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보는 오디세이아
호메로스 지음 | 미래타임즈
명화로 보는 오디세이아
호메로스 지음
미래타임즈 / 2018년 10월 / 494쪽 / 18,500원
전쟁의 종식
아가멤논 신화
그리스와 트로이아 간의 전쟁은 결국 그리스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그 전쟁으로 인해 헥토르와 아킬레우스 등 쌍방의 수많은 영웅들이 세상을 떠났으며, 살아남은 영웅들 또한 신의 분노로부터 온전할 수 없었다. 우선 그리스 연합군의 총사령관 아가멤논은 승전군의 수장이었지만, 그의 운명은 패장보다도 못했다. 트로이아 전쟁 당시 그리스 군의 총지휘관이었던 아가멤논은 메넬라오스의 형이었다.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이 트로이아 전쟁을 끝내고 1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이 미케네 왕궁에 봉화로 전달되었다. 이즈음 그의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는 무언가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사실 아가멤논이 트로이아로 출정하기 전에 사냥을 하다가 아르테미스 여신의 사슴을 죽였고, 분노한 여신이 진중에 전염병을 퍼뜨리고 바람을 잠재워 배가 출발하지 못하게 만들자 아가멤논은 예언자의 조언대로 큰딸인 이피게네이아를 아르테미스에게 제물로 바쳤던 것이다. 큰딸을 잃은 클리타임네스트라는 남편에 대한 증오로 그가 트로이아 원정을 떠난 사이에 불륜을 저질렀다. 그리고 정부인 아이기스토스와 함께 미케네를 장악하고 남편을 죽이려는 음모까지 꾸미게 된다. 결국 아가멤논은 미케네로 돌아와 그의 침실에서 클리타임네스트라와 아이기스토스에게 죽임을 당한다.
이들은 원래 아가멤논의 아들 오레스테스까지 죽일 작정이었다. 그러나 오레스테스의 누나인 엘렉트라가 그의 생명을 구했다. 오레스테스는 훗날 성장하여 어머니인 클리타임네스트라와 아이기스토스를 죽여 아버지의 원한을 갚았다. 그러나 자식이 자기 어머니를 죽인 이 패륜 행위는 어머니가 저지른 죄와 신들의 명령으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조금은 수긍하고 동정할 수 있었을망정, 옛 사람들의 마음에는 큰 혐오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복수의 여신 에우메니데스는 오레스테스를 미치게 하여 각지를 유랑하게 만들었다.
한편 메넬라오스는 트로이아 전쟁의 단초를 제공한 헬레네를, 트로이아가 함락되자 다시 자신의 아내로 맞아들였다. 헬레네는 아프로디테 여신의 질투 탓에 메넬라오스를 버리고 파리스에게 가긴 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남편을 사랑했다. 트로이아 전쟁이 끝난 후 메넬라오스와 헬레네는 그리스 군의 선발대와 함께 무사히 스파르타에 도착했고, 다시 왕과 왕비로서 영화를 누린다.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
제우스와 레다 사이에서 태어난 헬레네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에 못지않은 빼어난 미인이었다. 이에 여러 나라의 군주 및 명망가들이 그녀에게 구혼하려고 스파르타에 몰려들었다. 작은 도시국가인 이타케의 왕 오디세우스도 구혼자들 중 하나로 스파르타에 왔다. 그러나 오디세우스는 애초부터 헬레네가 목적이 아니었다. 그는 아름다움보다는 현명하고 지조 있는 여인을 동경해 왔고 헬레네의 사촌인 페넬로페를 일찌감치 마음에 두고 있었다.
스파르타의 왕이자 헬레네의 아버지인 틴다레오스는 수많은 구혼자 중 하나를 사위로 선택하면 선택받지 못한 다른 구혼자들이 불만을 품고 폭동을 일으킬까 두려웠다. 이때 오디세우스는 틴다레오스에게 자신이 이 일을 원만히 해결할 테니 그 대가로 헬레네의 사촌인 페넬로페를 자신의 아내로 삼을 수 있게 해달라고 제안했고 틴다레오스는 그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오디세우스는 헬레네의 구혼자들을 모두 불러놓은 후, 말 한 마리를 잡아 그 고기를 사방에 뿌리고 구혼자들을 그 고기 위에 올라서도록 했다. “누가 헬레네의 신랑이 되더라도, 그 신랑이 재난에 처하게 되면 모두 도와주겠다는 맹세를 하십시오.” 그리고 구혼자들은 모두 오디세우스의 말에 따르기로 약속했다. 그래서 틴다레오스는 편안한 마음으로, 헬레네의 청혼자들 중에서 가장 부자이자 아가멤논의 동생인 메넬라오스를 헬레네의 신랑으로 선택하였다. 물론 오디세우스 덕분에 헬레네의 결혼상대가 메넬라오스로 정해졌을 때에도 사소한 분쟁조차 일어나지 않았으며, 트로이아의 파리스가 헬레네를 납치했을 때에도 그리스의 영웅들이 각지에서 모여들어 트로이아 원정에 총동원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디세우스는 틴다레오스 왕의 도움으로 페넬로페와 결혼하였다.
헬레네가 파리스에게 납치를 당하자 메넬라오스는 결혼 전에 오디세우스가 군웅들에게 맹세하게 했던 조항을 부르짖으며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메넬라오스의 형 아가멤논을 중심으로 거대한 그리스 군이 결성되어, 트로이아 출정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때 예언자 칼카스는 “이 전쟁에 아킬레우스가 참전하지 않는다면 절대 승리를 할 수 없다.”고 예언하였다. 이에 그리스 군의 총사령관 아가멤논은 아킬레우스를 찾으려 했지만 그의 행방을 알 수 없었다. 또한 오디세우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아가멤논은 팔라메데스에게 오디세우스와 아킬레우스를 찾아 전장에 나설 것을 명령했다.
그 무렵 오디세우스는 페넬로페와 결혼하여, 아들 텔레마코스를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이 지혜를 짜내어 헬레네의 구혼자들에게 맹세를 하게 한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외부와의 인연을 끊고 있었다. 아가멤논의 명령을 받은 팔라메데스가 이타케의 궁전에 도착했을 때, 페넬로페는 아기를 안고 궁전 앞을 산책하고 있었으며, 오디세우스는 황소와 나귀 뒤에 쟁기를 달고 밭을 일구고 있었다.
팔라메데스를 만난 페넬로페는 입을 열었다. “요즘 오디세우스가 이상해져 괴상한 소리를 내며 밭에 씨앗 대신에 소금을 뿌리고 있어요.”고 하였다. 오디세우스는 전장에 나가지 않기 위해 거짓으로 미친 척하고 있었던 것이다. 팔라메데스는 오디세우스가 진짜 미쳤는지 시험해 보기 위해, 페넬로페가 안고 있는 아기를 얼른 잡아채어 오디세우스의 쟁기 앞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오디세우스는 재빠르게 아들을 피해서 쟁기를 몰았다. 아기는 황소와 나귀의 발굽 소리에 놀라 더욱 크게 울어댔으나, 오디세우스는 여전히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러자 팔라메데스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이타케의 왕이여. 아무리 미친 척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오디세우스도 크게 웃으며 답하였다. “꾀 많다는 나도 그대는 못 당하겠구려.” 이렇게 해서 오디세우스는 아내 페넬로페와 작별하고 트로이아 전쟁에 나서게 되었다.
이타케의 혼란
텔레마코스와 멘테스
마침내 트로이아 성을 함락시킨 후 그리스 연합군 군사들은 모두 고국으로 귀환했다. 하지만 오디세우스만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것은 여신들 사이에서도 고귀하고 젊은 님페 칼립소가 그와 결혼하기를 갈망하여 그를 동굴 속에 붙잡아 놓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흘러 마침내 여러 신들이 정해 놓은 오디세우스의 귀국의 날이 돌아왔다. 다른 모든 신들은 그에게 고국으로 돌아갈 운을 열어주었지만,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만은 노여움을 풀지 않고 그를 괴롭히며 방랑하게 만들었다.
한편, 올림포스의 신들이 신전에 모여 인간과 신들의 아버지인 제우스의 선언을 듣고 있을 때 아테나 여신이 제우스에게 탄원했다. “오, 아버지! 천상의 신이시여, 아가멤논의 아들 오레스테스에게 복수를 당한 아이기스토스는 자신의 죄에 합당한 벌을 받았습니다. 그 누군들 그와 같은 죄를 짓고 천벌을 비켜 갈 수 있겠습니까! 다만 내 마음은 오로지 저 불운한 오디세우스로 인해 어지러울 따름입니다. 그는 오랜 세월 동안 가족들과 떨어져, 바다 한가운데 외딴섬에 갇혀 지내고 있습니다. 심보 고약한 아틀라스의 딸, 칼립소에게 붙잡혀서 말이에요. 그녀는 오디세우스를 감언이설로 꾀어 귀국을 단념케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슬픔에 잠긴 오디세우스는 차라리 귀신이 되어서라도 고국 하늘에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고 싶어 합니다. 오, 올림포스의 주인이신 내 아버지시여, 어찌 그에게 관심을 갖지 않으십니까? 그는 트로이아 평야에서 주신께 제물을 바쳤고, 진중의 뱃전에서도 정성을 다해 기원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당신은 어찌 그를 냉대하십니까? 오, 제우스, 아버지시여!”
이에 제우스가 말했다. “나의 딸아, 내 어찌 천하에 그 슬기를 당할 자 없고, 신들에게 제물을 바침에 도 앞설 자 없는, 신에 못지않게 존엄한 오디세우스를 잊겠느냐? 하지만 포세이돈이 그토록 완강하게 고집을 부리고 있다. 오디세우스가 키클로페스족(식인종이며 거인족) 가운데 최고의 장사인 폴리페모스를 눈먼 장님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포세이돈은 오디세우스를 차마 죽이지는 못하고, 대신 귀국을 방해하여 방랑의 길로 내몬 것이다. 그러나 우리 모든 신들이 오디세우스에게 귀국의 길을 열어준다면, 포세이돈도 마침내는 그 고집을 꺾고야 말 것이다. 설마 불멸의 신들에게 홀로 맞서려 하겠느냐?”
이렇게 말하자 아테나가 대답했다. “제우스시여! 만약 오디세우스가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신들의 뜻이라면, 저 안내의 신인 헤르메스를 오기기아 섬으로 보내 젊은 님페에게 여러 신들의 뜻을 확실히 전하도록 해주세요. 나는 이타케로 달려가 오디세우스의 아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그런 다음 그를 스파르타와 필로스로 보내어, 사랑하는 부친의 소식을 알아보도록 하지요. 그러면 이웃들로부터도 좋은 평판을 얻게 될 테니까요.”
이렇게 말하고 나서 아테나는 황금으로 만든 샌들을 갈아 신고는 올림포스의 높은 봉우리를 날아 이타케 섬에 내려, 오디세우스의 성 문 앞에 이르렀다. 여신은 청동 창을 손에 잡은 채, 오디세우스와 아주 가까운 사이인 타포스 섬의 군주 멘테스의 모습으로 변신하였다.
성 안에서는 오디세우스의 아내인 페넬로페에게 청혼을 하기 위해 모여든 구혼자들이 저마다 자신을 뽐내며, 문 앞에 모여 있었다. 이때 신통하게도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가 가장 먼저 아테나를 알아보았다. 그는 건달들 틈에 끼여 시무룩하게 앉아 혹시나 아버지가 나타나 이 건달 같은 구혼자들을 궁에서 쫓아내고 다시 영토를 다스려 주길 바라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아테나를 발견하고 쏜살같이 문 앞으로 달려 나왔다. 텔레마코스는 청동 창을 받아 들고 반색하면서 큰 목소리로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오, 어르신을 환영합니다. 편히 쉬시면서 식사도 하시고, 좋은 말씀도 들려주십시오.” 멘테스로 변신한 아테나는 그를 따라 궁 안으로 들어갔다. 텔레마코스는 아테나를 안락의자에 앉힌 다음 발판을 놓아주었다. 그리고 긴 의자를 놓아, 사람들이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교만한 무리들과 자리를 같이하면 귀한 손님이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할 뿐만 아니라, 혹 듣게 될지도 모를 아버지에 관한 소식을 흘려듣게 될까 봐 염려했기 때문이었다.
텔레마코스는 시녀가 황금 항아리에 떠온 물을 대야에 부어 아테나의 손을 씻게 했다. 그리고 곧 정갈한 음식들을 차려 내었다. 이때 건달 같은 구혼자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자리를 차지하고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고 난 뒤 노래와 춤에 빠져들었다. 텔레마코스는 아테나에게 나지막이 속삭였다. “어르신, 저들은 춤과 노래에 미쳐, 보시는 것처럼 값도 치르지 않은 채 남의 재물을 퍼먹고 있습니다. 그것도 그 소유주의 백골이 어느 먼 육지에서 빗물에 썩어 가는지, 아니면 바닷물 속에 잠겨 물결에 굴러다니는지도 모르는데도 말입니다. 만일에 그 분이 돌아오시기라도 한다면, 이들은 모두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그 분은 분명 애꿎은 죽임을 당했고, 이제 저희들에겐 아무런 위안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제 아버지가 귀국하시리라는 희망은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답니다. 부디 말씀해주십시오. 당신은 누구시며 어느 나라에서 오셨는지요? 이타케에는 어떻게 오셨습니까? 또한 당신은 이타케를 처음 방문하시는 건지, 아니면 예부터 제 아버지와 절친한 분이신지 말입니다.”
그러자 아테나가 대답했다. “나는 안키알로스의 아들 멘테스이며, 그대의 부친과 나는 전부터 친교가 두터웠소. 내가 지금 여기 온 것은 그대의 부친께서 이미 귀국하셨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오. 그런데 아, 신들이 아직도 그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모양이구려. 내 감히 예언을 한마디 하리다. 이것은 신께서 내게 계시해 준 바이니 반드시 성취되리라 믿소. 앞으로 그 분께서 귀향할 날이 멀지 않았소이다. 지략이 뛰어난 분이니까 반드시 고국 이타케로 돌아오실 것이오. 자, 이젠 그쪽도 말해 보시오. 그대가 진정 오디세우스의 아들이오? 머리며 영롱한 눈빛이며 부친을 많이 닮은 듯하오만.”
그 말에 텔레마코스가 대답했다. “저도 솔직히 이야기하겠습니다. 제 어머니께서는 제가 오디세우스의 아들이라고 언제나 말하곤 하십니다. 하지만 저로선 알지 못합니다. 만약 제가 자기 재산을 누리면서 늘그막까지 살 수 있는, 운수 좋은 사람의 아들이었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우리 아버지로 말하면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불행한 분입니다.”
이에 아테나가 텔레마코스를 위로했다. “진실로 신께서 장차 그대를 이름 없는 가문에 속하게 하시지는 않을 것이오. 그건 그렇고, 도대체 무슨 잔치가 벌어진 거요? 단순한 술자리요, 아니면 결혼 잔치요? 게다가 객들이 이다지도 버릇없이 온 집 안을 휘저으며 술을 마시고 있다니! 저런 염치없는 꼴들에 정말 분개하지 않을 수 없소.”
텔레마코스가 한탄하듯 대답했다. “그렇지요. 아버님께서 계셨을 때 저희 집안은 참으로 풍요로웠고, 사람들이 우러러보았지요. 하지만 이제 신들께서는 제 아버님을 형편없는 존재로 만들어 버리셨습니다. 차라리 아버님께서 트로이아 전쟁에서 전사하셨거나, 또는 부상으로 전우의 품에서 운명하셨다면 이처럼 원통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아카이아(그리스)의 모든 군인들이 그 분을 위해 거룩한 장례라도 치러 넋을 달래주고, 또한 그 분의 자손들에게까지 위대한 이름을 남겼겠지요. 그러나 어디에서도 아버님의 흔적을 찾을 수 없고 우리에게는 슬픔과 한탄만이 남았습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신들께서는 또 다른 비극을 주셨습니다. 보십시오. 사방에서 온갖 무뢰배 같은 영주들이 몰려와 어머니께 구혼하면서 재산을 축내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선 이 치욕스런 요구를 뿌리칠 힘도 없기에, 그들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저의 집 재산을 탕진하고 있어 머잖아 저는 알거지가 될 판입니다.”
그 말에 분노한 아테나가 말했다. “아,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오디세우스가 돌아와 반드시 이 몰염치한 구혼자들을 응징해 줄 것이오. 오디세우스가 과거의 용맹을 발휘한다면 저들은 삽시간에 놀라 혼비백산하여 흩어질 거요. 하지만 지금 저 무례한 구혼자들을 몰아내는 일은 바로 그대의 손에 달려 있소.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마음에 새겨 두시오. 우선 구혼자들에게 어머니의 친정 어른들이 결혼 준비를 해줄 것이니 어머니의 친정집으로 가라고 말하시오. 그리고 그대는 아주 빠른 배 한 척을 준비하여 아버님의 소식을 사방에 수소문해 보시오. 내가 보니 그대는 참으로 곧고 장대하구려. 부디 용맹을 떨쳐 후세에 이름을 길이 남기도록 하시오.”
그리고 아테네 여신은 새처럼 하늘 높이 사라져 갔다. 텔레마코스의 가슴에는 힘과 용기를 불어넣었고, 전보다는 한층 더 아버지 생각이 나게 해주었다. 마침내 텔레마코스가 좌중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내 어머니의 구혼자들이여, 우리가 모여서 즐길지언정 시끄럽게 굴지는 맙시다. 신의 음성과도 같은 저 음유시인의 하프 소리에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가, 내일 아침이 오면 다시 한자리에 모이도록 합시다. 그러면 내 뜻한 바를 숨김없이 밝히겠소. 오늘은 배들을 채우기 바라오. 내일이면 그대들은 이 집에서 떠나야 할 테니까. 만일 우리 집의 재물을 계속해서 탕진할 생각이라면 어디 마음대로 해보시오. 나는 불멸의 신들에게 호소하겠소. 다행히 제우스 주신께서 복수의 길을 허락하신다면, 그대들은 결코 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불행을 맞이할 것이오.”
텔레마코스의 당찬 말에 좌중은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왜냐하면 그는 더 이상 조금 전의 애송이와 같은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때 구혼자들 중 한 명인 안티노오스가 말했다. “텔레마코스, 진실로 신께서 그대에게 능력을 주셨단 말이오? 비록 그대가 그대 부친의 상속자인 것은 분명하나, 이곳 이타케 성의 주인이 되는 걸 제우스께서 용인하실지는 알 수 없는 일이 아니오?” 그러자 텔레마코스가 대답했다. “안티노오스 님, 만일 제우스께서 허락을 하신다면 나는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오디세우스께서 돌아가셨으니 누군가가 그의 자리를 계승해야 할 것이 아니오? 따라서 나는 신처럼 위대하신 오디세우스께서 자식인 내게 남겨주신 이 궁과 종들의 주인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