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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죽음에는 이유가 있다

강신몽 지음 | 이다북스
모든 죽음에는 이유가 있다

강신몽 지음

이다북스 / 2019년 8월 / 368쪽 / 16,500원





1장 하나의 죽음, 두 개의 시선



죽음을 해석하는 유일한 단서

그는 왜 논바닥에서 죽었을까: 1990년대 초, 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2월이었다. 나는 그때만 해도 사건현장 근처에 있는 병원으로 출장을 나가 부검하곤 했다. 계획된 부검을 마치고 돌아서려는데 수사관들이 다가왔다. “변사체가 한 구 더 있는데, 사전에 접수하진 못했지만 오신 김에 부탁드립니다.”

설명에 따르면, 그날 아침 도로변 논바닥 위에서 한 남성의 시체가 발견되었는데, 신원을 파악해보니 60세의 정현수 씨였다. 그는 그 전날 회사에서 퇴근해, 저녁을 먹으려다가 친구의 전화를 받고 외출했다. 친목계원 6명과 어울려 음식점에서 소주 4병을 나누어 마신 그는 그중 한 명과 다른 술집에 들려 맥주를 10병 나누어 마셨다. 술을 마신 후 그가 먼저 나섰는데, 친구가 술값을 계산하고 나와 보니 그가 보이지 않았다. 주변을 서성이며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친구는 그가 술에 취해 먼저 집에 간 것으로 생각하고 자기도 귀가했다. 그런데 다음 날 그가 변사체로 발견된 것이다. 소식을 듣고 찾아온 유가족들은 소지품 중 없어진 것은 없다고 확인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시체에 나타난 상처 그리고 그간의 행적으로 볼 때 그가 술에 취해 현장에서 추락해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으며, 강도의 소행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누군가와 시비를 벌이다가 떨어졌을 가능성, 차량에 부딪히거나 차량을 피하다가 떨어졌을 가능성, 실수로 떨어졌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설명을 마쳤다.

“바지 지퍼는 열려 있었습니까”: 그런데 부검해 보니 시체의 이마 한가운데에 T자 모양으로 찢긴 커다란 상처가 있었으며, 그 주변의 피부는 비교적 넓고 부정형하게 까져 있었다. 전체 크기는 가로 8센티미터, 세로 6센티미터 정도였다. 그 외에도 얼굴 오른쪽에는 눈썹에 작은 찢긴 상처, 눈 부위에 작은 피부 까짐을 동반한 피부 밑 출혈이 있었고, 광대뼈 부위도 조금 까져 있었다. 더구나 찢긴 상처 안쪽에는 흙도 묻어 있었다. 평편하면서도 거칠고 단단한 물체에 부딪힌 전형적인 손상이었으며, 얼어붙은 논바닥이라면 매우 합당하다고 생각했다.

오른쪽 허벅다리 바깥쪽에는 피부가 비교적 크게 까져 있었고 오른쪽 무릎 아래쪽에도 피부가 조금 까져 있었는데, 쓰러지면서 생긴 상처로 보였다. 찢긴 상처가 있는 이마 아래에는 광범위한 출혈이 있었다. 경추 앞쪽에 비교적 넓은 출혈이 있었고, 경추는 제5, 6번 사이에서 골절되었으며, 경추강 속과 경수 실질에서도 출혈이 보였다. 시체가 치워져 있었지만 현장을 살펴보고 담당 경찰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시체가 발견된 논은 공사장 도로변에 있었고, 논바닥은 얼어붙어 돌처럼 단단했으며, 논두렁의 높이는 2.5미터 가량 되었다. 발견 당시 시체는 반듯이 누워 있었고 옷과 양말은 제대로 신고 있었다. 상의는 약간 말려 올라가 있었으며, 점퍼와 상의는 단추가 열려 있었다. 바지 왼쪽 주머니에는 지폐 몇 장과 머리빗이 삐죽이 나와 있었다. 그렇다면 그는 도로가에서 논바닥을 향해 앞쪽으로 고꾸라지면서 떨어졌고, 논바닥에 이마를 부딪히면서 목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으며, 거기에 추위가 더해져 사망한 것으로 보는 데 문제가 없었다. 부검과 현장조사를 통해 사인을 좀 더 명확해지기는 했지만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경찰관들에게 바지의 지퍼나 단추가 어떤 상태였느냐고 물어보았다. 바지는 지퍼였는데 완전히 내려져 있었으며, 혁대는 풀지 않은 상태였다고 했다. 추락한 사람에게는 바지의 지퍼가 내려와 있거나 단추가 열려 있다면 소변을 보거나 보려다가 고꾸라져 떨어졌다는 좋은 근거가 된다. 반대로 지퍼가 터져 있거나 단추가 떨어져 나갔다면 교통사고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서 강력한 충격을 받았다는 근거가 된다. 나중에 나온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6퍼센트였다. 술에 취해 소변을 보다가 논바닥에 떨어진 것이었다.

하나의 죽음, 두 개의 시선

“자살이라는데 자살 같지 않네요”: 무더운 여름날, 사무실에서 서류를 정리하고 있는데 부검실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날 부검을 담당하고 있는 동료 의사였다. 방금 부검을 끝냈는데 사건이 조금 이상해 상의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부검실에 가보니 40세가 될까 말까 한 여자가 이미 부검을 마친 상태로 부검대 위에 누워 있었다. 담당 의사는 부검 소견으로 보면 타살로 판단되는 데 담당 수사관은 자살이 틀림없다고 했다. 사건은 이랬다.

그녀는 인가가 몇 채 안 되는 허름한 동네에서 남편과 단둘이 살고 있었는데, 술주정이 심해 남편에게 매일 얻어맞곤 했다. 전날도 술에 취해 집에 들어온 아내가 눈을 뜨자마자 아침부터 술타령이어서 화가 난 남편이 나무랐고 부부싸움이 시작되었다. 싸움이 커져 급기야 집 앞 골목길까지 나와 다투었다. 싸우는 소리에 이웃사람 둘이 밖으로 나왔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부부가 집 앞에서 다투고 있다가 여자가 갑자기 집 안으로 들어가더니 부엌칼을 들고 나와, 자신의 가슴에 칼을 대고 “죽어버리겠다”고 위협했다. 하지만 화가 치민 남편은 그런 아내를 말리기는커녕 “그래 죽어 버려. 마음대로 해!”라고 했고, 그녀는 정말로 자기 가슴을 찔렀다. 남편도 목격자들과 같은 말이었다.

“그래 죽어버려. 마음대로 해”: 동료 의사는 사건 내용도 그렇고 시체를 처음 보았을 때 왼쪽 가슴에 칼자국이 하나 있어서 별다른 의심이 들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부검해 보니 심장을 뚫고 들어간 찔린 상처의 각도가 자살로 보기에는 곤란했다. 칼은 왼쪽 가슴 먼 쪽에서 흉골판과 약 30도 정도의 예각을 이루면서 찌르고 있었다. 칼의 모형으로 재현해보니 스스로 찌르기에는 몹시 어색했다. “칼로 자살한다면 이렇게 몸을 비틀어서 가슴에 칼을 꼽겠습니까?” 부검 의사가 담당 수사관에게 물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자살 사건을 왜 귀찮게 만드느냐는 표정이던 담당 수사관도 그제야 이해가 가는 듯했다. 그날 오후, 수사관은 담당 의사에게 남편이 자백했다고 전화를 걸어왔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건의 전말이 이랬다. 그는 고물장사를 하면서 어렵게나마 살림을 꾸려가고 있었다. 10여 년 전에 그녀를 만나 어려운 중에서도 재미있게 살아왔다. 그런데 3, 4년 전부터 그녀가 술을 마시기 시작해, 근래 들어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아무 때나 술을 마시고, 술에 취하면 아무 데서나 잠을 자는 등 행실까지 곱지 못했다. 그래도 그는 자기가 돈을 제대로 벌지 못하고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는 탓으로 돌리며 살아왔다. 그런데 정도가 점점 심해져 갔다. 자연히 부부싸움도 잦아지고 서로 치고받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그녀를 때려서라도 같이 살려고 했다고 말했다.

목숨을 바꾼 단 하나의 칼자국: 그날도 예외 없이 집 안에서 부부싸움을 하던 중 그가 손찌검을 하자 맞고 있던 그녀는 “너 죽고 나 죽자”며 부엌칼을 들고 그에게 덤벼들었다. 그는 정말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 겁이 나 집 앞 골목길로 피해 나왔는데, 그녀는 그곳까지 따라와 칼을 휘둘렀다. 그녀가 술에 취해 있다 보니 칼은 쉽게 빼앗을 수 있었다. 그는 칼을 빼앗으면서 순간적으로 ‘나를 죽이려는 정도까지 되었으니 당신을 죽이고 나도 죽는 게 피차 편하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빼앗은 칼로 또다시 덤벼드는 그녀의 가슴을 찔렀다. 그녀는 그대로 쓰러졌고, 보고 있던 동네 사람 둘이 달려왔다. 남편은 당황해하다가 아내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그 칼로 자신을 찌르려 했고, 그 순간 동네 사람이 칼을 빼앗으며 말렸다.

그녀를 병원으로 옮긴 후 남편과 목격자들의 모의가 시작되었다. 이웃 사람인 목격자들은 그녀의 소행을 평소 괘씸하게 생각하고 있던 터였다. 두 사람은 그녀가 스스로 가슴을 찔렀다고 말을 맞추고 남편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러나 경찰관이 부검 결과를 알리고 추궁하자 남편은 더 이상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2장 부검과 진실 사이에서



검안과 부검으로 현장을 읽는다

강간으로 보이지만 상처가 없다면: 늦은 봄날, 동이 트자마자 김 씨는 여느 날처럼 마을 뒷산에 약수를 뜨러 나섰다. 오솔길을 오르던 순간 그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눈에 들어온 것은 여자의 시체였다. 그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이 시체를 살펴보니 아랫도리는 벗겨져 있고 얼굴과 손은 상처투성이였다. 경찰은 직감적으로 강간피살 사건을 떠올렸다. 죽은 여인은 그리 멀지 않은 마을에 살고 있었다. 동네사람에 의하면 그녀의 두 아들 모두 도회지에 나가 공장에 다니고 있으며, 그녀는 혼자 살면서 산나물을 캐러 자주 산에 다녔다고 한다. 경찰은 그녀가 산나물을 캐러 다니다가 우범자들에게 성폭행당한 후 피살된 것으로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얼굴은 상처로 범벅되어 있었다. 손등에도 상처가 많았다. 그런데 벗겨진 아랫도리에는 아무런 상처도 보이지 않았다. 얼굴과 손의 상처는 넓게 퍼져 있지만 모두 깊지 않았고, 무엇엔가 쓸린 듯 보였다. 시체를 열어 보니 왼쪽 갈비뼈가 뒤쪽에서 여러 개 부러져 있었다. 갈비뼈가 부러지면서 부러진 끝이 폐를 찔러 출혈로 사망한 것이었다. 갈비뼈가 부러진 모양이나 높이로 짐작할 때 소형 트럭 종류의 차가 뒤에서 들이받은 것으로 보였다. 경찰에게 물어보니 시체가 발견된 곳은 찻길에서 약 5미터 떨어져 있다고 했다. 사건을 풀어보기 위해 경찰을 앞세워 시체가 발견된 현장으로 가보았다.

사안을 밝히기 전에 챙겨야 할 것: 현장은 생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찰에게 작은 트럭이 뒤에서 여자의 등 오른쪽을 들이받아 갈비뼈가 부러졌으며, 고꾸라지면서 찻길 옆에 돌이 섞여 있는 풀숲으로 나뒹굴어 얼굴과 손등에 상처가 난 것 같다고 일러주었다. 그리고 범인은 강간을 위장하기 위해 여자를 약 5미터 정도 옮겨 놓은 뒤에 아랫도리를 벗겨 놓았기 때문에 아무런 상처가 없는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건은 의외로 쉽게 해결되었다. 동네에서 한 집이 수리했는데, 거기에 소형 트럭이 드나들고 있었다. 수사선상에 오른 트럭 운전사는 양심의 가책에 못 이겨 자백했다.

그는 그날 공사를 끝내고 좁은 찻길을 과속으로 달리다가 앞에서 걸어가는 여자를 발견하고는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차에서 내린 그는 여자를 일으켜보았지만 겁이 나고 무서운 생각만 들 뿐이었다. 얼른 여자를 치워야겠다는 생각에 여자를 업고 오솔길로 들어섰지만 다리가 후들거려 더는 걸어갈 수 없었다. 여자를 내려놓고 강간처럼 보이게 하려고 아랫도리를 벗겼다.

검시의학은 검안과 부검을 통해 사인 외에 사건의 정황을 밝힐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부검에서 얻은 결과를 토대로 사건과 죽음이 언제, 어디서, 왜, 어떻게 일어났는지 밝히거나 근거를 제시하는 것도 검시의학의 역할이다.

이 사건에서 부검한 다음 “이 사람은 갈비뼈가 부러지고 폐가 터져 죽었습니다”하고 끝냈다면 수사는 조금 어려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수사관들은 엉뚱한 범인을 찾아 헤매고, 인근 마을의 불량청소년들은 모두 한 차례씩 고초를 겪을 수도 있다. 그리고 사건이 미궁에 빠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검시는 검안과 부검에만 머물지 않는다. 정황을 읽을 줄 알아야 사인도 선명하게 보인다.

의심하지 않으면 진실은 묻힌다

“시체에서 의심 가는 점은 없었다”: 그는 젊어서부터 손수 일구어 온 회사를 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직접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요즘 들어 몸에 자꾸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1년 전에 건강검진을 받아보니 혈압이 높다고 해서 지금까지 매일 약을 복용해왔다. 한 달 전부터는 머리도 아프고 말도 약간 더듬는 증상까지 나타났다. 하지만 일에서 손을 떼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날도 평소와 같이 회사에 출근했다. 아침 7시 45분쯤 사무실에 도착했는데, 운전기사는 그를 출근시킨 후 여느 때와 같이 그의 집으로 돌아가서 잔심부름을 했다. 비서와 집사를 겸하고 있는 기사가 그의 집에 가거나 외출하면 그는 사무실에 혼자 남아 있곤 했다. 오후 3시 30분쯤 사무실로 돌아온 기사는 4시 30분쯤 그를 퇴근시키기 위해 사무실로 들어가 소파에 앉아 있는 그에게 “퇴근하셔야죠?”하며 말을 걸었다. 그러나 그는 머리를 뒤로 젖힌 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기사는 급히 119구급차를 불러 그를 근처에 있는 대학병원 응급실로 후송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그의 시신을 검안한 응급실의 의사는 ‘사인미상’이라는 시체검안서를 발부했다. 경찰이 담당 의사에게 물어보자 “시체에 특별히 의심이 가는 점은 없었습니다”고 대답했다. 경찰은 사망 현장에서도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주변 인물들의 진술에서도 별다른 문제점을 찾지 못했다. 유족들도 죽음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것은 물론 부검도 원하지 않았다. 경찰은 정황을 종합해볼 때 정확한 사인을 알 수는 없지만, 고령에 고혈압과 신경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이 사망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타살 혐의는 없는 걸로 결론지었다. 경찰의 판단에 따라 자녀들은 그의 시신을 병원 영안실에 안치한 후 장례를 준비했다. 그런데 외국에 살고 있던 딸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귀국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얼굴을 보고 싶다며 가족들에게 아버지의 시신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오빠들은 여자라는 이유로 들어주지 않았다. 그녀는 아버지가 사망한 지 이틀이 지난 후 혼자서 안치실을 찾아갔다.

영안실에서 찾아낸 사건의 실마리: 딸의 눈에는 아버지의 목에 무언가에 눌려서 난 것 같은 상처가 보였다. 딸은 이 사실을 가족들에게 말했지만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대학의 법의학 교수를 찾아가 시신을 한번 봐달라고 부탁했다. 교수는 목에 난 상처가 죽기 전에 난 것으로 보인다며, 사진을 찍은 후 수사를 의뢰하라고 조언했다. 그녀는 경찰을 찾아가 사건을 재수사해달라고 요청했고, 경찰은 다시 안치실을 찾아갔다.

그의 목과 등에는 무언가에 눌린 듯한 손상이 뚜렷하게 나 있었다. 부인에게 물어보니 남편이 사망하기 전날 저녁 8시경 목욕할 때 등을 밀어주었는데, 당시 목과 등에서 상처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경찰은 다른 가족들과 회사 직원들에게도 상처가 발생한 경위를 물어보았지만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경찰은 결국 부검을 의뢰했으며, 부검은 다음 날 시행되었다.

양쪽 눈꺼풀에는 수많은 점출혈이 있었으며, 눈 주변의 피부와 구강 점막에도 무수한 점출혈이 보였다. 턱 가운데 바로 아래쪽에 직경 1센티미터 정도, 그리고 그 주변에 가로 1.8센티미터, 세로 0.8센티미터 및 직경 1센티미터 정도, 그리고 목의 오른쪽에 가로 5센티미터, 세로 2센티미터 정도 압박에 의한 피부 까짐이 보였다. 목을 열어 보니 턱 가운데에서 직경이 1센티미터 정도 되는 물렁조직출혈이 보였으며, 갑상연골의 왼쪽 부위에 있는 근육에 크기가 가로 2센티미터, 세로 2.5센티미터 정도 되는 출혈이 있었고, 그 하방에 직경이 각각 약 1센티미터와 0.3센티미터 정도 되는 출혈이 보였다.

갑상연골의 골막하에서도 크기가 가로 2센티미터와 세로 2.3센티미터 되는 출혈이 보였다. 갑상연골의 오른쪽 부위의 근육에서도 크기가 각각 가로 2센티미터와 세로 3센티미터, 가로 1센티미터와 세로 1.5센티미터 정도, 그리고 직경이 0.3센티미터 정도 되는 출혈이 보였다. 뿐만 아니라 설골은 왼쪽 끝으로부터 약 2센티미터 정도 되는 부위에서 부러져 있었고, 갑상연골은 왼쪽 상각의 기저부에서 골절이 보였다.

결국 그가 목이 눌려 죽었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범인은 그의 주변 인물로 곧 검거되었다. 그날 범인은 그 앞에 선 채로 소파에 앉아 있는 그의 목을 오른손으로 약 7, 8분 가량 힘을 다해 눌러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경찰은 왜 그것을 보지 못했을까: 아들은 그가 사망한 날 오후 5시 30분경 병원의 응급실에서 아버지의 목 부위에 작은 상처가 보여 담당 의사에게 물어보았다. “상처가 왜 났는지 정확히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상처 때문에 사망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들은 의사의 말을 듣고 더 이상 상처를 의심하지 않았다. 경찰관들도 이 상처를 보았지만 그 정도가 경미했기 때문에 그를 구조하거나 이송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판단했다. 상처의 사진을 찍어 수사 서류에 첨부해놓은 것을 봐도 경찰이 이 상처를 간과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담당 수사관은 부검하던 날 아침, 부검대 위에 놓인 그의 시신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참 이상합니다. 시신을 처음 봤을 때는 목의 상처가 이렇게 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딸의 신고를 받고 다시 갔을 때는 지금 보는 것과 같이 크고 뚜렷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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