낀대리 김대리 그대로 견디리
김제호 지음 | 산지니
낀대리 김대리 그대로 견디리
김제호 지음
산지니 / 2022년 11월 / 272쪽 / 18,000원
9.00 a.m. 낀대리의 출근 시간 - 출근이 아니라 퇴근 8시간 전입니다
“실례지만 제가 이렇게 많은 돈을 받아도 될까요?”내가 회사에 ‘실례지만 제가 이렇게 많은 돈을 받아도 될까요?’라고 묻는다면 회사는 뭐라고 대답할까?
2012년 겨울, 취업 성공의 기쁨도 잠시, 금세 입사 전 오리엔테이션 날이 다가왔다. 오리엔테이션 장소는 서울의 한 영화관이었다. 워낙 사람이 많다 보니 회사 대강당에도 다 수용할 수 없어 삼성동의 영화관에서 가장 큰 관을 확보한 것이다. 마치 수련회나 엠티처럼 간단한 레크리에이션이 진행된 후 본격적인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되었다. 먼저 인사팀 사람이 앞으로의 일정을 설명해 주었다. “여러분이 공식적으로 입사하시는 날은 2월 23일입니다. 그 전에 1월 7일부터 5주간 직무 교육을 받게 됩니다.” 나는, 입사 이전에 무려 5주 동안이나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설명에 잠시 당황했다.
“다시 정확히 일정을 말씀드리면, 5주 교육은 사전 연수 기간으로 회사와 계약된 날은 아니고, 입사하시는 날인 2월 23일부터 계약된 것으로 간주합니다. 입사 날부터 2주간 1차 연수 그 뒤에 1주간 2차 연수, 총 3주간의 연수 기간이 있습니다.” 요약하면, 5주간 사전 교육, 입사 후 3주간 신입 사원 연수라는 얘기였다. 나는 첫 월급은 대체 언제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러자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담당자가 말을 이었다. “자, 여러분 지금 말은 못 하고 있지만, 월급 언제 나오나 생각하고 있죠?” 자리 곳곳에서 속마음을 들킨 사람들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계약서에 서명은 입사 후에 하게 될 거고요. 계약서에 명시된 날짜인 입사일 기준으로 월급이 지급됩니다. 하지만 앞선 사전 교육 기간인 5주간에도 월급에 준하는 교육비를 지급해 드립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이곳이 바로 내 평생직장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주 연수는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업무를 위해 코딩을 배우고, 기본적인 SQL을 배웠다. 이렇게 공부했으면 의사도 됐겠다 싶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 심지어 주말에도 동기들끼리 따로 모여서 자발적으로 스터디를 할 정도로 열심이었다. 물론 다 큰 성인들이니 공부 끝나고 같이 술 한잔하며 우정을 다지고 맛집도 찾아다니며 재밌게 보내기도 했다. 이렇게 충실하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금방 5주가 지났다.
다음은 2주간의 1차 연수 차례였다. 입사 날인 2월 23일에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 모여 버스를 타고 연수장으로 이동했다. 여기서 2주간 합숙했다. 합숙 동안에는 사전 교육처럼 직무에 관한 교육을 듣지는 않았다. 대신에 유명 강사분들을 초청해서 다채로운 강의도 듣고, 암벽 타기나 흔들다리 건너기 등 몸을 쓰는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회사에서 내 주는 여러 과제도 수행하고 연극 공연이나 경영 게임 같은 팀별 단합 활동도 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웃고 떠들며 바쁘게 지내다 보니 눈 깜짝할 새에 2주가 지났다. 연수 동안 바빴던 것에 대한 보상으로 회사에서는 2일간의 휴가를 주었다. 이틀 푹 쉬고 본사에 모여 1주간 회사 생활 전반에 대한 교육을 들었다. 결국 사전 교육 5주, 합숙 2주, 본사 교육 1주, 다해서 무려 8주나 일은커녕 교육만 받고 공부하고 과제를 하며 보냈다. 사실 거의 동기들과 놀면서 보낸 셈이다.
대망의 본사 교육 마지막 날, 그러니까 실제 부서로 출근하기 전날, 드디어 연봉 계약서에 서명했다. 계약서에는 불과 두 달 전까지 학생 신분이던 내가 꿈에도 만져 볼 수 없었던 금액이 적혀 있었다. ‘와…. 이렇게 많이 준다고? 별로 뭐 한 것도 없는데.’ 내 머릿속에는 두툼한 현금 봉투가 떠올랐다. 표정 관리가 잘 되지 않았다. 그때가 바로 이 회사가 내 평생직장 후보에서 신의 직장으로 바뀐 순간이었다. 하지만 회사는 손해 보는 장사는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여기까지가 회사에 합격하고 실제 부서로 투입되기까지의 간략한 이야기이다. 회사가 개인이 느끼기에 큰돈을 준다면, 사실 그 돈은 그 사람이 하게 될 일에 비하면 큰 게 아닐 확률이 99%이다. 회사는 절대로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다. 실제로 회사를 향한 충성심으로 무장한 신입 사원이었던 나는 불과 세 달도 채 되지 않아서 다른 회사의 채용 사이트를 들락거리게 된다. 내가 받는 돈이 껌값으로 느껴질 만큼 지옥도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 이제, 처음의 질문을 되돌아보자. 회사에 ‘실례지만 제가 이렇게 많은 돈을 받아도 될까요?’라고 묻는다면 회사는 뭐라고 대답할까? 아마도 회사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네, 앞으로 하실 고생에 비하면 많은 게 아닙니다.’
10.00 a.m. 낀대리의 업무 시간 - 월급 도둑이 되고 싶어요
세상 참 모를 일이야격동의 세미나를 지나 어느덧 11월이 되었을 때다. 그날도 동기들과 점심을 먹으러 가던 중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순간 전화기가 울렸다.
“여보세요?”
“어 나 P 대리인데.”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누구시라고요?”
“P 대리라고!! 짐 싸서 YY 빌딩으로 와!!”
그렇게 전화가 끊겼다. 어리둥절한 내 모습에 동기들이 누군지 물었다. 나는 P 대리한테 전화가 왔다고 했다.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 파트장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파트장님. 방금 P 대리한테 전화를 받았는데, 저보고 YY 빌딩으로 오라고 하던데요.”“어어 맞아 거기로 가.”
내가 모르는 사이에 P 대리가 속해 있는 프로젝트에 투입되기로 결정된 것이었다. 일단은 점심을 먹으러 가던 길이니까 발걸음을 옮기며 동기들과 P 대리에 관한 얘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P 대리가 굉장히 성격이 좋지 않으며 만나는 사람들과 매번 싸운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갑작스레 닥친 첫 프로젝트와 그 프로젝트를 같이할 사람이 하필 P 대리라는 생각에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없었다.
오후 세 시쯤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택시를 잡아타고 YY 빌딩으로 이동했다. 건물에 들어서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층 문 앞에서 P 대리에게 전화하니 문밖으로 덩치 큰 사람 하나가 나왔다. P 대리였다. 소문으로 좋지 않은 얘기를 들어선지 인상도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P 대리를 졸졸 쫓아가 자리에 앉아서 노트북을 펴고 인터넷 접속 정보를 세팅했다. P 대리는 그런 내 일거수일투족을 뒤에서 보고 있었다. 곧 사내망에 접속되고 메신저가 켜지자마자 동기들에게 메시지가 왔다.
‘잘 도착했냐? 분위기 어떰?’
당연히 내 뒤에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던 P 대리도 이 메시지를 보았다. 그리고 바로 사자후가 날아왔다.“메신저 안 꺼?”
나는 화들짝 놀라 메신저를 끄고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잠시 후 P 대리는 내 키보드와 마우스에 관해 물어보았다. 일을 제대로 하려면 장비를 잘 갖춰야 하니 자기가 추천하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장만하라며 한껏 으름장을 늘어놓았다. 뭐가 뭔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을 불러 주는 키보드와 마우스의 기종을 받아 적었다. 이제부터 좋으나 싫으나 저 사람과 최소 몇 달은 프로젝트를 같이해야 하니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져 올 무렵 P 대리가 나를 불렀다. 자리로 가니 본사에서 세미나는 했는지, 교육은 어떤 걸 다녀왔는지 물어보았다. 그러고는 우리가 프로젝트에서 관리 중인 서버 목록을 주고서는 서버 한 개를 가리켰다.
“야, 오늘 저녁에 작업이 있어서 우리가 서버를 다 내려 주고 가야 해. 그중에 이 서버 한 개는 네가 내려라. 알겠냐?”“네, 네…. 그, 근데 접속 방법을 모르는데요….”
“야야 이거 윈도 서버야. 터미널로 그냥 들어가면 돼. 지금 내 화면에 있는 게 그 서버다.”
P 대리의 화면을 보면서 필사적으로 화면을 눈에 새겨 넣었다. 그리고 자리로 가서 ‘윈도 서버 접속 방법’을 검색해 보았다. 꾸역꾸역 20분 정도를 찾으며 따라 해 보니 다행히도 아까 P 대리의 자리에서 본 화면이 내 노트북 화면에도 그대로 옮겨졌다. 그다음 문제는 서버를 꺼야 한다는 것인데, 그 당시 나는 서버 끄는 방법을 몰랐다.그렇다고 P 대리에게 물어보자니 또 사자후가 날아올 것이 무서워서 ‘에라 모르겠다. 끄랬지?’라는 생각으로 X 버튼을 모조리 눌러 버렸다.
“야, 서버 껐냐?”
“넵…!”
“그럼 퇴근해.”
한숨을 내쉬며 도망치듯이 회사를 빠져나왔다.
그런데 다음 날 출근했을 때 무언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P 대리는 일찌감치 출근해 있었고 P 대리와 같이 일하던 L 대리도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P 대리의 화면을 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출근하는 걸 본 P 대리가 날 호출했다.“야, 너 어제 서버 껐어, 안 껐어?”
“꺼, 껐습니다.”
당황하며 대답했다. 하지만 바로 이어서 P 대리가 다그치듯이 물었다.
“야, 근데 인프라 센터에서 어제 안 꺼져서 작업 못 했다는데 뭐야?? 끈 거 맞아?”
“….”
“내 자리에서 어제 네가 한 대로 다시 해 봐.”
내가 무슨 실수라도 했나 싶어서, 눈앞이 캄캄해졌다. 손을 바르르 떨며 자리에 앉아서 P 대리의 노트북으로 어제 했던 작업을 그대로 수행했다. 일단은 어제 봤던 P 대리의 화면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는 성공했다.“그래 거기까지는 맞고.”
그다음에 어제와 마찬가지로 X 버튼은 모조리 다 눌렀다. 그러자 P 대리는 잠시 멍하게 날 바라보더니 어제와는 비교도 안 되는 사자후를 내뿜었다.“야!!! 이게 서버 끈다고 끈 거야?? 너 대체 뭐 배웠냐!!!”
P 대리의 호령에 나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내가 한 행동은 서버를 끈 게 아니라 세션만 종료한 것이었다. 말하자면 컴퓨터를 끄라고 했는데, 컴퓨터 본체 전원을 끈 게 아니라 그냥 모니터만 끈 셈이었다. 내가 사고를 친 덕분에 다른 부서에서 일을 못 했다고 항의가 들어왔으니, P 대리 입장에서는 화가 머리끝까지 날 만도 했다. 하지만 나는 신입 사원이니까 모를 수도 있는 거 아닌가 하는 불만이 가득했고 P 대리랑은 역시나 잘 지낼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날을 계기로 P 대리는 나를 아무것도 모르는 똥멍청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아주 혹독한 스파르타 교육이 시작되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마 P 대리도 ‘아무리 신입 사원이라도 이 정도는 부서에서 교육해서 보냈겠지?’라고 생각했을 테니 내 행동이 황당하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심지어 모르면서 물어보지도 않고 멋대로 일을 처리해 다른 부서에게서 욕까지 먹었으니, 어찌 보면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하다 할 수 있겠다. 전화위복으로, 이때의 경험이 나중에 내가 후배를 대하는 기준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됐다.
후배로 누가 오든지, 일단은 그때의 나처럼 똥멍청이일 거라 생각하고 후배를 대하게 됐다. 너무 얕잡아 보는 거 아니냐 싶을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도 이 방법이 사고를 막고, 내가 후배를 가르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아, 그리고 정말 놀랍게도 프로젝트에 투입된 지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의외로 나와 P 대리는 쿵짝이 잘 맞는 파트너가 되었다. 인생 참 모를 일이다.
12:00 p.m. 낀대리의 점심시간 - 그래도 아직은 회사 다닐 만해요
마음 맞는 사람과 일한다는 것한참 회사를 휴직해 있다가 다시 복직 후에 얼마 동안은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길 때까지 본사에서 이것저것 잡다한 업무를 수행하며 지냈다. 그렇게 3개월 정도 지났을 무렵, 프로젝트가 하나 생겼다.
보통 프로젝트에 투입되면 본사에서 고객이 일하고 있는 고객사 건물로 근무지를 옮긴다. 공교롭게도 이 프로젝트의 고객사 건물은 무려 저 멀리 남해의 섬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 먼 곳에 가서 숙소를 길게 잡고 프로젝트를 해야 하나, 아예 월세를 살아야 하나 고민이 깊어만 갔다. 그러던 중 다행히도 시스템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은 굳이 고객사 건물로 출근하지 않고, 그냥 본사 건물 5층에서 원격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로 했다.
입사 이래로 처음 본사에서 프로젝트를 하는 행운을 맞은 나에게 곧이어 한 번 더 행운이 찾아왔다. 나와 같은 업무로 선배가 무려 두 명이나 들어왔다. 심지어 그 선배들은 부서 내 에이스인 Y 과장과 J 차장이었다. 첫 프로젝트 이후 5년 만에 막내로 일하게 되었는데 심지어 위로는 에이스 선배들이 온다고 하니, 못해도 로또 3등에 당첨될 정도의 행운이 찾아온 셈이 아닐까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역할 분담이 자연스레 잘 이루어졌다. 고객이나 위쪽과의 협의, 보고는 모두 J 차장이 맡았고, 메인이 되는 기술 업무는 Y 과장이 맡았다. Y 과장이 먼저 기술적 토대를 닦아서 가이드를 만들면 그걸 바탕으로 내가 일을 처리해 나갔다. 그렇게 일은 전혀 막힘없이 진행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스템에서 이상 현상을 발견했다. 그때 우리는 고객사의 시스템을 최대한 빨리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테스트를 진행 중이었다. 열몇 번 정도 예행연습을 하면서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중이었다. 덕분에 이미 업그레이드에 걸리는 시간을 꽤 많이 단축한 상태였다.
“차장님, 그래프가 이상한데요??”
업그레이드 중에는 업그레이드용 툴을 통해서 업그레이드가 어느 정도 속도로, 얼마만큼 진행되었는지 선형 그래프로 볼 수 있다. 평소처럼 그 그래프를 보고 있는데 그래프의 기울기가 눈에 띄게 완만해진 것이 보였다.“이상하다고?? 어디가??”
“그래프 기울기가 너무 완만해요. 막대그래프로 변환시켜서 보면 막대 사이에 편차도 너무 크고요.”J 차장도 이상을 감지했다.
“저대로면 작업 끝날 때까지의 예상 시간이 얼마나 돼?”
부랴부랴 컴퓨터의 계산기를 켜고 머리를 굴려 가며 계산해 보았다. 충격적인 결과가 도출되었다.“11만 시간이요.”
“아니, 지금까지 오래 걸려도 20시간이면 끝났는데 어떻게 하면 11만 시간이 되지?? 일단 더 이상 진행하지 말고 다 멈춰. 원인이 뭔지 찾아야 해.”
실제 업그레이드 날짜가 불과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서버 내의 모든 로그를 뒤적거리면서 원인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J 차장, Y 과장, 나 셋이 모두 달려들어 원인을 찾고 각자 가설을 내세우며 토론했다. 서버를 들여다보고 가설을 화이트보드에 쓰면서 설명하고 그걸 들은 나머지 사람들은 반박하기를 반복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상황이 조금 묘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사실 되게 심각한 상황임에도, 다들 전혀 초조해하거나 감정이 요동치지 않았다. 우리 셋 모두 기술적인 의견 나누기를 좋아했고 셋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 원인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때까지 나에게 일은 일일 뿐이고 업무에 예상치 못한 차질이 생기는 것은 극도의 스트레스로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마음 맞는 사람들과 일하니 업무상의 차질이 스트레스라기보다는 게임 도중에 나오는 미션처럼 느껴졌다. 심지어 이 때문에 야근을 하다가 집에 가지 못하고 회사에서 다 같이 저녁을 먹어야 했는데도 즐겁게만 느껴졌다. 그렇게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니 결국 문제의 원인을 파악했고 그에 따른 해결책도 나왔다.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격으로 우연히 내가 원인을 찾았는데, 선배들이 일을 잘한다며 칭찬해 주어서 기분이 더욱 좋아졌다.
그 후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 나가던 중 업무상 몇 가지 궁금한 부분이 생겼다. 그래서 선배들에게 물어보아 그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래도 이해가 잘 안되었기에 좀 더 자세히 물어보았다. 그러자 J 차장이 나에게 말했다. “그거는 너희 I 부장님이 더 잘 알걸? I 부장님한테 물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