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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정치

강원택 지음 | 북멘토


의외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정치

강원택 지음

북멘토 / 2022년 7월 / 219쪽 / 15,800원





정치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



나라를 다스리다


<‘정치’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어느 나라나 정치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낮은 편입니다. 미국에서도 의회 의원들이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20% 정도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국회에 대한 평가는 이보다 더 나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정치가 될까요? 정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정치라는 기능이 사라지면 어떻게 되는지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정치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입니다. 한자로 ‘정(政)’은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라는 뜻이고, ‘치(治)’ 역시 ‘다스린다’는 의미입니다. 정치를 뜻하는 영어 ‘Politics’는 옛날 그리스의 도시 공동체 ‘Polis의 일’이라는 뜻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정치는 공동체의 일, 나라의 일을 다루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가 사라진다는 것은 나라를 다스리는 주체가 사라진다는 것을 뜻합니다. 정부가 무너지거나, 정부가 있더라도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정치가 사라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 기사를 볼까요? 우리나라에서 <모가디슈>라는 영화로도 상영된 바 있는 소말리아 내전 당시의 상황을 보도한 기사입니다. ‘소말리아는 현재 정부의 기능이 마비된 상태와 같다. 단지 과도 정부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반군이 있다. 1991년 소말리아의 독재자 모하메드 사이드 바레 정권이 무너진 이래 부족별 통치가 이루어졌고 그 후 내전이 벌어졌기 때문에 전국적인 통치권을 가진 정부가 들어서지 못했다. 소말리아가 기아, 유혈, 무법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내전이 시작되면서 소말리아 국민은 비참한 현실을 겪고 있다. ‘국경 없는 의사회’는 “이미 소말리아의 수도인 모가디슈에서 안전한 장소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밝혔다. 치안이 악화되면서 부상당한 일반 시민이 의료 지원을 받는 것조차 어렵다. 이동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략) 남성들은 내전의 당사자로 참전하기 일쑤이고 여성들은 약탈과 성폭력의 두려움에 떨고 있다. - <시사저널> 2008년 5월 2일 자’

앞의 글은 정부의 기능이 마비되었을 때, 다시 말해 한 사회의 구성원 모두를 강제하는 권력이 사라졌을 때 일어날 수 있는 혼란스러운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아무튼 정치가 사회적으로 행하는 중요한 기능은 바로 ‘질서’입니다. 사람들이 평안하게 살기 위해서는 질서가 유지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 누군가는 그러한 질서를 세울 수 있는 강제력을 가져야 합니다. 소말리아에서 일어난 무질서와 공포는 바로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권력이 실종된 ‘무정부 상태’였기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정치의 탄생:
모두를 강제하는 권력이 없어서 비롯된 무질서의 공포로부터 정치권력의 출현과 국가의 기원을 생각한 정치 사상가가 있습니다. 바로 토머스 홉스입니다. 홉스는 국가가 만들어지기 이전의 상황을 자연 상태라고 보았습니다. 자연 상태에서 사람들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평등하지만, 모두가 원하는 만큼 다 갖지 못하면서 갈등과 대립이 생겨난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상황을 홉스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과 대립하고 싸우게 된다는 겁니다. ‘어디에도 안전한 장소가 없다’고 한, 앞서 본 소말리아의 내전 상황이 바로 이런 모습일 겁니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면 사람들은 얼마나 무서울까요? 그런데 사람들은 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판단을 합니다. 그래서 개인들이 자신의 자유와 권리 가운데 일부를 포기하는 대신, 공동체 구성원 모두를 복종시킬 수 있는 힘을 권력자에게 부여하기로 한 겁니다.

권력자는 자신이 부여받은 그 힘으로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고, 개인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안전을 보장해야 합니다. 개인들은 권력자의 명령에 따르며 법을 지키고 세금을 내야 합니다. 질서를 어기면 처벌도 받습니다. 권력자의 통치하에서 이제 각 개인은 다른 사람이 갖는 만큼의 자유만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 평화와 질서를 얻습니다. 권력자와 사람들 간 일종의 계약을 맺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사회 계약’이라고 부릅니다. 홉스에 따르면 국가는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것입니다. 홉스는 그러한 국가를 영원히 죽지 않는, 곧 불멸의 신과 비교하면서, 소멸할 수 있는 신, 인공의 신(mortal god)으로 간주했고 이를 ‘리바이어던(Leviathan)’이라고 불렀습니다.

홉스 이후에 활동한 존 로크 역시 사람들 간 계약으로 권력이 생겨났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홉스와 달리 로크는 리바이어던처럼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군주에게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양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절대 군주가 개인의 자유, 재산, 생명을 침해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입니다. 로크에게 중요한 것은, 모두가 지켜야 할 법과 규칙을 제정하는 일이고, 그것은 모두의 동의 아래 이뤄져야 했습니다. 권력은 사회 구성원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맡겨진 것’, 곧 위탁된 것인데, 로크는 그 계약이 지켜지지 못해서 생명과 재산,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면 그 정부는 폐지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계약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그 권력에 저항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둔 겁니다.

사회적 동물:
정치가 필요한 이유는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로빈슨 크루소처럼 무인도에 혼자 산다면 정치는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이 서로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일과 정치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속에서 정치는 과연 무슨 역할을 할까요? 한 가지 흥미로운 설명이 있습니다. 오래전이지만 지금도 자주 인용되는 해럴드 라스웰이라는 정치학자의 설명입니다. 라스웰은 1936년에 다음과 같은 제목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정치: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갖는가?』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라는 의문사와 정치가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다른 학자의 정치에 대한 설명을 함께 보겠습니다. 데이비드 이스턴은 정치를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고 했습니다. 가치란 무엇일까요? 사회에는 돈이나 재화 같은 물질적 가치도 있고, 지위나 평판과 같은 비물질적 가치도 있습니다. 이스턴은 그런 사회적인 가치를 모든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 즉 ‘권위’로 나누는 것을 정치라고 했습니다. 라스웰과 이스턴이 말한 정치에 대한 설명에는 ‘가치 배분’이 공통으로 들어 있습니다. 라스웰이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갖느냐’고 한 말도 결국 가치를 어떻게 배분할지의 문제를 지적한 것입니다. 두 사람의 설명을 종합하면, 사회적 가치를 적절하게 나누고 그 배분 방식을 사람들이 수용하도록 하는 것이 정치입니다.

사회적 가치나 자원을 나누는 게 왜 중요할까요? 사회적 자원은 희소성을 갖습니다. 모든 사람이 원하는 만큼 나눠 가질 수 있을 정도로 사회적 자원이 많다면 다툼이나 갈등은 생겨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자원을 서로 더 갖겠다고 하면 다툼이 생겨나겠지요. 제한된 자원을 누가, 언제, 어떻게 나눠야 할지 결정하는 것이 바로 정치입니다. 그런데 만약 자기 입장을 대변할 대표자를 선출하고, 그들이 모여 협상, 양보, 타협을 통해 차이를 좁혀 합의안을 도출한다면 그 결정에는 동의할 사람이 많을 겁니다. 이것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행하는 가치 배분 방식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치의 배분은 국민의 동의를 전제로 합니다. 국민을 대신한 정치적 대표자들이 한데 모여 사회적 가치를 배분하는 방식을 결정하게 됩니다. 국민을 대신한 정치적 대표자가 바로 국회의원들이지요. 이 때문에 국회에서의 법과 예산에 대한 토의와 결정이 사회적 가치를 나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것이 정치의 중심에 국회가 놓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통령은 언제부터 생겨났을까?



민주적 절차로 선출하다


<대통령 직책은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우리나라 최고 정치 지도자는 대통령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옛날에는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없었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도 그런 자리는 없었습니다. 대신 왕이 있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언제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대통령제는 미국의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은 영국과 전쟁을 거쳐 1776년 독립을 선언했습니다. 신대륙에 새로 나라를 만들었기 때문에 미국은 유럽 국가들처럼 국왕이나 귀족과 같은 전통적인 지배 계급이 없는 사회였습니다. 독립 선언을 할 무렵에는 이미 미국 땅에 13곳의 사실상 서로 다른 나라가 들어서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들 13개 나라는 미국이라는 하나의 나라로 합치면서 새로운 통치 체제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여기에는 물론 군주제도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는 왕이 없지만, 필요하다면 영국이나 유럽 왕실의 혈통을 이어받은 누군가를 모셔다가 미국의 왕으로 만들 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미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왕을 세울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이들은 영국의 국왕이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며 자신들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한 일을 떠올리며, 왕을 세우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왕은 아니지만 왕과 같은 역할을 할 강한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 당시 미국인들은 이처럼 모순된 목표를 추구했습니다. 결국 많은 논의 끝에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 한 사람만 두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헌법 제정에 참여한 미국의 지도자들(‘건국의 아버지들’)은 어디로든 권력이 집중되면 개인의 자유와 재산,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건국의 아버지들’은 대통령을 세우되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견제할 방법을 마련했습니다.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우선 국가를 다스리는 권력을 입법, 사법, 행정으로 나누고 이들 중 어느 한쪽으로도 힘이 몰리지 않도록 했습니다. 입법부부터 살펴볼까요? 입법부는 법을 만드는 곳, 즉 우리나라 국회와 같은 곳입니다. 입법부는 상원과 하원 둘로 나눴습니다. 의회가 하나뿐이라면 어떤 선거 때 한 정치 세력이 큰 지지를 얻으면 의회의 힘을 그 세력이 독점하게 되겠지요. 하지만 의회가 상원과 하원으로 나뉘어 있으면, 한 세력이 입법부의 권력을 독점하게 될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집니다.

한편 사법부는 만들어진 법을 해석하는 곳입니다. 사법부는 법원을 말합니다. 어떤 법이 특정한 상황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해석하고 판단하는 곳이지요. 예로 도둑질하면 벌을 받는다는 법이 만들어졌다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이유로 무엇을 훔쳤는지 판단한 다음, 죄가 있는지 없는지, 죄가 있다면 얼마나 심각한지 구체적 사건에 맞게 법을 해석하는 것이 법원의 역할입니다. 그리고 행정부는 법으로 규정된 정책을 실행하는 곳입니다. 국민이 의무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법이 만들어지면, 학교를 세우고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며 교사를 충원하고, 학생들이 학교에 오도록 널리 알리는 것과 같이 법으로 정해진 사항을 실행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국가 정책을 실행하는 행정부는 대통령이 이끕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이 3가지 권력이 한 곳으로 쏠리지 않도록 권한을 나누고 또 서로 견제하도록 했습니다. 법은 의회가 만들지만, 그 법이 헌법에 위배되는지는 사법부가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대통령의 법 집행이 헌법과 어긋나는지 여부도 사법부가 판단합니다. 이렇게 권한을 분산해 놓았기 때문에 한 세력이 의회를 지배하고 있더라도 의회가 마음대로 아무 법이나 만들 수 없는 것입니다.

한편 대통령 역시 의회에서 만든 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의회에 대한 대통령의 견제 권한입니다. 대통령이 거부한 법안에 대해 의회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재적의원 2/3 이상이 찬성하면, 대통령이 싫어해도 그 법안은 법으로 확정됩니다. 하지만 상원과 하원에서 2/3 이상의 찬성을 얻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처럼 입법부에 대해서 사법부는 위헌 심사권으로, 그리고 행정부인 대통령은 거부권으로 입법부를 견제할 수 있습니다.

한편 대통령은 장관이나 대사 등 고위 관리, 그리고 연방 대법원장과 연방 대법원 판사를 임명할 권한이 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상원의 인준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입법부가 인사 청문회를 통해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대통령 등 고위 공직자가 잘못을 저지르면 의회는 탄핵을 결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의회가 탄핵을 의결(탄핵 소추라고 함)하면, 이에 대한 최종 판단은 연방 대법원에서 합니다. 우리나라는 헌법 재판소에서 하지만, 미국은 헌법 재판소가 따로 없고 연방 대법원이 그 권한을 갖지요. 대통령과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와 사법부의 견제 장치입니다.

사법부에 대해서도 견제 장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연방 판사를 임명할 권한은 대통령이 갖고 있는데, 이러한 임명을 검증하고 인준하는 곳은 의회입니다. 또 한편으로 의회는 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사법부 판결이 문제가 있다면 헌법을 개정하면 됩니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상원과 하원 모두에서 재적 의원 2/3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하고, 또 50개 주 가운데 3/4 이상의 주에서 비준을 받아야 합니다.

이렇게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의 권한은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고 서로 견제하도록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행정부도 법안이나 예산안을 제출할 권한이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법을 제안하거나 만들 수 있는 권한은 오직 의회에만 있습니다. 대통령이 원하는 법안이 있으면 의회 의원을 통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세 부 간에는 직책을 겸직할 수도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제:
외형상 같은 대통령제라고 해도 나라마다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 때문에 정치의 특성도 나라마다 다른 모습을 보이게 마련입니다. 미국 대통령제는 권력 분산과 견제가 중요했다면, 프랑스는 대통령에게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제는 내각제와의 혼합형으로 만들어졌지만 그 이후 긴 세월 동안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를 거쳐야 했습니다. 이제 민주화된 환경에서 우리나라의 대통령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고민해 보아야 할 시점입니다.



선거는 왜 중요할까?



참정권을 요구하다


<에밀리는 왜 달리는 말에 뛰어들었을까요?> 영국 남부의 작은 도시 엡섬에서 매년 열리는 경마 대회를 더비(Derby)라고 부르는데, 1913년에도 많은 사람의 관심 속에 엡섬 더비가 열렸습니다. 경주마 가운데는 국왕 조지 5세의 말 ‘앤머’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드디어 경주가 시작되었고 말들이 결승점을 향해 달리면서 코너를 돌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여성이 울타리 밑으로 빠져나와 말이 달리는 경주 코스로 뛰어들었고, 국왕의 말 앤머 쪽으로 달려갔습니다. 경주장으로 뛰어든 여성은 달리는 말과 충돌해 쓰러졌고 앤머의 기수 역시 말에서 떨어졌습니다. 경주마에 부딪힌 여성은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나흘 뒤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여성의 이름은 에밀리 데이비슨으로,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한 여성 참정권 운동가였습니다. 에밀리는 ‘여성에게 투표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경마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당시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나라는 거의 없었습니다. 1893년 뉴질랜드, 1902년 호주, 1906년 핀란드 등 몇몇 나라에서만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했지요.

공공의 문제에 참여할 권리:
우리나라는 1948년 제헌 헌법에서 남녀 차별 없는 보통 선거권을 규정했습니다. 이렇게 투표권이 확립된 우리 입장에서는 참정권을 얻기 위해 목숨까지 거는 상황이 잘 이해가 안 갈 수도 있습니다. 투표권이 없으면 뭐가 문제일까요? 투표권은 공공의 문제에 참여할 권리를 의미합니다. 공공의 문제를 다루는 국민 투표나 주민 투표에 참여해 의견을 낼 수도 있고,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시장, 군수 등 우리를 대신해서 공공의 일을 담당할 대표자를 선출하는 선거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선거에 직접 출마해서 그 일을 맡겠다고 할 수도 있지요. 만약 투표권이 없으면 공동체의 여러 사안에 대해 자기 의견을 표출할 기회가 사라지게 됩니다. 또한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할 때에는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없기 때문에 보호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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