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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사토 겐타로 지음 | 사람과나무사이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사토 겐타로 지음

사람과나무사이 / 2018년 5월 / 252쪽 / 16,000원





천사와 악마의 두 얼굴을 지닌 약, 모르핀



스위스 신석기 시대 유적에서 양귀비 재배 흔적이 발굴되었다는데

현재 인류가 사용하는 의약품 중 가장 오래된 것은 무엇일까? 나름대로 조사해본 결과, 답은 ‘모르핀(Morphine)’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통증에 약하다. 가벼운 두통이나 복통만 생겨도 작업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하물며 장기간 지속하는 만성 통증이나 골절 등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은 말할 나위가 없다. 따라서 진통제만큼 인류가 절박하게 갈구해온 의약품은 없을 것이다. 그런 절박한 요구와 노력의 결과, 인류가 손에 넣은 역사상 최강의 진통제가 바로 ‘모르핀’이다. 심지어 온갖 진통제가 쏟아져 나오는 오늘날에도 모르핀을 능가하는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모르핀은 육체뿐 아니라 마음의 아픔을 치료하는 데까지 효과를 발휘한다. 소량의 모르핀을 투여하면 평소 느끼던 우울감이나 슬픔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러나 모르핀을 사용하려면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일반적으로 ‘모르핀’ 하면 효과적인 진통제보다는 인생을 파괴하는 마약 이미지를 떠올린다. 역사 속에서도 모르핀의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이 노출되었다. 자, 이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의약품이자 인류가 발명한 최강의 진통제인 모르핀을 좀 더 깊이 살펴보자.

모르핀은 덜 여문 양귀비 씨방에서 얻을 수 있다. 양귀비에는 다양한 품종이 있다. 원예품종으로 인기 있는 개양귀비 등으로는 모르핀을 만들 수 없다. 모르핀을 생산하려면 양귀비 속 중에서도 파파베르 솜니페룸(Papaver somniferum, 영어로 ‘아편’을 뜻하는 ‘Opium Poppy’라고 부름)과 세티게룸(Setigerum)이라는 종이 필요하다. 각국 정부에서는 이들 양귀비의 무허가 재배를 금지하고 있다. 이들 품종은 봉오리 상태에서 줄기가 낭창낭창하게 휘어져 땅바닥을 향한다. 그러다가 봉오리가 피면서 줄기가 똑바로 펴지며 꼿꼿하게 서서 하늘을 가리킨다. 그 무렵 하얀색과 붉은색, 보라색 등의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꽃이 떨어지면 며칠 후 달걀 크기의 씨방이 남는다. 이 씨방이 여물기 전에 상처를 내면 하얀 우윳빛 즙이 떨어지는데 이 즙을 모아 잘 말리면 ‘아편’이라 부르는 마약이 만들어진다. 아편은 10퍼센트 정도의 모르핀을 함유하고 있어 가루 상태로도 충분한 약효를 발휘한다.

아편의 효과는 아주 먼 옛날부터 알려져 있었다. 스위스의 신석기 시대 유적에서 양귀비 재배 흔적이 발굴되었다. 또한,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굴된 점토판에는 설형문자로 아편 채취 방법이 기록되어 있다. 그 점토판에는 양귀비를 지칭하는 말로 ‘기쁨의 식물’이라는 표현이 적혀 있다. BC 1,500년 무렵에 작성된 이집트 파피루스에는 양귀비를 의약품으로 이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또 지중해의 키프로스에서는 양귀비 씨방이 그려진 아편 흡입용 파이프(BC 1,200년경)가 출토되기도 했다. 이를 근거로 3,000년 이상 전에도 이미 많은 문명에 아편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로마 시대에는 많은 의사가 진통제나 수면제로 아편을 이용했다고 전해진다. 로마 5현제 중 한 사람으로 『명상록』을 저술하고 ‘철인 황제’라는 칭호를 얻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게도 아편을 애용했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그리스ㆍ로마 시대의 문헌에는 아편의 효능과 용도가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동시에 그 독성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경고하고 있다. 아편은 강력한 효과로 말미암아 의사들의 주목을 받았지만, 동시에 부정적인 측면도 고려해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약물로 여겨졌다.

9세기 이후, 과학의 중심은 이슬람권으로 옮겨갔다. 과학만이 아니라 의학과 수학도 크게 발전했다. 그 지식과 문물을 서양에 가져온 매개체가 몇 번에 걸쳐 이루어진 십자군 원정이었다. 십자군은 본래 목적인 성지 탈환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문화와 학문 교류를 촉진해 이후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아편도 이 시기에 다시 유럽에 들어와 의약품의 효능을 인정받게 된다.

미국 남북전쟁 동안 아편중독자가 급증한 이유

아편의 효능을 널리 알린 계기는 16세기 연금술사이자 의학자였던 파라켈수스였다. 파라켈수스는 아편을 바탕으로 환약을 개발했고, 이 약을 만병통치약으로 권장했다. 아편은 진통 및 진해 효과를 지니고 있어 만병통치약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양한 질병 증상을 완화해준다. 사실 이 시대에 사용된 의약품 중 현대인의 눈으로 보아 효과다운 효과를 내는 약은 아편 이외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17세기 후반, 영국에서 ‘아편팅크’가 개발된다. 아편팅크는 적포도주 등의 술에 적정량의 아편을 녹인 제품이다. 이윽고 아편팅크는 감기와 콜레라 등의 감염병, 생리불순, 원인 불명의 통증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처방되며 마치 진짜 만병통치약처럼 사용된다. 아편팅크의 개발자인 토머스 시드넘은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아픔을 덜어주시기 위해 우리 인류에게 선사하신 치료제 중 아편만큼 보편적인 효능을 발휘하는 약은 없다.”고 말하며 아편의 효능을 높이 평가했다. 그의 말은 진실을 담고 있지만, 사실의 일면밖에 보지 않은 단편적인 발언이기도 했다. 아무튼, 아편의 무시무시한 탐닉성, 중독성이 이 시대부터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수많은 의학자가 환자들에게 아편 사용을 권장했다. 그 바람에 유아에서 노인까지 거의 모든 사람이 아편을 수시로 사용하게 된다. 그에 따라 아편 입수가 비교적 손쉬웠던 18세기부터 19세기에 걸쳐 아편 중독자가 급증했다.

그 무렵, 순수한 모르핀 성분을 분리하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1803년, 스무 살의 젊은 약제사였던 프리드리히 빌헬름 제르튀르너는 아편에 산과 염기를 순차적으로 더해 불순물을 제거하고 유효 성분만 결정으로 추출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그는 그리스 신화의 잠의 신인 모르페우스에서 따와 이 성분에 ‘모르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만약 인류 과학사를 개괄한 신문을 만든다면 이 발견은 당당히 1면 상단에 머리기사로 실을 만한 사건이다. 통증을 완화하고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아편의 불가사의한 작용은 생명의 신비스러운 힘 등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단순히 물질에 포함된 성분 때문임을 똑똑히 보여준 발견이었다. 근대 약학과 유기화학이 모두 이 발견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순수하게 유효 성분을 추출해 정확한 양을 계량해 약을 투여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변화였다. 19세기 중반에는 피하주사기가 개발되어 모르핀을 주사제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중독환자 증가로 이어지는 지름길도 개방되었다. 남북전쟁(1861~1865년) 동안 남군 측에서만 무려 1,000만 정의 아편 정제와 200만 온스 이상의 아편 관련 약제가 팔려나갔다. 그 결과, 전쟁 기간에 아편 중독자가 속출했다. 이때 발생한 아편 중독자를 사람들은 ‘군대병’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초기에는 ‘만병통치약’으로 환영받았던 아편이 서서히 ‘위험한 마약’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인체 복잡 시스템을 파괴하는 힘을 지닌 원자 40개 덩어리, 모르핀

모르핀이 단기적으로 행복한 느낌이 들게 하고 장기적으로 중독의 수렁에 빠지게 하는 이유는 뭘까? 사람들은 오랫동안 그 원인을 밝히기 위해 연구를 거듭해왔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인 197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모르핀의 약리작용을 해명하는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미국과 스웨덴이 참여한 세 곳의 연구진이 인간의 뇌 속에서 모르핀이 정착하는 장소를 거의 동시에 발견했다.

우리 뇌에서 특정 분자가 결합해 정보를 수용하는 부위를 ‘수용체’라고 부른다. 그런데 왜 이런 수용체가 존재할까? 특정 품종의 양귀비만 생산하는 특수한 물질을 위한 수용체를 인체가 굳이 마련해둘 이유가 없는데 말이다. 이로써 인체는 수용체에 결합하는 물질을 스스로 생산한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수용체를 ‘열쇠 구멍’이라고 해보자. 이때 모르핀은 그 구멍에 우연히 꼭 들어맞는 ‘가짜 열쇠’인 셈이다. 또한 뇌 속에는 ‘진짜 열쇠’가 존재한다는 가정도 가능하다. 인간에게 쾌락이라는 감각을 일으키는 ‘진짜 열쇠’야말로 우리 뇌의 수수께끼를 푸는 중요한 물질이다.

‘진짜 열쇠’의 정체가 드러난 것은 1970년부터 1980년에 이르는 10여 년의 기간이었다. ‘진짜 열쇠’는 아미노산이 5개부터 약 30개가 연결된 ‘펩타이드’라고 부르는 물질 군이다. 이 물질들을 통틀어 과학자들은 ‘엔도르핀’이라고 부른다. 모르핀은 엔도르핀의 앞머리와 흡사한 구조로, 수용체와 결합해 엔도르핀과 같은 작용을 일으킨다. 엔도르핀은 외상을 입거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방출되어 고통을 완화해준다. 예를 들어, 장거리 달리기 선수가 느끼는 짜릿한 흥분과 쾌감은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엔도르핀이 분비되기 때문에 생겨난다. 또 사회적 연대감과 안정감, 수수께끼를 풀거나 뭔가 새로운 지식을 얻었을 때 느끼는 만족감 등에도 엔도르핀이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듯 엔도르핀과 그 수용체는 인간의 다양한 행동 동기에 숨겨진 비밀을 풀어줄 가장 중요한 실마리다.

모르핀은 이 비밀의 골짜기로 파고 들어가 임시방편이지만 커다란 쾌감을 선사한다. 모르핀을 계속 투여하면 우리 몸은 ‘현재 엔도르핀 양은 충분하다’고 판단하여 생산을 중단한다. 그러다 모르핀 공급이 중지되면 우리 몸은 엔도르핀이 부족해져 견디기 힘든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바로 마약의 ‘금단증상’이다. 모르핀을 투여하면 금단증상은 곧 사라지지만 엔도르핀 생산능력은 더욱 떨어진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더 많은 양의 모르핀이 필요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모르핀의 금단증상은 몹시 고통스러워서 지옥으로 가는 급행열차를 탄 것에 비유되곤 한다. 온몸이 나른해지고 불면증, 콧물, 오한, 극심한 두통과 복통 등 끔찍한 증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난다. 고작 원자 40개로 이루어진 모르핀이 인체 시스템을 파괴하는 힘을 갖고 있다니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중국인들이 아편의 약효와 함께 독성과 해악도 알았더라면

아편이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고 역사에 깊은 생채기를 남긴 사건은 중국에서 일어났다. 중국에서 아편을 사용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후한 말의 명의 화타 이야기에서 볼 수 있다. 독화살을 맞은 관우의 팔꿈치를 절개할 때 화타가 뼈를 깎는 대수술을 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사실 화타가 세상을 떠난 후 일어난 일로 『삼국지연의』의 작가가 창작한 가공의 이야기다. 하지만 화타가 아편을 마취약으로 사용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는 ‘마비산’이라는 마취약을 사용하여 수많은 개복수술을 했다고 전해진다. 이 마비산의 주요 성분을 아편으로 추측하는 사람이 많다. 다만 다른 문헌에서는 마비산 성분이 다른 식물에서 유래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 시기에 아편이 중국에 전해졌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양귀비에 관한 좀 더 분명한 기록은 당나라 시대(618~907년)에 이르러 나타난다. 하지만 그 기록 역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양귀비꽃을 관상용으로 길렀다는 증거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서양에서는 먼 옛날부터 널리 이용된 아편이 중국에서는 꽤 오래도록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아편의 뛰어난 약효와 함께 그 끔찍한 해악과 독성을 중국인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중국의 역사에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된다.

청나라와의 천문학적 무역 적자를 벌충하기 위해 아편을 이용한 영국 정부

영국에 처음 차가 도입된 것은 17세기 초반의 일이다. 동양에서 들어온 이 진귀한 음료는 순식간에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가 엄청난 열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아열대에서 생산되는 차는 한랭한 유럽 기후에서는 아무리 공들여 키워도 잘 자라지 않는다. 그런 터라, 차 수입량은 급속도로 증가했고 영국의 무역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영국은 천문학적인 액수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무언가를 대량으로 중국에 내다 팔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맞닥뜨렸다. 그러나 당시 중국을 지배하던 청 왕조는 식량, 음료, 의복, 공예품 등 모든 면에서 전혀 부족한 것이 없어서 영국에서 수입해야 할 필수품이 별로 없었다. 영국 정부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졌다.

그러던 중 영국은 인도 벵갈주를 정복했고 여기서 대중국 무역의 막대한 손실을 벌충할 뜻밖의 해결책을 발견했다. 1773년의 일이었고, 그 해결책은 아편이었다. 누군가가 벵갈에서 생산되는 아편을 청나라에 가져다 팔겠다는 황당한 발상을 했다. 영국 정부는 산업혁명으로 이루어낸 공업기술을 십분 활용하여 품질과 규격을 엄격히 관리하며 아편 대량생산을 단행했다. 그들은 담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아편에 불을 붙여 연기를 들이마시는 방식의 중국인 맞춤 제품을 생산했다. 영국은 자국의 천문학적인 무역 적자를 벌충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중국인들의 취향에 꼭 맞는 신상품 마약까지 개발했던 것이다. 그 수법이 오늘날 닳고 닳은 대기업의 영악한 사업가들조차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기발하고 악랄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면서도 영국 정부는 아편을 ‘독성이 있는 기호품’으로 지정하여 자국으로 유입되는 일을 엄격히 규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청나라는 정부 고관에서 서민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아편의 포로가 되었다. 그로 인한 부작용과 해악이 극심해진 것은 두말할 나위 없었다. 청 왕조는 몇 번이나 수입 금지령을 내렸지만 사후약방문에 지나지 않았다. 아편에 한번 맛을 들인 사람은 열이면 열 충성스러운 단골이 될 정도로 중독성이 강한 제품이라 아무리 강력한 대책을 시행해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아편 무역 덕분에 영국의 무역 수지 판세도 완전히 뒤집혔다. 청 왕조를 지탱해주던 은이 끝없이 국외로 유출되며 급기야 국고가 바닥을 드러냈다.

그 상황에서 청의 관료였던 임칙서가 떨쳐 일어났다. 그는 마약을 규제하는 강력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제는 임칙서의 의견을 받아들여 흠차대신으로 임명하고 밀수 단속 업무를 맡겼다. 임칙서는 영국 상인이 은밀히 보유하고 있던 1,400톤 이상의 아편을 모두 압수한 다음 석탄과 소금물로 폐기 처분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1839년의 일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영국은 군대를 투입하여 전투에 돌입했다. 이 전투가 바로 그 악명 높은 ‘아편전쟁(1839~1842년)’이다. 마약 매매 이권을 지키기 위한 전쟁은 세계사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상식을 벗어나는 사건이었다.

아편전쟁은 영국에서는 전혀 대의명분이 없는 전쟁이었다. 그러나 청의 입장에서는 명분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전력의 차이가 너무도 컸다. 최신식 근대 병기를 갖춘 영국군의 엄청난 기세에 눌려 청군은 전쟁 초반부터 바람 앞의 검불처럼 스러져갔다. 청은 완패했고, 홍콩을 할양하고 거액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각서에 울며 겨자 먹기로 서명해야 했다. 이어진 1856년 제2차 아편전쟁(1856~1860년) 등을 거쳐 청은 서구 열강의 먹잇감으로 전락해갔다. 이후 150여 년간의 영국 지배를 거쳐 1997년에 이르러서야 겨우 홍콩은 중국에 반환되었으니 아편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할 수 있다.

세계 최강으로 여겨지던 청이 서구 열강에 완전히 항복한 사건은 일본 바쿠후에도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으며 위기감을 느끼게 했다. 또한 서양을 제압할 만한 실력과 힘을 갖추지 못하면 종국에는 청과 마찬가지 운명을 걷게 되리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메이지 정부의 부국강병책으로 이어졌다. 만약 모르핀이 이 세상에 없었더라면, 아니 원자 하나만이라도 구조가 달랐다면 아시아의 역사는, 그리고 더 나아가 세계사는 지금과 완전히 달라지지 않았을까?

헤로인이라는 ‘악마’의 탄생

모르핀은 뛰어난 약리작용 못지않게 강력한 중독성을 지닌다. 이러한 두 가지 특성 때문에 의학자들은 모르핀의 강력한 중독성을 없애고 진통작용만 남길 수 없을지 연구를 거듭했다. 1874년, 영국인 화학자 라이트가 모르핀에 아세틸기라는 원자단을 결합한 물질을 개발했다. 라이트의 연구 성과는 20년 가까이 지나도록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하다가 1898년에 이르러서야 독일의 제약기업인 바이엘이 그의 연구에 눈독을 들였다. 바이엘은 라이트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신약을 개발하여 출시했고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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