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불짜리 글쓰기 습관
박은진 지음 | 인물과사상사
백만불짜리 글쓰기 습관
박은진 지음
인물과사상사 / 2019년 4월 / 201쪽 / 12,000원
제1장 글쓰기의 힘
글쓰기가 왜 중요할까?
일본 여행을 갔을 때 지하철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양쪽에는 사람이 서 있고, 중간에는 사람처럼 생긴 로봇이 상을 받고 있었다. 일본어를 조금 할 줄 아는 남편에게 물었다. “저 광고에 무슨 말이 쓰여 있는 거야?”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로봇이 SF 소설을 썼대. 그 로봇을 개발한 대학교가 신입생을 유치하려고 광고하는 거야.” 인공지능 로봇에게 SF 소설을 많이 읽도록 하자 로봇은 딥러닝을 통해 SF 소설의 작법을 터득하고 직접 작품까지 쓰게 된 것이다. 작가의 정체를 숨긴 채 작품을 공모전에 출품했고, 상까지 받게 되었다. 인공지능 로봇들은 소설뿐만 아니라 작곡도 한다. 그리고 자신이 배운 내용을 클라우드에 저장하면 원하는 곳에서 얼마든지 다시 다운로드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로봇들은 엄청난 양을 학습하며 계속 진화하고 있다. 로봇처럼 우리의 지적 능력도 진화하고 있는지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인간보다 뛰어난 로봇이 지배하는 세상은 이제 공상과학영화나 소설 속 일이 아니다.
또한 앞으로는 전기자동차가 보편화될 거라고 한다. 현재의 자동차 부품이 2만 개가 넘지만, 전기차는 20개 정도만 필요하다고 한다. 앞으로 많은 자동차 협력회사들이 문을 닫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정비소도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은행의 지점 수도 계속 줄어들고, K-뱅크나 카카오뱅크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고 현금을 사용하는 일도 줄어서 은행원의 수도 줄 수밖에 없다. 집 근처의 베트남 쌀국숫집은 저렴한 비용으로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주문을 받는 기계가 설치되어 있다. 롯데리아나 김밥천국을 가도 음식을 주문할 때 기계를 활용한다. 물론 사람들이 하던 일을 기계나 로봇이 전부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또 다른 직업들이 생겨날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더라도, 직업의 질이 좋아지고 그 수가 많아지기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갖고 살아가게 되고 지금 어떤 준비를 시켜야 하는 걸까? 전문가들이 제시한 미래 인재의 요건 중 핵심은 바로 창의성이다.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를 창의성을 가진 인재로 키우고 싶어 하지만 창의성을 키우기는 쉽지 않다. 도대체 창의성이 뭐고 어떻게 하면 기를 수 있을까? 세계적인 창의성 연구자인 엘리스 폴 토랜스 박사는 창의성을 구성하는 요소로 유창성, 융통성, 독창성, 정교성을 들었다. 따라서 창의성을 개발한다는 것은 이 4가지 능력을 키운다는 것이다.
유창성은 아이디어 혹은 가능한 해법을 많이 생각해낼 수 있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벽돌은 집을 지을 때 재료로 쓰인다. 그런데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도록 한다. ‘모래 놀이를 할 때 트럭으로 사용한다’, ‘변기에 넣어 물을 아낄 수 있게 한다’ 등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방법을 뜻한다. 융통성은 다양한 접근 방법과 전략을 생각해낼 수 있는 능력이다. 대표적으로 추운 곳에 사는 에스키모에게 냉장고를 파는 방법을 생각해보라고 하는 것이다. ‘채소를 보관할 수 있다’ 등 다양한 판매 전략을 세워보면서 융통성을 신장시킬 수 있다.
독창성은 상식을 깨는 색다른 가능성을 생각해낼 수 있는 능력이다. 『초등학생이 좋아하는 글쓰기 소재 365』에는 이런 예를 제시하고 있다. 무조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알람시계를 발명해보자는 소재를 보고 ‘굴러다니는 알람시계, 안 일어나면 매로 때리는 알람시계, 엄마 목소리가 나오는 알람시계’ 등 남들이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아이디어를 통해 독창성이 길러진다. 정교성은 아이디어의 세부적인 내용을 생각해내고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다. 지각했을 때 혼나지 않는 나만의 노하우라는 주제로 생각해본다. ‘아파서 병원에 다녀왔다고 한다’, ‘미리 엄마한테 전화를 해달라고 한다’, ‘장염에 걸려 화장실에 다녀왔다고 한다’ 등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능력을 뜻한다.
아이들은 상상력이 뛰어나다. 이 상상력이 학교 교육을 통해 모두 같은 무늬로 변하는 것이 문제다. 교육은 아이들이 원래 갖고 있던 질문하는 능력, 호기심, 상상력을 더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해주어야 한다.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방법으로는 브레인스토밍, 마인드맵, 스캠퍼, 연꽃 기법 등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하지만 전문지식이 없더라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게 있다. 바로 창의적인 소재로 글쓰기를 하는 것이다.
『창의력을 키우는 초등 글쓰기 좋은 질문 642』에는 기발한 질문이 가득하다. 이런 소재로 글쓰기를 한다면 창의력이 샘솟고, 글쓰기 실력도 키울 수 있어 일석이조다. 글을 쓰다 보면 자신이 동물이 될 수도 있고,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을 상상해서 써야 할 때도 있다. 뒤집어서 세상을 바라보면 창의적인 시각을 기를 수 있다. 처음에는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글쓰기 실력을 기르면 쓰기도 읽기도 쉬워질 것이다. 아이가 평생 지닐 수 있는 좋은 습관은 바로 글쓰기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면, 미래를 살아갈 든든한 자산을 갖추게 된다.
스토리텔링의 힘
일본 가나가와 현 하코네에는 여러 관광 명소가 있는데, 그중 한 곳이 오와쿠다니다. 고산지대인 이곳은 약 3,000년 전 대규모의 수증기 폭발로 생긴 화구다. 로프웨이에서 내리면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이곳저곳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열탕과 수증기를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호호 불어가며 ‘구로타마고(검은 달걀)’를 먹는다. 펄펄 끓는 유황물에 담가 새카맣게 된 달걀은 작은 포탄처럼 보인다. 그 맛은 삶은 달걀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구로타마고를 먹으면 수명이 7년 더 길어진다는 이야기가 있기에 관광객들은 ‘5개에 500엔’이라는 꽤 비싼 가격을 아낌없이 지불한다. 사실 달걀은 어디에든 있다. 그러나 이곳의 검은 달걀은 ‘먹으면 장수한다’는 이야기와 연관되어 독특하고 이색적인 것으로 탈바꿈되었다.
‘합격 사과’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의 대표적인 사과 생산지인 아오모리 현에서 어느 해 수확을 앞둔 때 태풍이 불어와 대부분의 사과가 익기도 전에 땅에 떨어져버렸다. 그러나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한 농부가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아직 나무에 붙어 있는 사과들은 ‘초속 53.9미터의 강풍에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 사과’이니, 행운과 합격을 가져다준다고 홍보한 것이다. 우리나라만큼이나 대학 입시가 치열한 일본에서 사람들은 큰 관심을 보였고, 너도나도 이 사과를 사려고 했다. 사과의 가격은 10배까지 치솟았고, 아오모리 현에 있는 농가들은 손실을 만회할 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서점에 들어가려면 돈을 내야 하는 곳이 있다. 2012년 론리플래닛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선정한 포르투갈의 ‘렐루 서점’이다. 옆 건물에서 티켓을 구입하고 줄을 서야만 이 서점에 입장이 가능하다. 4유로의 입장료는 나중에 책을 구입할 때 할인해준다. 내부의 스테인드글라스와 유선형 계단, 난간은 무척 아름답다. 조앤 롤링이 포르투갈에서 영어 강사를 할 때 이 서점에서 소설의 영감을 얻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이야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오늘도 서점 앞에 긴 줄을 선다.
책, 영화, 인터넷 등 여러 분야에서 전달하려는 내용을 이야기로 재미있게 전하는 사람들을 ‘스토리텔러’라고 부른다. 스토리텔러가 만들어낸 이야기는 문화산업을 이끌어가는 핵심 역할을 한다. 뛰어난 스토리텔러들은 대부분 어려서부터 많은 이야기를 접했다. 말 잘하는 강사부터 유명 정치인, 베스트셀러 작가, 전도유망한 텔레비전 프로듀서, 광고 제작자 등을 떠올려 보면 이들의 보물창고에는 책이 가득했다. 미국이 자랑하는 IT 기업 37시그널 창업자 제이슨 프리드는 이렇게 주문한다. “이왕 인력을 고용할 거라면 최고의 작가를 채용하라. 마케팅, 판매, 디자인, 프로그램, 그 어떤 자리에서도 글쓰기 기술은 빛을 발한다. 명쾌하게 글을 쓰는 사람은 명료한 사고, 커뮤니케이션 능력, 공감 능력, 불필요한 것을 빼는 편집 능력이 뛰어나다.”
이처럼 물건을 파는 데에도 이야기가 필요한 시대다. 우리가 팔아야 하는 건 물건만이 아니다. 자신의 지식과 재능도 팔아야 한다. 물론 ‘판다’라는 표현이 조금 어색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시간과 노동을 누군가에게 팔며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이를 세련되고 효과적으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글쓰기가 우리에게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다.
정답을 찾는 교육
아이들은 책을 쓰고 싶어 한다. 어른들도 버킷 리스트에 책 한 권 내기가 적혀 있는 경우도 많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도 글에 대한 요구는 높다. 대구교육청에서는 학생 저자 10만 명 양성을 목표로 글쓰기를 지원하고 있다. 다른 지역 교육청에서도 글쓰기 동아리를 지도하는 교사들을 지원하고 있다. 의욕적으로 시도해보고 싶지만 학교에서 글쓰기를 하는 데에는 몇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일단 학교에 글을 써본 교사가 많지 않다. 어떤 열정 넘치는 교사가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쳐보겠다고 나서는 것도 현재의 학교 분위기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30명 가까운 아이의 글을 읽고 피드백 하는 건 교사 개인에게 큰 부담이다.
두 번째는 수업의 문제다.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는 그래도 선생님들 개개인의 노력으로 글쓰기 수업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오는 순간 상황이 달라진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등학교를 대입을 위한 관문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수능 대비 고전문학 문제풀이를 하면 칭찬받을 일이지만, 글쓰기를 한다면 현실과 동떨어진 교사가 되고 만다. 자기소개서 쓰기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수능에 직접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논술 수업도 진행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글쓰기를 시도할 교사는 없다.
세 번째는 가장 본질적인 것인데, 글쓰기는 가르칠 수 없다. 물론 어느 정도는 배움을 통해 글 쓰는 실력이 늘 수 있다. 특히 맞춤법, 부적절한 어휘 사용, 문장의 호응 등 문법적인 부분은 배울수록 성장한다. 하지만 맞춤법에 맞는 문장을 쓰는 것이 글쓰기의 본질은 아니다. 그보다는 자신의 생각, 더 나아가 자신의 삶을 정성껏 녹여내기 위해 글을 쓴다. 그 과정을 교사가 완벽하게 가르칠 수는 없다.
글쓰기 실력은 ‘가르친다’보다는 ‘기른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글쓰기 실력은 글을 끊임없이 써보고 지우고 다시 쓰는 과정을 통해 발전하는데, 이는 철저하게 개인의 몫이다. 아이에게 읽을 만한 책을 소개하고, 동기를 부여하며, 기회를 주는 것이 최고의 글쓰기 코칭법이다. 이 일은 부모도 가능하며, 오히려 부모가 교사보다 나을 수도 있다. 혹시나 평가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을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빨간색 볼펜을 들고 여러 가지 교정 부호를 사용해 글을 ‘수정’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내가 쓴 글이 빨간색으로 난도질되어 있다면 어떨까? 이는 글쓰기에 대한 아이의 흥미와 관심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아이는 글을 쓸 때마다 빨간색을 떠올릴 테니까. 피드백을 하고 싶다면 글에서 인상 깊었던 점 등을 말하는 것이 좋다. 잔소리는 줄이고 칭찬을 듬뿍 해야 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글쓰기에서 최고의 피드백은 남이 아닌 내가 느끼고 깨닫는 것이다.
초등학생은 글쓰기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성장 시기에 따라 글쓰기 종류도 달라져야 한다. 중학교 때는 자신이 배운 지식을 자신의 말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교과 시간에 배운 용어나 내용을 자신이 이해한 말로 표현해야 제대로 배웠다고 할 수 있다. 고등학교 때는 사회현상을 보고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며, 그 사회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이론도 배워야 한다.
언젠가 EBS 다큐프라임에서 IB 교육에 대해 방송했다. IB는 스위스에 있는 비영리 공적 교육재단 ‘국제 바칼로레아 기구(IBO)’가 주관하는 시험이다. 원래는 외교관과 상사 주재원 자녀 등을 위한 시험으로 개발되었는데, 현재는 146개국 3,600여 개 학교에서 100만 명 이상의 학생이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있다. 유럽의 여러 나라는 IB를 오랫동안 대입시험으로 활용해왔다. 2013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일본도 협정을 체결하고, 2015년 1월에 IB를 공교육에 도입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 교과 간 융합 수업을 한들, 평가가 5지선다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수업이 바뀌면 평가도 바뀌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IB 교육과 같은 혁신적인 평가 방법이 논의되고 있다. 다음은 IBO가 시험문항 예시로 공개한 역사 문제다. “한 국가를 예로 들어 산업화가 삶의 수준과 근로 조건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시오.” 객관식에 익숙한 우리 아이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지는 문제다.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현직 교사들은 ‘공정성 논란’, ‘ 준비 부족’,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5지선다처럼 정답이 없기에 분명 어려움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며 정답 없는 문제와 무수히 맞닥뜨린다. 최저임금을 얼마로 설정한 것인지, 양성평등을 어떤 방식으로 구현할 것인지,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등 정해진 답이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세상은 ‘예’, ‘아니오’로 대답하기엔 너무나 복잡하다. 그렇기에 문제에 접근하는 논리력과 사고력이 필요한 것이다. 정답을 찾는 교육에서 벗어나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그것을 표현하는 글쓰기 실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한 아이는 이런 시험에서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도를 그대로 옮겨 놓아도 한국에서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제도 변화는 총체적인 인식의 개선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암기보다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워야 하는 교육이 절실한 때다.
글쓰기는 민주시민이 갖춰야 할 능력이다
“똥 학교는 싫어요!” 54년간 이름 때문에 놀림 받은 초등학교가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 ‘웃긴 학교 이름’을 치면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학교가 바로 대변초등학교다. 심지어 난센스 퀴즈에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학교는?’이란 퀴즈의 정답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학교 이름 때문에 아이들의 자존감마저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2017년 2월 부학생회장 선거에 후보로 나선 아이가 공약으로 ‘학교 이름 바꾸기’를 내걸었다. 학교 이름은 바꿀 수 없는 것으로 생각했던 아이들도 이 공약을 보며 생각을 바꾸었다.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내고, 변화를 이루어내는 아이들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그래서 여러 언론에 소개되었고, 동화책으로도 발간되었다. 일상에서 부당하다고 느끼는 일을 바꾸기 위한 아이들의 용기가 돋보였다. 대변초등학교는 2018년 3월부터 ‘용암초등학교’로 새 이름을 얻었다.
또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가 있다. 2012년, 서울 수송초등학교 6학년들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현장 체험 학습을 갔다. 그날은 비가 많이 내려서 밖에서 도시락을 먹을 수 없었다. 아이들은 박물관 식당으로 들어가 밥을 먹으려고 했다. 하지만 박물관 관계자가 이곳에는 외부 음식물을 반입할 수 없다고 했다. 갈 곳을 찾다가 결국 구석에 있는 계단에 앉아 도시락을 먹었다. 아이들이 현장 체험을 다녀온 뒤, 이런 불편을 겪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한다며 한 여학생이 친구 5명과 ‘솔루션’이란 단체를 만들었다. 솔루션은 먼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다른 사람들도 같은 불편을 겪었는지 확인했다. 도시락 먹을 공간을 따로 마련하고 있는 다른 박물관도 조사했다. 도시락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달라는 편지를 국립중앙박물관장에게 쓰고, 전자 민원도 올렸다. 이런 자신들의 활동을 신문사에도 알렸다. 결국 국립중앙박물관에는 도시락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이 일은 국민의 권리를 실천한 사례로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실렸다. “세상을 더욱 살기 좋게 변화시키는 사람은 엄청나게 위대한 사람들이 아니라,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야. 우리가 그랬듯이 말이야.” 맨 끝에 실린, 실제 솔루션 멤버의 편지는 어른들에게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