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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으로 가출한 사서

김지우 지음 | 산지니


도서관으로 가출한 사서

김지우 지음

산지니 / 2022년 3월 / 164쪽 / 12,000원





책장 속에 파묻힌 어린 나


도서관에 대한 최초의 기억은 누런색이다. 이 색은 인생 첫 도서관이었던 이동 도서관의 색이다. 이동 도서관은 버스를 개조해서 만든 도서관으로 이름 그대로 아파트, 노인정, 군부대, 마을 회관 등 다양한 장소로 이동한다. 내가 어렸을 때 살던 아파트에는 매주 수요일마다 이동 도서관이 찾아왔다.

나는 이동 도서관만 떠올리면 누렇다는 색감이 먼저 떠오르는데, 누런색의 독서 기입장이 원인일 수도 있고, 여기에서 빌렸던 책 대부분이 손때가 많이 묻은 누런 누더기 같아서였을 수도 있다. 요즘은 내, 외부를 모두 색색으로 칠한 예쁜 이동 도서관이 많은데 내 기억 속 그곳은 좁디좁고 누렇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이동 도서관이 찾아오던 수요일을 기분 좋게 기억하고 있다. 이곳에서 빌렸던 책들은 주로 도깨비와 내기를 하고, 호랑이를 쫓고, 갑자기 노승이 변신을 하는 옛날이야기 종류, 그리고 마녀가 저주를 걸고 용사가 괴물과 싸우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나는 학교 수업 시간에 나올 법한 위인들의 이야기보다 수업 시간 중간중간 선생님이 잠 깨라고 들려주는 전설, 민담, 설화 등의 이야기를 좋아했다. 이런 이야기들은 어린아이들에게 풍부한 감정을 일으키기 때문에 관심이 갔던 것 아닐까. 이동 도서관은 도서관에 대한 최초의 기억을 만들어 준 곳이고 이 기억이 꽤나 괜찮았기 때문에 나는 이 누런색 기억을 떠올리면 마음이 노곤해진다.

물론 이 시절의 기억은 뚜렷하지도 명확하지도 않다. 엄마 손에 이끌려 이동 도서관에서 처음 책을 빌린 나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라고 생각했는데 어머니 말씀을 들어 보니 대여섯 살부터 데리고 다녔다고 하신다. 나는 내 생각보다 더 일찍 도서관 조기 교육을 받은 사람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공립 독서실을 이용했다. 반에서 공부를 잘하던 친구를 따라서 간 것이 시작이었다. 명칭만 ‘독서’실일 뿐 책 한 권 없는 학습실이었지만 나에게는 많은 책을 읽게 해 준 도서관이었다. 독서실에 갈 때면 항상 동아전과와 연습장, 그리고 읽을 소설을 챙겨 갔다. 두꺼운 전과 책은 교과서의 모든 비밀을 적어 놓은 듯한 해설서였고 이를 연습장에 따라 적으며 공부를 했다.

독서실에는 교복을 입은 중, 고등학생이 다수였던지라 초등학생이었던 친구와 나는 묘한 위압감을 느꼈지만, 제대로 공부한다는 성취감도 있었다. 그리고 공부가 지겨워지면 가져간 소설책을 뒤적거렸다. 당연하지만 공부가 지겹지 않은 날이 있을 리 없었고 거의 매일 소설책을 읽었다.

독서실에서 읽는 책은 어찌나 달콤한지, 다른 일을 하면서 놀면 괜히 마음이 불편한데 독서는 독서실에서 응당 해야 되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독서는 마음의 면죄부가 되어 합법적으로 놀 수 있게 만들어 줬다.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다, 또 책을 읽다 보면 저녁이 됐고, 집으로 가는 어둑해진 거리의 느낌이 좋았다. 주로 자전거를 타고 다녔는데 자전거로 가르는 밤공기에는 상쾌함과 뿌듯함이 교차했다.

그렇게 공립 독서실을 이용하던 중, 독서실과 3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의정부정보도서관이라는 큰 공공 도서관이 생겼다. 나의 첫 공공 도서관이며, 집에서 부모님과 싸웠을 때 도피처가 되어 준 곳이고, 소설가란 꿈을 키운 곳이며, 해마다 수많은 책을 나에게 빌려준 도서관이다.

정보 도서관의 첫인상은 ‘엄청 크다.’였다. 지하 1층, 지상 4층짜리 건물인데 3, 4층은 의회가 쓰고 있어 사실 외관에 비해서 장서가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버스 한 대분의 책이 전부였던 나에게 그곳은 신대륙이나 마찬가지였다. 지하 1층에는 식당과 강당, 1층에는 어린이 열람실과 학습실, 2층에는 성인 열람실과 멀티미디어실이 있었다.

2층이 나의 주 무대였지만 가끔 소란스런 분위기가 끌리면 어린이 열람실에서 책을 읽기도 하고, 쉴 때는 지하에 갔다. 그때는 층별 구조를 보고 마치 던전을 돌아다니는 모험가가 된 것 같은 동화적 상상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역시 사람은 거주 공간이 넓어야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부동산 개념만 다시금 떠오른다.

이 도서관에선 정말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다. 2층 열람실에 들어가면 가운데에 책을 읽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고 좌우로 책장이 나누어져 있었다. 좌측에는 층류, 철학, 종교, 사회 과학, 자연 과학, 기술 과학책이, 우측에는 예술, 어학, 문학, 역사책이 있었다. 나는 주로 우측 책장에서 한국 소설, 외국 소설을 한 권씩 빌리고 좌측으로 가서 비문학 한 권을 빌리곤 했다. 한 번에 하나를 읽기보다 여러 분야의 책을 번갈아 가며 읽는 건 어렸을 때부터 버릇이다. 문학책만 보면 머리가 너무 말랑해지는 기분이고 비문학을 보면 좀 딱딱해지는 기분이라 이 둘을 적절히 섞어 균형의 수호자가 되고자 했다.

나는 유독 ‘사람’에 대해서 궁금증이 많았다. 개인의 발달 요인과 행동의 이유를 설명하는 점에서 심리학이 좋았고, 둘 이상 사람이 모였을 때 어떤 작용이 일어나는지 설명하는 사회학이 좋았다. 종교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종교를 믿기 위해서가 아니라 종교를 믿지 않기 위해서라는 점에서 증거를 수집하는 형사에 가까웠다. 원래 중학생 즈음에는 세상 모든 것에 반항하고 싶어 하는 기질이 있지 않나. 많은 조사를 한 나머지 스톡홀름 신드롬을 일으켜 종교에 귀의할 수도 있었을 텐데, 참 흥선대원군 같은 학생이었다.

장르 소설도 많이 읽었고 인터넷 소설, 소위 ‘인소’라고 부르는 책들도 꽤 읽었다. 나는 한 번 읽은 책은 보통 다시 읽지 않는다. 그런데 인터넷 소설들은 서너 번씩 읽곤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인소를 가볍다 욕하지만 사람을 홀리는 매력만큼은 뛰어난 마약 같은 책들이다. 『비뢰도』와 『아린 이야기』를 보면서 판타지 세계로 떨어진 용사를 꿈꿨고, 『국화꽃 향기』, 『이라샤』를 읽으며 심장이 쿵쾅쿵쾅 떨렸다. 그때의 감정이 그리워서 그 책들을 다시 찾아보곤 했는데 지금은 대체 왜 이런 유치한 책을 보고 그런 감정이 들었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나는 유독 슬픈 짝사랑 이야기를 좋아했다. 그리고 연애를 책으로 배워서 그런가, 뒷장에 나올 내 첫사랑은 짝사랑으로 끝난다. 도서관에는 ‘음료를 흘리지 마세요’ 등의 안내문이 있는데, 로맨스 소설 주변에는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등의 안내문도 세워야 한다.



‘아, 사서가 하는 일에는 수작업이 많구나.’


도서관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 장소가 가지고 있는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날로그를 찾는 사람들에게 이 도시가 스팸 메일만 쌓여 있는 회사 메일함이라면 도서관은 옆자리 동료가 준 손 편지 같을 것이다. 이런 분들은 책을 읽는 태블릿 PC에 넘기는 디스플레이 효과를 추가하고 책 향수를 뿌린다.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인 사서들은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데 많은 분들이 원목이 드러난 가구를 선택한다. 도서관에는 책장 넘기는 소리와 책 향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고 이들이 나무 가구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도서관만큼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교체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공간이 또 없다. 우선 회원증부터 살펴보자. 도서관에 가입을 하면 회원증을 준다. 가입비가 있냐는 질문을 가끔 받곤 하는데 공립 도서관의 대부분 서비스는 무료다. 문화 강좌나 3D 프린터 이용 정도만 요금을 받곤 한다. 참고로 서울시에 있는 도서관들은 대부분 서울시에 거주하거나 서울에 직장이 있으면 가입이 가능하며 타 자치구 도서관 또한 이용 가능하다. 인접한 3개 자치구의 도서관을 모두 이용하시는 분도 봤다.

다시 회원증 이야기로 돌아와서 도서관에 가입하면 회원 카드를 준다. 보통 발급은 무료, 재발급의 경우 천 원 정도 수수료를 받았다. 그런데 요즘은 서울시 앱 카드로 회원증 발급을 받는다. 앱 카드는 서울시에 있는 모든 도서관하고 연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훨씬 더 범용성이 좋다. 그렇지만 플라스틱 카드가 없어지는 것이 가끔 아쉽다.

교통 카드도 없었던 어린 나에게 도서관 카드는 유일한 카드였다. 가족 카드까지 3~4장을 가지고 다니면 마음이 든든했던 기억도 난다. 도서관에 갔는데 읽고 싶은 책을 5권 발견했다고 생각해 보자. 카드 한 장당 대출 권수가 3권이라면 2권의 책을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가족 카드(요즘은 가족 구성원을 하나의 카드로 묶어서 대리 대출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가 풍족하면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도서관을 통해 카드가 주는 풍족함을 미리 경험할 수 있었다.

카드를 만들고 나면 책을 빌릴 수 있다. 서가 속을 누비며 책들을 살펴보자. 책들 뒷장마다 다 RFID 스티커(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의 약자. 책의 정보를 저장하는 태그. 여기에 저장한 정보는 무선 주파수를 통해 읽을 수 있다.)가 부착되어 있다. 보통 도서관 대출 규정 등이 적힌 은닉 스티커가 그 위에 붙어 있어서 모르지만 그 안에는 개당 200원짜리(계속해서 저렴해지고 있다.) 얇은 은색 칩이 있다. 예전에는 책장 앞에 바코드만 붙여서 대출을 하려면 한 권당 ‘삑-’ 소리를 한 번씩 들어야 했다. 그러나 요즘은 책마다 RFID 스티커를 부착해서 한 번에 대출이 가능하다. 삑 소리도 나지 않는다.

대학생들에게 농촌 활동, 일명 농활이라는 봉사 활동이 있다. 지역 농가와 학생회가 협약을 하여 대학생들이 바쁜 시기에 농촌으로 내려가 1주일 정도 어르신들의 일을 돕는 활동이다. 그런데 문헌정보학과 학생들에게는 농활 외에 ‘도활’도 있다. 농활과 마찬가지로 주로 지방에 있는 작은 도서관과 협약을 맺어 1주일 정도 그 도서관 주변에서 숙박을 하며 도서관을 돕는 활동이다. 그리고 그때 주로 하는 일이 이 도서관 디지털 작업이다. 사실 이름은 디지털인데 하는 일은 아날로그다.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을 꺼내서 바코드나 RFID 스티커를 붙이고 책의 정보를 입력해 주는 것이다. 머리보다 손이 바쁜 작업이다.

소장된 책을 한 3천 권 정도라고 생각하면 책 하나에 붙이는 스티커가 6~7개(바코드, 분류, 청구 기호, 훼손 방지 스티커X2, RFID, 은닉 방지 스티커 등) 정도니 정말 1주일 내내 스티커만 붙이다가 갈 때도 있다. 도활을 하고 나면 ‘아, 사서가 하는 일에는 수작업이 많구나.’를 깨닫게 된다. 고되긴 하지만 1주일 내내 같은 과 선후배들과 숙식을 하고 지내며 즐거움을 찾는 학생들도 많다. 이 학생들은 자신의 주량 내지 주사 또한 깨닫곤 한다. 이래저래 많은 깨달음을 주는 도활이다.

마음에 드는 책을 골랐으면 안내 데스크로 향하자. 사서 선생님이 앉아 계신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서를 지나치고 무인 대출 반납기로 간다. 상호 대차나 예약 도서가 있지 않은 이상 굳이 안내 데스크에 오려고 하지 않는다. 이건 도서관의 변화가 아니라 사람들의 변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의 젊은 사람들은 대면 소통을 꺼려서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도 전화 대신 앱 주문을 선호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이전부터 이렇게 비대면 사회를 준비해 K-방역의 기반을 닦아 왔다.

비대면의 장점이 없어도 무인 대출 반납기는 간편하다. 우선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에 도서관이 문을 닫은 후에도 본인이 예약한 도서를 찾거나 반납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이용자가 정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책을 추천해 주는 기기도 들어오고 있다. (플라이북 www.flybook.kr)

종이 카드에서 앱 카드로 변한 회원 카드, 방문 대출에서 스마트 대출로 변한 도서관을 보면 기계가 인간을 고용 시장에서 몰아낸다는 뉴스가 떠오른다. 도서관이라고 하면 책으로 가득한 디지털 시대에 마지막 남은 아날로그 장소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곳도 이미 디지털 세력이 점령한 지 오래다.



도서관이 다 똑같다고요? 아주 달라요!


도서관에 근무하는데 주말에 또 도서관으로 놀러 간다고 하면 친구들은 나를 정말 책에 미친 사람으로 쳐다본다. 그렇다면 카페에서 알바하면 주말에 카페 안 갈 거냐고 받아친다. 보통 한 사람이 이용하는 도서관은 1~2개 정도이지 않을까. 집 근처 작은 도서관, 공부하러 가는 공립 도서관. 그렇다 보니 사람들은 세상의 도서관은 전부 다 자신이 방문하는 도서관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을 한다. 도서관이 뭐 다 똑같지, 뭐가 달라! 그러나 일할 때 마시는 커피와 주말에 친구들과 즐기는 커피가 다르듯 도서관도 매력이 다 다르다.

서울에 있는 독특한 도서관을 검색하면 현대카드 더라이브러리가 나온다. 여행 전문으로 여행 관련 서적만 있는 도서관이다. 방문 시 체험 가능한 여행 상담 서비스가 독특했다. 다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도서관이 아니기 때문에 공간에 꾸려진 콘텐츠가 다양하진 않다. 가까이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방문을 추천하지만 굳이 찾아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코엑스 별마당도서관도 검색 결과로 많이 나온다. 이곳은 참 예쁘지만 사서 입장에서는 이곳이 왜 도서관인지 알 수 없다. 대출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책을 파는 곳은 도서관이 아니라 서점이다. 이곳이 도서관이라면 영풍문고는 왜 영풍도서관이 아닌가. 그러나 예쁜 포토 존임에는 확실하다.

서울에 있는 공공 도서관 중에 사서들에게 유명한 도서관들이 있다. 먼저 데이트하기에 좋은 예쁜 도서관이다. 종로에 있는 청운문학도서관은 한옥 건물로, 정독도서관은 <그 남자의 책 198쪽> 등 다수의 영화 촬영장으로 유명하다. 성북, 광진은 행사를 열심히 하는 도서관으로 유명하다. 일을 기업처럼 빡빡하게 시킨다는 악명도 있지만 그만큼 배울 것이 많고 자기 뜻을 펼치기 좋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마포구는 앞의 둘만큼 알려지지 않았는데 글을 쓰며 자료 조사를 하다 보니 행사가 알차서 눈여겨보게 됐다. 사실 집이 의정부인지라 강 남쪽보다는 강 위쪽에 정보가 밝아서 강 위쪽 도서관만 언급되었을 수도 있다.

서울 밖으로 고개를 돌리면 출판 도시 파주를 빼놓을 수 없다. 파주 도서관들이 하는 행사들을 보면 출판사와 연계가 잘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립 도서관 중에는 느티나무도서관이 유명하다. 사립이라서 공립보다 자유로운 점이 장점인데, 이 장점을 가장 잘 살려서 독특한 행사를 많이 시도하는 곳이다. 최근 ‘밤의 도서관’이라고 하여 정림학생건축상 수상작 전시를 주관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건축학도와 사서가 앞으로 도서관이 어떻게 변할지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보며 도서관의 미래를 그려 볼 수 있었다.

특정 지역을 떠나서 도서관의 성격을 생각해 보면, 앞으로는 주제 전문 도서관이 많아질 거라 생각한다. ‘도서관’ 하면 세상 모든 지식을 다 구비해야 하는 사명감을 띠고 있는 장소처럼 느껴진다. 보통 도서관은 철학, 종교, 정치, 경제, 과학, 문학 등 모든 주제의 책을 갖고 있지 않나. 그러나 주제 전문 도서관은 한 가지 주제에 특화된 자료를 집중해서 가지고 있는 도서관이다. 특정 주제의 책만 보유하는 도서관은 어쩐지 편식을 하는 아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한 가지 주제의 책만 보유하면 그 주제에 관심 없는 이용자들은 어쩌려고 그러는 걸까. 운영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는데 이게, 잘 된다.

한 예로 음악 도서관을 보자. 내가 자란 의정부는 참 도서관 복이 많은 동네다. 정보 도서관 외에도 천문대가 있으며 과학책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과학 도서관이 있고, 어린이책만 보유한 어린이 특화 도서관도 있다. 게다가 2020년에 미술 도서관이 개관을 했고 이어서 2021년엔 음악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사람들이 의정부라고 하면 부대찌개만 아는데 살기 좋은 문화의 도시 의정부에는 도서관이 참 잘 되어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음악 도서관을 보면 왜 음악책만 많이 있냐, 다른 책들도 넣어 달라는 민원이 예상될 수 있다. 그러나 두 가지 요인이 있어 주제 전문 도서관이 문제없이 운영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로 상호 대차가 잘 되어 있고 두 번째로 음악 도서관 인근에 다른 도서관이 많다. 음악 도서관에는 음악책만 있지만 다른 도서관 방문이 쉽고, 아니면 다른 도서관 책을 신청해서 음악 도서관에서 받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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