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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정복한 식물들

스티븐 해리스 지음 | 돌배나무


세계를 정복한 식물들

스티븐 해리스 지음

돌배나무 / 2020년 8월 / 392쪽 / 15,000원



보리 - 빵, 화폐 그리고 맥주


수천 년 동안 인간은 보리를 재배하고 거래해 왔고, 보리 재배는 서구 문명을 지탱하는 하나의 기틀로 자리잡았다. 밭을 갈고 죽은 듯 보이는 낟알을 뿌리면 이내 새싹이 나고 이삭을 맺는다. 이 과정이 1년 주기로 반복된다. 분명히 초기 농부들은 이런 과정을 신비롭게 여겼을 것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밭에 낟알을 뿌리면서 신에게 풍년을 기원하고 익은 곡식을 거두어들일 때 신에게 감사하는 종교 의식이 발달했다.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이러한 종교 의식은 공동의 신앙을 낳고 그 신앙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결속시켰으며 공동체 구성원들에게는 미래의 생존이 보장되었다는 안도감을 심어줬다. 단, 종교의식의 제물로 선택되지 않은 이들에 한해서 말이다.

새로운 사회와 제국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과정 속에서 이런 종교 의식의 형태도 발전하고 변했다. 그러나 우리는 뒤늦게 등장한 종교 관계들에서 앞선 시대의 신앙을 찾아낼 수 있다. 그중 하나가 로비갈리아 축제다. 로마력으로 4월 25일에 열리는 이 축제는 곡물의 신을 위한 것이었다. 한 해의 수확을 기념하기 위해 기독교 의식들이 추분과 관련된 이교도 의식들을 대체했지만, 기독교력의 기원절은 로비갈리아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이 기간 동안 교구 경계는 통제되고 사람들은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한다. 보리를 의인화한 인물, 존 발리콘에 관한 영국 민요와 설화에서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곡물을 수확하는 농사 과정은 한 인간의 탄생, 역경, 죽음 그리고 부활로 묘사된다.

보리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bere’와 ‘barley’는 고대 영어 ‘baerlic’에서 파생됐다. 인간의 농경사에 아주 깊이 박힌 이 고대 영어에서 헛간이라는 뜻의 ‘barn’이나 보리 창고라는 의미의 ‘barley place’란 단어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보리는 본래 유럽이나 북미 농가에 딸린 아늑한 헛간과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시작됐다. 농가에서 재배되는 보리 품종은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유래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는 홍해 북부에서 지중해 동부를 따라 시리아 북부로 이어지는 긴 활 모양의 지역이다. 이 지역은 동쪽으로는 터키 남동부를 통과하고 남동쪽으로 이라크와 이란의 경계를 따라 길게 펼쳐져 있다.

보리가 농가에서 재배되었음을 보여주는 첫 증거는 기원전 8000년경까지 거슬러 올라가 예리코 인근의 유적지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기원 5세기부터 보리를 주식으로 삼아온 티베트도 보리를 재배했던 주요 지역이다. 보리의 재배종과 고대 야생종에는 두 가지의 중요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야생종의 경우 낟알이 익으면 땅에 떨어지지만 재배종의 경우 끝까지 꽃대에 달려 있어 수확이 훨씬 용이하다. 그리고 이삭을 맺는 과정 자체가 다르다. 재배종의 보리 이삭에는 각 마디마다 세 개의 낟알꽃이 달리고 이런 세 개의 낟알꽃 더미가 꽃자루의 양쪽에 배열된다. 마디에 달린 세 개의 낟알꽃이 모두 여물면 여섯 줄로 보리 씨알이 열린다. 그러나 야생종은 그중 가운데 낟알꽃만 여물어 보리 씨알이 두 줄로 배열되어 열려 2조맥, 즉 두 줄 보리로 분류된다. 인간이 보리를 재배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보리 품종이 만들어졌다.

흔히 사람들은 식재료로서 밀보다 보리의 질이 낮다고 여긴다. 그러나 보리는 없어서는 안 될 곡물이다. 2012년, 보리는 전 세계적으로 1억 3천만 톤 이상 생산된 세계 4대 곡물 중 하나다. 생산량의 대부분이 주류와 가축 사료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며, 여섯 줄 보리가 두 줄 보리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당분 함량이 낮아 사료로 만들기에 더 적합하다. 보리는 건조하고 양분이 빈약하고 염도가 맞지 않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자란다. 반면 밀은 보리에 비해 이런 환경을 잘 견디지 못한다.

술을 빚는 능력이 인간 문명의 발전에서 획기적인 역할을 담당했다는 주장이 있다. 술을 취해 휘청이는 것이 아니라 식품을 가공해 보관하는 능력의 관점에서 말이다. 발효는 탄수화물을 알코올과 이산화탄소 그리고 궁극적으로 유기산으로 바꾼다. 우리가 마시는 술은 간단히 말해 탄소 원자가 두 개인 에탄올이다. 이 에탄올을 만들려면 물, 당분(맥아 보리 혹은 엿기름), 혐기성(공기 중의 산소를 필요로 하지 않는) 환경과 효모균만 있으면 된다. 인류는 수천 년 동안 에탄올을 만들어 왔다. 자그로스 산맥에서 발견된 적어도 5천 년은 된 것으로 추정되는 도자기 파편에서 보리 맥주의 흔적이 나왔다. 수많은 수메르 설형문자판에서 양조법과 보리 거래내역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고 이집트 무덤에서 나온 장례용품에는 보리로 맥주를 만드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양조업자들은 홉이 맥주를 보존하고 풍미를 높인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맥주는 홉이 첨가된 에일이다. 게다가 양조업자들은 보리 품종의 차이를 이용했다. 전통적으로 영국과 독일은 두 줄 보리로 에일을 만들었고 미국은 여섯 줄 보리로 라거를 만들었다. 초기 양조업자들도 발효과정을 조절했다. 하지만 효모와 발효의 관계는 1856년 프랑스 화학자인 루이 파스퇴르에 의해서 밝혀졌다. 보리를 발효시키면 맥주와 에일을 만들 수 있고 증류시키면 몰트위스키가 된다.

외부인의 눈에는 거의 미신과 다를 바 없는 종교의식과 미스터리로 가득한 문화들은 술을 중심으로 발달해왔다. 술을 둘러싼 문화는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깨끗한 식수가 없었기 때문에 맥주는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음료였다. 심지어 어린아이들도 장티푸스균이나 콜레라균이 득실거리는 물보다 더 안전한 맥주를 소량 연하게 마셨다. 과거 맥주를 많이 마셨던 배경에는 정치적인 요인도 있었다. 1751년 만화가이자 판화 제작자인 윌리엄 호가스는 ‘맥주 거리와 진 골목’이라는 판화를 공개했다. 맥주 거리에서 사는 사람들은 행복하고 책임감 있는 근면한 시민들이었지만 진 골목에 사는 사람들은 불행하고 무책임하고 게으른 시민들이었다. 이 판화를 통해 윌리엄 호가스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바로 ‘무엇을 언제 마시느냐가 중요하다. 영국 에일은 좋고 외국의 진은 나쁘다’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발효주든 증류주든 술은 양날의 검이었다. 영국 재무성은 주류 판매에 엄청난 액수의 누진세를 부과했지만 주류가 국민의 행동과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해결해야만 했다. 결국 19세기 영국에서 술로 야기된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주운동이 일어났다.

그리고 시민사회의 경제적 발전에 따라 화폐가 생겨났다. 돈은 귀금속의 무게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수단이다. 화폐의 등장 이전에는 곡물이 화폐의 역할을 대신했다. 고대 그리스에서 1드라크마는 캐롭 꼬투리 18개였고, 캐롭 꼬투리 1개는 밀알 4개였다. 아일랜드의 켈트족에게 밀알 8개는 1핑귄의 값어치를 했다. 영국은 앨프리드 대왕부터 튜더 왕조까지 이어지는 600년 동안 1페니의 가치를 밀알 32개로 규정했다. 밀이 없을 때는 교환 수단으로 보리를 사용했다. 대략적으로 보리알 3개는 밀알 4개와 교환할 수 있었다. 참고로 영국의 신발 사이즈는 보리알의 길이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곡물을 무게와 화폐의 기준으로 사용했다는 것은 곡물 낟알의 크기가 상당히 균일했다는 뜻이다. 과거에 곡물을 실질적으로 무게와 단위의 기준으로 사용했느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어쨌든 곡물이 엄격한 측량과 연관될 정도로 중요한 존재였다는 것은 자명하다. 영국 농부들은 곡물 낟알의 크기가 다양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고 이 차이로 발생하는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예를 들어 에드워드 1세가 집권하던 시기는 영국법에 ‘1페니는 이삭 중간에서 딴 둥글고 건조한 밀알 32개’라고 명시되어 있다.

분명 특별할 것 없는 곡물인 보리는 수천 년 동안 서구 문명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보리는 빵, 맥주와 가축 사료로 서구 문명에 큰 기여를 했고, 사람들이 화학 반응을 이해하고 효모를 재배하는 토대가 되었다. 게다가 저가의 원료를 고가의 상품으로 만드는 데에도 한몫했다.



포도 - 신들의 취중진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이 매춘이라면, 아마도 두 번째로 오래된 직업은 와인 제조업일 것이다. 와인의 원료인 포도는 6천 년에서 8천 년 전 근동의 유라시아 들포도덩굴에서 나왔다. 포도는 술과 음주의 역사와 긴밀한 관련이 있다. 포도는 구약성서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된 첫 재배식물이다. 노아가 포도밭을 경작했다는 구절 다음에는 그가 지나칠 정도로 와인을 마시고 만취해서 인사불성이 됐다는 내용이 나온다. 포도는 말린 과일로도 인기 있다. 하지만 전 세계 8만 제곱킬로미터의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포도 대부분이 와인의 원료로 사용된다.

덩굴포도나무와 와인은 고대와 현대를 넘나들며 서양 예술에서 문자 그대로 그리고 상징적으로 많이 언급된다. 특히, 지중해 주변에 위치한 서양 문화의 예술작품에서 덩굴포도나무와 와인이 자주 등장한다. 그리스 신화와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와 바커스를 기리기 위한 의식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진행된다. 여기서 ‘질탕한’을 뜻하는 ‘dionysian’과 ‘진탕 마셔대는’을 뜻하는 ‘bacchanalian’이 유래됐다. 두 단어 모두 광란하게 술을 진탕 마시는 행위와 관련이 있다. 포도덩굴과 서구 문화 사이에는 고전적, 종교적 그리고 사회적 연관성이 존재한다. 포도덩굴은 중세 유럽의 고상한 정원에 없어서는 안 될 식물이었다. 포도덩굴은 식량과 술의 원료일 뿐만 아니라 그늘을 만들어주고 상징이 되는 존재였다. 16세기 정원에서 포도덩굴의 지위는 장 루엘의 『식물지』 목화판 속표지에 그려진 포도덩굴로 덮인 수목이 다양한 동식물을 지배하고 있는 모습에서 짐작해볼 수 있다.

포도는 또 하나의 고고학적 표식인 타타르산(또는 주석산)을 제공한다. 타타르산은 주로 와인 숙성에 사용된 용기에서 발견된다. 포도는 장거리 수송에는 씨앗의 형태로, 단거리 수송에는 꺾꽂이모 형태로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 포도 재배지역은 지중해 지역을 통해 아시리아, 페니키아, 그리스 그리고 에트루리아의 교역로를 따라 서서히 확장됐다. 로마인들은 포도 재배의 경계를 유럽 제국의 온대 지방, 심지어 미개한 영국 제도까지 확장했다. 붕괴된 로마 제국을 비롯해 가톨릭교회로 가장한 새로운 로마 제국의 수도승들은 중세 시대 동안 포도 재배를 지속해왔고, 여전히 널리 확산시키고 있다. 교회에서 와인은 육체와 영혼의 건강을 위해 중요하게 여겨지며, 성찬 예식에도 쓰인다.

신세계의 재발견은 교회에 포도 재배에 활용할 수 있는 영적 힘과 기후를 제공했다. 아이슬란드 탐험가 레이프 에릭슨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보다 5세기 앞서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을 때, 그는 탐험 중에 머루나무를 보고 그 지역을 ‘와인의 땅’이라는 의미의 빈랜드로 불렀다. 원주민들은 머루로 와인을 만들지 않았던 것 같지만 말이다. 하지만 1830년대 아메리카 대륙의 머루가 아주 중요해졌다. 당시 유럽의 포도밭은 필록세라의 공격을 받고 있었다. 필록세라는 북아메리카에서 들어온 미세한 진딧물로 포도나무 뿌리에 살며 나무의 수액을 빨아먹는다. 포도밭이 완전히 망가질 수 있었던 이 상황에 대처할 최고의 방안은 필록세라에 강한 미국 품종의 뿌리줄기에 유럽 품종을 접붙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굉장히 보수적인 포도밭 주인들이 이러한 합의에 이르는 데에는 수년이 걸렸다.

현재 알려진 포도 품종은 1만 개 이상이다. 대다수는 전문가 컬렉션에서만 발견되고, 피노 누아, 카베르네 소비뇽, 샤르도네, 그리고 톰슨 시들러스와 같은 소수 품종만 상업적으로 재배되고 있다. 이 품종들은 서로 긴밀한 관련이 있다. 피노 누아는 기원전 1세기에 나온 품종으로 알려져 있고, 샤르도네는 피노 누아와 구에 블랑의 교배종으로 4세기에 나온 품종이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18세기 초에 나온 카베르네 프랑과 소비뇽 블랑의 교배종으로, 한 적포도 품종의 유전자 2개가 변이를 일으키면서 수천 개의 백포도 품종이 나오게 되었다.

포도 재배는 고상한 가내수공업이 아니다. 덩굴과 끊임없이 전투를 벌이고 해충과 질병으로부터 나무를 보호해야 한다. 포도밭에서는 주로 접붙이기와 꺾꽂이와 같은 방식으로 포도나무를 번식시킨다. 포도 품종들은 유전적으로 아주 가까운데, 이것은 포도나무가 진화 속도가 빠른 균질 병원균과 해충 부대의 맹공격을 견뎌내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포도 재배자들은 경제적 부담과 환경 파괴 위험에도(그 어느 때보다 더 정교한 무기인) 농약을 사용한다. 재배자들은 포도 품종을 늘리기 위해 값비싸고 고된 연구를 진행하지만 보다 익숙하고 전통적인 품종을 찾는 와인 제조업자와 소비자의 욕망 때문에 좌절하기도 한다.



장미


장미는 상징, 약재, 향수, 산업 원료, 식량 등 다방면으로 사용된다. 이런 용도들과는 별개로, 장미는 수천 년 동안 여러 문화권에서 관상식물로 자리매김했다. 장미는 가장 널리 재배되고 사랑받는 원예식물이다. 장미는 수백만 명에게 기쁨을 주고, 일자리를 준다. 이 과정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부를 얻었다. 실제로 유럽인들은 자신들이 정착한 거의 모든 지역에서 장미 재배를 시도했다. 식물 육종가들은 유전자를 조작해서 질병에 강한 품종이나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특징을 지닌 장미 품종을 개발했다. 시장의 첫 유전자 변형 식물이 정말로 푸른 장미였다면 21세기 초 유전자 변형 유기체의 역사가 달라졌을까?

18세기 스웨덴 식물학자 칼 폰 린네는 공식적으로 장미의 생물 분류상의 속을 고전적인 라틴명 ‘로사’라고 명명했다. 그는 12종의 장미와 추가로 ‘장미와 구분하기가 어렵고 그 정체를 밝히기 힘든 새로운 종들’도 개발했다. 약 70년 뒤, 영국에서 존 린들리는 장미에 쏟아지던 엄청난 식물학적 관심에 대해 논평했다. 19세기 말 프랑스 식물학자 장 미쉘 간도게르는 유럽과 서아시아에서 4천 종 이상의 품종을 개발했다. 벨기에 식물학자 프랑수아 크레핀은 장미에서 나타나는 변형을 이해하려고 애쓰며 이종 간의 교배가 그 원인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장미의 유전자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던 그는 장미의 품종이 이토록 다양할 수 있는 이유를 밝혀내지 못했다. 장미 유전자의 비밀은 20세기 초에 풀렸다. 장미는 복잡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재배종과 야생종과의 교배가 언제든지 가능해 원예가들에게 인기 있는 식물이다. 이런 점들 때문에 수많은 종에서 발견되는 변형의 패턴이 다양할 수밖에 없다. 현대의 장미는 약 190종이 존재하고, 가시가 돋친 관목의 형태를 하고 있으며 북반구의 온화한 기후의 아열대 지역에 분포한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동의한다.

장미열매는 시럽으로도 만들 수 있고 식품 보조제로도 사용된다. 그리고 장미열매를 으깨 말리면 어린아이 같은 장난에 쓰기 적당한 가려움을 유발하는 가루를 만들 수 있다. 장미열매 시럽의 품질은 매우 들쑥날쑥한데, 비타민C 함량이 장미의 품종, 수확시기, 요리온도 그리고 요리시간에 따라 다양하기 때문이다.

장미는 수 세기 동안 재배됐고 교배가 쉬우며 중국과 중앙아시아의 험한 지역에서도 자란다. 이런 특성 때문에 장미의 기원이 되는 종을 찾기란 쉽지 않다. 현대 장미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약 일곱 종의 장미가 크게 기여한 것으로 여겨진다. 육종가들은 아름다운 노란 꽃잎, 냉동성, 사철개화 그리고 달콤한 향기와 같은 바람직한 특성을 결합하여 현대 장미를 개발해냈다.

장미는 정치와도 연관성이 있다. ‘은밀한’을 뜻하는 어구 ‘sub rosa’에는 기밀이란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서 로마 시대의 건축물 천장에는 장미가 그려지곤 했다. 장미와 정치의 연관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15세기 후반의 영국에서는 요크 가문과 랭커스터 가문이 왕좌를 두고 전쟁을 벌였다. 몇 세기 이후, 전형적인 빅토리아 시대 낭만주의의 영향을 받아 이 전쟁은 장미전쟁이라 불리게 되었다. 요크 가문의 문장은 흰 장미, 랭커스터 가문의 문장은 붉은 장미였기 때문이다. 랭커스터 가문의 헨리 튜더가 요크 가문의 왕 리처드 3세를 굴복시키고 튜더 왕조를 세우면서 장미전쟁은 막을 내렸다. 헨리 튜더는 헨리 7세로 등극한 뒤 요크 가문의 흰 장미와 랭커스터 가문의 붉은 장미를 합쳐 튜더 로즈를 만들었다. 튜더 로즈는 붉은 장미의 꽃잎 5장과 흰 장미의 꽃잎 5장을 짜 맞춘 튜더 왕조의 문장으로, 이후 영국의 국화가 되었다. 현대에 붉은 장미는 국제적 사회주의의 상징이었고, 흰 장미는 1940년대 독일에서 반나치 운동의 상징으로 쓰였다. 2003년 조지아에서도 장미혁명이 일어났다. 이 모든 것이 현대 정치와 장미의 연관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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