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목록
재생목록이 비어 있습니다.
-
-
0:00 0:00
화면 너비 (여백)
좁게
보통
넓게
최대
배경 테마
글꼴
바탕/명조
돋움/고딕
글자 크기
작게
100%
크게
줄 간격
좁게
보통
넓게

자본의 새로운 선지자들

니콜 애쇼프 지음 | 펜타그램



자본의 새로운 선지자들

니콜 에쇼프 지음

펜타그램 / 2017년 11월 / 238쪽 / 15,000원





들어가며 - 스토리텔링



사람들은 자본주의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꾸준히 해왔다. 1990년대 중반에는 급속한 성장 속에서도 엄청난 소득 불평등과 빈곤의 증대, 환경 파괴, 소비자 부재의 폭증, 젠더 구분의 지속, 미래에 대한 끝없는 불안이 넘쳐 났다. 그리고 2007년과 2008년의 금융 위기는 위기감을 고조시켰고, 어김없이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한 질문들이 대두되었다. 바로 이때 이 사회가 어떻게 잘못되어 있고 어떻게 하면 바로 잡을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새로운 스토리텔러 세대가 출현했다. 그 중 가장 강력한 스토리텔러들은 빈민도 노동자도 아닌 슈퍼엘리트들이다.

이 새로운 엘리트 스토리텔러들은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해서, 이윤에 의해 좌우되는 지금의 생산 및 소비 구조의 틀 내에서 실용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또 기업 권력, 기술, 젠더 구분, 환경문제, 소외, 불평등 같은 문제에 대한 시장 기반 해법을 홍보했는데, 이들의 비전 안에 담긴 총체적이고 일관된 목적은 자본주의 내에서 가능하고 안전하며 성취 가능해 보인다. 이들의 이야기는 논쟁의 조건과 가능성의 장을 설정하면서 생각의 수준을 지배하고 현 상태에 도전하는 이야기들을 집어삼켜 버린다.

이 책은 네 명의 새로운 스토리텔러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셰릴 샌드버그, 홀푸드 최고경영자 존 매키, 언론계 유력 인사 오프라 윈프리, 게이츠재단 설립자인 빌과 멀린다 게이츠가 전달하는 이야기를 검토한다. 나는 이 각각의 스토리텔러들이 자본주의의 선지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참고로 오늘날 선지자들은 산업사회 이전의 선지자들과는 달리 마법적인 기교를 수행하지 않는다. 대신 이들의 카리스마는 부를 축적하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경제적ㆍ정치적 숙명론을 넘어서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서 이 새로운 선지자들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이들의 문제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작은 시도다. 엘리트 스토리텔러들은 빈곤과 환경 파괴, 불평등과 소외를 경감하자고 주장한다. 얼핏 보면 올바르게 보이는 이들의 주장에 왜 회의적인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 설명하기 위해, 나는 개발, 정치경제학, 생태학, 사회운동, 노동, 젠더, 교육을 연구해온 재능 있고 헌신적인 학자들의 연구를 근거로 삼았다.



『린 인』의 착각 : 셰릴 샌드버그와 여성주의 비즈니스



기업이라는 정글짐의 꼭대기에 오르다

실리콘밸리와 전체 기업계의 젠더 균형은 심하게 왜곡되어 있고 대부분의 요직은 남성들 차지다. 《포춘》지의 500대 기업에서 여성 최고경영자는 4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불균형은 미국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 셰릴 샌드버그는 2013년에 바로 이런 세상을 향해 “일종의 선언문”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을 발표했다. 그녀가 쓴 『린 인: 여성, 일, 리더가 될 의지』에서 샌드버그는 엘리트 직업 내의 꾸준한 젠더 불균형을 알리는 한편, 100년 동안 이어져 온 직장 내 평등을 위한 투쟁에 그녀 역시 발을 들여놓았음을 선언했다. 샌드버그의 선언문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어 150만 부가 넘게 팔렸다. 샌드버그는 실리콘밸리의 여성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이벤트들과 페이스북 여성 리더십의 날, 그리고 매달 자신의 집에서 개최하는 여성을 위한 저녁 식사 등을 통해 수년간 여성들에게 야망을 가지라고 부추겨 왔다.

여성주의의 이상과 현실

『린 인』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일반적으로 좀 더 잘사는 나라에서 여성주의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은 여성의 승진 문제에 대한 불만이 폭넓게 확산되어 있기 때문이다. 개략적으로 말해서 미국 여성들은 교육과 영양, 의료 서비스에 대해서는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갖고 접근할 수 있지만, 여성을 둘러싼 전체적인 상황은 실망스럽고 느리게 향상되며, 그마저도 자꾸 중단된다. 특히 고등교육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실력이 앞서지만, 동등한 수준의 성공이나 부를 누리지 못한다. 빈민 여성(특히 유색인종)의 상황은 훨씬 암담하다.

사회적인 수준에서 고정관념은 물질적인 조건들과 교차하면서 젠더화되고 인종화된 분업을 만들어 낸다. 새로운 직업 증대의 중심부인 소매, 서비스, 식품 부문은 여성이 주를 이루고 있고, 돌봄 노동의 여성화는 훨씬 노골적이다. 여성은 초등학교 교사의 82퍼센트, 간호사의 90퍼센트, 가사 도우미의 90퍼센트, 개인 돌봄 노동자의 87퍼센트를 차지한다. 2013년 오바마 대통령은 공정노동기준법을 가사 노동자에게로 확대시켰고, 캘리포니아 같은 일부 주에서는 가사 노동자 권리장전을 통과시켰다. 이런 의미심장한 진전에도 불구하고 돌봄 노동은 여전히 여성의 노동으로 치부되어 저평가 받고 있다.

여성에게 최악의 적은 여성인가?

모든 여성주의자들이 여성의 종속적인 지위는 시스템 전반 차원의 문제임을 인정하지만, 셰릴 샌드버그 같은 일부는 여성이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정당한 지위에 오르지 못한 것은 외적인 장애물 탓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여성의 삶과 좌절을 설명할 때는 내적인 장애물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샌드버그는 여성들이 각성하여 스스로를 평범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내적인 힘들을 알아차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내적인 장애물들은 때로 무시되기도 하지만 대단히 중요하며, 외적인 장애물들과는 달리 “우리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전 세계 여성이여 단결하라, 그리고 권력을 쟁취하라!

샌드버그는 여성들 앞에 지금처럼 많은 문제가 놓여 있는 것은 남성들이 권력을 쥐고 있어서 여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만일 여성이 남성과 동일한 비중으로 지도적인 지위에 오를 수 있다면, 이들은 모든 여성을 대변할 수 있다. 젠더 평등을 지지하는 사람들 내에서는 샌드버그의 입장처럼 권력을 장악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어 있다. 페이비언여성네트워크라고 하는 영국의 이니셔티브도 샌드버그와 같은 노선을 취하고 있는데, 이들의 사명은 멘토링 프로그램과 네트워킹 이벤트를 통해 여성의 정치 및 공공 생활 참여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권력 장악 전략은 여성주의 내의 많은 차이를 연결하는 다리를 놓았고, 그중에서도 특히 유색인종 여성들은 분명 힘 있는 자리에 진출할 필요가 있다. 또 권력 장악 전략은 감당할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운동가들에게도 매력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여성은 날 때부터 혹은 문화적인 훈련 때문에 남성보다 더 예의가 바르고 숙녀들끼리는 서로를 잘 보살핀다는 잘못된 가정에서 출발한다. 마거릿 대처 치하에서 살아 본 사람들은 이 주장이 잘못되었음을 증명할 수 있다.

참고로 구글에서 샌드버그의 동료였던 머리사 메이어는 권력과 영향력을 손에 넣기 위해 내부를 지향한 여성의 좋은 사례다. 2012년 여름, 야후를 책임지게 되었을 때 메이어는 최초의 임신 중인 최고경영자였다. 하지만 메이어는 자신의 힘 있는 지위를 이용하여 여성들을 돕는 대신 야후 인력의 30퍼센트를 감축하고 근무시간 자유 선택제를 없앴다. 메이어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 사례를 통해 여성이 권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 모든 여성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하는 샌드버그와 그 외 많은 여성주의자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려는 것뿐이다.

자본을 위해 존재하는 우리의 몸과 우리 자신

샌드버그의 이야기가 가진 문제점은 자매들의 연대에 대한 샌드버그의 믿음보다 더 심각하다. 특히, 우려스러운 부분은 자아실현과 평등에 이르는 여성의 길은 “자기 노동의 꾸준한 가속화”, 즉 성장을 위해 부단히 탐색하고 이 성장의 결실을 고용주에게 갖다 바치는 데 있다는 『린 인』의 핵심 메시지다. 샌드버그와 메이어도 모두 출산휴가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보수를 지급했지만, 메이어 자신은 출산휴가를 쓰지 않았고, 샌드버그는 일부만을 썼다. 샌드버그는 말로는 여성들이 매일 저녁 집에서 아이들과 저녁을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출근 전에도 근무 중에도 퇴근 뒤에도 지치지 않고 일하는 “뉴노멀”을 전적으로 받아들인다.

많은 사람들이 샌드버그와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여성주의는 100년이 넘는 동안 노동문제에 천착했다. 하지만 여성주의가 임금노동에만 골몰하는 것은 해방 전략으로서 잠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케이싱 윅스는 “더 많고 더 나은 노동”을 위한 투쟁도 중요하지만, “노동의 가치에 대한 강조”가 “여성주의 분석 틀과 정치 의제”를 어떤 식으로 지배하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집합적 비전이 필요하다

지난 30년간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금융화를 거치면서 자본주의 내에서는 통합이 아닌 양극화, 평등이 아닌 차이를 만들어내는 경향이 굳건해졌다. 항상 그렇듯이 기업 간의 경쟁이 격화되면 회사는 노동자에게 더 적게 지불하고, 수당을 삭감하며, 노동자들이 더 열심히 더 오랜 시간 일하면서 어떻게든 임금에서 남겨 먹으려고 한다. 그러는 동안 자본은 기존의 성차별주의와 인종주의를 이용하여 임금노동의 착취적인 성격을 더욱 악화시킨다. 하지만 아무리 우리가 성차별주의와 인종주의를 근절한다 해도, 자본주의에 내재된 모순은 남아 있을 것이다. 여성들이 책임 있는 자리에 오른다 해도 이윤 동기의 힘을 뒤엎지는 못할 것이며, 노동자들에게 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규범이 허용하는 최소한만을 내주려는 기업의 충동이 바뀌지는 않는다.

여성주의의 목표는 단순히 여성을 위한 동등한 기회나 여성들의 동등한 참여가 아니라, 모든 여성을 위한 정의와 평등이다. 샌드버그의 실천 계획을 따르는 여성은 개인의 경력에서 더 많은 성공을 이룰지도 모른다. 어쩌면 샌드버그 자신이 도달했던 정도의 지위에 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샌드버그의 계획은 기업 위계에서 제한된 권력의 요직을 차지할 수 있는 극소수의 여성들에게만 도움이 될 것이다. 그 외 나머지 모든 여성(가사 노동자, 소매점 직원, 돌봄 노동자 등)은 여전히 배제될 것이며, 이들의 노력은 강화된 자본과 능력 위주의 사회라는 허울에 광을 내준 여성들로부터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대안적인 비전들은 파묻히게 될 것이다.

우리 엄마들과 자매들이 수 세대에 걸쳐 손에 넣기 위해 투쟁했던 목표를 진정으로 실현하고자 한다면, 이 세상을 여성에게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한다면, 우리는 기존의 권력 구조에 도전하는 캠페인과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야 한다. 여성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직장에서 조직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샌드버그 같은 어떤 여성에게는 직장에서 승진할 수 있는 개별적인 전략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이 병가와 육아ㆍ간호 휴가, 의료보험, 혹은 승급을 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위에서 인색하게 흘려보내는 여성주의”가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과 함께 조직한 집합적인 단체교섭을 통해서다. 여성들은 여성을 공동의 의식과 목적으로 뭉치게 하는 집합적인 프로젝트에, 개별 여성의 목소리를 모아 진정한 여성주의를 위한 우렁찬 함성으로 증폭시켜 줄 프로젝트에, 여성들에게 세상을 바꿀 힘을 선사할 프로젝트에 힘을 실어 모두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자본의 이드 : 홀푸드, 깨어 있는 자본주의와 지속 가능성



착하게 돈을 벌고 싶다

존 매키는 사람들에게 건강한 음식을 팔고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가게인 홀푸드마켓을 창립하고 운영한다. 최근 들어 매키는 그 보다 더 원대한 사명에 착수했다. 바로 기업과 자본주의의 비범한 힘을 해방시켜 모든 사람들이 번영과 사랑, 창의성으로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는 세상, 공감과 자유, 번영의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그의 사명은 전 세계 사람들을 더 잘 먹게 하고, 다른 사업가들에게 “깨어 있는 자본주의”의 비밀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그는 기업인들과 사회가 가치를 창출하고 지구를 치유하는 “깨어 있는” 사업의 놀라운 힘을 깨닫게 된다면, 우리가 저질렀던 지난 몇십 년간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다고 믿는다.

홀푸드는 공급자부터 지역사회, 노동자와 환경에 이르는 모든 이해 당사자들을 존중하려 노력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독립적인 지역 농장과 식품 장인들에게 물류 지원과 저리의 대출을 제공하고, 소기업들이 자신의 매장을 통해 판로를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리고 홀푸드는 임원의 월급을 모든 팀 구성원 평균 월급의 19배로 제한해 놓았다. 그런데 홀푸드는 이 모든 일을 하면서도, 대부분의 식품업체들이 어렵사리 수익성을 유지하는 극악무도한 식품업계에서 어떻게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걸까?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홀푸드의 이윤이 일시적으로 하락하긴 했지만, 매키는 홀푸드가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깨어 있는 성장 모델 덕분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 모델이 이제까지와는 다른 기업, 창의성과 혁신을 통해 경쟁의 소용돌이를 헤쳐 나갈 수 있는 기업을 낳았다고 믿는다.

자본주의가 아니라 정부가 문제다

매키는 성과만을 중시하는 대기업의 파괴적인 행태가 환경에 해를 끼쳐 왔다고 주장하면서도 자본주의가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입에 거품을 물고 반박한다. 매키는 진정한 자본주의 혹은 자유기업 자본주의(자유 시장 + 자유로운 사람)는 적절하게 이용하기만 하면 지구를 치유할 수 있는 선천적으로 고결한 독특한 시스템이라고 주장한다. 참고로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자본주의 사회는 다수의 빈곤을 이용하여 소수의 풍요를 유지하는 착취적 제로섬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매키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자본주의는 사실상 억압이나 착취가 아니라 자유를 발판으로 삼는다고 주장한다. 그에게 자본주의는 “사람들이 상호적인 이득을 위해 자발적으로 거래하는 시스템”이다. 노동자, 고객, 투자자, 공급자 모두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거래할 자유가 있다.

매키는 불평등과 환경 파괴 문제로 자본주의를 탓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한 일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30년간 국가가 시장에서 물러났다는 지배적인 생각과는 달리 국가가 어느 때보다도 더 개입주의적인 태도를 띠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패거리 자본주의라는 자본주의의 돌연변이를 만들어 냈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많은 문제의 근원이라고 매키는 주장한다. 그는 패거리 자본주의는 “진정한” 자본주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기 밥그릇을 지키려는 정치인들이 너무 게으르거나 상상력이 부족해서 시장 경쟁에서 성공할 수 없는 기업인들과 공생하기 위해 기생 관계를 발달시키는 거대 정부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시장은 자연스럽고 국가는 부자연스럽다?

자유 시장 이야기는 자유와 창의성, 아름다움 같은 가치들을 근거로 삼고, 스스로를 노역이나 독재, 기아의 이미지와는 대비시킨다. 하지만 시장과 그 안에서 작동하는 기업들의 역사는 자연의 섭리와 같은 이야기가 될 수 없다. 오늘날 시장과 국가, 기업의 논의를 주도하는 지배적인 담론은 신자유주의다. 매키의 자유 시장 기업모델과 역사적 서사는 이 신자유주의의 틀 안에서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자유 시장의 역사적 서사에는 경험적인 근거가 없다. 경제사가인 칼 폴라니가 수십 년 전 주장했듯 자본주의 시장은 자연이 아니라 국가 조작의 산물이다. 동시에 달 착륙 로켓, 컴퓨터, 인터넷 등 지난 200년간 위대한 발명과 혁신들은 자유로운 시장이라는 경쟁의 조건에서 활동하던 외로운 기업가와 기업이 우리에게 거저 베푼 것이 아니었다. 이런 발명과 혁신들은 제도의 산물이었다. 인터넷을 발명한 것은 유럽입자물리연구소와 국방부였고, 트랜지스터와 레이더, 정보이론과 품질관리, 그 외 중요한 수십 가지 혁신들을 만들어 낸 것은 벨연구소(연방에서 하사한 독점권 덕분에 시장 경쟁에서 자유로웠던 AT&T의 내부 조직)였다. 과학과 기술, 수학에서 이루어진 거의 모든 진전은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아 대학에서 함께 연구한 사람들을 통해 이루어졌다.

전문 열람 제한

미가입 상태이므로 요약본의 일부만 제공됩니다.
더 깊이 있는 내일의 통찰력과 지식 에너지를
프리미엄 무제한 이용권으로 충전해 보세요!

멤버십 가입 / 결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