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왜 50부터 반등하는가
조너선 라우시 지음 | 부키
인생은 왜 50부터 반등하는가
조너선 라우시 지음
부키 / 2021년 8월 / 432쪽 / 18,000원
프롤로그 - 인생 여로의 비밀을 찾아서
1839년 30대 후반의 토머스 콜은 〈인생 여로〉라는 총 4편으로 구성된 연작을 그려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그리고 1840년에 처음 전시된 〈인생 여로〉는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받으며 콜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명작으로 남았다. 여로의 시작인 첫 번째 그림은 〈유년〉이다. 이 작품 속 풍경은 희망과 환희로 가득차있다. 왼편의 울퉁불퉁한 동굴에서 강물이 흘러나오고, 강물 위를 유유히 미끄러지는 황금빛 배 위에서는 이제 막 육신을 입고 서서히 약동하는 감각의 에덴동산으로 들어온 아기가 기뻐하고 있다. 바로 뒤에는 배의 키를 잡고 부모처럼 이 여행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수호천사가 서 있다. 콜이 생각하는 유년기는 전적인 보호와 천진한 경탄의 시기다. 뱃머리를 장식하는 황금색 천사 모양의 선수상(船首像)은 모래시계를 쳐들고 있는데, 이 여정이 세월의 물길을 따라간다는 암시다.
두 번째 작품인 〈청춘〉은 황홀경에 가까운 풍경을 보여주며 4편의 그림 중 가장 밝고 경쾌하다. 푸른 하늘 아래로 강물이 흐르고 둔치에는 녹음이 우거져 있다. 어느덧 아기는 청년이 되어 성인기의 첫 자락에 들어섰고, 이제 그가 직접 배를 조종하고 수호천사는 뒤쪽 부르면 들릴 만한 거리에 서서 응원하듯 손을 내밀고 있다. 저 앞에서 여행자를 부르는 천공(天空)의 성은 콜이 직접 쓴 해설에 따르면 “저 멀리 푸른 하늘에 돔 위로 다시 돔이 솟아오른 형태로 구현된 구름 더미 구조물, 공중에 지은 성”이다.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른 이 천상의 타지마할을 향해 여행자는 간절히 손을 뻗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땅보다 높은 관점에서 그가 못 보는 것을 볼 수 있다. 강물이 성으로 향하지 않고 급하게 방향을 틀어 멀리 나무들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는 절벽 아래 급류로 배를 몰아가리란 것을.
세 번째 작품인 〈성년〉의 풍경과 이야기는 다르다. 이제 탄탄한 골격을 갖춘 여행자는 현대인의 눈에 4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으로, 간청하듯 두 손을 앞으로 모아 쥐고 있다. 색채, 구름, 수평선이 모두 어둑하다. 바위투성이의 음울한 풍경을 폭풍과 구름이 뒤덮고 있다. 곧 맞닥뜨릴 황량한 벼랑이 솟아 있다. 불어난 강물이 거친 소용돌이와 물보라를 일으키면서 배는 사납게 날뛰는 그 물살 한가운데로 빠져들고 있다. 키가 부러져 조종이 불가능한 탓에 여행자는 수호천사의 손에 운명을 맡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천사는 그저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다. 콜은 우리에게 말한다. “중년은 고난의 시기다. 유년에는 근심 걱정이 없고 청춘에는 절망이 없다. 우리 눈에서 젊음의 금박이 벗겨지고 가슴 깊은 곳에서 묵직한 슬픔을 느끼는 것은 경험으로 세상살이의 현실을 알게 된 후부터다. 이 그림에서 일식 때처럼 컴컴한 색조, 상충하는 요소들, 폭풍에 쪼개진 나무가 그것에 대한 비유다.”
연작의 마지막 작품인 〈노년〉역시 전반적인 색조가 어둡다. 하지만 분위기는 다르다. 하늘은 컴컴하지만 폭풍이 걷히면서 천상의 빛줄기가 비친다. 만신창이가 된 배는 후미와 선수상이 떨어져 나갔다. 키와 모래시계도 사라졌다. 이제는 시간을 재거나 방향을 바꿀 필요가 없다. 배가 강어귀의 험난한 지형을 벗어나 고요하고 망망한 바다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머리가 벗겨지고 수염이 성성한 여행자는 자신의 배처럼 쇠약해졌다. 그는 배 위에 굳건히 서 있던 청춘이나 중년과 달리 아기 때처럼 앉아 있다. 우리에게 보이는 그의 왼쪽 얼굴은 기쁨이나 경탄, 공포 없이 그저 평온할 뿐이고, 두 팔은 뭔가를 맞이하듯 양쪽으로 벌어져 있다. 다시 그의 눈앞에 나타난 수호천사가 하늘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노인이 된 여행자는 지금껏 ‘보이지 않게’ 동행한 수호천사의 안내를 받아 구름 사이로 광명을 발하는 하늘을 올려본다. 천사들이 그를 불멸의 안식처로 맞아들이려는 듯 구름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인생의 강물은 이제 일생의 목적지인 큰 바다에 도달했다.
이것이 인간의 인생 여로다. 삶은 행복으로 시작해 행복으로 끝나지만 두 행복은 성질이 전혀 다르다. 처음이 환희와 열기로 들뜬 행복이라면, 나중은 고요와 내려놓음이 특징인 행복이다. 〈인생 여로〉는 완성된 직후 개인 소장품으로 팔려 종적을 감추자 야심 찬 화가는 크게 실망했다. 그래서 전시를 목적으로 1842년 원작과 거의 동일한 그림 4점을 다시 그렸고, 이 사본은 수차례 전시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사본도 누군가의 소장품으로 사라졌다가 어느 병원 전시품으로 다시 세상에 등장하지만 관리가 허술했다. 이에 1916년 이름을 밝히지 않은 어느 저명한 화가가 이 연작을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나 워싱턴 국립미술관에서 구매해 깨끗이 보수한 후 새 액자에 넣어 단독 전시실에 정식으로 전시할 것을 촉구했다. 실제로 그렇게 됐다. 1971년 국립미술관 측에서 1842년 작품을 구입해 전시함으로써 수많은 사람이 이 연작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는데,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행복과 불행의 갈림길 - 인생 만족도의 놀라운 결과
행복은 합리적이지 않다캐럴 그레이엄과 나는 40대 초반부터 알고 지낸 동년배다. 같은 싱크탱크에서 일하다 보니 어느 순간 친해졌다. 당시 나는 내 안에 있는 중년의 불만감을 비밀에 부치고 있었고 특히 동료에게 약한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번번이 점심을 같이 먹다 보니 자연스럽게 점점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게 됐다. 알고 보니 그녀의 40대도 순탄치 않았다. 출장이 잦은 남편 몫까지 대신해 세 아이를 키우는 와중에 두 조직에서 새롭게 관리직을 맡게 됐는데 양쪽 다 업무 부담이 상당했다. 설상가상으로 어머니는 알츠하이머병, 아버지는 폐기종에 걸렸고 부부 관계마저 악화 일로를 걸었다. 급기야 18년을 같이 산 남편과 갈라서기에 이르렀다. 두 사람 사이에 소규모 전쟁이 발발해 평화 협정을 맺기까지 7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그 기간 동안에 그녀가 토로했던 좌절감을 나는 기억한다. 그녀는 그 일로 인해 여전히 경도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 시련 속에서 그레이엄은 『세계 행복 연구: 행복한 소작농과 비참한 백만장자의 역설』 같은 역작을 탄생시켰다.
그녀를 만나기 전에 나는 인간의 행복이란 인생이 얼마나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그런 점을 반영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주관적 행복과 객관적 행복, 인식과 실제가 당연히 같이 가야 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내 불만을 부적절한 감정으로 여기고 그레이엄만이 아니라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연구 결과를 듣자니 갈수록 내 짐작이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 곡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행복이 합리적이지 않고 예측 불가능하며 반드시 객관적 상황을 반영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경제학계가 오랫동안 무시했던 이 사실이 최근에야 지지를 받기 시작한 것은 그레이엄을 포함한 새로운 계열의 경제학자들이 발견한 특이한 현상들 때문이다.
사회적 부 대 물질적 부 : 행복을 결정하는 6가지 요인행복경제학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우리의 행복이 물질적 요인이 아닌 사회적 요인에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인간은 극히 사회적인 동물이다. 그래서 (어느 시점을 지나면) 돈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가 돈으로 무엇을 살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돈으로 주변에서 어떤 위치에 서게 되느냐가 정해지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그리 놀랍지 않다. 참고로 행복경제학계의 또 다른 저명인사 존 F. 헬리웰을 포함한 연구자들이 데이터를 처리해 얻은 결과를 보면 사람들이 말하는 행복 중 4분의 3은 다음과 같은 6가지 요인으로 설명된다. ‘① 사회적 지원 ? 힘들 때 믿고 의지할 사람이 있는 것. ② 아량 ? 사람들은 관대하게 행동할 때, 그리고 주변에 관대한 사람들이 있을 때 더 행복하다. ③ 신뢰 ? 부정부패는 인생 만족도를 저해한다. ④ 자유 ?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스스로 결정할 자유가 충분히 있다고 느끼는 것. ⑤ 1인당 소득 ⑥ 건강 수명(평균 수명에서 아픈 기간을 제외한 수명)’
그런데 이 목록에서 6가지 요인 중 4가지가 사회관계와 연관되어 있다. 6가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은 사회적 지원이며, 이것을 포함해 전문 용어로 ‘관계재(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생성되는 재화)’라고 할 사회적 요인이 총 4가지나 되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요인 대부분을 차지한다. 심리학 실험 역시 동일한 결론이 나온다. 사람들은 건강과 관계 중에서 굳이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몸은 좀 덜 건강하더라도 사회적으로 더 많은 관계를 맺었을 때 더 큰 만족감을 느낀다고 한다.
인생의 전환점 :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지다캐럴 그레이엄은 트라우마가 생길 만큼 혹독한 순간이 종종 있고 많이 힘들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생산적이었던 40대를 보낸 후 일대 전환점을 맞았다. 행복경제학자들이 광야를 헤매던 시절이 끝나고 그들의 학문이 학계에서 주류로 편입되면서 언론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는 내게 말했다. “나의 50대는 내 연구 분야가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어요. 우리의 접근법이 드디어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고 생각하면 엄청난 보람이 느껴져요.” 가정에서도 요즘 10대 자녀와 같이 기타를 치고 달리기 대회에 참가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혹시 개인적인 면에서 어떤 변화가 있나요?” 내가 묻자 그녀는 “나이가 드니까 나쁜 일이 생기면 내가 이전에 헤쳐 나온 일들과 비교할 수 있게 됐어요. 그러니까 예전과는 관점이 달라졌죠. 더 현명해진 거죠. 옛날 같았으면 끙끙 앓았을 일이지만 이젠 안 그래요.” 예를 들면 그녀의 글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그렇다. “40대 때 그런 소리를 들었으면 ‘아, 최악이야’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그러거나 말거나예요. 이젠 남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든 신경 안 써요.” 그레이엄은 행복 곡선(그녀가 발견에 공헌한 그 곡선)에서 전환점을 지났다. 참고로 2001년 그레이엄은 스테파노 페티나토와 『행복과 시련: 신흥 시장 경제국의 기회와 불안정』을 출간했는데, 이 책에는 라틴아메리카에서 인생 만족도가 20대부터 감소하다가 48세를 기점으로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주는 도표가 실려 있다.
경이로운 발견 - 행복 곡선을 찾아 나선 모험
중년의 위기는 실제로 존재할까중년이 정서적으로 힘든 시기고 노년이 되면 점점 평온해진다는 생각이 최근에야 생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국립미술관에 전시된 토머스 콜의 그림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그러나 중년에 뭔가 특별한 사태가 벌어진다는, 이른바 ‘중년의 위기’라는 개념은 의외로 최근에 와서 생겼다. 이 말은 1965년 엘리엇 자크가 『국제정신분석학저널』에 발표한 「죽음과 중년의 위기」라는 논문에서 처음 등장했다. 어쩌면 당연하달까, 당시 자크는 40대 후반이었다. 무엇에 대한 반응일까? 이전까지 추상적이고 멀게만 느껴졌던 죽음이 30대 중반부터 구체적이고 가깝게 느껴지는 현상에 대한 반응일 것이라는 가설을 자크는 제시했다. 그렇지만 심리학자들은 자크의 주장이 옳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중년과 행복을 또 다르게 보는 관점이 존재하는데, 이 관점은 다른 유형의 사상가가 발견했다.
행복의 주관적 요인과 빅 데이터에 주목한 별난 경제학자2015년에 처음 만났을 때 워릭대학교 경제학 교수인 앤드루 오즈월드는 61세였다. 그가 1979년 최초로 발표한 논문 주제는 타인의 소득을 기준으로 자신의 소득을 평가하는 현상, 전문 용어로 “비교 성향”이었는데, 당시에는 이 현상에 대해 밝혀진 것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 오즈월드는 노동조합에서 상대 소득에 집착하는 경향에 주목했다. 노동조합들은 소속 조합원들에게 최소한 다른 노동조합과 동일한 수준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했다. “딱 봐도 그게 바로 사람들을 움직이는 원동력인 것 같았어요.” 당시에는 주관적 요인을 중심으로 연구하는 오즈월드가 별종으로 취급됐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온갖 방정식으로 무장한 청년 오즈월드는 박사 후 연구원으로 프린스턴대학교에 들어가 배운 대로 수학 모델들을 제시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냉담한 반응뿐이었다. 오즈월드 역시 행복에 관한 방대한 데이터 세트를 발견했을 무렵 데이비드 블랜치플라워라는 창조력의 촉매를 만났다.
행복 데이터에 나타나는 엄청난 일관성오즈월드를 만나고 몇 주가 지난 6월의 어느 날 오전 10시, 나는 오즈월드의 파트너인 데이비드 블랜치플라워를 만났다. 내가 첫 번째 질문을 하기도 전에 대니(블랜치플라워의 별명)는 내가 도착하기 30분 전 그때껏 한 번도 검토해 보지 않았던 데이터 세트를 열어 봤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급히 분석해 봤더니 인생 만족도와 나이 사이에서 전형적인 U자 관계가 발견됐다고 했다. 그 데이터 세트에는 37개국에서 취합한 데이터가 수록되어 있었는데, 미국과 덴마크 같은 선진국 위주였지만 간간이 중국, 라트비아, 터키 같은 나라가 끼어 있었다. 데이터 출처는 “현재의 삶을 전반적으로 볼 때 얼마나 행복하거나 불행하다고 평가하시겠습니까?”라고 묻는 설문 조사였다.
나이와 행복의 명료한 관계, U자 곡선2004년 『공공경제학저널』에 발표한 「영국과 미국의 안녕감 추이」에서 블랜치플라워와 오즈월드는 충분한 데이터를 근거로 나아가 그 자체로 행복의 결정 요인이 된다고 자신 있게 선언할 수 있었다. 이 논문에서 그들은 결혼은 행복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실업은 매우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영국에서는 인생 만족도가 정체되어 있고 미국에서는 감소 추세라고(단 미국 흑인의 경우는 증가 추세), 상대 소득이 중요하다고 썼고, 인생 만족도에 독립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응답자들이 말하는 행복도에 미치는 선명한 영향이 흥미롭다. 이것은 U자 곡선으로 나타난다.” 이 2004년 논문은 나이가 심상치 않은 변수임을 세상에 알리는 선언문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들은 4년 뒤 학술지 『사회과학과 의학』에 나이와 행복에 관한 역작 「인생 주기에서 안녕감은 U자 곡선을 그리는가?」를 발표했다. 50만 명 이상 설문한 결과를 포함해 수십만 명의 데이터를 토대로 그들이 내놓은 대답은 “그렇다”였다. “안녕감이 인생 중반 즈음 최저점에 도달한다. 이런 규칙성은 흥미롭다. U자 곡선은 남성과 여성에게 비슷하게 나타나고, 대서양 왼편과 오른편에서 비슷하게 나타난다.” U자 곡선이 나타나지 않는 국가가 20개 됐지만 대부분 표본 규모가 작은 개발도상국이었다.
데이터로 풀 수 없는 불가사의“그런데 나는 확실히 U자를 경험한 것 같아요.” 언젠가 오즈월드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그는 40대에 이혼했다. 당시에는 그의 행복 연구가 빛을 발할 것 같지도 않았다. “내 인생의 후반전이 영 시원찮게 느껴졌어요. 전반적으로 내리막길이라고 생각했죠.” 블랜치플라워 또한 중년이 힘들었다고 했다. “그때 내가 원했던 게 뭔지 알아요? 유명해지는 거였어요. 이미 아이비리그 대학교에서 정교수가 됐고 『임금 곡선』이란 공동 저서까지 냈는데 아직 마흔밖에 안 됐죠. 그때 우리 둘 다 그랬어요. ‘와! 이거 생각했던 것보다 좀 빠른데!’ 그게 중년의 위기였던 것 같아요. 이런 식이였죠. ‘이 정도론 아직 부족해.’” 당시 덫에 걸린 기분이었는지 묻자 블랜치플라워는 “난 아니었지만 아내가 내 덫에 걸린 기분이었을 거예요.”라고 대답했다. 그는 스트레스를 풀려고 스노모빌과 요트를 구입하고, 연구에 더욱 몰두했다. “거의 하루 종일 일할 때가 많았죠. 확실히 부부 관계에는 소홀했어요.” 그도 오즈월드처럼 심적으로 고통스러운 이혼 과정을 겪었고 설상가상으로 암 판정까지 받았다. 그는 그 시기를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