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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어 이야기

홍승직 지음 | 행성B잎새



한자어 이야기



홍승직 지음

행성B잎새 / 2015년 9월 / 296쪽 / 15,000원



개발ㆍ계발(開發ㆍ啓發)



‘개발’과 ‘계발’은 발음과 의미가 비슷해서 혼동하기 쉬운 한자어이다. 개발과 계발은 같은 뜻일까, 다른 뜻일까? 다르다면 어떻게 다를까?

우리는 모르는 한자를 우리말로 풀어서 이해한다. 그런데 중국 사람들은 모르는 한자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바로 비슷한 뜻의 다른 글자로 이해한다. ‘개(開)’와 ‘계(啓)’는 모두 원래 뜻이 ‘열다’이다. 그래서 옛날 중국 서적을 보면 ‘개(開)의 뜻은 계(啓)와 비슷하다’고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개발과 계발은 같은 뜻의 단어가 아니다.

개발의 뜻에는 ‘열다’, ‘봉한 것을 뜯다’, ‘개척, 발전’, ‘슬기, 지능, 식견 등을 열어 주다’ 등이 있다. 여기서 가장 마지막 뜻이 바로 계발이다. 즉 같은 개발의 의미이지만 정신적ㆍ교육적 측면을 말할 때는 계발이라고 한다. 반면에 물질적ㆍ경제적 측면을 말할 때는 반드시 개발로 써야 한다.

지나친 주입(注入) 교육이 우리 교육 현실에서 가장 큰 문제라고 한다. 주입 교육과 반대되는 말이 바로 계발 교육이다. ‘계발 교육’은 또한 ‘개발 교육’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경제개발’을 ‘경제계발’이라고 할 수 없고, ‘개발도상국’을 ‘계발도상국’이라고 할 수 없다.

경질(更迭)



정부에서 개각할 때가 되면 ‘OO부 장관이 경질일까, 유임(留任)일까’ 하는 것이 큰 관심거리가 된다. 경질은 ‘어떤 직위에 있던 사람을 바꾸고 딴 사람을 그 자리에 임용한다’는 말이다. 간단히 말해서 ‘교체하다, 새롭게 바뀌다’의 뜻이다. 반대로 유임은 원래 있던 사람을 계속 그 자리에 임용한다는 말이다.

경(更)은 느슨해진 물건을 다시 팽팽하게 조이는 모양에서 나왔다. ‘고치다, 바꾸다’의 뜻으로 쓰일 경우에는 ‘경’으로 읽고 ‘다시’의 뜻으로 쓰일 경우에는 ‘갱’으로 읽어야 한다. ‘죽을 지경에서 다시 살아나다, 못쓰게 된 것을 다시 손을 대어 쓰게 만들다’의 뜻을 가진 갱생(更生)이 그 예이다.

그러면 ‘更新’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 ‘운동선수가 기록을 更新하다’와 같이 ‘고쳐서 새롭게 하다’의 뜻으로 쓰일 경우에는 ‘경신’으로, ‘계약(更新)’과 같이 ‘다시 새롭게 하다, 다시 새로워지다’의 뜻으로 쓰일 경우에는 ‘갱신’으로 읽어야 한다.

괄호(括弧)



괄호란 숫자나 문자, 문장, 수식의 일정한 부분을 다른 것과 구분하기 위하여 묶는 기호를 말한다. 흔히 쓰는 모양으로 ( ), [ ], { } 등이 있다. 아주 자주 쓰면서도 ‘괄호’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갈호’ 또는 ‘과로’라거나 심지어 ‘가로’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모두 옳지 않다.

글자 ‘괄(括)’은 ‘묶다, 담다, 싸다’를 뜻한다. 그래서 괄(括)이 들어간 글자는 모두 이 의미와 관계가 있다. 예를 들면, 개괄(槪括)은 ‘대충 추려 한데 묶다’, 총괄(總括)은 ‘여러 가지를 한데 모아서 묶다’, 포괄(包括)은 ‘있는 대로 온통 휩쓸어 싸다’는 말이다.

호(弧)는 나무로 만든 활이다. 활처럼 굽은 모양을 말할 때는 호(弧)를 쓴다. 호선(弧線)은 활 모양처럼 굽은 선이고, 수학에서는 원을 이루는 둥근 선의 일부를 지칭할 때 호(弧)라고 한다. 괄호도 결국 활 모양으로 묶는 기호이다.

구랍(舊臘)



신문 기사에 종종 ‘구랍 O일에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식으로 ‘구랍’이란 말이 등장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게 무슨 말인지, 혹시 활자가 잘못 찍힌 건 아닌지 오해하는 독자가 많다고 한다. ‘구랍’을 한자로 쓰면 ‘舊臘’이다. ‘지난해의 섣달’ 즉 ‘작년 12월’을 말한다.

원래 음력 섣달을 납월(臘月)이라고 했다. 이런 별칭이 생긴 이유는 납향(臘享)이라는 제사를 올리는 달이기 때문이다. 납(臘), 납제(臘祭) 등으로 불렸던 이 제사는 옛날 섣달의 중요한 행사였다. 한 해를 마치며 수확한 각종 곡식을 모아 놓고 풍성한 수확을 올리도록 도와준 신에게 올리는 감사의 제사였다. 이 제사를 올리는 날을 납일(臘日) 또는 납평(臘平)이라고 하는데, 중국에서는 동지가 지난 후 세 번째 술일(戌日), 조선에서는 동지가 지난 후 세 번째 미일(未日)에 거행했다.

구랍은 또 객랍(客臘)이라고도 했다. ‘손님처럼 잠깐 머물렀다 가버린 지난해 섣달’이라는 뜻에서였다. 마찬가지로 작년을 객년(客年)이라고도 했다. 음력을 사용하던 풍습에서 생긴 말이므로 음력 섣달만 구랍이라고 해야 옳겠지만, 지금은 그저 지난해 섣달이란 뜻에서 양ㆍ음력 모두에 통용되고 있다.

노당익장(老當益壯)



연로한 사람이 나이답지 않게 씩씩하고 건장한 모습을 보일 때 ‘노익장(老益壯)을 과시한다’고 말한다. 흔히 이익이란 뜻으로만 알고 있는 한자 ‘익(益)’이 ‘A 익(益) B’의 형태로 쓰이면 ‘A 할수록 더욱 B 해지다’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니까 노익장은 ‘늙을수록 더욱 씩씩하다’란 뜻이다.

노익장은 노당익장(老當益壯)이란 말에서 나왔다. 당(當)은 ‘마땅히 OO해야 한다’는 뜻으로, 노당익장 하면 장부가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마땅히 나이가 들수록 더욱 씩씩하고 굳건해야 한다’는 말이다. 원래 중국 후한 때의 명장 마원의 이야기에서 나왔다.

마원은 어려서부터 의지와 기개가 남달랐다. ‘대장부가 뜻을 이루려면 어려울수록 굳건해야 하고 나이 들수록 씩씩해야 한다’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전쟁터에서 많은 공을 세웠다. 그의 나이 62세 때, 나라에 반란이 일어났다. 여러 장수가 나섰지만 진압에 실패하여, 마원은 자기가 갈 것을 청했다. 그 나이에 어림없다는 황제의 만류를 뿌리치고, 갑옷을 걸치고 말에 뛰어올라 노익장을 보여주고 결국 반란을 진압했다고 한다.

도리불언(桃李不言)



도리불언을 풀면 ‘복숭아나무나 오얏나무는 말을 하지 않는다’이다. 원래 도리불언 다음에 하자성혜(下自成蹊)란 말이 이어져 한 짝을 이룬다. ‘복숭아나무나 오얏나무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꽃이 피거나 열매가 열리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그 밑에 저절로 길이 생길 정도이다’라는 뜻의 옛날 속담에서 온 말이다. ‘실력 있는 사람에게는 따르는 사람이 저절로 많은 법이므로, 굳이 이런저런 말로 자기를 내세우려고 애쓰지 않는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중국 한나라 때 이광이라는 명장이 있었다. 용맹하기 짝이 없어 일생 동안 70여 차례 흉노와의 싸움에서 패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비장군(飛將軍, 날아다니는 장군)’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는 원래 말재주가 없어서 말을 아꼈기 때문에, 조정 간신들의 오해와 미움을 많이 샀다. 최후의 싸움에 패하여 자살한 것도 간신들의 중상모략으로 지원병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죽음으로 온 국민이 충격 속에 비탄에 잠겼다. 평소 아무 말이 없었는데 그를 지지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것을 보고, 당시 역사 기록에서 인용한 속담이 바로 이 ‘도리불언 하자성혜’였다.

등본ㆍ초본(謄本ㆍ抄本)



주민등록등본이나 초본을 발급받기 위해 동사무소나 구청에 가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등본과 초본은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등본은 ‘원본대로 베껴 적은 서류’라는 말이고, 초본은 ‘원본에서 필요한 부분만 베껴 적은 서류’를 가리킨다. 등(謄)과 초(抄)는 모두 ‘베끼다’라는 뜻이다. 구분해서 쓰일 경우, 등(謄)은 원본의 내용을 그대로 베끼는 것을 말하고, 초(抄)는 그중 필요한 일부만 베끼는 것이다.

이를테면 주민등록등본은 주민등록 원본에 기록된 세대별 사항을 모두 그대로 베낀 것이고, 주민등록초본은 원본 중에서 신청자가 필요한 부분만 옮겨 적은 것이다. 복사기나 컴퓨터도 없던 옛날에는 등본이나 초본을 발급받는 것도 큰일이었다. 원본을 가져다 놓고 말 그대로 일일이 베껴 썼기 때문에, 줄을 서서 한참 기다려야 했다.

목욕(沐浴)



목욕은 머리를 감고 몸을 씻는 것을 뜻한다. 지금은 굳이 머리 감는 것과 몸을 씻는 것을 구분하지 않고 목욕이라고 하지만, 원래는 머리 감는 것을 ‘목(沐)’, 몸을 씻는 것을 ‘욕(浴)’이라고 했다. 목욕을 하려면 온몸에 물을 뒤집어써야 한다. 누구의 은혜를 입는 것이 마치 목욕할 때 온몸에 물을 뒤집어쓰는 것과 같기 때문에, 목욕이 ‘은혜를 입다’를 뜻하는 말로도 쓰였다. 이 경우에는 목은(沐恩)이라고도 했다.

요즘은 목욕이 일상화되었지만, 옛날에는 그렇지 못했다. 지저분한 사람에게 하는 농담으로 일 년 중 생일에 한 번 목욕한다느니, 명절에나 한 번 목욕한다느니 하며 놀렸는데, 옛날로 따지면 결코 과장이 아닌 셈이다. 옛날에는 관리의 휴일을 ‘목일(沐日)’이라고 했다. 즉 관리가 집에 가서 목욕하는 날이라는 말이다.

목욕은 몸을 깨끗이 하는 것이지만 몸뿐만 아니라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제사를 지내기 전에 몸과 마음을 청결하게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목욕재계(沐浴齋戒)’를 했다. ‘새로 머리를 감은 사람은 반드시 갓을 털어 쓰고, 새로 몸을 씻은 사람은 반드시 옷을 털어 입는다’는 말이 있다. 혼탁한 세상에 휩쓸리지 않고 살아가는 청렴한 사람의 자세를 말한다.

무진장(無盡藏)



‘먹을 것이 무진장 많다’, ‘무진장한 지하자원’ 등의 예와 같이 지금은 부사나 형용사로 많이 쓰이는 무진장이라는 말은 원래 그 자체가 하나의 문장이었다. ‘한이 없이 저장되어 있다, 끝없이 많이 있어 아무리 써도 다함이 없다’ 정도의 뜻이다. 또는 명사적 의미로도 쓰인다. ‘아무리 써도 다함이 없는 저장’이다.

무진장은 원래 불교 용어이다. 참된 불법의 법성(法性)은 삼라만상을 모두 껴안고 있어 마치 바다가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과 같다는 뜻에서, 닦고 또 닦아도 다함이 없는 광대한 불법의 세계를 비유하는 말로 쓰였다.

또한 무진장은 자연과 우주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중국 송대의 대문학가 소식, 즉 소동파는 ‘부귀와 공명은 누구나 얻을 수 없지만, 강가를 스치는 맑은 바람, 봉우리 사이의 밝은 달은 누구나 마음대로 찾아 즐기며 저마다 시를 읊고 그림을 그릴 수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자연이 우리에게 선사한 무진장한 선물’이라고 노래했다.

물경(勿驚)



“OO에 큰 화재가 발생해서, 피해액이 수십억 원에 달했다.”라고 말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도대체 ‘물경’이란 무슨 뜻일까? 물(勿)은 ‘하지 말라’는 뜻의 부정 명령어이고, 경(驚)은 ‘놀라다’이다. 그래서 물경은 ‘놀라지 말라’는 뜻이 된다. 보통의 예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수나 내용을 말하려고 할 때, 놀라지 말라고 미리 귀띔을 해주는 것이다.

물경과 비슷하게 쓰이는 말로, ‘무려(無慮)’가 있다. 물경과 무려 모두 흔히 예상되는 수준 이상의 숫자를 말할 때 쓰이지만, 원래의 어감에는 조금 차이가 있다. 무려는 ‘그만큼은 넉넉하게 되고도 남는다’는 뜻이다. 사회 경제의 규모가 커갈수록 사람들이 어지간한 숫자에는 놀라지도 않는다. 이젠 물경이란 말도 공연히 하는 말이 되었다.

미숙(未熟)



운전 미숙으로 교통사고가 나고, 조작 미숙으로 기계 사고가 나고, 요즘 젊은 여성들은 김치 담그는 것이 미숙하다고 한다. ‘숙(熟)’은 원래 그릇에 맛있는 재료를 넣고 끓이는 모양에서 나온 한자이다. 따라서 미숙은 ‘음식이 아직 익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로부터 ‘일이 익숙하지 못하다’ 또는 ‘경험이 부족하다’ 등의 뜻으로 변천되었다.

미숙을 불숙(不熟)이라고 해도 같은 뜻이 아니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미(未)나 불(不)이나 모두 ‘아니다’라는 뜻을 가지고 부정을 뜻하는 말이므로 그럴 법도 하다. 그런데 엄연한 차이가 있다. 불(不)은 결과를 부정하는 말이고 미(未)는 시간적으로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뜻에서 부정하는 말이다. 즉 불숙은 ‘익지 않았다’이고 미숙은 ‘아직 익지 않았다’이다. 미숙에는 언젠가는 익을 것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어떤 일에 미숙한 사람도 자꾸 하다 보면 숙달되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미래(未來)를 불래(不來)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불래는 ‘오지 않았다’이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이기 때문이다. 미래는 언젠가 닥쳐올 날이라는 뜻이다.

백분율(百分率)



백분율이란 ‘어떤 기본 수를 100으로 할 때 그것에 비교하여 가지는 비례’를 일컫는다. 영어 ‘퍼센티지(percentage)’를 한자로 옮긴 말이다. 백분율은 평생 우리를 따라다니며 때로는 울리고 때로는 웃게 만들곤 한다. 학교나 직장에서 학업 성적이나 근무 성적이 거의 백분율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백분율에서 만점은 100점이다. 흔히 ‘만점’ 하면 누구나 ‘100점’을 떠올리는 것도 그만큼 백분율 계산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률(率)’은 읽을 때 조심해야 한다. 자주 쓰이는 발음은 세 가지이고, 잘 안 쓰이는 것까지 따지면 무려 다섯 가지가 있다. 통솔(統率), 인솔(引率), 솔선(率先) 등과 같이 ‘거느리다, 좇다, 본받다, 앞서다’ 등의 동사로 쓰이면 ‘솔’로 읽어야 한다. ‘장수, 우두머리’ 등의 명사로 쓰이면 ‘수’로 읽어야 한다. 백분율에서와 같이 ‘비율, 규칙, 제도’ 등의 뜻일 때는 ‘률(율)’로 읽어야 한다.

봉건(封建)



‘봉건’이란 말만 들으면 공연히 시의에 맞지 않아 고리타분한 것이나, 타도해야 할 대상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실제로 근대화 시기에는 봉건이란 말이 붙은 모든 것이 타도와 배척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봉건’이 그렇게까지 푸대접받을 말은 아니다. 그저 정치 제도의 일종일 뿐이었다. 봉건의 원래 뜻은 ‘일정 구역의 토지를 주어 나라를 세우게 하다, 천자가 토지를 제후에게 주어 통치하게 하다’이다.

봉(封)은 ‘흙을 도도록하게 쌓아 올리다’를 뜻한다. 옛날에는 일정 구역의 토지를 구분할 때 흙을 쌓아 올려 경계를 삼았다. 그래서 봉(封)에는 ‘경계 짓다, 구획하다’는 뜻도 생겼다. 건(建)은 그렇게 받은 토지에 건물을 세우고 성을 쌓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봉건이 시행되던 시기에는 전국에 여러 제후 국가가 있었다. 각 제후 국가의 우두머리를 통칭하여 왕(王)이라고 했고, 모든 제후를 총괄하는 최고의 자리가 천자(天子)의 자리였다. 지금은 단순히 과거 시대를 지칭하는 말로 ‘봉건 시대’나 ‘봉건 제도’라는 말을 쓰지만, 순수한 의미에서 봉건 제도가 시행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비취(翡翠)



‘비취’라고 하면 보석을 좋아하는 사람은 눈이 번쩍 뜨일지도 모르겠다. 흔히 비취는 빛깔의 이름 또는 미옥(美玉)의 일종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비취의 원래 뜻은 무엇일까? 바로 ‘물총새’라는 새를 말한다. 물총새 수컷을 비(翡)라고 하고 암컷을 취(翠)라고 한다. 물총새는 푸른 빛이 돌고 윤이 나는 아름다운 깃을 가지고 있어서, 이후로 비취는 그 새의 깃털과 빛깔을 일컫는 말이 되었다.

비취가 어떤 빛깔이냐고 묻는다면 설명하기가 당혹스럽다. 초록색도 아니고, 파란색도 아니고, 그 중간도 아니다. 어렵지만 설명하자면 ‘은은한 푸른빛에 윤기가 도는 빛깔’ 정도가 되겠다.

빛깔을 일컫는 말로 두 글자 중 하나만 쓰이기도 한다. 이를테면 한마디로 형용할 수 없는 고려청자의 빛깔을 비색(翡色)이라고도 한다. 푸른 먹으로 그린 미인의 아름다운 눈썹을 취미(翠眉)라고 한다.

사양(斜陽)



저녁에 서쪽으로 기우는 태양(또는 햇빛)을 사양(斜陽)이라고 한다. 비슷한 말들로 사조(斜照), 사일(斜日), 석양(夕陽) 등이 있다. 사람마다 사양을 보고 떠오르는 것이 같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사양이 뜻하는 비유적 표현도 여러 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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