능력을 과시했다. 능력을 자랑하면 할수록 짝을 찾아서 가정을 이룰 기회가 늘어났다. 침팬지는 진화론적으로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데, 이들도 선물을 주고받는다. 수컷 침팬지는 상대와의 짝짓기를 기대하고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고기 같은 먹이를 선물하거나 친절을 베풀어 털을 다듬어준다.
오늘날의 선물 의례는 꽃다발을 내밀거나 작은 검은색 상자에 반지를 담아 건네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상징적인 선물은 정식으로 사귀고 싶은 마음을 전달하거나 더욱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고 싶다는 기대를 표현한다. 바우어새가 짝짓기를 기대하고 얼기설기 엮은 구조물을 예술 작품인 양 암컷에게 바치는 행동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인간에게는 새로 결혼한 부부에게 돈을 주어서 살림살이에 보태도록 돕는 관습이 있다. 이 관습은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전통이다. 어떤 지역에서는 아직도 결혼할 때 지참금을 내는데, 신부의 가족이 신랑의 가족에게 돈을 선물하거나 소 몇 마리를 양도하는 식이다.
선물은 ‘거래를 위한 선물’과 ‘주고받기 위한 선물’로 나뉜다. 거래를 위한 선물을 줄 때는 보답을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애인에게 꽃을 선물했다면, 상대방이 보답으로 다른 선물을 준비하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의도가 어떻든, 이런 선물에는 모두 거래의 의미가 숨겨져 있다. 선물을 주는 사람은 지금 당장 또는 미래의 어떤 시점에라도 이득이나 보답을 되돌려 받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동물들은 구애할 때 선물을 주면서 그 선물이 짝짓기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개인적인 인간관계 범주를 넘어서 의례를 활용하기도 한다. 자선 기부의 경우 기부금의 액수에 따라 사례로 받는 기념품의 종류가 달라진다. 비영리 공공 라디오 방송국에서는 약간의 돈을 기부한 사람에게는 손가방을 주지만, 큰돈을 기부한 사람에게는 한 라운드를 칠 수 있는 고급 골프장 이용권을 준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선물을 주기도 한다. 국가 간에 주고받는 선물은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고 상호 이해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가는 선물이 있으면 오는 보상이 있다우리는 상대를 얼마나 아는지에 관계없이 각자 이익을 얻고자 하는 목적으로 선물을 주고받는다. 이런 경우 보답을 기다리는 태도는 노골적이기도 하고 은근하기도 하다. 예를 들어, 암사자는 종종 사냥한 먹이를 혈연관계가 아닌 같은 무리의 암컷과 나눠 먹는다. 먹이를 두고 다투고 싶지 않아서다. 먹이를 제공하는 암사자는 영리하므로 선물을 활용해 사자들을 포섭하고, 이로써 싸우다 상처를 입을 위험을 피하고 먹이를 모조리 뺏길 가능성을 최소화한다. 또한 먹이를 얻어먹은 암컷이 계속 살아남아 주변에 남게 되면 무리의 규모가 커질 수 있고, 새끼를 보호하는 암컷들에게 힘을 보탤 수 있다. 암컷들은 수컷들이 새끼를 죽이지 못하도록 힘을 합하는데, 아군이 하나라도 더 늘어난다면 도움이 된다. 이런 선물은 생존을 위한 의례로, 동물의 세계에서 흔하게 관찰된다.
선물을 주고 나서 한참 뒤에 돌아올 때도 있지만, 대부분 곧바로 보상을 받는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불러 모으기’를 통해 먹이를 나누어 빠르게 보상을 전달한다. 먹이의 위치를 공유하는 습성을 가진 새들에게는 아주 흔한 일이다.
남을 돕는 이유가 이타적이든 자신을 위한 것이든 실제로 도움을 ‘주는’ 쪽이 더 많은 이익을 얻는다. 예를 들어, 범고래가 죽은 바다표범을 나눠 먹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혼자 독차지할 때보다 여러 마리가 바다표범을 뜯어먹어야 시체가 물에 더 오래 떠 있기 때문이다.
많은 동물은 괴롭힘을 당하지 않기 위해 동료와 먹이를 나눈다. 먹이를 가진 동물은 그렇지 못한 다른 동료들에게 괴롭힘을 당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먹이를 나누기만 하면 곤란한 상황을 피할 수 있고 부상을 입는 일도 더는 없다. 침팬지는 혈연관계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 자신을 괴롭히는 침팬지와 더 자주 음식을 나눠 먹는다. 다른 침팬지와 음식을 나누는 횟수보다 무려 네 배 이상 많다.
선물 의례는 사회적 위계질서 속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꼬리치레와 큰까마귀, 침팬지 사회에서는 윗자리를 차지하는 동물이 서열이 낮은 이들에게 선물을 한다. 꼬리치레 사회는 위계질서 체계가 엄격해 오직 우두머리 수컷만 두 번째로 서열이 높은 수컷에게 먹이를 선물할 수 있다. 그 대가로 선물을 받은 새의 지위는 낮아진다.
초창기 인류가 수렵 채집을 하던 사회에서는 음식을 나누는 일이 특별한 의미를 가졌다. 식량 확보가 불안정한 상황을 대비하는 보험이 되었던 셈이다. 흡혈박쥐 사회에서도 같은 원리가 작동한다. 박쥐는 이틀 밤 연달아 피를 빨아먹지 못하면 죽는데, 이를 막기 위해 같은 보금자리에서 지내는 다른 박쥐가 피를 토해준다.
선물의 소중함을 알아보는 일사람들은 선물을 주는 행위를 사회적으로 실행해야 할 의무로 여기기도 한다. 심지어 선물을 준 사람에게 비슷한 값어치를 하는 무언가로 보답해야만 한다고 느낀다. 그래서 선물은 때때로 받은 사람에게 엄청난 골칫거리가 된다. 이것은 사회인류학자들이 ‘선물의 역설’이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자기 자신에게 선물을 할 수도 있다. 요즘 이 방식은 서양에서 자존감을 높이거나 스스로 보상을 주면서 자신을 돌보는 방법으로 유행하고 있다. 동양에서 자기에게 선물하는 행위는 이상적인 자아를 찾는 데 도움이 되고 충만감을 느끼게 한다고 여겨진다. 용서를 구하기 위한 화해의 뜻이 담긴 선물도 있다. 수컷 코끼리는 실랑이를 한 뒤에 화해를 청하기 위해 다른 코끼리의 입에 자신의 코를 갖다 댄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사랑의 마음을 상징하는 선물은 관계를 끈끈하게 유지하도록 만든다. 선물한 사람의 관심과 애정을 계속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선물이든 그 목적은 같다. 관계가 어디쯤 놓여 있는지 상기시키고, 상대방을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면서 관계를 이어나가겠다는 약속을 굳게 다지는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선물 의례가 결코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있다. 선물은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에게 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 의례에서는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선물한 사람은 물건에 비추어 영원히 기억된다. 사용할 때마다 그 사람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선물을 받은 사람은 선물을 준 사람과의 관계를 다시 회고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래서 선물을 받은 사람이 자신의 손에 들린 물건의 가치를 알아보고 고마워하는 일 역시 의례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왜 선물은 받을 때가 아니라 줄 때 더 의미 있다고 여겨질까?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는 것 또한 선물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3주 동안 마사지 수업을 들은 부부들을 연구한 결과, 배우자에게 마사지를 해준 사람은 마사지를 받을 때만큼이나 기쁨을 느꼈다. 단지 상대방에게 즐거운 경험을 안겨주었다는 이유만으로 육체적·정신적으로 훨씬 건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