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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미생물 세계사

이시 히로유키 지음 | 사람과나무사이


한 권으로 읽는 미생물 세계사

이시 히로유키 지음

사람과나무사이 / 2023년 3월 / 396쪽 / 19,500원





에볼라 출혈열과 뎅기열, 갑작스런 유행의 충격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흉악한 바이러스, 에볼라 출혈열과의 새로운 싸움
강력한 감염력과 90퍼센트에 이르는 사망률: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에볼라 출혈열 대유행은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겨 주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어난 원전 사고 당시 뉴스를 틀 때마다 등장한 방호복 차림의 의료진 모습에 가슴 졸여야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화면에 다시 등장한 방호복에 애써 놀란 가슴을 달래야 했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흉악한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그럼에도 원전 사고와 마찬가지로 ‘안전 불감증’에 걸려 대책 마련에 소홀하다 허를 찔렸다. 급기야 유행이 시작된 서아프리카 봉쇄에 실패하고 대륙을 넘어 뉴욕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에볼라 출혈열의 감염력은 강력했다. 장기가 녹아 온몸에서 피를 쏟아내며 사망할 정도로 비참한 증상을 보이는 이 감염병의 사망률은 90퍼센트에 달했다.

운 좋게 회복되어도 시력이나 청력을 상실하거나 뇌에 장애가 남는 등 후유증이 심각했다. 다양한 감염병과 싸워온 인류와 최강의 감염병이 새로운 싸움을 시작했다.

뾰족한 치료법이 없어 감염자와 발병 지역을 격리하고 잦아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2002년 말 중국 남부에서 난데없이 출현한 사스(SARS)가 삽시간에 세계 30개국과 지역으로 퍼져나갔을 때와 같은 길을 걷게 될까. 14세기에 유럽에서 인구를 격감시킨 페스트의 재림일까. 지난 세기 초에 제2차 세계대전마저 중단하게 만든 스페인 독감의 비극이 되풀이될까. 유행은 잦아들었으나 언제든 재발할 소지가 남아 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개연성이 충분한 상황에서 발생한 감염 폭발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근 갑자기 등장한 ‘신종 감염병(emerging infectious diseases)’은 동물이 보유한 바이러스와 세균에서 비롯된 ‘동물 유래 감염병’이 압도적으로 많다. 전문가들은 에볼라 출혈열 바이러스도 본래 열대림 깊은 곳에서 박쥐와 공생했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열대림의 대규모 파괴와 주거지의 급속한 팽창으로 보금자리를 잃은 야생동물이 사람의 생활권에 출몰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열대림 안의 마을과 개척지에서 시작되었다가 차츰 대도시에까지 바이러스가 마수를 뻗쳤다. 게다가 교통기관의 발달로 지구가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이며 바이러스는 단기간에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에볼라 출혈열의 숙주는 박쥐인가:
에볼라 출혈열 바이러스의 자연 숙주는 열대림에 서식하며 과일을 먹고 사는 큰박쥐(megabat)가 유력한 후보다. 가봉의 프랑스빌국제의학연구센터(CIRMF)는 자연 숙주로 야생동물 수만 종을 후보에 놓고 조사해, 큰박쥣과 박쥐에서 바이러스 유전자와 항체를 발견했다. 박쥐는 100종 이상의 바이러스를 매개해 ‘확산 주범’으로 알려졌다.

유행 지역에서는 박쥐를 먹는 식습관이 있어 박쥐 고기 섭취로 직접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박쥐에서 고릴라 등의 영장류로 옮겨가 다시 인간에게 감염되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영장류는 박쥐가 갉아먹고 땅에 떨어진 과일을 먹을 때 과일에 묻은 타액으로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에볼라 출혈열이 유행하는 지역에서는 영장류 등의 야생동물을 부시미트(bushmeat)라 부르며 식용육으로 섭취한다. 전문가들은 사냥과 해체 과정에서 감염된 고기를 먹은 현지 주민이 바이러스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2001년에 콩고공화국(콩고민주공화국의 이웃 나라)에서 65명이 에볼라 출혈열에 걸려 53명이 사망했다. 같은 시기에 콩고공화국 북동부의 오잘라국립공원(Odzala National Park) 안의 고릴라 보호구역에서 여덟 가족 139마리의 롤런드고릴라(lowland gorilla)가 모습을 감추었다. 그때까지 이 국립공원은 롤런드고릴라 개체수가 특히 많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었다. CIRMF는 이듬해 고릴라 네 마리와 침팬지 두 마리 사체에서 에볼라 출혈열 바이러스를 분리했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조사에서는 2002~2005년에 약 5,500마리의 고릴라가 폐사했다고 추정되었다. 고릴라와 침팬지는 바이러스의 자연 숙주가 아니라 인간과 마찬가지로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가설이 유력해졌다.

또 2007~2008년에는 필리핀 마닐라의 양돈장 등에서 돼지가 줄줄이 폐사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CDC의 조사로 레스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가축 감염이 최초로 확인된 순간이다. 양돈장에서 일하는 인부 중 한 사람이 감염되었으나 다행히 발병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후 조사로 영장류와 돼지 이외에도 영양, 호저, 개 등의 동물에게도 감염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에볼라 출혈열 종식 선언과 남아 있는 문제들:
2014년 10월 17일, WHO는 세네갈에 이어서 나이지리아에도 에볼라 출혈열 종식을 선언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20명이 감염되고 8명이 사망했는데, 최장 잠복 기간의 두 배에 해당하는 42일 동안 새로운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다.

프랑스 보건부는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 출혈열에 걸린 여성이 치료를 받고 완치되어 퇴원했다고 발표했다. 이 여성의 치료 과정에서 치료 효과를 인정받은 약물 중 하나로 일본 기업인 후지필름 홀딩스 산하의 도야마 화학공업이 개발한 항인플루엔자 약물인 ‘아비간(Avigan)’이 포함되어 있었다.

또 라이베리아에서 의료 지원을 하던 미국인 의사 두 사람이 감염되었을 때 미국 제약회사가 개발한 시험 단계 치료제인 ‘지맵(ZMapp)’을 WHO가 조건부 승인해 투여했다. 라이베리아에서 감염된 스페인 국적 선교사에게도 이 약물을 투여했으나 사망했다.

약이 효과를 나타냈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중증으로 집중 치료를 받던 미국인 의사는 상태가 상당히 호전되었다. 다만 이 약들은 모두 대량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아 한정된 재고를 누구에게 우선 투여할지, 부작용이 나타났을 때 책임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명확하지 않다.

이처럼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남았음에도 ‘최후의 수단’으로 이 약들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20만 년 지구 환경사와 감염병의 끈질긴 도전



인류와 질병의 끝없는 군비 경쟁사


인류 진화에 맞춰 변화를 거듭한 병원성 미생물:
약 2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탄생한 현생 인류의 조상은 아라비아반도에서 근래 출토된 최신 유골 연구를 통해 기존의 추정보다 수만 년 이른 12만 5,000년 전 무렵 아프리카 대륙을 떠나 아라비아반도로 건너갔다는 설이 유력해졌다. 이후 5만~6만 년 전에 아라비아반도에서 유라시아 대륙, 다시 호주 대륙과 북미, 남미 대륙으로 세력을 확장했다.

인류는 험난한 이동 여정을 거쳤을 것이다. 작열하는 사막과 극한의 설원을 가로지르고 육지가 보이지 않는 바다에서 노를 젓고 험난한 산악지대를 넘어 깊은 숲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이 고생스러운 여정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무엇일까?

야생동물처럼 가까이에서 구할 수 있는 식량이 떨어졌기 때문일까? 기후와 환경 변화로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떠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일까? 다른 영장류와의 세력 다툼에서 패해 밀려났기 때문일까? 아프리카에는 유전학적으로 가까운 영장류가 많아 그들에게서 옮는 ‘동물 유래 감염병’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추정하는 연구자도 있다.

약간의 도구와 무기, 생활용품을 이고 짊어진 채 언어, 기술, 신화, 음악, 신앙 모든 것이 새로운 고장으로 이동했으리라. 의도하지 않은 길동무도 있었다. 쥐, 바퀴벌레, 진드기, 이, 벼룩, 기생충 등의 작은 동물, 또 눈에 보이지 않는 어마어마한 수의 세균, 바이러스, 원충, 곰팡이 등의 미생물도 사람과 동물에 기생해 함께 이동했다.

미생물 대부분은 해를 끼치지 않았으나 병을 옮기는 ‘병원성’을 지닌 종류도 있었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 양쪽의 성질을 아울러 가지고 있어 인플루엔자와 풍진과 헤르페스 등 수많은 질병을 유발한다.

세균은 박테리아라고도 부르는데 세포 분열로 증식하는 단세포 생물이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Helicobacter pylori)이나 결핵균 등 다채로운 얼굴을 가지고 있다. 또 말라리아와 아메바성 이질 등을 일으키는 원충, 그 밖에도 무좀의 원인이 되는 진균, 폐렴과 쓰쓰가무시병을 일으키는 리케차 (Rickettsia) 등의 병원성 미생물이 알려져 있다.

이러한 미생물 중에는 수립 시대에는 야생동물에서 사람으로, 정착 농경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는 가축에서 사람으로 숙주를 넓힌 종도 많다. 새로운 지역으로 진출한 인류는 기후와 풍토와 새로 일군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육체를 진화시켰다. 야생동물과 가축에게서 사람의 몸으로 보금자리를 이동한 미생물도 마찬가지로 숙주의 진화에 맞추어 변화했다.

미생물과 숙주의 영원한 공방전, 그 결말에 대한 네 가지 시나리오:
미생물에게 포유동물의 체내는 온도가 일정하고 영양분이 풍부한 천혜의 환경이다. 그래서 기를 쓰고 파고들어 번식을 시도한다. 그런데 숙주에게 병원성을 지닌 미생물은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감염되면 세포가 손상되거나 미생물이 영양분을 가로채 쇠약해지거나 유전자를 탈취해 멀쩡한 세포가 암세포로 둔갑할 수 있다.

그래서 숙주는 면역이라는 방어 시스템을 발달시켜 미생물을 제거하거나 회유하는 작전을 구사한다. 한편 미생물은 숙주의 공격을 교묘하게 피해가며 쾌적한 보금자리에서 밀려나지 않으려고 끈질기게 들러붙는다. 어찌 보면 미생물과 숙주 사이의 공방전은 우리 인간이 벌이는 전쟁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둘의 관계는 다음 네 가지 결말 중 한 가지로 귀결된다.

첫째, 숙주가 미생물의 공격에 패배해 사멸한다. 이 경우 다른 숙주로 옮겨가지 못하면 미생물은 숙주와 운명을 함께하며 저승길 동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치사율이 높은 아프리카에서 발원한 라사열(Lassa fever, 바이러스성 급성 출혈열)이나 에볼라 출혈열이 전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발전하지 않고 국지적인 유행에 그친다. 과거에 병원체의 정체도 밝히지 못한 돌림병이 창궐해 수많은 사람이 사망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데, 학자들은 병원체가 사람과 함께 사라진 사례라고 추측했다.

15세기 말부터 16세기 중반에 유럽 각지에서 몇 차례 유행했던 ‘전염성 발열 발한 질환’이 대표적인 사례. 환자는 고열에 시달리며 많은 양의 땀을 흘려 단시간에 쇠약해지고 사망에 이르는 질병이다. 런던에서 이 병이 돌아 수천 명이 사망했다고 전해진다. 이 병의 기원은 원인 불명으로 미지의 바이러스가 일으킨 폐렴이라는 설도 있다.

둘째, 숙주 측의 공격이 먹혀들어 미생물이 패배해 사멸하는 경우다. 백신 효과로 이미 천연두가 근절되었고, 한센병과 소아마비, 황열병 등도 언젠가 같은 길을 걷게 되리라고 기대할 수 있다.

셋째, 숙주와 미생물이 평화 관계를 구축한 경우다. 숙주의 체내에는 막대한 수의 미생물이 존재한다. 미생물은 숙주의 눈치를 살피면서 공생하는데 흔히 박쥐처럼 양쪽을 오간다 해서 ‘기회주의균(opportunistic pathogen)’이라 부른다. 정부와 국회의 권력 양상을 살피며 양쪽을 오가는 노회한 정치가와 같다. 평소에는 얌전히 지내다가 숙주의 면역이 저하되면 본색을 드러낸다. 이를 ‘기회균 감염(opportunistic infection)’이라 부른다. 한편 사람에게 필수적인 동반자가 된 균도 적지 않다.

넷째, 숙주와 미생물이 각자 철통 방어에 나서 끝없는 싸움을 되풀이하는 경우다. 수두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되면 숙주의 신경 세포에 영구적으로 잠복한다. 평화 공존처럼 보여도 잊을 만하면 부활해 대상포진 등의 질환을 일으킨다.

자연재해로서의 감염병 유행은 언제 일어날지 알 수 없는 대지진과 닮은꼴:
감염병 유행도 ‘자연재해’다.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재해 통계인 재난통계자료(EM-DAT)는 1988년에 재난역학연구센터(CRED)가 UN과 벨기에 정부의 지원을 받아 창설했다. CRED에 따르면 재해를 ‘기상 재해’, ‘지질 재해’, ‘생물 재해’라는 세 가지로 분류했는데 감염병은 병충해 등과 함께 생물 재해에 포함된다.

EM-DAT는 ‘Emergency Events Database’의 줄임말로 데이터는 UN과 산하 국제기관, 비정부 조직, 보험회사, 연구기관, 보도기관 등에서 수집되며 이 자료를 바탕으로 지역, 국내, 국제 수준의 재해 지원, 방재 정책 기반 수립을 목적으로 한다.

자연재해로 취급하는 재해는 각각의 재해 규모가 다음의 네 가지 조건 중 한 가지 이상을 충족할 때로 규정되어 있다. 조건을 충족해야 비로소 재해로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될 자격을 얻는 셈이다.

① 사망자가 10만 명 이상 ② 이재민(발병자)이 100만 명 이상 ③ 피해국이 국가 비상사태 선언을 발령한 경우 ④ 피해국이 국제 지원을 요청한 경우

즉, 이들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자연재해로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지 않는다. 국제 데이터베이스의 자연재해 발생 건수는 1900년부터 2005년까지 10년 단위(2005년부터는 5년간)로 정리되어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에 기상 재해(홍수, 가뭄, 폭풍우 등)는 약 76배, 지질 재해(지진, 산사태 등)는 약 6배, 생물 재해(질병, 병충해)는 84배나 증가했다.

감염병 유행과 대지진은 닮은꼴이다. 주기적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아도 언제 닥칠지 알 수 없다. 대지진에 호되게 당하고 나면 한동안은 조심하다가 차츰 공포가 옅어지고 지진과 쓰나미에 대한 방비에 소홀해진다. 그동안에도 땅속에서는 암반(플레이트)끼리 힘겨루기를 계속해 각지에서 지각에 스트레스가 쌓인다. 더는 견딜 수 없게 된 암반이 어느 날 튕겨오르면 지진이 발생한다.

병원체는 바로 이 순간에도 우리 몸속으로 침입하려고 유전자를 변이시키고 있다. 만약 성공하면 자손을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다. 때로는 몇천만 명의 인명을 앗아갈 때도 있다.

대지진 발생 건수 증가에 비해 한 건당 피해 규모와 빈도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사람이 환경을 바꾸며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 인구 급증과 도시 집중이 맞물리며 쓰나미에 노출되는 해안 저지대, 산사태가 일어나기 쉬운 급경사 지대와 매립지 등에 거주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인류와 감염병의 관계도 사람이 환경을 조작하며 크게 변화했다. 인구 급증과 과밀화도 감염증 증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플루엔자, 홍역, 수두, 결핵 등의 병원체처럼 기침과 재채기로 비말 감염을 일으키는 질병은 과밀한 도시가 최적의 번식 환경이다. 콩나물시루처럼 발 디딜 틈도 없이 복작이는 출퇴근 전철 안에서 마스크도 쓰지 않은 인플루엔자 환자가 재채기하는 상황을 상상하면 온몸에 소름이 돋고 등줄기가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는다.



인류와 공존해온 바이러스와 세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적인가, 아군인가 - 위암의 원인을 둘러싼 논쟁
강한 위산 속에서도 생존하는 헬리코박터균의 정체: 숙취든 배탈이든 위장 장애든 누구나 메슥메슥 신물이 올라오는 경험을 한두 번쯤은 겪은 적이 있으리라. 신물은 일본어로 ‘무시즈’라 쓴다. 옛날 사람들은 뱃속에 ‘벌레’가 산다고 믿었다. 그래서 어떤 음식이나 일을 앞두었을 때 입맛이 당기거나 즐거운 호기심이 일어나는 상태를 ‘회가 동하다’와 같이 표현하기도 했다. 맛난 음식을 보고 뱃속에 사는 회충이 어서 먹으라고 요동을 친다는 뜻이다. 신물이란 숙취가 가시지 않아 입안에 위액이 역류할 때 느껴지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불쾌하고 찝찝한 액체로 시금털털한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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