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 - 정상의 가면을 쓴 사람들
나카노 노부코 지음 | 호메로스
사이코패스 - 정상의 가면을 쓴 사람들
나카노 노부코 지음
호메로스 / 2018년 12월 / 216쪽 / 13,000원
1장 사이코패스의 심리적ㆍ신체적 특징
사이코패스의 심리적ㆍ신체적 특징
사이코패스의 전형적인 성격: 사이코패스를 가려내는 일은 가능할까? 사이코패스라고 ‘냉철하고 엽기적인 살인귀’의 이미지가 강할 수도 있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사이코패스에는 몇 가지 타입이 있다. 매력적이고 사교적이며 기지가 넘치는 사람, 제멋대로에 교만하고 인간의 감정 상태를 이용하는 사람, 냉담하고 위협적인 사람…. 여성 사이코패스는 남성 사이코패스와 달리 유약함을 어필함으로써 표적을 유인하기도 한다.
또한 사이코패스는 처음 만났을 때와 달리 어느 정도 관계가 구축되면 태도가 변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인격이 다른 사람인 것처럼 보이는 일도 빈번하다. 그러므로 첫인상이나 어딘가에서 주워들은 선입견으로 사이코패스를 판별할 수 있다고 자만하지 않는 편이 좋다. 그 모습과 행동을 신중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겉모습으로 사이코패스를 판별하는 법: 영국의 리버풀 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연구 그룹은, 사이코패스를 포함한 남성의 얼굴 사진을 여성 피험자들에게 보여주는 “누가 가장 남자다운가?”를 물었다. 그러자 피험자의 여성들은 사이코패스를 일반 남성보다 ‘남자답다’고 판단했다.
독일의 요한 볼프강 괴테 대학교의 연구 그룹은, 대학에 재적중인 남성 96명과 소년원에 수용되는 있는 남성 14명을 대상으로 얼굴의 가로와 세로 길이의 비율을 비교하였다. 그러자 가로 폭 비율이 높은 남성일수록 사이코패시 성향이 높거나 반사회적인 성향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다시 말해서, 얼굴이 긴 남성보다 얼굴 폭이 있고 완고한 인상의 남성이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다른 그룹의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와 있다. 캐나다의 브로크 대학교의 연구팀은, 146명의 남성과 76명의 여성 피험자들에게 게임을 시키고 그 모습을 관찰했다. 그들은 게임에서 교활함을 보이는 확률과 얼굴의 종횡 비율을 조사하였다. 이 실험에서도 가로 폭 비율이 높은 사람일수록 교활함을 보이는 경향이 있었고, 사이코패시 성향도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단, 남성에 비하여 여성은 그다지 상관관계가 없었다고 한다.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의 농도가 높을수록 얼굴이 옆으로 넓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많으면 경쟁심과 공격성이 높아진다는 것 또한 증명되어 있다. 사이코패스는 강한 폭력성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량과 모종의 관계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심박수와 사이코패스의 상관관계: 사이코패스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 외에도 신체적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심박수가 그렇다. 심장의 고동과 반사회성의 상관관계는 여러 실험 결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심박수가 아주 낮고 잘 높아지지 않는 사람일수록 반사회적 행동을 하기 쉽다고 한다.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교 범죄심리학 교수 데이비드 파린톤이 1997년에 제출한 연구 논문에 의하면, “안정시의 심박수가 낮은 아이가 10세 이전에 부모와 떨어지면 성인이 된 후 폭력 범죄를 일으키기 쉽다.”고 한다.
심박수와 반사회성의 상관관계는 어린 시절부터 비교적 일정하게 나타난다. 에이드리언 레인의 1997년의 실험 결과에 의하면, “세살 때 심박수가 낮은 아이가 나중에 폭력이나 비행을 저지를 확률은 평균 심박수의 아이보다 두 배”라고 한다.
에이드리언 레인은 홍콩 대학교에서 연구휴가를 보내면서 622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빨간불을 무시한 횟수는 어느 정도인가>라는 교통법규에 대한 일반적인 습관을 조사하고, 동시에 피험자의 심박수 데이터를 조사했다. 그러자 적신호를 무시하는 사람과 무시하지 않은 사람의 심박수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 신호를 무시하는 그룹의 심박수가 낮았던 것이다.
원래 신호를 무시하는 게 당연한 문화와 그렇지 않는 문화에서는 결과가 다르게 나올 것이다. 그저 신호를 무시하는 정도의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데 심박수가 확연히 차이가 생겨나는 걸 생각하면, 중대한 반사회적 행위에서는 그 차이가 더욱 눈에 띌 것임을 알 수 있다.
사이코패스는 IQ가 높다?: 사이코패스 소재로 한 픽션의 영향들로 사이코패스가 IQ가 높은 ‘천재’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통계 자료에 의하면, 사이코패스와 일반인의 IQ 평균은 별반 다르지 않다. 사회성을 검사하는 척도에 주목하여 분류하면, 오히려 사이코패스의 IQ가 조금 낮을 정도다. 사이코패스가 우수한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건 그저 선입견일 뿐,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똑똑한 사람도 있고 모자란 사람도 있을 거다.
다만 일반인들이 사이코패스를 ‘높은 지능을 가진 존재’라 착각하는 것은, 사회 통념상 ‘할 수 없는’ 일을 거리낌 없이 해내기 때문이다. 아니, 윤리적인 장애 따위는 원래부터 존재하지도 않는 것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다.
사이코패스가 중시하는 도덕성 & 무시하는 도덕성: 흔히 사이코패스에게는 ‘양심이 없다’, ‘도덕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한다. 그 부분을 살펴보기 전에 일단 ‘도덕심’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조나단 하이트는, 도덕심을 다섯 가지로 분류한 다음 사이코패스는 대체 어떤 종류의 도덕성이 낮은지 조사해 보았다.
하이트의 분류는 다음과 같다.
① 타인에게 위험을 가하지 않는 도덕심 - ‘살인하면 안 된다’ 같은 일반적인 도덕규범에 해당하는 것들이다.② 공정한 관계를 중시하는 도덕심 - 예를 들어, ‘나는 바람을 펴도 되지만, 상대의 바람은 용서할 수 없다’ 처럼 일방적이지 않는 공정함이다.③ 공동체로의 귀속, 충성에 대한 도덕심 - 하이트는 소속한 집단이나 조직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도 도덕심의 하나라고 생각했다.④ 권위를 존중하는 도덕심 - 본인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을 존경하고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는 반항을 허락하지 않는, 서열의 중시가 여기에 속한다.⑤ 신성함, 순결함을 귀히 여기는 도덕심 - 여기에는 종교심, 신앙심도 포함된다.
하이트의 연구에 의하면, 사이코패스라고 해서 이 5개 항목의 도덕심을 전부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어떤 부분은 존중하고, 어떤 부분은 가볍게 여길 뿐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중요시 여기고, 무엇을 무시하는 걸까? 극단적으로 점수가 적었던 것은 1과 2, 즉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정성에 대한 척도였다. 그러나 공동체에 대한 충성심, 권위의 존중, 신성함에 관한 척도는 의외로 높았다고 한다. 아마도 이 세 가지 도덕심은 생존전략으로써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폭력단과 같은 반사회적 세력에서는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나 서열을 중시하고, 도덕 승계 같은 의식을 통해 권위를 부여하고 신성함을 강조한다. 반사회적인 세력에 가입한 사람들은 반사회적인 가치관을 가진 사람, 즉 사이코패시 성향이 높은 사람이 많을 터이다. 그런 사람들을 지배하고 조종하는 간부들은 더더욱 사이코패시 성향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블랙기업의 경영자와 그 간부에게도 비슷한 성향이 있을지 모른다.
하이트의 연구는,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에는 저항이 없어도 자신들의 조직 속에서는 충성심과 권위를 중시하는 반사회적 집단의 조직 논리를 풀어내는 힌트가 될 것이다.
2장 사이코패스의 뇌
사이코패스의 지각능력 & 학습능력
‘뜨거운 공감’을 못하는 뇌: 사이코패스는 도덕에 의해 판단하지 않는다. 그는 ‘합리적인 것이 옳다’는 생각으로 답을 내지만, 그 답으로 주변인들에게 어떤 비난을 받을지 예측하지는 못한다. 혹은 예측할 수 있다고 해도 실제로는 ‘모두들 왜 그 정도 일로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은 건지’를 알지 못한다. 바꿔 말하면, 비난을 받아도 심리적인 데미지를 받지 않는다. 이것도 사이코패스의 특징이다.
공포에 둔감한 뇌 - 편도체의 활동성이 문제: 사이코패수는 ‘뜨거운 공감’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요즘은 뇌의 움직임을 연구하기 위해 ‘fMRI(핵자기공명기능화상법)’라고 불리는 장치를 이용한다. fMRI는 혈류의 동태를 측정함으로써 뇌의 어떤 부분이 활성화되는지 살펴볼 수 있는 장치이다. 이 장치를 이용하여 측정한 결과, 일반인과 비교하여 사이코패스는 뇌의 ‘편도체’라고 불리는 부분의 활동이 낮다는 것이 밝혀졌다.
편도체는 대뇌변록계의 일부로, 귀 윗부분의 안쪽, 해마의 앞쪽 부근에 위치하며 좌우 양측에 하나씩 있다. 대뇌변록계는 쾌감ㆍ기쁨ㆍ불안ㆍ공포 등 감정을 지배하는 영역으로, ‘감정뇌’ 혹은 ‘포유류의 뇌’로 불린다. 이 부분은 부수계의 일부로, 부수계란 무언가 욕구가 만족되었을 때 활성화하여 쾌감을 주는 신경계를 말한다.
보통 다른 동물은 음식물을 섭취하거나 성행위를 하면 보수계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인간은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 ‘호기심을 만족시키는 것’, ‘타인에게 필요한 인간이 되는 것’, ‘사랑받는 것’, ‘차세대를 키우는 것’ 등 보다 고차원적이고 사회적ㆍ장기적인 행동으로도 부수계가 활성화한다. 그 가운데서도 편도체는 쾌감과 공포 같은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을 관장하는 장소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맘에 둔 이성이 다가오면 ‘쾌감’을 느끼는데, 이러한 감정을 지배하는 것이 바로 편도체이다.
또한 외부의 감각정보가 제일 먼저 전해지는 곳도 편도체이다. 사회성이나 이성을 관장하는 전두엽에 비하면 2배나 빨리 도달한다. 생각하는 것보다 먼저, 말하자면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사이코패스는 편도체의 활동성이 낮다’란 말은 공포나 불안 등 동물이 본래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감정의 움직임이 약하다는 뜻이다.
3장 사이코패스의 발견
혁명가ㆍ독재자로서의 승리그룹 사이코패스
역사상으로 간혹 일반인들에게 배제당하지 않고 오히려 우두머리가 된 승리그룹 사이코패스로 짐작되는 인물도 보인다. 물론 뇌기능영상이나 DNA 등의 증거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임을 미리 밝혀둔다. 미시간 주의 오클랜드 대학교 공학부 교수 바바라 오클레이는 저서 『악의 유전자』에서 ‘모택동도 사이코패스가 아니었을까?’라고 피력하고 있다.
유소년기의 모택동은 부친을 향하여 “연장자니까 나이 어린 나보다 힘쓰는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것은 당시 유교사회였던 중국에서는 말도 안 되는 발언이다. ‘장유유서’라는 가치관을 부정한 모택동은, 타고난 권위의 파괴자, 혁명가였을지 모른다. 게다가 그는 타고난 말솜씨로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권력을 획득했다.
그러나 모택동의 사생활은 파탄 그 자체였다. 그는 여러 명의 애인을 두었으며, 버려진 첫 번째 아내와 아들이 가난과 정신질환으로 비참한 생활을 해도 전혀 연민의 정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가족을 포함한 타인의 아픔을 모르는 인간이 아니라면 대숙청을 해하는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고, 문화대혁명으로 귀중한 역사적 유산이나 예술작품을 파괴하는 일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도 사이코패스였던 게 아닐까 의심된다. 그는 외모가 출중한 미남자였는데, 젊은 시절에는 조선 기술을 배우기 위해 기사로 위장하여 네덜란드에 가기도 했다. 네덜란드에서 그는 조선 기술뿐 아니라 치과 기술도 습득하였는데, 그는 남의 충치를 발치하는 것을 무엇보다 즐겼다고 한다. 부하의 충치를 발견하고는 당장 빼내려고 해서 부하가 도망 다닐 지경이었다고 하니 말이다.
반사회성은 유전하는가
범죄자 중에는 자라난 가정환경에도 딱히 문제가 없고 경제적으로도 빈곤하지 않아서 ‘환경 요인에 의해 반사회적이 되었다’고 잘라 말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한편 사이코패스라고 진단받은 사람은 유소년기부터 특이한 성질을 보인다. 어렸을 때부터 거짓말쟁이에 반항적이고, 물건을 훔치고, 싸움을 반복하며, 동물을 살상하는 데 망설임이 없고, 벌을 주어도 반성하지 않는다. 이러한 예만으로 ‘사이코패스는 유전’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유전의 영향이 없다’고도 단언할 수 없다.
20세기 후반 미국에서 화제가 된 흥미로운 범죄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제프리 랜드리건으로, 1962년에 태어났으니 비교적 최근의 인물이다. 그는 유년기에 양자로 들어가 나름 유복한 생활을 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자주 짜증을 내는 등 감정 제어가 잘 되지 않는 아이였다. 열 살에 술독에 빠지고, 열한 살에 강고로 들어가 금고를 부수다 체포되었다. 이후 딱히 학교에도 다니지 않았으며, 약물중독자가 되어 살인도 저지른다. 그는 징역형을 언도받았으나 형무소를 탈출하여 또다시 살인을 저지르고 다시 체포되었다.
랜드리건이 애리조나에서 사형수로 지내고 있을 때였다. 한 남자가 다가와 그에게 기묘한 이야기를 건넸다. “너하고 정말 닮은 사기꾼을 봤어.” ‘나와 정말 닮은 놈이라니, 과연 어떤 작자일까?’ 외견도 언동도 정말로 아주 닮은꼴이라는 말에 랜드리건은 ‘닮은꼴’의 사내에 대해 물었고, 그가 아칸소 형무소에 죄인으로 수감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전 본 적도 없는 그 ‘정말 닮은 놈’이 바로 그의 아버지였던 것이다.
사실 랜드리건은 한 번도 진짜 아버지를 만난 적이 없고, 당연히 함께 살았던 적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 또한 범죄의 상습범으로 마약과 탈주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랜드리건의 할아버지 또한 범죄자였고, 강도짓을 한 다음 그의 아들의 눈앞에서 사살되었다고 한다.
에이드리언 레인은,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아이의 반사회적 행동중 40~50%는 유전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부모, 교사, 아이라는 세 명의 정보제공자의 평가를 평균으로 하여 아이가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추출한 결과, “환경 요인은 겨우 4%에 지나지 않았고 남은 96%는 유전에 의한 것이었다.”라고도 기술하고 있다.
4장 사이코패스와 진화
사이코패스가 인류를 진화시켰다
사이코패스는 일반인들에게 아주 불편한 존재이긴 해도, 인류라는 종의 번영을 위해서는 필요했을지 모른다. 사이코패스와 같은 개체가 일정 수 있는 편이 거시적인 시점에서는 생존에 유리한 일도 있었을 것이다.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탄생하여 단기간에 급속히 분포 지역을 넓혔다.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고 미개의 땅으로 이주를 시도했던 선조들 중에는 사이코패스가 존재했을지도 모른다. 대항해시대의 탐험가나 미국 서부를 개척하던 개척자들 중에도 공포나 불안을 모르는 사이코패스가 있었을 것이다. 솔선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행동한 사이코패스가 있었기 때문에 보통의 사람들도 고무되어 따를 수 있었을 것이다.
미국 육군사관학교의 심리학ㆍ군사사회학 교수를 맡았던 데이브 그로스먼의 지적에 의하면, “전장에서 망설이지 않고 적군을 쏠 수 있는 것은 100명 중 한두 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적을 죽이고, 아군이 살상당하는 것을 눈앞에서 보면 PTSD(심리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되어 병사로서는 실격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신이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라도 주저하지 않고 침착하게 적을 공격할 수 있고, 아군의 비참한 사체를 보아도 심리적인 데미지를 입지 않는 인물이 전장에서는 용맹한 영웅으로 찬사 받는다. 아마도 그러한 인간은 사이코패스일 것이다.
케빈 더튼은, 미국의 유인우주선 아폴로 11호에 탑승했던 닐 암스트롱 역시 사이코패스가 아니었을까 추측하고 있다. 암스트롱은 자칫 아폴로가 달의 표면에 격돌할 뻔한 상황에서도 혼자만 극히 냉정하고 침착한 판단으로 착륙을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공포나 불안을 느끼지 않는 인간, 공감 능력이 낮은 인간, 태연하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인간을 필요로 하는 상황은 얼마든지 있다.
미국의 저명한 인지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는 저서 『폭력의 인류학』에서 “현재의 인류보다 과거의 인류가 훨씬 더 폭력적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갈수록 전쟁도 살인도 흔한 일이었다. 사람이 상처를 입는 것도, 죽은 것도,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것도, 지금보다 훨씬 흔했던 환경에서 사이코패스의 폭력성은 딱히 눈에 띄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역사적으로 보면, 전쟁을 비롯하여 사람을 죽이거나 속이는 일이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했던 상황은 적지 않다. 오히려 싸움의 소용돌이 속에 있던 시대가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