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의 통찰력
길버트 월드바우어 지음 | 에코리브르
곤충의 통찰력
길버트 월드바우어 지음
에코리브르 / 2017년 7월 / 396쪽 / 20,000원
가장 위험한 곤충 - 모기
모기는 무진장 성가신 존재다. 그뿐 아니라 더 나쁘게는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모기는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온대 지역과 열대 정글뿐 아니라, 심지어 사막이나 북극의 얼어붙은 툰드라 지역, 바다의 가장자리(해안), 높이가 무려 4200미터에 이르는 산악 지대 등 지상 각지에서 번성하거나 적어도 살아남을 수 있게끔 적응해왔다. 모기가 이렇게 진화 과정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알, 유충(성장 단계), 번데기(날개 없는 유충이 변태를 통해 성충으로 전이하는 단계), 성충(날개가 생기고 생식이 가능한 최종 단계)이라는 4단계 완전 변태를 거치기 때문이다.
모든 모기는 유충과 번데기 단계에서는 수중 동물이고, 성충 단계에서는 공중 동물이다. 흔히 ‘장구벌레(wriggler)’라고 알려진 다리 없는 유충은 고인 물이나 천천히 흐르는 물에서 살아간다. 대부분의 모기 유충은 아가미가 없으므로 해수면까지 올라와 공기 중에서 직접 산소를 얻어야 한다. 이들 대부분은 꼬리 끝에 스노클이라는 긴 공기관이 달려 있는데, 물구나무 선 채 그것으로 물의 표수막을 뚫는다. 또 모기의 유충은 플랑크톤을 먹고 산다. 한편 알에서 부화하고 약 일주일 뒤, 세 차례 허물을 벗고 완전히 성장한 모기 유충은 번데기 단계로의 탈피 과정을 거친다. 대체로 번데기 단계는 단 2~3일 동안만 이어진다. 그리고 번데기의 피부가 갈라지며 그 안에 들어 있는 성충이 물 위로 나온다.
우리가 알고 있는 3,000여 종의 모기 성충 대다수는 피를 빨아 먹지 않고 그저 꽃꿀을 비롯한 식물의 즙만 먹고 산다. 하지만 비교적 희귀한 흡혈 모기의 암컷은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 조류, 파충류, 개구리, 심지어 다른 곤충들까지 공격한다. 그러나 그 수컷은 화밀을 비롯한 식물의 삼출물을 먹으면서 그냥저냥 견딘다. 암컷 역시 그러한 물질을 주 에너지원으로 소비하긴 하나, 일부는 알을 낳기 위해 핏속의 단백질을 필요로 한다. 참고로 암컷은 주로 새벽녘이나 황혼녘 또는 밤중에, 그리고 가끔은 흐린 날에 ‘문다’. 즉, 흡혈원을 취한다. 일부 종은 벌건 대낮에 물기도 한다.
많은 모기종의 수컷은 대개 황혼녘에 교미를 하기 위해 떼 지어 모여든다. 어떤 경우든 모기떼는 거의 수컷으로만 이루어져 있고, 자기가 선택한 물체 위에서 맴돌고 춤출 때는 하나같이 바람 부는 쪽을 향해 있다. 암컷이 모기떼에 혹해 합류하면 그걸 발견한 수컷 한 마리가 잽싸게 달려든다. 그렇게 맺어진 쌍은 무리로부터 벗어나 부근에서 교미를 한다. 그런 다음 암컷은 날아가고 수컷은 다시 모기떼로 복귀한다. 참고로 수컷은 확연하게 구분되는 잰 날갯짓 소리로 암컷의 존재를 알아차린다. 실제로 수컷은 소리 높이만 적절하다면 갇힌 상태에서도 소리굽쇠의 진동에 마음을 빼앗긴다. 어느 기발한 실험에서는 갇힌 상태의 수컷들이 진동하는 소리굽쇠를 감춘 천 위에 모여들어 서로서로, 심지어 그 천과 교미하려 들었다. 한편 수정된 암컷은 알을 낳는다. 산란 방식은 모기종에 따라 각기 다르다.
오늘날 우리는 모기를 비롯한 흡혈 곤충이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ㆍ박테리아ㆍ원생동물ㆍ선충의 매개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100년 전만 해도 이처럼 중요한 사실이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았다. 1878년은 영국 기생충학자 패트릭 맨슨이 인간에게 사상충증을 일으키는 선충의 전파자가 바로 모기라는 것을 밝힌 해다. 비슷한 발견이 뒤따른 결과, 1900년경에는 곤충이 말라리아와 황열병을 비롯한 질병을 매개할 수 있다는 게 기정사실화되었다. 심신을 쇠약하게 만들고 더러 목숨을 앗아가기도 하는 말라리아는 최악의 인간 전염병임에 틀림없다.
인간 말라리아의 네 가지 유형은 아메바의 단세포 사촌인 플라스모디움속이라는 네 가지 원생동물이 일으킨다. 그런데 플라스모디움속은 오직 인간 사이에 말라리아를 전파하는 아노펠레스속 모기와 인간에게서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런데 말라리아에 걸리는 동물은 인간만이 아니다. 최소 100종에 달하는 다른 플라스모디움종(아노펠레스속이 아닌 모기들이 전파하기도 한다)이 원숭이ㆍ설치류ㆍ조류ㆍ파충류에서 말라리아를 일으킨다.
여러 플라스모디움종은 모기나 척추동물 숙주에 기생할 때에만 완전해질 수 있는 복잡한 생애사(life histories)를 가진다. 모기가 인간에게 주입한 종충(種蟲)이라는 생애 단계의 플라스모디움은 간세포에 들어가 분열하면서 무성 생식한다. 수많은 자손인 낭충(娘蟲)이 적혈구에 들어가 더 많은 낭충을 생산하는데, 적혈구가 파괴될 때 이들이 방출된다. 낭충들은 계속해서 이 생애 단계를 여러 세대 거친다. 수많은 낭충을 한꺼번에 핏속으로 배출하면 인간 말라리아 특유의 증상인 한기와 열이 발생한다. 일부 낭충은 암컷과 수컷 형태를 만들어내며, 그 암수가 들어 있는 적혈구를 모기들이 섭취한다. 암수는 모기의 위 속에서 하나가 된다. 플라스모디움식의 교미인 셈이다. 여러 차례 변신을 거듭하면서 수많은 종충이 만들어진다. 종충은 핏속을 떠돌아다니고 침샘에 몰려 있다. 모기가 흡혈원을 섭취하면서 침과 함께 인간에게 종충을 주입하면 종충은 새로운 주기에 접어든다.
참고로 말라리아는 무수한 인명을 앗아갔으며, 우리 인류에게 숱한 비극을 안겨주었다. 1955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말라리아 근절 사업의 일환으로 낮에 벽이나 천장에 붙어 있는 모기를 죽이기 위해 DDT를 살포했다. 이로써 독성이 자그마치 6개월이나 잔류하는 DDT가 모기의 발을 통해 흡수되었다. 말라리아 퇴치운동은 한동안 대성공을 거두었다. 36개국에서 완전히 근절되었고, 그 밖의 나라들에서도 발병률이 현저히 낮아졌다. 그 뒤 퇴치운동은 서서히 흐지부지되다가 1969년 마침내 막을 내렸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는 아직도 모기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원하고 있다. 말라리아는 1970년대 이전에 거의 뿌리 뽑혔던 스리랑카에서 오늘날 매년 100만 건 넘게 발병하고 있다.
말라리아 퇴치 운동은 왜 실패했을까? 로버트 멧커프의 설명에 따르면, 근본적인 이유는 아노펠레스 모기가 초기 방제에 사용한 DDT 등 저렴한 살충제에 내성을 키웠기 때문이다. 또 다른 종류의 살충제로 대체했지만 그 모기는 거기에도 재빨리 내성을 길렀다. 살충제를 대체할 때마다 같은 과정이 되풀이되었다. 아울러 대체하는 살충제는 앞선 것보다 더 비싸기 십상이라 점점 더 많은 비용이 들었다. 즉, 모기의 내성과 경제학의 조합이 세계적인 전염병 말라리아가 다시금 부활한 원인이다.
아무튼 말라리아가 만연한 열대 지방을 찾는 방문객들 사이에서는 말라리아 발병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지역을 방문하고자 계획하는 이들은 빠짐없이 예방 차원에서 말라리아 특효약 복용 문제를 의사와 상의하고,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한편 소수의 모기는 인간을 비롯한 척추동물에게 황열병, 웨스트나일열, 말라리아 말고도 숱한 질병을 전파한다. 그중 ‘이스턴 뇌염 바이러스’는 인간에게서 드물지만 때로 치명적인 질병을 초래한다. 더 흔하게는 말과 일부 조류를 사망에 이르게 한다. 뇌에 염증을 일으키는 뇌염은 지적 장애를 수반할 수 있다.
내가 지금까지 모기에 관해 들려준 이야기는 지상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이고 중요한 질문을 몇 가지 제기한다. 어째서 3000개나 되는 상이한 모기종이 존재할까? 모기는 어떻게 수중 생활에 그토록 잘 적응한 생명체가 되었는가? 암컷 모기는 어떻게 얻어맞거나 내쫓기지도 않은 채 능란하게 동물의 피를 빨아 먹을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인간과 모기 그리고 플라스모디움 간의 삼각관계는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하는 질문도 있다. 이 모든 질문에 관한 답은 이렇다. 자연선택이 추동하는 진화는 동식물로 하여금 끊임없이 환경의 요구에 부응하도록 이끈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새로운 종이 끊임없이 생겨나는가 하면, 또 어떤 종은 도중에 슬며시 낙오하고 끝내 멸종한다.
후손 보장하기: 숫자 게임 - 진딧물
박새가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린 채 진딧물을 하나하나 쪼아 먹고 있다. 이 작은 흡즙성 곤충으로 한 끼 식사를 하려면 엄청난 수를 해치워야 한다. 하지만 그 수가 실로 어마어마하므로 박새는 엄청 많은 진딧물을 섭취허묘 크기의 문제를 만회한다. 수많은 숲진드기종은 생태계에 이득을 안겨주는 존재다. 다양한 곤충뿐 아니라 박새를 비롯한 숲속의 여러 새에게 중요한 식량원인 까닭이다. 진딧물 개체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은 많지만, 그 수가 숲이나 기타 야생 지역에 피해를 줄 정도로 불어나는 일은 여간해서 없다. 진딧물의 먹이 식물은 그들이 싫어하는 다른 식물 사이에 흩어져 있어 찾기 어려울뿐더러 천적이 그들을 가만 놔두지도 않기 때문이다.
진딧물은 어떻게 놀랄 만큼 짧은 기간에 많은 자손을 퍼뜨릴 수 있을까? 낸시 모런에 따르면, 그 ‘숨겨둔’ 힘의 원천은 다름 아니라 그들의 놀라운 생애 주기와 기이한 생식 방식이다. 4,000종에 달하는 진딧물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수 진딧물종에서 그들의 계절적 주기에 날개 없는 무시(無翅) 세대와 날개 있는 유시(有翅) 세대, 기주 식물로 목본 식물을 취하는 세대와 초본 식물을 취하는 세대, 수컷의 도움 없이 처녀 생식하는 세대와 유성 생식하는 세대가 번갈아 나타난다.
흡즙성인 장밋빛사과진딧물의 생애사는 복잡하지만 흥미롭다. 봄에 사과나무의 싹, 이파리, 자라나는 열매에 해를 입히곤 하는 이 진딧물은 사과나무 가지 껍질의 틈새에 자리 잡은 알 형태로 겨울을 난다. 알은 사과나무가 막 싹을 틔우는 봄에 부화한다. 모든 알은 날개가 없고, 처녀 생식을 하고, 새끼를 낳는 암컷이 된다. 수컷은 그 계절의 마지막 세대에 이르러야만 태어난다.
장밋빛사과진딧물 암컷은 연중 따뜻한 몇 달 동안 15세대 남짓을 거친다고 해서 ‘간모(幹母)’라고도 알려져 있다. 성장을 마친 간모는 날개 없는 무시 딸들, 자기 자신을 그대로 복제한 이른바 클론(clone)을 수십 마리 낳는다. 그 딸들도 어미와 마찬가지로 날개가 없으며, 처녀 생식을 하고, 모두 자신과 닮은꼴인 암컷을 수십 마리씩 출산한다. 그들의 딸도, 손녀도, 이어지는 세대도 마찬가지다.
맨 마지막 세대만큼은 예외다. 같은 해에 시간이 다소 흘러 초여름이 되면 날개 달린 암컷이 수없이 태어난다. 그들은 먹이를 먹고 성충이 되면 또 다른 기주 식물인 창질경이한테 날아간다. 창질경이에는 처녀 생식을 하며 날개가 없고 태생인 암컷들, 하나같이 그 어미의 클론이자 오래전에 떠난 간모의 클론들이 살아간다. 가을이 되면 날개 달린 암컷들이 재등장하고, 이들은 사과나무로 자리를 옮겨 날개 없는 암컷을 낳는다. 이 암컷이 유성 생식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세대다. 창질경이에서는 날개 달린 수컷들이 태어나고 그들은 사과나무로 날아가 거기서 암컷이 내뿜는 성페로몬에 이끌린다. 수컷은 암컷과 교미하고, 암컷은 이듬해 부화할 알 몇 개를 사과나무의 껍질 틈새에 낳는다.
박새와 진딧물은 진화적 적응도를 높여주는, 서로 확연하게 구분되는 생식 전략을 구사한다. 두 전략 모두 가능한 한 많은 후손을 살아남게 만들어 부모의 유전자를 미래 세대에 전달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진딧물은 다른 많은 곤충이나 몇몇 동물과 마찬가지로 일단 무수한 자손을 만들어낸다. 부모로서 일일이 돌봄을 제공하는 게 거의 혹은 완전히 불가능할 만큼 어마어마한 수다. 유전적으로 프로그램화된 그들의 전략은 수많은 새끼 가운데 적어도 일부는 살아남겠거니 하고 요행수를 노리는 것이다. 반면 박새는 다른 새나 포유류, 심지어 일부 곤충과 마찬가지로, 자녀를 오직 몇 마리만 낳지만 부모로서 애지중지 돌보며 그들의 살아남을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을 취한다.
꽤나 많은 종, 특히 열대 지방에 서식하는 종은 오직 처녀 생식을 통해서만 번식한다. 하지만 다른 수많은 종과 마찬가지로 지금껏 우리가 살펴본 진딧물 역시 하나의 유성 생식 세대를 갖는다. 그렇다면 처녀 생식이 훨씬 더 빠르고 효율적일뿐더러 암수가 애써 상대를 찾아다닐 필요도 없는데, 그들은 왜 굳이 유성 생식을 하려드는 걸까? 유성생식을 하는 종은 구조ㆍ생리ㆍ행동이 천태만상인 후손을 만들어내므로 환경 변화에 더 잘 대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처녀 생식을 하는 개체는 일반적으로 어미의 완벽한 판박이다. 그들은 빼다 박은 듯 생긴 데다 행동도 똑같아 변이를 거의, 혹은 전혀 일으키지 않는다. 이들은 현재 환경에 대처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없는 선수이지만, 만약 환경이 조금이라도 변화하면 멸종으로 치닫기 십상이다.
외래 침입자 - 매미나방
1950년대의 어느 해 5월, 나는 매사추세츠 주의 숲속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악명 높은 매미나방 애벌레들이 바글바글 들끓고 있었다. 당시 그 애벌레들은 대부분 절반밖에 자라지 않은 상태였고, 그때까지도 결국에 가서는 해치울 분량의 극히 일부만 먹고 있었다. 그런데도 하늘을 배경으로 모습을 드러낸 키 큰 나무의 이파리들은 너덜너덜 누더기가 되었고, 진즉부터 극심한 피해를 입은 터였다.
매미나방은 유입된 극소수 해충 중 하나인데, 우리는 그들이 북미에 ‘언제, 어떤 항구를 통해’ 흘러 들어왔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1916년 미농무부 산하 곤충ㆍ식물검역국의 버지스는 이렇게 적었다.
‘매사추세츠 주 메드퍼드에서 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 주와 이웃 주들에 엄청난 피해를 안기고 큰 금전적 손실을 입힌 사건이었다. 1869년 당시 메드퍼드 주민이던 프랑스 박물학자 레오폴 트루벨로 교수가 양잠에 관한 실험을 해볼 요량으로 매미나방 알집을 몇 개 들여왔다. 그런데 실험 도중 애벌레 몇 마리가 빠져나갔다. 그 곤충이 유럽에서 심각한 해충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던 그는 잡아 죽일 작정으로 주변의 숲과 나무를 이 잡듯 뒤졌다. 그러는 한편, 미 국무부에도 그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빠져나간 애벌레는 한 마리도 도로 잡아들이지 못했고, 이후 몇 년간 아무런 피해도 드러나지 않았으므로, 그 일은 대수롭지 않게 잊혔다. 그로부터 20년 뒤, 엄청난 애벌레 떼가 그 동네를 강타했다.’
매미나방은 북미에 처음 등장한 이래 여러 지역으로 퍼져나갔고, 이제는 캐나다의 온타리오ㆍ퀘벡 주, 그리고 미국 본토의 상당 지역, 즉 멀리 북쪽의 메인 주에서부터 남쪽의 메릴랜드ㆍ버지니아ㆍ노스캐롤라이나 주까지 확산되었으며, 서쪽의 미네소타ㆍ텍사스 주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ㆍ오리건ㆍ워싱턴 주에서도 드문드문 매미나방에 의한 피해가 드러나고 있다.
배리 라이언스와 앤드루 립홀드에 따르면, “매미나방은 북미에서 견목(堅木) 숲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해충”이다. 매미나방 애벌레는 견목과 소나무를 비롯해 500종 넘는 관목과 나무를 먹고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뉴헤이븐 소재 코네티컷 농업실험국의 브리튼이 지적한 대로, 그들은 이런 식물이 전부 다 똑같이 맛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유독 몇몇 식물을 좋아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거기에는 과실수ㆍ장미ㆍ참나무ㆍ느릅나무ㆍ버드나무ㆍ포퓰러ㆍ사시나무ㆍ자작나무 따위가 포함된다.
매미나방은 1년에 단 한 세대만 거치는데, 매미나방은 8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전 생애 가운데 아홉 달을 알 단계로 지낸다. 뉴잉글랜드 남쪽에서는 애벌레가 4월 말에 부화되기 시작한다. 길이가 2.5밀리미터에 불과한 애벌레는 며칠 동안 알 덩어리 위에 머물다가 이파리를 찾아 게걸스럽게 뜯어 먹기 시작한다. 길이가 무려 8센티미터 가까이 완전하게 자란 애벌레는 대개 나무 기둥 위를 기어 다니면서 몸 숨길 장소를 찾는다. 그리고 거기에 몸도 제대로 다 가리지 못하는 엉성하고 연약한 고치를 짓고 비활동적인 번데기 단계로 탈피한다. 번데기는 10~14일 뒤 피부를 벗고 성충으로 변신한다.
날지 못하는 매미나방 암컷은 자신이 부화한 곳에서 약 1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알을 낳는다. 그런데도 어떻게 매미나방은 지금처럼 그토록 광대한 지역으로 뻗어나갈 수 있었을까? 매미나방 애벌레는 부화한 직후 가느다란 명주실에 매달려 땅바닥으로 내려오고 바람에 실려 퍼져나간다. 그들은 대체로 그리 멀리까지 이동하지는 않지만, 애초 여행을 시작한 곳에서 30킬로미터나 떨어진 장소에 자리 잡는 개체도 더러 있다. 그리고 우리 인간은 저도 모르게 매미나방 알을 수백 킬로미터, 심지어 수천 킬로미터나 실어 나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