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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쓸모

김경윤 지음 | 생각의길



철학의 쓸모



김경윤 지음

생각의길 / 2016년 12월 / 252쪽 / 15,000원



차라리 당당한 소인이 낫다 - 공자와 플라톤에 관하여



인류의 위대한 교사이며 철학자이자 정치가를 꼽는다면 분명 동양의 공자와 서양의 플라톤을 선택할 것입니다. 공자는 중국을 넘어 아시아, 현재는 서양에도 널리 알려졌고요. 플라톤은 화이트헤드의 “서양철학의 역사는 플라톤의 각주”라는 말을 상기시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너무나도 유명한 인물이지요. 그런데 과연 그들은 성공한 정치가였을까요? 이 질문에 성실하게 답하기 위해서라도 우선은 그들의 생애와 사상을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공자의 시대 - 춘추 전국 시대: 먼저 공자(기원전 551~479년)의 시대를 춘추 전국 시대(春秋戰國時代, 기원전 770~221년)라고 합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공자는 춘추 시대(春秋時代, 기원전 770~403년) 말 사람입니다. 공자는 춘추 시대를 천하무도(天下無道)의 시대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온 천하에 도(道)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난장판의 시대였다고 보았던 것이지요. 왜 그런가 하면 중국의 중심이었던 주(周)나라의 질서가 붕괴되고, 모든 나라들이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시대였거든요. 주나라가 망하지 않고 세력이 남아 있던 시대, 질서가 혼란스럽긴 하나 질서의 중심이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은 시대가 바로 춘추 시대입니다. 공자는 그러한 춘추시대 말에 노(魯)나라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시 노나라는 제후가 다스려야 하는데 제후가 실권을 장악하지 못해, 그 지역에 있는 토호들인 세 명의 대부(삼환씨 - 맹손씨, 숙손씨, 계손씨)와 그 세력이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이렇듯 공자가 태어나고 활동했던 시기는 중국에서 굉장히 혼란스러웠던 시기이자 왕이 왕 노릇을 못하고 제후 노릇을 못하는, 모두 각자도생의 길을 도모하는 시대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시대 - 아테네 쇠퇴기: 플라톤(기원전 427~347년)의 아테네로 가보겠습니다. 아테네 제국 시대에 아테네가 모든 상권, 정치 권력의 중심이 되자 해외에서 활동하던 지식인들이 하나둘 아테네로 들어옵니다. 그 사람들을 일컬어 소피스트(sophist)라고 부릅니다. 바로 이때 아테네에서는 민주주의의 부흥기가 시작되어 아테네 시민이면 누구나 정치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되니 시민들은 교양을 쌓을 필요를 느꼈고, 소피스트들에게 토론 방법과 논쟁 방법, 재판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에서부터 정치 토론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지 등의 지식을 배웠습니다. 이렇게 과학과 문화, 정치, 경제 등 모든 것이 꽃을 피우던 그 시기에 소크라테스가 활동합니다.

소크라테스의 죽음: 지혜를 가진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생각한 소크라테스는 다수의 대중이 다스리는 민주주의 정치보다는 소수가 다수를 다스리는 귀족 정치를 옹호했습니다. 그런데 당시의 대세는 귀족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였습니다. 그러니까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사람 입장에서 보자면 참 귀찮은 인물이었던 것이죠. 그래서 결국 재판을 통해 소크라테스가 사형을 당하게 됩니다. 이 복잡한 과정을 소크라테스 주변에서 몸소 겪었던 사람이 플라톤입니다. 지금까지 시대 상황을 대략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지금부터는 구체적으로 사람에 포인트를 맞춰보려고 합니다.

서자로 태어난 공자: 공자의 아버지는 대부(大夫)의 신분이었습니다. 귀족이었다는 말이지요. 하지만 그 밑에서 서자로 태어난 공자는 대부가 아닙니다. 대부의 적장자(본처의 맏아들)만이 대부의 지위를 계승하고, 나머지 자식들은 사(士) 계급이 되지요. 그러니까 공자 엄마는 본처가 아닙니다. 첩이지요. 게다가 아버지가 공자 나이 세 살에 사망합니다. 그런 공자가 동양에서 가장 위대한 사상가가 될 때까지, 밑바닥에서부터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요. 공자의 생애를 제대로 보려면 그걸 잘 파악하셔야 합니다. 공자는 끊임없이 노력해서 자기의 신분 상승을 꿈꾸었던 사람이에요.

공자는 열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고, 열아홉 살에는 송나라 출신 여성과 결혼을 해요. 서른쯤 되니까 스스로 설 수 있는 지위가 되었고, 서른넷에는 점점 쇠퇴하고 있지만 아직 몰락하진 않았던 주나라에 가서 노자를 만나 예를 묻고, 장흥이라는 사람에게서 음악을 배웁니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지만 처음부터 출세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귀족의 창고나 마구간을 관리하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지요.

공자의 관직 생활: 공자는 쉰하나에 중도재의 벼슬에 오릅니다. 중도라는 고을을 다스리는 일인데, 지금으로 치면 지방자치단체장쯤 되는 거예요. 쉰셋이 되니까 사공(건설부장관)의 벼슬에 오르고, 이듬해 대사구(법무부장관)로 승진하지요. 대사구의 벼슬에 오른 후, 공자는 먼저 삼환씨의 도성을 무너뜨리려 했어요. 하지만 세 명의 대부들이 작당을 해서 공자의 관직을 박탈해버려요. 공자는 눈물을 흘리며 아내에게, “나는 이 나라를 떠나네.” 하고 쉰다섯에 나라를 떠납니다. 정말 비참한 거죠.

주유천하, 공자의 망명 생활: 노나라를 떠난 후에 공자의 행적을 주유천하(周遊天下)라고 표현하지만 사실은 망명 생활이었어요. 공자는 돌아다니면서 제자들을 이끌고 다녔는데 그 중에는 능력이 출중한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제자들 중에는 벼슬 생활을 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공자는 10년 넘게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변변한 벼슬 한번을 제대로 못합니다. 말 그대로 개고생을 하지요. 공자는 죽을 때까지 ‘누군가가 나를 비싼 값에 사 준다면 나는 나를 팔고야 말리라’는 철저한 세일즈 정신을 가지고 누군가 자신을 써주기를 바랐지만 끝내 쓰임 받지 못합니다.

고향에 돌아와 죽음을 맞이하다: 그런데 마침 노나라에서 공자의 제자 중 하나가 무공을 세우게 되었고, 그에게 소원을 물었더니, “공자님을 모셔왔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지요. 그 요청이 받아들여져 공자는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늙어 중앙 정치판에는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공자는 고향인 곡부에서 조그마한 학교를 만들어서 제자를 양성하고 책을 쓰기 시작하지요. 직접 저술을 하지 않고 많은 책을 편찬해요. 어찌 보면 공자의 생애는 가장 밑바닥에 있으면서 끊임없이 위로 향하려고 하는, 귀족이 아닌데 귀족이 되고 싶었던 생애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플라톤의 생애, 정치가에서 철학자로: 그와 정반대의 경우가 플라톤입니다. 플라톤은 귀족으로 태어나서 좋은 교육을 받으며 성장해요. 플라톤은 원래부터 정치가를 꿈꾸었어요. 당시 정치를 하려면 말을 잘해야 하고, 말을 잘하는 것의 최고봉은 시를 쓰는 겁니다. 당대 이 장르 중에서 최고는 비극이라고 해요. 그래서 비극을 연마하고 스무 살 때 비극 경연대회에 나갔는데, 그때 소크라테스를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흠뻑 빠져버려요. 그 이후 플라톤은 소크라테스를 끊임없이 추종하는데,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중요한 사건이 터지죠.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재판정에서 사형을 언도받고 죽게 돼요. 그로 인해 플라톤은 정치에 환멸을 느낍니다. 다시는 정치를 꿈꾸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떠돌아다녀요. 그러다 서른다섯에 시칠리아 시라쿠사 섬에서 참주 디오니시오스와 그의 처남 디온을 만나게 되지요. 여기서 디온이 플라톤의 사상에 흠뻑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디온은 플라톤에게 자신과 함께 이상적인 국가를 실현해보자고 제안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현실이 그리 녹록지는 않았어요. 10년 동안이나 이상적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좌절되고 말지요. 플라톤은 자신의 이상적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했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실패해요. 어찌 보면 그 이상적인 열망과 그에 따른 좌절이 책에 더 깊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어요. 희한하게도 공자와 플라톤 모두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았으나 운명은 그 둘을 성공의 길로 이끌지 않고 좌절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이것이 공통점이라 할 수 있겠네요. 그러면 본격적으로 공자와 플라톤의 핵심적인 철학 개념을 살펴볼까요.

이기적인 나를 버리고 예로 돌아가라: 공자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상적 개념은 인(仁)과 예(禮)입니다. 공자의 수제자 안회가 공자에게 “선생님, 인이란 게 뭡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극기복례(克己復禮)”라고 답합니다. 이기적이고 개인의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나를 버리고 이타적이고 공동체적 가치로 돌아가자는 것이죠. 가령 맛있는 음식을 보면 그 음식을 내가 먹고 싶은 것이 누구나 가진 욕망이에요. 나 혼자 있으면 그냥 먹으면 돼요. 하지만 집에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고 여러 명이 있는데, 그 음식을 나 혼자 홀랑 먹어버리면 다른 사람들이 못 먹게 되잖아요. 그럴 때 그 홀랑 먹어버리고 싶은 마음을 접고 함께 나눠 먹으려는 마음을 내는 것, 그것이 바로 예(禮)입니다.

공자가 상상한 이상적인 나라: 공자는 욕망의 시대였던 춘추 시대 말, 자기 것만이 아니라 골고루 나누어주는 세상을 꿈꾼 것입니다. 그래서 공자가 한 말 중에 그런 말이 있어요. “나라가 가난한 것을 걱정하지 말고 나라와 재산이 골고루 나누어지지 않는 것을 걱정하라.” 그 이야기는 부국강병을 외치는 다른 나라를 경계한 것입니다. 대개의 나라들은 일단 부유해지고 나서 분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공자는 그런 생각에 반대했어요. 한 집안이 부유하면 아버지가 자기 먹을 것을 다 먹고 나서 남은 음식들을 자식이나 마누라에게 주지는 않잖아요. 아버지가 얼마를 벌었든 그 번 것을 가지고 집안 식구를 골고루 먹여 살리잖아요. 그런 가족이 공자가 생각하는 모델이에요.

공자는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미래 지향적인 사람이 아니라 과거 지향적인 사람입니다. 공자는 사람이 사람대접 못 받는 현실의 정치를 뒤엎고, 과거의 정치, 질서 있고 골고루 나누는 정치를 꿈꾸었던 거지요. 질서 정연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 먼저 해야 할 것이 바로 개념 정립입니다. 개념을 정리해 나가는 게 정명(正名)이에요. 『논어』에 나오는 유명한 문장 중에 정명에 해당하는 문장이 있습니다. ‘군군신신(君君臣臣) 부부자자(父父子子).’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는, 철저한 기능론이지요. 마치 톱니가 맞물려 째깍째깍 돌아가는 것이 질서인 것처럼 그렇게 착착 맞아떨어지는 톱니 같은 세상을 꿈꾸었습니다.

유가와 법가 : 덕치와 법치: 그러한 공자의 사상이 주류였는가? 아니에요. 공자는 거의 왕따 수준이었어요. 당시는 혼란기잖아요. 혼란기에는 새로운 질서와 새로운 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당시 가장 유행했던 사상이 법가(法家)예요. 법가는 새로운 질서에 맞는 새로운 가치를 새롭게 정립하자는 것입니다. 가장 현실적인 세력인 거죠. 공자처럼 인과 예로 다스리는 정치를 왕도 정치라고 한다면, 힘과 법을 통해서 다스리는 정치를 패도 정치라고 하지요. 당시에 여러 제후국들이 선호했던 통치 방식이 패도 정치였어요. 힘을 바탕으로 법치를 행하는 거지요. 그런 점에서 법은 무력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무력이긴 하지만 법에 의한 무력이지요. 함부로 무력을 행사하지는 않아요. 법은 질서 있는 폭력입니다. 그런 점에서 당시 무법 사회에서의 법가 사상은 굉장히 진보적인 사상이었습니다. 인간의 마음 씀씀이만 가지고 다스리려고 했던 공자보다는 법가 사상이 훨씬 더 효용성이 높은 통치 방식이었지요. 그렇지만 공자는 그것을 바라지 않았어요. 왜 그랬을까요?

대인과 소인 : 평등을 두려워하다: 공자의 욕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단어가 바로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입니다. 군자와 소인은 단순한 윤리적 개념이 아니라 신분적 개념이지요. 아래 표를 볼까요. ‘군자’는 귀족 중 가장 아래 씨족을 중심으로 형성된 가(家)를 다스리는 대부(大夫)의 아들에게 붙여진 호칭이에요. 한편 ‘소인’이라는 개념은 ‘대인’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대인’은 본처의 장자에게만 붙여지는 호칭이고, ‘소인’은 본처의 자식이라도 둘째나 셋째, 또는 후처나 첩의 자식에게 붙여지는 호칭이었지요. 그럼 대인이 많을까요, 소인이 많을까요? 당연히 소인이 많겠지요. 제 생각에는 공자가 제일 두려워했던 것이 바로 평민 계급의 확대라고 봅니다.

같을 동 vs 어울릴 화: 그 평민 계급이 바라는 이념이 곧 ‘평등’이거든요. “귀족하고 내가 뭐 다를 게 뭐 있어?”라며 평등을 추구하지요. 그래서 소인은 동(同), 이퀄리티(equality)를 원했던 것이죠. 이것은 그동안의 신분 사회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개념이었습니다. 그에 반해서 적장자 귀족 계급은 화(和)를 바랍니다. 화는 바로 조화예요. 조화라는 말은 의미는 멋있지만 계급의 질서, 다시 말하면 신분 질서를 고스란히 간직한 형태로 있어야 가능한 덕목입니다. 그러니까 저 화의 개념은 귀족의 이데올로기예요. 그래서 『논어』에 보면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 즉 평등을 원하나 조화롭지 않고, 반대로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 즉 조화를 추구하고 평등을 거부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또 『논어』에는 ‘군자는 의(義)에 밝고 소인은 이(利)에 밝다’라는 구절도 있어요. 의로움은 분배죠. 이(利)는 뭐예요? 자기의 능력에 따라서 자기가 스스로 취하는 것이죠. 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공자는 불안하게 생각한 것입니다. 끊임없이 군자는 이러하고 소인은 이러하다는 대비의 개념이 논어에 계속 등장하는 것은, 어찌 보면 기존의 질서인 신분 제도를 끝까지 파괴시키지 않으면서 그 위계에 올라가려 하는 서자 출신의 소인 공자가 품은 탈신분적 욕망이 투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데아 정치: 이번에는 아테네로 건너가볼까요? 플라톤은 도덕적으로 탁월한 귀족이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도덕적으로 탁월한 귀족이 가져야 하는 항목이 무엇이냐? 그게 바로 선의 이데아예요. 가장 선한 정치인은 선한 정치의 이데아를 이해하고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플라톤은 그러한 역할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철학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인간, 사자, 괴물: 한편 플라톤은 『국가』에서 이상적인 국가의 구성원을 통치자와 수호자, 일반 시민으로 나누었습니다. 이런 세 상징은 계급을 나눌 때에도 사용하지만, 인간의 본성을 설명할 때에도 사용됩니다. 다시 말해 철학자는 이 세 가지 항목 중에서 이성적 요소가 가장 발달한 인간이고, 수호자들은 격정적 요소가 잘 발달한 사람이고, 평민들, 노동자들은 괴물적인 요소가 발달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한 사람이 정상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인간이 사자를 컨트롤하고 괴물을 다스려야 하듯이, 인간 사회도 질서 있고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탁월한 소수인 철학자가 통치를 하고, 그 통치자의 통제 하에 수호자들인 군인들이 있어야 하고, 군인들의 통치 하에 노동자들이 있어야 한다는, 철저히 판타지적인 구도를 그려놓은 것이죠. 그렇게 되면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될 것이라고 상상한 것입니다. 그게 바로 플라톤의 정치사상입니다.

두 귀족주의자의 꿈: 소인 출신인 공자의 귀족주의 이념이 시대를 잘못 만나 좌절되었듯이, 귀족 출신인 플라톤의 이상 국가 실험은 매번 실패합니다. 실패했다고 해서 꼭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두 정치인의 이념을 실현하기에는 그들에게 적절한 시대가 아니었던 것이죠. 그럼에도 자신의 이상을 끊임없이 실현해보려고 노력했단 점은 높이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공자나 플라톤이 ‘군자’나 ‘탁월한 자’를 드높이느라 ‘소인’과 ‘일반 시민’의 역동성과 주체성을 간과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정치, 당당한 소인이 되자: 오늘날 정치 영역에서 일반적인 국민이 자신의 주권을 행사하는 일은 투표할 때를 제외하고는 별로 없지요. 그런데 그렇게 투표해서 뽑아놓은 정치인들은 대부분 일류 대학이나 일류 기업 출신의 지식인이거나 많은 재산을 소유한 부자들, 기존에 권력을 누리고 있었던 권력자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지요. 따라서 그들에게 평범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라고 외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 아닐까요? 헌법에서 민주주의를 옹호한다고 하더라도, 형식적인 면에서만 민주적 절차가 행사되고, 그 내용은 고스란히 과거의 신분제, 귀족제를 유지하는 사회는 결코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겠지요. 그러니 소수의 귀족(?)들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기는 일은 이제 그만하고, 국민 스스로 정치의 주체로 나서는 일이 필요한 사회가 도래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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