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 가는 야생동물을 찾아서
백한기 지음 | 해성
잊혀져 가는 야생동물을 찾아서
백한기 지음
해성 / 2020년 1월 / 231쪽 / 20,000원
지리산 반달가슴곰
반달가슴곰 11개월 추적 촬영: 지난 2월, 경남 함양군 마천면 벽송사 뒷길에 반달가슴곰이 출몰했다는 지인의 전화를 받았다. 3월 초, 벽송사에서 출발해 벽송 능선을 타고 지리산에 올랐다. 등산로를 벗어나 4시간을 더 올라가니 아름드리 원시림이 끝없이 펼쳐진 곳이 나왔다. ‘반달가슴곰이 나온다’는 바로 그 숲인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취재팀은 반달가슴곰 서식 증거를 찾기 위해 본격적으로 추적에 나섰다. 인근 지역 주민들의 증언도 있었지만 조금씩 달랐다. 그러다가 우연히 한 약초꾼을 만났다. “지난해 딱 한 번 봤어요.” 지리산 둘레길 송대마을의 정현주(58) 씨가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과 조우한 것은 지난해 5월 모내기할 무렵이었다. 그날도 정 씨는 배낭을 메고 산에 올라가는데 갑자기 숲에서 튀어나온 반달가슴곰과 딱 마주쳤다. “순간, 가족 얼굴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갔어요. 곰은 예민해서 상당히 보기 어려운데, 나도 놀랐고 반달가슴곰도 놀랐어요. 곰은 앞발을 들고 일어서서 울음소리를 내며 위압감을 주더군요. 나는 곰과 눈싸움을 하면서 천천히 뒷걸음으로 도망쳤지요.”
정 씨는 지리산은 워낙 높고 짐승이 있어 위험한 곳이라고 했다. 그는 사림재를 지나 더 올라가면 8만 평 정도의 진숲이 나온다고 했다. 이곳은 산벚나무, 물푸레나무, 떡갈나무, 피나무, 신갈나무 등이 원시림을 이루고 있어 일반인들은 찾기 힘들다고 했다. 숲이 얼마나 길게 이어져 있는지 약초꾼들은 그 숲을 ‘진숲’이라고 불렀다. 바로 그곳에 반달가슴곰이 서식한다고 했다.
깊고 울창한 지리산 어디쯤 반달가슴곰이 산다는 증언에 힘을 얻어 본격적으로 산을 누비기 시작했다. 반달가슴곰을 추적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사람의 길이 아닌 동물의 길로 가야 하니 거칠고 험했다. 우선 반달가슴곰이 다닐 만한 길목을 몇 군데 정해, 움직임이 포착되면 자동으로 찍히는 방식의 무인 센서 카메라를 설치했다. 다른 장소에는 위장막을 설치하고 직접 촬영을 시도했다. 그러나 아무런 소득 없이 봄이 지나고 여름이 흘러갔다. 그리고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가을은 야생동물을 추적하기에 제격이다. 먹이가 풍부하면 배설이 잦아지므로 그 흔적이 남는다. 예상대로 반달가슴곰의 배설물을 발견했다.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배설물은 가파른 계곡 지대를 따라 이어졌다.
이곳에서 가까운 숲길에 설치해 둔 무인 센서 카메라를 확인하러 갈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과연 반달가슴곰이 찍혔을까? 먼저 카메라에 찍힌 건 멧돼지 무리였다. 담비의 집단 서식과 함께 수많은 야생동물이 이곳 일대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의외의 수확이었다. 하지만 반달가슴곰은 없었다.
낙엽이 쌓이기 시작했지만 반달가슴곰의 먹이 활동이 활발해지는 시기였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 깊은 계곡에서 한 무더기 배설물이 발견됐다. 반달가슴곰에게 한 발짝 다가선 느낌이었다. 인근에서 또 다른 흔적도 발견되었다. 지리산에 분명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을 텐데…. 이렇게 기대와 실망이 엇갈린 지 10개월이 지나고 있었다.
매일매일 무인 센서 카메라를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모니터에는 산책하는 벽송사 스님, 약초꾼, 등산객도 보였지만 반달가슴곰은 없었다. ‘촬영은 실패한 것일까?’ 상실감이 밀려오던 지난달 22일 오전 11시 21분 마침내 반달가슴곰이 카메라에 포착되었다. 11개월간의 추적 끝에 반달가슴곰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왼쪽 귀에 무선 추적 장치(GPS)를 달고 있는 것으로 보아 방사된 놈이었다. 그렇게 반달가슴곰이 첫 모습을 드러냈다.
1950년 반달가슴곰 사냥꾼 증언: 지리산에는 65년 전에도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었다. 1950년 함양군 마천면 벽송사 아랫마을에 사는 김종현(87) 할아버지는 당시 22살의 젊은 사냥꾼이었다. “1950년 초까지 지리산에는 먹이가 풍부해 반달가슴곰이 자주 주민들에게 발견됐지. 약 100마리쯤 된다고 들었어. 특히 도토리가 떨어지는 늦가을이면 마을 사람들이 반달가슴곰을 보았다는 얘기가 자주 들렸지.”
어느 날 할아버지는 곰을 잡으러 가는 포수를 따라 산에 올랐다. 그 당시 곰은 특정인만 잡을 수 있었다. 포수를 따라간 김 할아버지는 올가미에 걸린 곰을 보았다. 늦은 봄, 두릅 밭에서 두릅을 먹던 반달가슴곰이 올가미에 걸린 것이다. 총살만 하면 되었다. 엽총을 들고 겨냥하자, 반달가슴곰은 목에 줄이 감겨 있었는데도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을 쳤다. 반달가슴곰은 가죽이 얼마나 튼튼한지 가까이 다가가서 총탄을 쏴야 했다. 정면을 향해 조준하자, 반달가슴곰이 눈에 불을 켜고 곧 덮칠 것처럼 사나워졌다. 연거푸 총탄을 발사했다. 총탄이 가슴에 박히는 순간 ‘우우우악~’ 하며 큰 소리를 내더니 올가미를 뜯고 도망쳐 달아났다. 사람들과 같이 핏자국을 따라가 보니 두릅 밭에 곰이 쓰러져 있었다. 당시 반달가슴곰은 부산의 모 한의원에 15만 원에 팔렸다.
지리산은 야생 반달가슴곰이 살기 좋은 곳임이 틀림없다. 65년 전에도 반달가슴곰이 살았고 지금도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는 걸 확인했으니 말이다.
반달가슴곰 이동 경로 추적 현장: 취재팀은 지리산 반달가슴곰을 연구하는 추적팀을 만났다. ‘국립 공원 멸종 위기종 복원센터’ 연구원들인데 무선 발신기를 가지고 있었다. 지난 10월 전남 구례군 복원 센터에서 오전 9시경 출발했다. 일행은 차량으로 30분간 이동하여 경남 하동군 지리산 형제봉(1,117m)에 도착했다. 연구원들은 탐방로를 벗어나 길 없는 원시림을 헤쳐 나갔다.
10kg의 배낭을 멘 연구원들은 안테나와 무전기까지 들고 있었다. 배낭에는 각종 추적 장비와 함께 김밥과 물이 있었다. 숨이 차고 힘들었지만, 반달가슴곰 이동 경로 현장을 보기 위해 끝까지 따라갔다. 계곡을 건너고 다리를 지나 끝없는 숲을 걸었다.
탐방로를 벗어나 3시간쯤 올랐을 때였다. 갑자기 임종현(39) 연구원이 큰 바위 위로 올라섰다. 한 손에 안테나를 높이 들고 무선 위치 추적기에 귀를 바짝 대더니,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GPS)을 이용해 지도 위에 점을 찍었다. 발신기에서 소리가 들렸다. ‘삑 삑 삑’ 노련한 연구원이 안테나를 돌려서 위치를 찾아냈다. 깊은 계곡에서는 전파가 서로 부딪히기 때문에, 발신 장소를 찾는 데 경험이 중요했다. 48번 반달가슴곰이 ‘벗점골’로 위치가 확인되자, 연구원들은 바빠졌다. 20분 동안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 계속 기록을 했다.
같은 시각 또 다른 곳에서 손대삼(39) 연구원 발신음 추적기에도 ‘삑 삑 삑’ 희미한 신호음이 잡히기 시작했다. 점차 소리가 커지면서 신호음 크기를 표시하는 막대 수가 늘어났다. 52번 반달가슴곰 위치는 ‘대승골’로 확인되었다. 복원기술부 이승훈(42) 팀장은 벗점골의 2살짜리 48번 새끼 반달가슴곰의 몸무게는 50kg 정도라고 했다. 4살짜리 52번 반달가슴곰의 몸무게는 125kg에 달한다고 했다.
연구원들은 매일 2인 1조로 지리산 일대 반달가슴곰 38마리를 추적한다. 반달가슴곰의 개체 관리와 생태를 파악하기 위해 귀에 붙여 놓은 발신기는 배터리의 지속 기간이 1년 정도여서 적기에 갈아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곰의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 지리산이 넓어 한순간 놓치면 반달가슴곰이 어디 있는지 쉽게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매일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다. 올가미에 걸렸는지, 건강한지, 민가 쪽으로 내려오지 않는지 등 위치를 확인하며 개체의 주요 동선을 파악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연구원들은 야생동물에게 GPS를 부착시켜 서식지와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있다. 수신음을 따라 험한 산을 이동하는 일은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발신기 교체나 유전자 감식을 위해 반달가슴곰을 생포하는 일은 더욱 위험천만한 일이다. 등산로가 아닌 능선과 계곡을 따라 이동하며 굴속에서 잠을 자는 일도 그들의 일상이라고 했다.
자연 적응 훈련과 방사를 통한 연구 사례들은 중요한 자료가 된다. 연구원들의 노력과 시행착오는 한 단계씩 발전하는 종 복원의 뿌리가 되는 작업들이다. 종 복원은 자연 생태계를 복원하고 먹이 사슬을 부유하게 할 뿐 아니라 다음 세대에 큰 선물로 남을 것이다.
한반도의 마지막 반달가슴곰: 한반도에 야생 반달가슴곰이 사진이나 흔적이 아닌 실물로 마지막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83년이었다. 설악산 마등령에서 밀렵꾼의 총을 맞고 신음하던 반달가슴곰이 있었다. 밀렵꾼은 납이 든 사제 총탄을 사용했고, 부검 과정에서 어른 주먹 크기의 웅담이 나왔는데 공개 입찰로 판매했다. 죽은 반달가슴곰은 10년생 암컷이었는데 수태한 흔적이 없었다. 이렇게 설악산 밀렵꾼에 의해 희생된 후로는 반달가슴곰의 흔적이 일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다 2000년 11월 생태 전문가 김창수 씨가 최초의 야생 반달가슴곰 흔적을 발견하고 전주 MBC 방송사에 제보했다. 그때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 촬영에 성공하면서 야생 곰 실체가 확인되었다.
현재 지리산에는 야생 반달가슴곰이 4, 5마리 사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04년부터 시작한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으로 지금까지 38마리를 방사했다. 이후 새로 태어나기도 하고 죽기도 해서 현재 38마리 정도가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야생 반달가슴곰과 방사 반달가슴곰을 모두 합쳐 약 43마리 정도가 지리산에 서식하고 있는 것이다. 반달가슴곰처럼 한번 멸종 위기 종이 되면 복원하기가 매우 힘들다.
종 복원 센터 연구원들은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반달가슴곰을 방사하고, 자연에 적응시켜 서로 짝짓기를 하게 하거나, 혹은 야생 반달가슴곰과 짝짓기해 복원시키는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다. 단군 신화에 등장하는 곰, 그 반달가슴곰이 지리산에서 지금 복원되고 있다. 또 다른 신화가 창조되고 있는 것이다.
취재팀과 함께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을 추적하면서 고생도 많았지만, 반달가슴곰의 특성을 알게 된 것이 큰 수확이었다. 근 1년을 취재하는 동안 물심양면 도움을 주신 벽송사 원돈 주지스님과 다양한 정보를 전해 준 지리산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기획 시리즈를 끝내게 되어 홀가분하면서도 섭섭한 마음은 지리산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향해 서성대고 있다.
수달 부산의 대표적 도심 하천인 수영강에서 서너 마리씩 무리 지어 사는 수달의 모습이 수차례 추적 끝에 카메라에 포착됐다. 천연기념물 제330호, 멸종 위기 야생동식물 1급인 수달은 매끈한 몸매에 능수능란한 수영 솜씨를 뽐냈다. 서로 뒤엉켜 물장난을 치고 잽싸게 물고기를 사냥하는 모습은 물속 포식자의 진면모를 그대로 보여 주었다.
취재팀이 수달 추적에 들어간 계기는 오래전 직장 동료였던 최충식 씨의 제보 때문이다. 그는 “수영강과 그 지류인 온천천 하류가 만나는 지점에서 밤이면 날쌘 동물 한 마리가 물속에서 머리와 콧구멍을 내밀고 헤엄치고 다녀요.”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취재팀이 현장 주변을 샅샅이 뒤져 배설물을 확인한 결과 수달이 분명했다. 문제는 어떻게 카메라에 담느냐였다. 추적과 잠복을 수차례 반복했지만, 수달을 촬영하는 데 실패했다. 주로 밤에 활동하며 눈과 귀가 유달리 예민한 수달을 촬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매일 아침 출근길마다 이곳을 지나면서 오로지 ‘수달이 어디 있을까?’라는 생각뿐이었다.
지난 2월, 취재팀은 또다시 수영강을 찾았다. 흔적은 있지만 목격된 적이 없는 수달, ‘오늘은 볼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온천천 하류와 만나는 목 좋은 지점에 자리를 잡고 하염없이 기다렸다. 한편으로는 도심의 가로등 불빛과 차량 소음이 가득한 이곳에서 과연 수달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도 들었다.
수달을 기다린 지 3시간 남짓. 목 놓아 기다리던 녀석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수달이 물에서 올라와 맨 먼저 하는 일은 바로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는 일이었다. 그리고는 마치 할 일을 다 끝낸 듯, 녀석은 물 위로 얼굴을 내놓은 채 잠시 머물다 하류로 사라졌다. 행여 다시 올까 싶어 1시간여를 더 기다렸지만 허사였다. 그래도 수영강에서 수달을 처음 확인한 것만 해도 큰 수확이었다.
천성산 남쪽 계곡에서 발원해 남으로 흘러 법기ㆍ회동 수원지를 이룬 뒤 수영구와 해운대구를 가로질러 수영만과 만나는 이곳 수영강은, 지류인 온천천과 연결되는 특성상 각종 어류와 바다 생물이 공존하고 있어 수달이 먹잇감을 얻는 데 안성맞춤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족제빗과의 포유류인 수달은 몸길이 63~75cm, 꼬리 길이 41~55cm, 몸무게 5.8~10kg 정도이다. 몸매는 족제비와 비슷하지만 크기는 훨씬 크고, 몸은 수중 생활을 하기에 알맞게 되어 있다. 먹이는 주로 어류, 특히 비늘이 없거나 적은 어종들을 잡아먹는다. 개구리나 게도 잘 먹는다.
수달이 물속에 들어가 견딜 수 있는 잠수 능력은 5~8분 정도이다. 다리가 짧고 몸이 유선형이라 빠른 속도로 헤엄칠 수 있다. 해서, 수달은 강바닥까지 종횡무진 누비며 물고기를 찾아낸다. 수달이 물고기를 사냥할 수 있는 추적 장치는 입 주변의 긴 수염이다. 코와 귀는 수중에서는 자동으로 닫혀 물이 들어오는 것을 차단한다.
수달의 또 다른 수영 비결은 발바닥의 모양이다. 다른 육상동물과 달리 수달의 발바닥은 물갈퀴 구조로 되어 있어 훌륭한 물고기 사냥 도구가 된다. 앞발을 손처럼 사용해 물을 휘저어 물고기를 찾으면 빼어난 수영 실력으로 추격한다. 이리저리 급선회도 가능하며 주둥이와 앞발을 이용해 단숨에 물고기를 낚아챈다.
지난 3월에는 앞서 수달을 봤던 지점에서 5km 정도 떨어진 하류에 위치한 민락동 방파제를 찾았다. 역시 제보에 의해서였다. 턱 밑으로 파고드는 칼바람 속에서 잠복 두 시간쯤 지난 자정께, 어둠 속에서 꿈틀대는 동물의 은밀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방파제 아래 돌 틈에서 3마리의 수달 가족이 어슬렁거리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추위가 싹 가셨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숨을 죽인 채 수달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수달의 본격적인 먹이 사냥이 시작됐다. 수달이 유연한 자맥질로 물고기를 낚아채 수면으로 모습을 드러낸 건, 사냥에 나선 지 불과 20초 만이었다. 물고기 한 마리 정도는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수달이 하루에 먹는 양은 2~3kg 정도다. 녀석들이 굶주린 배를 채우려면 조금 더 사냥을 해야 했다. 수달은 생각보다 아주 빨리 물고기를 사냥했다. 그들은 물고기의 머리만 남긴 채 뼈와 지느러미까지 야무지게 먹어 치웠다.
박용수 생태 전문가는 “수달이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수영강에 아직 건강한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중요한 증거”라며 “수질이 개선되면서 물고기 등 먹이가 늘어 수달이 하류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발자국과 배설물을 추적 조사한 결과, 최소 6마리 이상의 수달이 이 일대에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므로 수달 보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달은 1950, 60년대 무분별한 포획과 난개발 등으로 서식 환경이 급격히 악화돼 개체군이 감소했다. 하지만 최근 국립 공원 종 복원 센터(전남 구례)와 수달 복원 증식 센터(강원도 양구)가 개원하면서, 전국에 걸쳐 수달 보호 활동이 탄력을 받아 한때 멸종 위기에까지 몰렸던 수달이 지금은 개체 수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멧돼지야생의 세계는 이미 멧돼지의 세상이 되어 버렸다. 현재 국내 산천에서 멧돼지를 공격할 수 있는 맹수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천적이 사라진 이 땅에서 이제 멧돼지는 천하무적이다. 불행히도 멧돼지는 생태계 내에서 개체 수를 조절 받을 기회를 잃은 셈이다. 그 결과 개체 수가 크게 늘었고 먹이는 부족해졌다. 종족 번식이 곧 자기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나라 멧돼지들의 비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