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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적 진화

사라시나 이사오 지음 | 생각정거장
폭발적 진화



사라시나 이사오 지음

생각정거장 / 2018년 5월 / 194쪽 / 13,800원





막 - 생물과 무생물 사이에는 무엇이 존재하는가?



따뜻한 가정집과 같은 세포: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크게 생물과 무생물로 나눈다면 바이러스는 무생물로 분류되지만, 그래도 바이러스가 생물과 ‘가까운’ 존재라는 사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즉, 생물과 바이러스의 차이를 살펴보면 생물과 무생물 사이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러면 지금부터 전형적인 바이러스와 생물에 대해 먼저 살펴보도록 하자.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어느 밤 당신이 산을 헤매고 있는 상황, 당신은 우연히 아름다운 집 한 채를 발견한다. 당신이 문을 두드리니, 친절해 보이는 여자가 문을 열고 당신을 집안으로 들인다. 아이 둘을 둔 부부의 집이었다. 집안은 무척 따뜻하다. 저녁을 대접받고 안정을 되찾은 당신은 무심코 벽에 걸려 있는 커다란 그림을 바라본다. 그러자 주인이 설명에 나선다. “이 집의 설계도입니다. 저는 건축가로 집짓는 일이 제 삶의 보람이지요. 그래서 아이들이 크면 이 설계도로 새로운 집을 지어줄 겁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그곳에서 살게 할 겁니다. 그렇게 하면 집이 늘어나게 되겠죠.”

생물이란 이 집과 비슷하다. 집은 곧 세포다. 집 안의 환경은 쾌적하게 조절된다. 가족은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눈다. 그러한 환경을 위해서는 밖에서 음식물과 연료를 사오고 쓰레기를 배출해야 한다. 말하자면 집에는 물질과 에너지의 흐름이 있는 것이다. 생물학에서는 이를 ‘대사’라고 부른다. 벽에 걸려 있는 설계도는 유전자, 즉 DNA다. 이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집을 짓는다. 세포는 ‘스스로 복제하여 세포를 늘려가는 셈’이다. 그런데 만약 이 집이 바이러스라면, 방금 한 이야기는 어떻게 바뀌게 될까?

쓰러져가는 오두막과 같은 바이러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어느 밤, 산을 헤매다가 당신은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 한 채를 발견한다. 집 안은 어둡고 아무도 없다. 그리고 새어 들어오는 바람 때문에 추위를 견디기 힘들다. 어둠에 익숙해진 당신의 눈에 실내 벽에 붙어 있는 커다란 설계도가 들어온다. 하지만 있는 것이라고는 그게 전부다. 이 오두막은 몇 십 년 동안 계속 이런 상태로 있었을 것이다. 눈보라가 더욱 심해지자 오두막은 결국 무너지고 만다. 산산조각 난 잔해 속에서 설계도가 바람에 날려 근처에 있던 따뜻한 집으로 날아갔고, 아이가 우연히 창문을 연 순간 그 집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남편이 오두막 설계도를 집어든 순간, 남편의 머릿속에서 누군가가 중얼거린다. “오두막을 지어라.” 남편은 무슨 영문인지 그 목소리를 거스를 수 없다. 그는 아름다운 집 안에서 오두막을 짓기 시작한다. 깨끗이 정돈된 실내에 더러운 오두막이 한 채 완성되었다. 하지만 남편은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두 번째 오두막, 세 번째 오두막을 지었다. 재료가 부족해지자 집 천장을 자르고, 벽을 떼어냈다. 아이와 아내가 “그만둬요!” 하고 소리쳤지만 남편은 멈추지 않았다. 어느새 집 안은 오두막으로 꽉 차게 되었다. 그리고 열 번째 오두막이 완성되었을 때, 마침내 집이 무너지고 말았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집은 완전히 해체되었고, 대신 오두막 열 채가 세워졌다. 아무도 살지 않는 오두막은 그로부터 또 몇 십 년이 넘도록 조용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이 오두막이 바로 바이러스다. 오두막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하고, 물질과 에너지의 흐름이 없다. 즉, 대사가 없다. 바이러스는 대부분 ‘캡시드(Capsid)’라고도 하는 단백질 껍질이 DNA 혹은 RNA를 감싼 형태의 입자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언제까지고 그 상태 그대로다. 생물이 아니라 그냥 ‘물질’인 셈이다.

스스로 단백질을 만드는 생물: 생물은 두 가지 유전자(단백질 설계도(DNA) 유전자와 단백질을 만드는 도구리보솜 유전자)를 모두 가지고 있다. 그래서 생물은 설계도를 바탕으로 도구를 써서 단백질을 만들 수 있다. 반면 바이러스는 설계도밖에 없다. 따라서 바이러스가 단백질을 만들려면 생물 안에 침입해서 도구를 빌려와야 한다. 정리하자면 리보솜의 유무, 스스로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는지가 생물인 세균과 무생물인 바이러스를 가르는 경계선이다.

막히지도 뚫려 있지도 않은 세포막: 생물의 특징으로 ‘대사(에너지와 물질의 흐름)’와 ‘복제’가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특징을 들자면 적절한 ‘경계’가 있다는 것이다. 오두막의 예에서 경계는 벽에 해당한다.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에서 벽은 상태가 어떻든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반면 아름다운 집에서 벽은 무척 중요하다. 난로로 방을 따뜻하게 데워도 바람이 들어온다면 아무 소용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완전히 밀폐되어 있어도 곤란하다. 음식물을 사 오거나 쓰레기를 배출해야 하니까 말이다.

다시 말해서, 세포에는 필요한 것만 안으로 들이고 그 밖의 다른 것은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편리한 경계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세포막’이다. 필요한 것은 받아들이지만 필요 없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선택적 투과성’이라고 부른다.

이 세포막은 이름은 ‘막’이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막혀 있는 막과는 상당히 다르다. 예컨대 빵빵하게 부풀린 고무풍선을 바늘로 찌르면 ‘뻥’하고 터지고, 바늘을 찌른 곳에는 구멍이 난다. 그런데 이 구멍은 바늘을 뽑는다고 해서 다시 막히지 않는다. 하지만 세포막은 그렇지 않다. 바늘로 찔렀다가 뽑으면 구멍이 도로 막힌다. 필요한 물질이 들어오고 나간다고 해서 구멍이 뚫린 상태로 유지되는 게 아니다.

문어처럼 생긴 세포막 구조: 기름이 묻은 접시는 물로만 헹궈서는 깨끗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세제를 이용한다. 세제에는 ‘양친매성 분자’라는 이름의 물질이 들어 있다. 물질은 대부분 물에 녹거나 기름에 녹거나 둘 중 하나인데, 양친매성 분자는 물과 기름 모두에 잘 녹는 성질이 있다. 양친매성 분자의 생김새는 비유하자면 다리가 두 개뿐인 문어가 두 다리를 쭉 뻗은 형태이다. 이 문어의 머리는 물에 녹고, 다리는 기름에 녹는다. 즉 분자 하나에 물과 친한 부분(친수성), 기름과 친한 부분(친유성)이 모두 들어 있는 것이다. 세포막도 양친매성 분자로 되어 있다. 세포막은 인지질이라는 유기물이 두 개의 층으로 나열되어 막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 인지질이 바로 양친매성 분자이다.

모든 생물의 공통선조 루카: 현재 지구상의 생물은 크게 세 가지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진핵생물, 진정세균 그리고 고세균이다. 진핵생물은 핵이 있는 세포를 가진 그룹으로, 인간을 포함한 동물과 식물은 모두 진핵생물에 해당된다. 진정세균은 대장균, 남조라고 부르는 식물성 플랑크톤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세균이다. 마지막으로 고세균은 1977년에 발견된 그룹으로, 메탄생성세균 등 특수한 환경에 있는 세균이 많다. 진핵생물은 약 19억 년 전에 탄생했다. 아마도 고세균의 진화로 진핵생물이 등장한 것으로 짐작된다. 생명 역사 초기에는 진정세균과 고세균만 존재했던 것이다.

따라서 진정세균과 고세균의 공통선조는 최초의 생명이자 현재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물의 공통선조, 즉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루카(LUCA)’라고 부른다. 지구 최초의 생물은 어떤 세포막을 가지고 있었을까. 어쩌면 처음에는 단백질로 이루어진 단순한 구조였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양친매성 분자의 이분자막처럼 여러 가지 물질이 통과할 수 있는 막이 아니면, 자유롭게 물질을 받아들이고 내보낼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 ‘편리한 막’을 얻게 된 순간이 바로 생명 탄생을 향한 위대한 첫 걸음이 아니었을까?



뼈 - 폭발적 진화는 왜 일어났을까?



골격의 세 가지 역할과 진화론: 여기서는 골격의 단단함에 주목해서 세 가지 역할을 다뤄보려고 한 다. 바로 ‘운동, 보호, 지지’이다. 치타처럼 빨리 달리려면 근육으로 골격을 움직이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손발의 끝까지 뼈가 미치고 있어야 한다. 또 소라 같은 조개류는 껍데기가 없으면 금방 다른 동물에게 잡아먹히고 말 것이다. 심장과 폐 등 주요 내장기관들도 뼈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살짝만 넘어져도 손상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지’의 역할은 인간의 뇌를 예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만약 뇌가 두개골의 보호를 받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크기로 진화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골격이 없었더라면 어쩌면 인간은 눈부신 문명을 세우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동물은 이렇게 편리한 골격을 어떤 식으로 진화시켜왔을까? 150년 전, 다윈은 고뇌했다. 화석으로 남은 기록을 봐서는 진화에 관한 그의 생각(생물이 아주 천천히 진화해왔다는 견해로 처음에 생물은 몹시 작고 간단한 구조였다가 조금 복잡한 생물이 등장했고 마침내 지구 역사상 가장 복잡한 생물인 동물이 출현했다는 생각)이 잘못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특정 시대보다 오래된 화석은 전혀 발굴되지 않았으며 한 시대를 기점으로 갑자기 화석이 무더기로 발견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시대란 현대에서 말하는 캄브리아기로, 약 5억 4,200만 년부터 4억 8,800만 년 전 시대인데, 당시에 알려진 가장 오래된 화석은 캄브리아기 지층에서 나온 삼엽충 화석이었다. 정말로 생물이 아주 조금씩 진화한다면 삼엽충이 갑자기 출현한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최초의 생물이 삼엽충일리는 없다. 다윈이 고민에 빠진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단순한 화석과 복잡한 화석: 다윈이 고민하던 시기에서 약 100년이 지난 1946년의 일이다. 캄브리아기의 직전 시대인 에디아카라기의 지층에서 생물 화석이 무더기로 발견되었다. 이로써 캄브리아기에 생물이 탄생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다. 그 후 캄브리아기보다 더 오래된 화석이 점차 발전되었고, 현재는 약 38억 년 전까지 생명의 흔적을 더듬어 올라간 상태다.

화석은 꼭 뼈나 조개껍데기 같은 생물의 몸(일부)이 아니어도 형성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생물이 기어간 흔적도 생물이 살았다는 증거이므로 화석에 속하는데, 이를 ‘생흔화석’이라고 부른다. 캄브리아기 이전인 에디아카라기의 지층에서도 작은 동물이 해저를 기어갔던 흔적이 발견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캄브리아기를 기점으로, 그보다 더 오래된 화석이 극히 적게 발전되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에디아카라기에서 캄브리아기로 넘어오면서 생흔화석은 갑자기 복잡한 형태를 띠기 시작한다. 게다가 해저 표면뿐 아니라 해저에서 10㎝가 넘게 파고 들어간 흔적도 발견되었다. 캄브리아기는 10개의 시기로 나눌 수 있는데, 처음 약 1,200만 년간을 포춘기라고 부르며 복잡한 생흔화석이 나타나기 시작한 시대다. 그리고 그다음 약 800만 년간을 제2기라고 하는데, 이 시기에는 생흔화석뿐 아니라 골격이 작은 화석이 아주 많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그다음 약 700만 년간을 제3기라고 하는데, 이 시기에는 갑자기 크고 복잡한 동물 화석이 발견되었다. 가장 오래된 삼엽충 화석이 발견된 것도 이 제3기 지층에서였다. 아울러 현존하는 수많은 동물의 조상이 화석으로 출현한 것 역시 제3기다. 그래서 화석 기록도 이때부터 일제히 급증했다. 이렇게 제2기에서 제3기에 걸친 약 1,500만 년간(약 5억 2,000만-약 5억 1,400만 년 전)을 일반적으로 ‘캄브리아 폭발’이라고 불러왔다.

캄브리아기에 갑자기 늘어난 다양성: 캄브리아기에 들어서서 화석이 갑자기 아주 많이 발견되기 시작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이 시기에 많은 동물들의 골격이 일제히 진화했기 때문이다. 내골격(예: 사람의 뼈)과 외골격(예: 조개껍데기)은 주로 광물로 이루어져 있어서, 몸에서 유기물이 주성분인 다른 부분과 달리 화석으로 남기 쉽다. 두 번째 이유는 많은 동물의 ‘체제’가 이 시기에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동물의 기본적인 신체 구조를 ‘체제’라고 부르는데, 체제가 성립되기 전 동물은 비교적 비슷한 생김새로, 대부분 가느다랗고 작은 생물이었다. 그런데 캄브리아기에 들어오면서 동물들의 몸이 점차 커졌고, 심장과 눈이 생기는 등 다양한 체제를 갖추게 되었다. 그래서 화석으로 남겨지기 쉬웠던 것이다. 동물은 오랜 시간에 걸쳐 진화하면서 서서히 다양해진 것이 아니다. 캄브리아 폭발로 갑자기, 한순간에 그 종류가 다양해졌다. 그리고 그 후부터는 조금씩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먹지 않으면 먹히는 생존 경쟁: 내 생각에 캄브리아 폭발의 계기는 생태적인 요인이었으리라고 본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동물’의 등장이 캄브리아 폭발의 방아쇠가 된 것은 아니었을까. 옛날에 동물은 몸이 작고 보드라웠다. 몸을 크게 만들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런 평화로운 세계에 어떤 작은 사건이 일어났다. 한 동물이 다른 동물을 잡아먹은 것이다. 동물을 먹는 동물이 등장하자 먹히는 입장에 놓인 동물도 그에 대항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먹히지 않게 진화한 동물이 탄생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먹는 쪽의 동물 역시 대처할 필요가 생겼다. 이런 식으로 마치 군비 확장 경쟁을 하듯, 단숨에 동물의 다양화가 대형화가 진행된 것은 아니었을까.

또 이런 생태계의 변화는 골격의 진화도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먹히는 동물의 입장에서는 조개껍데기처럼 골격을 이용해 방어하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였을 것이다. 또 골격은 운동 능력 향상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뼈가 있으면 재빨리 달아날 수 있고, 반대로 재빨리 뛰어 뒤쫓아 갈 수도 있다. 골격의 진화는 먹는 쪽이든 먹히는 쪽이든 분명히 유리한 전략이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그런 경쟁이 금세 가라앉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먹느냐 먹히느냐’의 경쟁은 눈 깜짝할 사이에 전 세계로 퍼졌다. 세계 모든 곳에서 동물의 몸이 커지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반영된 체제가 등장했다. 골격도 진화하면서 군비 확장 경쟁의 불에 기름을 부었다. 그것이 바로 캄브리아 폭발이었으리라.



눈 - 눈이 없어도 사물을 볼 수 있을까?



캄브리아 폭발과 포식자의 출현: 눈이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 수 있는 가장 오래된 화석은 캄브리아기의 삼엽충이다. 아마도 원시적인 눈은 그보다 더 이전에 출현했을 것이다. 하지만 눈을 가진 다양한 화석이 산출하기 시작한 것은 역시 캄브리아기부터여서, 이 시대부터 눈이 있는 생물이 늘어나게 되었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캄브리아기는 ‘캄브리아 폭발’이라는 단어로도 알 수 있듯, 동물의 숫자와 종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기다. 앞에서도 다루었지만 그 계기가 된 것은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포식자’의 출현이었다. 그때 눈의 진화도 중요하게 작용한 것이 틀림없다.

생물에 따라 다른 ‘최고의 눈’: 눈은 성능을 기준으로 나누면 크게 세 종류가 있다. 바로 ‘명암을 파악하는 눈, 방향을 파악하는 눈, 형태를 파악하는 눈’이 그것이다. 빛을 느끼는 세포를 ‘시세포’라고 하는데, 이 시세포가 아주 많이 모이면 망막이 되고 생물의 표면에서 망막이 반점처럼 보이는 것이 ‘안점’이다. 그런데 이 안점만 있으면 생물은 자신에게 빛이 닿았는지 알 수 있다. 어느 방향으로 빛이 오는지는 몰라도, 밝은지 어두운지만은 파악이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명암을 파악하는 눈’이다. 현재는 자포동물문에 속하는 해파리, 편형동물에 속하는 플라나리아 등이 이러한 안점을 가지고 있다.

안점의 한중간이 푹 들어가 마치 컵처럼 생긴 것을 ‘배상안’이라고 하는데, 이 배상안이 위쪽을 향해 있다고 생각해보자. 만약 오른쪽에서 빛이 들어온다면 컵 안의 왼쪽 시세포에만 빛이 닿고, 반대로 왼쪽에서 빛이 들어온다면 오른쪽 시세포에만 빛이 닿는다. 요컨대 어느 시세포가 빛에 반응했는가를 통해 빛이 들어오는 방향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방향을 파악하는 눈’이다. 현재는 연체동물에 속하는 삿갓조개 등이 이러한 안점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눈에는 렌즈가 있어서 망막에 상이 맺히게 되어 있는데, 이것이 ‘형태를 파악하는 눈’이다. ‘형태를 파악하는 눈’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렌즈가 있는 것도 있고 연체동물에 속하는 전복처럼 렌즈 대신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 것도 있다. 곤충처럼 형태를 파악하는 눈이 아주 많이 늘어서 있는 겹눈인 것도 있다. 또한 문어의 눈과 인간의 눈은 둘 다 렌즈가 있어서 무척 비슷하지만, 인간의 눈은 두뇌에서 만들어진 것인 반면, 문어의 눈은 표피에서 만들어졌다. 이처럼 눈의 종류는 아주 많다. 다양한 생물이 다양한 눈을 가지고 있고, 이 눈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생존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어떤 눈이든 반드시 단점도 조금씩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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