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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들어서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세기 히로시 지음 | 사과나무



법정에 들어서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세기 히로시 지음

사과나무 / 2017년 6월 / 324쪽 / 19,000원





재판관은 어떻게 판결을 내릴까? - 그 판단 구조의 실제



재판관의 판단은 사실 축적에 의한 것일까, 직감에 의한 것일까? FBI 심리분석관 분석과의 공통점 재판의 내용은 소송 당사자의 주장인 ‘사실’과 재판관의 판단, 즉 결론인 ‘주문(主文)’, 그리고 그 근거를 나타내는 ‘이유’로 이루어져 있다. 이유의 내용은 사실인정과 법률적 판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재판관의 판단은 판결에 기록되어 있는 것처럼 각각의 증거를 검토하여, 혹은 몇 가지 증거를 종합평가하고 단편적인 사실을 확인한 뒤 그 사실들을 종합, 재구성해서 사실인정을 행하고, 그것을 법률에 적용시켜 결론을 내리는 것일까? 아니면 그와 같은 사실의 축적 방식에 의해서가 아닌 어떤 종합적 직감에 바탕을 두고 결론을 내리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리는데, 나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현직ㆍ전직 재판관들 가운데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재판관은 주장과 증거를 종합해서 얻은 직감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이며, 판결에 대해서 앞서 표현한 것과 같은 사고 과정은 그것을 뒷받침하는 검증, 설명에 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재판관은 주장이 전체적으로 일관되고 이해하기 쉬운지(억지스런 주장은 그 억지를 감추기 위해 여러 변명이나 설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게 되고 만다), 의심스러운 점, 이해할 수 없는 점, 설명이 부족한 점은 없는지, 중요한 증거와 모순되는 점은 없는지, 당연히 있어야 하는데 누락된 증거는 없는지, 서증의 기재 내용에 문제는 없는지 등과 같은 것들을 중심으로 주장과 증거를 검토해 나가야 하지만, 실제로는 심리를 진행해 가다 보면 어떤 시점에서 ‘아아, 그렇군.’ 하고 사건의 전체가 보이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문득 깨닫게 되는 것’이다.

재판에서의 종합적 직감에 바탕을 둔 판단과 유사한 것으로, FBI 행동과학과의 수사관이자 프로파일링전문가였던 로버트 K. 레슬러의 방법이 매우 흥미롭다. 레슬러의 프로파일링 방법은 매우 면밀한 실증주의적 추인(椎認)이다. 한편으로는 범죄에 관한 모든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그 정보를 범죄현장 상황 등과 같은 매우 다양한 항목에 걸친 과거의 방대한 데이터와 비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동안 길러온 직감과 심리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범인의 모습을 좁혀나간다. 레슬러 프로파일링 방법의 기본은 전문적인 경험칙(經驗則), 즉 경험을 종합해서 얻은 현상에 관한 법칙에 의존하면서 범인의 모습을 철저하게 ‘외부’에서부터 상상해나가는 것이다. 범죄자의 내면에 필요 이상으로는 접근하지 않는다. 그 방법은 민사소송에서 재판관이 사실인정을 행하는 방법과도 비슷한 부분이 많다. 유사 사건이나 기억의 데이터에 바탕을 둔 면밀한 추인, 인간 행동과 심리에 대한 내재적 이해보다는 증거에 비추어 모순이 없는지를 보고 시야를 넓혀서 외부에서부터 객관적으로 이해해 나가려는 부분이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나는 재판에서의 사실인정은 가능한 한 개인의 내면 영역에 관한 것은 고려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판결의 역할과 그 바람직한 모습

그렇다면 판결 내용이 사실ㆍ논리의 연역적 축적에 의해 작성되는 것은 어째서일까? 그것은 판결이 직감적ㆍ종합적 판단을 사후에 논리적으로 검증하면서 작성되기 때문이다. 판결의 이 같은 성격을 생각해본다면, 판결의 바람직한 모습도 저절로 분명해질 것이다. 기본적으로 민사의 판결도 ‘길고 세세하게’가 아니라 ‘가능한 한 정확하고 분명하고 읽기 쉽게, 그리고 가능한 한 간결하게’ 되는 것이 적절하다. 그리고 판단의 핵심이 되는 주요 부분에 대해서는 그 이유를 입체적, 다각적으로 자세히 기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판관의 종합적 능력과 인간성의 중요성

앞에서와 같은 재판관의 판단 구조에 대한 분석 결과는 어떠한 점을 시사하는 것일까? 그것은 재판관의 일반적ㆍ법적 능력, 통찰력, 식견과 비전, 겸허함, 인권의식, 민주적 감각 등의 중요성을 암시하는 것이리라. 재판관의 판단이 재판관의 능력, 지식, 경험, 인간과 사회에 대한 견해, 인권의식 등의 종합적인 함수라고 한다면, 지적 능력은 높지만 냉정하고 이기적인 재판관이 사람들에게 따뜻한 판단을 내릴 리 없으며, 인간성이 좋다 해도 능력이나 종합적인 비전이 부족한 재판관이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것이 커리어시스템의 큰 문제점 중 하나다. 커리어시스템이란 넓은 의미에서는 공직을 평생의 직업으로 보장하는 제도를 가리키지만, 법률 사무가에 국한해 말해보면 사법시험에 합격한 젊은이가 사법수습을 거쳐 그대로 재판관ㆍ검찰관이 되는 관료재판관ㆍ검찰관 시스템을 말한다(『절망의 재판소』42쪽). 일본의 피라미드형 커리어시스템에서는 소송 당사자를 소송기록의 한 귀퉁이에 적혀 있는 단순한 기호로밖에 보지 않으며, 또한 평범한 사람들의 심경 변화를 전혀 알지 못하는 재판관이 발생하기 쉽고, 재판관의 능력이나 도덕성이 떨어지면 그러한 경향이 한층 더 가속화되기 쉽다. 일본에서는 재판관에 대한 인식이, 사실과 주장을 입력하면 그것을 분석해 법률에 적용시켜 균일한 결과를 산출하는 일종의 ‘인간기계’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더욱이 그런 경향은 일반 시민뿐만 아니라 변호사, 법학자들 중에도 상당히 많다. 재판관의 검은 법복과, 어두침침하고 쉽게 범접을 허락하지 않는 듯한 재판소 건물의 분위기도 그러한 경향을 조장하고 있다.

재판의 생명 - 사건의 개별성과 본질을 꿰뚫는 눈

재판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사항은 무엇일까? 그것은 사건의 개별성과 본질을 응시하여 올바로 꿰뚫어보는 ‘눈’이라고 생각한다. 사건은 하나하나에 개별성이 있는데, 그 개별성이야말로 사건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사건, 분쟁의 본질인 것이다. 재판관은 그것을 구별해낼 줄 아는 눈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사건을 카테고리 분류에 적용시켜 기존 판례의 다수파 의견에서 이끌어낸 매뉴얼에 따라, 마치 일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는 행정 사무처럼 획일적으로 처리해나가려는 경향을 흔히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정형적이고 획일적인 ‘사무처리 방침’은 가령 최고재판소 사무총국이 작성한 (혹은 그러한 방침에 맞춰 현장의 재판관들이 작성한) 사건처리 지침이나 매뉴얼 등에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다시 말하면 사건의 이면에 있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주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원고, 피고, 피의자, 피고인 그리고 피해자 등등의 다양한 소송 관계자 그 누구에게나 자신의 인생은 단 하나밖에 없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더없이 소중한 것이다. 재판관은 언제나 그 ‘더없이 소중함’을 염두에 두고 재판을 행해야 할 것이다.



내일은 당신도 살인범, 국가 범죄자 ? 억울한 죄와 국책수사의 공포



국가에 의한 범죄이자 살인, 원죄(?罪)

원죄는 국가가 저지르는 범죄다: 원죄(?罪), 즉 억울한 죄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형사사법의 병폐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인질사법(人質司法)’이라 불리는 수사 기법과 밀실에서의 가혹한 취조를 시작으로, 형사사법 시스템 전체가 철저하게 사회 방어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철저하게 검찰관 주도로 행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피의자ㆍ피고인의 권리에는 무관심하다는 점, 막강한 검찰의 권한을 감시할 적절한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등이 어우러져 구조적으로 억울한 죄가 만들어져 온 경향을 부인할 수 없다.

참고로 ‘인질사법’이란 신병을 구속당함으로 해서 생기는 정신적 압박을 이용해 자백을 받아내는 방법으로, 일본 형사사법의 두드러진 특징이자 억울한 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우선 피의자 체포에 이어 구속이 집행된다. 피의자란 수사 대상이 되어 있기는 하지만 아직 기소당하지는 않은 사람을 말하고, 이에 비해 피고인이란 기소를 당한 사람을 말한다. 피의자의 구속은 원칙적으로는 10일이지만, 제도상으로는 20일까지 연장이 가능해서 범행을 부인하면 20일 동안 구속당하게 된다. 재판관에 의한 구속의 이유, 특히 증거인멸ㆍ도주 우려에 대한 판단은 엄격하지가 않아서 간단히 구속이 인정된다. 그리고 구속은 구치소가 아니라 경찰서 시설 내부의 임시 형사시설에서 행해지기 때문에 시간에 상관없이 언제든지 취조를 할 수 있다. 또 취조에는 변호인 입회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계속 부인하게 되면 가혹한 취조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기 때문에 피의자는 지친 나머지 허위자백을 하게 되기 쉽다.

실제로 법률가들조차도 체포에 이어 20일 동안 계속되는 구속과 그동안의 가혹한 심문에 견딜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구속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부인하는 상태로 기소되면 곧 피고인의 신병은 경찰서 유치장에서 구치소로 옮겨지는데, 기소 후에도 구속이 계속되어 자백할 때까지, 혹은 검찰 측 증인의 증언이 끝날 때까지 보석이 허용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게다가 피의자가 부인해서 사실인정이 어려울 것 같은 사건에서는 구속과 동시에 첫 번째 공판기일까지 피의자가 변호인 이외의 사람(가족, 친구 등)과의 접견을 금지하는 결정을 덧붙이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피의자나 피고인에게 상당한 고통을 주는 일이다.

다음으로 검찰의 권한이 너무 크다는 점도 일본 형사사법의 두드러진 문제 중 하나다. 일본에서 넓은 의미의 정치권력 가운데 가장 막강한 것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의가 있지만, 검찰청ㆍ검찰조직이 그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재판관은 결속력이 강한 조직인 재판소의 주민인 반면, 개인적으로는 서로 결속력이 약한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어서 고립된 상태로 경쟁을 하며 최고재판소 사무총국의 통제에 따르고 있다. 이에 비해 검찰관은, 대외적으로는 검찰관 각자가 ‘독립적인 관청’이지만 검찰의 실상은 일반적인 행정청과 마찬가지로 상하의 지휘명령 계통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이다. 또한 OB의 권력도 매우 강하다. 그리고 수사ㆍ기소에 관한 검찰의 권한이 너무나 크고 그것을 감시, 견제할 적절한 구조(예를 들어 영미법계 각국의 예비심문이나 대배심처럼 기소를 위해 다른 기관에 의한 승인을 필요로 하는 구조)가 없다는 점도 억울한 죄나 국책수사의 원인 중 하나다.

검찰관의 커리어시스템도 이러한 경향을 조장한다. 미국처럼 법률가가 경력의 한 과정으로 언제든 검찰관이 될 수 있는 시스템이 더욱 객관성 높은 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커리어시스템에서의 검찰관은 ‘공무원’이기 때문에 실점이 없도록 하기에만 집착한다. 그런데 검찰관의 실점은 ‘무죄판결’이기에 검찰관은 유죄판결에 이상할 정도로 집착하게 된다. 한편 일본에서는 무죄 추정이라는 사고방식이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낯설다. 언론 보도 방식만 봐도 그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기본적 인권감각의 문제이기도 하다. 일본 사회는 소수자에 대해서 밀려난 ‘저쪽 사람’이 되어버리며, 수사기관의 잘못이 밝혀진 뒤에도 그 명예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또 일본에서는 피의자ㆍ피고인의 인권에 대한 논의에 맞서 피해자나 사회의 이익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논의가 대치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것은 양쪽 모두 중요한 것이며, 또 서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도 아니다. 피의자ㆍ피고인이라 할지라도 기본적 인권은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 근대 민주주의 국가의 대원칙이며, 무엇보다 피의자ㆍ피고인이 사실은 ‘그래도 나는 하지 않았다’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깊이 잘 인식해야 할 것이다.



재판을 통제하는 최고재판소 사무총국 ? 통제받는 명예훼손 소송, 원자력발전소 소송



통제받고 있던 원자력발전소 소송

일반에는 알려지지 않은 재판관 ‘협의회’의 실태: 2011년 3월에 있었던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재판소가 가장 강한 비판을 받았던 소송 유형이 바로 원전소송이다. 참고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와 동등한 최악의 수준이다. 비판의 요지는 ‘사고 시점까지 18건 있었던 원전소송(설치허가 처분 취소 등의 행정소송과 운전정지의 민사소송)’에 대한 각 심급의 판결 중 겨우 2군데의 재판소만이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겨우 2군데의 재판소’라는 것은 일본 사법의 현상을 제대로 파악한 표현이 아니다. 정확히는 이렇게 말해야 할 것이다. “두 군데나 되는 재판소가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했다. 하지만 결국 사법은 원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다.”

최고재판소 사무총국은 원전소송에 대해 노골적으로 각하ㆍ기각 유도 공작을 하고 있었다. 1976년 10월과 1988년 10월의 재판관 협의회에서 담당국 의견으로 각하ㆍ기각의 방향을 시사했었다(전자의 협의회는 행정소송 전반에 관한 것이고, 후자는 원전 행정 소송에 특정한 것이었다). 사무총국이 주최하는 재판관 협의회란 무엇일까? 여기에는 ‘협의회’ 외에 ‘회동’(관청의 특수용어 중 하나다)이라 불리는 것도 있으니 우선 그 차이점에 대해서 설명해본다. ‘협의회’는 특정한 사건 유형에 특화된 비정기적인 것, ‘회동’은 모든 관청이 참가하는 정기적인 것이라 보면 된다. 하지만 이 구별도 엄밀한 것이 아니니 여기서는 이하 ‘협의회’라는 명칭으로 묶어서 부르겠다.

이러한 협의회는 학자가 진행하는 연구회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명칭은 ‘협의회’지만 그 실태는 ‘상의하달, 상명하복 회의, 사무총국의 의향 관철을 위한 개입회의’에 가까운 것이라 해도 무방하다. 주제는 민사국ㆍ행정국 등의 사건국이 결정하며(그것은 물론 최고재판소 장관이나 사무총국의 장(長)인 사무총장의 의향이 반영된 것이다), 참석자는 고등재판소 장관과 지방재판소장이 결정한다. 참석자 가운데 도쿄의 재판관이나 사무총국과 관계가 깊은 재판관에게는 일정한 정보 제공이나 사전교섭이 행해지는 경우가 있으며, 특정 소송 유형이 주제로 선택된 경우에는 그 유형의 사건을 실제로 담당하고 있는 재판장은 반드시 참석자로 뽑힌다.

협의문제, 즉 협의회에서 논의될 추상적ㆍ구체적 법률문제는 사건국이 결정한 주제에 따라 협의회에 참가하는 전 재판소(각 청)가 제출한다. 도쿄 등의 참석자는 사건국이 요구하는 협의문제를 ‘각본대로’ 제출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무총국의 과장이나 국원이 부탁해서 제출하는 것이다. 지방의 재판장들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사건의 개요와 문제점을 그대로 요약한 협의문제를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특별히 담당국에서 의뢰(차라리 ‘명령’이라도 해야 할까?)할 필요도 없이 그 같은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재판장들이 어려운 사건의 처리에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과, ‘윗사람에게 의견을 구하지 않으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마음에서 ‘자발적’으로 제출하는 것이다.

협의회에서는 각 협의문제 내지 비슷한 종류의 문제들을 문제군별로 묶고, 제출한 재판소(제출청)의 재판관이 먼저 의견을 말하면 의장이 한두 군데 청에 질문을 한 뒤, 민사국ㆍ행정국 등의 담당국의 검토 결과와 견해를 얘기한다. 참석자 대부분은 각 청의 의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지만 국의 견해만은 필사적으로 메모한다. 이러한 협의회이기에 그 협의 결과를 사무국이 정리한 집무자료 가운데 ‘국(局)의 견해’는 전국의 재판관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 사무총국의 집무자료는 언제나 멋없는 하얀 표지로 만들어지기에 재판관들은 그것을 ‘하얀 표지’라 부르는데, 원전소송이나 수해소송 등 협의회가 개최된 사건유형의 판결 가운데는 ‘하얀 표지’ 속 ‘국의 견해’와 취지를 같이하는 경우가 있는 것은 물론, 개중에는 표현까지 똑같은 ‘베끼기 판결’까지 존재한다고 한다. 사무총국에 의한 이 같은 재판 통제의 본질 자체에는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함이 없다.



주식회사 저스티스(Justice) - 그 비참한 현상과 문제점



최고재판소의 문제점

지금까지 일본의 판결이나 화해의 참상을 얘기했는데 그 원인으로는 제도적인 측면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절망의 재판소』에서 이미 그것을 분명히 밝혔지만, 여기에서는 『절망의 재판소』에서 언급하지 않았던 부분을 중심으로, 또 재판과 관련한 측면에서 제도적인 문제를 더욱 깊이 논해보기로 하겠다. 우선 최고재판소에 대해서는 재판관의 인선(人選)이라는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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