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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젠다 세팅

맥스웰 맥콤스 지음 | 라이온북스


아젠다 세팅

맥스웰 맥콤스 지음

라이온북스 / 2021년 12월 / 347쪽 / 18,000원



서문




현대 사회의 특징인 언론 기관의 엄청난 성장과 확장은 지난 세기의 가장 주목할 만한 측면이었다. 19세기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신문과 잡지 외에 우리는 20세기에 들어와 영화, 라디오, TV, 케이블 TV 등을 도처에서 볼 수 있게 되었고, 20세기 후반에 등장한 인터넷과 의사소통 기술의 변화무쌍한 혼합체는 다양한 매체와 콘텐츠 간의 전통적인 경계를 계속해서 허물고 있다. 이런 새로운 의사소통 채널은 매스컴을 재정의하고 사회에서 매스컴의 아젠다 세팅 역할을 확장하기도 한다.

새천년이 시작되자 모두가 이런 떠오르는 기술의 영향력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최신 기술의 파도가 강타하기 몇십 년 전에도 매스컴의 막강한 사회적 영향력은 이미 자명했다. 1972년에 출간된 『대통령 만들기』에서 미국 기자 시어도어 화이트는 대중의 관심을 끄는 아젠다를 설정하는 뉴스 매체의 힘을 묘사하며 “다른 국가에서 이 정도의 권한은 독재자, 성직자, 정당, 정계 실력자에게만 주어진다.”고 말했다. 화이트가 이런 말을 한 후에 세계적으로 사회과학자들이 우리의 정치적ㆍ사회적ㆍ문화적 아젠다의 여러 방면에 영향을 미치는 뉴스 매체와 점점 늘어나는 의사소통 채널의 능력을 연구해 왔다.

이런 영향력을 가장 잘 기록한, 눈에 띄는 지적 지도(intellectual map) 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의 주제인 의사소통 매체의 아젠다 세팅 이론이다. 아젠다 세팅이라는 아이디어가 정식화된 것은 필자가 채플힐(Chapel Hill)에 있는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로 옮기면서 시작되었다. 나는 그곳에서 도널드 쇼를 만났고, 그와 이제 45년 남짓 동안 친구이자 직업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는 1986년 미국 대선에서 부동층(undecided voters)을 대상으로 소규모의 설문 조사를 시행했는데, 부동층이 이용하는 뉴스 매체가 선거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슈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한 체계적인 콘텐츠 분석을 진행했다. 조사를 위해 부동층을 선택한 이유는 분명했다. 일반인들 가운데 선거에는 관심이 있지만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가 매체의 효과에 가장 영향 받기 쉬울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채플힐 연구였으며, 이제는 아젠다 세팅 이론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채플힐 연구의 근본적인 성과 중 한 가지는 ‘아젠다 세팅’이라는 용어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 용어는 매체의 영향력이라는 개념을 논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통용되었다.

아젠다 세팅 이론은 이슈 아젠다뿐만 아니라 인물에 관한 여론도 아우른다. 특히 대중이 생각하는 정치 후보자나 다른 공인의 이미지, 그리고 그런 대중적인 이미지에 매체는 일정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참고로 공공 이슈뿐만 아니라 공인을 아우르며 확대된 이슈 아젠다는 의사소통 과정의 첫 단계(매체와 대중이 어떤 이슈에 관심을 보이는지, 그리고 어떤 이슈를 중요하게 여기는지)부터 그 후의 여러 단계(이런 이슈의 세부 사항을 매체와 대중이 어떻게 인식하고 이해하는지)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이론적인 확장을 거친다. 결과적으로 이런 단계는 대중의 태도, 견해, 행동에 관한 매체의 아젠다 세팅 역할의 중요성을 파악하기 위한 초반 포석으로 작용한다.



여론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작가 윌 로저스는 “내가 아는 모든 것은 신문에서 읽은 게 전부다.”라는 말로 자신의 냉소적인 논평을 시작하길 좋아했다. 이 말은 우리가 갖고 있는 사회 문제에 관한 지식과 정보 대부분을 간결하게 표현한다.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회 이슈와 관심사는 대체로 직접 겪은 개인적인 경험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월터 리프먼이 『여론』에서 언급했듯이 “우리가 정치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세계는 손에 닿지도 않고, 볼 수도 없고, 관심이 가지도 않는다.” 로저스와 리프먼이 활동하던 시절에는 일간지가 사회 문제에 관한 정보를 얻는 주요 원천이었다. 오늘날 의사소통 채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만, 정보의 핵심 원천은 달라지지 않았다. 시민들은 공공 아젠다에 오르는 거의 모든 관심사를 매체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접하는데, 이때의 간접 현실이란 사건과 상황에 관해 기자들이 만들어 낸 현실이다.

로버트 파크는 ‘뉴스의 신호 기능’이라는 명구로 뉴스에 대한 우리의 상황을 묘사했다. 뉴스를 매일 보면 우리의 직접적인 경험 너머 더 넓은 환경에서 일어나는 최신 사건과 변화를 알 수 있다. 하지만 뉴스는 굵직굵직한 사건과 이슈의 존재를 알리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한다. 기자들은 매일 뉴스거리를 선별하고 전달하여 그날의 가장 중요한 이슈에 관한 우리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우리의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그날의 중요 이슈와 화제를 파악하는 뉴스의 역할, 이런 이슈와 화제가 공공 아젠다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에 영향을 미치는 뉴스의 역할을 뉴스의 ‘아젠다 세팅 역할’이라고 부른다.

신문은 당일의 아젠다에 오른 화제 간의 상대적인 중요성을 여러 방식으로 전달한다. 해당 면의 머리기사, 1면 또는 안쪽 면 기사, 머리기사 표제의 크기, 기사의 길이에 따라서 뉴스 아젠다에 오른 화제의 중요도가 다르다. 웹 사이트에서도 유사한 방식을 볼 수 있지만, TV 뉴스는 제한적인 아젠다를 다룰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저녁 TV 뉴스에 잠깐이라도 언급되는 화젯거리는 그 소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타낸다. 방송에서 뉴스를 배치하는 방식과 뉴스에 할애하는 시간도 중요도를 가늠하는 기준이다.

대중은 매체가 알려 주는 소식의 중요성에 관한 이런 신호를 이용하여 자신만의 아젠다를 조직하고 어떤 이슈가 중요한지 결정하고, 시간이 지나면 뉴스 보도에서 강조되는 이슈가 대중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로 여겨지므로 뉴스 매체의 아젠다가 공공 아젠다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뉴스 매체가 공공 아젠다 대부분을 설정한다. 대중에게 이슈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공공 아젠다에 이슈나 화제를 올려서 대중이 그것에 관심과 생각(그리고 행동)의 초점을 맞추게 하는 것이 여론 형성의 첫 단계다.

세상에 관한 우리의 그림


월터 리프먼은 우리가 지금 ‘아젠다 세팅’이라고 부르는 개념의 지적인 아버지다. 그가 1922년에 출판한 명저 『여론』의 1장 제목은 ‘바깥세상과 우리의 머릿속에 있는 그 세상의 이미지’이다. 1장에는 ‘아젠다 세팅’이라는 용어가 쓰이지 않았지만, 아젠다 세팅이라는 개념은 잘 요약되어 있다. 리프먼에 따르면 우리는 뉴스 매체라는 창문을 통해서 직접적인 경험을 넘어서 드넓은 세상을 볼 수 있다. 따라서 뉴스 매체는 세상에 관한 우리의 인지 지도를 만들어 준다. 리프먼은 여론이 환경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뉴스 매체가 만들어 낸 가짜 환경에 반응한다고 주장한다.

당대의 경험적 증거


통신 매체의 아젠다 세팅 역할에 관한 경험적 증거는 이제 리프먼의 개괄적인 논평이 사실임을 확인해 준다. 하지만 여론의 형성에 관한 상세한 그림은 훨씬 나중에 등장했다. 『여론』이 1922년에 출판되고 나서 10년이 훌쩍 지난 후에야 매스컴이 여론에 행사하는 영향력에 관한 과학적인 연구가 처음으로 실시되었다. 그리고 매스컴의 아젠다 세팅 역할에 관한 첫 연구는 정확히 50년 뒤에 이루어졌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에 재직 중인 두 젊은 교수가 채플힐에서 1968년 미국 대선 기간에 소규모 조사를 시작했다. 그들의 핵심 가설은 유권자가 어떤 이슈를 중요하게 여기는지에 대중 매체가 영향을 미쳐 정치 운동에 쓰일 이슈의 아젠다를 설정한다는 것이었다. 두 교수는 바로 도널드 쇼와 필자 본인이었다. 우리는 매스컴의 이런 영향을 ‘아젠다 세팅(agenda-setting)’이라고 불렀다.

이 아젠다 세팅 가설을 시험해 보려면 두 가지 증거, 즉 공공 아젠다(채플힐 유권자가 가장 중시하는이슈들)와 유권자가 이용하는 뉴스 매체에 등장하는 이슈의 아젠다를 비교해야 한다. 아젠다 세팅 가설의 핵심 주장은 뉴스에서 강조한 이슈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대중에게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디어 아젠다가 공공 아젠다를 설정한다는 것인데, 이는 매체의 영향이 최소한으로 작용한다는 정설과 달리, 매스컴과 대중 간의 강한 인과 관계를 나타낸다.

1968년 대선 기간에 채플힐의 공공 아젠다를 알아내기 위해서 설문 조사를 시행했다. 대상은 무작위로 선별된 부동층이었다. 설문 조사에서 이 부동층들은 대통령 후보자들이 뭐라고 말했든 개의치 않고, 자신이 본 대로 그날의 핵심 이슈를 꼽으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리고 공공 아젠다를 파악하기 위해 설문 조사에서 언급된 이슈는 각각의 이슈를 꼽은 유권자의 퍼센티지에 따라 순위가 매겨졌다. 참고로 우리는 유권자들이 이용하는 주요 뉴스 공급원 아홉 개의 콘텐츠도 분석했다. 여기에는 지역 신문과 전국 신문 다섯 개, TV 방송국 두 군데, 뉴스 잡지 두 개가 포함되었다. 그리고 미디어 아젠다로 오른 이슈의 순위는 최근 몇 주 동안 각각의 이슈에 할애된 기사의 수로 정해졌다.

조사 결과, 1968년 대선에서는 외교 정책, 법과 질서, 경제, 공공복지, 인권 등의 이슈 5가지가 미디어 아젠다와 공공 아젠다를 장악했는데, 채플힐 유권자들이 꼽은 이슈의 순위와 지난 25일 동안 뉴스 매체에서 다룬 이슈의 순위 사이에는 완벽에 가까운 상관관계가 있었다. 그러니까 부동층이 꼽은 핵심 선거 이슈 5가지의 중요성이 최근 몇 주 동안 뉴스에 실린 이슈의 중요성과 사실상 똑같았다.

게다가 아젠다 세팅이라는 개념으로 표현되는 매체의 강력한 효과는 선택적 인식보다 공공 아젠다 이슈의 중요성을 나타내기에 더 적합한 설명이었다. 선택적 인식은 대중 매체의 영향력이 최소한으로 작용한다는 이론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젠다 세팅은 매체의 전지전능한 영향을 강조하는 ‘탄환 이론’이나 ‘피하주사식 이론’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매체 수용자를 뉴스 매체로부터 프로그램되길 기다리는 로봇으로 여기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뉴스 매체에 공공 아젠다를 위한 이슈를 수용자가 처음으로 접하게 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아젠다 세팅이 부여하는 것은 맞다. 리프먼의 말을 응용하자면, 뉴스 매체가 제공하는 정보는 현실에 관한 우리 머릿속의 그림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뉴스 매체가 제공하는 총체적인 정보가 이런 그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새로운 의사소통 분야


최근 몇십 년 동안 의사소통 채널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계속 늘어나는 인터넷 사이트와 개인화된 소셜 미디어로 인해 우리는 다음의 3가지 핵심적인 질문의 대답을 찾기 위한 아젠다 세팅 연구의 새로운 시대에 진입했다. ① 인터넷을 통한 의사소통 채널도 대중의 아젠다 세팅에 영향을 미치는가? - 다양한 인터넷 채널은 채플힐에서 신문과 TV 뉴스를 조사한 이래 수십 년 동안 나타난 것과 유사한 대중에 대한 아젠다 세팅 효과를 나타낸다. 2000년 미국 대선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웹 사이트는 공공 아젠다에 오른 이슈의 중요성에 영향을 미쳤다. 예로 인종 차별이라는 이슈의 중요성은 참가자들이 실험적인 웹 사이트에 많이 노출될수록 증가했다. 아울러 2010년 미국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웹 사이트는 인디애나폴리스주의 유권자들이 아젠다로 꼽은 이슈 7가지의 중요성에 영향을 미쳤다. 온라인 뉴스 매체를 살펴보면 미국 내의 이슈는 CNN 인터넷 뉴스를 접한 시청자들이, 그리고 외국 이슈는《뉴욕 타임스》 온라인판을 읽은 참가자들이 중요성을 높이 평가했다. 한국의 경우에는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사망한 두 여학생의 죽음을 집중 조명하여 해당 이슈의 중요성에 영향을 끼쳤는데, 이 사건은 대대적인 반미 시위를 불러일으켰다.

② 새로운 의사소통 채널의 확산으로 인해 오래된 매체의 아젠다 세팅 영향력이 감소했는가? - 최근 몇십 년 동안 의사소통 분야는 변신해 왔다. 전통적인 매체의 경우 처음에는 케이블 TV가 생기더니 그 뒤를 이어서 위성 TV가 생겼고, 이제는 웹 사이트와 개인화된 소셜 미디어가 퍼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지난 반세기 동안 관찰한 미디어의 아젠다 세팅 효과가 감소하거나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런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지금까지 압도적으로 우세한 여러 증거를 살펴보면 미디어의 아젠다 세팅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

③ 특정한 채널 vs. 의사소통 양식 사이에 영향력의 차이가 얼마나 나는가? - 대중 매체의 ‘영향력’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은 옛날부터 있었는데, 이런 관심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다양한 의사소통 ‘매체’의 상대적인 힘에 관한 관심도 동반한다. 아젠다 세팅 역시 예외는 아니다. 사람들이 아젠다 세팅의 기본적인 생각을 이해하고 나면 공공 아젠다를 설정하는 데 어떤 매체가 더 강력한지 묻기 바쁘다. 20세기 후반에는 관심이 신문과 TV의 비교에 쏠렸다. 이제는 거기에 소셜 미디어까지 가세했다. 이 질문에 관한 답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이다. 모든 채널이 서로 별다른 차이 없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지, 아니면 한두 채널이 다른 채널들보다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설령 채널 간에 영향력의 차이가 나타난다고 해도 채널의 대부분이 이런 아젠다 세팅 영향에 이바지한다.



왜 뉴스는 현실과 다른가




기자 중에는 매체가 대중에게 그 어떤 아젠다 세팅 영향도 끼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그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한 소식을 보도할 뿐이다.”라는 견해다. 아젠다 세팅이라는 아이디어를 비판적으로 보는 일부 전문가도 이와 비슷하게 주장한다. 대중이든 매체든 그저 둘러싸인 환경에 반응할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월터 리프먼은 뉴스 매체가 “바깥세상과 우리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한다고 언급하면서 ‘가짜 환경’이라는 아이디어를 소개했다. 가짜 환경은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세계관을 말하는데, 이는 현실과 비교했을 때 언제나 불완전하고 부정확한 경우가 많은 시각이다. 리프먼은 우리의 행동이 실제 환경이 아니라 이런 가짜 환경에 대한 반응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대중 매체의 아젠다 세팅 역할에 관한 수십 년간의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리프먼처럼 환경과 가짜 환경을 구분하는 것의 중요성을 더 강조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뉴스가 날조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전혀 아니다. 저널리즘은 증명할 수 있는 관찰 결과에 바탕을 둔 경험적인 활동인데, 이런 직업 윤리를 준수하지 못한 것이 수년에 걸쳐 미국과 유럽 기자들의 유명한 추문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매일 벌어지는 사건과 상황이 언론 기관의 전문적인 렌즈를 통해 굴절되면 실제 세상과 구조가 같다고 보기 어려운 ‘세상에 대한 그림’이 탄생한다. 있는 그대로의 환경이라기보다는 그 환경을 체계적으로 평가한 가짜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참고로 여러 사건과 상황이 기자들의 관심을 얻으려고 경쟁한다. 모든 사건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그 소식을 대중에게 전달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자들은 매일 환경 표본을 추출할 때 전통적으로 쓰이는 전문적인 기준에 의지한다. 그 결과, 뉴스 매체는 더 큰 환경의 제한된 시각을 제시한다. 현대적인 건물에 좁고 길게 난 창문을 통해 바깥세상을 매우 제한적으로 보는 식이다. 창유리가 약간 불투명하고 표면이 울퉁불퉁하다면 이 비유는 더 적절해진다.



우리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세상




아젠다 세팅은 정치와 사회 문제에 관한 우리의 그림에 의사소통 매체가 끼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이론인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아이디어는 매체가 그리는 그림에서 중시되는 요소들이 대중이 그리는 그림에서도 중시될 뿐만 아니라 특별히 중요한 사항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아젠다 세팅 이론의 이 대표적인 주장은 본래 그날의 이슈에 쏟아지는 관심, 즉 미디어 아젠다에서 강조한 이슈와 공공 아젠다에서 중요해진 이슈 사이의 비교를 통해 조사되었더니, 매체와 대중이 생각하는 이슈의 중요도 순위를 매번 비교했을 때 높은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리프먼의 표현을 빌자면 ‘이 그림이 무엇에 관한 것이었는지’에 대해 높은 상관관계가 나타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아젠다 세팅의 첫 번째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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