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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반딧불이의 세계

새라 루이스 지음 | 에코리브르



경이로운 반딧불이의 세계

새라 루이스 지음

에코리브르 / 2017년 8월 / 368쪽 / 23,000원





침묵의 불꽃



경이의 세계

반딧불이는 필경 우리와 행성을 공유하는 생명체들 가운데 가장 경이로운 존재일 것이다. 여름날의 상징인 이 살아 있는 불꽃놀이는 화려하지만 소리 없는 불꽃쇼로 밤의 풍경을 수놓는다. 발광 반딧불이의 우아한 춤은 지난 수 세기 동안 시인, 예술가, 모든 나이대의 어린이들에게 경이감을 불러일으켜 왔다. 이 조용한 불꽃이 그토록 우리의 마음을 끄는 까닭은 무엇일까?

반딧불이는 우리들 대다수의 깊은 향수에 젖어들게 한다. 여름날 저녁 들판에서 반딧불이를 쫓아다니며 손바닥에, 잠자리채에, 유리병에 그 녀석들을 잡아들이던 추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빛을 발하는 이 작은 존재들을 유심히 들여다보면서 경이로움을 느꼈다. 이따금은 그들 가운데 몇 마리를 눌러 죽인 다음 우리의 몸이며 얼굴을 여전히 빛나고 있는 그들의 등(燈)으로 장식하기도 했다.

반딧불이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마술을 부린다. 눈부시게 빛나는 그들의 몸짓은 평범한 풍광을 오묘하고도 환상적인 풍경으로 뒤바꿔놓는다. 반딧불이는 산사면을 살아 있는 불빛의 폭포로, 교외의 잔디밭을 다른 세계로 들어서는 희미하게 일렁이는 문지방으로, 그리고 맹그로브가 늘어선 고요한 강가를 최면을 거는 듯한 고동치는 디스코텍으로 탈바꿈시킨다.

반딧불이는 전 세계적으로 거의 불가사의한 경외의 대상으로 손꼽힌다. 틀림없이 초기 인류조차 경외에 젖은 눈으로 이 조용한 불꽃을 말없이 응시했을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반딧불이를 벗 삼고자 밤으로의 여행에 점점 더 많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이유일 것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반딧불이 떼의 현란한 공연이 해마다 8만여 명의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대만에서는 반딧불이 시즌 동안 거의 9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반딧불이 관람 여행에 동참한다. 그리고 해마다 6월이 되면 3만 명의 관광객이 오직 일사불란하게 행동하는 반딧불이의 불꽃쇼를 즐기기 위해 그레이트 스모키산맥을 찾는다.

언젠가 그곳에서 반딧불이를 보기 위해 차로 수백 킬로미터를 달려온 한 여인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10년 넘게 해마다 가족 모두가 참석해온 순례여행이라고 했다. 이곳을 계속 찾게 되는 연유가 뭐냐고 묻자,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천천히 대답했다. “음, 그냥 반딧불이에 대한 경외 때문인 것 같아요.” 우리는 모두 경이로움에 젖어 반딧불이의 고요한 신비 앞에 서 있었다. 그들은 우리를 기쁨과 감사로 안내했다.

반딧불이는 수많은 나라에서 그 나라의 문화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지상에서 반딧불이가 가장 멋지게 빛나고 있는 곳은 아마도 일본의 문화에서일 것이다. 일본인들은 1000년 남짓 반딧불이와 깊은 사랑을 나누어왔다. 여전히 인기가 높은 반딧불이 감상 취미는 신성한 영령, 즉 가미가 자연세계에 확실하게 존재한다고 믿는 고대 신앙 신토(조상과 자연을 섬기는 일본 종교)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반딧불이는 11세기에 일본 여성 소설가의 대중소설 『겐지 이야기』가 출간된 이래 조용하고 열정적인 사랑의 은유로 통한다. 그런가 하면 반딧불이는 1998년 발표된 일본 만화영화 <반딧불이의 묘>에 강렬하게 묘사되어 있듯이 사자의 혼을 대리하는 존재로 여겨지기도 한다. 일본의 예술작품과 시는 수 세기 동안 반딧불이를 찬미해왔다.

반딧불이의 개략적 프로필

지난 200년 동안 반딧불이는 과학적 탐구에 불을 지폈고, 그들의 생화학적 기작ㆍ행동ㆍ진화에 관한 새로운 통찰을 낳았다. 지난 수십 년간 더없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연구를 통해 흥미진진한 발견들이 잇따랐다. 점잖은 겉모습 속에 감춰진 반딧불이의 실제 삶은 놀라우리만치 극적이었다. 그들의 삶은 접근 퇴짜 놓기, 고가의 결혼 선물, 화학무기, 치밀한 속임수, 출현에 의한 사망 등 흥미로운 현상으로 가득 차 있다. 나는 이 책에서 반딧불이의 숨겨진 세계를 여과 없이 자세하게 드러내고자 한다.

반딧불이는 파리도 벌레도 아니며, 다름 아닌 딱정벌레다. 딱정벌레목이라고도 알려진 이들은 무척이나 다양하고 생명력 있는 곤충 집단이다. 3억 년 전에 딱정벌레가 처음 진화했을 때는 이미 다른 수많은 곤충들이 존재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딱정벌레는 마치 폭발하듯 무수한 종으로 분화하여 크게 번성했다. 오늘날에는 40만 종의 딱정벌레가 지구상의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다. 모든 알려진 동물의 무려 25퍼센트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반딧불이가 딱정벌레 왕국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들은 모두 ‘날개가 보호용 싸개에 덮인’ 곤충이며, 앞날개는 단단한 덮개로 변형되어 여린 비행용 날개를 보호해 준다.

모든 반딧불이는 딱정벌레목의 하위 과인 반딧불잇과에 속해 있다. 이 과의 딱정벌레들은 그들이 공유한 몇 가지 특징에 의해 구분할 수 있다. 생물발광이야말로 그들의 첫째가는 특징이다. 물론 대다수 반딧불이가 이 능력을 오로지 유충 단계에서만 사용하지만 말이다. 또한 반딧불이는 몸이 상대적으로 부드럽다는 특색이 있다. 만약 당신이 반딧불이를 만져 본 적이 있다면 그들의 몸이 대개는 딱정벌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딱딱한 몸과 비교할 때 약간 말랑말랑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반딧불이는 특이하게도 머리 뒤를 덮어주는 반반한 방패를 지니고 있다.

모든 살아 있는 반딧불이는 서로 닮았을뿐더러 그 유전적 기원이 단 하나의 공통된 조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원시 반딧불이는 아마도 약 1억 5000년 전, 공룡이 주름잡던 쥐라기 때 살았을 것이다. 당시에 곤충들은 저마다 확산하고 다양화하면서 새로운 생태적 틈새들을 메웠다. 가령 공룡의 똥을 먹는 것으로 특화된 어느 바퀴벌레처럼 말이다.

우리는 고대의 반딧불이가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장장 2600만 년 전에도 이미 그 모습이 지금 우리가 보는 것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 사실은 이렇게 해서 알려졌다. 반딧불이 몇 마리가 찐득찐득한 ‘나무의 진’에 들러붙어 있었는데, 그 진이 나중에 호박(광물)으로 굳으면서 안에 갇혀 세밀한 부분까지 완벽하게 보존된 것이다. 그 가운데 연도가 1900만 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어느 호박 조각에는 짝짓기 중인 반딧불이 한 쌍이 영원히 사랑을 나누는 상태로 보존되어 있다.

사람들은 흔히 반딧불이가 단 하나가 아니라 무척이나 종류가 많다는 사실을 알면 깜짝 놀란다. 반딧불이는 실제로 약 2000종이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아간다. 전체적으로 반딧불이는 남위 55도상의 티에라델푸에고 제도에서 북위 55도상의 스웨덴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분포하며, 남극대륙을 제외한 모든 대륙을 아름답게 장식해주고 있다. 다른 대다수 생명체에게도 해당하듯이, 반딧불이 역시 종 다양성이 열대지방에서 가장 크다. 브라질만 해도 그 한 나라에 서로 다른 반딧불이가 120종을 웃돈다. 반면 알래스카 주 전역에는 단 한 종의 반딧불이만이 서식한다. 반딧불이에 관한 과학적 연구는 오랫동안 주로 새로운 종을 식별하고 분류하는데, 말하자면 새로운 종을 발견하고 명명하고 그들의 해부학적 특성을 기술하는 데 주력해왔다.

세 가지 구애 방식: 점멸발광, 백열발광, 향

반딧불이는 진화 과정을 거쳐 크게 번성하면서 짝을 발견하고 유혹하는 방식을 놀라우리만치 다채롭게 고안해냈다. 오늘날의 반딧불이는 일반적으로 구애 방식에 따라 구분한다. 일부 종은 짝을 꼬드기기 위해 밝은 불빛을 빠르게 깜빡거린다. 그런가 하면 어느 종은 은은한 불빛을 사용하고, 또 어느 종은 바람에 실려 다니는 눈에 보이지 않는 향을 이용한다.

‘점멸발광 반딧불이’는 불빛을 켰다 껐다 하는 능력 덕택에 이런 이름을 얻었다. 이들의 암수는 불빛이라는 언어로 사랑을 노래한다. 멋진 야경 공연으로 유명한 이들이 북아메리카 전역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반딧불이다. 또렷한 깜빡임은 점멸발광 반딧불이가 유망한 교미 상태와 미묘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해준다. 일반적으로 ‘날아다니는’ 수컷은 뚜렷이 구분되는 점멸 패턴을 송신하고, ‘착생인’ 암컷은 역시나 점멸로 화답한다. 이러한 구애 형태는 몇몇 상이한 반딧불이 혈통으로 진화해왔다.

북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반딧불이는 ‘백열발광 반딧불이’다. 통통하고 날개가 없는 이들의 암컷은 오래 지속되는 백열 불빛을 낸다. 날개가 없고 땅에 매여 사는 암컷은 밤마다 제가 기거하는 나뭇가지로 기어 올라가 몇 시간이고 불을 밝힌 채, 날아다니긴 하되 일반적으로 불빛은 내지 않는 수컷을 유혹한다. 일부 백열발광 반딧불이 암컷은 그 사랑의 묘약에 화학적 향을 더하기도 한다. 이 향은 대기 중에 방출되어 나무를 비롯한 다른 수목의 주위를 거침없이 흘러 다니면서 멀찌가니 떨어져 있는 수컷을 유인한다.

검은반딧불이도 널리 분포한다. 이들은 성충이 ‘낮에’ 날아다니고 불빛을 밝히지 않으므로 검은반딧불이라는 일반명을 얻었다. 이들의 수컷은 암컷이 바람에 실려 보낸 향을 쫓아 제 짝을 찾아간다. 몇몇 증거에 따르면 최초의 반딧불이도 이와 비슷한 구애 형태를 취했음을 알 수 있다. 낮에 활보하는 검은반딧불이는 북아메리카 전역에서 흔히 발견된다.



별들의 생활양식



초라한 출발

다른 여느 반딧불이와 마찬가지로 엘크몬트 불꽃쇼의 주역도 나중에는 빛나는 별들로 성장하지만 애초의 시작은 초라했다. 반딧불이는 그들의 생애 주기에서 완전변태라 알려진 인상적인 변화를 겪는다. 약 2억 9000만 년 전에 곤충들 사이에서 시작된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이 생활양식은 진화 과정을 거치는 동안 더없이 성공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오늘날 딱정벌레, 나비, 꿀벌, 파리, 개미는 모두 완전변태를 거친다. 이들은 전부 합하면 대략 지구상에 존재하는 총 동물종의 절반에 이른다.

곤충은 변화의 대가다. 인간의 발달은 거기에 비하면 기실 아무것도 아니다. 다른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아기는 기본적으로 어른의 축소판이다. 어른은 아기 때보다 훨씬 크게 자라지만, 기본적으로 신체부위 목록에는 거의 변함이 없다. 반면 곤충의 변신력은 정녕 놀랍다. 그들은 자라면서 제 신체를 그야말로 완전히 재창조한다. 실제로 17세기까지만 해도 애벌레와 나비는 전혀 다른 생명체로 간주되었다.

곤충의 변태는 형태를 변화하도록 해줄 뿐만 아니라 생활양식도 완전히 뒤바꿔놓는다. 유충 단계나 성충 단계는 서식지가 완전히 다르므로 상이한 자원을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유충과 성충은 확연하게 구분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특화한다. 일반적으로 유충은 먹기와 성장하기에 주력한다. 반면 성충은 새로운 서식지로 퍼져나가는 데 신경을 쓰는 경우도 더러 잇기는 하지만, 대체로 오로지 생식에만 몰두한다.

반딧불이의 삶은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반딧불이는 살아가면서 제 전문 분야뿐 아니라 특성도 크게 달라진다. 곤충판 ‘지킬 박사와 하이드’라 할 만하다. 우리는 성충반딧불이를 천상의 아름다움을 지닌 존재로 찬미하지만, 그 곤충이 언제나 그렇게 신사적인 것만은 아니다. 반딧불이의 유년 단계, 즉 반딧불이 유충은 성충과는 판이하다. 반딧불이 유충은 게걸스러운 육식동물로, 제 몸의 네댓 배에 달하는 먹잇감을 제압하여 걸신들린 듯 먹어치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들은 은거 생활을 하므로 우리는 그들을 거의 만나보지 못한다.

미국 반딧불이종의 대다수는 유충일 때 땅속에 살면서 지렁이며 달팽이 등 몸이 보드라운 곤충을 양껏 포식한다. 수많은 아시아 반딧불이종은 물속에 살면서 수생 달팽이를 잡아먹는다. 놀랍게도 반딧불이는 생애의 거의 대부분의 기간을 유충 단계로 보낸다. 유충 단계가 고위도 지역에서는 1~3년간 지속되는 데 반해, 저위도 지역에서는 단 몇 달에 그친다. 때가 무르익으면 반딧불이 유충은 움직이지 않는 번데기로 살아가기에 안전한 장소를 찾아 나선다. 번데기 단계는 단 2주 정도에 불과한데, 이 기간 동안 성충은 오직 몇 주밖에 살지 못한다. 전 생애에 비춰볼 때 그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기간이다.

방랑하는 별: 어린 딱정벌레로서 반딧불이의 초상

1막 1장: 막이 열리자 무대 뒤에서 3주 전 어미가 이끼밭에 슬어놓은 반딧불이 알 하나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다. 7월 초순 이래, 이 알은 홀로 몸이 건조해지는 상황과 호시탐탐 노리는 포식자들의 위협을 이겨내고 끝내 살아남았다. 알 속에서 뭔가가 꿈틀거리더니 알껍질을 빠져나오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구더기처럼 생긴 작은 유충이 알에서 갓 부화했다. 다리가 여섯 개 달린 유충은 시력이 나빠서 후각에 의존해 세상 밖으로 나온다.

1막 2장: 어둠이 내리면 유충은 슬슬 허기가 진다. 유충은 다리 여섯 개로 자신들이 최고로 치는 먹잇감을 사냥하러 길을 나선다. 시속 몇 미터의 속도로 땅 위를 기어 다니는 유충은 일순 뭉툭한 작은 촉수로 ‘달팽이 즙’의 냄새를 감지한다. 유충은 달팽이가 지나간 점액질 길을 따라서 최초의 먹잇감인 탐스러운 정원달팽이를 만난다. 그런데 달팽이는 작은 유충이 왜소해 보일 만큼 덩치가 크다. 유충은 전혀 기죽지 않고 달팽이의 껍데기에 올라타 구기로 달팽이의 보드라운 육질을 살핀다.

안쪽으로 휘어져 있고 끝이 날카로운 낫처럼 생긴 한 쌍의 턱인데, 유충은 이 연장을 휘둘러서 먹잇감을 공격한다. 위아래 턱의 끝부분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구멍이 각각 하나씩 나 있다. 중장으로 이어지는 좁은 관의 입구다. 유충은 달팽이를 조심스레 한 입 베어 문 다음 양 턱으로 달팽이의 피부를 깨물고 독소를 주입하여 먹이를 마비시킨다. 유충에게 물린 달팽이는 도망가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유충 역시 질세라 집요하게 달팽이 껍데기에 매달린 채 따라간다. 유충이 한 번 더 깨물면 달팽이는 움직임이 시시각각 느려진다. 또 한 번 깨물면 더는 미동도 않게 된다.

1막 3장: 먹성 좋은 유충은 이제 죽은 듯 꼼짝 않는 먹잇감을 공략한다. 달팽이는 움직이지 않지만 여전히 심장이 펄떡이고 있느니만큼 신선함이 보장된다. 유충은 위아래 턱으로 달팽이의 육질을 깨문 다음 소화 효소를 주입한다. 식욕이 왕성한 유충은 사흘 밤낮 그 달팽이로 늘어지게 포식한다. 유충이 먹이를 먹을 때 보면, 몸이 외골격 안에 더 이상 담길 수 없을 만큼 눈에 띄게 부풀어 오른다. 점차 커지는 몸을 담아내려면 유충은 이제 낡은 외피를 벗어던지고 좀 더 큰 것을 마련해야 한다.

막간

2막 1장: 한여름에 접어들면서 낮 길이가 가장 긴 날이 다가오고 있다. 유충은 지금껏 자신에게 주어진 과업을 충실하게 이행해왔다. 지난 18개월 동안 무려 달팽이 70마리를 먹어치웠고, 외피를 네댓 차례 갈아치웠으며, 몸집을 300배가량 키운 것이다. 하지만 유충은 마지막 몇 주 동안 정처 없이 떠돌아다닌다. 일생일대의 대변신을 도모하기에 적합한 장소를 찾아 바삐 돌아다니는 것이다. 이 방랑자는 마침내 같은 처지의 다른 유충들이 모여 있는 쓰러진 통나무 아래로 기어 들어간다.

저마다 며칠 동안 꿈쩍도 하지 않고 몸을 웅크리고 있던 그들은 유충기의 마지막 외피를 벗어던진다. 드디어 번데기로 변한 것이다. 모든 번데기는 2주 동안 통나무 밑에 몸을 숨긴 채 옹송그리고 있다. 그들은 뭔가가 건드리면 꿈틀거리면서 밝은 빛을 내기도 하지만, 보통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의 내부에서는 낡은 몸을 부수고 새로운 몸을 정성스레 단장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2막 2장: 어둠이 깔린다. 통나무 밑에서는 갓 생성된 성충들이 번데기 싸개를 털어내느라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들은 차례차례 기어 나와서 새 출발을 한다. 성충들 가운데 일부는 크고 통통하고 날개가 없다. 백열발광 반딧불이의 암컷이다. 나머지 성충들은 크기가 암컷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날개가 있어서 날아갈 채비를 한다. 수컷이다. 성충은 하나같이 먹이에 대한 욕구가 전혀 없다.

이제 그들의 머릿속을 차지한 것은 온통 ‘성’뿐이다. 생애의 마지막 2주 동안, 오로지 자손을 낳고자 하는 욕구뿐인 성충은 유충기에 열심히 먹어서 비축해둔 식량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이제 뿔뿔이 흩어진 그들의 새 임무를 달성하는 데 에너지를 조달하는 유일한 연료인 셈이다. 그들은 식량이 동날 때까지 구애, 짝짓기, 수정하기, 산란하기에 매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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