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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바람을 맞으며

레이첼 카슨 지음 | 에코리브르



바닷바람을 맞으며

레이첼 카슨 지음

에코리브르 / 2017년 10월 / 247쪽 / 15,000원





바다의 가장자리



밀물

작은 섬, 어둑해질 무렵 낯선 새가 노스캐롤라이나 해안에 있는 아우터뱅크스의 산란지로부터 날아왔다. 린홉스라고 부르는 검정제비갈매기였다. 바다갈매기가 지나가자 작은 물고기들은 호기심과 허기 때문에 수면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린홉스는 자신이 날아온 길을 되돌아가 순간적으로 짧은 윗부리를 열어 물고기 서너 마리를 덥석 삼켰다. 미노(minnow, 피라미)를 충분히 먹어 허기를 달랜 린홉스는 대여섯 번 날개를 쳐서 높이 날아오른 후 섬 위를 맴돌았다.

제비갈매기 떼는 밀물 기간 내내 해협의 고요한 바다 위에서 사냥을 계속했다. 녀석들은 어두운 밤을 좋아했는데, 오늘은 바다와 달빛 사이에 두꺼운 구름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해변에서는 바닷물이 가랑잎조개와 가리비 사이를 부드럽게 오가며 쨍그랑거리는 소리를 냈다. 오후 썰물 무렵, 모래벼룩의 피난처 역할을 하던 파래 사이로 바닷물이 재빠르게 지나갔다. 잔물결의 반동에 밀려 떠다니던 갯쥐며느리는 다리를 위로 하고 등으로 헤엄을 치며 밀려오는 바닷물을 향해 움직였다. 바닷속으로 들어간 덕분에 어두운 밤 해변을 재빠르게 움직이는 천적 유령게로부터 비교적 안전했다.

섬에 접한 바닷속에서는 제비갈매기를 제외하고도 많은 생명체가 먹이를 찾아 나섰다. 어둠이 깊어지고 저습지에 바닷물이 점점 높게 차오르자 후미거북 두 마리가 바닷속으로 슬며시 들어갔다. 이 거북 두 마리는 만조 때 막 알을 낳은 암컷이었다. 뒷다리를 열심히 움직여 부드러운 모래를 파고 단지 모양의 구멍을 만들었는데, 이 구멍에 거북 한 마리는 알 5개를, 또 다른 한 마리는 8개를 낳았다. 그런 다음 주의 깊게 모래를 덮고 왔다 갔다 기어 다니며 알 낳은 자리를 감추었다.

모래사장에는 다른 거북들의 산란처도 있었는데, 산란기는 5월에 시작되므로 다른 산란처 역시 2주일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것들이었다. 습지의 보금자리로 향하며 미노를 따라가던 린홉스는 물살 빠른 얕은 물가에서 헤엄치는 거북을 보았다. 거북은 습지에 난 풀을 우물거리며 뜯어 먹고 길쭉한 풀잎을 따라 기어오르는 달팽이도 잡아먹었다. 때로는 게를 잡기 위해 바다 밑바닥까지 들어가곤 했다.

바닷물이 해안의 절반까지 밀려들 무렵 거북이 알을 낳은 장소에서 자란 풀이 물결치듯 움직였다. 마치 산들바람이 부는 듯했다. 그날 밤에는 바람이 불지 않았는데도 모래 위의 풀들이 갈라졌다. 교활하고 피에 굶주린 쥐가 발과 굵은 꼬리를 이용해 풀숲을 지나 물가로 내려온 것이다.

거북과 막 낳은 거북 알의 냄새가 공기 중에 진하게 풍겼다. 쥐는 흥분에 겨워 코를 킁킁거리고 찍찍 소리를 내며 모래를 파기 시작했다. 몇 분 후 이를 찾아내더니 껍데기에 구멍을 내고 노른자를 빨아먹었다. 이어 쥐는 새끼 거북을 잡아채더니 이빨로 물고 늪을 건너 조금 높은 지대로 올라갔다. 그때 섬 해안 주위를 날아다니던 왜가리가 쥐를 발견하고는 곧바로 낚아챘다.

그날 밤에는 물과 물새 소리를 제외하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바람도 잔잔했다. 섬 후미 쪽으로부터 연안 모래톱에 부딪치는 파도 소리가 들렸다. 육지에서는 거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작은 벌레의 소리가 들렸는데, 이는 이 계절의 끄트머리에서 밤을 맞이할 딱지조개의 끊임없는 울림을 위한 전주곡이었다. 참죽나무 위에서 잠자던 갈까마귀와 흉내지빠귀가 깨어났다가 다시 졸면서 웅얼거렸다. 자정 무렵이 되자 흉내지빠귀는 목을 떨거나 킬킬거리거나 휘파람 소리를 내며 그날 들었던 다른 새의 울음소리를 15분가량 흉내 냈다.

그날 밤 깊은 물속에서는 물고기 떼가 움직이고 있었다. 산란기를 앞두고 이제 막 바다로부터 올라온 청어과의 섀드는 며칠간 좁은 만을 헤엄쳐 왔다. 멀리 어장에서 돌아오는 어부의 길을 안내해주는 부표를 지나 만과 해협까지 건너온 것이다. 밤이 깊어지면서 바닷물이 늪지까지 밀려와 강어귀 수위가 점점 상승하자 은빛 물고기는 자신들을 강으로 이끌어줄 소금기 덜한 물살을 따라 재빨리 움직였다. 강어귀는 해협보다 조금 더 넓고 완만했다. 주기적으로 이동하는 섀드 중 일부는 난생처음 알을 낳으러 온 3년생이었다. 다른 물고기들은 1년 더 된 4년생으로 2년째 강을 따라 산란지를 찾아왔다.

지금 돌아오고 있는 섀드는 알을 가득 밴 암컷이었다. 섀드는 한 번에 10만여 개의 알을 낳는다. 그중 강과 바다에서 온갖 위험을 거치며 살아남아 다시 알을 낳기 위해 돌아오는 것은 고작 한두 마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무정한 자연선택으로 인해 개체 수가 적절하게 유지된다.

밤이 되자 섬에 사는 어부는 육지 마을에 사는 다른 어부와 함께 자망(물고기 떼가 지나다니는 길목에 치는 그물)을 놓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들은 강 서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커다란 그물을 쳤다. 이 지역 어부들은 좁은 해협을 통과한 섀드가 강의 서안을 향해 움직인다는 이야기를 아버지로부터, 그 아버지의 아버지로부터 들어왔다. 한밤이 되어 조수가 차오르면 이동하던 섀드 떼가 자망에 걸려 물속으로 사라졌다. 섀드가 그물에 걸린 머리를 빼내느라고 퍼덕거렸다. 그날 밤 그물에 매달아놓은 찌가 움직일 때마다 많은 물고기가 잡혔다. 그중 상당수는 질식해 죽었다. 그물에 걸려 있는 섀드 여섯 마리를 본 뱀장어들은 눈앞에 펼쳐진 만찬을 놓치지 않았다. 밤이 깊어 조수가 차오르면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섀드의 수가 적어지고, 그러면 그물에 걸리는 섀드의 수 역시 줄어든다. 조수가 바뀌기 직전 그물에 걸린 섀드 몇 마리는 물살의 방향이 바뀐 덕분에 자유의 몸이 되기도 한다.

수위를 알려주는 섬 북쪽 해안 부두 기둥의 눈금이 5센티미터를 가리킬 때, 랜턴과 노 한 쌍을 든 어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서 노의 삐걱대는 소리, 통로에서 배를 뺀 다음 동료를 태우기 위해 선창으로 향하며 젓는 노가 물살에 부딪치는 소리. 잠시 후 섬은 다시 고요와 기다림 속으로 빠져들었다.

동쪽에서는 여전히 태양이 올라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온통 검은색으로 보이던 바다와 대기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환해졌다. 상쾌한 공기가 동쪽에서부터 해협을 건너오며 물러가는 조수를 밀어내 해변에 잔물결이 생겨났다. 대부분의 새는 이미 해협을 떠나 아우터뱅크스의 좁은 만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린홉스만 남아 있었다. 섬 주변을 빙빙 도는 일에 결코 싫증을 내지 않을 것 같은 린홉스는 늪지 위로 날아오르거나 섀드를 잡기 위해 그물을 쳐놓은 강어귀를 맴돌았다.

어부 둘이 자망의 찌 근처로 배를 저어갔다. 하얀 안개가 물 위로 피어올라 배에서 그물 끝에 달린 닻을 끌어올리는 어부들 주위를 감쌌다. 닻을 끌어올리자 줄말 한 무더기가 올라왔고, 어부들은 이 해초 덩어리를 보트 안에 던져 넣었다. 아침 안개를 뚫고 물고기와 해초 냄새가 강하게 풍기고, 어부들의 목소리도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들은 그물에 매달린 고기를 떼어내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그물을 배의 평평한 바닥에 쌓으며 욕설을 내뱉고 있었다.

린홉스가 날갯짓을 몇 번 하며 보트를 향해 날아가자 어부 한 명이 어깨 위로 무언가를 던졌다. 통통한 흰색 노끈이 달린 듯한 생선 머리. 그건 바로 뱀장어들한테 먹혀 머리만 남은 섀드의 사체였다. 썰물이 되자 어부들은 섀드 대여섯 마리가 걸려 있는 그물을 배에 싣고 강 아래로 내려갔다. 물은 빠르게 빠져나갔다. 햇살이 동쪽 구름을 뚫고 해협을 건너오자 린홉스는 바다를 향해 빠져나가는 강물을 따라 방향을 돌렸다.

여름의 끝

9월이 되자 지난봄 강과 시냇물에 산란한 알에서 어린 섀드가 태어나 강물을 따라 바다로 흘러갔다. 새로 부화한 새끼 새우들도 좁은 만을 지나 넓은 바다로 나갔다. 새로운 어린 생명의 유입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가을이 오는 기색을 밤공기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따뜻한 늪지대로 넘어온 공기가 안개로 변해 풀숲 사이에 있는 왜가리의 모습을 감출 정도였다. 새벽에는 늪지의 풀줄기를 수천 개나 넘어뜨리며 조심스럽게 만들어놓은 통로를 따라 달리던 들쥐가 흰매의 눈을 피해 숨었다. 색줄멸의 일종인 은줄멸 한 무리도 흰 바다 위를 나는 제비갈매기를 피해 몸을 숨겼다. 태양이 안개를 흩뜨려놓을 때까지 제비갈매기는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매년 가을 멀릿은 해협에서 바다로 먼 여행을 떠나고, 그 과정에서 다음 세대를 낳는다. 여름철 내내 남서쪽에서 불어오던 바람은 북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어부들은 날씨가 변해 멀릿 무리가 해협으로 몰려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부들 옆에 또 다른 낚시꾼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중엔 물수리 판디온도 있었다. 어부들은 작고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며 날아가는 판디온을 매일 지켜보았다.

음울하고 쌀쌀한 날이 3일간 계속된 후, 드디어 태양이 구름을 밀쳐냈다. 멀릿들은 바다 위에서 어른거리는 따뜻한 공기 기둥을 타고 물수리가 날개를 펴며 날아오르는 것을 지켜보았다. 해협의 모래톱에서 쉬고 있는 제비갈매기는 개똥지빠귀만 한 크기였다. 검게 빛나는 등을 자랑하는 돌고래 떼는 솟구쳐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며 바다 표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노랑가오리가 세 번 수면에서 뛰어올랐다가 철썩 소리를 내며 바람을 가르고 사라지는 모습에 물수리의 호박색 눈이 깜박거렸다.

물고기 한 마리가 머리를 내밀자 수면에 잔물결이 일었다. 물수리가 날고 있는 60미터 아래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는 멀릿이었다. 신이 나서 공중으로 뛰어오르기를 반복하며 세 번째 도약을 하기 위해 몸을 움츠린 멀릿을 하늘에서 내려온 검은 물체가 단단히 조인 발톱으로 잡아챘다. 커다란 밤색 새 한 마리가 소나무에 앉아 강어귀 늪지대를 내려다보며 물수리를 관찰했다. 해적이라 할 수 있는 대머리독수리는 스스로 물고기를 잡는 일 없이 다른 물수리가 잡은 먹이를 훔쳐 먹고 살았다.

물고기를 잡은 물수리는 소나무 숲에 있는 둥지로 향했다. 그때 날카로운 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졌다. 물수리보다 300미터 높은 곳에서 대머리독수리가 추적을 해온 것이다. 물수리는 분노의 소리를 질렀다. 그러곤 날갯짓을 2배 빠르게 해서 상대가 공격하기 전에 서둘러 소나무 위 둥지로 가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발톱으로 잡고 있는 멀릿이 무거운 데다 버둥거리는 바람에 속도가 늦었다.

대머리독수리는 물수리를 지나쳐 날아가며 빙빙 돌더니 공격을 하기 위해 발톱을 드러냈다. 대머리독수리가 8개의 언월도 같은 발톱을 드러내며 쫓아오자 물수리는 몸을 비틀어 교묘히 피했다. 대머리독수리가 다시 덤비기 전에 물수리는 50미터, 150미터 높이 날아올랐다. 하지만 대머리독수리가 이내 물수리보다 훨씬 높게 날아올랐다. 물수리와 대머리독수리는 번갈아가며 솟구쳤다. “칩! 칩! 지직! 치직!” 흥분한 물수리가 울어댔다. 대머리독수리의 발톱을 겨우 피한 물수리의 가슴에서 20개쯤 되는 흰 깃털이 뜯겨졌다.

갑자기 물수리가 돌멩이처럼 날개를 접으며 수면을 향해 빠르게 떨어졌다. 더 기운 세고 더 참을성 있는 적을 앞서려는 마지막 안간힘이었다. 하지만 지치지 않는 검은 물체가 물수리보다 더 빨리 내려왔다. 해협의 고깃배가 마치 갈매기처럼 크게 보일 만큼 수면 가까이 다가왔을 때 대머리독수리는 물수리가 잡고 있는 물고기를 낚아챘다. 대머리독수리는 소나무에 있는 자기 둥지로 물고기를 가져가 살과 뼈까지 비틀어 찢어 먹었다. 한편 물수리는 다시 물고기를 사냥하기 위해 힘들게 날개를 움직여 바다로 날아갔다.



갈매기의 길



봄 바다의 이주자

체서피크곶과 케이프곶 사이, 대륙이 끝나고 진짜 바다가 시작되는 곳은 조석점에서 80~160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이다. 참고고 진짜 바다의 시작은 깊이로 판단한다. 완만하게 경사진 해저면이 이어지다 100패덤(1패덤은 약 1.83미터) 아래에서 희미한 빛이 깜깜한 어둠으로 급작스럽게 바뀌며 경사 급한 암벽 혹은 가파른 절벽이 된다.

대륙의 끝 푸른 안개 속에서 고등어 무리는 8개월간 상층수(上層水)에서 계속 움직이며 가장 추운 겨울철 4개월간 휴면 상태에 있었다. 깊은 바다로 넘어가는 문턱에서 이들은 여름철 충분히 먹이를 섭취해 축적한 지방으로 겨울을 버티고, 계절의 끝 무렵 몸속에 알 덩어리를 가득 채웠다. 4월이 되자 고등어들은 버지니아곶으로부터 떨어진 대륙붕 끝에서 겨울잠을 깼다. 수많은 갑각류가 규조류를 먹고 사는 바다 목장에 머리 부분이 이상하게 생긴 어린 고등어 떼가 등장했다. 겨울을 난 근거지를 떠나 해안으로 향하는 고등어는 해저 언덕과 골짜기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지 않았다. 그 대신 햇빛 드는 바다 위쪽에 곧장 도달하기 위해 100패덤을 가파르게 올라갔다.

수면 가까이 온 고등어는 주저하지 않고 소금기 많은 깊고 넓은 바다를 떠나 강물이 들어와 바다색이 조금 흐려지는 연안으로 향했다. 고등어가 찾는 장소는 강물이 남서쪽에서 동북쪽으로, 그러니까 체서피크곶에서 낸터켓 섬 남쪽으로 불규칙하게 흘러 들어오는 곳이었다. 어떤 곳은 해안에서 30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고 다른 곳은 80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데, 대서양고등어는 아주 오래전부터 산란처인 이곳에서 알을 낳았다. 이윽고 내해에 도착한 고등어는 이곳에서 알과 정소(精巢)를 뿜어내고 편히 쉬었다. 고등어 떼는 평방미터당 수억 개의 알을 방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란을 끝낸 고등어는 먹이가 풍부한 뉴잉글랜드의 바다를 향해 몸을 돌렸다.

고등어의 탄생 / 플랑크톤 사냥꾼

고등어 스콤버는 롱아일랜드 서쪽 끝에서 남동쪽으로 110킬로미터 떨어진 해수면에서 태어났다. 처음에는 양귀비 씨앗만 한 작은 알갱이로 바다 위를 떠다녔다. 그리고 여섯 번째 밤, 스콤버는 알에서 부화했다. 이후 3일간 놀랄 만한 변신이 이루어졌다. 입과 아가미가 완성되고, 작은 지느러미가 돋아나 힘을 발휘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콤버가 처음 먹은 음식은 입으로 물을 들이마신 다음 아가미로 걸러낸 단세포식물이었다. 나중엔 벼룩 정도 크기의 갑각류 플랑크톤 잡는 법을 배웠고, 몰려다니는 플랑크톤 무리로 몸을 던져 재빨리 몇 마리 낚아채는 법도 배웠다. 다른 어린 고등어와 함께 스콤버는 바닷속 깊은 곳에서 대부분의 낮 시간을 보내다 밤이 되면 수면 가까이로 올라와 인광을 내는 플랑크톤으로 반짝거리는 어두운 바다를 돌아다녔다.

스콤버는 처음으로 누군가의 사냥감이 되는 두려운 경험을 했다. 태어난 지 10일째 되는 날, 어두운 바닷속을 헤엄치는 대신 수면 가까운 곳을 이리저리 오갈 때였다. 투명한 초록색 물에서 반짝이는 은색 물고기 열 마리 정도가 등장했다. 작은 청어처럼 보이는 이 무리는 앤초비였다. 앤초비는 작은 고등어를 잡으려 덤벼들었다. 깜짝 놀란 스콤버는 방향을 바꾸었다. 하지만 이런 일에 익숙하지 않아 물속에서 그만 몸이 뒤집히고 말았다. 꼼짝없이 잡혀 먹이가 될 뻔한 순간, 다른 앤초비가 반대 방향에서 나타나 첫 번째 앤초비와 충돌했다. 그 틈을 타서 스콤버는 그들 아래로 살짝 빠져나갔다.

해수면 가까이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낯선 존재를 만난 후, 스콤버는 밝은 해수면 근처를 떠나 그 어떤 무서운 일도 감춰줄 것 같은 어두운 심해로 내려갔다. 심해로 내려온 스콤버는 먹잇감을 발견했다. 지난주에 태어난 투명하고 머리 큰 갑각류 유생이었다. 어린 고등어 20여 마리가 이 갑각류 유생을 잡아먹고 있었는데, 스콤버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해수면으로부터 5패덤 아래 에메랄드색 심연에서 유생을 따라다니던 스콤버는 저 멀리서 어떤 불빛이 지나가는 것을 어렴풋이 보았다. 빗살해파리였다.

3센티미터쯤 되는 빗살해파리의 몸체로부터 60센티미터가량 되는 촉수가 스콤버의 꼬리를 감싸려는 듯 뻗어 나왔다. 스콤버는 지느러미로 물살을 밀어내며 몸을 굽혀 도망가려 애썼지만 끌려갔다. 해파리의 입속 주머니 안으로 들어갈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때 해파리는 다른 먹이를 한창 소화하는 중이었다. 30분쯤 전에 잡아먹은 꼬리 달린 어린 청어의 몸체가 3분의 1 정도 삐져나와 있었다. 청어를 삼켜버리기 위해 심하게 몸을 수축했지만 불가능했다. 청어가 어느 정도 소화되어 꼬리 부분을 삼킬 여유가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청어를 다 먹어치운 후 스콤버를 요리할 작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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