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때문이 아니고 뇌 때문이야
김의철 지음 | 프리윌
너 때문이 아니고 뇌 때문이야
김의철 지음
프리윌 / 2017년 6월 / 429쪽 / 22,000원
왜 똑같이 행복하지 않을까?
너 때문이 아니고 뇌 때문이야
2009년이다. 학부모 50명쯤을 모시고 자녀교육 오리엔테이션을 한 적이 있었다. 예습, 복습, 체벌ㆍ칭찬이 주제였다. 어머님들 감동이 워낙 커서 한껏 흡족하여 강의실을 나오는데, D 엄마가 환한 웃음을 띠며 따라 나왔다. 서구식 미모를 갖춘 분이었다. ‘옳거니, 내 전화번호를 따려고 하시는구나!’ D에게는 중2, 초6 딸 둘이 있다. 작년부터 이 두 ‘뇬’들이 어찌나 대드는지 세상 살맛을 잃고 있었는데, 오늘 그 답을 찾아서 감사하다는 것이었다. D의 아버지는 대단히 엄한 분이었다. 딸의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는 물론 집에 조금만 늦게 들어와도 종아리를 걷어야 했다. 덕분에 D의 성적은 중위권을 그럭저럭 유지했고, 덕분에 남 보기 과히 창피하지 않은 대학에 진학했다. 덕분에 중간은 조금 넘는 남편을 만났고, 덕분에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D는 당연히 친정아버님의 엄한 가정교육방식을 자신의 딸들에게도 적용했다. 그런데 큰딸이 5학년이 되자 ‘엄한’ 엄마에게 감히 따지고 들더라는 것이다. 기가 막혔지만, 완력으로 더 엄하게 밀어붙였다. 헌데 공교롭게도 둘째가 5학년이 되자 언니가 하던 짓을 그대로 반복했다. 인생의 회의가 들려는데, 설상가상!! 이제는 엄한 엄마에게 두뇬이 합세해서 ‘바락바락’ 대든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강연회에 와서 공짜로 10년 숙제가 풀렸으니 얼마나 속이 시원했을까? 해답은 뇌였다. 외할아버지 뇌, 엄마 뇌, 딸들의 뇌가 모두 달랐던 것이다.
아이들은 서로 다르다. 수학시간이 기다려지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아예 수학시간 내내 잠만 자는 학생도 있다. 쉬는 시간에 생동감 넘치는 목소리를 내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수업시간에 생명력 넘치는 눈빛을 보내는 학생도 있다. 같은 학생이라도 음악시간에는 펄펄 날다가 미술시간에는 살충제 덮어쓴 파리가 되기도 한다. 같은 부모 밑의 형제도 엄청나게 다르다. 첫아이 키운 방법이 성공적이어서 둘째에게도 같은 방법을 적용했다가 뜨거운 맛을 보았다는 비율이 80%를 넘는다. 엄마에게 보약 같았던 공부방법이 아이에게 독약이 되는 경우도 50%가 넘는다. 그러나 우리 부모들은 어떤가? 모두 똑같이 키운다.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아는 것 같기는 한데, 다르게 키우지는 않는다.
학교는 어떤가? 한술 더 뜬다. 똑같은 내용을 똑같은 방법으로, 똑같이 가르친다. 창의적인(엉뚱한) 질문은 대개 무시당하거나 조롱감이 된다. 이해력이 늦은 아이, 빠른 아이가 섞여 있어도 진도는 똑같다. 교육선진국의 전문가들은 이런 우리나라 공교육을 보고 창의적 인재의 무덤, 또는 열 명 중 여섯 명을 포기하는 교육이라고 평한다. 행복학교가 절대 아니라는 말일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행복할까? 한마디로 각자의 뇌에 따른 맞춤교육(Personalized Education)이 필요하다. 맞춤교육이라면 일대일 교육을 말하는가? 아니다. 아이들은 백 명이면 백 명이 다 다르다. 그렇다고 백 명의 선생이 백 가지 방법을 동원할 수는 없다. 획일적 방법은 물론 안 된다. 필자의 연구에 의하면, 주로 세 부류, 특별한 경우에는 다섯 부류로 나누어 교육하기만 해도 충분한 교육적 열 개를 거둘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한국적 맞춤 교육이요, 행복한 학교의 매스터키다.
행복을 뇌에게 묻다
왜 서로 다른가?
뇌 때문이다. 좌뇌, 우뇌가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불변의 운명인가? 불변이 아니라 가변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희망 속에 사는 이유이며, 인류가 발전한 원동력이며, 행복의 근원이다. 뇌는 인체의 사령부다. 뇌는 우리 인간의 능력과 행동을 지배하는 최고중추이다. 그 복잡 미묘함과 무궁무진한 신비함 때문에 ‘소우주’ 또는 ‘생물학의 마지막 프런티어’라고 불리기도 한다. 지금까지 밝혀낸 뇌의 신비가 아마도 전체의 5%쯤이나 될까 하는 것이 뇌과학계의 의견이다.
뇌는 워낙 복잡하고 정교하다. 어느 뇌과학자의 접근방법도 뇌의 비밀을 시원스레 풀어주지는 못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의 코끼리 만지기라고 비유할 만하다. 인류가 만물의 영장이 된 것은 다른 동물보다 훨씬 발달한 두뇌 덕분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정작 자신들의 두뇌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이러니다. 뇌는 인간이 인체에서 풀지 못한 모든 비밀을 풀 수 있는 만사형통의 통로이다. 이곳은 그야말로 하늘의 비밀로 가득한 곳이다. 사람의 뇌에는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다고 한다. 신경세포 하나가 평균 1000개의 시냅스를 형성한다고 보면, 모두 100조 개의 시냅스가 있는 셈이다. 독자 여러분께서 꼭 기억하실 점이 있다. 시냅스의 개수가 아니다. 이들 시냅스가 고정적인 구조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시냅스는 신경세포의 활동에 따라서 생성, 강화, 약화, 소멸 등 역동적으로 변화한다는 점이다.
후천적 영향: 사람을 서로 다르게 하는 짓은 무엇일까? 뇌 내적인 요소도 있고, 뇌 외적인 영향도 있다. 뇌 밖의 요소는 셀 수도 없이 많지만, 몇 가지만 살펴보자.
규칙적, 반복적 훈련 - 우리 뇌의 커다란 특징 중의 하나는 입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단순한 지식을 입력하여 저장하는 것은 물론, 고도의 기술도 반복되는 훈련에 의해 입력된다. 이때 우리 뇌에는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성된다. 훈련이 반복될수록 신경세포의 수는 당연히 늘어난다. 이것이 바로 사람을 서로 다르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어릴 때, 피겨스케이팅을 전혀 못하던 김연아 선수가 지금은 전 세계 행복의 아이콘이 된 것을 보라. 신체적인 운동은 몸뿐 아니라 뇌를 건강하게 만든다. 걷기나 그 밖의 규칙적인 운동이 두뇌능력을 향상시켰다는 연구결과는 수없이 많다. 운동 이외에도, 일기쓰기, 바둑훈련, 심지어는 젓가락질까지도 뇌기능을 좋게 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뇌기능이 좋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행복지수도 올라간다는 뜻이다.
숙면 - 숙면을 취해야 하는 이유가 피로를 풀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잠자는 동안 쓸데없는 기억을 지우는 대청소작업이 뇌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다음 날 새로운 정보를 흡수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미국 워싱턴대와 매디슨 위스콘신대 연구팀은 초파리를 통해 수면과 기억력의 상관관계를 밝혔다. 초파리는 평균 6~8시간 잠을 자며 수면시간이 부족하면 신체적 정신적 이상증세를 보이는 등 인간의 수면패턴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깨어 있는 동안 두뇌 활동을 하게 되면 신경세포 사이를 연결해 정보를 주고받는 시냅스에 기억을 담당하는 단백질이 쌓이게 된다. 뇌는 무한정 시냅스를 만들어 내거나 단백질을 쌓아둘 수 없기 때문에 계속 깨어 있으면 뇌에 과부하가 걸린다. 하지만 일단 잠을 자면 시냅스에 쌓인 단백질이 30~40% 줄어든다. 중요하지 않은 기억을 담고 있는 시냅스가 없어져 다음 날 새로운 정보를 저장할 공간을 확보하는 것. 컴퓨터 처리속도가 느려질 때 ‘디스크 정리’를 통해 임시저장 파일을 제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언어폭력이나 인터넷 중독 - 후천적 영향으로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악영향을 주는 요소도 많다. 한두 가지 연구결과를 소개한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마틴 타이커 교수팀은 어린 시절 언어폭력을 당한 성인 63명의 뇌를 조사한 결과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들보’와 ‘해마’ 부위가 위축된 것을 발견했다. 이곳에 문제가 생기면 쉽게 불안해지고 우울증을 앓을 확률이 높아진다. 특히 중학교 시절의 언어폭력이 가장 큰 문제를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대진 교수팀은 서울의 고등학교 학생 389명과 여중학생 253명 등 총 642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했다. 인터넷에 중독된 여중생의 경우, 어휘력과 수리력 평가에서 또래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인터넷 중독 기간이 길수록 수리력이 떨어지고, 중독된 나이가 어릴수록 숫자 암기력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에게 언어폭력을 가하는 것은 누구인가? 어른이다. 어른이 아이들의 불행에 앞장서서는 안 된다. 더욱이 자신의 자녀,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라면 더욱 그렇다
유전적 요인: 사람을 서로 다르게 하는 요소는 뇌 내적인 것도 있고, 뇌 외적인 영향도 있다. 이번에는 뇌 안의 요소를 살핀다.
신경전달물질 - 2010년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김길태, 2012년 주부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서진환, 같은 해 여의도에서 과거 직장동료와 행인에게 칼부림 난동을 부린 김 아무개 등을 우리는 보통 정신질환자로 부른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들은 뇌속 신경전달물질 분비에 이상이 있는 것이다. 주요 신경전달물질로는글루타민산염, 세로토닌, 도파민, 멜라토닌,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엔도르핀이 있다. 이들 신경전달물질의 농도는 뇌의 부위에 따라 기능별로 다양하다. “범죄자들은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 분비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뇌는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처럼 감정이 뇌를 지배하게 된다. 공격적 성향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이 물질이 너무 많으면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지나치게 세밀한 부분에 집착하고, 우유부단해진다. 노르아드레날린은 이와는 정반대로 사람의 마음을 우울하게 한다. 따라서 너무 많은 노르아드레날린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유발시키며, 양이 너무 적으면 냉철한 사람이 되게 한다. 연쇄 살인범, 무자비한 살해범들이 이러한 경우다.
뇌들보 - 뇌들보(Corpus Callosum)는 좌우뇌를 연결하는 백질 띠다. 3억 개의 신경 섬유로 구성되어 있으며, 좌우뇌 사이에서 초당 최대 40억 개의 메시지 전달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한쪽 뇌에서 하나의 정보가 뇌들보를 통해 반대쪽으로 전달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0.4~0.6초이지만, 길면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한편, 백질 중에서 뇌들보가 차지하는 비율은 여성이 높다. 여성은 2.4%, 남성은 2.2%이다. 따라서 이런 비율의 차이가 여성이 감성적 사고와 분석적 사고를 남성보다 좀 더 빨리 처리할 것이라는 추측은 가능하다.
좌뇌와 우뇌 - 과거, 척추동물 연구에 의하면, 좌뇌와 우뇌의 기능 분화가 뚜렷하다. 즉, 물고기, 개구리, 파충류, 조류, 포유류 등의 좌뇌는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정보나 일상적인 행동을 관장하며, 우뇌는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거나 특별한 감정표현 등 위기상황에 대응하는 일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좌뇌가 담당하는 일상적 행동이란 먹이를 취하는 일 등이고, 우뇌가 담당하는 위기 대처란 외부 침입자나 돌발적 공격으로부터 탈출하는 일 등이다.
1990년대 이후로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획기적인 연구결과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좌뇌와 우뇌의 기능이 어떻게 나누어져 있는지가 척추동물 이상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들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왜 서로 다른가 하는 점이 보다 선명하게 밝혀진다. 이와 관련된 신경학자들의 수많은 연구를 여기에 모두 옮길 필요는 없겠다. 다만, 핵심적인 내용만을 알려드려도 충분하리라 생각된다.
전두엽-뇌의 사령부 - 만물의 영장인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뇌를 알아야 하고, 뇌를 알기 위해서는 전두엽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사람의 전두엽은 그만큼 독특하고 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전두엽은 뇌의 중앙처리장치(CPU)이다. 인간의 CPU를 연구하면서 뇌과학자들은 놀랄 만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즉, “새로운 과제를 접할 때 전두엽으로 혈액의 이동이 활발했으나, 이 과정이 익숙해지자 혈액 이동이 줄어든다는 사실이었다. 대신 뇌의 다른 부위가 익숙해진 과제를 넘겨받았다.
그럼 좌뇌의 전두엽과 우뇌의 전두엽은 같은 일을 하는 것일까? 앞에서 우리의 좌우뇌가 각각 ‘익숙함’과 ‘새로움’에 관련되어 있다고 밝혔듯이, 양쪽 전두엽 역시 각각 분화된 기능을 가진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실험참가자들이 새롭고 알지 못하는 경험을 하는 동안 우전두엽이 좌전두엽보다 더 활발해 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실험참가자들이 그 과제를 연습하고 숙련할수록 좌전두엽이 더 활기를 띠었고 유전두엽보다 혈류의 이동도 많아졌다. 즉,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을 아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때는 우전두엽이 주로 활성화된다. 그러다가 연습을 통해 과제에 익숙해지면 좌전두엽이 활성화된다. 그다음 그 경험을 뇌 조직에 새기기 시작하면 혈류는 뇌의 뒤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어떤 새로운 정보를 만났을 때, 이것이 나에게 행복한 것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것은 누구인가? 우전두엽이다. 이런 행복정보는 어떻게 되나? 좌뇌로 넘겨진다. 좌뇌는 이를 고이 포장해서 뇌의 어느 곳엔가 저장한다. 만약 얼마 후, 다시 똑같은 정보를 만나면 어떻게 되나? 이번에는 우전두엽이 나서지 않는다. 좌전두엽이 나서서 이미 저장된 것과 똑같은 행복정보임을 확인한다. 그리고 온몸에 명령을 내린다. 행복하라!
행복한 학교로 가는 길 : 두뇌 맞춤교육
행복한 선생님
독서 많이 시키는 비결: 독서! 우리나라 엄마들, 그리고 초등 선생님에게 독서는 영원한 갈등요인이다. 어릴 때 영양가 좋은 책 많이 읽고, 지혜와 총명이 무럭무럭 자라주면 좋겠는데, 주야장천 TV 아니면, 게임 아니면 폰이다. 저러다 눈 나빠지면 어떡하지? 이래서 우리 엄마ㆍ아빠, 그리고 선생님들은 행복하지 못하다. 아이들 역시 불운의 바다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어른들을 잘못 만난 탓이다.
왜 어른인데도 신문조차 읽기 싫을까? 왜 빽빽한 글을 보면 짜증부터 날까? 혹 손에 잡았더라도, 왜 그림이나 사진, 제목 반 보고 던져버릴까? 답은 간단하다. 뇌 속에 ‘문자해독 기능’이 아주 적은 까닭이다. 운동 기능이 부족하면 아무리 연습해도 수영, 축구, 탁구를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그렇다면 대부분 문자를 읽고, 이해하고, 기억해야 하는 공부는 어떻게 했다는 말인가? 그 답도 간단하다. 하기는 했겠지만 필경 성적이 나빴다. 못하는 걸 강요당했으니까.
아이들도 어른과 똑같다. ‘문자해독 기능’이 내장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독서란 경원의 대상이다. 교과서도 저 삼존 묘 벌초하듯 하고, 필기도 쓰는 게 아니라 그린다. 시험을 쳐도 글자를 모양으로 본다. 자연히 틀린 게 많아지는데, 허구한 날 핑계가 ‘착각해서 틀렸단다. 이런 아이들에게 독서를 강요하거나, 독후감을 요구하는 것은 역효과다. 갈등만 증폭되고, 아이들은 책을 더 멀리하게 된다. 대책은 없나? 좋은 대책이 있다. 문자 해독기능이 부족한 우뇌아이들의 독서증진대책을 보자.
첫째, 글자보다 그림이 많은 책을 읽게 한다. 문자 해독기능이 약한 우뇌아이들에게 글자만 빽빽한 책이란, 마치 검정 선글라스를 쓰고 보는 책이다. 밤중에 자갈밭 걷기다. 뭐가 뭔지 안 보이는 것이다. 만화가 좋다. 큼직한 글자가 조금 있고, 그 글 내용을 보충 설명하는 그림이 있다. 문자 해독기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적격이다. 이해가 잘 되는 형상이 곁들어져 있는 까닭이다. 어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만화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과거에는 액션, 연애, 판타지가 주류였다. 일본만화의 영향이었을 것이다. 최근에는 학습만화가 쓰러져가던 출판사들을 살리고 있다. 학습만화는 누가 볼까? 당연히 문자 해독기능이 약한 우뇌아이들이다. 또 있다. 좌뇌 학생도 본다. 재미있으니까 이해가 잘 안 되던 부분도 이해가 잘 되니까 눈의 피로도 적으니까 진도가 잘 나가니까.
학습만화 출판은 누구의 아이디어일까? 우뇌인들이다. 우뇌인들은 어렸을 적에 대부분 만화를 즐겨 보았다. 만화와 친숙하다. 만화를 사랑한다. 공부도 만화로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것이 그들의 꿈이었다. 그 꿈을 그들 손으로 이룬 것이다. 좌뇌인들이 지배하던 출판계가 우뇌인을 중용하자 생명의 동아줄도 함께 내려왔다. 사각형 칸 속에서 이루어지는 만화와는 달리, 그림책은 칸이 없다. 더 우뇌 적이다. 글자의 양도 만화보다 적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림책은 문자 해독기능이 거의 없는 유아용으로 쓰인다. 그림책 역시 책 읽기 싫어하는 청소년이나 어른들에게 좋은 책이 된다. 전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그림책 중에는 글자의 양이 적은 것도 있고 많은 것도 있는데, 자기 수준에 맞춰 읽으면 된다. 독서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