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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긴 숨결

페터 볼레벤 지음 | 에코리브르


나무의 긴 숨결

페터 볼레벤 지음

에코리브르 / 2022년 4월 / 308쪽 / 18,000원





1부 나무의 지혜



지혜는 씨앗에 숨어 있지


숲에서 산림을 경영할 때는 너무나도 분주한 경우가 많다. 사람이 어떻게 산림에게 기후 변화와 열기 그리고 가뭄의 시기를 대비하라고 할 수 있을까? 나무는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유전적 적응력을 고려하면 유감스럽게도 극단적으로 천천히 배운다. 유전자가 변화함으로써 특징이 바뀌는 돌연변이는 다음 세대에 가서야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자연적인 숲에서 나무가 나이 들어 죽은 다음에야 비로소 다음 세대가 탄생한다. 종류에 따라서 이 기간은 600년이 걸릴 수도 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행하고 있는 기후 변화의 시대에 느려도 너무 느리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동물들-예를 들면 토끼-은 확실히 뛰어나다. 암컷 토끼는 새끼를 배고 있는 동안 또다시 새끼를 임신해 엄청나게 빨리 증식할 수 있다. 토끼는 1년에 서너 번 새끼를 낳음으로써 유전적 편차와 적응에 잘 맞출 기회가 있다. 그러나 유전자 돌연변이는 목적에 맞게 진행되지도 않고, 그래서 변화에 특별히 효율적이지도 않다. 따라서 대부분의 돌연변이는 그 어떤 역할도 하지 않으며, 한다고 해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식물의 경우 하나의 과정에서 우연히 적응을 더 잘하는 나무가 나오려면 1,000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연을 차단하고 과정의 속도를 올리는 게 훨씬 더 낫지 않을까? 적어도 우리 인간은 그렇게 한다. 우리는 다음 세대에 돌연변이가 아니라 구두나 문서로 경험을 전달한다. 나무는 전통적 의미의 문자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나무는 후손을 위해 정보를 기록한다. 바로 자신들의 유전자에 말이다. 나무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살펴보기 전에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의 시기를 잠시 들여다보자.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과학계에서 유전자 변화는 경험을 통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돌연변이를 통해 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제2차 세계 대전으로 인해 이런 견해가 바뀌었다. 1944~1945년 겨울, 많은 네덜란드인들이 독일의 억압으로 생필품이 부족해 굶주렸다. 추측하건대 임신한 여자들은 이러한 경험을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신진대사에 ‘영양 부족’이라고 프로그래밍해 전달했을 것이다. 전쟁 이후 식량이 넘쳐났지만 어머니 배 속에서 전쟁을 겪었던 그룹은 훗날 건강상 심각한 문제를 안게 되었다. 그들은 보통 네덜란드인에 비해 과체중인 경우가 많았고, 다른 현대병에 걸리는 경우도 많았다.

우리의 외모와 기능을 결정하는 것은 유일하게 유전자만이 아니라는 사실은 우리 신체의 개별 세포가 보여 준다. 이러한 세포에는 이미 완전한 인간에 대한 설계도가 촘촘하고도 왜곡된 상태로 존재한다. 이 같은 DNA는 2미터 길이로 뻗어 있고, 여기에 각각의 신체 부위에 부분적으로 필요한 많은 정보는 분자 차원에서 맞춰진다. 예를 들어 우리의 손에 있는 세포는 뇌에 있는 세포와 다른 형태다. 하지만 신체는 성장할 때나 부상을 치료할 때 어떻게 거기에 딱 맞는 세포 형태를 만들어 내도록 할 수 있을까? 여기에서 후생유전학이 등장하는데, 후생유전학은 유전자 가운데 어떤 부분을 켜거나 끌지 결정하는 모든 과정을 말한다. 우리의 DNA는 마치 한 권의 사전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사전 안에는 우리의 신체 구조와 기능에 대한 전반적 지식이 저장되어 있다. 후생유전학적 과정은 지금 읽어야 할 페이지를 찾는 데 도움을 주는 책갈피와 같다. 유전자 코드에 들어 있다가 이 코드를 바꾸는 메틸 분자의 도움을 받으면 책갈피를 끼워 놓을 수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유전자가 경험을 통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보여 주며 네덜란드에서 겨울에 굶주렸던 사람들이 이를 입증해 주었다.

뮌헨 공과대학의 과학자들이 아주 오래된 포플러나무를 통해 보여 주었듯이 나무들 역시 경험을 계속 전달할 능력이 있다. 330년 넘게 오래된 나무는 가뭄이나 온도 같은 환경의 변화에 지속적으로 적응했으며, 이는 나무의 유전자에 분명하게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오래된 포플러나무의 유전자가 변했다는 사실을 어디에서 알 수 있을까? 아주 간단하다. 서로 멀리 떨어진 가지에 달려 있는 잎을 조사해보면 된다. 가지는 매년 점점 길어지고, 이로써 나이를 더 먹는다. 가장 오래된 부분은 줄기 가까이에 있고, 가지는 줄기에서 밖으로 뻗어 나가며, 가장 어린잎은 나무 꼭대기에 있다. 포플러나무가 수백 년이 지나는 동안 배우고 그들의 유전자도 후생유전학적으로 변한다면, 가장 두드러지게 변화한 것은 가지 끝에 있을 가능성이 많다.

연구원들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입증했다. 즉, 가지에 달린 잎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으면 있을수록, ‘책갈피’와 연관 지어 볼 때 그만큼 서로 많은 차이가 났다. 연구 대상인 포플러나무에서 세대가 바뀌며 나타난 돌연변이와 비교할 때, 변화는 많게는 1만 배까지 더 빨리 진행되었을 수도 있다. 게다가 나무가 이렇게 수집한 새로운 것(또는 경험)을 바로 이어지는 자손한테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많은 세대를 거치면서까지 전달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나무는 해마다 늘어나기 때문에 매년 자손한테 새롭게 적응된 특징을 물려줄 수 있다.

큰 나무의 후손인 어린나무가 자기 어미로부터 배우는지 여부를 사람들은 어떻게 발견해 낼까? 숲과 눈(雪) 그리고 지형을 탐구하는 스위스 연구 기관 소속 연구원들은 이런 조사를 위해 2003년부터 숲속 여러 곳에서 자라는 소나무들을 선별해 물을 주었다. 이로써 나무들은 부족함 없이, 오히려 응석받이로 자랄 가능성이 많았다. 10년이 지난 뒤 연구원들은 숲의 일부 구역에서 물을 대주는 일을 그만두었다. 그런 다음 응석받이 소나무의 씨와 물이 부족해 건조한 환경에서 지내야 했던 소나무의 씨를 채집해 비닐하우스에 뿌렸다. 그러자 항상 물을 주었던 어미 나무로부터 채취한 후손은 별도로 물을 공급받지 않은 소나무의 어린 후손보다 건조한 상태를 훨씬 못 견뎠다. 이는 나무가 자신의 지식을 바로 다음 세대에 물려준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최초의 증거였다.

비슷한 실험을 위해 거친 노르웨이 지방에서 자란 가문비나무를 멀리 떨어진 오스트리아에 옮겨 심었다. 나무는 성장하며 어린 후손을 생산해 냈다. 이 경우에도 나무의 학습 효과가 다음 세대에 전달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가문비나무 묘목이 노르웨이에서 자라는 동료들처럼 서리에 견디는 능력을 보여 주었던 것이다. 배움은 정반대 방향으로도 작동한다. 남쪽으로 많이 이동해 심은 노르웨이 가문비나무는 북쪽보다 따뜻한 기후에 적응했다. 묘목은 어미 나무처럼 추위에 대한 내성이 더 이상 없었다.

확인되지 않은 의심이 하나 있는데, 오랫동안 살며 여러 세대로 이어지는 나무의 변화는 어쩌면 영원히 지속될지 모른다는 게 그것이다. 나무의 어미는 마지막 숨을 쉴 때까지 배우기 때문에 이들의 싹은 최신 전략을 장착한다. 어린싹은 처음부터 시작할 필요도 없고, 모든 실수를 직접 경험할 필요도 없다. 이는 바로 후생유전학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어미 나무의 나이가 많은 것은 결코 단점이 아니며, 오히려 엄청난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나이를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그만큼 더 현명해지고, 어린 후손은 더욱더 적응을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나무는 어미가 수백 년 동안 쌓은 경험으로부터 이득을 얻는데, 여기서 다시 새끼를 잘 낳는 토끼에게로 시선을 돌려 보자. 토끼는 잘해야 10년을 살 수 있으며, 그만큼 후생유전학적 능력을 후손에게 적게 전달한다. 이 점에 있어 나무한테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나무가 살아가면서 배우는 것을 우리는 외부로 뻗어 있는 가지의 끝부분에서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다. 오래된 나무한테서 나온 가장 최근의 후손 안에는 지금까지 살면서 얻은 그 나무의 지식이 집약되어 있다. 이페나크의 참나무는 놀랍게도 1,000년이나 되었다. 로부르참나무(습기가 많았을 수 있다)를 페트라에아참나무(건조했을 수 있다)로 변하게 만들었다는 걸 암시하는 놀라운 잎들의 변화를 상층에 있는 나무 꼭대기의 가지들에서 다량으로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나무에서 가장 어린 부분이다. 이런 가지에서 자라난 열매가 비교적 오래된 가지에서 성장하는 열매에 비해 가뭄에 더 잘 적응하는 어린나무를 만들어 낼지 여부를 밝혀낸다면 정말 흥분될 것 같다. 현재 진행되는 연구에 의하면 그럴 가능성이 있는데, 그렇다면 나무는 지금까지 추측한 것보다 더 빨리 기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셈이다. 적응 속도가 충분한지 아닌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환경 파괴를 지속함으로써 변화를 가속화시키는 우리 말이다.

냉난방 장치 숲


나는 영화 <나무의 비밀스러운 삶>을 촬영하는 동안 나무와 기후 변화에 대한 주제와 관련해 감탄을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촬영 팀과 나는 에베르스발데 단과 대학에 근무하는 피레 이비슈 교수를 하일리겐할렌에서 만났다. 이곳은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너도밤나무 숲 가운데 하나다. 이곳에서 자라는 몇몇 너도밤나무는 수령이 300년 이상 되었으며, 150년 전부터 그 어떤 나무도 베어 내지 않았다. 일단 숲으로 들어가면 원시림 분위기가 에워싸는데, 쓰러진 거대한 나무는 균류가 풍기는 향긋한 냄새를 공기 중에 남기고, 셀 수 없이 많은 어린 활엽수는 희미한 빛을 받으며 아주 천천히 성장한다.

나를 비롯한 촬영 팀은 보호 구역을 돌아다니는 동안 곳곳에서 작은 기적들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가령 부러진 거대한 너도밤나무에서 가느다란 가지가 높이 뻗어 있었다. 4미터가량 되는 이 이쑤시개 같은 가지에서 새롭게 보드라운 나무가 생겨났는데, 여기에 달려 있는 잎과 그 안에서 만들어진 당분을 통해 늙은 나무와 특히 오래된 뿌리가 생명을 유지했다.

그런가 하면 완전히 썩어 길쭉한 언덕처럼 보이는 나무줄기도 있었다. 몇 주 전부터 비가 오지 않아 경작지는 먼지가 풀풀 날릴 정도로 건조했으나 나무의 표면은 여전히 촉촉했다. 피레 이비슈는 나에게 나무를 만져 보라고 권했다. 나무는 마치 스펀지 같았다. 그런데 내가 손으로 누르자 부패한 나무에서 물이 흘러나왔다. 이처럼 오래된 소규모 너도밤나무 숲이 습기로 가득 차 있었는데, 지난겨울의 가뭄을 고려하면 작은 기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보호 구역 입구에서 전문가와 첫 대화를 나눌 때 피레 이비슈는 나무 식탁 위에 지도를 펼쳐 놓았다. 지도에는 베를린 성문 앞에 있는 다양한 지형이 표시되어 있었다. 일반 지형학 지도에서처럼 초원, 경작지, 숲, 호수와 거주지가 각각 다양한 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또 다른 지도에는 동일한 지형이 무지개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피레 이비슈가 두 번째 지도는 온도를 표시한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색깔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파란색부터 녹색ㆍ노란색ㆍ오렌지색 그리고 빨간색으로 구분했는데, 파란색에서 빨간색 쪽으로 갈수록 온도가 높아지는 걸 표시한다고 했다. 이 지도는 지난 15년 동안 인공위성으로 측정해 만든 것이다. 여름에 속하는 6~8월에 구름 없는 날에 측정해 총 470일간의 자료가 탄생할 수 있었다.

항상 오후 12시에 하늘을 나는 스파이, 즉 인공위성이 베를린 상공에 있을 때 지표면의 온도를 측정했다. 2017년에 이러한 측정을 끝마쳤는데, 더 높은 온도를 기록한 혹독한 여름이 닥치기 전이었다. 그럼에도 측정 결과는 전율을 일으킨다. 온도를 기록한 지도를 보면, 더위는 기후 변화로 인해 유발되었을 뿐 아니라 자연에 있는 숲의 파괴, 지형의 변화, 숲에 건설한 대규모 농장과 경작지 그리고 거주지로 인해 대대적으로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도에 베를린은 심홍색으로 표시된 반면, 주변 호수들은 진한 파란색이었다. 15년 넘게 베를린의 여름날 오후 온도는 약 섭씨 33도를 기록했는데, 어떤 지역의 물 표면은 섭씨 19도를 넘지 않았다. 여름 동안 주변에 있는 숲은 어땠는지가 훨씬 더 흥미로웠다. 색깔로 온도를 표시한 지도를 봤을 때 처음엔 호수와 숲이 잘 구분되지 않았다. 숲이 온도를 낮추어 준 것이다. 베를린 같은 도시와 오래된 숲의 온도 차이는 약 섭씨 15도에 달했다. 또한 초원과 경작지가 있는 들판은 섭씨 10도까지 더 따뜻했고 아울러 황량한 단종 재배 농지는 진정한 의미의 숲을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농장의 온도는 오래된 활엽수 숲과 비교했을 때 많게는 섭씨 8도까지 높았다. 훼손되지 않은 숲이 기후를 서늘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면, 숲은 우리로부터 상당한 존중을 받을 만하다.

환경 보호론자들은 열 감지 사진기를 통해 쾰른시의 사진을 찍었는데, 이 대도시는 우리의 숲 아카데미가 있는 곳에서 차로 1시간 떨어져 있으며 라인강의 저지대에 위치한다. 푹푹 찌는 여름이면 건물과 아스팔트가 빨간색으로 빛난다. 반대로 공원에 있는 나무숲은 파란색을 띠고 마치 호수처럼 보인다. 이는 온도가 어떤 상태인지 보여 준다. 녹색의 초원에서 측정한 온도는 많게는 섭씨 20도까지 내려간 상태다. 이는 도시에 더 많은 나무가 필요하다는 확실한 증거다. 그 밖에 숲은 우리에게 또 다른 선물을 해 준다. 바로 대기 흐름을 통해 숲은 더 많은 비가 내리도록 한다는 것이다.



2부 산림 경영의 무지



너도밤나무 숲에서의 학살


2019년 9월 튀링거 숲에서 맞이한 어느 일요일, 계곡 쪽에서 폭발음 소리가 진동하더니 오래된 너도밤나무들이 쿵 하면서 땅으로 떨어졌다. 독일 연방군이 거대하고 오래된 나무 옆에 일정량의 폭약을 설치했고, 첫 번째 폭발에 너도밤나무 30그루와 가문비나무 두 그루가 쓰러졌다. 관청이 숲에서 일어난 위기에 잘 대응하고 있다고 언론에 광고하기 좋은 장면이었다. 물론 나무들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병들었다면, 누구도 그 곁에 다가가서는 안 되었다. 그러나 나무에 폭약을 설치할 정도로 위험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왜 그냥 강철 밧줄로 나무를 감아 안전한 거리에서 쓰러뜨린 다음 견인차로 옮기지 않았을까? 나는 폭발 모습을 동네방네 보여 주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전국 곳곳에서 이와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병에 걸린 오래된 너도밤나무의 가지가 부러져 떨어지거나 나무가 통째로 쓰러져 사람들이 다칠 수도 있기 때문에 서둘러 벌목하고 있는 것이다. 폭약이 동원되고 때로는 무시무시한 벌목 기계, ‘랍토르(raptor; ‘약탈 공룡’)’가 투입되기도 한다. 무게가 70톤이나 나가는 이 기계에 달려 있는 크레인은 오래된 나무를 장난치듯 잘라 낸다. 랍토르는 하루 만에 많게는 병들고 늙은 너도밤나무를 80그루까지 베어 내 오래된 활엽수 숲을 해치운다.

하지만 나약해 보이는 모든 게 죽은 것은 아니다. 병든 너도밤나무는 그야말로 완쾌할 수도 있다. 나무 꼭대기 부분이 완전히 죽었다 하더라도, 많은 나무는 그보다 더 깊숙한 곳에 그걸 대체할 수 있는 수관을 만들곤 한다. 이렇게 해서 나무는 수백 년의 나이를 먹는다. 8월에 잎을 떨어뜨린 많은 나무도 이듬해 봄에 다시 정상적으로 잎을 돋아나게 할 수 있다. 나무는 이렇게 배운다. 이렇게 배우고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나무들이 인간에게 끼칠 위험을 막는다는 미명 아래 제거되고 있는 게 안타깝다. 나에게는 계속해서 나무를 베기 위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성급하게 벌목해서 숲을 죽게 만드는 또 다른 원인으로 감정적인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수십 년에 걸쳐 세심하게 가꾼 대규모 숲이 갑자기 시름시름 앓으면서 죽어 간다면, 이는 산림 경영에 실패했다는 신호일 수밖에 없다. 숲에 엄청나게 많은 나무가 죽은 채로 서 있다면 산림 감독관은 질타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죽어 가는 가문비나무와 소나무의 경우는 담당 관청과 산림학자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

독일의 많은 도시에 침엽수를 심은 것은 제2차 세계 대전의 파괴 때문이었다. 독일은 재건을 위해 목재 산업의 신속한 발전이 필요했다. 몇 년 전까지도 유명 인사들이 침엽수를 활엽수로 대체하는 대규모 조치에 대해 경고했다. 예를 들어 헤르만 슈펠만 교수는 2015년, 최근에 심은 나무들 가운데 침엽수가 극적으로 감소했다고 말하면서 침엽수를 목재로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슈펠만 교수는 2020년까지 독일 농림부에서 숲 정책 관련 과학 자문단의 회장을 맡았다. 따라서 그가 하는 말은 숲의 미래를 만들어 갈 때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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