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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지혜

엘리 H. 라딩어 지음 | 생각의힘



늑대의 지혜

엘리 H. 라딩어 지음

생각의힘 / 2018년 8월 / 291쪽 / 17,000원





가족의 의미 - 우리에게 맡겨진 이들을 돌보는 일이 중요한 이유

늑대들이 눈 위에 몸을 말고 누워 있었다. 얼마 후 어린 늑대들이 먼저 일어나서는 서로 부딪치거나 아직 자고 있는 늑대에게 덤벼들었다. 몇 분 동안 이들은 제멋대로인 틴에이저 무리와 비슷하게 굴었다. 그런 다음 몸을 털고 주위를 둘러봤다. 그리고 한 살배기가 제일 먼저 달려가서, 졸고 있는 어른 늑대들에게 뛰어오르니 다른 늑대들도 그 뒤를 따랐다. 제일 어린 늑대가 미끄러지며 아버지 품으로 파고들자 아버지가 벌떡 뛰어오르며 막내에게 으르렁거렸다. 막내는 바로 등을 대고 누워 낑낑거리고, 아버지는 막내의 얼굴을 핥았다. 그러자 어린 늑대들이 다시 떠들썩해졌다. 이들은 수컷 리더인 아버지에게 뛰어올라 그와 함께 눈 속에서 뒹굴다가 도망쳤다. 그 통에 다른 어른 늑대들도 잠에서 깼다.

어린 늑대들은 무리의 리더인 부모에게 달려가서 키스를 퍼붓고 핥으며 사랑을 가득 담아 살짝 깨물었다. 리더들(이 책에서 ‘리더들’이라고 할 때는 부모 한 쌍이라는 뜻)에게 뛰어오르고 부딪치며 한데 뒤엉킨 커다란 덩어리를 만드는 바람에, 늑대 한 마리가 어디서 시작하고 다른 늑대 한 마리가 어디서 끝나는지 제대로 구별되지 않았다. 이빨로 형제자매의 주둥이를 사랑스럽게 물고 있거나 몸을 휘감아 비비거나 만지고, 나무 그루터기 아래로 기어들어가거나 바위를 뛰어넘고, 길을 가로막는 덤불을 뚫고 지나갔다. 반짝이는 눈과 프로펠러처럼 움직이는 꼬리가 사방에 가득했다. 열정적인 늑대들은 그저 함께하려고 혼란의 소용돌이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삶의 기쁨을 온전히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늑대 무리는 대부분 부모 한 쌍과 후손(첫 번째와 두 번째 세대 아이들), 삼촌과 이모로 이루어져 있다. 다시 말해서 생물학적 의미에서 가족이다. 그리고 이따금 낯선 이주자를 무리에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자연 풍경 가운데 늑대 가족을 관찰하는 것만큼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일은 드물다. 영화에서 보듯이 으르렁거리며 이를 가는 피조물과는 반대로, 야생 늑대의 삶은 장난과 사랑이 넘치는 상호 간의 교제와 조화가 특징이다.

새끼들은 사랑과 보호를 받는 무리의 보물이고, 이에 합당한 대우를 받는다. 부모뿐 아니라 이모와 삼촌, 나이 많은 형제자매를 포함하여 가족 전체가 새끼를 보살피는데, 사심 없이 이타적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돌본다. 늙거나 다친 가족 구성원에게는 먹이를 공급하고, 절대 홀로 버려두지 않는다. 무리의 모든 구성원은 자기 위치가 어디인지, 누가 결정을 내리는지 알고 있다. 늑대 가족 구성원 누구나 지속적인 상호작용과 의식을 통해 서로를 향한 애정과 존중을 늘 새롭게 확인한다. 야생에서 가족 구성원들의 이런 강력한 유대는 생존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무튼 늑대들의 모든 일은 가족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가족이 그들의 기반이고 안전이며 견고함이자 존재의 온전한 목적이다. 늑대들은 가족을 위해서라면 자기 삶을 포기할 각오까지 되어 있다.

가족은 모든 것을 변하게 한다. 우리는 가족을 위해 뭔가를 포기하고 희생할 용의가 있다. 이제는 진부하다고 많이들 말하지만, 가족은 유행 지난 모델이 아니며 인간 세상에서도 여전히 중요하다. 가족이라는 개념에는 고전적인 의미의 부부뿐 아니라 조각보가족(이혼이나 사별 가정들의 구성원 일부가 모여 혈연과 무관한 하나의 새로운 가정을 이룬 것)과 한부모가족, 동성 동반자 관계도 포함된다.

‘바깥’ 세상이 점점 더 빨라지고 복잡해질수록 우리는 가정과 공동체, 성실과 신뢰와 신의처럼 오래된 가치들을 더욱 그리워한다. 부담스러운 현실 생활과 마주하면 우리는 따로 떼어 보관해둔, 의지할 수 있는 세상으로 도망친다. 참고로 우리가 전통적인 체제에 반대할 때 의지했던 야성적인 68세대의 도덕은 1950년대의 도덕에 자리를 내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불현듯 조립식 벽장과 가족용 주말농장에 행복해하고, 속물 취급을 받는다 한들 아무런 문제도 느끼지 않는다.

늑대들은 진정한 속물이다. 이들은 우리가 동경하는 가치에 따라 산다. 수많은 공동의 의식(儀式)을 통해 서로 항구성과 신뢰를 전달한다. 의식은 늑대들의 삶에서 중요한 요소이고, 이들의 관계를 견고하게 만드는 데 기여한다. 이 장 처음에 언급한 잠에서 깰 때의 의식, 사냥에서 집으로 돌아온 리더들의 인사, 함께하는 울부짖음 등이 그런 예에 속한다. 늑대들처럼 우리 인간에게도 가족의식은 필수적이다. 의식은 친밀함과 일치감과 방향성을 전해주고 결속력을 강화한다. 그런데 우리는 일상에서 의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사라지고 난 후에야 깨닫는다. 일요일에 교회 가기, 함께 점심 먹고 할머니 댁 방문하기와 같은 예전의 의식들은 현대 가족에게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모든 가족이 하루에 한 번 식탁에 함께 앉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나는 바쁜 일상 가운데 최소한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가족이나 친구들을 위해 비워두려고 노력한다. 함께하는 경험은 소속감을 촉진하고, 각 개인의 정체성과 어떤 경우에도 버려지지 않을 것이라는 원초적인 신뢰를 강화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족의식을 일관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듯 정해진 일들은 일상을 조직하므로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이런 의식에 열광한다. 예를 들어 함께하는 식사는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을 증진하는 기회가 된다.

한편 새끼 늑대들도 살아가려면 배워야 하는데, 그들은 부모 늑대의 삶을 관찰하고 모방하며 배운다. 어린 새끼들의 무례한 짓은 거의 언제나 용인되지만, 이따금 새끼들은 한계를 배우기도 한다. 어느 초여름, 나는 옐로스톤 라마르계곡을 지나가는 늑대 가족을 지켜봤다. 어린 늑대 한 마리가 게으름을 피우며 뒤에서 어슬렁거렸다. 가족은 그 늑대가 따라올 때까지 몇 번 기다려주었지만 결국은 기다리기를 그만두었다. 늑대 가족은 몽상가 새끼 늑대를 버려두고 계속 길을 갔다. 가족을 잃은 것을 깨달은 새끼 늑대는 당황했고, 그들을 부르느라 한참이나 길게 울부짖었다. 울부짖음은 언제나 효과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소용없었다. 늑대 가족은 저녁이 되어서야 새끼 늑대를 거둬들였고, 새끼는 한눈에 보기에도 안심한 모습이었다. 교훈을 얻은 새끼는 그때부터 무리 옆에 머물렀다.

늑대의 양육 방식은 이렇게 작동한다. 어린 늑대들에게 금지되는 것은 없다. 이들은 뭐든지 직접 경험하면서 모든 행동에는 결과가 따른다는 사실을 배운다. 부모 늑대는 자식을 대할 때 친절과 자유 공간의 제한, 함께하는 유쾌함과 한계 사이의 끈을 잘 조정한다.

그런데 늑대와 대다수 인간 부모들의 양육 방식에는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늑대 부모는 의견일치를 보고, 하나가 되어 대응한다. 새끼 늑대들은 “아빠가 허락하지 않으면 엄마한테 가지 뭐.”라는 좌우명으로 부모를 이간질할 기회가 없다. 양육 문제에서 늑대 가족은 삼촌과 이모까지 포함하여 한 가지로 통일된 의견을 갖는다. 양육 규칙은 모두가 지킨다. 예를 들어 한 살배기 늑대가 너무 까불어대는 새끼 늑대를 훈육할 때 어른 늑대는 끼어들지 않는다. 한편 새끼 양육에는 온 가족이 참여한다. 새끼들이 굴에서 아직 젖을 먹는 동안 아빠 늑대와 먼저 태어난 형제자매 늑대는 엄마 늑대에게 먹이를 가져다준다. 나중에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소화된 고기를 토해내서 새끼들에게 먹인다.

늑대 가족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일단은 우리 인간과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과정을 거친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자식을 낳고 가정을 이룬다. 그런데 이 육식동물이 사회적 무리를 이루느냐의 여부는 각자의 특성과 우연한 만남에 달려 있다. 이따금 한 가족의 형제 두세 마리가 가족에게서 떨어져 나와 다른 늑대 무리의 자매들과 새로운 무리를 만든다. 몇 년 뒤에는 다시 이 무리에서 몇몇이 떨어져 나와 독자적인 가족을 이룬다. 우리 인간과 무척 비슷하다. 또한 우리 인간과 마찬가지로 늑대도 규칙을 따르거나 어기고, 자기 자신만의 변주 가족 형태로 사는 개체도 있다.

옐로스톤에 사는 늑대 무리의 성공 이야기는 여러 세대에 걸쳐 이어진다. 이들의 비밀은 무엇일까? 그룹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모든 구성원이 협동해야 하고, 자신감 넘치는 인물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 이는 늑대 무리뿐 아니라 인간사회 대가족이나 왕조도 마찬가지다. 성공적인 무리는 공동체의 이익을 개인의 이익보다 우위에 두는데, 이것이 지속적인 생존을 가능하게 한다. 모든 늑대 가족의 성공 비결은 세 가지 기둥에 기반을 두고 있다. 첫째는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기, 즉 가족의 안녕을 위해 구성원 모두가 협동하기다. 둘째는 지속적인 대화와 함께하는 의식이다. 셋째는 강력한 지도력이다.



노년의 지혜 - 우리가 노인을 포기하면 안 되는 이유

자유롭게 사는 늑대들은 평균 15년쯤 사는 사육 늑대와는 달리 보통 9년에서 11년밖에 살지 못한다. 우리 인간과 마찬가지로 늑대도 나이가 들면 여기저기 쑤시고 당긴다. 시력도 나빠지고 청력도 예전 같지 않다. 또한 나이 든 늑대들은 영역을 오랫동안 정찰하거나 힘들게 사냥한 후에는 회복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날씨도 영향을 준다. 늑대들은 눈과 추위를 좋아하고 더위는 힘겨워한다. 나이 든 늑대에게 심한 더위는 더욱 부담스럽다. 그럴 때면 낮에는 그늘에 누워 지낸다.

게다가 늑대들은 살면서 점점 더 부상을 많이 입는다. 사슴이나 엘크, 들소처럼 발굽이 있는 유제동물은 늑대의 공격에 맞설 줄 안다. 그 결과 늑대는 뼈들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한다. 병을 이겨내도 장기적으로는 몸이 약해지고 이빨도 상하고, 결국 노인처럼 이빨이 거의 없어진 늙은 늑대는 먹이동물을 물어죽일 수 없게 된다. 이때 ‘가족이라는 사회체계’가 도움이 된다. 무리의 다른 구성원들이 산적한 힘든 업무를 넘겨받는데, 특히 사냥할 때 그런 경우가 흔하다.

늑대 세계에서 늙은 늑대들은 인간세계에서와는 달리 무척 존중받고 사랑이 듬뿍 담긴 지원을 얻으며 존경받는 가족 구성원이다. 경쟁자들과 영역 싸움을 할 때 노인 늑대들은 무리의 으뜸 패가 된다. 그렇다. 여러분은 지금 바르게 읽었다. 늑대 세계는 웅대하다. 그렇지 않은가? 여성들만이 아니라 노인들도 마찬가지로 존중받는다. 예를 들어 사냥할 때 늙은 늑대들은 이제 더는 최전선에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더라도 무리에게는 아주 중요한 자산이 된다. 늙은 늑대가 단 한 마리만 있어도 그 무리가 더 큰 기회를 얻을 확률이 150퍼센트다. 왜 그럴까?

늙은 늑대를 이렇듯 소중하게 만드는 것은 경험이다. 그들은 살면서 경쟁자를 자주 만났고 가족 구성원이 싸우다가 죽는 모습도 목격했으며, 스스로도 다른 늑대들을 죽였다. 그리고 그들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충돌은 피하며 생존기회를 높인다. 따라서 경험 많은 늑대가 무리 중에 있다면 이 무리가 과거의 지식으로부터 이득을 본다는 뜻이다. 이 경우에는 규모가 작은 무리도 큰 무리를 이길 수 있다. 이에 관한 중요한 예를 옐로스톤에서 목격한 적이 있다. 실버 무리의 리더 늑대가 나이 들었다. 그때 어떤 젊은 늑대가 무리에 들어오려고 했지만, 우두머리에게 계속해서 쫓겨났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아침, 상황이 바뀌었다. 젊은 늑대가 불현듯 리더 늑대가 되었고, 파면된 우두머리는 명백하게 순종적인 태도를 취했다. 젊은 늑대는 그 늑대를 계속 가족으로 남아 있게 하고는 그가 다치면 상처를 핥아주는 등 그를 무척 존경했다. 옛 우두머리는 여생을 존경받는 가족 구성원으로 머물렀다.

이런 상황은 무리 전체에게 이익을 가져왔다. 늙은 늑대는 들소를 죽이는 어려운 기술의 대가였기 때문이다. 우두머리가 바뀌고 며칠 지나지 않아, 새로운 책임을 맡은 흥분 때문에 늦잠을 자느라 출발 시간을 놓친 젊은 리더 늑대만 빼고 늑대 가족 전체가 사냥을 나갔고, 무리는 발을 절뚝거리는 암컷 들소를 만났다. 퇴직 늑대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았다. 곧장 달려가서 들소의 꼬리를 물고는 그 상태로 들소에게 질질 끌려갔다. 들소가 평소처럼 방어할 수 없었으므로 늑대들에게는 이득이었다.

이어 늙은 늑대를 떼어낸 들소는 바위 두 개 사이에 난 틈새로 들어가서 뿔이 달린 머리만 내밀었다. 늙은 늑대가 없었더라면 들소에게는 이게 최선의 방어 자세였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상황을 세심하게 지켜보던 늙은 늑대는 바위를 빙 돌아가서 들소의 뒷다리를 물었다. 또 들소가 방어하기 위해 피난처에서 몸을 돌릴 때마다 늙은 늑대는 다시 바위를 돌아 반대편으로 갔고, 상황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늙은 늑대는 저절로 리더 늑대 역할을 했다. 그의 지휘 아래 늑대 무리는 들소를 죽였다. 잠에서 깬 젊은 리더 늑대는 울부짖으며 가족을 불렀다. 가족의 대답을 들은 늑대는 500킬로그램짜리 들소 뷔페에 참석하려고 강을 헤엄쳐 건넜다. 퇴직 늑대를 무리에 남겨둔 덕분에 보상을 받은 것이다.

인간세계는 노인을 어떻게 대할까? 우리는 그들이 삶에서 차지하는 소중한 몫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나? 노인들을 돌보는 데 시간을 내고 있을까? 예전처럼 죽을 때까지 함께 살던 대가족은 오늘날 거의 없다. 요즘은 나이 들거나 간호가 필요한 사람을 양로원이나 요양원에 보내는 경우가 많다. 원시부족들은 달랐다. 그곳 노인들은 존경받고, 결정에 참여했다. 그들의 조언은 중요하게 간주되었다. 요즘 노인들이 제대로 존경받는 일이 드문 현상은 유감스럽다.

다행히 직업세계에서는 나이 든 직원들이 점점 소중해진다. ‘전성기 연령대’(독일에서는 대부분 50대 이후를 의미)는 팀 전체에게 이익이 된다. 이들은 탁월한 지식을 소유하고 있고, 수십 년의 경험을 쌓은 사람도 있으므로 무척 귀중한 자산이다. 자신의 직업에 통달했고 과정을 모두 알기 때문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풍요롭게 한다.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논리적으로 논증하는 능력, 나눠줄 수 있는 지식은 또 다른 강점이다. 여기에 느긋함과 일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가 더해진다. 이 모든 것들이 늑대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험과 능력이다.



삶의 놀이 - 우리가 놀이를 멈춰서는 안 되는 이유

유콘은 두 살 된 어른 늑대다. 그런데도 철부지 청소년처럼 행동한다. 탄산수 캔을 이리저리 몰고 다니다가 마지막에는 캔을 마치 ‘정복’하기라도 한 듯한 행동을 몇 번이나 반복한다. 늑대들은 왜 이런 행동을 할까? 특별한 이유는 없어 보인다. 유콘은 경험이 풍부한 사냥꾼이라 먹잇감을 잡는 기술을 더 개발할 필요도 없다. 늑대들은 그냥 재미로 이렇게 노는 것 같다. 재미? 재미와 기쁨은 오로지 인간만이 지닌 특권 아닌가? 동물은 감정이 없잖아. 동물의 모든 행동은 충동과 생존훈련일 뿐이라고 어쨌든 우리는 그렇게 배웠고, 또 몇몇 책에는 아직도 그렇게 쓰여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일을 많이 하는 자는 많이 놀아도 된다!” 늑대들은 이런 좌우명에 따라 사는 것 같다. 그러나 늑대에게 놀이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 사회적 학습의 한 형태다. 늑대의 놀이는 높은 사회적 수준에서 수행되고, 도파민 분비를 불러오는 지대한 행복과 언제나 연결되어 있다. 어른 늑대들도 추격전과 줄다리기, 숨바꼭질을 즐긴다. 먹이 부스러기나 뼈 같은 작은 선물을 가지고 와서는 다른 늑대들이 자기를 쫓아올 때까지 그 앞에서 도발적으로 으스대며 걷는다. 새끼들과 놀아주는 늙은 늑대들은 회춘이라도 한 듯하다. 어린 라마르 늑대들은 졸고 있는 부모에게 놀이를 전염시킨다. 부모는 즐거운 미끄럼 놀이에 참가하지만, 어린 늑대들이 지나치게 까불어 정도를 벗어나려고 하면 달라진다. 심한 개구쟁이들을 막아서서 엄한 눈빛으로 장난을 저지하고 방종한 놀이를 중단시켜 상황을 차분하게 만든다. 그러면 어린 늑대들은 숨을 크게 내쉬고는 눈에 쓰러져, 얼마 지나지 않아 깊은 잠에 빠진다.

놀이는 서로 소통하고 육체적으로 훈련하며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실용적인 방법이다. 주로 이미 친한 사이거나 몸을 붙이고 같이 자는 늑대들이 함께하는 놀이를 즐긴다. 사람과 마찬가지다. 놀이는 상대방을 더 잘 평가하기 위한 온갖 경험을 수집하는 학습과 훈련 시간이다. 또한 사회적 역할을 훈련하거나 교환하고 페어플레이를 실습하며 윤리적-도덕적으로 수준 높게 상호작용하는 하나의 방식이기도 하다. 동물들이 같이 놀 때는 지켜야 하는 협정이 있듯이 늑대에게도 ‘황금률’이 있는 듯하다. “남이 너에게 해서 싫은 행동은 너도 남에게 하지 말라.”라는 원칙이다. 이 원칙을 따르려면 놀이 시간에 차이(체격 크기나 사회적 서열)를 무시하려는 의지와 공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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