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목록
재생목록이 비어 있습니다.
-
-
0:00 0:00
화면 너비 (여백)
좁게
보통
넓게
최대
배경 테마
글꼴
바탕/명조
돋움/고딕
글자 크기
작게
100%
크게
줄 간격
좁게
보통
넓게

우리가 있었다

빅토리아 베이트먼 지음 | 선순환


우리가 있었다

빅토리아 베이트먼 지음

선순환 / 2023년 4월 / 331쪽 / 18,000원





서문




2018년 3월, 브라이튼 휴양지에서 나는 비밀 프로젝트를 하나 진행했다. 500명 가량의 경제학자들이 참석하는 왕립경제학회 연례 학술대회의 리셉션 자리였다. 나는 신발과 장갑, 목걸이 말고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연회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경제학이 성차별적이라는 걸 부각하기 위해서였다. 경제학자들의 관심을 끌려면 다음 날 예정된 짧은 연설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고, 내 목표는 페미니즘을 경제학의 중심으로, 적어도 여기 경제학 연례 학술대회의 중심으로 가져가려는 것이었다.

19세기 경제학자들은 삶의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사이에 인공 장벽을 세웠다. 그러고는 시장과 정치 같은 공적 영역의 삶만을 중요한 탐구 대상으로 삼았다. 대조적으로 가정, 가족, 공동체 등 사적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무관심했다. 여성들의 영역인 데다 너무 가벼운 주제라 여긴 것이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간 장벽은 진즉에 무너졌어야 했다. 블랙박스를 열지 않고, 즉 가정과 주변 공동체를 살피지 않고 어떻게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이해할 수 있겠는가?

서양 국가들은 왜 부유한가? 가난은 왜 그렇게 없애기 어려운가? 자유시장의 장점은 무엇이고 단점은 무엇인가? 경제는 어떻게 유능하고 민주적인 국가를 형성해내는가? 왜 불평등은 계속 증가하는가? 경제학자들이 맞닥뜨린 이 같은 질문들에 답하려면 여성의 자유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그 자유에는 여성의 신체 자율권도 포함된다. 이것이 이 책에서 다룰 내용들이다. 이를 간과하기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경기 호황과 불황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경제학과 페미니즘, 이 두 주제를 함께 엮어내는 여정에 동행해주길 바란다. 각각을 새롭게 알게 되는 여정이길 바란다.



번영



들어가며


왜 어떤 국가는 잘 살고 어떤 국가는 계속 가난할까? 왜 미국의 연간 평균 소득은 59,532달러에 육박하는 반면, 미국과 그리 멀지 않은 과테말라는 고작 8,150달러이고, 파키스탄과 수단은 각각 5,527달러, 4,904달러로 과테말라보다도 낮을까? 차이가 너무 난다. 장수를 누리며 안락한 삶을 사느냐, 질병에 시달리며 가난에 허덕이는 삶을 사느냐는 태어난 국가에 달린 듯하다. 경제학자 브랑코 밀라노비치에 따르면, 전 세계 소득 격차의 최소 66퍼센트는 그들이 살고 있는 나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생활 수준을 결정하는 건 능력도, 성실성도, 적극성도 아니고, 어느 국가에서 태어났는가 하는 일종의 추첨 운이다. 미국이나 영국 같은 국가에서 태어났다면 말 그대로 로또에 당첨된 셈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오늘날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그중 특별히 눈여겨볼 만한 사건이 있다. 바로 산업혁명이다.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 영국에서 발생한 산업혁명은 19세기 전반에 걸쳐 유럽과 미국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이후 서양은 몇 번의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결국 소득 상승 궤도를 탔고, 그 결과는 서양 국가와 ‘나머지 국가’ 간 부의 양극화로 나타났다. 그런데 영국 산업혁명의 중심지는 춥고 축축한 날씨의 북부 맨체스터로 내가 나고 자란 곳이다. 맨체스터가 한때 ‘코트노폴리스(Cottonopolis)’로 불리던 시절에 나의 조부모님과 증조부모님은 모두 맨체스터 도심이나 외곽에 있는 면직 공장에 다니며 생계를 유지했다. 내가 꼬마였던 1980년대에 할머니는 빠르게 저물고 있는 한 시대에 대해, 그리고 그 시절 여성들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는지에 대해 자주 말씀하셨다.

나는 어려서부터 영국이 어떻게 산업화에 성공할 수 있었는지, 어떻게 유럽, 나아가 서양 국가들이 세계 경제의 주역이 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답을 얻으려고 펼친 책에는 온통 저명한 남성 엔지니어, 남성 기업가, 남성 과학자들, 순전히 남성들의 이야기뿐이었다.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내 가족의 역사를 들으며 알게 된 사람들, 면직 공장을 가득 채우며 산업혁명의 중심에 섰던 여성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그리고 그 직전 세대의 여성들은?

오늘날 빈곤국의 여성들과도 달리, 그 여성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높은 수준의 자유를 누렸다. 서양과 나머지 국가 사이에 가장 달랐던 건 여성의 삶, 즉 여성의 자유인 것 같은데 왜 모든 초점은 항상 남성들을 향할까? 그건 여성의 자유를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보지 않고, 경제 성장의 부산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역사를 만든 주체는 남성이며, 여성 삶의 변화는 역사 발달 과정에서 일어난 부수적인 일쯤으로 치부한다. 남성이 번영을 주도했고 여성은 혜택을 누렸을 뿐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의 시각은 다르다.

서양이 앞서간 숨은 이유


다섯 가지 교훈:
경제사학자들은 지금도 과거와 씨름 중이고 경제 성장의 원인을 둘러싼 논쟁도 여전히 치열하다. 그래서 서양의 부흥 원인을 다룬 기존 연구들로부터 내 나름의 5가지 교훈을 꼽아보았다. 그런데 각각의 교훈이 ‘서양이 부유해질 수 있었던 이유’를 밝히는 데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종합해보면 몰랐던 사실이 드러난다. 어떻게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 연구하면서 여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성의 자유는 방 안의 코끼리 같은 존재다. 여성의 자유에 주목하지 않고서는 ‘왜 서양인가, 그리고 왜 영국이 최초인가’라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수 없다.

[교훈 1 - 시장은 거들 뿐] 시장 중심의 성장론이 맞다면 이 발전상도 단순해야 한다. 즉 서양이 부상하기 전까지는 시장도 별로 발달하지 않았어야 한다. 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시장은 ‘근대’의 발명품도, 서양의 전유물도 아니었다. 역사를 보면 중동, 아시아, 일부 아프리카 지역에도 고대 시장이 있었다. 이렇게 근대의 번영이 있기 훨씬 전부터 시장이 존재해왔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시장이 경제 번영에 주요 요소이기는 하지만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려면 시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불을 지피려면 시장 말고 다른 게 필요하다. 정확히 그게 무엇인지 알려면 시장을 이용한 사람들이 아니라 시장을 이용하지 않은 사람들, 즉 배제되었던 사람들을 살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시장을 천하다 여겨 자발적으로 배제를 선택했는데, 디드러 매클로스키가 주장했듯이 이런 행동은 경제 번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스스로 원치 않았지만 배제된 사람들, 바로 인구의 절반을 차지한 여성들이었다. 여성이 시장 활동에 참여했을 때 얻는 이익은 적지 않다. 남성이 관여하는 시장의 이익을 넘어선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유럽 일부 지역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점 중 하나는 유럽의 나머지 지역은 물론 세계 대부분 지역에 비해 여성의 시장 참여에 대한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것이다.

[교훈 2 - 중요한 건 제도] 시장이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뒷받침해주는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제도는 오래전부터 또 다른 포괄적 용어인 ‘문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문화를 정의하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디드러 매클로스키가 지적했듯이 문화는 시장과 기업가 정신, 생산을 대하는 태도도 포함하는데, 그 태도라 함은 무역과 노동, 생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행위를 용납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결정이다. 이 논의에 여성을 끌어들이는 데도 문화가 열쇠가 되어준다. 한편 문화는 공식 제도와 관계없이 경제 번영에 영향을 미치지만, 공식 제도가 발전하고 성공하는 데도 문화가 영향을 끼친다. 가족 체계 중 여성의 자유를 지지하는 가족 체계는 좋은 제도를 출현시킬 수 있다. 가족이 확장된 혈연집단, 즉 자급자족하고 구성원의 행동을 철저히 감시하는 혈연집단을 포함하는 곳이라면 ‘가족 외 구성원’들과 신뢰를 형성하고 협력하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들어진다.

그리고 신뢰와 협력이 없다면 족벌주의적 관행이 선호될 뿐 폭넓고 깊이 있는 시장이 발달하기도, 국민에게 힘이 되어주는 국가가 출현하기도 어렵다. 이처럼 경제 번영을 뒷받침하는 제도들을 만들고 유지해가는 문화적 관습의 뿌리에는 여성의 자유가 있다. 유명 페미니스트가 외쳤듯이,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안타깝게도 경제학자들은 아직도 삶의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통합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

[교훈 3 - 시장 안팎의 요구는 결국 자유] 경제 성장을 논할 때 일반적으로는 대부분의 공을 시장에 돌리지만, 경제 발전의 기본 동력인 지속적 과학ㆍ기술의 발달은 자유를 필요로 한다. 시장이 요구하는 자유를 뛰어넘는 수준의 자유 말이다. 그런데 계몽주의의 지대한 영향 탓에 경제학은 여성을 소외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하였다. 앤 매클린톡이 지적했듯이 계몽주의 운동의 중심에는 남성이 성적으로 여성을 지배한다는 은유가 깔려 있었다. 예컨대 자연은 여성, 이성은 남성으로 표현되며, 자연(여성)이란 이성(남성)에 의해 지배되고 길들여지기를 기다리는 존재로 그려졌다.

서양의 부흥에 대해 설명할 때 계몽주의를 일반적으로 언급할 테지만, 계몽주의가 배제한 집단을 통해서 무엇이 성장을 주도했는가 못지않게 무엇이 성장을 제한했는지를 확인할 수도 있다. 여성의 자유를 배제하지 않았더라면 서양은 더 빨리 더 강하게 일어섰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여성의 자유도가 그나마 높았던 (그리고 덜 후퇴했던) 유럽 지역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된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교훈 4 - 성장에 기여한 건 뜻밖에도 고임금] 카를 마르크스가 등장한 이래로, 경제 성장을 저임금 노동자를 착취한 결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투자와 확장에 눈이 먼 자본주의자들이 ‘잉여가치’를 뽑아내고자 저임금 노동자를 착취했다고 말이다.

하지만 값싼 노동에 의존했기 때문에 경제 성장이 고작 이 정도인지도 모른다. 이는 로버트 C. 앨런이 내린 연구 결과로, 앨런은 산업화와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시작된 곳은 세계에서 인건비가 최고로 낮은 지역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이었다고 지적했다. 앨런은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이 사실상 고임금 국가였다며, 임금이 높으면 공장주는 어쩔 수 없이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생산을 가능케 할 기계를 찾고 개발할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 영국이 어느 정도로 임금이 높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여성의 삶과 얼마나 관련되어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쟁이 가능하지만, 영국은 세계 어느 지역보다 여성의 자유 수준이 높았다. 당시 영국 여성들이 오늘날과 비슷한 수준의 자유를 누렸더라면, 영국은 훨씬 더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뤄냈을 수도 있다.

[교훈 5 - 성장이 멈추는 원리] 역사는 경제 성장의 둔화 이유를 최소한 세 가지를 알려준다. 첫 번째는 인구 증가이고, 두 번째는 환경 파괴이며 세 번째는 정치다. 이 세 가지 이유를 각각 살펴 서양이 지금과 같은 경제적 활약을 계속 펼칠 수 있을지 알아볼 것이다. 그리고 젠더에 주목한다면 여성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도 알게 될 것이다. <인구> 맬서스의 이론과 달리 지난 200년 동안 경제가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인구 증가와 임금 상승이 동시에 일어난 덕분이다. 맬서스의 덫(인구 증가 속도가 지구의 자원 제공 능력을 능가함)에서 탈출했다는 말이다. 경제학자들은 맬서스의 덫에 갇히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로 숙련된 노동자들이 가져온 지속적인 기술 발달을 꼽는다. 그런데 지속적인 기술 발달도 있었지만 출산율도 감소했었다. 출산율 감소는 기술 발달과 관련 있는데, 기술이 발달하자 자녀 계획에 변화가 일어났다. 많이 낳아 제대로 교육할 수 없다면 적게 낳아 잘 가르치자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이런 변화는 무역에도 영향을 끼쳐 서양이 산업화되자 ‘나머지 지역’은 농산물 수출에 집중했는데, 농산물 수출은 숙련된 노동자가 필요하지 않고, 자녀 계획과 관련해서도 굳이 ‘양보다 질’의 전환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래서 서양이 1인당 임금 상승이 오르는 등 경제 성장의 혜택을 누리는 사이, 나머지 지역은 인구가 증가할수록 생활 수준이 나빠졌다.

오늘날 맬서스식 모델에서 출산율은 경제적 계산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는 출산율과 여성의 신체적 자유를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고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나타난 출산율의 변화를 순전히 선택에 따른 결과로 설명한다. 즉 여성들이 처음에는 자녀를 많이 갖기로 선택했다가, 적어도 서양에서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이르러 경제 성장을 경험하며 여성들이 적은 수의 자녀를 갖기로 선택을 바꿨다고 말이다. 마치 피임이 지난 수백 년 동안 확실하게 존재해왔다는 듯이 피임을 당연시하고 있다.

또한 임신이 여성에게 선택이 아닌 시절에도 여성이 임신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고 믿는다. 대부분의 경우 임신은 피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경제 번영은 여성이 신체 자율권을 행사하는 세상으로 세상이 바뀐 덕분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동시에 여성의 신체 자율권 결여는 수많은 빈곤국들이 어째서 여전히 가난에 허덕이는지도 설명해준다.

<환경> 인구 증가만이 과거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방해한 건 아니다. 환경도 마찬가지였다. 환경과 관련한 사건 중 일부는 단지 불운 탓으로 경제 성장 과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 같지만, 그 나머지는 모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한편 환경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청정 기술에 주목한다. 하지만 여성의 신체 자율권 보장이 청정 기술보다 비용 면에서 효율적이다. 그 증거로,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인 드로다운 프로젝트가 제시한 80가지 지구온난화 해결책을 보면 가족계획과 여성 교육이 10위를 차지했는데, 태양광 발전소나 풍력발전소 설치보다 높은 순위였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원한다면 여성의 신체 자율권 보장은 필수다. 젠더 문제도 환경 파괴를 야기한다.

그리고 젠더 문제는 환경 파괴의 원인뿐 아니라 그 결과를 이해하는 데도 중요하다. 아가왈은 이렇게 지적했다. “환경 파괴의 가장 큰 피해자인 동시에 환경 보존 운동에 앞장서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가난한 농촌 여성들이다.” 세나이 하브테지온은 이렇게 말했다. “그 지역 여성들에게 천연자원은 경제 수단이다. 음식을 만들고 난방을 하려면 식수, 식량, 연료를 모두 확보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환경 파괴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이다. 그럼에도 정책 결정 시 여성은 배제당할 때가 많다.”

<정치> 환경 파괴 이외에 경제 성장이 멈추는 이유를 정치로도 설명할 수도 있다. 미국 북부와 남부의 뒤바뀐 운명, 1650년 이후 아프리카의 침체는 유럽의 정치적 간섭 제도가 초래한 부정적인 영향 때문이었다. 역사학자들이 보기에 자유방임주의 접근법은 확실히 긍정적인 면을 갖고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면도 갖고 있었다. 19세기 영국이 급속히 산업화되자 영국 도시들은 비위생으로 인한 질병이 들끓었고, 국민의 건강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에도 타격을 주었다. 시장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해결한다고 해도 그 해결 방식이 경제 성장을 방해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

경제 번영을 위해서는 비(非)간섭주의도 간섭주의도 취하지 않고, 어떤 간섭이 합리적이고 아닌지 판단하는 정부가 필요하다. 즉 어느 외부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는 정부가 필요하다. 정부는 경제적 변화에도 적응해야 한다. 어떤 한 시점에서 효과적이었던 정책이 다른 시점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교육제도, 복지제도, 국민 건강 정책도 실패하지 않으려면 경제와 발맞춰 가야 한다. 민주주의는 올바른 자극을 준다는 측면에서, 이 같은 정부를 가지려면 꼭 필요하다. 곧 다룰 테지만 민주주의는 여성의 자유와 관련이 깊다.

소결론:
서양의 부흥 원인을 논하는 여러 이론에서 다섯 가지 교훈을 도출해보았다. 그 과정에서 경제 성장에 필요한 핵심 요인도 몇 가지 살폈다. 경제학자와 역사학자들은 경제 성장의 촉발 원인으로 시장, 제도, 과학, 임금을 주로 언급한다. 그런데 이 핵심 요인들은 200여 년 전에 영국이 경험한 산업혁명을 겪어보지 않은 지역에서도 발견된다. 서양의 경제 번영에 대해 이야기할 때 중요한 뭔가를 빠뜨렸다는 말이다. 네 가지 요인(시장, 제도, 과학, 임금)과 달리 그 뭔가는 특히 서양에서만 발견된다. 무엇이 경제 성장의 점화 스위치를 눌렀고, 무엇이 서양에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허락했는지 그 뭔가는 말해줄 수 있다.

전문 열람 제한

미가입 상태이므로 요약본의 일부만 제공됩니다.
더 깊이 있는 내일의 통찰력과 지식 에너지를
프리미엄 무제한 이용권으로 충전해 보세요!

멤버십 가입 / 결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