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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둘러싼 바다

레이첼 카슨 지음 | 에코리브르



우리를 둘러싼 바다

레이첼 카슨 지음

에코리브르 / 2018년 1월 / 367쪽 / 18,000원





어머니 바다



어슴푸레한 시작

모든 시작은 으레 어슴푸레하게 마련이고, 위대한 생명의 어머니인 바다의 시작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이들이 지구상에 언제 어떻게 바다가 생겨났는지 논의해왔지만 그들의 설명이 언제나 같지는 않았다. 내가 어떻게 바다가 생겨났는지 들려준다 해도, 그 역시 수많은 출처에서 따온 내용을 꿰맞춘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내가 지금 기록하고 있는 사건은 약 20억 년 전에 일어난 것이다. 최근의 과학에 따르면 이는 지구의 대략적인 나이인데, 바다의 나이 역시 그와 비슷할 것이다.

태양으로부터 갓 떨어져 나온 지구는 불타는 구형의 기체 덩어리였다. 기체덩어리는 서서히 식어 용융 덩어리로 변했고, 지각은 몇백만 년 동안 액체 상태에서 고체 상태로 서서히 변해갔다. 지각이 충분히 냉각하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는 몇 세기 동안 밤낮없이 줄기차게 내렸다. 내린 비는 대기하고 있던 해양분지로 흘러 들어갔고, 대륙 위에 쏟아진 빗줄기는 빠져나가 바다를 이루었다.

우리는 바다가 어떻게 원형질이라고 부르는 놀라운 물질을 만들어내는지 알지 못한다. 어둑하고 따뜻한 물속에서 무생명으로부터 생명을 창조하는 데는 기온ㆍ압력ㆍ염도 따위가 결정적 조건이었다. 어쨌거나 그러한 조건이 딱 맞아떨어진 결과, 오늘날의 과학자도 결코 할 수 없는 일을 이뤄냈다. 최초의 생명체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박테리아 같은 단순한 미생물이었을 것이다. 수백 년, 수백만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끊임없이 이어져온 생명체는 갈수록 복잡해졌다. 단순한 단세포 생물에서 분화한 세포의 집합인 생명체가 생겨났고, 이어 섭식ㆍ소화ㆍ호흡ㆍ생식 기관을 갖춘 생명체가 등장했다.

생명체가 바다에서 진화를 거듭하는 동안, 육지에서는 아무런 생명의 흔적이 없었다. 모든 것을 제공하고 포용하는 어머니 같은 바다를 마다하고 굳이 해안으로 기어 올라갈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약 3억 5000만 년 전인 실루리아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최초의 선도적 육상 동물이 해안에 기어 올라왔다. 나중에 게ㆍ바닷가재ㆍ곤충으로 분화할 절지동물의 일종이었다. 그리고 육지가 융기하고 바다가 서서히 퇴각하자 물고기처럼 생긴 동물이 육지에 등장했는데, 그 동물은 몇천 년에 걸쳐 지느러미는 다리로 변하고 아가미 대신 폐가 발달했다. 이 최초의 양서류는 데본기의 사암에 자취를 남겼다.

이렇게 육지와 바다 양쪽에서 일련의 생명체가 속속 등장했다. 새로운 형태의 생물이 진화하고, 몇몇 오래된 형태의 생물은 점차 수가 줄어들다 마침내 사라졌다. 육지에서는 이끼류와 양치식물 그리고 종자식물이 발달했다. 또 거대하고 기괴하고 무시무시한 파충류가 한동안 지상을 누비고 다녔다. 육지 생활을 선택한 동물이 해안에 상륙했을 때, 그들 몸에는 바다의 유산이 남아 있었는데, 이 유산을 그들이 대대손손 물려준 결과, 오늘날에조차 모든 육지 동물의 기원이 옛 바다에 있음을 보여준다. 어류, 양서류, 파충류 그리고 온혈동물인 조류와 포유류는 하나같이 혈관에 바닷물과 거의 비슷한 비율의 나트륨ㆍ칼륨ㆍ칼슘 성분을 보유하고 있다. 훗날 육지 동물 가운데 일부는 바다로 돌아갔다. 요컨대 수많은 파충류가 5000만 년쯤을 육지에서 지낸 뒤 약 1억 7000만 년 전인 트라이아스기에 다시 바다를 찾았다. 육지 동물 중에는 수상(樹上) 생활을 선택한 종도 있었다. 그들의 손은 놀랄 만한 발달 과정을 거친 끝에 능수능란하게 물건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그들은 비교적 덩치가 작은 포유동물한테 부족하게 마련인 체력을 상쇄해주는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갖추었다. 마침내 그들은 광막한 아시아의 내륙 어디쯤에선가 나무에서 내려와 지상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1백만 년 동안 현생인류와 같은 신체ㆍ두뇌ㆍ정신을 갖춘 존재로 서서히 진화했다.

그리고 마침내 인간 역시 바다로 돌아갈 나름의 방법을 강구했다. 우리는 해안가에 서 있노라면 경이로움과 호기심을 품은 채 바다를 바라본다. 이는 무의식적으로 제 혈통을 깨닫기 때문임에 틀림없다. 인간은 배를 만들어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로 나아갔다. 그런 다음 공기(air)를 챙겨가지고 천해의 해저로 내려가는 법을 터득했다. 인간은 들어갈 수 없어 그저 넋 놓고 내려다보기만 하던 심해를 탐험하는 법을 마침내 알아냈고, 그물을 이용해 그곳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를 끌어올렸다.

인간은 크고 작은 도시처럼 자신이 만들어낸 인공 세계에서는 더러 지구 행성의 진정한 본성을 까먹기도 하고, 인간 종이라는 존재가 지상에 머문 시간이 지구 전체 역사를 통틀어볼 때 오직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긴 안목에서 제대로 조망하지도 못한다. 이 모든 걸 가장 실감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오랫동안 바다를 여행할 때다. 낮에 파도가 솟구치고 부서지기를 되풀이하면서 차츰 수평선 멀리 밀려나는 광경을 바라볼 때, 밤에 머리 위에서 떠도는 별을 올려다보며 지구가 자전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혹은 바다와 하늘로만 이뤄진 세상에 홀로 남아 우리의 지구가 우주에서 얼마나 고독한 존재인지 느낄 때 말이다. 그 순간 인간은 육지에서는 결코 알 길 없는 사실, 즉 본디 자신이 속한 세계는 수중 세계요, 바다라는 외투를 걸치고 있는 행성이며, 그 안에서 대륙이란 그저 모든 걸 에워싸고 있는 바다의 표면 위로 잠시 솟아난 땅덩어리에 불과하다는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바다가 한 해 동안 겪는 변화

바다에서도 봄은 생명이 새로 피어나는 계절이다. 온대 지방에서는 긴 겨울 동안 표층수가 찬 기운을 빨아들이면, 이제 무거워진 물은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하고, 아래에 있는 따뜻한 층과 자리를 바꾼다. 대륙붕 바닥에 있는 무기물은 그런 과정을 통해 해수면으로 올라와 새로운 생명체가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육지 식물이 생장에 필요한 무기물을 땅에서 얻듯, 모든 바다 식물은 제아무리 작은 존재라 할지라도 영양 염류나 무기질을 얻기 위해 바닷물에 의존한다.

규조류를 비롯한 모든 미세 식물에게는 인산염이라는 무기물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들 무기물 가운데 어떤 것은 공급이 딸려 겨울철에는 생장에 필요한 최소량 이하로 떨어지기도 한다. 모든 규조류는 요령껏(단단한 보호용 포자를 형성, 동면 상태) 이 계절을 잘 이겨내야 한다. 잠자고 있는 규조류의 ‘씨앗’, 거름이 되는 화학 물질, 봄 햇살의 따사로움, 이것이 바다에서 봄의 개화를 재촉하는 요소다. 가장 단순한 이 바다 식물은 불시에 깨어나 믿기지 않는 속도로 증식하기 시작한다.

봄 바다는 처음에는 규조류, 그다음에는 온갖 종류의 미세 식물 플랑크톤이 독차지한다. 그런데 이 미세 식물이 바다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오직 일순간에 그친다. 이내 그들의 폭발적 증식에 버금가는 속도로 작은 동물인 플랑크톤이 불어나기 때문이다. 허기진 플랑크톤 무리는 물속을 정처 없이 배회하면서 식물 플랑크톤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고, 다른 한편 더 덩치 큰 동물한테 잡아먹히기도 한다. 이제 봄을 맞은 표층수는 드넓은 양식장으로 변한다. 저 아래 놓인 대륙 가장자리의 구릉이나 계곡에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여울이나 모래톱에서 수많은 해저 동물의 알과 새끼가 해수면으로 헤엄쳐 올라온다. 심지어 다 자라서는 바닥에 붙어사는 생활을 하려고 도로 밑으로 내려갈 동물조차 생애 첫 몇 주 동안만큼은 자유롭게 유영하는 플랑크톤 사냥꾼으로 살아간다. 봄이 깊어지면 물고기ㆍ게ㆍ홍합ㆍ새날개갯지렁이의 새끼인 새로운 유생 무리가 날마다 해수면으로 헤엄쳐 올라와 원래의 플랑크톤과 한동안 뒤섞여 지낸다. 녀석들이 게걸스럽게 먹어대는 통에 표층수의 풀밭은 이내 바닥이 나고 만다. 규조류는 점차 희박해지고, 다른 단순 식물도 그들과 함께 자취를 감춘다.

봄철에 바다는 이주하는 물고기 떼로 북적인다. 녀석들 중 일부는 알을 낳기 위해 큰 강의 어귀로 몰려가서 물살을 거슬러 오르기도 한다(이런 현상을 소상(遡上)이라고 한다). 지금까지의 삶터이던 깊은 태평양 바다를 벗어나 굽이치는 컬럼비아강의 상류를 찾아가는 ‘봄 소상’ 왕연어, 체서피크만ㆍ허드슨강ㆍ코네티컷강을 향해 달리는 섀드(shad), 뉴잉글랜드 연안의 100여 개 하천을 헤엄쳐 오르는 에일와이프(alewife), 페놉스코트강과 케네벡강을 더듬더듬 찾아가는 연어 등이 그러한 물고기다.

규조류의 수가 줄어들고 상당수의 동물 플랑크톤과 대부분의 물고기가 산란을 마치면, 표층수 생물들은 삶의 고삐를 서서히 늦추면서 한여름의 느긋함에 몸을 맡긴다. 이따금 빛나는 또렷한 인광이 여름 바다를 환히 밝히기도 한다. 원생동물의 일종인 야광충이 들끓는 바다에서는 바로 녀석들이 이 같은 여름 인광의 주인공이다. 이때는 각종 물고기ㆍ오징어ㆍ돌고래 따위가 마치 빛나는 유령 옷을 걸치고 쏜살같이 질주하는 불꽃처럼 바다를 가득 메운다. 그런가 하면 여름 바다는 거대한 개똥벌레 떼가 날아다니는 어두운 숲속처럼 수백만 개를 헤아리는 자그마한 빛들로 무수히 반짝거릴 때도 있다. 이 풍광의 주역은 바로 멋진 발광 새우, 곧 북방크릴 떼다.

가을은 산뜻한 인광 불꽃과 더불어 바다를 찾아온다. 더러 가을의 인광 현상은 와편모충의 봄 개체들이 짧은 주기로 빠르게 증식해 턱없이 불어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끔은 불타오르는 바다가 불길함을 의미할 때도 있다. 북아메리카의 태평양 연안 앞바다에서 이는 바다가 끔찍한 독성 물질을 지닌 와편모충 고니아울락스로 들끓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고니아울락스가 연안의 플랑크톤 무리 중에서 가장 우세해지고 나흘쯤 지나면, 인근의 어패류 일부가 독성을 띤다. 바닷물에서 먹이를 걸러 먹을 때 독성을 지닌 플랑크톤도 함께 섭취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태평양 연안의 거주민은 고니아울락스가 번성할 가능성이 있는 여름이나 초가을에는 외해에 노출된 해안에서 채취한 조개는 안 먹는 게 상책이라고 여긴다. 백인이 정착하기 훨씬 전부터 인디언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가을 낙엽이 불타는 빛깔을 뽐내다 이내 시들어 떨어지는 것처럼 가을 인광은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을 예고하는 표석이다. 편모충을 비롯한 미세 조류는 새로이 생명의 꽃을 피운 짧은 기간이 지나면 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뿔뿔이 흩어진다. 새우나 요각류도, 화살벌레나 빗해파리도 마찬가지다. 해저에서 살아가는 동물의 유생은 진즉에 발달을 마치고 고락을 함께할 존재를 찾아 나선다. 심지어 본디 떠돌아다니던 물고기 떼조차 표층수를 버리고 더 따뜻한 저위도 지방으로 이주하거나, 아니면 그와 비슷한 온도대를 찾아 대륙붕단 아래 깊고 조용한 바다로 떠난다. 녀석들은 거기서 거의 동면에 견줄 무력감에 빠진 채 겨우내 그 느낌에 젖어 지낼 것이다.

이제 표층수는 사나운 겨울바람의 노리갯감 신세로 전락한다. 그러나 황량하고 칙칙한 겨울 바다라고 희망의 조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육지가 겨울이면 언뜻 생명이 다한 것처럼 보여도 그게 순전한 착각임을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겨울 바다를 생명도 희망도 없는 암울한 상태로 여기는 것 역시 착각이다. 우리는 바다의 주기가 완전히 한 바퀴 돌았으며, 그 안에 바다를 되살릴 수단이 있음을 도처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겨울 바다는 새 봄에 대한 약속을 담고 있다. 차가운 바닷물이 너무 무거워져 바닥으로 내려간 결과, 봄이라는 드라마의 서막을 알리는 물의 역전을 촉발했기 때문이다. 해저 바닥의 바위에 찰싹 달라붙은 식물 같은 작은 물체 - 요컨대 봄이 오면 새로운 해파리 세대를 출아해 표층수로 올려 보낼, 거의 형체가 없는 폴립 - 에도 새로운 생명에 대한 약속이 들어 있다. 해저 바닥에서 겨울잠을 자는 굼뜬 요각류한테도 몸 안에 축적한 여분의 지방으로 겨우내 목숨을 부지하고, 바다 표면을 할퀴는 폭풍을 피해 살아남으려는 무의식적인 목적이 숨어 있다.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회색빛 대구는 이미 추운 바다를 지나 산란 장소로 이동한 상태다. 녀석들이 낳은 유리처럼 투명한 둥근 알은 지금 표층수로 올라가는 중이다. 겨울 바다라는 혹독한 세계에서조차 알은 급격하게 분열하기 시작하고, 원형질 알갱이 하나하나는 결국 살아 움직이는 새끼 대구로 바뀔 것이다. 우리는 표층수에 남아 있는 미세먼지 같은 생명체 - 따스한 햇살과 영양을 공급해줄 화학 물질만 있으면 봄의 마술을 펼치게 될 - 규조류의 포자에서 봄의 태동을 확신할 수 있다.



쉼 없이 움직이는 바다



바람, 태양 그리고 지구의 자전

해류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추동력은 바람이며 그 흐름을 달라지게 하는 데 영향을 끼치는 힘은 태양, 항상 동쪽으로 도는 지구의 자전, 그리고 해류의 흐름을 가로막는 대륙이다. 태양은 해수면에 고르게 비치지 않는다. 바닷물은 따뜻하면 가벼워져 널리 퍼져나간다. 반대로 차가운 바닷물은 무거워지고 밀집하는 경향이 있다. 극지방과 적도지방의 바닷물이 서서히 자리를 바꾸는 것은 이러한 차이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열대 지방의 가열된 물은 바다 상층을 따라 극지방으로 이동하고, 극지방의 바닷물은 바다 밑을 따라 적도 지방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바람이 일으키는 거대 해류 속에서는 이러한 바닷물의 이동 패턴이 모호하고 종잡을 수 없다. 가장 안정적인 바람은 북동쪽과 남동쪽에서 적도를 향해 대각선으로 부는 무역풍이다. 적도 해류가 지구 주위를 돌게끔 만드는 것이 바로 무역풍이다.

지구의 자전은 바람과 물, 그리고 배ㆍ탄알ㆍ새 등 모든 움직이는 물체에 전향력(轉向力, 지구 자전에 의해 생기는 가상적 힘)을 가해 북반구에서는 오른쪽으로, 남반구에서는 왼쪽으로 방향을 틀게 만든다. 이들과 그 밖에 여러 힘이 어우러져 해류가 북반구 바다에서는 오른쪽으로(즉, 시계 방향으로), 남반구 바다에서는 왼쪽으로(즉, 시계 반대 방향으로) 느리게 소용돌이치는 것이다. 예외도 있는데, 인도양이 대표적 사례다. 변덕스러운 계절풍이 좌우하는 인도양의 해류는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적도 북쪽에서는 거대한 물 덩어리가 계절풍이 불어오는 방향에 따라 동쪽, 아니면 서쪽으로 흐른다. 남반구 인도양에서는 해류가 꽤나 전형적인 시계 반대 방향의 패턴을 띤다. 즉, 적도 아래에서 서쪽으로, 아프리카 연안을 따라 남쪽으로, 거기서 다시 편서풍을 타고 오스트레일리아를 향해 동쪽으로, 그리고 계절마다 달라지는 구불구불한 경로를 따라 북쪽으로 이동한다. 지구 주위를 맴돌면서 연속적인 물의 띠를 이루는 남극해 역시 전형적인 해류 패턴에서 벗어난 또 다른 예다.

해류를 일으키는 우주적 힘의 상호 작용을 가장 뚜렷하게 볼 수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대서양과 태평양이다. 대서양을 오랫동안 무역로로 이용해왔기 때문이겠지만, 대서양 해류는 뱃사람들이 가장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으며 해양학자들도 이를 가장 활발하게 연구해왔다. 적도 해류는 어찌나 단호하게 서쪽으로 흐르는지 남대서양으로 건너가려는 선박은 남동 무역풍 지대에서 동쪽으로 부는 바람을 타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1513년 커내버럴곶을 출발해 남쪽의 토르투가스군도로 항해하던 폰세 데 레온의 선박 세 척은 이따금 멕시코 만류를 뚫고 항해할 수 없었다. 몇 년 뒤, 에스파냐 선장들은 적도 해류를 이용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요컨대 서쪽으로 항해할 때는 적도 해류를 탔지만, 집으로 돌아갈 때는 멕시코 만류를 타고 멀리 해터러스곶까지 올라간 다음 드넓은 대서양을 가로지른 것이다. 멕시코 만류는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동안 해류라기보다 그저 하나의 물줄기로 바뀌면서 크게 세 방향으로 퍼져나간다. 요컨대 사르가소해를 향해 남쪽으로, 노르웨이해를 향해 북쪽으로(멕시코 만류는 여기에서 소용돌이와 회오리를 일으킨다), 마지막으로 유럽 연안을 따뜻하게 해주기 위해 동쪽으로 흐른다(그중 일부는 지중해까지 흘러 들어간다). 그리고 카나리 해류로 적도 해류와 합류하여 멕시코 만류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순환 고리를 이루게끔 해준다.

남반구에서 볼 수 있는 대서양 해류는 거의 북반구 해류를 거울에 되비춘 듯한 모습이다. 거대한 소용돌이가 서-남-동-북 순서에 따라 시계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여기서 우세한 해류는 바다 서쪽이 아니라 동쪽에 있는 벵겔라 해류로, 아프리카 서부 연안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는 차가운 물줄기다. 대양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강력한 남적도 해류는 남아메리카 연안 앞바다에서 초당 약 600만 세제곱미터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물을 북대서양에 빼앗긴다. 남은 바닷물은 브라질 해류로서 남쪽을 향해 흐르다 남대서양 해류나 남극 해류로 변해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다. 그 전체 흐름은 얕은 바다에서 움직이는 체계로, 대부분의 경로에서 수면 아래 180미터 이내의 상층부만이 여기에 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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