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장이 사람을 살린다
저스틴 소넨버그, 에리카 소넨버그 지음 | 파라사이언스
건강한 장이 사람을 살린다
저스틴 소넨버그, 에리카 소넨버그 지음
파라사이언스 / 2016년 5월 / 335쪽 / 18,000원
미생물이 뭔데 중요하다는 걸까
[미생물이 지배하는 세상] 미생물이 지구를 뒤덮은 지는 벌써 수십억 년이나 되었다. 미생물이란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을 만큼 작은 생명체를 말한다. 박테리아와 곰팡이처럼 말이다. 사람 손에는 세계 인구보다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다. 한 통계에 의하면, 지구에 존재하는 박테리아의 규모는 500만 조의 1조배, 즉 500양(穰)이라는 평생 듣도 보도 못한 숫자라고 한다. 이것을 굳이 받아 적고 싶다면 5뒤에 0을 서른 개 이어붙이면 된다. 박테리아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남극의 얼음 아래 싸늘하고 캄캄한 수심 800미터에도, 수온이 섭씨 93도에 이르는 심해 열수분출공에도, 당신의 입안에도 말이다.
모양새는 다소 원시적이지만 미생물은 수십억 년에 걸친 진화의 성과물이다. 따라서 미생물이 인간보다 덜떨어졌다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다. 미생물은 분 혹은 시간 단위로 생식하므로 지나온 세대 수로 따지면 환경 적응력이 오히려 우리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현장에서 살아남은 곰팡이를 생각해보자. 녀석은 진화를 통해 단 몇십 년 만에 방사능에서 에너지를 수집하는 능력을 획득했다. 만약 대재난이 이 지구를 덮친다면 미생물은 틀림없이 새로운 환경에 금세 적응해 번성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그러지 못한다.
미생물은 개체 수가 워낙 많은 데다가 상상을 초월하는 환경 적응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 까닭에 괜찮은 자리를 찾았다 싶으면 사람이든 아니든 지구상의 살아 숨 쉬는 온갖 생물체의 몸뚱이에 재빠르게 둥지를 튼다. 미생물이 처음에 인간을 집으로 삼은 이유는 그저 음식과 쉴 곳을 제공해준다는 것뿐이었지만, 진화를 거듭하면서 미생물은 이제 어엿한 인체의 기본 구성요소가 되었다.
[인체는 박테리아가 득실거리는 튜브] 사람의 몸은 본질적으로 입에서 시작해 항문까지 한 길로 통하는, 고도로 정교한 튜브다. 이 튜브의 안쪽 면은 우리가 소화관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장 미생물이 음식 소화에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남에도, 음식물이 거대한 장 미생물총 무리와 실제로 만나는 것은 소화관을 거의 다 지나온 후다. 일단 입으로 들어간 음식은 식도를 거쳐 위에 이른다. 위에 도착한 음식은 위산과 효소로 출렁이는 깊은 웅덩이에 푹 잠기고, 소화와 영양소 추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위의 혹독한 산성 환경에서 대략 3시간에 걸쳐 기계적으로 뒤섞는 과정이 끝나면 거칠게 뭉개진 음식물이 소장으로 천천히 밀려 내려간다. 소장부터는 모양새가 말 그대로 튜브와 똑 닮았다. 소장에서는 음식이 췌장에서 분비된 소화효소에 흠뻑 젖은 상태로 이동하는데, 그동안 음식물 안에 들어 있는 단백질과 지방, 탄수화물이 효소에 의해 소화된다. 소장에 사는 미생물의 수는 ‘불과’ 1티스푼당 5,000만 마리다. 즉, 아직까지도 음식이 장 미생물총과 제대로 만났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50시간에 이르는 험난한 여정의 종착지는 바로 대장, 정확히는 결장이다. 이곳에서 음식물 덩어리는 굼벵이처럼 천천히 움직인다. 대장의 안쪽 면은 끈적끈적한 점액으로 코팅되어 있다. 바로 이곳에서 곤죽이 된 음식 찌꺼기가 드디어 처음으로 장 미생물 무리와 마주한다. 대장의 미생물 밀도는 소장의 1만 배에 달한다. 대장에서 장 박테리아들은 건질 게 없어 보이는 음식 찌꺼기만으로도 부족함 없이, 아니 사실은 배터지게 잘 먹고 산다. 녀석들의 주식은 흔히 식이섬유라고 하는 식물성 복합 다당류다. 씨앗이나 옥수수알 껍질처럼 박테리아가 소비할 수 없는 것들은 식도를 지난 지 24~72시간이면 몸 밖으로 배출된다. 이 배설물에 적지 않은 수의 박테리아가 함께 섞여 나오는데 일부는 죽은 것이고 일부는 살아 있지만 어쩌다 휩쓸려 나온 것이다. 이렇게 배설되는 박테리아의 양은 대변 덩어리의 절반이나 되지만, 몸 안에 남은 형제들이 아직 많기 때문에 튜브는 여전히 미생물로 바글댄다.
그런데 애초에 박테리아는 어떻게 사람 소화관에 들어오게 된 걸까? 우리가 우리의 손, 음식, 애완동물을 통해 미생물에 반복 노출되면서 튜브도 미생물과 쉬지 않고 접촉한다. 이때 몇 번은 잠시 들렀다 떠나지만 일부는 아예 뿌리를 박고 몇 년 혹은 평생을 튜브에 머문다. 대장은 미생물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곳이다. 그렇다고 이곳에서의 삶이 그리 평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선 이곳에 이르기까지 위산 호수를 무사히 통과해야 한다. 그리고 어찌해서 마침내 대장에 잘 도착했다 해도 이곳에서 이미 천여 종의 박테리아가 텃세를 부리는 가운데 자신만의 보금자리를 찾아야 한다. 식량이 규칙적으로 들어오긴 하지만 경쟁도 몹시 치열하다. 사느냐 죽느냐는 먼저 음식을 낚아채느냐 경쟁자에게 뺏기느냐에 달려 있다. 장 미생물총에게 살아남는 게 쉬웠던 적은 역사상 한순간도 없었다. 하지만 현재 서구 사회에서 장 미생물총 생태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잔해만 남은 서양인의 장 미생물총] 전통 농경사회 스타일로 사는 사람의 뱃속은 1만 년 전 인류 조상의 뱃속과 닮아 있어 요즘 서양인에 비해 장 미생물총 구성이 훨씬 다양하다. 이런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차이는 비단 성인의 몸속에서만 관찰되는 현상이 아니다.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의 시골에 사는 아이들을 조사했더니 이들이 가진 장 미생물총이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에 사는 아이들과 사뭇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서양인의 장 미생물총이 가공식품을 거의 먹지 않고 항생제를 달고 살지 않으며 가방에 손세정제를 넣고 다니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더 단조롭다는 증거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다양성은 중요하다. 장 미생물총과 같은 생태계에서 다양성은 시스템 붕괴를 막는 완충제 역할을 한다. 여기 각양각색의 곤충과 새로 이루어진 생태계가 있다고 치자. 그런데 어느 한 곤충종이 사라졌다. 그래도 새들은 문제없이 살아간다. 선택의 폭이 좁아지긴 했지만 다른 곤충을 잡아먹으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곤충종이 계속 하나둘씩 멸종해간다면 새들은 언젠가 굶어죽게 될 것이다. 그런데 서양인의 장 미생물총에서 다양성이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장 미생물총 생태계는 붕괴의 위기에 처했다고 볼 수 있고, 이 붕괴는 이 생태계의 터전을 제공한 인간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불가피한 협력관계] 살모넬라, 비브리오 콜레라와 같이 흔히 병원균이라 부르는 몇몇 박테리아 종은 인간과 적대적인 관계이기는 하지만, 이는 소수의 예외일 뿐 대부분은 사람 몸에 기거하면서 땅 주인과 사이좋게 지낸다. 안타까운 점은 일부에 불과한 병원균이 항생제 남용을 부추겨 대다수인 착한 녀석들까지 몰살시킨다는 것인데, 이는 이 생태계 전체 나아가 우리 자신까지 해하는 것이다.
우리 몸속 미생물은 종마다 고유한 유전자 코드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장 미생물 각각이 지닌 유전자들을 한데 묶어서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미생물에서 비롯된 우리의 ‘두 번째 게놈’이다. 게놈이 사람마다 - 물론 일란성 쌍둥이는 예외지만 - 제각각이듯 두 번째 게놈인 마이크로바이옴도 다 다르다. 따라서 마이크로바이옴이 한 인간의 정체성 확립에 큰 기여를 하는 셈이다. 예로 일본인의 장에는 해조를 먹이로 먹는 박테리아가 살지만, 서양인의 장에는 없다. 일본인의 식탁에 해조가 워낙 자주 오르는지라 장 미생물총 자체가 이것을 식량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이다.
장 미생물총이 사람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아마도 장에서 발효작용을 하는 동안 분비하는 화학물질일 것이다. 사람은 이 물질을 흡수해 아깝게 그냥 버려질 뻔한 칼로리를 음식에서 뽑아낸다. 칼로리를 얻을 먹을거리가 흔치 않았던 우리 조상들을 살린 것은 바로 이 화학물질이다. 요즘에는 칼로리를 효율적으로 추출하는 것이 예전만큼 중요하지 않지만, 이 화학물질들은 인체 면역기능을 보존해 언제든 병원균을 물리칠 수 있게 하고 대사 속도를 조절하므로 여전히 인체 생리에 중요하다.
평생의 동반자, 장 미생물 대모집
[생애 첫 만남] 자궁 안에 있는 사람 태아에게는 미생물이라고는 구경할 기회조차 없다. 이 9개월은 사람이 온전히 인체 세포만으로 살아가는 유일한 시기다. 그러다 자궁을 떠나는 순간, 인간은 죽는 날까지 상대해야 할 각종 미생물로 시끌벅적한 세상에 내던져진다. 산도를 지나오면서 아기가 처음 맞닥뜨리는 박테리아는 엄마의 질과 항문에 있던 놈들이다. 보통 여성의 질에는 락토바실러스라는 산소를 견뎌내는 균이 상당수 존재한다. 그런 까닭에 자연분만으로 출생하는 아기의 장에도 이 락토바실러스가 많다. 아기가 뒤로 돌아누운 자세로 질을 내려오면 엄마의 결장이 치약 짜듯 짓눌리면서 신생아가 엄마의 장 미생물총에 무더기로 노출된다. 엄마가 친구나 배우자까지 일일이 골라주지는 않겠지만, 뱃속 반려균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결정해주는 셈이다.
반면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는 완전히 다른 경로로 박테리아와 처음 대면한다. 바로 피부를 통해서다. 자연의 이치에 순응한다고는 할 수 없는 이 접촉 경로로는 엄마의 유산만을 고스란히 받는 자연분만과 달리 처음부터 타인의 균도 상대하게 된다. 그러면 아기의 장 미생물총에서 친모가 준 박테리아의 비중이 크게 줄어든다. 일반적으로 제왕절개로 태어난 신생아의 장에는 자연분만아에 비해 프로테오박테리아가 더 많고 비피도박테리아가 더 적다. 이것은 별로 이상적인 조합은 아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교수인 롭 나이트 부부는 최근에 제왕절개로 아이를 출산했다. 하지만 장 미생물총 구성의 품질이 제왕절개술과 자연분만 간에 얼마나 다른지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두 사람은 자연분만 과정을 직접 재현하기로 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면봉으로 산모의 질 검체를 채취해 딸아이의 몸 여기저기에 문지른 것이다. 그렇게 해서 뭐가 되겠나 싶겠지만, 이것은 아마도 장 미생물총에 관한 한 자연분만 다음으로 가장 좋은 출산방법일 것이다.
[장 미생물의 교과서, 모유] 한 사람의 인생에서 첫 몇 개월은 장 미생물총 세상에 다시없을 격변의 시기다. 이 짧은 기간에 여러 균주가 흥했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쇠망하는 일이 릴레이처럼 이어진다. 그런데 초창기 장 미생물총이 어떻게 구성되느냐가 거의 복불복인 것이 사실이긴 해도, 그렇다고 모두가 우연의 결과인 것은 결코 아니다. 바로 초유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이 나서 처음 먹는 음식은 모유다. 모유는 개체의 생존력을 극대화시킨다는 진화 원동력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모유성분 목록을 쭉 훑어보면 마치 누군가 일부러 몸에 좋다는 것은 다 모아놓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주목해야 할 성분이 하나 있다. 바로 모유 올리고당, 즉 HMO다. HMO는 화학구조가 복잡해서 사람은 이물질을 소화시킬 능력이 되지 않는다. 이 물질이 특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해석하자면 모유의 주성분이라는 것이 아기가 소화시킬 수 없는 물질이라는 소린데, 도대체 엄마들은 써먹지도 못할 물질을 왜 그렇게 공을 들여 만드는 걸까? 그것은 HMO가 아기가 아니라 아기 몸속에 있는 장 미생물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장 미생물총은 2,500만 개의 유전자를 활용해 HMO를 분해하고 에너지를 추출한다. 모유 수유를 하는 여성은 제 자식뿐만 아니라 자식의 뱃속에 머무는 100조 마리의 박테리아 식객까지 대접하는 셈이다. 그런데 HMO의 역할이 선발대 유익균을 먹여 살리는 것만은 아니다. 이 물질은 또 다른 유익균, 박테로이디스의 정착도 돕는데, 박테로이디스는 식물류를 처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HMO는 박테로이디스의 입주를 도우며 아기에게 이유식을 시작할 준비를 차근차근 시키는 것이다.
한편 장 미생물총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지한 발 빠른 업체들은 사람 모유를 비슷하게 흉내 낸 신제품을 내놓고 이른바 ‘프리미엄’ 분유라며 대대적으로 광고한다. 그들이 새로 첨가했다고 자랑하는 성분 중에는 GOS라는 것이 있다. GOS, 즉 갈락토올리고당은 화학구조와 효능 면에서 HMO에 크게 못 미치는 합성 탄수화물이다. 이것 말고 살아 있는 프로바이오틱스 균을 통째로 넣은 제품도 있긴 하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 첨가성분들이 더해진 제품이 영아와 장 미생물총 모두에게 진짜 모유만큼 좋다는 주장을 믿어줄 만한 근거 자료가 거의 없다. 게다가 이런 제품들은 가격도 비싸다.
[생태계를 일망타진하는 방법] 서양의 부모들은 어린 자녀가 조금만 아파도 다들 무슨 통과의례처럼 항생제를 쓴다. 항생제는 박테리아를 죽인다. 그런데 장 미생물총의 구성원도 대부분 박테리아이기 때문에 항생제가 몸에 들어올 때마다 무고한 장 미생물총 사회도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 우리 몸속 파트너 장 미생물총이 이런 식으로 살해되면 단기적으로도 장기적으로도 심각한 결과를 낳는다.
한 증례 연구에 의하면, 이유식을 시작한 후 장 미생물의 번영기가 찾아온다고 한다. 반면 항생제를 투여한 뒤에는 정반대되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처음 몇 번 투여 만에 장 미생물총의 다양성이 급감한 것이다. 예상치 못한 결과는 아니다. 대부분의 항생제는 스펙트럼이 넓어 여러 종류의 박테리아를 한꺼번에 죽일 수 있다. 따라서 병을 일으키는 나쁜 박테리아만이 아니라 장 속 착한 박테리아까지 깡그리 공격한다. 그런데 몇 주 뒤 똑같은 감염병이 도져 똑같은 항생제를 다시 맞아야 할 때는 손해가 처음만큼 크지는 않다. 그 사이에 항생제의 공격을 견뎌낼 정도로 적응력이 생긴 것이다.
이 연구는 항생제가 두 가지 측면에서 장 미생물총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첫째, 단기적으로 항생제는 장 박테리아를 대량 살상한다. 둘째, 보통은 항생제를 끊으면 장 미생물총 생태계가 어느 정도 회복하긴 해도 절대 처음으로 완전히 되돌아가지는 않는다. 항생제 치료를 자주 받는 어린이는 천식과 습진, 비만 등 다양한 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한다. 항생제 사용과 그로 인한 장 미생물총의 변화가 이들 질환에 어떻게 닿아 있는지는 앞으로 밝혀내야 할 숙제지만, 장 미생물총 사회의 교란이 위장관 상태와 전혀 상관없는 듯 보이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면역계의 주파수를 맞춰라
[현대인들에게 많은 질환] 지난 반세기 동안 서양에서는 알레르기와 자가면역질환이 급증했다. 이 범주에 속하는 병명을 대표적인 것만 꼽아도 계절성 알레르기와 습진, 피부염, 크론병, 궤양성 결장염, 다발성 경화증 등 다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이런 면역 질환들이 요즘 왜 이렇게 흔해진 걸까? 항간에는 이에 관한 각종 설이 난무한다. 누군가는 독성 화학물질과 환경오염 때문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만성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주범이라고 한다. 이 병들은 하나하나가 다 복잡하고 환자 개개인마다도 다수의 환경적 인자가 작용한다. 그런 가운데 최근 속속 드러나는 증거들은 모두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바로 장 미생물종과 면역계의 상호작용이 이런 질환 발병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것이다.
[면역계의 컨트롤타워, 위장관] 피부나 입안 같은 다른 서식지의 미생물 사회와 비교하면, 장 미생물과 면역계 사이의 관계는 특별하다. 장 미생물은 위장에 파견된 연락책을 통해 면역계 본부와 끊임없이 의견을 주고받는다는 면에서다. 이 양자 간의 대화는 장에 이물질이 들어왔을 때 인체가 그것이 음식처럼 무해한 것인지, 아니면 살모넬라균처럼 유해한 것인지 구분하게 한다. 면역계는 기동성이 뛰어나다. 면역세포는 위장관에 전진 배치되어 장 미생물로부터 긴밀한 첩보를 받다가, 언제든지 철수해 혈액을 타고 이동해 다른 곳으로 진지를 옮길 수 있다. 그런 면역세포 가운데 대표적인 T세포는 오늘은 소장에 머물렀다가 내일은 폐나 척수에 짠 등장하곤 한다. 면역세포가 이렇게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것이 인간의 논리로는 아무 의미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의미가 있다.
어떤 T세포가 장에 머물 때 어떤 병원균을 만났다고 치자. 그러면 T세포는 스스로를 빠른 속도로 복제해 전신에 퍼뜨린다. 침입자가 들어왔음을 다른 조직과 장기에 경고하는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느지막이 폐에 도착한 병원균은 이미 중무장하고 있는 T세포 부대에 의해 격멸된다. 이렇듯 장미생물이 초병 역할을 해 침입자를 발견하는 즉시 전신에 경보를 울리는 덕분에, 면역계가 전면전에 대비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장 미생물은 면역계 전체의 감도와 반응을 조절하는 감독관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