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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나비의 작은 날개짓

지재 지음 | 몽무
꿈꾸는 나비의 작은 날개짓



지재 지음

몽무 / 2018년 12월 / 126쪽 / 13,800원





인트로 Intro



삶, 삶은 삶의 의지로 산다. 삶의 의지. 단지 살아남는 것을 넘어 사람만이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며 여기까지 왔다. 어떻게 살 것인가. 사람은 저마다 삶의 방식이 다르고, 각자 자기만의 가치관이 있으며, 생김새도 모두 다르다. 자기만의 삶의 의미를 찾아 자기만의 삶의 의지로 자기만의 삶을 만들어가는 일은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지금 여기, 주어진 환경과 상황을 온몸으로 껴안으며,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는 세 사람이 있다.

세 사람은 정(情), 지(知), 중(中). 영화동아리에서 만났다. 서로 너무 달라서 친해진 세 사람은 각자의 이름에서 그들의 성격을 나타내는 한 글자를 따서 별명처럼 부른다. 셋이 만나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편하다는 세 친구. 서로에게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마다, 또는 각자의 삶을 돌아보며 서로에게 조언을 듣고 싶을 때마다 함께 만나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1부 나와 남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정: 사랑을 잘 모를 땐 쿨한 게 멋있어 보여서 난 그럴 수 있을 줄 알았거든. 근데 감정이 무슨 접착제처럼 붙어서 잘 안 떨어지니까 오만 생각이 다 들어. 내가 그 때 이랬으면 어땠을까? 그때 그 사람도 날 좋아한 건 아니었나? 타이밍을 잘 잡았더라면 괜찮았을까? 내가 좀 더 다가갔어야 했나? 혹시 혼자 그냥 들떠 있었던 건가? 그 사람도 날 좋아할지도 모른다며 혼자 착각한 건 아닌지…… 어쨌든 질척대는 중이야. 사람 마음은 너무 어려워.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에 대해 조금 더 민감하게 그 마음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의 마음을 내 마음처럼 알 수가 없어. 내 의지만으로는 상대방의 마음 곁에 갈 수조차 없나봐.

지: 너 요새 조금 들떠 있는 것 같더니, 잘 안 됐나보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잖아. 사람 마음이야 늘 어렵지. 상대방의 마음도 모르고 내 마음도 어찌 할 줄 모르겠고, 그러다보면 타이밍이고 뭐고 생각할 새도 없고. 상대방의 모든 것들이 내 마음에서는 특별한 의미가 되고 있는데, 그 상황에 어떻게 제대로 생각을 하겠어. 내 마음은 저쪽으로 가버렸으니, 이미 내 의지로 어찌 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이럴 땐 들뜬 감정 때문에 자기 마음 아는 것도 쉽지 않아. 그리고 내가 아는 한, 인류 역사 이래 감정은 단 한 번도 쿨한 적 없었다. 좋아한 만큼 정리할 것들도 그만큼인 거지, ‘질척’은 무슨.

정: 고맙다, 야. 너한테 이런 근사한 위로를 받을 줄은 몰랐네. 난 이번 일로 사랑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어. 만약에 사랑한다면 상대방을 제대로 알 수 있나? 연인관계는 수평적인 관계라 부모님이 자식을 내리사랑 하는 것과는 다르거든. 서로 사랑하면서도 싸우고, 싸우다 결국 헤어지는 건 대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해서 그런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 그런데도 정말 한결같이 서로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물론 사랑이라는 게 이론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자주 실패하다보니 별 생각이 다 드네.

중: 일단 난 사람은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는 데 한 표야. 우리가 다른 사람과 친하게 지내고 싶을 때를 생각해보면, 처음엔 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것부터 시작하잖아? 조금 더 친해지면, 그 사람의 입장에 서보기도하고, 그 사람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도 할 거야. 서로 통하는 구석이 많다면 친해지는 게 더 쉽기도 하겠고. 근데 아무리 가까워진다 해도 사소한 감각이나 느낌까지 알기는 어려워. 어찌 보면 우리가 이해하는 건 그 사람의 이미지일 뿐, 그 이미지가 그 사람 자체는 아닐 거야. 사람은 입체인데, 우리는 마치 평면으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느낌이거든. 분명히 한계가 있어. 사랑도 처음엔 이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근데 내가 볼 때 사랑이 이해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온몸으로 끌어안을 수 있다는 것?

정: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을 온몸으로 끌어안는 거다? 어떤 의미지? 혹 이런 거야? 예전에 난 사랑하는 사람에게 생일선물을 사주려고, 알바해서 돈 모으고 뭘 사줄까 고민하며 그 추운 겨울날, 벌벌 떨어가며 선물 사러 다닌 적이 있었어. 고생은 했지만 선물 받고 좋아하는 얼굴을 보니까 마냥 좋더라. 그동안 들였던 시간과 노력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어. 아니, 그 행복해 하는 모습을 계속 볼 수만 있다면, 앞으로 더 좋은 선물을 해줘야겠다고 생각했었거든.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마음, 뭐, 이런 건가?

지: 근데 막상 내가 해 준 선물을 자주 하지 않으면 서운하지 않냐? 난 그런 적 있었는데. 나도 예전에 사귀던 사람 생일 챙겨주려고 알바까지 해서 목걸이를 선물했거든. 받을 땐 엄청 좋아하더니, 막상 잘 안 하더라. 선물이 고맙긴 했겠지만, 마음엔 안 들었나 봐. 그 사람의 취향을 잘 몰랐던 나나, 어울리지 않는다고 잘 하지 않았던 그 사람이나 그때부터 조금씩 어긋났지. 그때 서로 솔직히 얘기하고 서운한 마음을 털고 갔으면 좋았을 걸, 그때 생긴 작은 틈이 나중엔 너무 커져서 메울 수조차 없더라. 내 마음을 다한다고 해도 상대방이 내 마음 같지 않을 수도 있고, 상대방이 마음을 다한다고 해도 나한테는 닿지 않을 수도 있는데, 글쎄.

중: 퇴계 이황(退溪 李滉, 1501~1570)선생이 첫 번째 부인과 사별한 다음에 재혼한 두 번째 부인은 정신적으로 부족한 사람이었대. 바느질을 제대로 못해서 빗자루 같은 버선을 만들고, 하얀 도포에 빨간 천을 덧대 옷을 기웠다는 거지. 하지만 퇴계선생은 늘 부인이 만들어준 버선을 신고 도포를 입고 다니셨대. 근데 조선시대 사대부로서 말도 안 되는 버선을 신고 누덕누덕한 도포를 입는 게 과연 쉬웠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온몸으로 끌어안을 수 있다는 말이 이 즈음이지 싶어. 내 마음의 사랑을 넘어 상대방의 사랑을 진정으로 존중하고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는 마음. 퇴계선생이 당시의 사회적 관습이나 남의 시선까지 넘어설 수 있었던 게 바로 이 때문이었다고 생각해.

정: 내 마음의 사랑을 넘어 상대방의 사랑을 진정으로 존중하고 진심으로 소중히 여긴다? 음…… 생각해보면, 정말 난 늘 내 마음속에 사랑만 생각했던 것 같아. 내가 선물해주고 싶어서 선물을 하고, 내가 사랑하고 싶어서 사랑하고 행복했지만, 그러면서도 늘 불안해하고 만족하지 못했던 건, 어쩌면 이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난 내 사랑에 취해 나를 너머 상대방의 사랑까지는 헤아리지 못했어. 바라고 서운해 하고, 해주고 받고 싶어 하고, 늘 그랬지.

지: 나도 그래. 아니, 오히려 난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면 한계를 그었던 것 같다. 내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을 확인하고, 확인된 만큼만 서로를 바라보는 정도로 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생각해 보니까, 난 별로 좋은 연인이 아니었겠다 싶다.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할 만큼 부담스러운 사람이기도 했겠고. 난 내 마음을 넘어 상대방의 마음까지 존중하는 건 생각조차 해본 적 없거든. 그냥 상대방의 마음은 내가 알 수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최선을 다하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괜히 옛날 생각난다. 중: 사랑에 정답이 없다고 하잖아. 백인백색,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르고 상황도 다른 데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사랑의 색깔도 다르니까. 근데 사랑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자기 마음의 한계를 지우고, 나의 ‘이 마음’을 넘어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먼저 품고 헤아리겠다는 다짐은 할 수 있잖아. 만나는 사람마다 내가 하는 사랑의 색깔은 다를 수는 있겠지. 근데 사랑을 대하는 나의 마음가짐이 이럴 수 있다면, 나는 최소한 좋은 연인이 될 자격은 되지 않으려나?

정: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원제: As good as it gets, 1997. 감독: 제임스 L. 부룩스)란 영화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당신을 만난 다음부터 난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라고 고백을 하는 장면이 있어. 난 사랑한다는 말보다 이 말이 더 감동적이었어. 사랑한다는 말은 내 마음을 고백하는 말이지만 당신을 위해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고백은, 단지 내 마음을 쏟아내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을 위해 자신을 변화시키겠다는 말이잖아. 사랑을 자기 안에서 자기 방식대로 끌어안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사랑으로 자신을 좀 더 좋은 모습으로 변화하는 데까지 이르는 건, 아까 말한 온몸으로 끌어안는 사랑과 비슷한 것 같아. 자신이 서 있는 영역을 송두리째 뒤집어엎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온몸으로 끌어안을 수 있다면 정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겠다.



2부 나와 세상



나만의 답을 찾아서



영화 매트릭스는 총 3편으로 제작되었다. <매트릭스>(The Matrix, 1998), <매트릭스 2 - 리로디드>(The Matrix Reloaded, 2003), <매트릭스 3 - 레볼루션>(The Matrix Revolution, 2003). 매트릭스 1편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매트릭스 안에서 프로그래머로 살고 있던 네오는 세상이 이상하다고 여긴다. 어느 날, 매트릭스의 실체를 알고 있는 모피어스와 트리니티를 만나게 되고,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기계가 만들어놓은 가상의 세계인 매트릭스를 떠나 실제 세상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그리고 알게 된 진실. 오래 전 인간이 만든 기계가 인간을 압도했고, 인간은 기계의 전원을 끄기 위해 하늘을 태우면서 오히려 세상은 무너진다. 이후 기계는 인간을 매트릭스라는 가상현실에서 살게 하고, 인간의 생체 에너지를 동력으로 사용하며, 압도적인 힘으로 실제 세계의 인간과 인간들이 사는 ‘시온’과 대치하고 있다. 기계들은 인간들이 사는 세상인 시온을 공격하고 이를 구하기 위해 네오를 비롯한 인간들은 기계와의 전쟁을 시작한다. 2편과 3편에서는 계속에서 네오의 선택과 의지를 주제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지: 영화 <매트릭스> 두 번째 이야기를 보면 구원자 ‘그’인 네오가 인간들이 사는 ‘시온’을 구하기 위해 매트릭스를 만든 창조주를 찾아가는 장면이 있어. 근데 창조주의 말이 기가 막혀. 구원자는 계속 있어왔고 네오는 여섯 번째로 찾아온 ‘그’라는 거지. 매트릭스에 생기는 일종의 바이러스 같은 존재인 구원자를 창조주는 왜 계속 놔두었을까. 기계가 처음 매트릭스를 만들었을 때 사람들은 세상이 너무 완벽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대. 몇 번의 시도 끝에 창조주는 사람에게 ‘선택권’을 줬어. 매트릭스는 가상현실이고, 실제 사람의 몸은 기계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건전지일 뿐인데도, 선택권이 주어지고 세상의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워지니까 사람들은 오히려 매트릭스를 진짜 현실이라고 믿었어. 창조자는 네오에게도 선택권을 주며 구원자의 운명을 통제하려고 하지.

정: 하지만 ‘운명은 내가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믿지 않는다’고 말하던 네오는 자신의 선택을 통해 스스로를 증명해 나가게 돼. 지금까지 창조주와 대면한 구원자들은 모두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구할 것인지, 위험에 빠진 연인을 구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어. 네오 전의 구원자들은 하나같이 기계들이 예상한 대로 세상을 구하는 선택을 했거든. 근데 여섯 번째 ‘그’인 네오는 망설임 없이 연인을 구하는 선택을 해. 그리고 다시 세상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지. 기계들의 예상을 넘어서는 네오의 이 선택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네오는 주어진 선택지에 따르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믿었어. 그래서 네오의 선택은 둘 중에 하나가 아니라 둘 중에 누구를 먼저 구할 것인가의 문제였던 거지. 기계는 사람의 선택권을 통제할 수 있다고 여겼지만, 네오는 ‘자신만의 답’을 찾아간 거야.

중: 맞아. 예언자였던 오라클은 네오가 정말 ‘그’라고 정확히 얘기하지 않고 선택의 순간이 올 거라고만 했어. 오라클의 예언은 어긋난 적이 없다고 하니 네오는 불안했고, 자신을 믿지 못했지. 하지만 네오는 다른 사람의 신념이나 예언을 넘어서 자신의 선택을 통해 서서히 ‘그’가 되어가고 결국 스스로 ‘그’가 되거든. 그는 주어진 상황이 던져주는 질문에 수동적으로 답을 찾지 않고, 주어진 선택지를 뛰어넘어 상황과 정면으로 맞서 ‘왜?’라고 스스로에게 물어 봐. 네오는 주어진 선택지를 뒤엎고, 자신의 온몸을 부딪쳐 자신만의 질문을 통해 자신만의 답을 찾아 나간 거지.

정: 선택지를 뒤엎는 선택이라. 예를 한번 들어볼까? 폭풍우가 치는 날, 나는 차를 끌고 집으로 가고 있어. 앞이 보이지도 않는 길을 겨우 가고 있는데, 버스 정류장에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세 명이 있어. 한 사람은 내 생명을 구해준 적 있는 의사, 또 한 사람은 몹시 아파 보이는 할머니, 마지막 한 사람은 나의 이상형. 내 차에는 한 사람만 태울 수 있다고 한다면 누구를 태우고 갈 것인가? 이런 질문에 많은 경우, 마치 네오 이전의 구원자들이 세상을 구하는 선택을 한 것처럼, 도덕적인 이유를 들며 내가 태울 한 사람을 선택해. 하지만 다 떠나서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이상형을 선택하고 싶다면? 세상을 구하기보다 연인을 선택한 네오와 같이, 문제가 주는 선택지를 뒤엎고 자신만의 답을 찾을 수도 있어. 차 열쇠를 의사에게 주고 할머니를 태우고 먼저 가라고 한 다음, 나는 이상형과 함께 버스를 기다리겠다고 하는 거야. 내 마음이 이끄는 선택을 한 다음, 그 다음 일어날 모든 문제에 최선을 다해 행동하는 거지.

지: 네 말에 일리가 있긴 하다만 네오가 왜 구원자였겠어? 네오만이 그렇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잖아. 우리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늘 불안하고, 결과는 장담할 수 없으니까 맨날 두려워. 주어진 선택지 앞에서도 결정장애가 올 지경인데, 그 선택지를 뒤엎을 수 있다니. 난 얼마 전에 거스름돈 천 원 더 받은 거 다시 돌려주는 데도 3초쯤 고민했다. 조그마한 양심 하나 지키는 것도 이렇게 힘들어서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조차 질 때가 더 많은데, 자기 마음이 이끄는 선택을 한다? 불굴의 의지를 가졌거나 확고한 자기 신념을 가진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글쎄.

정: 자기만의 답을 찾는 일에 꼭 큰 결단이나 행동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영화처럼 세상을 구하는 극단적인 일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거든.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내 자신과 관련된 일에서는 내 의지대로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어. 아까 네가 말한 것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작은 양심 지키는 것처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해나가는 게 그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일상 속 작은 일들은 사소한 것 같지만, 큰 결딴을 내려야 하는 어느 때, 이 작은 것들이 결국 나를 받치는 힘이 될 수 있어. 우리가 소소하다고 생각하는 일상의 아주 작은 선택들이 사실은 나 자신을 바꾸는 거대한 힘의 조각들이 되는 거지.

중: 매트릭스 첫 번째 이야기에서 모피어스가 “길을 아는 것과 걷는 것의 차이”에 대해 말을 해.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는 건, 몸으로 움직여 경험으로 갖고 있는 것과 확실히 달라. ‘어쩔 수 없다’, ‘할 수 없다’고 미리 스스로의 한계를 그어놓는 것보다 작은 일이라도 몸으로 직접 부딪치며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몸에 익지 않은 지식은 불안하고 위태롭지만 경험을 통해 터득한 지식은 확고하게 몸에 새겨지거든.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을 줄 알고, 작은 게임이라도 이겨본 사람이 승리하는 법을 배워. 작은 거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직접 하는 동안 조금씩 나아질 수도 있다고 보는데.

지: 그래. 꼭 대단한 다짐이 필요하고 무진장 애를 써야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보는 건 어렵지 않지. 나도 한 번 해보지 뭐.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없어. 운명을 단지 사람에게 닥치는 상황 정도로만 얘기하기엔, 그리고 이 운명을 단지 사람의 의지나 행동만으로 다 부딪쳐 갈 수 있다는 얘기는 너무 이상적인 것 같은데, 어때? 살다보면 사람의 의지만으로 어찌 할 수 없는, 뭔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는, 또는 생각지도 못했지만 맞닥뜨리게 되는 운명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일들도 난 분명히 있다고 보는데, 운명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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