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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인문학

이강원 지음 | 인물과사상사


동물 인문학



이강원 지음

인물과사상사 / 2021년 6월 / 332쪽 / 17,500원





제1부 동물의 왕국



소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준다


역우와 육우:
소는 인류 문명에 크게 공헌했다. 소만큼 인류에게 유용한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한 동물은 없다. 시대에 따라 소가 하는 역할도 변했다. 산업화 이전에는 소의 핵심 역할은 노동력 제공이었다. 그러나 산업화 이후에는 역우(役牛)보다 육우(肉牛)의 구실이 더욱 강조되어 왔다. 질 좋은 단백질을 제공하는 공급자 역할에 중점을 둔 것이다. 역우는 일하는 소다. 사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는 논이나 밭을 가는 일을 대신했다. 소를 이용한 농사법은 생산성 증가로 이어졌다. 이는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지속 가능하게 했다. 소의 구실은 대표적 농기계인 트랙터가 하는 일과 비슷했다. 소를 이용해 농사짓는 것을 우경(牛耕)이라고 한다.

농업경제학자들은 우경의 시작과 보급을 농업 혁신의 변곡점으로 보기도 한다. 한국 고대사에서 이런 일을 한 왕은 신라의 지증왕(재위 500~514년)이다. 지증왕은 나이가 들어 즉위한 늦깎이 왕이다. 지금 나이로도 적지 않은 64세에 왕위에 올랐으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진리를 역사에 남겼다. 지증왕 치세는 화려하지는 않았으나 당시 신라에 가장 필요한 일을 한 시기다. 지증왕이 즉위한 500년, 신라의 국력은 삼국 중 가장 약한 편이었다. 국력이 약한 나라가 무리하게 정복 전쟁에 나서면 자멸할 수 있다. 지증왕은 그런 원리를 잘 알았다. 그래서 나라의 내실을 다지는 작업에 몰두했다.

신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고대 국가는 농업 국가다. 농업 국가는 농업 생산량을 증대하는 데 힘써야 한다. 생산이 늘어 잉여 농산물이 생기면 다른 나라와 교역을 통해 필요한 물건으로 바꿀 수 있다. 농업 국가가 번영하려면 기본적으로 수리 시설 같은 인프라가 잘 갖춰져야 한다. 또한 그런 농업 인프라를 활용해 농사를 지을 노동력이 풍부해야 한다. 이 두 조건이 결합하면 자연재해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국가의 곳간은 비지 않는다.

지증왕은 이런 점을 누구보다 잘 파악했다. 농업의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수리 시설을 정비하는 한편,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노동력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그가 취한 조치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첫째, 노동력 손실을 줄였으며, 둘째, 질 좋은 노동력을 현장에 대거 투입했다. 지증왕이 취한 노동력 손실 방지책은 집권 3년 차인 503년에 실시되었다. 지증왕은 대표적인 악습인 순장을 폐지했다. 순장은 아까운 노동력이 사라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지증왕은 약소국 신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력이라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평시에 농사짓는 이들이 유사시 적군과 교전에 투입된다. 국가적 차원에서 이렇게 소중한 노동력을 사자를 기리고자 순장한다는 것은 끔찍할뿐더러 사치스러운 행위다.

지증왕의 순장 폐지 결정이 노동력 손실을 막는 조치였다면 우경 보급은 질 좋은 노동력을 농업 현장에 투입하는 결정이었다. 그전까지 농사는 사람의 힘에 의존했다. 사람의 힘은 강하지 않아 논이나 밭을 가는 중노동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체중 500킬로그램의 소는 사람과 차원이 다른 힘을 가졌다. 소가 쟁기질을 하면 사람이 하는 작업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많은 일을, 그것도 단시간에 마친다. 이렇게 지증왕은 당시 농업 노동력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꿨다. 농업 국가인 신라에서 농업 혁신만큼이나 국가의 내실을 다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지증왕의 이런 정책 덕분에 신라는 그의 아들인 법흥왕과 손자인 진흥왕 치세에 국력이 크게 신장한다.

귀하디귀한 쇠고기와 영양 만점 우유: 소는 인류에게 단백질을 공급해 왔다. 경제가 발전하면 쇠고기 소비부터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 역시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루면서 축산물 소비가 빠른 추세로 늘었다. 1970년 1인당 쇠고기 소비량은 1.2킬로그램에 불과했지만, 2019년에는 13.0킬로그램으로 증가했다. 1970년의 1.2킬로그램이라는 수치는 대부분의 국민이 쇠고기를 구경조차 못했음을 뜻한다. 이에 반해 2019년의 13.0킬로그램은 마음껏 즐기지는 못해도 쇠고기를 누구나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2019년 기준 1인당 26.7킬로그램의 쇠고기를 소비했다.

소는 인간에게 고기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우유도 내놓는다. 서양에서는 우유에 들어간 단백질을 응고시키고 발효시켜 다양한 종류의 치즈를 생산하고, 또한 우유 속 지방을 이용해 버터를 만드는데 이는 매우 유용하다. 동아시아인이 주식으로 쌀로 지은 밥을 먹는다면, 서양인들은 밀가루에 우유ㆍ달걀ㆍ버터 등을 넣고 만든 빵이 주식이다.

나이주와 우피: 생존을 위해 동물을 키운 유목민은 우유로 술을 만드는 요술을 부렸다. 몽골 유목민이 만든 우유술을 나이주라고 하는데, 알코올 도수가 42도에 달한다. 러시아의 보드카가 추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듯이, 몽골의 나이주도 초원의 추운 밤을 지내는 데 도움을 주는 것 같다.

농경 민족은 술의 원료로 쓰이는 쌀이나 고량 같은 곡물을 쉽게 접한다. 하지만 유목민은 곡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고 곡물은 소중한 식량이므로 술을 담가 먹기에는 아깝다. 그래서 구하기 쉬운 동물의 젖을 활용해 술을 빚은 것으로 추정된다. 몽골인의 응용 능력은 우유술을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말의 젖을 활용해 몽골어로 ‘아이라그’로 불리는 마유주를 만든다. 이 술은 발효된 말의 젖을 증류해 빚는다. 나이주만큼 높은 도수가 아닌 아이라그는 술과 유산균 음료의 중간 정도로 보면 된다.

또한 모든 동물은 가죽을 가지고 있다. 소의 가죽은 우피(牛皮)다. 이 세상 동물의 가죽들 중 산업적으로 가장 가치 있는 것이 우피다. 다른 동물의 가죽은 우피만큼 대량 생산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대량 생산되는 제품이나 원료는 품질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우피는 그런 선입견마저 무너뜨린다. 우피의 우수함은 내구성에 있다. 특히, 소파같이 가죽이 질겨야 하는 제품에는 우피 이외의 다른 가죽을 사용하기 어렵다. 우피는 질길뿐더러 질감도 다른 가죽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기에 구두, 장갑, 지갑, 가방 등의 제품을 생산할 때 사용된다.

소뼈의 위대함에 대하여: 소의 뼈는 다른 동물의 뼈와 다르다. 식품으로 사용되는 것은 물론이고 문화ㆍ사회적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소뼈와 마찬가지로 돼지 뼈도 푹 고아 그 국물을 먹는다. 하지만 소뼈만큼 대중의 인기를 끌지는 못한다. 예전부터 소뼈는 보양식의 선두주자였다. 고급 식재료인 소뼈는 헌신과 봉사의 의미도 가졌다. 우리나라 부모의 유별난 자식 사랑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부모는 자식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준다.

소 한 마리 값이 한 학기 대학 등록금이던 시절이 있었다. 농부들은 자식 대학 공부를 시키느라 소를 팔았다. 서울에서 공부하는 자녀에게 등록금뿐만 아니라 등록금보다 더 많은 돈이 생활비로 나갔다. 자식 한 명이 서울로 유학을 가면 1년에 5~6마리가 우시장으로 나가야 했다. 서울로 유학 간 자녀가 2~3명이면 등골이 휘었다. 그래서 대학을 상아탑이 아닌 우골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람들은 소뼈를 푹 고아 그 국물을 맛있게 마신다. 오랜 시간 가열된 소뼈는 영양분을 아낌없이 내놓는다. 우골탑이라는 낱말에도 부모가 가진 모든 것을 자식에게 남김없이 준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래서 그 말만 들어도 가슴이 먹먹하고 아프다.

소는 풀을 먹고 소똥으로 배설한다. 그런데 소똥은 버릴 것이 없는 소중한 자원이다. 농부는 고약한 냄새가 나는 소똥을 차곡차곡 모아 퇴비를 만든다. 농부는 화학 비료가 보급되기 전까지 땅에서 자란 풀로 소를 먹였고, 다시 그 똥을 모아 풀과 함께 삭힌 후 땅으로 돌려보냈다. 이렇게 함으로써 지력 고갈을 막았으며 지속적인 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몽골처럼 건조한 지역에서는 소똥을 땔감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초원은 말 그대로 풀밭이다. 땔감으로 쓸 나뭇가지 하나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소똥이 최고의 연료가 되었다. 젖은 소똥은 불에 잘 타지 않으므로 연료로 사용하려면 건조시켜야 한다. 건조된 소똥은 냄새가 나지 않는 건초와 근원적으로 같다. 강력한 화력의 소똥은 유목민에게 따뜻함을 선물한다.

몽골 초원의 소는 유목민에게는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 주는 소중한 존재다. 유목민의 배를 채워 줄 고기와 우유는 물론 인생의 즐거움과 깊이를 더해 주는 독한 술과 추위를 해결할 수 있는 땔감까지 제공하기 때문이다. 묵묵히 일하면서 모든 것을 아낌없이 인류에게 준 소는 인간의 둘도 없는 후원자다.



제2부 동물과 인간이 만든 역사



고양이와 쥐, 대항해 시대를 열다


식량을 훔치다:
수만 년 동안 인류는 지구의 지배자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성공했다. 그러나 인류의 성공에는 다른 동물이 기여한 부분도 있다. 오랜 시간 많은 동물들이 인류를 위해 헌신했다. 그 조력자들 중 과소평가된 대표적인 동물이 바로 고양이다. 고양이는 많은 일을 했음에도 놀고먹는 동물이라는 누명을 쓰고 있다. 하지만 고양이는 다른 동물과 달리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한다.

쥣과 동물에게 고양이는 저승사자다. 생물학에서는 천적이라고 한다. 천적은 생태계에서 먹잇감이 되는 동물의 개체 수를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양이는 쥐의 개체 수를 적절하게 조절한다. 고양이와 먹잇감인 쥐는 모두 젖먹이 동물인 포유류다. 포유류에는 153개 과가 있다. 그중에서 규모가 가장 큰 것은 속이 40개, 종이 650개가 되는 쥣과 동물이다. 물론 개체 수도 쥣과 동물이 가장 많다.

쥣과 동물 중 인류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 동물은 집쥐와 생쥐다. 이들은 수만 년 전 인간 세상에 잠입해 원주민인 양 정착했다. 인간이 사는 곳에는 늘 집쥐와 생쥐가 함께한다. 시궁쥐속에 속하는 집쥐는 덩치가 제법 커서 실물로 보면 놀라기 십상이다. 집쥐 수컷은 체중이 300그램, 암컷은 200그램 내외다. 집쥐는 100마리에 달하는 큰 규모의 무리를 이루고 산다. 집쥐 1마리가 보이면 주변에 1000마리가 있다고 보면 된다.

집쥐는 발열, 오한, 근육통 등의 증세를 동반하는 렙토스피라증을 옮기는 매개체다. 집쥐의 소변을 통해 렙토스피라균이 배출된다. 인간이 집쥐의 소변과 접촉하면 이 균에 감염될 수도 있다. 특이한 점은 집쥐는 체내에 렙토스피라균을 보유하지만 병을 앓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간이 이 균에 노출되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집쥐처럼 전염병 매개체 노릇을 하는 동물을 매개 동물이라고 한다.

전염병을 옮기다: 생쥐는 체중 10~30그램의 작은 동물이다. 집쥐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작은 체구여서 해악이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큰 오산이다. 작은 고추가 맵듯 생쥐의 해악은 집쥐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생쥐는 왕성한 식욕과 번식력을 자랑하며 식량 절도에 능하고, 전염병 매개 동물 역할도 수행한다. 집쥐처럼 소변을 통해 렙토스피라균을 인간 세상에 배출한다.

생쥐는 생존에 필요한 다양한 재주를 가졌다. 수영에 능하고 나무도 잘 탄다. 식량을 가득 싣고 출항하는 배에 묶인 줄을 타고 승선하기도 한다. 월트 디즈니는 고양이를 골탕 먹이는 만능 재주꾼 미키 마우스를 장착했는데, 실제로도 생쥐는 재기 발랄한 동물이다. 생쥐는 식량을 구하기 쉬운 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생쥐에게 가장 좋은 서식처는 지저분한 성격을 가진 인간의 집이다.

들쥐는 들에 사는 다양한 종류의 쥣과 동물의 총칭이다. 쥣과 동물의 연합체인 들쥐도 도시의 쥣과 친척들처럼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피해를 준다. 피해가 집중되는 곳은 농업이다. 들쥐는 농부가 가꾼 농산물을 훼손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농경지 곳곳에 구멍을 판다. 집을 만들고 이동 통로를 개척하는 들쥐의 행동이 둑이나 제방의 붕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 조상들은 농사의 골칫거리인 들쥐를 없애고자 음력 정월 대보름이면 논둑에 불을 놓는 쥐불놀이를 했다. 그날은 공식적인 구서(쥐잡이)의 날이었다.

들쥐도 친척들처럼 전염병을 퍼뜨리는 매개 동물이다. 렙토스피라균은 기본이다. 들쥐가 퍼뜨리는 대표적인 악성 전염병은 고열과 복통 증세를 일으키는 유행성 출혈열이다. 한반도, 연해주, 만주 등에서 광범위하게 서식하는 등줄쥐가 유행성 출혈열의 매개 동물이다. 붉은쥐속에 속하는 등줄쥐는 분변을 통해 유행성 출혈열의 원인이 되는 한타바이러스를 체외로 배출한다. 한타바이러스가 먼지나 공기 등을 통해 사람의 호흡기에 침투해 유행성 출혈열을 일으킨다.

신이 인간에게 보낸 수호천사: 고양이는 체중 3~5킬로그램의 작은 포식자다. 고양이가 인류의 눈에 띈 것은 탁월한 사냥 능력 덕분이다. 다만 작은 체구 때문에 사냥 능력에 뚜렷한 한계가 있다. 고양이가 잡을 수 있는 최적의 사냥감은 쥣과 동물이다. 개체 수도 많고 크기도 작은 쥣과 동물은 하늘이 고양이에게 내려 준 이상적인 사냥감이다.

인류는 농경을 시작한 후 동물들과 달리 식량을 비축해 놓는 독특한 습관을 갖게 된다. 창고에 쌓인 식량은 후각이 예민한 쥣과 동물에게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인간은 식사를 마친 후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한다. 쓰레기 처리 시스템이 갖추어지기 이전 인간의 거주지는 쥣과 동물에게 음식이 지천으로 널려 있는 천국과도 같았을 것이다. 음식 냄새에 이끌린 집쥐와 생쥐의 조상은 야생의 보금자리를 버리고 인간 세상으로 이동했다. 쥣과 동물이 인간 세상에 정착한 사건은 또 다른 야생 동물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고양이의 조상들은 수만 년 동안 쥣과 동물에 의존해 살아왔다. 그러므로 먹잇감인 쥣과 동물의 이동은 고양이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고양이의 레이더는 듣는 능력이다. 개에 비해 후각은 뒤지지만, 청각은 월등하게 뛰어나다. 고양이는 사냥감이 내는 작은 소리도 놓치지 않는다. 인간 세상에서 발생한 쥣과 동물의 찍찍거리는 소리가, 고양이가 야생을 떠나 인간이 사는 곳으로 이동한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요컨대 인간 세상의 불청객인 쥣과 동물이 고양이를 초대한 것이다. 쥐의 초대장에 이끌려 인간 세상을 찾은 고양이는 야생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고양이도 쥐와 마찬가지로 인간 세상에 정착한 것이다.

인간 세상에 정착한 고양이는 거리를 순찰하며 본능에 따라 쥐를 사냥했다. 고양이의 삶은 인간 세상에 사는 다른 동물과는 크게 달랐다. 가축이라고 불린 대부분의 동물에게 자유는 사치였다. 가축들은 그저 인간이 시키는 일만 했다. 하지만 고양이는 자신의 의지와 판단에 따라 일했다. 인류가 고양이에게 자유를 허락한 것은 쥐 때문이었다. 먹이를 찾아 계속 돌아다니는 쥐를 잡으려면 고양이의 몸은 자유로워야 한다. 그 결과 고양이는 자유롭게 이동하며 야생의 본능을 버리지 않고 쥐를 사냥할 수 있었다. 쥐는 번식력의 상징과도 같은 동물이다. 쥐 한 쌍이 1년에 얻을 수 있는 자식과 손자가 2,000마리가 넘는다. 그래서 쥐는 십이지에서 쥐를 뜻하는 서(鼠)가 아닌 아들을 의미하는 자(子)로 표시된다. 다만 고양이의 활약으로 쥣과 동물은 인간 세상에서 과잉 번식에는 실패한다. 그래서 고양이는 신이 인류에게 보내 준 작은 수호천사다.

지금도 길고양이들이 도시의 뒷골목에서 순찰을 돌며 쥣과 동물을 사냥한다. 고양이의 조상들과 인류의 조상들이 맺은 암묵적인 계약은 21세기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고양이가 없는 인간 세상은 쥣과 동물의 천국이 될 수도 있다.

인류에게 항해의 자유를 주다: 다른 동물들의 자유를 속박한 인류는 고양이에게 예외적으로 많은 자유를 주었다. 놀라운 사실은 작은 체구의 고양이가 인류에게도 자유를 주었다는 점이다. 고양이가 인류에게 준 자유는 더 큰 세상으로 마음껏 이동할 수 있는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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