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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대의 시간 천문학자의 하늘

전영범 지음 | 에코리브르
천문대의 시간 천문학자의 하늘



전영범 지음

에코리브르 / 2018년 6월 / 320쪽 / 19,500원





우주의 실험실



보현산천문대의 하루



천문대에 근무하면 늘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을 하거나 밤낮 구분 없이 일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시 출근, 정시 퇴근이다. 하지만 일단 관측을 시작하면 낮과 밤이 뒤바뀐다. 천문학자들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관측 제안서를 제출하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서 관측 시간을 얻는데, 전국의 광학천문학 관련 연구자가 대부분 지원하기 때문에 연간 길어야 1주에서 2주를 받는다. 물론 천문대에 근무하는 연구자는 집이 멀어서 한 번 올라오면 하루나 이틀씩 산에 머무르기도 한다. 이럴 때 날씨가 좋으면 1.8미터 망원경이 아니어도 다른 작은 망원경이나 일반 카메라로 천체를 관측하기도 한다. 또한 기기 점검이나 관측자가 포기한 시간 등 우연히 찾아오는 관측 기회도 있다. 그리고 가끔은 관측 중에 발생하는 장비 이상 같은 돌발적인 문제에 대응하기도 한다.

1.8미터 망원경을 이용한 관측이 며칠씩 이어지면 일어나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늦잠을 자 점심도 놓치기 쉽다. 저녁은 서둘러 먹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밤참 준비는 필수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지는 해를 보면서 돔으로 올라가면 돔은 이미 활짝 열려 있다. 매일 오퍼레이터가 일찍 올라와서 미리 점검하고 공기 순환을 위해 열어두기 때문이다. 오퍼레이터는 망원경과 장비를 책임지고 관측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관측자보다는 오퍼레이터가 훨씬 힘들고, 잠을 더 설친다.

플랫 보정이란: 1층에 있는 관측실에 들어서면 준비를 시작한다. 오퍼레이터는 4층 망원경실에 올라가 장비 점검을 마무리하고, 내려와서 망원경을 동쪽으로 보낸다. 그사이에 관측자는 플랫 영상을 얻을 준비에 들어가는데, 하늘을 1장씩 찍으면서 적당히 어두워지기를 기다린다. 천문대의 일상적인 기후와 대기가 안정적이라면 플랫 영상을 얻는 과정은 잘 짜인 프로그램으로 자동 처리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적당한 밝기에서 관측자가 감각적으로 판단해 노출하는데, 각각의 플랫 영상 간에 거의 균질한 밝기가 나오도록 찍는다. 플랫 영상은 CCD(Charge Coupled Device) 관측 영상을 보정하기 위한 것이다. CCD 카메라는 일반 디지털카메라처럼 많은 감광 소지를 가지고 있다.

이전에 사용하던 2k CCD 카메라는 2048화소x2048화소, 400만 화소의 감광 소자가 있었다. 일반 디지털카메라보다는 적지만 화소당 크기가 커서 CCD 센서 전체 크기는 50밀리미터x50밀리미터로, 35밀리미터 풀프레임보다 관측 면적이 3배 더 넓었다. 하지만 망원경 초점거리가 14400밀리미터로 길어 관측 시야는 11.6분각x11.6분각이었다. 이것은 한 변이 1도각의 5분의 1도 안 되는 관측 시야다.

현재의 4k CCD 카메라는 1600만 화소에 14.5분각x14.5분각이 되었다. 전체 면적은 60밀리미터x60밀리미터로, 35밀리미터 풀프레임의 4.2배로 늘었다. 화소당 크기가 2k CCD 카메라보다 작아서 화소 수는 4배지만 면적은 1.5배 정도 늘었다. 그런데 이러한 1600만 화소 하나하나는 특성이 모두 다르다. 거기에 더해 필터나 CCD 표면에 묻은 먼지 때문에 도넛 모양의 얼룩이 생기기도 하고 망원경 자체의 특성으로 주변부가 어두워지기도 한다. 이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플랫 보정이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망원경을 통해 균질한 빛을 CCD 면에 쪼이면, 즉 적당한 밝기의 균질한 광원을 찍으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가 CCD 영상에 모두 나타난다. 그리고 그 영상으로 실제 관측한 영상을 나누어주면 밝은 부분은 어두워지고 어두운 부분은 밝아져서 모든 화소가 같은 조건으로 보정된다. 이때 중요한 요소는 균질하면서 적당한 밝기의 광원이다. 천문대에서는 일몰 후 또는 일출 전에 하늘이 적당한 밝기가 되었을 때 태양의 반대편 하늘을 찍어서 플랫 영상을 얻는다. 적당한 하늘 밝기가 지속되는 시간은 20여 분뿐이다. 이 짧은 동안 필요한 플랫 영상을 얻어야 한다.

암잡음 보정하기: 디지털카메라는 천체사진을 찍을 때처럼 장시간 노출될 경우 플랫 보정에 더해 열 때문에 발생하는 암잡음 보정을 먼저 해야 한다. CCD 카메라 같은 디지털 관측 장비는 자체적으로 전기적 암잡음이 발생하는데, 영하 100도 이하로 냉각하면 이런 암잡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암잡음은 CCD의 온도, 즉 열 때문에 발생해서 열잡음이라고도 한다. 보현산천문대 1.8미터 망원경의 CCD 카메라는 영하 100도 이하로 냉각하기에 암잡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지금은 냉매 순환 방식이지만 과거의 2k CCD 카메라는 액체질소를 주입해서 온도를 낮추었다. CCD 카메라에 액체 질소를 주입하면 보통 하룻밤 관측을 버티고 다 날아가 버린다. 그래서 매일 새로 공급해야 하는데 오퍼레이터의 큰 임무가 액체질소를 채우는 것이었다. 만약 도움을 받지 못하면 관측자가 직접 채워야 한다. 1.8미터 망원경의 새로운 4k CCD 카메라는 액체질소가 필요 없지만 여전히 다른 관측 장비인 고분산분광기의 CCD 카메라에 액체질소가 쓰인다. 그래서 도로가 어는 겨울이면 가끔씩 액체질소를 공급하기 위해 산 아래까지 내려가서 직접 싣고 올라온다.

상용되는 전기 냉각 방식의 CCD 카메라는 보통 영하 20~30도로 냉각하는데, 이 경우에는 사용하는 온도에 따른 암잡음이 발생한다. 하지만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 관측한다면 별도의 암잡음 보정 영상을 얻어서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보통 디지털카메라는 사용하는 노출 시간이 짧아서 이 암잡음을 무시한다. 한편 천체사진가들은 디지털카메라로 천체사진을 많이 찍는데 종종 30초 이상 긴 노출을 사용하기 때문에 암잡음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별도로 암잡음 보정을 해주는 경우가 많다. 일반 디지털카메라도 냉각 장치가 있으면 암잡음을 줄일 수 있어서 좋지만 전기 소모량이 크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암잡음이 적은 제품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다.

시상 좋은 날: 플랫 영상을 얻고 나면 다소 여유가 생긴다. 아직 하늘이 충분히 어두워지기 전이니 커피도 한잔하고 농담도 주고받는다. 그리고 망원경을 관측 대상으로 옮겨 초점을 맞추고 별상의 크기를 조사해 그날의 관측 여건을 파악한다. 참고로 시상은 대기를 통과한 별빛이 흔들려서 퍼져 보이는 정도를 나타내는데, 시상이 좋다는 것은 별이 작게 보이고 주변 별과 분해가 잘됨을 뜻한다. 보현산천문대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시상은 1초각 정도이며, 세계적으로 좋은 천문대는 0.5초각 이하의 시상을 가지고 있고, 대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 허블 우주망원경의 시상은 0.05초각이다.

초점을 맞추고 나서 하늘이 충분히 어두워지면 본격적인 관측을 시작하는데 이제부터는 지루함과의 싸움이다. 연구 주제에 따라서 밤새 정신없이 천체를 찾아다녀야 하는 경우도 있고, 한두 대상을 밤새 반복해서 관측하기도 한다. 내가 주로 하는 변광성 연구는 같은 대상을 반복해서 보는 ‘지루한’ 관측이다. 하지만 관측 중에 시상이 바뀌거나 초점이 변하거나 날씨가 달라지면 좀 복잡해진다. 노출 시간을 늘리기도 하고 초점을 다시 맞추기도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관측 대상을 바꾸기도 하고 극단적일 때는 포기하기도 한다. 상황을 잘 살펴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영상을 1장이라도 더 많이 얻으려고 노력한다. 새벽 4시. 여전히 관측 중이며 관측자에게는 가장 힘든 시간이다. 새벽 천문박명 시간이 지나면 관측을 끝낼 준비를 하고, 관측한 CCD 영상의 배경 하늘이 밝아지기 시작하면 관측을 멈춘다. 천문박명은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져서 천체 관측에 지장이 없는 시간으로,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12도 또는 18도 이하로 내려간 시점을 기준으로 하며 천문학자들은 중간값인 15도를 사용한다. 실제 관측은 하늘이 다소 밝아져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데 대략 저녁에는 천문박명 30분 전, 새벽에는 30분 뒤까지 한다. 새벽 플랫을 찍을 시점이 되면 망원경을 태양의 반대쪽인 서쪽 하늘, 약 60도의 고도로 보낸다. 저녁 플랫 찍을 때와 같은 방법으로 플랫 영상을 얻고 나면 관측이 종료된다.

오퍼레이터가 돔의 슬릿을 닫고 망원경을 정리하면, 관측자는 CCD 카메라의 영점 보정 영상을 찍기 위한 준비를 하고 10장 이상의 연속 노출을 한다. 영점 보정은 CCD 카메라로 관측한 영상을 가장 먼저 보정해주는 것으로 CCD 카메라가 가진 기준점을 맞추는 과정이다. 즉 영점 영상 10여 장을 얻어서 평균을 만들고 관측 영상에서 평균 영상을 빼주는 과정이다. 관측을 마치면 숙소로 내려온다.

그렇다면 연구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뭘 할까? 관측 일정에 맞추어서 장비를 교체하고, CCD 카메라 등의 냉각을 위한 액체질소를 챙기고, 청소도 하고, 관측자와 직원들을 위한 식사도 준비하고, 산꼭대기까지 오지 않는 우편물도 직접 가서 챙겨 온다. 여름이면 모두 모여서 짧게는 2주, 길게는 2개월 동안 망원경 정비 작업을 한다. 관측 장비가 노후되면 유지 보수와 더불어 새로운 장비로 대체할 고민도 병행해야 하며, 이럴 때면 본원 기술 지원은 필수적이다. 천문대에서는 조용한 가운데 끊임없이 일이 진행된다. 어떤 때는 절보다 더 고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모두가 자신이 맡은 일에 몰두한다.



천문학자의 발견 기록



1만 원권 지폐 속 천문학



우리나라 국민이면 알게 모르게 보현산천문대 1.8미터 망원경을 자주 접한다. 1만 원권 지폐 뒷면의 이 망원경이기 때문이다. 보현산천문대의 연구원들은 처음에 이 망원경의 이름을 ‘도약’이라고 붙였다. 공식적으로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여러 부분에서 ‘도약’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 이러한 바람처럼 우리나라 천문학은 발전하고 있다. 이미 남반구에 3대의 1.6미터 망원경을 설치해 외계 행성을 찾는 한국중력렌즈망원경네트워크, 즉 KMTNet을 가동 중이고, 25미터 구경의 세계 최대 망원경인 거대 마젤란 망원경 사업에 참여해 새롭게 도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권이 나오기 1년 6개월 전의 일이다. 한국은행에서 새 1만 원권 지폐에 천문학 관련 내용이 들어갈 예정이고 현대 천문학을 대표하는 천체망원경을 넣고 싶다는 의견을 전해왔다. 처음에는 보편적으로 알려진 작은 굴절망원경을 쓰려다가 그보다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망원경을 넣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보현산천문대를 찾았다고 했다. 한 가지 걸리는 점은 보현산천문대 1.8미터 망원경이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것이 아니라는 문제였다. 하지만 연구원들은 망원경을 건설하며 겪은 어려웠던 점을 설명했고 그러한 문제점을 자체적으로 해결해 우리 기술로 만든 것과 다름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 사정은 이렇다. 설치 단계에서 예상보다 강하게 부는 바람 때문에 망원경이 안정되지 않았다. 그래서 시험 관측 기간 내내 망원경이 오작동해 어려움이 컸다. 이 문제는 제작사 측에서 해결하지 못해 결국 포기했다. 그 뒤 우리가 남은 설치비를 이용해 전자부를 완전히 새로 만들었다. 그리고 망원경 구동 시스템을 ‘TCS2(Telescope Control System 2)’라고 불렀다. 지금은 망원경 구동 컴퓨터가 노화되어 TCS3로 개선했지만 TCS2로 1.8미터 망원경을 20여 년 동안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을 이해한 한국은행 측에서도 흔쾌히 이 망원경을 새 1만 원권에 넣기로 결정했다. 어쩌면 1.8미터 망원경은 TCS2가 되는 순간 이미 한 번 도약을 한 셈이었다. 새 지폐에 1.8미터 망원경이 들어가는 내용은 물론 대외비였다. 언제쯤 말할 수 있나 하며 기다리던 어느 날 시안이 왔다. 그리고 한국은행에서 망원경 사진을 찍어 갔지만 결국은 내가 찍은 망원경 사진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여 내가 오래전에 찍은 망원경 사진이 1만 원권에 들어가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밤하늘에 빛나는 과학자



어느 날 우연히 소행성 1개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소행성을 추적 관측하다가 더 많은 소행성을 찾았다. 관측을 이어가 총 120개의 새로운 소행성을 발견했고, 2002년 2월, 처음으로 소행성 하나에 고유번호 34666번을 받았다. 고유번호를 받으면 발견자가 이름을 부여할 수 있는데, 막상 붙이고 싶은 이름이 너무 많아 연구원 내에서 논란이 되었다. 결국 나는 첫 소행성이니까 기념으로 발견한 천문대 이름으로 결정했고, 2002년 5월, 소행성 ‘보현산(Bohyunsan)’으로 정식 승인을 받았다. ‘보현산’은 소행성 ‘통일’ 이후 우리나라에서 이름을 붙인 두 번째 소행성이다.

그 뒤 2004년에는 5개의 소행성에 고유번호를 한꺼번에 받았다. 나는 다시 이름 때문에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에 헌정된 분들의 이름을 연대순으로 소행성에 붙이자는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2005년과 2006년에 2개의 소행성에 이름을 붙였고 지금까지 최무선, 이천, 장영실, 이순지, 허준, 김정호, 홍대용, 유방택, 이원철, 서호수, 총 10명의 과학기술인 이름이 들어갔다. (이 가운데 유방택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지는 않았지만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제 고유번호를 받은 것만 70개가 넘는다. 그 가운데 11개에 이름을 부여했으니 아직 이름을 붙일 60여 개의 소행성이 남았다. 한꺼번에 모두 이름을 붙일 수는 없고 두 달 동안 2개를 붙일 수 있다. 또한 정치적이거나 애완동물 이름 등은 엄격하게 제한한다. 너무 많으면 가치가 줄어들기에 이름을 헌정하는 데 신중을 기하는 것이다.



천체관측에서 천체사진까지



해, 달, 행성의 놀이



우리가 바라볼 때 태양과 달은 크기가 비슷하다. 그리고 달이 지나는 길(백도)과 태양이 지나는 길(황도)이 5.8도 기울어져 있어서 종종 교차한다. 이 교차 지점에서 서로 만나면 일식이 발생한다. 그리고 달이 반대쪽의 지구 그림자에 들어가면 월식이 일어난다. 따라서 월식은 보름에, 일식은 그믐에 발생한다. 그런데 지구는 태양 주위를 타원궤도로 돌기 때문에 태양의 크기는 조금 커졌다가 작아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달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크기 차이는 태양의 경우 시직경(지구에서 본 천체의 겉보기 지름)이 31.6~32.7분이며, 달은 29.4~33.5분이다. 달이 태양을 가릴 때 달이 태양보다 작으면 금환일식이, 더 크면 개기일식이 발생한다. 크기 차이에 따라 개기일식의 진행 시간이 달라지는데 최대 7.5분까지 이어진다. 또한 매년 개기일식 소식이 들리지만 지구에서 볼 수 있는 지역이 제한되어 우리나라에서 개기일식은 2035년에 북한을 지나는 것 외에는 보기 어렵다.

태양면 통과: 간혹 행성이 해 앞을 지날 때가 있다. 그러려면 행성이 지구보다 안쪽에 있어야 한다. 즉, 수성과 금성이 이러한 현상을 만드는데 통과(transit)라고 한다. 태양 앞을 지나기 때문에 ‘태양면 통과’로 불린다. 통과가 먼 외계의 별에서 나타나면, 행성이 별 앞을 지나는 순간 행성이 가린 만큼 밝기가 어두워질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외계 행성을 찾는다. 2004년 6월, 금성의 태양면 통과 뉴스가 나왔다. 물론 첫 보도자료는 내가 속한 한국천문연구원이었다. 1874년 12월 9일 이후 130년 만에 발생한 금성의 태양면 통과이니 뉴스에 나올 만한 특이한 천문현상이었다. 그런데 그날 하루 종일 구름이 지나다녔다. 더군다나 금성의 태양면 통과 때 태양의 고도가 낮아서 위치를 자동으로 찾아갈 수 있는 155밀리미터 굴절망원경을 사용할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작은 망원경을 삼각대에 얹어 서쪽 하늘이 잘 보이는 곳으로 나갔다. 해가 있을 만한 곳에 멈추고 하염없이 기다리니까 구름 사이로 살짝 보여서 얼른 초점을 맞추었고 다시 한참을 기다려서 해가 나타난 순간 셔터를 눌렀다. 아쉬웠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래도 딱 두 번 본 해의 표면에 금성의 흔적이 검게 찍혔다. 그 뒤 잊고 지냈는데 정확히 7년 뒤 2012년 6월 6일에 다시 금성의 태양면 통과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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