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의 미래
이정환 외 지음 | 인물과사상사
저널리즘의 미래
이정환, 김유리, 정철운 외 지음
인물과사상사 / 2015년 8월 / 328쪽 / 15,000원
1. 무너진 저널리즘
가격 없는 상품의 딜레마
1963년 우리나라에서 라면이 처음 나왔을 때 삼양라면 한 봉지 가격이 10원이었다. 그 무렵 《조선일보》 구독료는 월 100원이었다. 50여 년이 지난 2015년 1월, 삼양라면은 한 봉지에 750원까지 올랐고 《조선일보》 구독료는 1만 5,000원으로 올랐다. 라면 값이 75배 오르는 동안 신문 구독료는 150배 올랐는데 지면이 4면에서 48면 이상으로 늘어났으니 지면 기준으로는 겨우 12배 오르는 데 그친 셈이다. 라면 판매는 계속 늘어 2013년 기준으로 연간 36억 3,000만 개, 한 사람이 74.1개꼴로 먹는다. 신문 구독은 계속 줄어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구독률이 2002년 52.9퍼센트에서 2013년 20.4퍼센트까지 떨어졌다. 컨설팅업체 퓨처익스플로레이션네트워크는 한국에서 2026년에 종이 신문이 사라질 거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방송 환경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 이후, 지상파 직접 수신 비율은 오히려 7퍼센트 미만으로 떨어졌고 통신사들이 IPTV 결합 상품에 마케팅을 집중하면서 방송의 통신 종속이 본격화하고 있다. 유료 방송 가입자 수가 늘어나면서 ‘본방사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VOD(주문형 비디오) 시장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전통적인 ‘공짜 콘텐츠+광고’ 모델이 이제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콘텐츠 시장이 새롭게 열리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이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의 이야기로, 뉴스 콘텐츠는 갈수록 밀려나고 있다. KBS와 MBC 등 공영방송부터 앞장서서 시사ㆍ교양 프로그램을 줄이고 있고 종합편성채널의 선정적인 대담 프로그램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모바일이 주류 콘텐츠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포털 사이트(=포털)의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뉴스가 파편화되고 지상파 방송사들의 영향력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사양산업이 되어가는 언론: 이 모든 통계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신문이나 방송이나 언론은 이미 사양산업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지난 10여 년 동안 모든 지표가 반의 반 토막 수준으로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작 문 닫는 언론사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 놀라울 지경이다. 그동안 언론사들은 콘텐츠를 공짜로 뿌리면서 광고를 붙여 수익을 내왔다. 가격 없는 상품의 딜레마는 세계적으로 언론 산업이 겪는 공통의 화두지만 한국 언론은 특히 변화에 둔감한 모습이다. 한때 신문사들은 서비스 구독을 남발하면서 구독자를 늘려왔다. 자전거를 나누어주기도 했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현금과 백화점 상품권까지 뿌려가면서 독자 확장에 나섰는데, 그것도 이제 모두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이제 발행 부수가 광고로 연결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고 조중동부터 앞장서서 지국에 내려 보내는 무가 부수를 줄이기 시작했다. 《동아일보》의 경우 2012년에 발행 부수 대비 유료 부수 비중이 71퍼센트였는데 2013년에는 78퍼센트로 늘어났다. 유료 부수가 줄어드는 이상으로 무가 부수를 줄였다는 이야기다. 급기야 일부 신문사들은 일부 인쇄 공장을 폐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일보》가 2014년 11월 대구 인쇄 공장을 내다 팔았고 《동아일보》는 일찌감치 지난 2012년 서울 오금동 공장을 폐쇄했다. 《한국일보》도 경기도 성남과 경남 창원의 인쇄소와 계약을 해지할 계획이다.
급감하는 광고 매출: 지상파 방송사들은 몇 년째 유료 방송 사업자들과 재송신 수수료를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데 정작 콘텐츠 경쟁력은 계속 추락하고 있다.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한때 막강한 슈퍼 갑의 권력을 휘둘렀는데 이런 식으로 가면 수많은 PP(program provider, 프로그램공급자) 가운데 하나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콘텐츠 사업자에서 플랫폼 사업자로 권력이 넘어가면서 지상파 방송사들은 입지가 더욱 비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콘텐츠를 팔지 못하고 광고를 파는 기형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필연적으로 광고주와의 유착을 부르고 콘텐츠의 왜곡을 불러온다. 방송뉴스에서는 이미 경제 기사를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얄팍한 재테크와 가십성 생활 정보가 넘쳐날 뿐이다. 신문 보도에서도 기업 소식은 많지만 자본권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기사는 기대하기 어렵다. 정치권력을 비판하기는 쉽지만 직접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광고주를 비판하기는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다.
문제는 이제는 그나마 광고주와의 유착도 올드미디어의 생존을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왔다는 데 있다. 방송 광고와 신문 광고는 모두 급감하고 있다. 그런데 광고가 줄어들었지만 드러나지 않는 협찬이나 후원은 늘어나고 있다. 한 대기업 홍보 담당 임원은 “광고 집행 금액 대비 협찬과 후원 비중이 60퍼센트 수준까지 늘어났다”면서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협찬과 후원 지출이 일반 광고보다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음성적이고 변칙적인 광고가 늘어나면서 언론과 광고주의 유착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언론과 광고주가 길항 관계에서 공생 관계로 그리고 그 무게중심이 광고주로 옮겨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트래픽 저널리즘
세계에서 구글이 장악하지 못한 몇 안 되는 나라, 한국에서 네이버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인터넷 이용 인구 3,500만 명 가운데 2,500만 명 이상이 인터넷 웹 브라우저의 첫 화면을 네이버로 설정해놓고 있다. 네이버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이 하루 10억 건에 육박하고 검색 점유율은 75퍼센트를 웃돈다. 2001년 네이버가 뉴스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네이버가 첫 화면 편집을 바꿀 때마다 언론사 트래픽이 요동을 쳤고 희비가 엇갈렸다. 네이버 같은 거대 플랫폼 사업자에게 독점 논란은 숙명과도 같다. 네이버가 첫 화면 뉴스를 직접 선정해 편집하던 시절에는 수천만 명이 같은 기사를 읽는 상황이 벌어지곤 했다. 아무리 공정하게 편집한다고 해도 네이버가 뉴스를 내보낼 때마다 여론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진보와 보수 양쪽 진영에서 끊임없이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네이버는 공정성보다는 기계적 중립에 치중했고 민감한 이슈를 외면함으로써 여론을 왜곡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황용석 건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2002년까지는 개별 언론사들의 독자적인 웹사이트 트래픽 비중이 높았으나 이후에는 포털로 집중화되었다”면서 “포털 사업자들이 자원 배분에 취약했고 언론사들도 콘텐츠 투자보다는 비용 절감에 주력하면서 성장 동력을 잃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황용석 교수는 “언론이 포털에 기생해 연명하는 구조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네이버에 목매는 언론사들: 네이버는 언론사들 공동의 적이면서 동시에 슈퍼 갑으로 군림해왔다. 언론사들은 네이버의 독점을 비판하면서도 네이버에서 넘어오는 온라인 트래픽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고, 일치단결해서 네이버를 공격하는 것 같다가도 계약을 체결할 때는 뿔뿔이 흩어져 전재료(轉載料) 인상에 목을 맨다. 네이버는 찔끔찔끔 전재료를 올려주면서 언론사들을 달래 왔다. 전재료 문제는 애초부터 경쟁 시장이 아니라 전적으로 네이버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네이버가 언론사에 지급하는 전재료가 2012년 기준으로 연간 130억 원 수준, 다음과 네이트를 합쳐 300억 원 수준이었으나 조중동 등이 네이버를 비판하는 기사를 집중적으로 쏟아내면서 2014년 계약 갱신 과정에서 네이버의 전재료가 크게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언론과 포털의 공생을 생각해야 한다: 한 언론사 관계자는 “네이버에 뉴스를 헐값에 팔아넘겨 독자들을 뺏겼다는 게 그동안 언론사들의 불만이었는데 이제는 적지 않은 돈을 받고 있으니 헐값이라고 하기도 어렵게 되었다”면서 “과연 돈으로 보상을 받으면 해결되는 문제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 포털 관계자는 “언론사가 포털에 기사를 공급한 대가로 돈을 받는 곳은 한국 밖에 없다”면서 “과거 신문사들이 공짜에 가까운 가격으로 신문을 뿌리면서 광고로 돈을 벌었던 것처럼, 온라인에서도 광고주에게 하듯 포털에 돈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 언론사들은 혹독한 구조조정을 치르면서 생존을 모색하고 있는데 한국 언론사들은 단순히 포털에서 받는 걸 늘리겠다는 전략으로 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언론사의 자성의 목소리도 높지만 포털 책임론도 나온다. 지배적인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네이버를 단순한 영리기업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최락선 한국온라인편집기자협회 회장은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문제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네이버를 통해 뉴스를 읽는데 네이버가 뉴스를 편집하는 기준이 공정하지 않다는 데 있다. 한 사회의 뉴스를 한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태생적으로 공정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최소한의 질서를 만들고 반칙 행위를 단호하게 규제하고 양질의 저널리즘을 지원하려는 시도를 멈추어서는 안 된다. 언론이 포털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면 포털 입장에서도 저널리즘의 추락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함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2. 신문의 위기
폐지 공장으로 직행하는 종이 신문
오늘날은 미디어콘텐츠의 과잉 공급 시대다.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모든 뉴스를 검색할 수 있다. 오늘 자 《조선일보》 종이 신문 1면 톱기사가 궁금하면 《조선일보》 어플리케이션에 접속해 지면 보기를 누르면 된다. 로그인만 하면 무료다. 출근길에서 더 이상 월 1만 5,000원의 종이 신문이 설 자리는 없다. 언론재단이 실시한 ‘2014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1주일간 종이 신문 및 컴퓨터ㆍ모바일을 통해 신문 콘텐츠를 이용한 결합 열독률은 78퍼센트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의 결합 열독률은 94.3퍼센트로 높게 나타났다. 신문 콘텐츠의 영향력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종이 신문 열독률은 2013년 33.8퍼센트에 그쳤다. 2002년 82.1퍼센트에 비해 크게 하락한 수치다.
한국ABC협회가 발표한 2014년 신문 부수 공시 결과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129만 부, 《중앙일보》는 81만 부, 《동아일보》는 71만 부의 유료 부수를 기록했다. 2002년 조중동 유료 부수는 모두 481만 부였으나, 2014년엔 281만 부로 무려 200만 부가 감소했다. 부실 부수까지 고려하면 실제 유료 부수는 더 떨어진다. 《조선일보》의 한 신문 지국장은 “새벽마다 인쇄소에서 나온 종이 신문이 트럭에 실려 곧바로 폐지 공장으로 이동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질적 성장보다 양적 성장: 한국의 신문 산업은 기사의 품질보다 경품과 무가지에 기대어 양적으로 성장했다. 신문사는 구독료를 올리는 대신 기업의 광고와 협찬에 의존했다. 구독료를 올리면 충성도 낮은 독자가 빠져나가고, 광고 단가 하락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주요 종합 일간지는 무가지를 찍어내며 부풀린 부수를 근거로 광고 단가를 올렸다. 그 결과 광고 의존도가 증가했다. 독일 신문의 경우 신문 판매로 얻는 수입이 전체의 60퍼센트 수준이지만 한국은 20퍼센트대에 불과하다. 신문 수익에서 광고 비중이 높은 캐나다와 미국의 경우 지역 단위 소매 광고나 생활 정보 광고가 많다. 하지만 한국은 삼성전자 등 대기업 광고 비중이 높다. 그만큼 대자본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 2000년대 언론개혁운동이 ‘보수 대 진보’라는 이데올로기 전선을 형성하며 대기업 광고 의존도가 높은 신문산업구조 개혁운동은 크게 힘을 얻지 못했다.
종이 신문의 ‘수익 사업’은 진화해 독자를 속이는 광고 기사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일례로 《미디어오늘》은 2014년 《조선일보》의 건강섹션인 《헬스조선》 측이 모 대학 병원에 보낸 ‘협찬금을 주면 홍보성 기사를 써주겠다’는 공문을 입수하기도 했다. 이 같은 지면 전략은 언론이 언론의 자산인 신뢰도를 스스로 낮추어 종이 신문의 영향력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지역 신문의 경우 출입처를 중심으로 홍보성 기사를 써주고 자사 종이 신문 구독을 요구하기도 한다. 종이 신문의 권위는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가 도래하며 광고주는 종이 신문을 떠났다. 경제가 어려워서 신문 광고를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신문이라서 광고를 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 종이 신문 광고도 광고 효과 때문이 아니라 비판 기사를 우려한 보험성 집행 성격 또는 홍보성 기사에 대한 보답 성격이 크다는 게 광고주들 설명이다. 정치적 힘을 통해 종이 신문은 계속 광고와 협찬을 받을 수 있지만, 하락세는 피하기 어렵다. 강정수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연구원은 “미디어 소비자가 디지털로 이동하고 있고 광고주도 디지털로 이동하고 있다. 최소치의 종이 신문은 생산될 수 있지만 종이 신문의 경제성은 이미 소멸했다고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조선일보》의 한 신문 지국장은 “《조선일보》가 신문 한 부를 발행하는 비용이 7,000원이다. 10만 부만 줄여도 경비 절감이 연간 84억”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신문사 입장에서는 발행 부수를 줄이고도 광고 단가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부수를 줄일 판이다.
3시간 만에 버려질 기사, 10년 뒤에도 읽힐 기사
《한겨레21》의 「노동OTL」 기사는 7년이 지난 지금도 읽힌다. 기자들이 한 달간 기자라는 직업을 숨기고 가전제품 공장, 감자탕집, 가구공장, 대형 마트에서 임금노동자로 겪고 느낀 시간들이 숨 막히게 담겼다. 5개월간 연재된 기사는 통계가 아닌 땀과 노동으로 채워졌고, 비정규 노동 현장을 현실적으로 묘사하며 사회적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일할수록 가난한 ‘워킹푸어’의 현실이 르포르타주의 형식으로 구현되었던 이 시리즈는 『4천 원 인생』이란 책으로 나왔다. 이 책은 13쇄가 나갔다.
2005년 《시사저널》 830ㆍ831 합본호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언론계에 회자되고 있다. 잡지 한 권이 모두 삼성 관련 기사로 채워졌던, ‘삼성 전면 특집호’라는 유일무이한 도전이었다. 이건희 리더십에 대한 비평부터 삼성 구조본과 세리(삼성경제연구소)에 대한 해설, 무노조 경영의 비밀과 삼성 임원 1,639명 분석에 삼성가 혼맥까지 정리했다. 흩어져 있던 삼성에 대한 정보를 한 권에 모아 삼성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맥락 저널리즘을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가 도래한 이후 우리는 휘발성 기사가 넘쳐나는 온라인 저널리즘 속에 살고 있다. 흩어진 정보의 양만큼, 정보가 전환되는 속도만큼, 우리는 시공간을 벗어난 정보의 타임라인, 늘 가치 있는 에버그린 콘텐츠를 갈망하고 있다. 에버그린 콘텐츠는 2014년 《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에 등장하며 언론계에 회자되기 시작한 개념이다. 에버그린 콘텐츠는 수많은 휘발성 기사들의 모음이다. 즉, 기존의 텍스트에 콘텍스트를 입힌 콘텐츠다. 마가렛 대처가 사망했을 때, 《가디언》은 수작업을 통해 과거 대처와 관련한 기사를 정리, 대처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강정수 연구원은 “에버그린 콘텐츠의 핵심은 언론사의 누적된 지적 자산을 재활용하기 쉽게 만들자는 데 있다”고 설명한다.
오늘날 언론은 방대한 정보를 누적하고 있다. 이미 정리된 ‘정보의 도서관’이 있다면 필요한 기사만 쉽게 끄집어내 재가공하여 사건의 타임라인을 구현할 수 있다. 강정수 연구원은 “독일 《슈피겔》의 경우 1960년대부터 취재 내용을 정리해왔지만 한국은 자료 정리에 역량을 투여하지 않고 보관만 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강정수 연구원은 “자료 정리 시스템이 아날로그에 머무르면 자료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게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핵심은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디지털 자산 관리다.
에버그린 콘텐츠는 기존의 취재 문법과 다르다. 보도 자료와 스트레이트 기사 형식으로 당일 이슈를 쫓아가고, 전문가와 관련자의 코멘트를 받는 기존 문법과 달리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에버그린 콘텐츠의 핵심은 맥락 저널리즘, 즉 구조화된 저널리즘이다. 이는 개별 뉴스 정보가 생성될 때 태그(tag)를 추가해 저장하고 이를 기초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