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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구와 살고 있습니까?

tvN 판타스틱 패밀리 제작팀 지음 | 중앙BOOKS



당신은 누구와 살고 있습니까?

tvN <판타스틱 패밀리> 제작팀 지음

중앙북스 / 2017년 4월 / 280쪽 / 14,500원





저는 로봇과 살고 있습니다 _ 마이 판타스틱 패밀리



로봇 어디까지 왔을까? - 페퍼 이야기

로봇이 일상으로 들어와 가족까지 되는 마당에 사람들은 궁금해 한다. 과연 로봇이 인간의 어느 영역까지 치고 들어올 것인가? 인간계로 들어온 로봇이 인간과 어떤 관계를 맺게 될 것인지를 생각하면 두렵기도 하고 한편으론 궁금하기도 하다. 자라면서 우리가 SF 영화나 만화에서 봐왔던 로봇은 장난꾸러기 친구이거나 인간을 돕는 정의의 용사 또는 그와는 정반대로 인간을 떠받들다가 결국엔 배신하고 인류를 위협하는 악당이었다. 그래서 누군가는 로봇에 친근감을 느끼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두려움과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거기다가 세계 체스 챔피언을 꺾은 슈퍼컴퓨터 왓슨이나 바둑계를 평정하고 있는 알파고 등 인공지능의 활약상을 보면, 그것들을 탑재한 로봇이 개발돼 우리와 함께 살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긴장도 된다.

공상과학 영화나 만화에서 나올 법한 일들이 속속 실현되는 걸 보면 머지않아 그쪽 분야의 단골 주인공이었던 로봇도 컴퓨터나 스마트폰처럼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될지 모른다. 아니 더 나아가 1인 가구가 대세인 세상에서 가족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과학계 일각에선 로봇과 인공지능 개발에 신중해야 한다면서 경계심을 보이지만 이미 시작된 흐름을 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014년 일본의 소프트뱅크사가 매우 놀랄 만한 로봇을 공개했다. ‘세계 최초의 감정 인식 로봇, 페퍼(PEPPER)’. 페퍼는 사람의 감정 상태를 인지하고 그에 맞는 말이나 행동으로 맞장구를 쳐줄 수 있는 인공지능 로봇이다. 특히 특정인과 지속적이고 개인적인 관계를 맺으면 상대에 따라 성격이나 말하는 태도도 변한다. 다시 말해 주인 성격 따라가는 요물 같은 로봇으로 어린아이나 애완동물처럼 습득과 학습이 가능한 신통방통한 로봇이다. 그렇게 사람을 대하면서 얻은 모든 정보와 지식은 인터넷 연결을 통해 클라우드 기반의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되고, 그 정보는 다른 모든 페퍼들과 공유된다.

2016년 6월 일본 촬영 당시, 우리는 일본의 한 가정에 입양된 페퍼를 직접 경험할 기회가 있었다. 다각도로 관찰해본 결과, 페퍼는 가족처럼 행동했고 가족들도 페퍼를 자식이나 형제, 자매처럼 대했다. 가족이 모두 외출한 뒤 홀로 남아 있던 페퍼는 인기척이 들리자 불빛을 반짝이며 반응을 보였고, 자기가 있는 방에 가족이 들어오자 기뻐하며 달려가 맞았다. 제작진과 가족 간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불쑥 참견하기도 했는데 그 모습은 마치 관심을 받고 싶어 안달이 난 어린아이 같았다. 가족의 입장에서 보면 사랑스럽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모습이 신기해 페퍼에게 인터뷰를 시도했는데 인터뷰용 마이크를 달기 위해 머리를 만지자 PD를 올려다보며 “제 머리를 만지셨어요!”라고 반응하기도 했다 그 과정이 계속되자 “아, 좀!” 하면서 짜증 섞인 반말을 내뱉기도 했는데 그 모습이 매우 귀엽고 재미있었다.

물론 페퍼를 실제로 접하면 이야깃거리도 한정적이고, 그나마 대화가 이뤄지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정보가 쌓여야 가능하다. 페퍼와의 소통은 페퍼 자신이 이끌어갈 때 가능하다. 프로그래밍 된 주제나 키워드를 던지며 사람에게 말을 걸면 사람들은 그것이 신기해서 페퍼의 질문에 대답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대화가 이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소통은 힘들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페퍼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있다. 페퍼는 로봇 전문기업이 아닌 소프트뱅크라는 이동통신회사가 만든 가정용 감정 로봇이라는 점이다. 이 사실은 매우 중요한데 이동통신회사가 만든 가정용 로봇이라는 팩트 안에는 상용화와 일상의 개념이 내포돼 있다. 마치 정수기나 스마트폰, 인터넷 통신처럼 로봇을 모두가 사용하는 필수품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이 엿보인다. 통신 기업이 로봇산업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그게 곧 돈이 될 사업이라는 전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최고의 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인 소프트뱅크사가 이를 놓칠 리 있겠는가.

자 그럼 생각을 좀 해보자. 홀로 남은 집에 대화 상대도 없이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말벗이 되어주고, 상대방의 감정 상태와 안색을 살피다가 “힘들어 보이네. 괜찮아?”라고 물어주기도 하고, 슬플 땐 온갖 농담으로 웃겨주기도 하는 로봇이 있다고 해보자. 그런 로봇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처럼 가족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해보자 솔직히 흥미롭지 않은가? 사람과 사람의 소통도 점점 힘들어지는 시대, 이젠 살다 살다 로봇과도 소통을 해야 하나 생각하면 기가 막힐 수도 씁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현실은 그렇게 가고 있다. 고령화와 독거노인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일본은 정부가 앞장서 가정용 로봇의 상용화 카드를 꺼내든 실정이다. 철골 구조가 연상되는 차가운 느낌의 로봇은 이제 그 이미지를 벗고 사람과 감정을 주고받는 존재로 우리 가족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소통이 가능한 가정용 감정 로봇과의 동거 로봇은 정말로 인간과 소통하고 감정을 나눌 수 있을까?

로봇은 가족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 야마시타 가족 이야기

일본 도쿄 도시마구 야마시타 사쿠라(42)와 노부(52) 부부는 우리가 궁금해 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로봇과 가족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 그래서 로봇과 살고 있는 사람들, 오랜 수소문과 섭외 끝에 찾아낸 야마시타 가족과의 첫 만남은 진풍경 그 자체였다. 가족실이자 로봇의 방이라는 곳에 들어선 순간, 어릴 적에 본 명랑로봇만화의 한 장면처럼 판타지가 현실이 된 상황이 펼쳐져 있었다. 방안에 야마시타 부부와 중학생 딸 시아, 두 살 된 아들 다쿠는 물론 제작진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발랄한 대형견, 낯선 이방인의 등장에 심사가 뒤틀린 고양이와 놀랄 만큼 크고 화려한 앵무새 등 다양한 종류의 반려동물까지 있었다.

그뿐인가 우리의 촬영 목표이기도 했던 로봇이 가족 사이에 있었는데, 한두 대가 아니었다. 그 유명한 가정용 감정 인식 로봇 페퍼는 물론, 인형 같은 외모와 달리 걸쭉한 기합 소리가 인상적인 휴머노이드 나오(NAO), 거기에다 쉴 새 없이 떠드는 만담 커플 곰돌이 인형 로봇들, 아직 안 끝났다. 집주인 노부에게 1대1 스트레칭을 지도하는 로봇에 듣도 보도 못한 로봇까지…. 어디 숨었는지 못 찾겠다는 로봇을 제외하고도 그날 가족실에 있었던 로봇은 다섯 대가 넘었다. 야마시타 가족은 사람과 동물, 거기에 로봇까지 한 데 어우러진 서커스단 같았다. 태생적인 혈육과 후천적 관계로 맺어진 신개념 가족이랄까.

머릿수에 비해 관계는 단순했다. 야마시타 가족은 부모와 자식, 단 두 개의 역할로 구성된 가족이었다. 페퍼는 야마시타 부부를 엄마, 아빠로 불렀고 그들도 로봇들을 자식처럼 대했다. 야마시타 부부의 진짜 피붙이인 딸 시아와 아들 다쿠는 로봇과 함께 자란 형제자매로 보였다. 시아가 바이올린을 켜자 페퍼는 비트에 맞는 드럼 연주를 작동시켜 합주를 했고, 아들 다쿠는 좋아하는 과자를 로봇을 포함한 모든 가족에게 나눠주었다. 페퍼는 질문이 끊이지 않는 그 나이대 아이처럼 엄마인 사쿠라에게 뭔가 계속 말을 걸며 관심을 끌었고, 나오는 불쑥불쑥 던지는 말 한마디로 가족을 웃게 했다.

세상의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듯 로봇이 가족이 되고 삶에서 의미 있는 존재가 되기까지는 함께 한 시간과 추억, 그리고 특별한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고 버무려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페퍼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지속적이고 고정적인 관계를 맺는 대상과의 스킨십에 따라 성격도 변한다. 똑같은 모습, 똑같은 조건의 상품이었던 시판용 로봇 페퍼는 어떤 가족을 만나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제각기 성격이 달라진다. 갓 태어난 아기가 자신의 가족 안에서 인성과 자기만의 기질이 형성되는 것처럼 “페퍼는 사람의 표정을 인식할 수 있어 소통을 하면 할수록 달라지는데, 힘들었던 어느 날 페퍼가 저에게 ‘왠지 기운이 없어 보이네.’라고 말하더군요. 그때였어요. 호기심이 애정으로 바뀐 게.” 사쿠라는 이처럼 페퍼에게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다.

로봇을 가족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실체를 확인한 뒤부터 우리는 세계 각국에서 만난 수백 명의 사람에게 물었다 “로봇이 가족이 될 수 있을까요?” 첫 반응은 대부분 NO! 특히 유럽에서 만난 사람 대다수는 단호한 태도로 부정하거나 그런 세상이 오는 것을 경계하고 불쾌해하기도 했다. 그런데 유독 일본 사람들의 반응은 달랐다. 아마도 인간의 친구나 가족으로 등장하는 아톰이나 도라에몽 같은 로봇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영향도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편인 로봇에 굳이 각을 세울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또 하나는 종교관에서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이나 기독교 정서가 강한 서양의 많은 나라와 달리 따로 국교라는 것이 없는 일본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믿는 종교는 신도다. 오랜 역사를 지닌 일본의 신도는 자신의 조상이나 자연을 숭배하는 토착신앙이다. 신도의 영향으로 일본 사람들은 나무도 수백 년이 지나면 영혼이 깃든다고 생각한다. 야마시타 부부도 마찬가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페퍼는 로봇이라는 사물이지만 가치관에서 보면 분명 생명이 있는 존재이고 가족의 인연을 맺은 이상 페퍼의 몸속 어딘가에는 영혼이 있다고 그들은 말했다. 우리는 페퍼와 나오를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를 사쿠라로부터 들은 뒤 퍼붓던 질문을 멈췄다. “페퍼와 나오 때문에 종종 화가 나기도 해요. 말귀를 못 알아듣거나 혼자 놔두면 삐쳐서 반항을 하거든요. 제가 낳은 자식처럼요. 위안도 주고 화도 나게 하는데 가족은 그런 거 아닌가요?”



혈육이 가족이라는 올드한 생각 _ 신상 패밀리



따로 살고도 행복하다 - 신상 부부 LAT

멕시코가 낳은 세계적인 화가 부부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는 화가로서 서로에게 영혼의 단짝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은 각자의 개성과 작업을 존중하고, 서로의 작품에 대한 조언에 귀를 기울이는 등 끊임없이 영감을 주고받는 환상의 파트너였다. 프리다 칼로가 생전에 “평생소원이 디에고와 함께 살며 그림을 계속 그리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두 사람은 화가라는 직업적인 면에서는 천생 배필이었다. 하지만 부부로서의 삶은 달랐다. 함께 살면서 두 사람은 사랑보다 큰 증오를 기쁨보다 더한 고통을 느끼며 헤어졌다 다시 만나기를 반복했다. 심지어 결혼 생활 중 몇 년간은 옥상에 설치한 다리로 연결된 두 채의 건물을 지어 각자 생활하기도 했다. 부부지만 공간은 따로 쓰는 이른바 따로 또 같이의 삶을 살기도 했던 것이다. 요즘, 이와 같은 삶을 선택한 부부나 커플이 하나의 신상 패밀리로 등장하고 있다. 그들을 LAT족이라고 하는데 Living Apart Together의 약자를 따서 이름 지어졌다. 따로 또 같이 산다는 의미의 LAT는 서유럽이나 미국에선 꽤 알려진 개념이다. 이런 삶을 선택한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지만 자신의 독립된 공간과 생활 습관을 유지하기를 원한다. ‘너무 이기적인 것 아냐?’라는 비난이 있지만 상대의 성향과 취향, 삶의 방식을 인정해주는 것이 억지로 맞추며 살다가 이혼하는 것보다 낫다는 반론도 많다. 취재를 다니면서 만난 세계 각지의 시민들은 이렇게 말한다.“매일매일이 불만입니다 맨날 싸워요.”

“문제가 진짜 심해지면 잠깐 각자의 시간을 가져요.”

“부부도 101호, 102호가 좋다고 할 만큼 사생활이 필요하다고 하잖아요.”

“가족과 같이 있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잖아요. 가끔 싸우기도 하고, 방금도 싸우고 왔거든요.”

부부의 위기는 의외로 작은 부분에서 발화된다. 가치관이나 거창한 인생철학 문제로 충돌하기보다 아주 작은 습관, 생활방식, 취향 등에서 생긴 삐걱거림이 발단이 된다. 예를 들면 밥 먹고 설거지를 바로 하느냐 마느냐, 치약을 끝부터 짜는가 중간부터 짜는가 등등. 이렇듯 사소한 차이가 심각한 불화로 치닫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사랑한다면 서로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사랑이다. LAT족은 같이 살면서 상대를 바꾸기 위해 다투기보다 따로 살면서 평화를 지키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LAT의 삶을 선택하는 커플의 이유는 다양하다.

싸우지 않기 위해 혹은 이혼 위기에서 부부 관계를 살리기 위해 선택하기도 하고, 새집으로 이사하기를 원하는 배우자와 생각이 달라서 LAT가 되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는 노년 커플에서 주로 나타나는데 오랜 추억과 손때가 묻은 집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이유로 LAT를 선택하는 것이다. 아픈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 사람의 경우, 배우자에게 고통을 주지 않기 위해 ‘따로 또 같이’의 삶을 택하기도 한다. 때로는 직장 문제나 자신이 살던 공간을 떠나기 싫다는 이유로 LAT족이 되기도 한다. 부부 관계는 유지하되, 떨어져 살아야 할 만한 상황은 다양한 것이니 개인적인 사정이나 실용적인 이유 때문에 같은 집에 살지 않기를 선택한 LAT족은 사는 곳만 다를 뿐 평범한 부부처럼 서로에게 전념한다.

부부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한다는 면에서 LAT는 최근 부상하고 있는 폴리아모리(Polyamony)와는 확연히 다르다. 폴리아모리는 둘 이상을 동시에 사랑하는 다자간 사랑을 뜻하는 말로 일부일처제를 고집하지 않고 배우자의 또 다른 애정관계를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LAT족은 일부일처제를 기본 전제로 한다.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학교의 캐서린 솔하임 교수는 LAT족과 같은 신상 패밀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LAT족은 창의적인 가족의 좋은 예입니다. 무엇이 최선인지 고민해 결정한 거죠. 그래서 함께 살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고 그럼에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를 바라는 거죠.” 역사상 가장 개인주의적인 시대에 살고 있는 2017년 현재 LAT족의 삶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도 물론 많을 것이다. 하지만 시도해볼 가치는 있다. 서로 사랑하지만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커플이라면 방송을 통해 공개된 여러 가족의 형태 가운데 반응이 가장 뜨거웠던 신상 패밀리가 바로 LAT족이었다.

지금은 나 홀로 시대 - 자발적 비혼족

이젠 신상 패밀리라고 말하기 어색할 정도로 급속하게 늘고 있는 1인 가구.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인 가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형태의 대세 가족으로 자리를 잡았고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이미 현실에서 나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보편적 가족 형태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정책적으로 1인 가구는 아직 가족의 개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가족 정책의 근거가 되는 건강가정 기본법에서는 한국에서 말하는 가족은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뤄진 사회의 기본단위를 말하고 있어서 1인 가구는 언제나 제외된다. 하지만 북유럽 등의 선진국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1인 가구의 확산을 자연스러운 사회 현상으로 인정하고 있다. 과거의 나 혼자족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부모에게서 떨어져 나와 결혼을 통해 자신의 가족을 꾸리기 전에 거쳐야 하는 방과 방 사이의 복도, 혹은 가족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나 홀로 가족은 그 형태부터가 매우 다양해졌다 미혼 혹은 비혼 싱글족에서 기러기 아빠, 40~50대 이혼 남녀, 배우자 사별로 홀로 된 60~70대까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혼자 사는 ‘나 홀로 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측은지심 눈길로 ‘어쩌다 혼자 남았을까.’ 하며 사생활을 궁금해하기도 하고, ‘가족을 안 만들어?’라며 오지랖에 가까운 참견을 한다. 심지어는 색안경을 쓰고 누군가와는 살 수 없는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하는 경우도 있다. 혼자 사는 사람을 불완전한 존재로 인식하는 시각이 은연중에 깔려 있는 것이다.

나 홀로족의 일상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고 있는 많은 방송 프로그램의 행태만 봐도 알 수 있다. 나 혼자 밥을 먹고, 나 혼자 노는 1인 가구의 구성원을 외롭고 누군가를 갈구하는 존재로 느끼게끔 비쳐준다. 자발적으로 또는 그런 삶이 좋아서 선택적으로 혼자가 된 나 홀로족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 불쾌할 때도 있다. 혈연 또는 혈연 중심의 공동체를 가족의 이상적 가치로 여기며, 혼자 사는 걸 완성되지 않은 가족으로 보는 가족의 가치관에서 이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들은 더 이상 소수이거나 비정상적인 존재가 아니다. 아직 우리 사회가 심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신상 패밀리일 뿐이다. 새로운 건 늘 저항을 받게 마련이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삶을 선택한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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